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은 35년 전에는 최선, 지금은 건강보험 위기의 최대 원인”
⊙ 보험료 부과를 재산 아닌 소득기준으로 일원화… 가입자의 80% 이상은 보험료 줄어들 것
⊙ 현행 제도의 불공정성 대폭 개선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높이려는 것
⊙ 급여결정은 외부(심평원), 공단은 재정책임만 지는 현행 이중적 제도도 개선해야
金鍾大
⊙ 65세.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보건사회부 사회보험국장·의료보험국장, 청와대 경제비서관, 보건복지부 기획실장 역임.
⊙ 대구가톨릭대 의과대 겸임교수, 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 역임.
⊙ 보험료 부과를 재산 아닌 소득기준으로 일원화… 가입자의 80% 이상은 보험료 줄어들 것
⊙ 현행 제도의 불공정성 대폭 개선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높이려는 것
⊙ 급여결정은 외부(심평원), 공단은 재정책임만 지는 현행 이중적 제도도 개선해야
金鍾大
⊙ 65세.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보건사회부 사회보험국장·의료보험국장, 청와대 경제비서관, 보건복지부 기획실장 역임.
⊙ 대구가톨릭대 의과대 겸임교수, 통합의료진흥원 이사장 역임.
미(美)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공식 연설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감명을 받았다고 몇 차례 거론했다. ‘오바마도 부러워하는 한국의 건강보험’은 그러나 2012년 한국에서는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 1977년 의료보험 실시,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 등으로 전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보장성도 점차 늘어났지만,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조3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내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과 국민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 저출산 현상과 노령화·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여부 등등 현안은 쌓여 갔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여러모로 어려웠던 2011년 11월 이사장에 취임한 김종대씨는 “35년 동안 바뀌지 않은 건강보험 시스템을 미래지향적으로 근본을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올해 1월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를 구성, 활동내용을 모아 지난 8월 5권짜리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을 내놓았다.
해결사를 자처한 건강보험의 ‘산파’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김 이사장은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에서 건강보험의 토대를 닦고 이를 출범시킨, 대한민국 건강보험의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보험과장, 사회보험국장, 의료보험국장을 거치며 현행 의료보험의 기반을 닦았다. 1977년 의료보험 실행 당시 보사부 보험과장으로 일하며 건강보험 도입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그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준비 중이던 1986년부터 1988년까지는 의료보험국장으로 일하며 건강보험제도 구축을 선두에서 지휘, 전국민 의료보험의 기반을 닦았다. 건강보험을 국내에 들여올 당시의 인물 중 아직도 현직의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김 이사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그는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가이다.
다만 지금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 자신의 ‘실적’을 허무는 일이다. 그 스스로 만든 건강보험의 뼈대를 뜯어고치려고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산파(産婆)’가 이제 위기에 빠진 건강보험의 ‘구원자’로 나선 셈이다.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들 때문에 현재 건강보험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털어놨다. “왜 나만 보험료를 많이 내느냐”, “실직했는데 집과 차가 있다고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부터 수명이 길어지는 것과 함께 늘어나는 만성질환의 증가, 보험료를 내는 사람의 감소(저출산) 등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런 요인들이 모두 건강보험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그는 “2011년 전체 인구의 11%에 해당하는 노인인구의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33%를 차지했으며 2020년에는 약 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현행대로라면 건강보험의 재정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도래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관성 없는 부과기준으로 건보공단은 동네북
공단이 1월 출범시킨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는 8개 연구단, 65명의 운영위원, 35명의 외부전문가 등 19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6개월간 총 95차례의 논의와 32차례의 실적보고회를 가진 뒤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동안 재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건강보험공단이 해야 할 방향은 크게 두 가지. 단순한 얘기지만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돈(재원)이 있어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보험료를 무작정 올릴 수도 없고 재정도 없이 혜택만 퍼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김 이사장은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최적화(最適化)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즉 수입 부문의 부과체계 개선과 지출 부문의 점진적인 보장성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쇄신안인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이하 쇄신안)이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현행 복잡한 보험료 부과방식을 일원화했다는 것이다.