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시대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끝날 수도 있다. 다음 대선 때까지 내 역할이 남아 있을지의 여부는 李明博 정부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 “6ㆍ2 지방선거 결과 나의 운신의 폭,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청와대를 쇄신할 생각”
⊙ “지역 주민들로부터 ‘출마 촉구서’ 받아보긴 처음”
李在五
⊙ 1945년 출생.
⊙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중앙대 명예정치학 박사.
⊙ 장훈·대성·송곡여고 교사, 민주수호청년협의회장, 15·16·17대 국회의원, 6·3 동지회장,
한나라당 사무총장·원내대표·최고위원.
⊙ “6ㆍ2 지방선거 결과 나의 운신의 폭,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청와대를 쇄신할 생각”
⊙ “지역 주민들로부터 ‘출마 촉구서’ 받아보긴 처음”
李在五
⊙ 1945년 출생.
⊙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중앙대 명예정치학 박사.
⊙ 장훈·대성·송곡여고 교사, 민주수호청년협의회장, 15·16·17대 국회의원, 6·3 동지회장,
한나라당 사무총장·원내대표·최고위원.
이재오(李在五) 국민권익위원장이 또다시 ‘중대한 선택’을 앞에 두고 있다. 이 위원장이 현직에 임명된 것은 작년 10월 1일이다. 취임 8개월여 만에 ‘정치의 변방’에 머물고 있던 이 위원장의 이름이 7월 재보선을 앞두고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 이 위원장이 재보선에서 배지를 달고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가 대표가 돼 한나라당을 책임 있게 끌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이미 7월 전대(全大) 출마를 공식 부인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재보선 출마냐 아니냐다.
이재오의 정치역정에서 이번 재보선은 피해갈 수 없는 승부처다. 서울 은평을은 6·2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초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불과 두 달도 안돼 치르는 선거인데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이 위원장의 참모들은 “만약 출마한다면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실정이다.
재보선에서 정치인으로 재기(再起)에 성공한다면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와 친박(親朴)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난번 총선에 이어 또다시 패배한다면 정치 낭인이 돼 ‘쓸개를 씹고 장작더미 위에 누워야’ 할 판이다.
트위터 팔로워 2714명
지난 6월 13일 은평구에 있는 이 위원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건강한 얼굴이었다. 요즘 이 위원장은 트위터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한국과 그리스전이 벌어지던 날 트위터를 통해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응원을 한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 이틀 전에는 월드컵 응원 연습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그의 트위터 팔로워가 2714명이나 된다.
“국민권익위원장에 취임하고는 너무 바빠서 트위터 활동을 중단했는데, 요즘 조직이 안정기에 들어가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요. 주로 지방 출장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을 올립니다.”
요즘 새로운 건배 구호 중에 ‘통통통’이란 게 유행하고 있다. 통통통이란 만사형통, 운수대통, 의사소통의 마지막 글자를 딴 것인데, 이 위원장도 트위터를 애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일까.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벌써 8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느 정도 국민고충을 해결했다고 자평하십니까.
“국민고충을 문서에 의존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가서 애로사항을 챙기는구나 하고 국민이 생각하게 됐다고 봅니다. 또 공직자에게도 청렴 의무를 각인시켰다고 봐요.”
그는 취임 후 고위 공직자 1만736명에게 청렴 교육을 실시했다. 고위공무원단과 공공기관장 및 공직 유관단체 임원들도 대상이었다. 그는 “반부패ㆍ청렴은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마지막 깔딱고개”라고 했다.
“공직자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현장을 기피합니다. 현장에 가면 답이 나오는데, 책상머리에 앉아 민원서류를 붙들고 있으면 답이 나오나요? 제도와 법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있어도 안 쓰니 녹이 슬어버리는 것이지요. 그 틀을 깨고 싶었어요.”
하루 평균 2.5곳의 현장 방문
그는 “1일 1현장 방문 계획을 세워 취임 후 414곳의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이내희(李來熙) 국민권익위 대변인은 “하루 평균 2.5곳의 현장을 방문한 셈”이라고 말했다. 총 근무일수 167일 중 현장방문 일수는 150일. 국회 출석(3일)이나 정부행사(9일), 해외출장(5일) 빼고는 거의 매일 현장을 찾은 것이다.
―권익위가 올 한해를 ‘청렴한(韓) 세상 만들기’ 원년으로 선포했던데요.
“‘이동신문고’를 만들어 전국을 누볐어요. 권익위 공무원들에게 필요하다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찾아가되 차 한 잔도 얻어먹지 말고, 라면도 얻어먹지 말고, 차도 얻어 타지 말고, 친절하게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21개 시군(市郡)을 찾아 국민고충을 듣고 총 1251건의 민원을 상담ㆍ해결했어요. 33건은 현재 추진 중입니다. 공직자 청렴도를 연말쯤 조사하면 (청렴도가) 높아질 겁니다. 행동강령을 점검, 꾸준히 해나가니까 공직자들도 ‘이행점검을 수시로 하는구나’하고 조심하게 됐어요.”
