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 해에만 산림재해 예방 등에 9600억원 투입, 5만5000개 일자리 창출 계획
● 온실가스 흡수 기능만으로도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7조4000억원
鄭光秀
⊙ 1953년 강원도 출생.
⊙ 춘천고·강원대 임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임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 산림자원학 박사.
⊙ 제15회 기술고시 합격. 산림청 산림자원국장.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 산림청 차장.
⊙ 홍조근정훈장 수훈.
취재지원 : 李玲朱 月刊朝鮮 인턴기자
● 온실가스 흡수 기능만으로도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7조4000억원
鄭光秀
⊙ 1953년 강원도 출생.
⊙ 춘천고·강원대 임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임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 산림자원학 박사.
⊙ 제15회 기술고시 합격. 산림청 산림자원국장.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 산림청 차장.
⊙ 홍조근정훈장 수훈.
취재지원 : 李玲朱 月刊朝鮮 인턴기자
농림부 산림국이 산림청으로 승격된 시기는 1967년 1월 1일이다. 廳(청)으로 승격된 이후 산림청장을 지낸 이는 28대에 걸쳐 26명이다. 이 가운데 내부 승진으로 산림청장에 발탁된 사람은 네 명. 現(현) 제28대 산림청장인 鄭光秀(정광수) 청장도 그 네 명 중 한 명이다.
정 청장은 대학 졸업 후 9급 공무원으로 조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조달청에 근무했다. 조달청 근무 중이던 1979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산림청으로 籍(적)을 옮긴 후 지금까지 30년간 산림청 한 곳에서만 근무했다.
30년간 산림청에 근무하면서 그는 일반직, 계약직, 별정직, 정무직 등 공무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신분을 모두 체험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이력 중 임원정책국장 직책은 개방직 공무원제의 적용을 받는 자리로, 민간인들과의 경쟁을 통해 선발된다. 개방직 공무원제를 통해 임용된 공무원의 신분은 계약직이다. 산림청 차장은 별정직, 현재의 청장은 정무직이다. 그를 ‘산림 전문가’이자 ‘산림행정 전문가’로 지칭하게 만든 이력들이다.
산림청은 한때 소속이 내무부로 바뀐 적도 있었지만 42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산림청’이라는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수립 후 수많은 정부 부처의 이름이 바뀌었지만 국세청, 관세청, 병무청 등 廳(청) 자 돌림 정부 기관들의 이름은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정 청장에게 던진 첫 질문은 “시대 흐름이나 산림청 역할에 맞게 산림청의 이름을 녹색성장부로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냐”였다. 돌아온 답은 “예민한 문제이고, 그런 질문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의 탁자 위에는 인터뷰를 위해 실무진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각종 자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정 청장은 그 자료들 들쳐보지 않았다. 산림과 관련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이 머릿속에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시에 도전한 까닭
―30년 동안 산림청에서만 근무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7급으로 산림청에 왔을 때 임업고시(기술고시)가 생겼어요. 그걸 봐서 합격했으니 더 이상 다른 정부기관으로 갈 도리가 없었던 거죠. 산림청에 딱 맞는 경력자니까요.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산림청이 좋았기 때문이죠.”
―공무원 생활 중에 고시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고시에 도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올라오지 못했겠죠.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겁니다. 여담이지만 당시 제가 모시던 분이 고시 출신이었는데, 성격이 다소 괴팍했어요. 나이는 저와 똑같은데, 그분에게 인간적인 모욕을 당하곤 했죠. 그래서 ‘나도 고시 한번 보지 뭐’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매일 밤 9시 퇴근 후 당시 근무하던 곳에서 가까운 경희대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어요. 그렇게 6개월 정도 공부한 후 임업고시에 합격했죠.”
―이력을 보니까 2급 정교사 자격증도 있던데요.
“강원도 양구종합고등학교에서 석 달간 역사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어요. 한 3개월 생활해보니 동료교사들의 직무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게 느껴졌어요. 교사는 사명감이 필요하고, 그래서 직무만족도가 높아야 하는 직업인데 나이 드신 선생님들은 수업을 제게 떠맡기는 등 의욕이 없어 보였죠. 아마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데서 오는 매너리즘이거나, 학생들에게 시달리는 것 등이 그 원인이었겠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교사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던 거죠.”