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기본은 1987년 만들어졌다. 이러저러한 변화는 있었지만 큰 틀은 35년 전과 같다. 직장인(직장보험)의 경우 연소득에 비례하고, 자영업자나 농어업 종사자, 무직자 등(지역보험)의 경우 부동산과 자동차 등 재산, 그리고 연령과 성(性)을 고려해 부과하는 것이다. 또 직장인은 부모 등 가족을 피부양자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고소득 또는 재산이 많은 노인이 자녀의 직장보험에 편입되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거나, 실거주용 집 한 채나 생활에 꼭 필요한 자동차 한 대를 소유한 경우 건강보험료가 크게 올라가는 등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더구나 자동차는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소득 있으면 건강보험료 내야 한다!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려면 소득과 재산 등에 대한 파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국민 건강보험을 준비하던 1987년 우리나라 정부의 소득파악률은 겨우 10%에 불과했어요. 또 지역에 따라 소득파악이 거의 되지 않는 지역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80% 이상 파악되지만요. 직장가입자는 소득파악이 쉬웠지만 지역가입자는 파악할 수 있는 소득이 거의 없었는데, 당시 아파트와 자동차는 사치품에 속했고 가격도 매우 높았습니다. 그래서 부과기준에 집과 차를 포함시킨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차를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필수품이 되다시피 했는데 이를 부과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은 사실 불합리합니다. 35년 전 기준을 지금도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죠.”
그는 2000년 직장건강보험과 지역건강보험의 조직과 재정이 하나로 통합됐지만 보험료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기준이 여전히 달라 상상을 초월하는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직 또는 은퇴 후 소득이 없거나 감소한 사람의 경우 집과 자동차가 있어서 보험료가 오히려 높아지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또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가입자와 다른 많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간 불형평성, 이를 이용해 위장취업을 하는 등 도덕적 해이 현상도 초래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공단이 접수한 민원 중 보험료와 관련된 민원이 82%에 달한다”며 “보험료 부과기준은 건강보험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 누구도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이후 전국 지사를 돌며 민원 현장을 살펴본 결과 이같은 보험료 관련 민원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공단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어 하루빨리 이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국민소득 중 과세기준 소득과 보험료 부과기준 소득을 연구했다. 전국민의 금융소득과 증여·상속 소득, 기타소득(강의료 등)이 수백조 원이 되는데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은 그중 10%도 되지 않았다. 국세청에서 과세하는 소득이라면 건강보험료도 그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잘 걷어야 건강보험 오래 간다!
“왜 어떤 소득은 보험료 부과기준이 되고 어떤 소득은 안되는지 민원인들이 큰 불만을 갖고 있어요.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의료혜택은 똑같이 받는다면 분명 불공평한 겁니다.”
그는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도 경력을 살려 각종 강의와 기고 등을 통해 건강보험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그러다가 주변인들로부터 “보험료 부과체계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불평등은 건강보험 재정문제뿐 아니라 대단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가져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우리나라가 현행 근로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유지할 경우 고용과 경제성장에 부정적 효과가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어요. 특히 제가 이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보니 이 문제의 심각성은 물론 국민들의 불만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부과체계 개선은 재정확보 외에도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에 대해 국민의 감정이 이토록 좋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보험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노인인구 급증 등으로 보험재정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보험재원의 근간인 보험료의 부과체계 일원화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는 한때 건강보험의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온 국민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형편이었다고 회고했다. “가입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 시스템이 쭉 지속되면서 내가 낸 만큼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죠. 건강보험이 온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텐데 신뢰는커녕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부가 국민의료를 책임지지 못하는 미국처럼 될 것이라는 괴담까지 돌곤 했으니 건강보험의 산파로서 걱정이 이만저만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부과체계의 형평성을 확보해 정상적으로 장기적인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마련한다면 불안감은 크게 줄어들고 건강보험 재정도 그만큼 튼튼해지겠죠. 제가 쇄신안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회복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보험료 더 늘지 않을까?
