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적인 연습이나 문제풀이로는 ‘창의적 사고’ 얻을 수 없어
⊙ ‘우산 건조 살균 시스템’으로 특허 획득
李弘配
⊙ 52세. 충남대 졸업. 건국대 교육학 석사, 가천대 박사과정 재학 중. 서울 초중등 영재지도교사
직무연수 전문강사 역임. 現 서울 잠신중 과학교사.
⊙ 교육과학기술부 인증 ‘신지식인’(2007), 영재교육기관 우수학교 표창 및 우수교사상(2009),
발명 장학생 최다 배출 교사상(2010), 창조과학 인재양성 우수교사상(2010).
⊙ ‘우산 건조 살균 시스템’으로 특허 획득
李弘配
⊙ 52세. 충남대 졸업. 건국대 교육학 석사, 가천대 박사과정 재학 중. 서울 초중등 영재지도교사
직무연수 전문강사 역임. 現 서울 잠신중 과학교사.
⊙ 교육과학기술부 인증 ‘신지식인’(2007), 영재교육기관 우수학교 표창 및 우수교사상(2009),
발명 장학생 최다 배출 교사상(2010), 창조과학 인재양성 우수교사상(2010).
과학자나 발명가의 창의력은 만들어지는 것일까, 부모에게 받은 고정불변의 능력이 저절로 발현되는 것일까.
‘인위적인 훈련이나 환경 제공에 의한 단기적인 지능(知能) 증가는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심리학자 아이젠크)는 비관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잠재력과 장기를 타고난 것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래서 좋은 스승을 만나 ‘나’를 찾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서울 잠신중 과학교사인 이홍배(李弘配)씨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OM)대회에 자신이 지도한 제자들을 내보내 최우수상, 금상, 동상 등을 받게 하였다. 2010년에는 ‘발명 장학생 최다 배출 교사상’을 받았고, 그해 제자 4명을 과학고에 추천해 합격시킨 일도 있다.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신지식인’ 인증을, 2006년에는 과학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받았다.
이홍배 교사의 손을 거친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한다. 영재성을 갖춘 학생이냐 아니냐는 큰 변수가 아니다. 아직 설익었거나 꺼내지 못했던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면 된다.
“몸이 아닌 머리를 쓰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이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열린 사고’는 지능이나 학업성적과는 거리가 있다. 심리 측정학자에 따르면, 시험을 잘 치는 과제 해결력과 창의성, 혹은 ‘발산적 사고’(정답이 없는 문제에 다양한 해결책을 생성해 내는 사고)는 보통 정도의 상관관계만 있다고 말한다.
“정답은 독서입니다. 창의력은 독서에서 오는 것이지, 반복적인 연습이나 문제풀이에서 획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맹점 중 하나는 계속된 문제풀이로 문제적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은 수학교육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학과성적이 올라가겠지만, 창의적 사고까지 보장하지 않아요.”
문제 잘 푸는 영재는 가짜?
요즘 학부모는 영재교육원에 보내기 위해 코흘리개 때부터 사교육에 빠져든다. 영재교육원이 과학고 입학의 지름길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한 사교육은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먼 미래를 봤을 때 오히려 자생력을 떨어지게 합니다. 문제 푸는 테크닉이 아이 발전에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창의력은 죽이게 됩니다. 제가 영재교육원 출제위원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매번 학부모에게 듣는 질문이 ‘대비 문제집은 없나요?’였습니다. 저도 문제집을 낼까 고민을 했지만 그렇게 되면 참다운 영재 선발이 어렵다고 생각해 접었지요. 문제풀이를 열심히 해온 영재는 ‘가짜 영재’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학생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끌어내나요?
“사물을 볼 때 의문점을 갖게 합니다. 그러니까 ‘민감성’을 갖게 하지요. 그냥 지나치는 보통의 현상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갖게 한다고 할까요? 그런 다음, 현상이나 사물을 다른 생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각하게 하고 그중 독창적 사고를 끄집어내 가르칩니다. 그리고 선택할 기회를 주고 또 책임지게 합니다.”
잠재력(자신만의 영재성)을 끌어내기 위해선 기본 교육과정에 ‘깊이(depth)’를 더하는 차별화 과정도 필요하다. ‘깊이 교육’은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으로, ‘잘 알려진’ 것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접근해 가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물을 예민하게 바라보게 되면 어린 학생들이 쉽게 지치지 않을까요.
“새로운 것을 익힐 때는 긴장감을 풀어줘야 합니다. 사실 새로운 것을 익히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영재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세칭 ‘대치동’을 사수하는 부모의 경우, 아이들이 긴장을 풀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창의성은 어떻게 해서 생기나요?
