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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소라 前 워싱턴대 교수

뜨거운 NFT 열풍, 냉정하게 보기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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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FT로 돈 번다? 투자 자산 아닌 기술… 효용성에 주목해야
⊙ NFT 시장에는 전문가가 없다… 다 함께 만들어가는 시장
⊙ 脫중앙화의 역설… 과세 사각지대 등 해결 과제도 많아

성소라
1985년생. 하버드대 사회학 학사,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 석사, 인시아드 경영학 박사 / 前 워싱턴대 경영대학 교수 / 저서 《NFT 레볼루션(2021)》 《놓칠 수 없는 시간이기에(2008)》
사진=성소라 제공
  당근 한 개에 980원, 라면 한 봉지는 540원. 만질 수 있는 재화의 가격.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살 수 있고, 돈만 내면 ‘내 것’이 된다. 휴대폰 갤러리를 열어본다. 수년 전 휴가지에서 찍은 바닷가 풍경. 다시 봐도 너무 잘 찍었다. 가치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디지털 자산. 당연히 가격도 없다. 이제는 이 사진을 당근과 라면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NFT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영국 콜린스 사전에 따르면 2021년 이 단어 사용률이 전년 대비 1만1000%나 증가했다. 그럴 만도 하다. 요즘엔 밥 먹으러 가도 옆 테이블에서 NFT 얘기가 들려올 정도니 말이다. 관련 기사는 연일 쏟아지고, 이를 주제로 한 책은 속속 베스트셀러가 됐다. 《NFT 레볼루션》도 그중 하나다. 저자인 성소라 전 워싱턴대 교수는 NFT를 “특정한 자산을 나타내는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파일이고, 각기 고유성을 지니고 있어 상호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정의했다. 나도 아는 척을 하고 싶은데, 아직 너무 어렵다.
 
  ―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NFT를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휴대폰으로 내가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찍었어요. 세상에서 유일한 사진이겠죠. 이 사진을 여러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을 때, ‘이거 내 거야’ 하고 알려줄 수 있는 증서(證書)예요.”
 

  ― 그 증서가 왜 혁신적인 건지 감이 잘 안 옵니다.
 
  “이전까지는 ‘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는 순간 만인(萬人)의 것이 됐어요. 누구나 100% 똑같은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사진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디지털 원본과 희소성의 가치, 그러니까 거래 불가능한 자산이 거래 가능하게 됐다는 점이 굉장히 혁신적인 거죠.”
 
  이때 거래 수단은 암호화폐가 된다. 암호화폐는 ‘대체 가능한 토큰’이다. 예컨대 1이더리움은 또 다른 1이더리움과 맞교환이 가능하다. NFT는 ‘원본’이 유일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 된다. 여기서 블록체인은 거대한 원장(元帳) 역할을 한다. 디지털 자산마다의 고유 식별코드(소유권)와 거래 기록을 낱낱이 기록한다. 때문에 NFT는 한 번 생성되면 삭제 또는 위·변조가 절대 불가능하다. 혹자는 NFT를 디지털 자산의 ‘등기부등본’이라고도 설명한다. 여전히 의아함은 남는다.
 
  ― 실물 자산과 다르게 디지털 자산은 언제든 무한 복제가 가능한데요. 그 소유권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겁니까.
 
  “복사본이 많이 공유될수록 NFT로 기록된 원본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어요. 트위터에 올린 글의 리트윗이 많아질수록 원글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처럼요. 고전 명화도 마찬가지잖아요.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의 원본은 뉴욕 현대미술관에만 있지만, 복사본은 세계 곳곳에 걸려 있죠. 많은 사람이 복사본을 소장할수록 작품의 문화적 인식이 커지게 되고 결국 뉴욕에 있는 원본의 희소가치가 더 올라가는 거죠.”
 
 
  JPEG 사진 한 장에 수백억원
 
성소라 교수는 “NFT가 나타낼 수 있는 자산의 형태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어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사진은 NFT SEOUL 2022에서 강연자로 나선 성 교수의 모습. 사진=성소라 제공
  ― 고흐가 살아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별이 빛나는 밤〉을 사진으로 찍은 뒤 NFT로 판매했다고 쳐요. 그럼 구매자는 실물 그림도 가질 수 있습니까.
 