사실 일반국민은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본인의 보험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가 더 궁금할 터다. 아무리 건강보험이 탄탄하게 유지된다 한들 본인이 내는 보험료가 크게 높아진다면 체감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전체 가입자의 약 93%는 보험료가 인하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소득자료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전체 중 92.7% 세대는 보험료가 인하되고, 7.3% 세대는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직자, 노인, 농어민, 영세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 세대의 97.9%는 보험료가 내려가고, 직장가입자 중 근로소득만 있는 세대 89.7%도 보험료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험료가 올라가는 경우는 직장가입자 중 근로소득 외 소득이 많은 경우, 지역가입자 중 일정소득이 많은 경우입니다.”
또 그동안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던 피부양자 중 소득이 있는 190만 세대, 4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보유 세대는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결국 전체 세대의 80~90%는 보험료가 내려가고 10~20%는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현행 보험요율을 비상식적으로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가입자뿐 아니라 기업을 돕고 그로 인해 국가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
“물가가 날로 인상되기 때문에 보험요율을 아예 올리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고 요율이 점차 올라간다면 이를 함께 부담하는 기업주는 갈수록 더 큰 부담을 지게 됩니다. 기업이 과중한 사회보험료를 부담한다면 가격경쟁력도 잃게 됩니다. 미국 GM 등 세계적 기업들이 막대한 사회보험료 부담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위기를 맞지 않았습니까. 우리 건강보험 가입자가 유럽 선진국과 같이 10~15%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고용이나 기업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일원화는 너무나 절실하다고 봅니다.”
그는 쇄신안에는 현행 5.8%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2017년까지 6.11%까지 올리는 방안이 제시되었다며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숫자”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참고로 올해 9월부터 직장가입자의 보수외 종합소득이 연간 7200만원이 초과할 경우 추가로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는데, 이는 공단 쇄신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인 작년말에 건강보험법이 개정되어 이제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지난 8월 9일 발표한 쇄신위의 ‘소득중심의 보험료부과체계방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보장률 80%로 확대가 목표
건강보험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보장성이 확실하다면 국민들의 불만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보험료율은 올랐지만 보장률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가 연평균 12.9%나 증가했지만 보장률은 오르지 않았고, 2010년에는 전년(2009년)보다 1.3%포인트 낮아진 62.7%를 기록했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질병치료 서비스는 포괄적으로 급여가 돼야 함에도 법정비급여가 너무 많고 임의비급여는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러한 현행 보험구조의 모순으로 진료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5.6%에 달하는데, OECD 국가들은 20% 전후에 불과하다”며 “의약분업 이후 비싼 약 위주로 처방한 것도 약제비 상승의 원인”이라며 “약제비 일괄 인하라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지만, 약제비 문제는 제약업계와 의료인, 관계기관 등의 합의를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쇄신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보장성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과 OECD 국가들의 선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건강보험 목표 보장률을 2017년까지 80% 수준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설정했습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이 가장 필요한, 경제적 보호가 시급한 부분의 의료비부터 보장이 돼야 합니다그래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재난적 의료비 부담을 완화해 주고, 필수의료는 보장성을 대폭 확대할 예정입니다.”
보장률 확보의 전제조건은 재원확보다. 김 이사장은 5년간 보장성 확대를 위해 36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 이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단일화하고 부과소득 범위를 확대시키는 방법으로 5년간 약 23조3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고, 예방 및 건강검진 서비스 강화를 통해 8조5000억원을, 급여결정 체계개선 및 지출합리화를 통해 6조2000억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사증후군 건강위험요인 보유자 사후관리 및 나트륨 섭취량 감소사업 등으로 4조5265억원을, 고혈압 및 당뇨질환자에 대한 건강지원 서비스 실시로 3조9260억원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모두 쇄신위원회의 연구와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한 결과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보험적용 대상도 스스로 결정해야
김 이사장은 이번 쇄신안은 부과체계 개선과 보장성 확보 외에도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몇 가지 쇄신대책을 제시하면서, 특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 보험적용 대상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시스템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건강보험관리공단으로 이원화돼 있다. 즉 심평원이 보험적용 대상을 정하고 건보공단은 그 결정에 따라 돈을 내주게 되어 있다. 이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에 관련자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만든 장치인데, 이것이 오히려 건강보험 건전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그동안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행보를 계속해 왔는데, 이 같은 재정불안은 보험급여에 관한 의사결정을 보험자(건강보험)가 중심이 돼 책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험급여 결정은 국민의 요구와 부담능력, 보험재정 상황, 보험급여시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험자의 역할이 충실히 작동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급여결정은 외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뤄지고 공단은 재정책임만을 떠안는 구조입니다. 결정과 책임이 한곳에서 이뤄져야 책임있는 기관으로 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단순한 조직이기주의가 아닙니다. 급여여부 및 가격결정과 관련된 전문 평가위원을 보험자가 운영해 책임까지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렇게 되면 향후 5년간 6조원 이상의 재정절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보장성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요.”
