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시위는 親韓的인 인사들까지 한국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했습니다. 기념행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미국에 감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 윤이상국제음악제 위원장직, 故 朴晟容 명예회장과의 인연 때문
⊙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에 생존한 560여 명의 국군포로 송환 포함시켜야
⊙ YS-金日成 정상회담 성사됐다면 북한은 중국·베트남처럼 성공적 개방국가로 나갔을 것
⊙ 통일원 장관 시절,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주도적 마련… DJ의 연방제와 전혀 달라
李洪九
⊙ 1934년 경기 고양 출생.
⊙ 경기중·고, 서울대 법학과, 미국 에모리대 철학과 졸업. 미국 예일대 정치학 석·박사,
영국 셰필드대 명예문학박사.
⊙ 미국 에모리대 정치학과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원, 신한국당 대표, 駐美대사 역임.
⊙ 現 중앙일보 고문, 대한적십자사 명예고문, 서울국제포럼 이사장.
⊙ 저서: <정치학개론> <마르크시즘 100년> <근대화-그 현실과 미래> <열린 경제 힘 있는 나라>.
취재지원 : 朴熙錫 月刊朝鮮 인턴기자
⊙ 윤이상국제음악제 위원장직, 故 朴晟容 명예회장과의 인연 때문
⊙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에 생존한 560여 명의 국군포로 송환 포함시켜야
⊙ YS-金日成 정상회담 성사됐다면 북한은 중국·베트남처럼 성공적 개방국가로 나갔을 것
⊙ 통일원 장관 시절,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주도적 마련… DJ의 연방제와 전혀 달라
李洪九
⊙ 1934년 경기 고양 출생.
⊙ 경기중·고, 서울대 법학과, 미국 에모리대 철학과 졸업. 미국 예일대 정치학 석·박사,
영국 셰필드대 명예문학박사.
⊙ 미국 에모리대 정치학과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원, 신한국당 대표, 駐美대사 역임.
⊙ 現 중앙일보 고문, 대한적십자사 명예고문, 서울국제포럼 이사장.
⊙ 저서: <정치학개론> <마르크시즘 100년> <근대화-그 현실과 미래> <열린 경제 힘 있는 나라>.
취재지원 : 朴熙錫 月刊朝鮮 인턴기자
2010년 6월 25일은 6·25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09년 8월 5일, 정부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무총리와 각계 대표로 구성된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이하 기념사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기념사업위원회는 현직 총리, 李洪九(이홍구) 전 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白善燁(백선엽) 대한민국 육군협회장, 南悳祐(남덕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金榮寬(김영관) 해군사관학교교육진흥재단 이사장, 金斗萬(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 張盛煥(장성환) 전 건설교통부 장관, 孔正植(공정식) 해병대전략연구소 이사장 등 고문 6명, 민간위원 27명, 정부위원 15명 등 총 48명으로 구성됐다.
이홍구 기념사업위원장은 미국 에모리대 정치학박사 출신으로 1969년부터 1988년까지, 20여 년 동안 교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盧泰愚(노태우) 정부 초기인 1989년, 통일원장관으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金泳三(김영삼) 정부 때는 駐英(주영) 대사(1991~1993)를 거쳐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1994), 국무총리(1994)를 지냈다.
이후 15대 국회의원으로 신한국당 대표(1996~1997)를 맡았고, 한나라당 고문(1997~1998) 등을 역임했다. 金大中(김대중) 정권 초기 외환위기가 닥치자 駐美(주미) 대사로 부임, 한미 간 정책 조율을 담당했고, 2001년 초부터 중앙일보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이 위원장은 “6·25전쟁 기념사업을 통해 戰後(전후) 세대에 올바른 국가관·안보관을 확립시키고, 동시에 우리나라가 恩惠(은혜)를 갚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 줘 참전국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수립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2010년은 6·25전쟁이 60주년이라는 의미와 함께 4·19혁명 5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지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4·19혁명 세대는 4·19 50주년 행사에 興奮(흥분)할 것이고, 진보진영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성대하게 기념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사건들이 6·25보다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6·25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 전쟁입니다. 이런 전쟁 60주년 행사의 의미가 축소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李承晩 동상 陸士 교정에 세우면 어떨까?
이홍구 위원장은 “6·25전쟁으로 인해 마을마다 억울한 사연들이 부지기수로 散在(산재)해 있을 것”이라면서 “서로의 이해관계에서 한 발짝 물러나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기념사업을 계기로 韓美(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참전국들과의 신뢰관계를 더욱 다져야 한다”고 했다.