인터뷰 도중 여직원이 차를 내왔다. 일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가 아니라 ‘녹차라떼’(녹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음료)였다. “茶(차) 색깔도 산림청답네요”라는 필자의 말에 그는 빙긋 웃었다. 여직원이 내온 차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놓인 파일을 비롯해 커튼, 소파 옆에 걸려 있는 수건 등 모든 사물이 녹색으로 통일돼 있었다. 인터뷰 중 정 청장이 자주 언급한 단어가 ‘녹색성장’이었다.
―정부가 내세우는 국가 비전 중 하나가 ‘저탄소 녹색성장’인데 산림청의 직무와 밀접한 비전인 것 같습니다.
“네, 공교롭게도 녹색성장은 산림정책의 콘셉트와 아주 잘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산림은 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에 저탄소와 직결돼 있고, 녹색성장은 숲과 나무의 녹색 이미지와 결부되고 있죠.”
전 세계 유일의 治山綠化 성공국
―산림청에서 잔뼈가 굵은 산림행정가 입장에서 본 우리나라 산림정책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자화자찬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우리나라를 ‘최단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라고 평가한 바 있어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레스터 브라운은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성공사례를 개발도상국 산림녹화의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고요. 국토 녹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100여 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30년 만에 전반적인 국토 녹화를 달성했어요. 그 축적된 산림 노하우가 나름의 브랜드 가치를 갖는 거죠. 그래서 이제 우리 산림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때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창설 등의 구상도 이런 데서 나온 것입니다.”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창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국가브랜드가 3개 있습니다. 세계 일류의 IT 인프라, 개도국이 배우고자 하는 새마을 운동, 또 하나는 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에서 유일한 성공사례로 평가 받는 治山綠化(치산녹화)입니다. 이런 녹화기술을 바탕으로 산림청에서는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 사막화 방지라든가, 파괴된 열대림의 복원이라든지 하는 兩者(양자), 多者間(다자간) 협력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아시아 산림협력기구는 보다 체계적인 사막화 방지사업, 열대림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국가 간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에 기여할 추진체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구상된 겁니다.”
―언제 창설됩니까.
“우리는 산림과 관련하여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협력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오는 6월 2일 제주도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립니다. 그때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창설’이 제안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실질적인 설립 작업은 그때부터 시작될 겁니다.”
―최근 국내 기업이 해외 산림자원 개발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까.
“그렇습니다. 산림청이 해외 산림자원 개발에 착수했던 건 오래 전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1968년 남방개발이라는 업체가 인도네시아의 산림개발사업에 투자한 게 최초입니다. 이 투자는 산림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해외에 투자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합니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 8개국에 우리나라의 13개 업체가 18만ha에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업체가 운영하는 조림사업지의 넓이가 제주도 전체 면적과 같아요. 서울시와 비교하면 그 세 배에 해당하는 면적이죠. 임업협력협정이 체결된 나라가 10개국이고, 이를 통해 정례적으로 정부 간 회의를 갖고 투자진출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청정연료 ‘펠릿’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었는데요.
“국민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데 있어 식목일을 앞당기는 것만큼 효과가 확실한 것도 없을 겁니다. 녹색성장에 대해 기초적인 제안을 하는 청와대 토론회 자리에서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날 대통령 말씀이 ‘지역별로 나무 심는 기간이 다르니까, 3월 1일부터 4월 말까지 두 달간을 나무 심는 기간으로 하겠다. 식목일에만 나무를 심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지역별로 알맞은 때를 정해서 심으면 된다’는 거였어요.”
―식목일을 폐지하자는 뜻입니까.
“아니죠. 식목일은 과거 헐벗은 영토를 녹화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 같은 사안을 고려할 때 식목일을 바꿀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죠. 올해 제주 서귀포에서는 나무 심기를 2월 20일에 했어요. 그런데 강원도는 4월이 돼도 해빙이 안되는 지역이 있어 5월까지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4월 5일부터 나무를 심거나, 4월 5일에만 나무를 심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 안되죠. 그래서 ‘식목일’은 상징적 의미를 갖게 내버려 두고, 지역별 나무 심는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일부 언론이 ‘이런 것까지 대통령이 참견하느냐’며 비난하던데, 글쎄요. 대통령께서는 환경문제에 대해 확고한 의지가 있어요. 그날 대통령께서는 펠릿(톱밥을 고온·고압으로 압축, 담배 필터 형태로 가공한 청정연료) 사용 확산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나타내셨죠.”