  “거래 당사자 간 계약 내용에 기재할 경우 가능해요.”
 
  ― 저작권은 누가 갖습니까.
 
  “실물 그림을 구매할 때와 마찬가지로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남아 있죠. NFT에서 이러한 권리 분리는 원작자와 구매자가 ‘윈윈’하는 유기적 환경을 조성해주기도 해요. NFT가 재판매될 때마다 원작자는 재판매 가격의 일정한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 NFT 투자라는 건 결국 그 소유권을 되팔며 시세차익을 올리는 거군요.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주식과 비슷합니다. 다만 기업의 펀더멘털 같은 것이 아니라, 대중의 합의에 의해 가격이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치가 ‘0’이 되는 리스크도 있죠.”
 
  어딘가 알 듯, 모를 듯하다. 분명한 건, 이 갸우뚱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굉장히 활발하게. 미국의 블록체인 포렌식 업체인 체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NFT 거래 규모는 약 31조8000억원에 달한다. 몇 가지 재밌는 거래 사례를 소개한다.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던 ‘재난의 소녀’라는 사진이 있다. 화재 현장에서 묘한 미소를 짓는 아이의 모습을 담았다. 집이 불타고 있는데 웃다니. 네티즌들은 이 사진을 각종 재난 사진에 합성하며 재미있어했다. 이 사진의 원본이 10여 년 후인 지난해 4월, NFT 경매에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그저 흔한 ‘짤방’ 중 하나였을 이 사진은 약 5억원에 팔렸다.
 
  이건 약과다. 대표적인 NFT는 따로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나날들: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이다. 14년간 매일 그린 디지털 그림 5000장을 묶어 이미지 파일 한 장에 담은 콜라주다. 지난해 3월. 이는 무려 약 800억원에 낙찰됐다. 이를 계기로 이른바 ‘족보 없던’ 작가 비플은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싼 작가’가 됐다.
 
 
  부자들의 놀이터?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며 대거 출현한 크립토 고래들이 NFT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원을 넘어선 모습. 사진=조선DB
  사진과 그림뿐만이 아니다. ‘글’도 억 단위에 팔렸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는 2006년 자신이 쓴 트위터 글 ‘방금 내 트위터를 설정했다(just setting up my twitter)’를 지난해 3월 경매에 내놨다. 블록체인 기업 브리지오라클 CEO인 시나 에스타비는 이를 32억7000만원에 구입하며 “잭 도시의 첫 트윗은 모나리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 잭 도시의 첫 트윗이 가치 있는 건 알겠는데, 32억원씩이나 할 일인지는 모르겠군요. 모나리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말에 동의합니까.
 
  “NFT 붐 초기인 지난해 2~3월, 특히 수십억,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NFT들이 많이 나왔어요. 이른바 ‘크립토 고래(암호화폐 대량 보유자)’들이 역사의 첫 페이지에 획을 긋자는 의미로 시도해본 차원이 크다고 봐요. 잭 도시의 경우 경매수익금을 아프리카에 기부하겠다고 하며 명분도 가졌고요. 블록체인 기술 연구가 한창이던 2016년 무렵, 테크 콘퍼런스에 가면 기념품으로 비트코인을 10개씩 나눠주던 때가 있었어요. 저를 포함해, 귀찮아서 안 받는 사람들도 많았을 만큼 암호화폐의 가치 인식이 낮았을 당시 전 재산을 과감히 비트코인에 투자한 이들은 조원대 거부가 됐어요. 특히 지난해 초 암호화폐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크립토 고래들은 더 큰 부자가 됐고 때마침 이들에게 NFT라는, 대체 자산으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눈에 띈 거죠.”
 
  ― 쉽게 말해 돈 쓸 곳을 찾은 거군요. 혹자는 NFT 시장을 ‘부자들의 놀이터’라고도 하더군요.
 