―6·25전쟁이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릴 계획이십니까.
“李承晩(이승만) 대통령은 전쟁을 수행하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냈고, 트루먼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 이전에 신속하게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은 6·25를 승리로 이끌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울 거리에는 그분들의 변변한 銅像(동상)조차 없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을 기리자며 광화문 광장에 동상을 건립한다면 아마 큰 싸움이 날 겁니다.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육군사관학교를 건립한 이 대통령을 陸士(육사)에 모실 수도 있겠죠.”
이 위원장은 “성격이 다른 행사들이 겹치는 2010년은 이념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한국이 이만큼 성장했으니 이제 과거가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행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로서 6·25를 어떻게 부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컨대 ‘6·25전쟁’입니까, ‘6·25動亂(동란)’입니까.
“洪一植(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6·25전쟁’은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것은 ‘亂(난)’이라고 했다는 견해지요. 북한의 金日成(김일성) 집단이 난을 일으킨 것이므로 ‘6·25동란’이나 ‘6·25事變(사변)’으로 불러야 마땅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전쟁’으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북한이 6·25를 ‘해방전쟁’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논리에 말려든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6·25에 참전했던 퇴역장성들은 ‘6·25동란’이란 표현에 강하게 반발하더군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한반도에서 맞붙어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싸움이 어떻게 전쟁이 아니냐는 겁니다. 전쟁이란 단어를 피하지 말라고 충고하더군요. 처음엔 홍 전 총장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지금은 學界(학계)를 중심으로 ‘6·25전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음악가 윤이상에 대한 입장
―어떤 계기로 기념사업위원장을 맡게 된 겁니까.
“저는 고교생으로 6·25를 겪었고, 서울대생으로 휴전을 맞았기 때문에 6·25에서의 역할이 전혀 없어 위원장 자리를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6·25전쟁의 상징적 인물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 같은 軍(군) 원로들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固辭(고사)했습니다만, 군 원로들이 다들 年老(연로)하셔서 불가피하게 위원장 자리를 맡게 된 것 같습니다. 대학교수와 공직자의 삶을 살면서 모험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었고, 韓昇洙(한승수) 당시 총리가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보수단체들은 이 위원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까 “조국을 배신하고 金日成(김일성)에게 충성했던 在獨(재독)음악가 尹伊桑(윤이상) 추모행사 이사장”이라면서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이홍구 전 총리를 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은 국군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이 위원장은 2005년 2월 통영국제음악제 이사장에 취임했다).
“경남 통영이 낳은 작곡가 윤이상은 국제적으로 ‘현대음악의 最高峰(최고봉)’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윤이상 선생과는 一面識(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예일대 동문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故(고) 朴晟容(박성용) 명예회장과의 인연으로 이사장職(직)을 맡게 됐습니다. 2005년 2월 무렵, 박성용 당시 이사장이 ‘폐암이라 오래 못 갈 것 같으니, 음악제를 맡아 발전시켜 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윤이상은 북한에 傾倒(경도)된 정치적·사상적 태도로 인해 정치적 기피인물이 됐고, 그의 음악은 한국 音樂史(음악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를 지낸 분으로서 윤이상을 기리는 추모행사 이사장을 맡으신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이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장 직무수행에 걸림돌이 된다면, 저는 기꺼이 물러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박성용 명예회장도 통영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만들고 싶어했고, 경남도민들은 윤이상을 자랑스러워하며 음악제를 열고 기념관을 짓고 있어요.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가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은혜를 갚는 나라’
―기념사업위원장으로서 60주년 기념사업의 가닥을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미래지향적 평화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고, 전후 세대에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전략방향으로 정했습니다. 아울러 ‘記憶(기억)과 繼承(계승)’ ‘感謝(감사)와 敬意(경의)’ ‘和合(화합)과 協力(협력)’을 주제로 기념사업을 추진할 겁니다.”
―어린 세대는 6·25전쟁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세대에게 어떻게 6·25전쟁을 알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군인이 목숨을 바친 전쟁이란 사실을 가르치시렵니까.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는 역사 교육의 場(장)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6·25전쟁의 經緯(경위)와 意義(의의)를 잘 설명해야죠. 통일부는 평화통일대행진·분단현장 사진전, 국방부는 인천상륙작전 再演(재연)행사·휴전선 155마일 국제사이클대회, 문화체육관광부는 6·25전쟁 소재 영화제작 지원·참전국 해외 언론인 초청행사, 국가보훈처는 유엔참전국별 참전사 발간·유엔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 등 부처별로 행사를 기획해 나갈 겁니다.”