“전국민 소득자료 대부분 파악”
한편, 김 이사장은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해 전국민의 진료내역과 건강검진내역으로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완료했다고 말했다.
“공단은 전국 178개 지사와 225개 운영센터, 1만3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전국적인 조직입니다. 또 개인의 소득과 진료기록, 검진기록 등 개인의 중요 정보를 국내 어느 기관보다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단의 자료 수는 1200억 건에 달합니다. 이 같은 인프라를 활용해 예방과 건강검진, 치료, 장기요양 등 전 생애에 걸친 ‘평생 맞춤형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려 합니다.”
DB의 양이 방대한 만큼 소득파악률도 높아 보험료 부과 역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소득파악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단의 소득파악률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공단은 국세청에서 조사하는 종합소득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소득 무자료 가입자는 극히 제한적으로 판단되고 있어요.”
공단은 국세청 등에서 종합과세되는 사업·이자·배당·연금·근로·기타소득 등 종합소득자료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체 2116만1000세대 중 79.9%인 1685만6000세대의 소득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개선안이 시행된다면 일용근로소득(549만명)과 양도·상속·증여소득(65만명) 및 퇴직소득, 4000만원 이하 이자배당소득의 자료까지 확보하게 돼 실제 소득 무자료 세대수는 극히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우리 건강보험 노하우 배우러 오는 외국 많아
김 이사장은 “매년 많은 국가에서 한국식 건강보험을 배우러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미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들 국가의 건강보험제도 구축을 위해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운영경험을 적극 전수키로 했다. 또 매년 건강보험 국제연수 과정을 마련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그의 설명이다. “시행 12년 만에 전국민 건강보험 시대를 연 것은 한국이 처음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우리와 유사한 건강보험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100년이 걸렸어요. 단기간에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접근성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은 매우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개인이 보장받는 급여지급률이 매우 높고, 둘째 계층간 재분배 효과 및 위험분산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죠. 우리 건강보험의 지급률은 190%가 넘는데, 이는 본인부담 기준으로 보험료 100원을 내고 190원 이상을 돌려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TO)와 OECD 등 세계적 기관들이 이런 점 때문에 우리 건강보험제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마냥 자랑만 할 형편은 아니라고 그는 털어놨다. 김 이사장은 “우리 건강보험이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내부적인 취약점도 있는 만큼 이것이 무조건 옳고 바람직한 것처럼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를 개선한다면 훨씬 나은 제도로 해외에 수출해 세계적인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 1977년 의료보험 실시,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 등으로 전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보장성도 점차 늘어났지만,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조3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내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과 국민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 저출산 현상과 노령화·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여부 등등 현안은 쌓여 갔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여러모로 어려웠던 2011년 11월 이사장에 취임한 김종대씨는 “35년 동안 바뀌지 않은 건강보험 시스템을 미래지향적으로 근본을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올해 1월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를 구성, 활동내용을 모아 지난 8월 5권짜리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을 내놓았다.