―단체장 비리를 막을 근본적인 개선책은 없습니까.
“행정구역을 개편해야 합니다. 광역단체장만 뽑고 기초단체는 행정단위화하면 됩니다. 2만~3만명을 단위로 자치권을 두는 게 아니라 인근 시군을 합쳐 80만명 내지 100만명 규모의 광역시를 만들어 광역의회에서 기초단체장을 행정단위로 인준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광역의회가 통괄하니까 기초 단위의 단체장들이 비리에 노출될 확률이 줄어들겠죠. 이런 식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려 했는데 여야의 견해가 엇갈려 못하게 된 것 아닙니까.”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6ㆍ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패배가 이 위원장을 현실정치로 다시 부르는 형국이 돼 버렸습니다.
“오히려 제 운신의 폭,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봅니다.”
―향후 정치적 거취를 주변과 상의한 적이 있나요?
“아직은 뭐…. 아직도 가봐야 할 민생현장이 많고 해결해야 할 고충이 많아서….”
―인터뷰하러 오다 보니 은평구 곳곳에 예비후보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더군요.
“(제 사무실로 오는) 이 도로가 은평구의 중심이니까 많이 붙어 있는 모양이에요.”
―은평구에 관심이 쏠리고 출마자들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요. 이 위원장이 만만하게 보이진 않을 텐데요.
“제가 (출마) 안 할 줄 알고 그런 것 아닐까요?”
―이 위원장이 출마 안 하면 안 되는 방향으로 정국이 흐르고 있습니다.
“제가 먹고 노는 사람도 아니고, 출마 안 하면 안 하는 거지.”
―얼마 전 이 위원장은 측근 진수희(陳壽姬) 의원을 통해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잖습니까.
“제가 공무원 신분인데 당대표로 출마하려면 공무원을 빨리 그만둬야 하잖아요. 게다가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졌는데, 남들 보기에 대통령 측근이란 사람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출마한다고 나서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방선거 패배로 한나라당 전열이 흐트러져 책임 있게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전합니다.
“그런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당의 일은 당에 맡겨야지 공무원 신분인 제가 나설 입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인 2008년 5월 26일 송별연에서 “한나라당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성공하는 정부로 만들어 달라. 우리가 세운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면 나는 5년 동안, 그 이후에라도 한국에 못 돌아와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0개월 만에 귀국했습니다.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해 ‘부득이’ 귀국한 것입니까.
“제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쇠고기 파동에다 촛불시위까지 이어져 정부 여당이 정국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어요. 한나라당 내 지도력이 무너지면서 국민으로부터 집권당으로서 제 역할 못하는 국면이 됐습니다. 제가 미국으로 떠나면 모든 것이 다 화합해서 친박이고 친이고 잘될 줄 알았는데 현실적으로 잘 안됐어요. 정권 창출에 참여했던 제가 욕 안 먹겠다고 외국에 오래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후배들이 빨리 들어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벌어져 할 수 없이 귀국하게 됐습니다. 사실 2년 정도는 밖에 나가 살 결심을 했었어요.”
“민주당 잘해서 표 준 것 아니다”
―6ㆍ2 지방선거 결과 지방권력이 야당에 넘어갔는데, 이번 선거의 의미는 뭐라고 보십니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지 말고 정치를 정말 잘하라는 뜻 아니겠어요? 국민이 먹고살기 어렵다, 서민들이 이러다간 다 죽겠다, 세계 15대 경제대국이라고 하는데 경제지표와는 달리 우리는 배고프다, 제발 정치 좀 잘해서 우리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다오 이런 뜻 아닙니까.
그럼 민주당이 잘해서 그쪽에 표를 줬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당이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4년 전 지방선거를 싹쓸이할 때도 우리가 잘해서 표를 많이 얻은 게 아닙니다.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에 대한 견제 내지 비판에서 우리에게 표를 몰아 준 것이지요. 지금도 그런 것 아니겠어요? 여든 야든 잘하라는 것이고, 이번에는 민주당에 표를 줬지만 언제든지 다시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니 정신 차려서 잘해야지요.”
―대통령의 ‘친(親)서민정책’이 이번 선거에서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친서민정책’을 집행할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말만 내세우지 말고 현장에 가서 확인하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실업자가 많다는데 정말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자가 많은지, 아니면 일자리는 있는데 다른 문제 때문에 지원을 안 해서 그런지 따져봐야 합니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필요한 일자리가 몇 개인데 실업자는 몇 명이라면, 왜 실업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업 안 하는지 현장에 가보면 답이 보입니다.