―펠릿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생활연료로 각광 받고 있는데요.
“펠릿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최근 화석연료 대체용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1970년 미국에서 목재 펠릿이 최초로 개발됐는데 장작이나 나무에 비해 여러모로 장점이 있습니다. 가령 나무는 그때그때 넣어줘야 하지만 펠릿은 자동공급이라는 점에서 편리하고, 열효율이 높으면서도 연기와 재가 거의 없습니다. 동일한 열효율을 낼 때 경유의 절반밖에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성도 뛰어나고, 경유를 연소하는 것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2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친환경 청정에너지라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한마디로 펠릿 생산은 ‘산에서 유전을 캐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요즘 기름값 폭등과 기후변화가 큰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 골칫거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 펠릿입니다. 석유나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자원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펠릿 연료 사용은 아직 미미한데요.
“올해에 펠릿 제조공장 1개소가 준공됐습니다. 아직은 사용이 미미하지만 ‘목재 펠릿 보급확대 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농촌 난방, 시설원예용으로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발전용 등으로 다변화해 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펠릿 공장 71개소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100조원의 산림 가치
정 청장은 각종 수치를 제시할 때도 자료를 보지 않았다.
―자료를 보지 않고 답하면 불안하지 않습니까.
“저는 산림청에서 평생을 보냈어요. 대통령께서 임명장 주시면서 ‘(산림청에) 오래 근무했고, 전문가니까 업그레이드를 제대로 해보라’고 하셨는데, 이 정도 통계수치는 머리에 넣고 있어야죠.”
―환경을 중시하는 정책을 수행하다 보면 다른 정부기관과 충돌하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산림분야는 종합행정이라 부처 간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환경부와의 경계선이 상당히 모호합니다. 법을 제정할 때마다 부딪치는 부분이 생기는데, 대체로 그쪽은 환경에 대해 절대 보존의 시각을, 우리는 상대 보존의 입장을 갖고 충돌합니다. 이 밖에도 토지연구 분야에서는 국토해양부와, 국유재산 이용활성화나 에너지 자원 측면에서는 기획재정부와 충돌이 일어나곤 합니다. 산림청은 국토의 큰 부분을 다루고 있기에 각 부처와 충돌이 많은 편이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린에너지 성장정책에 15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산림청은 ‘비전 2010 산림가치 100조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조원도 안되는 산림 예산으로 100조원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건데, 가능하겠습니까.
“산림청의 현재 비전인 ‘2010년 100조원’은 2005년에 만든 겁니다. 여기에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공익적 가치가 2005년 기준으로 66조원이 포함된 액수입니다.”
―공익적 가치는 어떻게 산출됩니까.
“대체비용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인공적으로 댐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죠. 댐을 건설해 확보하는 수자원과 산림을 이용해 확보하는 수자원의 양이 같다고 가정했을 때 댐 건설비용을 산림을 통해 얻는 효과비용으로 대체하는 거죠. 공익적 가치는 그런 방식으로 산출되는 겁니다. 토사유출 방지, 온실가스 흡수 기능 등도 공익적 가치에 포함되죠. 현재 우리 산림에는 13억7000만t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돼 있어요.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탄소배출권이 1t에 2만원이니까 27조4000억원이 되는 겁니다. 온실가스 흡수 기능만으로도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7조4000억원이 되는 셈이죠.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뉴딜사업’ 가운데 산림청이 주도해야 할 사업은 어떤 게 있습니까.
“녹색뉴딜정책 9개 핵심사업 중 ‘산림자원 조성 및 활용 확대’ 분야가 우리가 주도해야 할 사업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녹색뉴딜 9개 핵심사업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저희가 추진하는 ‘녹색 숲 가꾸기’는 ‘4대강 살리기’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일자리 창출 속도 및 투자조성의 용이성에서는 전체 1위로 평가 받았습니다.”
―산림청과 일자리 창출이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올해에만 산림재해 예방, 훼손산림 복원, 산림서비스 증진, 생태숲 조성, 생활림 조성 및 관리 등에 9600억원을 투입해 5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에도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연인원 1554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실업난 해소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북한 산림은 완전 황무지
―황폐화한 북한산림 복구를 위한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탄소배출권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2008년 조사결과 북한의 황폐산림은 10년 전보다 74%나 증가한 상태입니다. 특히 林相(임상)이 양호했던 함경도와 자강도의 황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북한의 산에는 싸리나 아카시아 같은 것을 먼저 심어서 척박한 토양을 먼저 비옥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난 후에 일반 나무들을 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대놓고 말하자면 주제파악을 못해요. 묘목을 보낼 때 아카시아나 싸리를 보내주면, 자기들 토양은 생각 못하고 가장 좋은 백합나무나 잣나무를 보내달라고 합니다.”