해결사를 자처한 건강보험의 ‘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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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본부를 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 직원 수가 1만3000여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다. |
다만 지금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 자신의 ‘실적’을 허무는 일이다. 그 스스로 만든 건강보험의 뼈대를 뜯어고치려고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산파(産婆)’가 이제 위기에 빠진 건강보험의 ‘구원자’로 나선 셈이다.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들 때문에 현재 건강보험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털어놨다. “왜 나만 보험료를 많이 내느냐”, “실직했는데 집과 차가 있다고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부터 수명이 길어지는 것과 함께 늘어나는 만성질환의 증가, 보험료를 내는 사람의 감소(저출산) 등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런 요인들이 모두 건강보험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그는 “2011년 전체 인구의 11%에 해당하는 노인인구의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33%를 차지했으며 2020년에는 약 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현행대로라면 건강보험의 재정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도래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관성 없는 부과기준으로 건보공단은 동네북
공단이 1월 출범시킨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는 8개 연구단, 65명의 운영위원, 35명의 외부전문가 등 19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6개월간 총 95차례의 논의와 32차례의 실적보고회를 가진 뒤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동안 재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건강보험공단이 해야 할 방향은 크게 두 가지. 단순한 얘기지만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돈(재원)이 있어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보험료를 무작정 올릴 수도 없고 재정도 없이 혜택만 퍼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김 이사장은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최적화(最適化)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즉 수입 부문의 부과체계 개선과 지출 부문의 점진적인 보장성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쇄신안인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이하 쇄신안)이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현행 복잡한 보험료 부과방식을 일원화했다는 것이다.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기본은 1987년 만들어졌다. 이러저러한 변화는 있었지만 큰 틀은 35년 전과 같다. 직장인(직장보험)의 경우 연소득에 비례하고, 자영업자나 농어업 종사자, 무직자 등(지역보험)의 경우 부동산과 자동차 등 재산, 그리고 연령과 성(性)을 고려해 부과하는 것이다. 또 직장인은 부모 등 가족을 피부양자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고소득 또는 재산이 많은 노인이 자녀의 직장보험에 편입되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거나, 실거주용 집 한 채나 생활에 꼭 필요한 자동차 한 대를 소유한 경우 건강보험료가 크게 올라가는 등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더구나 자동차는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소득 있으면 건강보험료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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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보험공단은 9월 6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의실에서 한국소비자연맹 등 12개 소비자단체 사무총장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건강보험 쇄신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위해 공단과 소비자단체가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려면 소득과 재산 등에 대한 파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국민 건강보험을 준비하던 1987년 우리나라 정부의 소득파악률은 겨우 10%에 불과했어요. 또 지역에 따라 소득파악이 거의 되지 않는 지역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80% 이상 파악되지만요. 직장가입자는 소득파악이 쉬웠지만 지역가입자는 파악할 수 있는 소득이 거의 없었는데, 당시 아파트와 자동차는 사치품에 속했고 가격도 매우 높았습니다. 그래서 부과기준에 집과 차를 포함시킨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가족구성원 모두가 차를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필수품이 되다시피 했는데 이를 부과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은 사실 불합리합니다. 35년 전 기준을 지금도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죠.”
그는 2000년 직장건강보험과 지역건강보험의 조직과 재정이 하나로 통합됐지만 보험료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기준이 여전히 달라 상상을 초월하는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직 또는 은퇴 후 소득이 없거나 감소한 사람의 경우 집과 자동차가 있어서 보험료가 오히려 높아지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또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가입자와 다른 많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간 불형평성, 이를 이용해 위장취업을 하는 등 도덕적 해이 현상도 초래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공단이 접수한 민원 중 보험료와 관련된 민원이 82%에 달한다”며 “보험료 부과기준은 건강보험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 누구도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이후 전국 지사를 돌며 민원 현장을 살펴본 결과 이같은 보험료 관련 민원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공단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어 하루빨리 이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국민소득 중 과세기준 소득과 보험료 부과기준 소득을 연구했다. 전국민의 금융소득과 증여·상속 소득, 기타소득(강의료 등)이 수백조 원이 되는데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은 그중 10%도 되지 않았다. 국세청에서 과세하는 소득이라면 건강보험료도 그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잘 걷어야 건강보험 오래 간다!
“왜 어떤 소득은 보험료 부과기준이 되고 어떤 소득은 안되는지 민원인들이 큰 불만을 갖고 있어요.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의료혜택은 똑같이 받는다면 분명 불공평한 겁니다.”