  “투자에서 투기로 비화된 면이 없잖아 있는 게 사실이죠. NFT 출현 초기 ‘큰손’들이 붐을 일으키며 시장 형성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면, 이제는 일반 개인들의 참여와 경험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NFT 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용어가 어려워 문턱이 높다 느끼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오픈시, 라리블, 룩스레어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디지털 자산을 사고, 팔 수 있다. 파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여러 사이트 중 하나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자기 작품이나 소장품을 민팅(Minting: 화폐를 주조하다)해 업로드하면 된다.
 
  오프라인 미술시장에서는 작품의 크기, 작가의 전시 이력, 작품의 상태 등 어느 정도 평가 기준이 있다. 여기서는 없다. 부르는 게 값이다. 경매 형식으로 입찰을 넣을 수도, 정찰가로 내걸 수도 있다. 금액을 크게 건다고 수수료를 더 내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는 민팅 시 수수료 명목의 ‘가스비’를 내야 했는데, 요즘에는 이를 면제해주는 사이트도 많다. 지금 당장 시답잖은 파일 100개를 올리고, 개당 판매가 100억원, 총 1조원을 매겨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팔리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탈중앙화’의 혁신
 
NFT 광풍이 불며 관련 서적은 속속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진은 성소라 교수의 저서 《NFT 레볼루션》. 사진=더퀘스트 제공
  NFT 출현 이전부터 누구나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고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유튜브 등을 통해서다. NFT와 기존 플랫폼의 차이점은 ‘탈중앙화’의 여부다. 유튜브는 중앙화된 조직이다. 콘텐츠의 감독 기능을 하며 창작자의 수익도 나눠 갖는다. 참여자가 플랫폼을 무사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글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 한편 NFT는 탈중앙화를 표방한다. 철저히 참여자 중심이다. 실질적 주체가 스스로 통제권을 가지며 창작자에게 보상이 온전히 돌아간다.
 
  “테크놀로지와 시장의 상관성을 연구해오면서 특히 군중을 많이 봐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특정 큰 기업이 기술을 주도하면서 시장이 형성됐어요. 예컨대 인텔에서 사물인터넷(IoT) 전략을 쓰겠다고 하면 흩어져 있던 군중이 모이며 시장이 형성되는 식이었죠. NFT 시장은 그 반대의 흐름입니다. 바텀업(bottom up·하의상달) 형식인 거죠. 대기업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스타트업, 개인 프리랜서들의 시도가 유기적으로 얽혀 시장의 밑거름이 된 거죠. 그간 경영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없었을 정도로 굉장히 혁신적인 흐름입니다.”
 
  ― 지난해 3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만든 2분짜리 노래를 NFT로 판매한다고 올리자 순식간에 100만 달러(약 11억원)가 넘는 응찰가가 나왔죠. 이후 경매를 바로 철회하긴 했지만, 유명할수록 더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이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블랙핑크가 낸 앨범과 무명 가수의 앨범은 원래도 그 파급력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탈중앙화가 무엇을 약속하는지는 아직까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정립한 개념에 따르면 ‘부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자유’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중요한 건 기회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다는 것이고, 그 가운데 비플과 같은 작가도 탄생할 수 있었던 거죠. 물론 그런 기회를 포착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소수일 수 있고, ‘기회의 자유’가 역설적으로 초래할 수도 있는 양극화, 혹은 소외계층을 위한 장치 마련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세 불가능 자산?
 
2021년 11월 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NFT BUSAN 2021’. 관람객들이 NFT로 발행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무엇보다 큰 과제는 따로 있다. 현재 NFT는 사실상 과세 공백 상태다. 상속세를 면하려 부모가 올린 작품을 50억원에 사들여도 제재 방법이 없다. 혹자는 ‘대체 불가능 자산’이 아닌 ‘과세 불가능 자산’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소유권을 되팔았을 때 창작자에게 로열티가 지불된다는 점을 이용, 자전거래 움직임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플랫폼 측에서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감시하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갑자기 생긴 계좌들 사이에서 큰돈이 오간다든지, 상식적이지 않은 거래를 추적하겠다는 거죠. 그러자 즉각 커뮤니티가 들고일어났어요. 탈중앙화인데 왜 플랫폼이 관여하냐는 거죠. 약간이라도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비판이 따르기 때문에 NFT 플랫폼은 사이트 정책도 쉽게 내놓지 못하죠. 일각에서는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피라미드의 정점, 그러니까 구글 같은 조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그러면 또 탈중앙화가 아니게 되니….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어요.”
 