―행사가 6개월 남짓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구체적인 행사계획이 아직도 안 나왔다고 하더군요.
“2009년 11월 27일, 鄭雲燦(정운찬) 총리 주재로 2차회의를 했습니다만, 총리가 세종시 문제로 하루종일 부대끼는 상황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2009년 11월 26일 추수감사절 날, 金揚(김양) 국가보훈처장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만나 참전용사들의 한국방문, 美(미) 해병대가 참가하는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미국 측이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업무가 매끄럽게 추진되고 있지 않은지 이런 말을 덧붙였다.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처럼 국방부 주도로 장관이 밀어붙이면 一絲不亂(일사불란)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차관급 부서(국가보훈처)에서 일을 추진하다 보니 경제부처에 ‘말발’이 안 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총리가 이런 점을 감안해 대통령에게 기념사업을 부단히 강조해야 합니다.”
참전국가 유력 언론에 전면광고 계획
기념사업위는 참전 21개국(전투병력 16개국+의료지원 5개국)의 베테랑(참전용사) 500여 명을 초청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美軍(미군)의 ‘지평리·피의 능선 전투’, 英國軍(영국군)의 ‘설마리전투’, 터키군의 ‘군우리 전투’ 등 참전국의 개별적인 60주년 기념행사도 챙겨야 한다.
이홍구 위원장은 “趙錫來(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참전용사 초청 과정에서 정부 예산으로 부족하면 대기업에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미국, 영국, 터키 등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해 3만80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해당 국가의 有力紙(유력지)에 전면광고를 게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60년 전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피 흘린 당신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신문광고를 낼 겁니다. 해외 참전용사들도 하나 둘 세상을 뜨고 있어 60년 전의 6·25전쟁을 기억하는 참전국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들 子孫(자손)들이 양국 國旗(국기)가 나란히 걸린 신문광고를 보면서 자신들의 祖父(조부)가 60년 전에 참전했단 사실을 알게 되고,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연상한다면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Freedom is not free)’, ‘우리 미 합중국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生前(생전)에 알지도 못 하는 나라,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분연히 나섰던 자랑스러운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깊은 敬意(경의)를 표합니다’라는 글귀를 볼 때 가슴이 뭉클함을 느낍니다.
“21개 참전국가를 상대로 기념행사를 치르는 것이지만, 초점은 미국에 맞춰져 있습니다. 2008년 촛불시위는 親韓的(친한적)인 인사들까지 한국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했습니다. 기념행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미국에 감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산의 유엔공원 內(내)에 있는 ‘유엔군묘지’를 꼭 참배할 수 있도록 정운찬 총리에게 건의할 겁니다. 그게 CNN 등 해외언론을 타야 한국인의 眞情性(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정부는 귀환한 국군포로와 탈북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재 560여 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군포로 송환을 60주년 사업에 넣어 추진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국군포로 송환 문제는 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국방부에서 이야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북회담에서 그것을 절대로 빼지 말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駐美대사 시절, 클린턴과 참전기념비에 獻花
2000년 金大中(김대중) 정부에서 치러진 6·25전쟁 50주년 기념행사는 팔순의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위원장을 맡아 2000년 6월 25일 전쟁 발발일부터 2003년 7월 27일 휴전일까지 3년간 행사를 치렀다. 미 하원은 2000년 3월 8일 미국 행정부에 대해 6·25전쟁 50주년을 기념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고, 미국 정부는 펜타곤(국방성) 산하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회를 설치해 2003년 11월까지 한국전 개전행사, 정전협정 조인기념식 등 43개의 대형 행사를 치렀다.
―이번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은 3년이 아닌 단발성으로 치를 계획인가요.
“위원 가운데 50주년 행사를 예로 들어 3년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6·25전쟁 60주년 행사를 단발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전례도 있고 하니 차근차근 진행하자’고 하니, 정운찬 총리께서 ‘좋은 의견이니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2000년 6월 25일 주미대사로서 워싱턴의 ‘6·25전쟁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 이미 6·25전쟁 기념사업과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50주년 기념행사에는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존 글렌 상원의원 등 30여 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2000년 7월, 이례적으로 離任(이임)인사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하게 됐고,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함께 獻花(헌화)까지 했습니다. 당시 미국 사진작가가 촬영한 헌화장면 사진이 서울국제포럼 사무실에 걸려 있습니다.”