시골 농공(農工)단지 공단에 가보세요. 사람이 없어 기계를 못 돌립니다. 외국인들도 그런 곳에 갈 생각을 안 해요. 월급이 적어서가 아닙니다. 안산공단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한 사람 월급이 170만원입니다. 여기에 기숙사 제공해야 하고, 식사도 줘야 하고, 출근도 시켜줘야 합니다. 한 달에 공장 직원 한 사람에게 최하 250만원은 든다고 합니다. 제 아들이 올해 취직해서 알게 됐는데, 대기업 사원 초임이 157만원 정도입니다. 대기업 직원 봉급이나 중소기업 봉급 차이가 별로 없어요. 물론 대기업은 보너스가 많겠지만. 이런 것을 정부가 분석해야 합니다. 나라 전체에 부족한 일자리와 남아돌아 가는 인력을 상쇄시킬 수 있는 안을 마련해야지, 덮어놓고 젊은 대학생들 일자리 없다고 일자리를 창출하라니 앞뒤가 맞질 않아요. 이런 부조화를 막을 정책을 내놔야 합니다.”
“당 지도부 지도력이 문제”
―선거결과만 놓고 볼 때, 청와대 쇄신론도 나왔지만 이 대통령이 정치권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그것보다는 당 지도부의 지도력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집권당으로서 여당이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면 어차피 반대파는 신뢰 안 한다 쳐도, 지지하는 쪽에서는 지지를 보낼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지지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강력하고 명쾌한 지도력을 행사했다면 당이 고비마다 흔들리지는 않았겠죠.
당이 흔들리는 모든 원인이 청와대에 있다고 화살을 돌리는 것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국민이 더욱 당을 무기력하게 보고, 청와대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여권 전체 운영에 난맥상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겁니다.”
―국민이 보기에 당내 친이(親李), 친박(親朴)의 갈등을 곱지 않게 보는 것 같습니다.
“정당은 노선에 따라 계파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노선에 따라 계파가 나뉘는 게 아니라 인물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노선에 따라 갈라지면 토론을 통해 이 노선이 옳으냐 그르냐를 결정할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노선이 갈리니…, 세월이 약이지요.”
美 매케인의 승복 보고 눈물
―지금까지 친이와 친박이 물과 기름 같은 입장이니, 서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제가 미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어요. 취임식 날,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매케인이 ‘오늘 이 시간부터 나의 대통령은 오바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소리 들으니 눈물이 나더라고. 아, 저런 것이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대선에서 패한 그날부터 신발끈 다시 묶고 5년간 대선 운동에 들어가잖아요. 야당은 무조건 여당 일을 반대하고, 여당은 야당 말을 귀담아 안 듣고 말이죠.”
―결국 친이 친박 갈등의 진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대통령이 경선과정에서의 앙금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를 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된 것 아닙니까.
“이 대통령은 5년 뒤 대통령에 또다시 출마할 분이 아니잖아요. 오로지 그분의 관심은 임기를 마쳤을 때 성공한 대통령이냐, 역사에 남는 일을 했느냐이고, 국민의 경제적 지위나 서민의 삶의 질이 MB 시대에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 데 있을 뿐입니다. 2012년 이후 야인(野人)으로 돌아가는데 과거 경선을 치렀던 상대 후보에게 감정이 남아 있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당이 알아서 잘해 주길 바라는데, 화합하지 못하는 것은 당 지도부의 문제입니다. 현재 한나라당은 당의 지도력이 먹히지 않는 게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내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진심으로 당대표를 할 생각이 없습니까.
“전 별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는 게 제 꿈입니다.”
6·2 지방선거 결과 정부 여당의 핵심사업 중 가장 크게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이다. 우선 충남·북지사와 대전시장 3자리 모두 세종시 원안 추진과 4대강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야권 후보들이 차지했다.
“세종시는 국가 백년대계 생각해서 결정해야”
―세종시 건설과 4대강 정비사업을 두고 하네, 못하네 하는 문제가 불거져 나옵니다.
“며칠 전 <조선일보>에 보도됐지만 4대강에 인접한 기초자치단체장 13명 중 2명만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합니다.
실제로 4대강 지역에 사는 농민이나 주민은 절박해요. 특히 영산강 하구, 낙동강 하구 주민은 심각하잖아요. 가뭄 때면 4대강 상류의 강바닥이 허옇게 드러나고 홍수가 나면 범람하여 주변이 다 쓸려가 버립니다. 강의 물줄기를 바로잡아주고 홍수 때 수해를 방지하고 가물 때 물을 저장해야 해요. 생태계를 파괴하자는 게 아니라 이대로 두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물길이 왜곡됩니다.”
―기자들도 4대강 내용을 잘 모르고 국민도 마찬가지라면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이 위원장은 한숨을 내쉰 뒤 이렇게 말했다.
“정부부처의 담당부서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아무리 말해도 들으려 하질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한강이나 울산의 태화강 같은 성공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해도 듣는 사람이 필요한 것만 듣고, 필요 없는 것은 안 들으니까 문제지요.”
―국민권익 차원에서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세종시는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여야를 떠나 더이상 세종시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지역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요. 이 대통령도 국회에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가 아닌가요?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여야를 떠나 역사적 책임을 갖고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6월 임시국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야당은 표결처리보다는 아예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부결돼도 좋으니 표결을 해달라”는 요청을 민주당이 계속 거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야 협상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럴 경우 정기국회로 넘어가면 연말까지 지연될 수 있다. 여전히 세종시는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살면서 출마 촉구서 받아보긴 처음”
이 위원장의 개인 사무실 책상 한쪽에 서류뭉치가 있기에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지역주민들의 ‘출마 촉구서’라고 했다.
