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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전문의 부족 해결 방안

“의사 정원 늘리기가 아니라 ‘의사 共有’가 해답”(최종범 교수)

글 :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취재기획위원·군사전문기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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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 분야 전문의 제한적 공유제’(Attending Doctor) 도입 주장
⊙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한국 의사 수급 문제점 민낯 드러내”
⊙ “他 병원과 ‘의사 공유’하는 호주, 흉부외과 전문의 우리보다 적어”
⊙ “의사 공유, 절체절명의 환자 생명 구하고, 의사에게도 보상 안겨”
⊙ “대형 병원에만 훌륭한 의사?… 퇴임 의사들 가는 병원 눈여겨봐야”
  국내 의료기관 중 이른바 ‘빅5’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다. 일반적이라면 원내(院內) 상황인 만큼 치료의 ‘골든 타임(응급 치료 성공률이 높은 시간)’을 놓치리라곤 생각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당시 병원에는 간호사 A(37)씨의 수술을 집도할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실제로는 전문의 2명이 있었으나 둘 다 자리를 비우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7월 24일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 A씨가 뇌출혈 증상으로 같은 건물 1층의 응급실을 찾은 건 오전 6시30분. A씨는 응급실 도착 5분 만에 발작 증세를 일으켰고, 20분 뒤인 오전 6시55분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았다. 뇌출혈이 발생하고 4시간이 지났지만, 두개골을 여는 시술이 여의치 않자 아산병원 측은 다른 병원 이송을 결정했다.
 
  색전술 등의 응급처치를 받은 A씨는 7시간이 지난 오후 1시50분이 되어서야 서울대병원으로 떠날 수 있었고, 엿새 만인 지난 7월 30일 상태가 악화되며 끝내 숨졌다. 뇌출혈 치료의 ‘골든타임’이 6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이미 때를 놓친 셈이다. 한 병원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사연을 올렸고, 《조선일보》 인턴기자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7월 24일 발생한 사건의 전말이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 사상누각”
 
2014년 8월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銀川)에서 세계적 흉부외과 전문의 송명근 교수(건국대병원장 역임)와 심장수술을 진행하는 최종범 교수. 사진=최종범
  지난 9월 초 전주예수병원에서 만난 최종범(崔鍾範·70) 전 전북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 세계 최고의 의료 시스템이라고 자부하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실제로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아산병원 정도 되는 대형 병원에도 뇌혈관 수술을 집도할 신경외과의 등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니냐 지적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전문의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고 전문의 수급(需給)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최종범 교수는 흉부외과 전문의로, 1981년 원광대병원 흉부외과 창설 때부터 근무했고, 1990년 호주 시드니의과대학 부속 로열프린스알프레드병원(SMS)에서 1년간 심장수술 연수를 받았다. 2014년부터 세계적 흉부외과 전문의 송명근 교수(전 건국대병원장)와 함께 팀을 이뤄 국내와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銀川)에서 흉부외과 시술 미션을 수행했으며, 심장수술 사례(case)만도 4500회가 넘는다. 심장외과 전문의로 인구수가 적은 전북 지역에서 행한 그의 수술 사례는 놀랄 만한 기록이다. 최 교수는 원광대병원에서 24년, 전북대병원 흉부외과에서 10년을 근무하고 2017년 8월 퇴임했다. 현재 전주예수병원 심장혈관외과에서 주야간으로 응급심장수술을 전담하고 있다.
 
 
  “시스템의 문제”
 
최종범 교수가 심장수술 전 심폐기사와 인공심폐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최종범
  — 왜 서울아산병원에 뇌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2명밖에 없었을까.
 
  “지방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도 개두술(두개골을 열어 출혈 부위를 클립으로 동여매는 수술)을 하는 의사가 2명씩 있는데, 대형 병원에 2명밖에 수술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항상 응급수술에 긴장하고 있는 내 경우를 보면 이해가 안 된다. 두 의사가 모두 부모상(父母喪)을 당한 것도 아니고…. 사건 당시 1명은 학회 참석으로 해외에 있었고 다른 1명은 휴가로 지방에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면적이나 교통상황을 고려하면 어디라도 한두 시간에 다 도착할 수 있어 만사 제쳐두고라도 병원에 도착해 수술해야 했다.”
 