민감한 주제인 ‘南北(남북) 정상회담’으로 화제를 돌려 보았다.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와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 시기는 G20정상회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2010년 11월 개최되는 G20정상회의 기간 중 6·25전쟁 60주년 정상회의를 잇달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60주년 행사에 북한 지도급 인사를 초청한다는 說(설)이 있습니다.
“제가 통일고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지만, 아직 그 문제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북한은 원래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라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우린 급할 게 없지요. 북한이 졸속으로 화폐개혁을 한 것만 봐도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김정일이 체제 위기를 맞아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과거식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테니까요.”
YS-金日成 정상회담 秘話
―이 위원장께서는 1994년 金泳三(김영삼)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수석대표를 지내셨습니다. 왜 역대 대통령마다 재임중에 북한의 김정일과 만나려고 하는 겁니까.
“나쁘게 말하면 ‘한건주의’죠. 북한체제의 특성은 지도자도 唯一(유일), 黨(당)도 유일, 思想(사상)도 유일, 모든 것이 유일입니다. 반면 우리의 대통령제는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대통령 책임제’가 아니라, 사실상 ‘대통령 無(무)책임제’예요. 저도 세 분의 대통령을 모셨지만, 일이 꼬이면 ‘내가 책임진다’고 하는데, 정작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고 물은 적이 없습니다. 辭退(사퇴)가 유일한 방법이지만 제발로 그만둔 대통령이 어디 있습니까.
의회민주주의라며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에 대해 일반 국민은 차라리 청와대에서 결정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민족은 항상 ‘대표선수’끼리 만나서 해결하려는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요. 정치인도 정상회담이 열리면 자신이 역사드라마의 ‘主演(주연)’이 되는 것인데 그걸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요?”
이홍구 위원장은 당시 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 수석대표(통일부총리)로서 金容淳(김용순·작고) 당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와 판문점에서 회담한 일화를 공개했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로 나서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7월 25일 평양을 방문해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두 사람이 서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으니 싸울 일이 없었어요. 점심 먹고 오후까지 소모성 言爭(언쟁)을 하다가 내가 ‘(배석자들을 물리고) 우리 둘이 얘기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김용순이 ‘좋다’고 했어요.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한 쌍방 간 기본방침이 다 섰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예컨대 회담장소도 ‘서울이냐, 평양이냐’를 따지지 않고, ‘김일성이 老齡(노령)이고, YS보다 年長者(연장자)니 내가 대통령을 모시고 가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김용순은 喜色(희색)이 만면해 ‘그럼, 회담 관련 준비는 우리가 다 하겠다’며 회담을 끝냈습니다. 정상회담을 불과 보름 앞둔 7월 9일 김일성이 急死(급사)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만요.”
그는 “1994년 7월 25일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으면, 김일성이 상당 부분 路線(노선)을 전환할 가능성이 감지됐었다”고 했다.
“김일성이 부하들과 정상회담을 통한 노선전환을 상의했던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이 완전히 시장을 개방했고,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이 기회에 ‘모양 좋게’ 전환을 해서 가려 했던 것 같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하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6년 동안 무고한 북한주민 100만명이 굶어 죽었어요.
그때 남북한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해결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닙니까. 아마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開放(개방)의 길을 걸었을 겁니다. 뉘앙스는 좀 이상하지만 김일성이 사망한 것이 매우 안타까워요.”
“노인하고 얘기하는 것은 내가 제일”
그는 “YS는 단순한 분”이라면서 이런 말을 했다.
“YS는 일종의 傲氣(오기)로 뭉친 분 같아요. 누구와 협상을 하면 결코 물러서질 않고 반드시 이깁니다. 논리가 뛰어난 DJ도 협상을 하면 번번이 물러서요. 정상회담을 앞두고 YS가 제게 한 이야긴데, 김일성과 부친 金弘祚(김홍조·작고) 옹이 1912년생으로 동갑이었답니다. YS가 ‘내가 우리 아버지께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하잖아. 노인하고 얘기하는 것은 내가 제일이야. 걱정할 것 없어’라고 자신했더랬습니다.”