그는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도 경력을 살려 각종 강의와 기고 등을 통해 건강보험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그러다가 주변인들로부터 “보험료 부과체계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불평등은 건강보험 재정문제뿐 아니라 대단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가져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우리나라가 현행 근로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유지할 경우 고용과 경제성장에 부정적 효과가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어요. 특히 제가 이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보니 이 문제의 심각성은 물론 국민들의 불만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김 이사장은 부과체계 개선은 재정확보 외에도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에 대해 국민의 감정이 이토록 좋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보험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노인인구 급증 등으로 보험재정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보험재원의 근간인 보험료의 부과체계 일원화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는 한때 건강보험의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온 국민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형편이었다고 회고했다. “가입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 시스템이 쭉 지속되면서 내가 낸 만큼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죠. 건강보험이 온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텐데 신뢰는커녕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부가 국민의료를 책임지지 못하는 미국처럼 될 것이라는 괴담까지 돌곤 했으니 건강보험의 산파로서 걱정이 이만저만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부과체계의 형평성을 확보해 정상적으로 장기적인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마련한다면 불안감은 크게 줄어들고 건강보험 재정도 그만큼 튼튼해지겠죠. 제가 쇄신안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회복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보험료 더 늘지 않을까?
사실 일반국민은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본인의 보험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가 더 궁금할 터다. 아무리 건강보험이 탄탄하게 유지된다 한들 본인이 내는 보험료가 크게 높아진다면 체감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전체 가입자의 약 93%는 보험료가 인하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소득자료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전체 중 92.7% 세대는 보험료가 인하되고, 7.3% 세대는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직자, 노인, 농어민, 영세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 세대의 97.9%는 보험료가 내려가고, 직장가입자 중 근로소득만 있는 세대 89.7%도 보험료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험료가 올라가는 경우는 직장가입자 중 근로소득 외 소득이 많은 경우, 지역가입자 중 일정소득이 많은 경우입니다.”
또 그동안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던 피부양자 중 소득이 있는 190만 세대, 4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보유 세대는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결국 전체 세대의 80~90%는 보험료가 내려가고 10~20%는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현행 보험요율을 비상식적으로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가입자뿐 아니라 기업을 돕고 그로 인해 국가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
“물가가 날로 인상되기 때문에 보험요율을 아예 올리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고 요율이 점차 올라간다면 이를 함께 부담하는 기업주는 갈수록 더 큰 부담을 지게 됩니다. 기업이 과중한 사회보험료를 부담한다면 가격경쟁력도 잃게 됩니다. 미국 GM 등 세계적 기업들이 막대한 사회보험료 부담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위기를 맞지 않았습니까. 우리 건강보험 가입자가 유럽 선진국과 같이 10~15%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고용이나 기업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일원화는 너무나 절실하다고 봅니다.”
그는 쇄신안에는 현행 5.8%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2017년까지 6.11%까지 올리는 방안이 제시되었다며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숫자”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참고로 올해 9월부터 직장가입자의 보수외 종합소득이 연간 7200만원이 초과할 경우 추가로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는데, 이는 공단 쇄신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인 작년말에 건강보험법이 개정되어 이제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지난 8월 9일 발표한 쇄신위의 ‘소득중심의 보험료부과체계방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보장률 80%로 확대가 목표
건강보험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보장성이 확실하다면 국민들의 불만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보험료율은 올랐지만 보장률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가 연평균 12.9%나 증가했지만 보장률은 오르지 않았고, 2010년에는 전년(2009년)보다 1.3%포인트 낮아진 62.7%를 기록했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질병치료 서비스는 포괄적으로 급여가 돼야 함에도 법정비급여가 너무 많고 임의비급여는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러한 현행 보험구조의 모순으로 진료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5.6%에 달하는데, OECD 국가들은 20% 전후에 불과하다”며 “의약분업 이후 비싼 약 위주로 처방한 것도 약제비 상승의 원인”이라며 “약제비 일괄 인하라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지만, 약제비 문제는 제약업계와 의료인, 관계기관 등의 합의를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쇄신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보장성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과 OECD 국가들의 선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건강보험 목표 보장률을 2017년까지 80% 수준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설정했습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이 가장 필요한, 경제적 보호가 시급한 부분의 의료비부터 보장이 돼야 합니다그래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재난적 의료비 부담을 완화해 주고, 필수의료는 보장성을 대폭 확대할 예정입니다.”