“창의성은 하늘에서 벼락 치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평소 책을 많이 읽어둬야 하는데, 기존 요소들로부터 어느 순간 튀어나오죠. 내 안에 가진 것이 없으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많이 읽고 생각하다가 독창적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어떤 교육법이 도움될까요.
“글과 그림, 수학과 음악, 독서와 체육을 동시에 배우게 하면 어떨까요? 최근 많이 회자하는 스팀(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교육, 융합교육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교과 간의 통합적인 접근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수학, 과학 분야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것을 끼워 넣을 기회를 안 주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판타지 소설과 전공 서적의 독후감을 동시에 제출하도록 과제를 주곤 했어요. 학생들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했는데, 학생들의 독후감을 검토한 후 판타지 소설 작가와의 만남도 주선한 일이 있어요. 그 덕분인지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영재 창의적 산출물대회’에서 3년 연속 1위를 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독서의 힘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높은 수준의 이해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속진(速進·acceleration)’의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사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대수나 미적분을 배울 준비가 이미 된 학생의 경우 상급학년에 들어가 공부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속진 커리큘럼의 내용이 빈약하거나, 하나의 정답을 재빨리 찾아낼 수 있는 기술연마 위주여선 곤란하다는 점이다.
“영재교육을 가장한 사설학원들이 ‘속진’ 개념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호도하는 경우도 있어요. 영재교육에서 아예 속진의 개념을 빼라는 것은 아니지만, 영재교육이 속진의 개념에서 이뤄진다면 시간을 허비하고 말 것입니다. 이스라엘 예술과학고 로니 에레즈 교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목표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교직 27년 경력의 이홍배 교사는 공고를 나와 충남대 공업교육대 화학공업교육과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 과학자가 꿈이었던 그는 실험연구를 너무 하고 싶어 화학공업을 전공으로 택했다고 한다. 현재 가천대 박사과정(영재교육 전공)에 재학 중이다. 그는 I.Q를 묻는 말에 “보통 정도”라며 “하루 4~5시간 정도 잔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 외에도 정식 ‘발명가’,‘신지식인’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교사들이 출전하는 ‘전국과학전람회’에 도전, 특상과 우수상을 탔으며 지난 2010년에는 ‘우산 건조 살균시스템’으로 특허등록까지 마친 발명가다. 탈수기 원리를 이용한 ‘우산 건조 살균시스템’은 비나 눈에 젖은 우산을 금방 말리는 기기(機器)다. 아직 시제품조차 못 만들었으나, 주위에선 ‘대박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비(눈)가 오는 날,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비닐 주머니를 씌우잖아요. 일회용 비닐이 수북이 담긴 쓰레기통을 볼 때마다 환경문제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버린 일회용 비닐에다 우산을 넣곤 했는데 학창시절, 원심분리기로 실험하던 때가 떠올랐어요. 순간 회전력으로 젖은 우산을 탈수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이 교사의 생각은 LED를 통한 살균(殺菌) 건조, 태양열을 이용한 축전(蓄電)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태양광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집광판(集光板)을 설치하면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어요. 또 LED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쏘아 살균까지 하면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닌가요? 문제는 2~3초 안에 젖은 우산을 말리는 기술입니다. 또 우산을 말리다 ‘우산살’을 부러뜨려서도 안 되죠.”
이 교사는 “발명은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를 예로 들었다.
“히브리대는 서울대의 1/3 규모라고 합니다. 그런데 연간 특허수익료가 1조2000억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스라엘의 창조정신이 어떻게 해서 나오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저는 ‘발명가 육성 프로그램’을 고안 중인데, 많은 학생이 발명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과학고’가 있듯이 ‘발명고’를 만들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지닌 ‘학생기업가’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꿈입니다.
“발명고 설립해 학생 기업가 배출이 꿈”
그렇게 되면 대학들도 ‘학생 발명가’에게 문호를 더 넓힐 테고 기업들도 그런 학생을 선호하겠지요. 취업 준비하느라, 자격증 따느라 시간 허비하지 않으니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고요. 또 은퇴자나 주부, 여성들을 위한 발명교육에도 관심이 있어요. 산업이나 가정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발명과 연결지으면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어요.”
이 교사는 과학적 창의력을 갖춘 학생들을 가르칠 때 ‘리더십’을 강조한다. 영재들에게 리더십은 지식교육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재들은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있고, 또 부모들이 헌신적으로 대합니다. 자신이 받은 혜택을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잘못을 해도 ‘쟤는 영재니까’하고 넘어갑니다. 받기만 하고 베풀 줄 몰라요. 청소를 시키면 ‘왜 제가 해야 하느냐’고 되레 반문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신이 받은 사랑을 국가나 사회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지식만 쌓으면 비뚤어진 영재가 될 수도 있어요. 자신과 국가에 도움을 주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선 리더십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위적인 훈련이나 환경 제공에 의한 단기적인 지능(知能) 증가는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심리학자 아이젠크)는 비관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잠재력과 장기를 타고난 것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래서 좋은 스승을 만나 ‘나’를 찾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서울 잠신중 과학교사인 이홍배(李弘配)씨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OM)대회에 자신이 지도한 제자들을 내보내 최우수상, 금상, 동상 등을 받게 하였다. 2010년에는 ‘발명 장학생 최다 배출 교사상’을 받았고, 그해 제자 4명을 과학고에 추천해 합격시킨 일도 있다.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신지식인’ 인증을, 2006년에는 과학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받았다.