―어차피 그 묘목도 땔감이 될 텐데요.
“그렇죠. 한마디로 국가가 아주 그냥 헐벗은 거죠. 북한 개성에 가보셨습니까. 그곳에 가본 사람들은 어떻게 남북한이 이렇게 대비가 심하냐며 통탄하곤 해요. 저는 이게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요. 일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예전에 火田(화전)이 많았죠. 우리는 화전민 40만명 이상을 쫓아내면서까지 화전을 산으로 일궈냈어요. 그런데 북한은 반대로 화전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였죠. 그 결과가 뭡니까.”
―북한의 산림 현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언론에 공표는 안됐지만 1999년에 북한의 산림을 위성사진으로 조사한 적이 있어요. 완전히 황무지예요. 북한 산림의 실상은 지금껏 그 통계에 의존하고 있어요. 그 자료에 따르면, 163만ha가 황무지라고 나와요. 10년 후에 다시 조사를 해서 올 1월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74%가 증가한, 284만ha가 황무지로 조사됐어요. 이것은 바꿔 말하면 우리가 지불해야 할 통일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해요. 북한 산림 복구는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북한 지역 탄소배출권 조림의 투자 수익성 및 투자 환경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70억 그루 나무심기 운동
―지구온난화에 대해 산림청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텐데, ‘지구가 몇십 년 이내에 물에 잠길 것이다’는 식의 예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금 과장된 면이 있지만 지금 상황을 방치하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 2월 20일에 서귀포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했었어요. 제주도민들이 ‘기후변화를 제주도만큼 심하게 느끼는 곳이 없다’고 난리였습니다. 산꼭대기에 있는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전부 말라 죽었다고 해요. 또 해수면이 상승한 것이 제주도에선 직접 보입니다. 이미 잠기고 있는 바닷가도 있잖아요. 호주라든가 뉴질랜드, 남태평양 수많은 도서들은 이미 수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고, 그렇게 될 거예요. 얼마나 잠기느냐가 문젭니다. 그대로 두면 재앙이 올 겁니다.”
―지금의 기후변화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언제쯤 지구 곳곳이 물에 잠기는 상황이 올 것 같습니까.
“우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상적으로 말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완전 통제하면 이 상태에서 온난화를 멈출 수도 있겠죠. 산림청은 기후변화에 대비해서 세계에 70억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했는데, 첫 해에 10억 그루, 그 다음 해에 20억 그루를 심었어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은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가 마련될 겁니다. 거기서 우리 산림청도 자발적 감축계획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정 청장은 대학 졸업 후 9급 공무원으로 조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조달청에 근무했다. 조달청 근무 중이던 1979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산림청으로 籍(적)을 옮긴 후 지금까지 30년간 산림청 한 곳에서만 근무했다.
30년간 산림청에 근무하면서 그는 일반직, 계약직, 별정직, 정무직 등 공무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신분을 모두 체험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이력 중 임원정책국장 직책은 개방직 공무원제의 적용을 받는 자리로, 민간인들과의 경쟁을 통해 선발된다. 개방직 공무원제를 통해 임용된 공무원의 신분은 계약직이다. 산림청 차장은 별정직, 현재의 청장은 정무직이다. 그를 ‘산림 전문가’이자 ‘산림행정 전문가’로 지칭하게 만든 이력들이다.
산림청은 한때 소속이 내무부로 바뀐 적도 있었지만 42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산림청’이라는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수립 후 수많은 정부 부처의 이름이 바뀌었지만 국세청, 관세청, 병무청 등 廳(청) 자 돌림 정부 기관들의 이름은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정 청장에게 던진 첫 질문은 “시대 흐름이나 산림청 역할에 맞게 산림청의 이름을 녹색성장부로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냐”였다. 돌아온 답은 “예민한 문제이고, 그런 질문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의 탁자 위에는 인터뷰를 위해 실무진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각종 자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정 청장은 그 자료들 들쳐보지 않았다. 산림과 관련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이 머릿속에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시에 도전한 까닭
―30년 동안 산림청에서만 근무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7급으로 산림청에 왔을 때 임업고시(기술고시)가 생겼어요. 그걸 봐서 합격했으니 더 이상 다른 정부기관으로 갈 도리가 없었던 거죠. 산림청에 딱 맞는 경력자니까요.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산림청이 좋았기 때문이죠.”