이홍구 위원장은 2000년 7월, 주미대사를 마치고 歸任(귀임)해 6·15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DJ를 만나 ‘고생하셨지만, 하지 않으셔도 될 말을 한 것이 있다’고 하니까 顔色(안색)이 확 변하더라고요. ‘그게 뭐냐?’고 묻기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우리의 연합제가 공통점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고, 합의문에 들어가면 안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DJ는 ‘김정일은 아버지 때부터 연방제를 주장했기 때문에 연방제라는 글자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하기에, ‘김정일 위원장도 남한 사정을 잘 알지 않느냐. 나는 지역적으로 少數(소수)이고, 당도 소수다. 내가 대통령이 된 것은 JP가 도와줬기 때문이다. 만약 연방제를 넣으면 JP가 다 때려치우라고 할 것이다. 그럼, 남북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했어야 합니다’라고 했어요. 왜 DJ가 그것을 받아들였는지 유감입니다.”
이 위원장은 “북핵은 경제원조를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용”이라면서 “비핵화 공동선언을 북한이 지키지 않는다면 2012년 전작권 전환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2009년 4월,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도쿄에서 만나니 이런 말을 해요. ‘세계 제일의 핵보유국 러시아와 미국, 게다가 일본·중국 등 4대 강국이 6자회담에서 북핵을 해결 못하면 이 세상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우선순위에서 한반도가 밀려서 그렇습니다. 어중간한 북핵 해결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미국 측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홍구 총리는 “그런 면에서 6·25전쟁 60주년은 우리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더없이 좋은 기회”라며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는 미국·영국·캐나다·터키·호주·필리핀 등 참전국에 감사하면서 동맹국, 특히 미국에 북한 핵무기에 대한 경종을 울려줘야 한다”고 했다.⊙
사진 : 서경리
기념사업위원회는 현직 총리, 李洪九(이홍구) 전 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白善燁(백선엽) 대한민국 육군협회장, 南悳祐(남덕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金榮寬(김영관) 해군사관학교교육진흥재단 이사장, 金斗萬(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 張盛煥(장성환) 전 건설교통부 장관, 孔正植(공정식) 해병대전략연구소 이사장 등 고문 6명, 민간위원 27명, 정부위원 15명 등 총 48명으로 구성됐다.
이홍구 기념사업위원장은 미국 에모리대 정치학박사 출신으로 1969년부터 1988년까지, 20여 년 동안 교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盧泰愚(노태우) 정부 초기인 1989년, 통일원장관으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金泳三(김영삼) 정부 때는 駐英(주영) 대사(1991~1993)를 거쳐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1994), 국무총리(1994)를 지냈다.
이후 15대 국회의원으로 신한국당 대표(1996~1997)를 맡았고, 한나라당 고문(1997~1998) 등을 역임했다. 金大中(김대중) 정권 초기 외환위기가 닥치자 駐美(주미) 대사로 부임, 한미 간 정책 조율을 담당했고, 2001년 초부터 중앙일보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이 위원장은 “6·25전쟁 기념사업을 통해 戰後(전후) 세대에 올바른 국가관·안보관을 확립시키고, 동시에 우리나라가 恩惠(은혜)를 갚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 줘 참전국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수립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2010년은 6·25전쟁이 60주년이라는 의미와 함께 4·19혁명 5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지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4·19혁명 세대는 4·19 50주년 행사에 興奮(흥분)할 것이고, 진보진영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성대하게 기념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사건들이 6·25보다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6·25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 전쟁입니다. 이런 전쟁 60주년 행사의 의미가 축소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李承晩 동상 陸士 교정에 세우면 어떨까?
이홍구 위원장은 “6·25전쟁으로 인해 마을마다 억울한 사연들이 부지기수로 散在(산재)해 있을 것”이라면서 “서로의 이해관계에서 한 발짝 물러나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기념사업을 계기로 韓美(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참전국들과의 신뢰관계를 더욱 다져야 한다”고 했다.
―6·25전쟁이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릴 계획이십니까.
“李承晩(이승만) 대통령은 전쟁을 수행하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 냈고, 트루먼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 이전에 신속하게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은 6·25를 승리로 이끌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울 거리에는 그분들의 변변한 銅像(동상)조차 없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을 기리자며 광화문 광장에 동상을 건립한다면 아마 큰 싸움이 날 겁니다. 말썽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육군사관학교를 건립한 이 대통령을 陸士(육사)에 모실 수도 있겠죠.”
이 위원장은 “성격이 다른 행사들이 겹치는 2010년은 이념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한국이 이만큼 성장했으니 이제 과거가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행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로서 6·25를 어떻게 부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컨대 ‘6·25전쟁’입니까, ‘6·25動亂(동란)’입니까.