“세상에 살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출마 촉구서’를 받아보긴 처음이야. 은평구 학원연합회, 부동산연합회, 뉴타운 부녀회장단, 뉴타운단지대표, ‘은평구 중소기업 100인회’에서 이번 재보선에 출마해 달라는 의견을 이렇게 문서로 만들어 왔어요.”
―이 대통령은 정무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정무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오래전에 없어진 특임장관을 부활했습니다만, 여전히 정무기능이 매끄럽단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특임장관이 알아서 잘해 가겠죠. 허허허. 특임장관이 열심히 하니까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당적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과거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제가 처음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바로 서려면 보수정당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한국 정당이 발전하려면 한나라당이 개혁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과거 기득권에 대한 향수에 매몰돼 현실에 안주하면 망합니다. 한나라당이 시대 흐름을 미래지향적으로 파악해서 역사의 변화에 앞장서야 대한민국이 발전합니다. 한나라당이란 정당이 대한민국 역사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힘’이기에 역사발전에 맞게끔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고 개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한나라당에 들어갔던 것이지요. 지금 제가 당원은 아니지만,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역사적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운찬(鄭雲燦) 국무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건의하려다 불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金泳三) 대통령과 파열음을 냈던 이회창(李會昌) 총리의 전철을 밟으면서 대권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운찬 총리가 청와대 참모들의 인적 쇄신을 거론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여당 초선의원도 건의하고 일반 국민도 건의하는데, 누구나 그런 건의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총리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소장파들도 청와대 참모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청와대 인적구성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지요.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청와대를 쇄신할 생각을 갖고 계시고 참모들도 일을 못하면 그때그때 쇄신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 내부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과 총리가 만나면 사적으로 항간의 이야기나 총리실에 올라온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청와대 몇몇 참모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그런 것을 누가 막고, 못하게 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공식적인 업무보고 자리가 아니고 사적인 자리라면 누구든 대통령에게 시중 여론을 전달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진을 직언형ㆍ소통형 참모로 즉각 개편하고 새로운 인사들이 중심이 돼 국정운영방식과 인사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 위원장의 답변.
“소장파 의원들도 정치인이니까 무슨 얘기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런 것을 갈등이나 대결로 몰아가면 안 되고, 충분히 토론으로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물론 청와대도 귀를 열어야죠.”
改憲 서둘러야
지난 6월 8일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高建)가 고질적인 지역주의 정치갈등을 타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이 위원장의 평가는 이렇다.
“대통령께서 지방선거 이후의 과제가 ‘정치선진화’라고 얘기했는데, 선진화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행정구역 개편 등 3대 과제를 담고 있어요.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 여야가 토론을 통해 추진해야죠. 과연 우리가 10년 후, 20년 후 현행 선거제도가 바람직한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우리에게 어떤 선거구제가 필요한지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에서 개헌 봉화를 올렸는데, 개헌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군사정부와 민간정부의 합작품입니다. 20년 이상 집행했으니 이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과연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소득 3만 달러 국가의 정치제도로 합당한지 전반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왔습니다.”
―여러 정치인이 개헌 필요성엔 공감합니다만, 과연 개헌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여야가 시대적 인식을 같이한다면 싸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개헌이 특정 권력의 정권 연장수단이라면 야당이 목숨 걸고 반대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능하리라 봐요.
우선 우리의 숙제는 동서화합입니다. 집권당이 호남에 의석이 없고 집권당을 꿈꾸는 제1야당이 영남에 의석이 없는데, 이런 것을 국민정당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개헌을 통해 동서화합을 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행 선거구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분열과 갈등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심화하는 데 문제가 있어요.
지금은 영호남 권력에 충청 권력이 등장, ‘삼국시대’가 됐어요. 이렇게 지역별로 뿔뿔이 갈려서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김형오(金炯旿) 국회의장 시절, 국회 개헌특위가 미국식 대통령제나 독일식 내각제, 프랑스식 또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등을 개헌안으로 내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안이 있습니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올 때까지 묻어둡시다. 어쨌든 시대적으로 개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빠른 시간 내에 서둘러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합니다.”
“저는 이 정권에 매인 몸”
―2008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는데, 2012년 대선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그것은 숙제로 묻어둡시다. 역할이 주어지면 하고, 안 주어지면 안 하는 것이고….”
재차 이 위원장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이 시대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역할이 여기까지’라고 하면 정치에서 떠나야 합니다.
다음 대선 때까지 제 역할이 남아 있을지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와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참여한 정부가 성공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그 정부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다음 역할이 결정된다고 봐요.
저는 이 정권에 매인 몸이기 때문에 제 개인 역할이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질 수 있고, 안 주어질 수도 있어요. 지금부터 미리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 위원장이 재보선 출마를 결심하면 친박에서 또다시 낙선 운동을 할 것으로 봅니까.