이홍배 교사의 손을 거친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한다. 영재성을 갖춘 학생이냐 아니냐는 큰 변수가 아니다. 아직 설익었거나 꺼내지 못했던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면 된다.
“몸이 아닌 머리를 쓰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이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열린 사고’는 지능이나 학업성적과는 거리가 있다. 심리 측정학자에 따르면, 시험을 잘 치는 과제 해결력과 창의성, 혹은 ‘발산적 사고’(정답이 없는 문제에 다양한 해결책을 생성해 내는 사고)는 보통 정도의 상관관계만 있다고 말한다.
“정답은 독서입니다. 창의력은 독서에서 오는 것이지, 반복적인 연습이나 문제풀이에서 획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맹점 중 하나는 계속된 문제풀이로 문제적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은 수학교육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학과성적이 올라가겠지만, 창의적 사고까지 보장하지 않아요.”
문제 잘 푸는 영재는 가짜?
 |
| 이홍배 교사가 ‘세계 창의력 올림피아드’ 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제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영재교육원 입학을 위한 사교육은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먼 미래를 봤을 때 오히려 자생력을 떨어지게 합니다. 문제 푸는 테크닉이 아이 발전에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창의력은 죽이게 됩니다. 제가 영재교육원 출제위원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매번 학부모에게 듣는 질문이 ‘대비 문제집은 없나요?’였습니다. 저도 문제집을 낼까 고민을 했지만 그렇게 되면 참다운 영재 선발이 어렵다고 생각해 접었지요. 문제풀이를 열심히 해온 영재는 ‘가짜 영재’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학생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끌어내나요?
“사물을 볼 때 의문점을 갖게 합니다. 그러니까 ‘민감성’을 갖게 하지요. 그냥 지나치는 보통의 현상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갖게 한다고 할까요? 그런 다음, 현상이나 사물을 다른 생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각하게 하고 그중 독창적 사고를 끄집어내 가르칩니다. 그리고 선택할 기회를 주고 또 책임지게 합니다.”
잠재력(자신만의 영재성)을 끌어내기 위해선 기본 교육과정에 ‘깊이(depth)’를 더하는 차별화 과정도 필요하다. ‘깊이 교육’은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으로, ‘잘 알려진’ 것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접근해 가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물을 예민하게 바라보게 되면 어린 학생들이 쉽게 지치지 않을까요.
“새로운 것을 익힐 때는 긴장감을 풀어줘야 합니다. 사실 새로운 것을 익히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영재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세칭 ‘대치동’을 사수하는 부모의 경우, 아이들이 긴장을 풀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창의성은 어떻게 해서 생기나요?
“창의성은 하늘에서 벼락 치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평소 책을 많이 읽어둬야 하는데, 기존 요소들로부터 어느 순간 튀어나오죠. 내 안에 가진 것이 없으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많이 읽고 생각하다가 독창적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어떤 교육법이 도움될까요.
“글과 그림, 수학과 음악, 독서와 체육을 동시에 배우게 하면 어떨까요? 최근 많이 회자하는 스팀(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교육, 융합교육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교과 간의 통합적인 접근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수학, 과학 분야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것을 끼워 넣을 기회를 안 주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판타지 소설과 전공 서적의 독후감을 동시에 제출하도록 과제를 주곤 했어요. 학생들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했는데, 학생들의 독후감을 검토한 후 판타지 소설 작가와의 만남도 주선한 일이 있어요. 그 덕분인지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영재 창의적 산출물대회’에서 3년 연속 1위를 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독서의 힘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높은 수준의 이해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속진(速進·acceleration)’의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사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대수나 미적분을 배울 준비가 이미 된 학생의 경우 상급학년에 들어가 공부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속진 커리큘럼의 내용이 빈약하거나, 하나의 정답을 재빨리 찾아낼 수 있는 기술연마 위주여선 곤란하다는 점이다.