“洪一植(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6·25전쟁’은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것은 ‘亂(난)’이라고 했다는 견해지요. 북한의 金日成(김일성) 집단이 난을 일으킨 것이므로 ‘6·25동란’이나 ‘6·25事變(사변)’으로 불러야 마땅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전쟁’으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북한이 6·25를 ‘해방전쟁’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논리에 말려든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6·25에 참전했던 퇴역장성들은 ‘6·25동란’이란 표현에 강하게 반발하더군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한반도에서 맞붙어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싸움이 어떻게 전쟁이 아니냐는 겁니다. 전쟁이란 단어를 피하지 말라고 충고하더군요. 처음엔 홍 전 총장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지금은 學界(학계)를 중심으로 ‘6·25전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음악가 윤이상에 대한 입장
―어떤 계기로 기념사업위원장을 맡게 된 겁니까.“저는 고교생으로 6·25를 겪었고, 서울대생으로 휴전을 맞았기 때문에 6·25에서의 역할이 전혀 없어 위원장 자리를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6·25전쟁의 상징적 인물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 같은 軍(군) 원로들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固辭(고사)했습니다만, 군 원로들이 다들 年老(연로)하셔서 불가피하게 위원장 자리를 맡게 된 것 같습니다. 대학교수와 공직자의 삶을 살면서 모험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었고, 韓昇洙(한승수) 당시 총리가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보수단체들은 이 위원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까 “조국을 배신하고 金日成(김일성)에게 충성했던 在獨(재독)음악가 尹伊桑(윤이상) 추모행사 이사장”이라면서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이홍구 전 총리를 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은 국군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이 위원장은 2005년 2월 통영국제음악제 이사장에 취임했다).
“경남 통영이 낳은 작곡가 윤이상은 국제적으로 ‘현대음악의 最高峰(최고봉)’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윤이상 선생과는 一面識(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예일대 동문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故(고) 朴晟容(박성용) 명예회장과의 인연으로 이사장職(직)을 맡게 됐습니다. 2005년 2월 무렵, 박성용 당시 이사장이 ‘폐암이라 오래 못 갈 것 같으니, 음악제를 맡아 발전시켜 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윤이상은 북한에 傾倒(경도)된 정치적·사상적 태도로 인해 정치적 기피인물이 됐고, 그의 음악은 한국 音樂史(음악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를 지낸 분으로서 윤이상을 기리는 추모행사 이사장을 맡으신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이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장 직무수행에 걸림돌이 된다면, 저는 기꺼이 물러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박성용 명예회장도 통영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만들고 싶어했고, 경남도민들은 윤이상을 자랑스러워하며 음악제를 열고 기념관을 짓고 있어요.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국가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은혜를 갚는 나라’
―기념사업위원장으로서 60주년 기념사업의 가닥을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미래지향적 평화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고, 전후 세대에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전략방향으로 정했습니다. 아울러 ‘記憶(기억)과 繼承(계승)’ ‘感謝(감사)와 敬意(경의)’ ‘和合(화합)과 協力(협력)’을 주제로 기념사업을 추진할 겁니다.”
―어린 세대는 6·25전쟁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세대에게 어떻게 6·25전쟁을 알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군인이 목숨을 바친 전쟁이란 사실을 가르치시렵니까.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는 역사 교육의 場(장)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6·25전쟁의 經緯(경위)와 意義(의의)를 잘 설명해야죠. 통일부는 평화통일대행진·분단현장 사진전, 국방부는 인천상륙작전 再演(재연)행사·휴전선 155마일 국제사이클대회, 문화체육관광부는 6·25전쟁 소재 영화제작 지원·참전국 해외 언론인 초청행사, 국가보훈처는 유엔참전국별 참전사 발간·유엔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 등 부처별로 행사를 기획해 나갈 겁니다.”
―행사가 6개월 남짓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구체적인 행사계획이 아직도 안 나왔다고 하더군요.
“2009년 11월 27일, 鄭雲燦(정운찬) 총리 주재로 2차회의를 했습니다만, 총리가 세종시 문제로 하루종일 부대끼는 상황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2009년 11월 26일 추수감사절 날, 金揚(김양) 국가보훈처장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만나 참전용사들의 한국방문, 美(미) 해병대가 참가하는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미국 측이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업무가 매끄럽게 추진되고 있지 않은지 이런 말을 덧붙였다.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처럼 국방부 주도로 장관이 밀어붙이면 一絲不亂(일사불란)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차관급 부서(국가보훈처)에서 일을 추진하다 보니 경제부처에 ‘말발’이 안 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총리가 이런 점을 감안해 대통령에게 기념사업을 부단히 강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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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한 21개국 참전용사 1500여 명이 2003년 7월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외부 복도에 제막된 유엔군 전사자 명비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참전국가 유력 언론에 전면광고 계획
기념사업위는 참전 21개국(전투병력 16개국+의료지원 5개국)의 베테랑(참전용사) 500여 명을 초청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美軍(미군)의 ‘지평리·피의 능선 전투’, 英國軍(영국군)의 ‘설마리전투’, 터키군의 ‘군우리 전투’ 등 참전국의 개별적인 60주년 기념행사도 챙겨야 한다.