“출마할지 안 할지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정치인의 양식에 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위원장은 “6월 하순까지 국민권익위의 행사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 있어 다른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했다.
7·28 재보선까지는 4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는 정말 출마 여부를 결심하지 않았을까. 재보선 출마가 그에게 독배(毒杯)일까.
서울 은평을은 정치인 이재오의 오늘을 있게 해 준 터전이다. 민주당 텃밭이나 다름없던 이곳에서 그는 ‘자전거 순회’와 ‘목욕탕 유세’로 부지런을 떨어 세 번이나 연속 당선됐다. 그런데 가장 힘이 셀 때, 그것도 서울에서 이명박 바람이 불 때 낙선했다. ‘권력에 대한 견제 심리’ 때문일까. 2년 전 뜻밖의 패배로 ‘한풀 꺾인’ 이재오를 은평 주민들은 이번엔 받아줄 것인가.⊙
이재오의 정치역정에서 이번 재보선은 피해갈 수 없는 승부처다. 서울 은평을은 6·2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초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불과 두 달도 안돼 치르는 선거인데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이 위원장의 참모들은 “만약 출마한다면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실정이다.
재보선에서 정치인으로 재기(再起)에 성공한다면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와 친박(親朴)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난번 총선에 이어 또다시 패배한다면 정치 낭인이 돼 ‘쓸개를 씹고 장작더미 위에 누워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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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24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서울 중계동 고지대 가정에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고 있다. |
“국민권익위원장에 취임하고는 너무 바빠서 트위터 활동을 중단했는데, 요즘 조직이 안정기에 들어가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요. 주로 지방 출장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을 올립니다.”
요즘 새로운 건배 구호 중에 ‘통통통’이란 게 유행하고 있다. 통통통이란 만사형통, 운수대통, 의사소통의 마지막 글자를 딴 것인데, 이 위원장도 트위터를 애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일까.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벌써 8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느 정도 국민고충을 해결했다고 자평하십니까.
“국민고충을 문서에 의존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가서 애로사항을 챙기는구나 하고 국민이 생각하게 됐다고 봅니다. 또 공직자에게도 청렴 의무를 각인시켰다고 봐요.”
그는 취임 후 고위 공직자 1만736명에게 청렴 교육을 실시했다. 고위공무원단과 공공기관장 및 공직 유관단체 임원들도 대상이었다. 그는 “반부패ㆍ청렴은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마지막 깔딱고개”라고 했다.
“공직자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현장을 기피합니다. 현장에 가면 답이 나오는데, 책상머리에 앉아 민원서류를 붙들고 있으면 답이 나오나요? 제도와 법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있어도 안 쓰니 녹이 슬어버리는 것이지요. 그 틀을 깨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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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하는 이재오 위원장. |
하루 평균 2.5곳의 현장 방문
그는 “1일 1현장 방문 계획을 세워 취임 후 414곳의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이내희(李來熙) 국민권익위 대변인은 “하루 평균 2.5곳의 현장을 방문한 셈”이라고 말했다. 총 근무일수 167일 중 현장방문 일수는 150일. 국회 출석(3일)이나 정부행사(9일), 해외출장(5일) 빼고는 거의 매일 현장을 찾은 것이다.
―권익위가 올 한해를 ‘청렴한(韓) 세상 만들기’ 원년으로 선포했던데요.
“‘이동신문고’를 만들어 전국을 누볐어요. 권익위 공무원들에게 필요하다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찾아가되 차 한 잔도 얻어먹지 말고, 라면도 얻어먹지 말고, 차도 얻어 타지 말고, 친절하게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21개 시군(市郡)을 찾아 국민고충을 듣고 총 1251건의 민원을 상담ㆍ해결했어요. 33건은 현재 추진 중입니다. 공직자 청렴도를 연말쯤 조사하면 (청렴도가) 높아질 겁니다. 행동강령을 점검, 꾸준히 해나가니까 공직자들도 ‘이행점검을 수시로 하는구나’하고 조심하게 됐어요.”
―단체장 비리를 막을 근본적인 개선책은 없습니까.
“행정구역을 개편해야 합니다. 광역단체장만 뽑고 기초단체는 행정단위화하면 됩니다. 2만~3만명을 단위로 자치권을 두는 게 아니라 인근 시군을 합쳐 80만명 내지 100만명 규모의 광역시를 만들어 광역의회에서 기초단체장을 행정단위로 인준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광역의회가 통괄하니까 기초 단위의 단체장들이 비리에 노출될 확률이 줄어들겠죠. 이런 식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려 했는데 여야의 견해가 엇갈려 못하게 된 것 아닙니까.”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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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08년 5월 26일 미국으로 떠났다가 10개월 만인 지난해 3월 28일 귀국했다. 미국 체류 중인 2008년 10월 중순쯤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났다. |
“오히려 제 운신의 폭,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봅니다.”
―향후 정치적 거취를 주변과 상의한 적이 있나요?