  — 서울아산병원엔 20명 이상의 신경외과 교수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단 2명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에서는 “의사 인력 부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런 대형 병원이면 그런 의사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니다. 적어도 그 분야는 어렵고 전문의 자격을 얻고도 수년간 전공을 더해야 할 수 있는 분야다. 그리고 고생해봤자 더 대우를 잘 받는 것도 아니고 힘만 드는 대형 병원의 시스템도 문제다. 뇌동맥류는 터지기 전에 수술해야 하는데, 뇌출혈이라는 합병증이 오게 되면 수술해도 예후(豫後)는 매우 나쁜 편이다. 따라서 어느 의사든지 그 수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시대가 많이 변해 이제는 어려운 분야를 하려는 의사가 없다. 의료계나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의사 수가 부족해 그 분야를 기피하는 것도 아니다.”
 
  최 교수의 말처럼, 현재와 같이 한 병원에서만 수술 가능한 전문의를 붙잡아두면 의사 수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 병원에 더 많은 의사를 둘 수도 없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에 따르면, 병원별로 100회 이상의 개두술 경험을 보유한 의사는 평균 1.6명이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신경외과 의사 3025명 가운데, 뇌혈관 개두술 의사는 146명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서는 고위험도에 비해 수가(酬價)가 너무 낮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 共有’
 
  — 이번 아산병원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응급상황에선 인근 병원 의사를 빨리 수소문해 불러오는 게 상책이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을 수술을 쉽사리 와서 돕겠다는 의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지만.”
 

  — 외부에서 의사를 초빙해야 한다는 말인데, 정부는 어떤 정책을 마련해야 할까.
 
  “수요가 적은 의사를 대규모로 양성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사일수록 대우를 더 잘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병원 내에서 다른 의사보다 특별대우를 해주기 힘들기 때문에 곤란하다. 정부가 의료 수가를 올려준다 해도 그것은 병원의 이익이지, 그 의사에게 혜택은 돌아가지 않는다. 일의 양과 스트레스가 엄청 많은데 누가 비슷한 대우를 받고 근무하려 하겠는가. 게다가 개업해서 그 분야로 돈을 더 벌 수 없다면, 처우의 개선만이 답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 개선 방향은 많은 의료비 지출 없이도 그런 의사를 공유(共有)하는 ‘특수 분야 전문의 제한적 공유제(Attending Doctor System)’를 도입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의사 공유’만이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 ‘의사 공유’를 하면 아산병원 사건과 같은 응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응이 가능할까.
 
  “서울 시내 그 많은 대학병원들에 그런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이 어디 한둘인가? 환자를 이송하지 않고 의사공유 MOU를 체결한 타(他) 병원 같은 분야의 의사들에게 부탁해 바로 그 병원으로 오게 해서 수술하면 된다. 초빙을 받는 의사들은 ‘술기(수술기술)’가 나날이 늘어가면서 뛰어난 의사로 인정받게 될 것이고,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이런 방식의 전문 분야 의사들을 공유하는 것이 환자에게 이로울 뿐 아니라 병원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원 늘리기는 해결책 아니다”
 
  — 대학병원들이 그들 병원의 상술만을 생각해 의사를 자신들의 병원에 묶어놓으려 할 텐데.
 
  “물론 처음엔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내 병원만 확장하고 내 병원에만 환자를 유치하려는 그런 얄팍한 상술에서 벗어나야 한다. 병원도 숫자가 적은 중증 분야 수술을 하는 의사들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
 
  — 호주는 의사 공유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었나.
 
  “1990년에 호주 시드니의과대학 흉부외과에서 근무할 때, 그들의 의사 공유 시스템을 볼 기회가 있었다. 호주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꼭 절반이다. 심장외과 전문의도 우리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우리보다 심장 환자의 수는 더 많았고 특히 위험한 피부암도 매우 많았다. 그런데도 전문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오히려 전문의를 너무 많이 배출하면 의료 수준에 문제 된다며 필요한 만큼의 숫자만 합격시킨다. 흉부외과 전문의 수도 엄청 억제했었다. 큰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는 인력만 합격시켰다. 적은 전문의 숫자로 효율적으로 운용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의사 공유 시스템이었다. 예를 들어 정규 수술을 위해서는 소속 병원에서 사흘은 일하게 하고, 나머지 이틀은 계약된 타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응급수술을 위해서는 계약된 타 병원에서 부르는 경우 가서 수술을 해주는 방법이다.”
 