보장률 확보의 전제조건은 재원확보다. 김 이사장은 5년간 보장성 확대를 위해 36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 이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단일화하고 부과소득 범위를 확대시키는 방법으로 5년간 약 23조3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고, 예방 및 건강검진 서비스 강화를 통해 8조5000억원을, 급여결정 체계개선 및 지출합리화를 통해 6조2000억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사증후군 건강위험요인 보유자 사후관리 및 나트륨 섭취량 감소사업 등으로 4조5265억원을, 고혈압 및 당뇨질환자에 대한 건강지원 서비스 실시로 3조9260억원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모두 쇄신위원회의 연구와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한 결과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보험적용 대상도 스스로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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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이사장은 지난 9월 6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후원한 ‘2012 바른 기업인 대상’ 시상식에서 소통경영대상을 수상했다. 김 이사장은 SNS를 통해 전국민과 실시간으로 건강보험제도 관련 사항을 공유하고 소통해 왔다. |
“건강보험 재정이 그동안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행보를 계속해 왔는데, 이 같은 재정불안은 보험급여에 관한 의사결정을 보험자(건강보험)가 중심이 돼 책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험급여 결정은 국민의 요구와 부담능력, 보험재정 상황, 보험급여시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험자의 역할이 충실히 작동돼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급여결정은 외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뤄지고 공단은 재정책임만을 떠안는 구조입니다. 결정과 책임이 한곳에서 이뤄져야 책임있는 기관으로 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단순한 조직이기주의가 아닙니다. 급여여부 및 가격결정과 관련된 전문 평가위원을 보험자가 운영해 책임까지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렇게 되면 향후 5년간 6조원 이상의 재정절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보장성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요.”
“전국민 소득자료 대부분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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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을 지지하는 미국 시민들이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이 법의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직후 환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감명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
“공단은 전국 178개 지사와 225개 운영센터, 1만3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전국적인 조직입니다. 또 개인의 소득과 진료기록, 검진기록 등 개인의 중요 정보를 국내 어느 기관보다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단의 자료 수는 1200억 건에 달합니다. 이 같은 인프라를 활용해 예방과 건강검진, 치료, 장기요양 등 전 생애에 걸친 ‘평생 맞춤형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려 합니다.”
DB의 양이 방대한 만큼 소득파악률도 높아 보험료 부과 역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소득파악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단의 소득파악률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공단은 국세청에서 조사하는 종합소득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소득 무자료 가입자는 극히 제한적으로 판단되고 있어요.”
공단은 국세청 등에서 종합과세되는 사업·이자·배당·연금·근로·기타소득 등 종합소득자료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체 2116만1000세대 중 79.9%인 1685만6000세대의 소득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개선안이 시행된다면 일용근로소득(549만명)과 양도·상속·증여소득(65만명) 및 퇴직소득, 4000만원 이하 이자배당소득의 자료까지 확보하게 돼 실제 소득 무자료 세대수는 극히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우리 건강보험 노하우 배우러 오는 외국 많아
김 이사장은 “매년 많은 국가에서 한국식 건강보험을 배우러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미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들 국가의 건강보험제도 구축을 위해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운영경험을 적극 전수키로 했다. 또 매년 건강보험 국제연수 과정을 마련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그의 설명이다. “시행 12년 만에 전국민 건강보험 시대를 연 것은 한국이 처음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우리와 유사한 건강보험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100년이 걸렸어요. 단기간에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접근성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은 매우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개인이 보장받는 급여지급률이 매우 높고, 둘째 계층간 재분배 효과 및 위험분산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죠. 우리 건강보험의 지급률은 190%가 넘는데, 이는 본인부담 기준으로 보험료 100원을 내고 190원 이상을 돌려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TO)와 OECD 등 세계적 기관들이 이런 점 때문에 우리 건강보험제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마냥 자랑만 할 형편은 아니라고 그는 털어놨다. 김 이사장은 “우리 건강보험이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내부적인 취약점도 있는 만큼 이것이 무조건 옳고 바람직한 것처럼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를 개선한다면 훨씬 나은 제도로 해외에 수출해 세계적인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