“아직은 뭐…. 아직도 가봐야 할 민생현장이 많고 해결해야 할 고충이 많아서….”
―인터뷰하러 오다 보니 은평구 곳곳에 예비후보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더군요.
“(제 사무실로 오는) 이 도로가 은평구의 중심이니까 많이 붙어 있는 모양이에요.”
―은평구에 관심이 쏠리고 출마자들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요. 이 위원장이 만만하게 보이진 않을 텐데요.
“제가 (출마) 안 할 줄 알고 그런 것 아닐까요?”
―이 위원장이 출마 안 하면 안 되는 방향으로 정국이 흐르고 있습니다.
“제가 먹고 노는 사람도 아니고, 출마 안 하면 안 하는 거지.”
―얼마 전 이 위원장은 측근 진수희(陳壽姬) 의원을 통해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잖습니까.
“제가 공무원 신분인데 당대표로 출마하려면 공무원을 빨리 그만둬야 하잖아요. 게다가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졌는데, 남들 보기에 대통령 측근이란 사람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출마한다고 나서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방선거 패배로 한나라당 전열이 흐트러져 책임 있게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전합니다.
“그런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당의 일은 당에 맡겨야지 공무원 신분인 제가 나설 입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인 2008년 5월 26일 송별연에서 “한나라당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성공하는 정부로 만들어 달라. 우리가 세운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면 나는 5년 동안, 그 이후에라도 한국에 못 돌아와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0개월 만에 귀국했습니다.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해 ‘부득이’ 귀국한 것입니까.
“제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쇠고기 파동에다 촛불시위까지 이어져 정부 여당이 정국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어요. 한나라당 내 지도력이 무너지면서 국민으로부터 집권당으로서 제 역할 못하는 국면이 됐습니다. 제가 미국으로 떠나면 모든 것이 다 화합해서 친박이고 친이고 잘될 줄 알았는데 현실적으로 잘 안됐어요. 정권 창출에 참여했던 제가 욕 안 먹겠다고 외국에 오래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후배들이 빨리 들어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벌어져 할 수 없이 귀국하게 됐습니다. 사실 2년 정도는 밖에 나가 살 결심을 했었어요.”
“민주당 잘해서 표 준 것 아니다”
―6ㆍ2 지방선거 결과 지방권력이 야당에 넘어갔는데, 이번 선거의 의미는 뭐라고 보십니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지 말고 정치를 정말 잘하라는 뜻 아니겠어요? 국민이 먹고살기 어렵다, 서민들이 이러다간 다 죽겠다, 세계 15대 경제대국이라고 하는데 경제지표와는 달리 우리는 배고프다, 제발 정치 좀 잘해서 우리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다오 이런 뜻 아닙니까.
그럼 민주당이 잘해서 그쪽에 표를 줬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당이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4년 전 지방선거를 싹쓸이할 때도 우리가 잘해서 표를 많이 얻은 게 아닙니다.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에 대한 견제 내지 비판에서 우리에게 표를 몰아 준 것이지요. 지금도 그런 것 아니겠어요? 여든 야든 잘하라는 것이고, 이번에는 민주당에 표를 줬지만 언제든지 다시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니 정신 차려서 잘해야지요.”
―대통령의 ‘친(親)서민정책’이 이번 선거에서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친서민정책’을 집행할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말만 내세우지 말고 현장에 가서 확인하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실업자가 많다는데 정말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자가 많은지, 아니면 일자리는 있는데 다른 문제 때문에 지원을 안 해서 그런지 따져봐야 합니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필요한 일자리가 몇 개인데 실업자는 몇 명이라면, 왜 실업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업 안 하는지 현장에 가보면 답이 보입니다.
시골 농공(農工)단지 공단에 가보세요. 사람이 없어 기계를 못 돌립니다. 외국인들도 그런 곳에 갈 생각을 안 해요. 월급이 적어서가 아닙니다. 안산공단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한 사람 월급이 170만원입니다. 여기에 기숙사 제공해야 하고, 식사도 줘야 하고, 출근도 시켜줘야 합니다. 한 달에 공장 직원 한 사람에게 최하 250만원은 든다고 합니다. 제 아들이 올해 취직해서 알게 됐는데, 대기업 사원 초임이 157만원 정도입니다. 대기업 직원 봉급이나 중소기업 봉급 차이가 별로 없어요. 물론 대기업은 보너스가 많겠지만. 이런 것을 정부가 분석해야 합니다. 나라 전체에 부족한 일자리와 남아돌아 가는 인력을 상쇄시킬 수 있는 안을 마련해야지, 덮어놓고 젊은 대학생들 일자리 없다고 일자리를 창출하라니 앞뒤가 맞질 않아요. 이런 부조화를 막을 정책을 내놔야 합니다.”