“영재교육을 가장한 사설학원들이 ‘속진’ 개념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호도하는 경우도 있어요. 영재교육에서 아예 속진의 개념을 빼라는 것은 아니지만, 영재교육이 속진의 개념에서 이뤄진다면 시간을 허비하고 말 것입니다. 이스라엘 예술과학고 로니 에레즈 교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목표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 ‘영재로 키우는 부모의 행동 7가지’ (이홍배 정리) 1. ‘배움은 꿀처럼 달콤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2. 몸이 아닌 머리를 쓰도록 가르친다. 3. 물고기를 주기보다 낚는 방법을 가르친다. 4.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5. 놀이도 학습도 함께한다. 6. 체벌 대신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7. 밤마다 책을 읽어준다. |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
| 이홍배 교사가 특허등록한 ‘우산건조살균시스템’ 그림. |
그는 교사 외에도 정식 ‘발명가’,‘신지식인’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교사들이 출전하는 ‘전국과학전람회’에 도전, 특상과 우수상을 탔으며 지난 2010년에는 ‘우산 건조 살균시스템’으로 특허등록까지 마친 발명가다. 탈수기 원리를 이용한 ‘우산 건조 살균시스템’은 비나 눈에 젖은 우산을 금방 말리는 기기(機器)다. 아직 시제품조차 못 만들었으나, 주위에선 ‘대박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비(눈)가 오는 날,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비닐 주머니를 씌우잖아요. 일회용 비닐이 수북이 담긴 쓰레기통을 볼 때마다 환경문제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버린 일회용 비닐에다 우산을 넣곤 했는데 학창시절, 원심분리기로 실험하던 때가 떠올랐어요. 순간 회전력으로 젖은 우산을 탈수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이 교사의 생각은 LED를 통한 살균(殺菌) 건조, 태양열을 이용한 축전(蓄電)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태양광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집광판(集光板)을 설치하면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어요. 또 LED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쏘아 살균까지 하면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닌가요? 문제는 2~3초 안에 젖은 우산을 말리는 기술입니다. 또 우산을 말리다 ‘우산살’을 부러뜨려서도 안 되죠.”
이 교사는 “발명은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를 예로 들었다.
“히브리대는 서울대의 1/3 규모라고 합니다. 그런데 연간 특허수익료가 1조2000억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스라엘의 창조정신이 어떻게 해서 나오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저는 ‘발명가 육성 프로그램’을 고안 중인데, 많은 학생이 발명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과학고’가 있듯이 ‘발명고’를 만들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지닌 ‘학생기업가’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꿈입니다.
| 이홍배 교사가 추천하는 과학도서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정재승 著, 동아시아 刊) 《생각의 탄생》(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에코의서재) 《천재들의 음악 노트》(이미배·신영예, 향연)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이충환 외, 동아사이언스) 《멋진 세상을 만든 수학》(이광연, 문학동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폴 데이비스 지음, 승산) 《미술관에 간 화학자》(전창림, 랜덤하우스) 《생명의 화학, 삶의 화학》(김희준, 자유아카데미) 《알고 보면 너무나 오묘한 원자의 세계》(요네야마 마사노부, 이지북) 《과학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과학 질문 사전》(과학교사모임, 북멘토)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정완상 외, 자음과 모음) 《교과서 속에 숨겨진 과학의 마술》(하광렬 외, 교학사) 《과학 선생님 독일 가다》(이봉우 외, 푸른숲) 《과학 선생님 프랑스 가다》(이봉우 외, 푸른숲)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이명옥 외, 시공사)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슬레이터, 에코의서재) 《확률의 함정》(데보라 J. 베넷, 영림카디널) 《암호의 해석》(루돌프 키펜한, 코리아하우스) 《물리로 이루어진 세상》(장미셸 코르티 외, 에코리브르)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메데페셀헤르만 외, 에코리브르)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정재승, 어크로스)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야무챠, Gbrain) 《오류와 우연의 과학사》(페터 크뢰닝, 이마고) |
“발명고 설립해 학생 기업가 배출이 꿈”
그렇게 되면 대학들도 ‘학생 발명가’에게 문호를 더 넓힐 테고 기업들도 그런 학생을 선호하겠지요. 취업 준비하느라, 자격증 따느라 시간 허비하지 않으니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고요. 또 은퇴자나 주부, 여성들을 위한 발명교육에도 관심이 있어요. 산업이나 가정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발명과 연결지으면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어요.”
이 교사는 과학적 창의력을 갖춘 학생들을 가르칠 때 ‘리더십’을 강조한다. 영재들에게 리더십은 지식교육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재들은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있고, 또 부모들이 헌신적으로 대합니다. 자신이 받은 혜택을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잘못을 해도 ‘쟤는 영재니까’하고 넘어갑니다. 받기만 하고 베풀 줄 몰라요. 청소를 시키면 ‘왜 제가 해야 하느냐’고 되레 반문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신이 받은 사랑을 국가나 사회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지식만 쌓으면 비뚤어진 영재가 될 수도 있어요. 자신과 국가에 도움을 주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선 리더십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