  게임에 대한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피투이(P2E·Play to Earn) 게임이라고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NFT 기술이 탄생시킨 게임인데, 말 그대로 돈 버는 게임이다. 과거 피투피(P2P·Pay to play), 그러니까 돈을 내고 하는 게임에서 진화한 개념이다. 성 교수는 “P2E는 게임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 것은 유저이므로, 결국 그들이 이득을 봐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한다”고 했다. 가장 대표적인 피투이 게임은 ‘엑시인피니티’다. 내용은 단순하다. 포켓몬스터처럼 생긴 ‘엑시’를 모으고 베틀에 참가해 게임 자체 토큰인 ‘SLP’를 획득하는 거다. 이 토큰은 현금화가 가능하다.
 
  게임에서 NFT 기술은 ‘소유권의 가치 증명’과는 또 다른 역할을 한다.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 만큼의 ‘보상’을 산출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필리핀과 같은 국가에서는 이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피투이 게임은 불법이다. 사행성 논란 때문이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한국 버전만 따로 만들기도 했다.
 
  ― 노동, 지식,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서가 아니라 게임을 해서 재화를 얻는 게 과연 옳은 걸까요. 피투이 게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이 주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것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게임 콘텐츠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어요. 일례로 무브투언(Move to Earn) 게임도 출시를 앞두고 있죠. 메타버스 상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내용인데, 유저의 생체리듬과 연결해 유저가 운동을 해야 게임 속 동물이 자라게 만든 거죠. 동물이 자라면 돈을 벌 수 있고요. 게임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우리는 너의 건강까지 책임진다’로 바꾼 거죠. 이처럼 게임 콘텐츠는 계속 진화하고, 산업은 날로 커지는데 계속 규제를 하는 것이 맞나 싶다가도 사행성 논란을 또 외면할 수는 없고요. 이 문제는 정말 너무 어렵습니다.”
 
 
  NFT는 거품?
 
성소라 교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체 불가능한 자산들이 NFT로 토큰화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은 NFT SEOUL 2022에서 강연자로 나선 성 교수의 모습. 사진=성소라 제공
  ― 이제 와 질문인데, 사람들이 NFT를 꼭 알아야 할까요.
 
  “아직까지는 몰라도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요. 가까운 미래에 인터넷과 같은 기반 기술로 자리매김할 거라 보지만, 현재까지는 관심이 없다면 굳이 알 필요는 없는 시기인 것 같아요. 다만 수익 창출을 하는 회사들은 깊이 고민해볼 시기라고 봅니다.”
 
  ― 예를 들어 《월간조선》은 NFT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역사적 현장을 취재했던 기사를 NFT화할 수 있겠죠. 종이매체로는 홍콩의 《사우스모닝포스트》가 선구적인 시도를 한 사례로 꼽힙니다. 국내 한 지상파 방송국의 경우 1996년 OECD 가입 당시 뉴스 보도 영상을 NFT화해 100만원에 내놨죠. 다만 국민 세금으로 만든 뉴스 영상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 대대적인 홍보는 못 했다고 하더군요. NFT를 통해 문화와 기술의 르네상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도 필요한 것 같아요.”
 
  ― NFT 기술의 확장성을 어디까지 봅니까.
 
  “NFT가 나타낼 수 있는 자산의 형태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습니다. 디지털아트, 음반, 모바일 티켓과 같이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는 자산은 물론이고 갤러리에 걸린 미술 작품, 금, 빌딩 등 실물로 존재하는 자산, 그리고 투표권, 관심, 평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적 자산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체 불가능한 자산들이 NFT로 토큰화될 수 있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명목화폐와 같이 1 대 1 교환이 가능한 자산은 극소수일 뿐,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대체 불가능하죠. 때문에 NFT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봐요.”
 