“당 지도부 지도력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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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9월 30일 청와대에서 이재오 국가권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취임 8개월여 만에 재보선 출마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국면에 처했다. |
“그것보다는 당 지도부의 지도력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집권당으로서 여당이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면 어차피 반대파는 신뢰 안 한다 쳐도, 지지하는 쪽에서는 지지를 보낼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지지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강력하고 명쾌한 지도력을 행사했다면 당이 고비마다 흔들리지는 않았겠죠.
당이 흔들리는 모든 원인이 청와대에 있다고 화살을 돌리는 것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이니까 국민이 더욱 당을 무기력하게 보고, 청와대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여권 전체 운영에 난맥상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겁니다.”
―국민이 보기에 당내 친이(親李), 친박(親朴)의 갈등을 곱지 않게 보는 것 같습니다.
“정당은 노선에 따라 계파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노선에 따라 계파가 나뉘는 게 아니라 인물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노선에 따라 갈라지면 토론을 통해 이 노선이 옳으냐 그르냐를 결정할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노선이 갈리니…, 세월이 약이지요.”
美 매케인의 승복 보고 눈물
―지금까지 친이와 친박이 물과 기름 같은 입장이니, 서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제가 미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어요. 취임식 날,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매케인이 ‘오늘 이 시간부터 나의 대통령은 오바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소리 들으니 눈물이 나더라고. 아, 저런 것이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대선에서 패한 그날부터 신발끈 다시 묶고 5년간 대선 운동에 들어가잖아요. 야당은 무조건 여당 일을 반대하고, 여당은 야당 말을 귀담아 안 듣고 말이죠.”
―결국 친이 친박 갈등의 진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대통령이 경선과정에서의 앙금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를 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된 것 아닙니까.
“이 대통령은 5년 뒤 대통령에 또다시 출마할 분이 아니잖아요. 오로지 그분의 관심은 임기를 마쳤을 때 성공한 대통령이냐, 역사에 남는 일을 했느냐이고, 국민의 경제적 지위나 서민의 삶의 질이 MB 시대에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 데 있을 뿐입니다. 2012년 이후 야인(野人)으로 돌아가는데 과거 경선을 치렀던 상대 후보에게 감정이 남아 있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당이 알아서 잘해 주길 바라는데, 화합하지 못하는 것은 당 지도부의 문제입니다. 현재 한나라당은 당의 지도력이 먹히지 않는 게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내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진심으로 당대표를 할 생각이 없습니까.
“전 별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는 게 제 꿈입니다.”
6·2 지방선거 결과 정부 여당의 핵심사업 중 가장 크게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이다. 우선 충남·북지사와 대전시장 3자리 모두 세종시 원안 추진과 4대강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야권 후보들이 차지했다.
“세종시는 국가 백년대계 생각해서 결정해야”
―세종시 건설과 4대강 정비사업을 두고 하네, 못하네 하는 문제가 불거져 나옵니다.
“며칠 전 <조선일보>에 보도됐지만 4대강에 인접한 기초자치단체장 13명 중 2명만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합니다.
실제로 4대강 지역에 사는 농민이나 주민은 절박해요. 특히 영산강 하구, 낙동강 하구 주민은 심각하잖아요. 가뭄 때면 4대강 상류의 강바닥이 허옇게 드러나고 홍수가 나면 범람하여 주변이 다 쓸려가 버립니다. 강의 물줄기를 바로잡아주고 홍수 때 수해를 방지하고 가물 때 물을 저장해야 해요. 생태계를 파괴하자는 게 아니라 이대로 두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물길이 왜곡됩니다.”
―기자들도 4대강 내용을 잘 모르고 국민도 마찬가지라면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이 위원장은 한숨을 내쉰 뒤 이렇게 말했다.
“정부부처의 담당부서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아무리 말해도 들으려 하질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한강이나 울산의 태화강 같은 성공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해도 듣는 사람이 필요한 것만 듣고, 필요 없는 것은 안 들으니까 문제지요.”
―국민권익 차원에서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세종시는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여야를 떠나 더이상 세종시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고 지역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요. 이 대통령도 국회에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가 아닌가요?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여야를 떠나 역사적 책임을 갖고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6월 임시국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야당은 표결처리보다는 아예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부결돼도 좋으니 표결을 해달라”는 요청을 민주당이 계속 거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야 협상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럴 경우 정기국회로 넘어가면 연말까지 지연될 수 있다. 여전히 세종시는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살면서 출마 촉구서 받아보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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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오 위원장이 은평구민에게 받은 ‘출마 촉구서’. |
“세상에 살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출마 촉구서’를 받아보긴 처음이야. 은평구 학원연합회, 부동산연합회, 뉴타운 부녀회장단, 뉴타운단지대표, ‘은평구 중소기업 100인회’에서 이번 재보선에 출마해 달라는 의견을 이렇게 문서로 만들어 왔어요.”