  — 지난번 서울아산병원 사건 이후, 해결책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문제만 생기면 의사 부족이라는 흘러간 레코드를 튼다. 정원 늘리기는 해결책이 아니다. 지금처럼 왜곡된 의료환경에선 중증 필수 분야 의료진이 늘어나기는커녕 성형외과, 피부과 등 비급여·저위험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들만 양산(量産)될 뿐이다. 유달리 선진국 중 우리나라만 특수 분야의 전문의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런 분야의 의사 수만 늘리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면허를 ‘풀빵’처럼 찍어내 편의점 알바 할 수준까지 만들면 해결될지 모르겠다.”
 
 
  “의사 공유, 환자-의사 모두 윈윈”
 
2018년 무렵, 심장수술 중인 최종범 교수. 3.5배율 수술용 확대경 루페(LOUPE)를 착용하면 12시간을 써도 피곤을 모른다고 했다. 사진=최종범
  —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의사 공유는 불법 아닌가.
 
  “원칙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응급환자의 경우는 불법이 아니다. 내 경우, 전주예수병원에 근무하면서 원광대학병원에 가 수술한 적이 있다. 흉부외과의 경우, 대동맥박리증이나 심정지 상태로 오는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응급환자다.”
 
  — 차제에 의사 공유와 같은 의료 연계 방법을 정부에서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 같다.
 
  “서두를수록 좋다. 그런 분야의 명의(名醫)들이 대학병원마다 다 있고, 그런 안전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우리나라만 도입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전문 분야 의사들의 양성도 필요하지만, 현재의 의사들이 큰 만족을 가져야만 그 분야를 전공하고 싶어 하는 의사가 늘어날 것이다. 의사 공유제를 도입하면 일종의 영리병원(심장수술이나 내시경수술 등 특정 수술만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병원)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법을 잘 만들어 통제를 잘 하는 나라가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 향후 병원 간의 MOU라는 협력체계는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까.
 
  “내가 전공하는 심장외과도 의사 부족 상태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더 많은 의사가 이 분야를 전공할 것이다. 그 분야를 전공했더라도 실력이 없는 의사는 그런 제도에 진입할 수도 없다. 그런 의사들은 초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 중에서도 그런 전문 분야의 의사일수록 자부심은 더 크다. 다른 병원으로부터 일정기간 초빙의사가 되는 것은 돈을 떠나서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타기 때문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병원은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 간 MOU를 적극적으로 체결해야 할 것이다. 의사 공유는 환자와 의사가 윈윈(win-win)하는 혁명적 의료 시스템이다.”
 
 
  “의사의 90% 이상이 전문의”
 
2015년 7월 최종범 교수가 중국 인촨에서 중국인 의사(왼쪽)에게 심장판막수술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종범
  최종범 교수는 손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매일 관상동맥과 판막 모형 재료를 놓고 기본 술기(wet-lab) 연습을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정년을 5년을 넘기고도 보수도 더 좋고 더 편한 요양병원 근무를 마다하고 아직 심장수술을 하고 있다”며 “아직은 응급환자를 살리는 재미로 산다”고 했다. 최 교수의 말이다.
 
  “해당 과(科)의 수술에 대해 수련을 받았다고 다 수술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그런 수술을 지속해야만 그 수술 성적이 유지될 수 있다. 전문의 중 그 특수 분야의 전문의 수를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독설 같지만, 전문의를 따고 나서 그중 전문 분야를 또 전공하여도 그 분야를 계속해서 해낼 수 있는 인력은 그중 20%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점이 머리로만 하는 내과 분야와 외과 분야가 다르다는 것이다. 내과 전문의들도 그런 의견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최종범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사의 90% 이상이 전문의일 정도로 전문의를 남발하고 있다”며 “나라 전체에 수술할 환자는 한정돼 있음에도 전문의 수만 늘리는 것은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 수를 줄어들게 해 특수 분야의 의료질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 이번 아산병원 사건을 전해 듣고 많은 사람이 놀랐다.
 
  “이번 사건을 두고 개인·집단의 이해관계에 길든 의사들과 대형 병원의 편을 들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 환자가 처음 병원에서 수술했다 해서 꼭 산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우리 의료의 수준이 최고라지만 그 과정은 아직도 후진적이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반인들은 그런 대형 병원 사건을 보고 얼마나 두려워하겠는가? 특수 분야 의사 수만 적다고 하지 말고 그 분야 전문의들의 효율적 운영이 더 중요하다.”
 