이홍구 위원장은 “趙錫來(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참전용사 초청 과정에서 정부 예산으로 부족하면 대기업에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미국, 영국, 터키 등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해 3만80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해당 국가의 有力紙(유력지)에 전면광고를 게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60년 전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피 흘린 당신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신문광고를 낼 겁니다. 해외 참전용사들도 하나 둘 세상을 뜨고 있어 60년 전의 6·25전쟁을 기억하는 참전국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들 子孫(자손)들이 양국 國旗(국기)가 나란히 걸린 신문광고를 보면서 자신들의 祖父(조부)가 60년 전에 참전했단 사실을 알게 되고,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연상한다면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Freedom is not free)’, ‘우리 미 합중국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生前(생전)에 알지도 못 하는 나라,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분연히 나섰던 자랑스러운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깊은 敬意(경의)를 표합니다’라는 글귀를 볼 때 가슴이 뭉클함을 느낍니다.
“21개 참전국가를 상대로 기념행사를 치르는 것이지만, 초점은 미국에 맞춰져 있습니다. 2008년 촛불시위는 親韓的(친한적)인 인사들까지 한국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했습니다. 기념행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미국에 감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산의 유엔공원 內(내)에 있는 ‘유엔군묘지’를 꼭 참배할 수 있도록 정운찬 총리에게 건의할 겁니다. 그게 CNN 등 해외언론을 타야 한국인의 眞情性(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정부는 귀환한 국군포로와 탈북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재 560여 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군포로 송환을 60주년 사업에 넣어 추진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국군포로 송환 문제는 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국방부에서 이야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북회담에서 그것을 절대로 빼지 말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駐美대사 시절, 클린턴과 참전기념비에 獻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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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에서 열린 6·25전쟁 50주년 기념식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오른쪽)과 이홍구 주미대사(왼쪽)가 한국전참전기념비에 헌화하고 전사자들을 추모했다. |
―이번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은 3년이 아닌 단발성으로 치를 계획인가요.
“위원 가운데 50주년 행사를 예로 들어 3년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6·25전쟁 60주년 행사를 단발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전례도 있고 하니 차근차근 진행하자’고 하니, 정운찬 총리께서 ‘좋은 의견이니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2000년 6월 25일 주미대사로서 워싱턴의 ‘6·25전쟁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 이미 6·25전쟁 기념사업과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50주년 기념행사에는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존 글렌 상원의원 등 30여 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2000년 7월, 이례적으로 離任(이임)인사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하게 됐고,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함께 獻花(헌화)까지 했습니다. 당시 미국 사진작가가 촬영한 헌화장면 사진이 서울국제포럼 사무실에 걸려 있습니다.”
민감한 주제인 ‘南北(남북) 정상회담’으로 화제를 돌려 보았다.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와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 시기는 G20정상회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2010년 11월 개최되는 G20정상회의 기간 중 6·25전쟁 60주년 정상회의를 잇달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60주년 행사에 북한 지도급 인사를 초청한다는 說(설)이 있습니다.
“제가 통일고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지만, 아직 그 문제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북한은 원래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라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우린 급할 게 없지요. 북한이 졸속으로 화폐개혁을 한 것만 봐도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김정일이 체제 위기를 맞아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과거식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테니까요.”
YS-金日成 정상회담 秘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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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1월 15일,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오른쪽)가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왼쪽)와 국회의사당 본관 앞 광장에서 거행된 자민련 소속 故 이병희 의원의 국회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나쁘게 말하면 ‘한건주의’죠. 북한체제의 특성은 지도자도 唯一(유일), 黨(당)도 유일, 思想(사상)도 유일, 모든 것이 유일입니다. 반면 우리의 대통령제는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대통령 책임제’가 아니라, 사실상 ‘대통령 無(무)책임제’예요. 저도 세 분의 대통령을 모셨지만, 일이 꼬이면 ‘내가 책임진다’고 하는데, 정작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고 물은 적이 없습니다. 辭退(사퇴)가 유일한 방법이지만 제발로 그만둔 대통령이 어디 있습니까.