―이 대통령은 정무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정무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오래전에 없어진 특임장관을 부활했습니다만, 여전히 정무기능이 매끄럽단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특임장관이 알아서 잘해 가겠죠. 허허허. 특임장관이 열심히 하니까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당적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과거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제가 처음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바로 서려면 보수정당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한국 정당이 발전하려면 한나라당이 개혁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과거 기득권에 대한 향수에 매몰돼 현실에 안주하면 망합니다. 한나라당이 시대 흐름을 미래지향적으로 파악해서 역사의 변화에 앞장서야 대한민국이 발전합니다. 한나라당이란 정당이 대한민국 역사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힘’이기에 역사발전에 맞게끔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고 개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한나라당에 들어갔던 것이지요. 지금 제가 당원은 아니지만,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역사적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운찬(鄭雲燦) 국무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건의하려다 불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金泳三) 대통령과 파열음을 냈던 이회창(李會昌) 총리의 전철을 밟으면서 대권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운찬 총리가 청와대 참모들의 인적 쇄신을 거론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여당 초선의원도 건의하고 일반 국민도 건의하는데, 누구나 그런 건의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총리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소장파들도 청와대 참모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청와대 인적구성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지요.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청와대를 쇄신할 생각을 갖고 계시고 참모들도 일을 못하면 그때그때 쇄신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 내부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과 총리가 만나면 사적으로 항간의 이야기나 총리실에 올라온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청와대 몇몇 참모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그런 것을 누가 막고, 못하게 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공식적인 업무보고 자리가 아니고 사적인 자리라면 누구든 대통령에게 시중 여론을 전달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진을 직언형ㆍ소통형 참모로 즉각 개편하고 새로운 인사들이 중심이 돼 국정운영방식과 인사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 위원장의 답변.
“소장파 의원들도 정치인이니까 무슨 얘기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런 것을 갈등이나 대결로 몰아가면 안 되고, 충분히 토론으로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물론 청와대도 귀를 열어야죠.”
改憲 서둘러야
지난 6월 8일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高建)가 고질적인 지역주의 정치갈등을 타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이 위원장의 평가는 이렇다.“대통령께서 지방선거 이후의 과제가 ‘정치선진화’라고 얘기했는데, 선진화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행정구역 개편 등 3대 과제를 담고 있어요.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 여야가 토론을 통해 추진해야죠. 과연 우리가 10년 후, 20년 후 현행 선거제도가 바람직한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우리에게 어떤 선거구제가 필요한지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에서 개헌 봉화를 올렸는데, 개헌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군사정부와 민간정부의 합작품입니다. 20년 이상 집행했으니 이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과연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소득 3만 달러 국가의 정치제도로 합당한지 전반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왔습니다.”
―여러 정치인이 개헌 필요성엔 공감합니다만, 과연 개헌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여야가 시대적 인식을 같이한다면 싸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개헌이 특정 권력의 정권 연장수단이라면 야당이 목숨 걸고 반대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능하리라 봐요.
우선 우리의 숙제는 동서화합입니다. 집권당이 호남에 의석이 없고 집권당을 꿈꾸는 제1야당이 영남에 의석이 없는데, 이런 것을 국민정당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개헌을 통해 동서화합을 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행 선거구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분열과 갈등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심화하는 데 문제가 있어요.
지금은 영호남 권력에 충청 권력이 등장, ‘삼국시대’가 됐어요. 이렇게 지역별로 뿔뿔이 갈려서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김형오(金炯旿) 국회의장 시절, 국회 개헌특위가 미국식 대통령제나 독일식 내각제, 프랑스식 또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등을 개헌안으로 내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안이 있습니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올 때까지 묻어둡시다. 어쨌든 시대적으로 개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빠른 시간 내에 서둘러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합니다.”
“저는 이 정권에 매인 몸”
―2008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는데, 2012년 대선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그것은 숙제로 묻어둡시다. 역할이 주어지면 하고, 안 주어지면 안 하는 것이고….”
재차 이 위원장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이 시대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역할이 여기까지’라고 하면 정치에서 떠나야 합니다.
다음 대선 때까지 제 역할이 남아 있을지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와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참여한 정부가 성공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그 정부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다음 역할이 결정된다고 봐요.
저는 이 정권에 매인 몸이기 때문에 제 개인 역할이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질 수 있고, 안 주어질 수도 있어요. 지금부터 미리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 위원장이 재보선 출마를 결심하면 친박에서 또다시 낙선 운동을 할 것으로 봅니까.
“출마할지 안 할지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정치인의 양식에 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위원장은 “6월 하순까지 국민권익위의 행사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 있어 다른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했다.
7·28 재보선까지는 4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는 정말 출마 여부를 결심하지 않았을까. 재보선 출마가 그에게 독배(毒杯)일까.
서울 은평을은 정치인 이재오의 오늘을 있게 해 준 터전이다. 민주당 텃밭이나 다름없던 이곳에서 그는 ‘자전거 순회’와 ‘목욕탕 유세’로 부지런을 떨어 세 번이나 연속 당선됐다. 그런데 가장 힘이 셀 때, 그것도 서울에서 이명박 바람이 불 때 낙선했다. ‘권력에 대한 견제 심리’ 때문일까. 2년 전 뜻밖의 패배로 ‘한풀 꺾인’ 이재오를 은평 주민들은 이번엔 받아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