  — 응급환자 발생 시 환자와 의사, 어느 쪽이 움직이는 것이 나을까.
 
  “응급환자를 함부로 이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되도록 현지에서 그 환자를 해결해야 한다. 의사가 움직이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 플라잉 닥터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환자를 내게 데려오는 게 아니라 환자 치료가 힘든 곳으로 바로 가서 응급치료를 하고, 그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는 개념이다. 환자 중심 치료가 우선이지, 그 환자를 내 병원으로 데려오는 개념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좁고 멀지 않은 거리에 큰 병원들이 많기 때문에 그 사례가 많지는 않다. 지금은 각 도(道)마다 응급 헬기가 있어 환자의 이송도 원활하다.”
 
 
  원격진료
 
  — 우리나라는 원격진료를 위한 네트워크가 잘 마련돼 있어 환자 이송 전 환자 정보를 상급병원에 미리 전달할 수가 있다.
 
  “원격진료는 아직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 의료 연락망은 아주 잘 돼 있다. 어제 저녁 식사 때 90세 할머니 환자가 대동맥박리로 응급실에 있을 때 PA(전문간호사)로부터 CT영상을 휴대전화로 받아 응급조치를 지시했다. 급히 수술해야 할 환자의 경우 응급실에서 진단이 되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바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응급연락망(감병병콜센터 1339)을 통해 수술할 수 있는 가까운 병원을 빨리 알려준다. 여기까지는 의료 전달체계 면에서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따라올 나라는 없을 정도로 엄청 발달돼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수술까지 엄청난 시간이 낭비될 것이다.”
 

  — 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아 나라현립의과대학 병원에 긴급 이송됐으나 심폐 정지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의무후송헬기로 옮기면서 수혈 등의 조치를 했으면 살리지 않았을까.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피격 초기 쇼크와 출혈에 따른 저혈압을 막기 위한 긴급수혈을 하면서 후송을 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치료의 최적시간 확보가 중요한 주요 중증질환(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중증외상·심정지 등)은 골든타임이 생명이다. 일본은 의료 수준은 높지만, 신속한 환자 이송 네트워크는 우리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
 
 
  의사들은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갈까?
 
  — 아산병원은 왜 환자를 강 건너 서울대학병원으로 이송했을까.
 
  “대형 병원만 선호하는 우리의 인식의 문제다. 위험 환자라고 의사들이 기피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럼 의사들은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갈까? 대형 병원을 선호할까? 드문 질환을 빼고는 그렇지 않다. 90% 이상의 의사들은 자신이나 가족이 중병일 경우, 자신의 모교 병원이나 원래 근무했던 병원으로 가서 수술이나 치료를 받는다. 자기가 졸업하거나 근무했던 병원이 항상 자기의 마지막 가는 곳이라 생각한다. 특히 대학병원 의사들은 중병일수록 대부분 자신이 근무했던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 즉 의사들은 일반인과는 의사 선택에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 그럼에도 환자 가족들은 응급상황이면 무조건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향한다.
 
  “내가 정년 전에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심장외과 교수가 나에게 불평한 적이 있다. 급성 대동맥박리증 환자인데, 자기 고향 쪽에서 서울까지 옮기는 동안 악화돼 수술했지만 결과가 나빴다는 것이다. ‘지방에는 그런 수술하는 심장외과 의사가 없냐’고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이 지방에서 발생한 대동맥박리증은 전북 지역의 전주대병원과 원광대병원에서 다 해결하자고 의사들끼리 약속을 했다.”
 
  — 환자가 서울로 몰리게 하는 건 언론도 문제다.
 
  “그렇다. 같은 분야에 명의가 얼마나 많은데 특정인을 지칭해 ‘명의’라고 언론에서 내세우는 것은 문제다. 자칫 그 질환은 그 의사밖에 치료할 수 없다는 인식을 일반인들에게 준다. 대형 병원은 좋은 의사를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작은 대학병원에도 좋은 의사들이 있다. 어느 특정인을 명의라고 띄우는 것은 문제가 많다. 질환에 대한 지식을 알리는 것은 좋지만, 진짜 명의라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정도로 한가할 거라 생각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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