  그는 “여태까지 투자 수단으로 크게 부각이 돼 NFT의 효용을 다루는 시장이 발전을 못 한 게 사실”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특히 경험에 대한 접근권과 같은 효용의 토큰화는 NFT가 앞으로 발전해나갈 방향으로도 주목받고 있어요. 예를 들어, NFT로 발행된 전자책을 구매한 팬들에게 작가와의 1대 1 만남을 제공한다든지, 음악 앨범 NFT를 구매한 팬들에게 다음 앨범 작업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준다든지요. 이 토큰화된 자산은 완전히 다른 용도로, 가령 금융 거래를 하는 데 담보로 사용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모든 절차가 블록체인에 기록된 스마트 계약에 의해서 집행돼 개인 신분을 노출할 필요도 없겠죠.”
 

  ― 일각에선 ‘NFT는 결국 거품’이라는 시각도 많은데요. 어떻게 봅니까.
 
  “IT 시장의 역사를 돌아보면 과잉 기대가 어느 정도 수그러든 후에야 새로 등장한 기술과 기회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곤 했어요. 많은 전문가가 1990년대 말 닷컴 버블과 함께 몰려든 수많은 스타트업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결국 아마존과 같이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바꾼 거대 혁신 기업들이 그 시기를 거쳐 탄생했죠.”
 
  그는 가트너가 도식화한 ‘하이프 사이클’에 빗대어 설명을 이어갔다.
 
  “NFT는 지난해 초 ‘과잉 기대의 정점’ 단계로 급속히 진입했고, 그 후 실망과 비관론으로 가득 찬 ‘환멸의 계곡’을 건너며 성장통도 거쳤어요. 여전히 NFT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해결과제들이 곳곳에 존재하지만 저는 이를 NFT가 진정한 가치와 활용점이 구체화되는 ‘깨우침의 단계’의 초입에서 각종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중이라고 봐요. 이후 무사히 ‘생산성의 안정’을 향해 간다면, 가까운 미래에 NFT가 인터넷과 같은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봅니다.”
 
 
  ‘상상력’이 자산
 
  그는 201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 교수로 몸담았다. ‘포이츠 앤드 퀀츠(Poets and Quants)’가 뽑은 ‘세계 50대 경영대학 교수’에 이름도 올렸다.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과 전략 경영을 가르쳤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창업가를 접했고 연구자 입장이 아닌, 실전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들어 3년 반의 교수 생활을 접었다. 지금은 미국에서 NFT와 DAO(탈중앙자치조직)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한 상태다.
 
  2005년, 일반고 출신으로는 최초로 하버드에 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8년에는 ‘만능소녀’라는 타이틀로 공중파를 탄 적도 있다. 학업뿐만 아니라 미술·음악·체육 등에도 재능을 보여 붙은 별명이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성 교수의 어머니는 “아이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해 일부러 한글을 늦게 가르쳤다”고 했다. 성 교수는 “지금도 상상력은 나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 결론은 NFT가 ‘굉장한 혁명’이라는 건데, 아직까지 공감을 못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죠? 과거 갈릴레이의 심경이 이해된다거나 그렇진 않나요.
 
  “하하. 아직까지 저도 이 기술이 어떻게, 어디까지 구현될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그려 나가고 있는 과정이에요. NFT 시장에는 흔히 말하는 전문가가 없어요. 이 분야 연구자들을 만나면 다들 하는 말이 있어요. ‘함께 학습하는 시장’이라는 겁니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또 사장되기도 하는 만큼, 다 같이 참여해 배우고, 또 같이 실패하고 이를 통해 또 배우는 거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형성기라 더 매력적인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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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wnypark@outlook.kr    (2022-03-11) 찬성 : 0   반대 : 0
자산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초기에 투자하고 어려울 때 버티면 되는데, 몇년 안에 큰 수익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섣불리 본인 자산규모에 비해 크게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게 모든 새로운 투기자산의 특징. 본인의 선택에 대한 믿음과 인내심이 중요.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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