의회민주주의라며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에 대해 일반 국민은 차라리 청와대에서 결정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민족은 항상 ‘대표선수’끼리 만나서 해결하려는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요. 정치인도 정상회담이 열리면 자신이 역사드라마의 ‘主演(주연)’이 되는 것인데 그걸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요?”
이홍구 위원장은 당시 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 수석대표(통일부총리)로서 金容淳(김용순·작고) 당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와 판문점에서 회담한 일화를 공개했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로 나서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7월 25일 평양을 방문해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두 사람이 서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으니 싸울 일이 없었어요. 점심 먹고 오후까지 소모성 言爭(언쟁)을 하다가 내가 ‘(배석자들을 물리고) 우리 둘이 얘기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김용순이 ‘좋다’고 했어요.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한 쌍방 간 기본방침이 다 섰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예컨대 회담장소도 ‘서울이냐, 평양이냐’를 따지지 않고, ‘김일성이 老齡(노령)이고, YS보다 年長者(연장자)니 내가 대통령을 모시고 가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김용순은 喜色(희색)이 만면해 ‘그럼, 회담 관련 준비는 우리가 다 하겠다’며 회담을 끝냈습니다. 정상회담을 불과 보름 앞둔 7월 9일 김일성이 急死(급사)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만요.”
그는 “1994년 7월 25일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으면, 김일성이 상당 부분 路線(노선)을 전환할 가능성이 감지됐었다”고 했다.
“김일성이 부하들과 정상회담을 통한 노선전환을 상의했던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이 완전히 시장을 개방했고,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이 기회에 ‘모양 좋게’ 전환을 해서 가려 했던 것 같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하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6년 동안 무고한 북한주민 100만명이 굶어 죽었어요.
그때 남북한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해결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닙니까. 아마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開放(개방)의 길을 걸었을 겁니다. 뉘앙스는 좀 이상하지만 김일성이 사망한 것이 매우 안타까워요.”
“노인하고 얘기하는 것은 내가 제일”
그는 “YS는 단순한 분”이라면서 이런 말을 했다.
“YS는 일종의 傲氣(오기)로 뭉친 분 같아요. 누구와 협상을 하면 결코 물러서질 않고 반드시 이깁니다. 논리가 뛰어난 DJ도 협상을 하면 번번이 물러서요. 정상회담을 앞두고 YS가 제게 한 이야긴데, 김일성과 부친 金弘祚(김홍조·작고) 옹이 1912년생으로 동갑이었답니다. YS가 ‘내가 우리 아버지께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하잖아. 노인하고 얘기하는 것은 내가 제일이야. 걱정할 것 없어’라고 자신했더랬습니다.”
이홍구 위원장은 2000년 7월, 주미대사를 마치고 歸任(귀임)해 6·15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DJ를 만나 ‘고생하셨지만, 하지 않으셔도 될 말을 한 것이 있다’고 하니까 顔色(안색)이 확 변하더라고요. ‘그게 뭐냐?’고 묻기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우리의 연합제가 공통점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고, 합의문에 들어가면 안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DJ는 ‘김정일은 아버지 때부터 연방제를 주장했기 때문에 연방제라는 글자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하기에, ‘김정일 위원장도 남한 사정을 잘 알지 않느냐. 나는 지역적으로 少數(소수)이고, 당도 소수다. 내가 대통령이 된 것은 JP가 도와줬기 때문이다. 만약 연방제를 넣으면 JP가 다 때려치우라고 할 것이다. 그럼, 남북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했어야 합니다’라고 했어요. 왜 DJ가 그것을 받아들였는지 유감입니다.”
이 위원장은 “북핵은 경제원조를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용”이라면서 “비핵화 공동선언을 북한이 지키지 않는다면 2012년 전작권 전환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2009년 4월,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도쿄에서 만나니 이런 말을 해요. ‘세계 제일의 핵보유국 러시아와 미국, 게다가 일본·중국 등 4대 강국이 6자회담에서 북핵을 해결 못하면 이 세상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우선순위에서 한반도가 밀려서 그렇습니다. 어중간한 북핵 해결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미국 측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홍구 총리는 “그런 면에서 6·25전쟁 60주년은 우리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더없이 좋은 기회”라며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는 미국·영국·캐나다·터키·호주·필리핀 등 참전국에 감사하면서 동맹국, 특히 미국에 북한 핵무기에 대한 경종을 울려줘야 한다”고 했다.⊙
사진 : 서경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