―공무원 생활 중에 고시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고시에 도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올라오지 못했겠죠.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겁니다. 여담이지만 당시 제가 모시던 분이 고시 출신이었는데, 성격이 다소 괴팍했어요. 나이는 저와 똑같은데, 그분에게 인간적인 모욕을 당하곤 했죠. 그래서 ‘나도 고시 한번 보지 뭐’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매일 밤 9시 퇴근 후 당시 근무하던 곳에서 가까운 경희대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어요. 그렇게 6개월 정도 공부한 후 임업고시에 합격했죠.”
―이력을 보니까 2급 정교사 자격증도 있던데요.
“강원도 양구종합고등학교에서 석 달간 역사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어요. 한 3개월 생활해보니 동료교사들의 직무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게 느껴졌어요. 교사는 사명감이 필요하고, 그래서 직무만족도가 높아야 하는 직업인데 나이 드신 선생님들은 수업을 제게 떠맡기는 등 의욕이 없어 보였죠. 아마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데서 오는 매너리즘이거나, 학생들에게 시달리는 것 등이 그 원인이었겠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교사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던 거죠.”
인터뷰 도중 여직원이 차를 내왔다. 일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가 아니라 ‘녹차라떼’(녹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음료)였다. “茶(차) 색깔도 산림청답네요”라는 필자의 말에 그는 빙긋 웃었다. 여직원이 내온 차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놓인 파일을 비롯해 커튼, 소파 옆에 걸려 있는 수건 등 모든 사물이 녹색으로 통일돼 있었다. 인터뷰 중 정 청장이 자주 언급한 단어가 ‘녹색성장’이었다.
―정부가 내세우는 국가 비전 중 하나가 ‘저탄소 녹색성장’인데 산림청의 직무와 밀접한 비전인 것 같습니다.
“네, 공교롭게도 녹색성장은 산림정책의 콘셉트와 아주 잘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산림은 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에 저탄소와 직결돼 있고, 녹색성장은 숲과 나무의 녹색 이미지와 결부되고 있죠.”
전 세계 유일의 治山綠化 성공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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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과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09년 3월 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광수 산림청장과 까반 산림청장(左)의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육성 협력 양해각서 작성을 지켜보고 있다. |
“이렇게 얘기하면 자화자찬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우리나라를 ‘최단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라고 평가한 바 있어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레스터 브라운은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성공사례를 개발도상국 산림녹화의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고요. 국토 녹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100여 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30년 만에 전반적인 국토 녹화를 달성했어요. 그 축적된 산림 노하우가 나름의 브랜드 가치를 갖는 거죠. 그래서 이제 우리 산림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때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창설 등의 구상도 이런 데서 나온 것입니다.”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창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국가브랜드가 3개 있습니다. 세계 일류의 IT 인프라, 개도국이 배우고자 하는 새마을 운동, 또 하나는 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에서 유일한 성공사례로 평가 받는 治山綠化(치산녹화)입니다. 이런 녹화기술을 바탕으로 산림청에서는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 사막화 방지라든가, 파괴된 열대림의 복원이라든지 하는 兩者(양자), 多者間(다자간) 협력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아시아 산림협력기구는 보다 체계적인 사막화 방지사업, 열대림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국가 간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에 기여할 추진체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구상된 겁니다.”
―언제 창설됩니까.
“우리는 산림과 관련하여 몽골,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협력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오는 6월 2일 제주도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립니다. 그때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창설’이 제안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실질적인 설립 작업은 그때부터 시작될 겁니다.”
―최근 국내 기업이 해외 산림자원 개발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까.
“그렇습니다. 산림청이 해외 산림자원 개발에 착수했던 건 오래 전부터 시작된 일입니다. 1968년 남방개발이라는 업체가 인도네시아의 산림개발사업에 투자한 게 최초입니다. 이 투자는 산림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해외에 투자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합니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 8개국에 우리나라의 13개 업체가 18만ha에 조림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업체가 운영하는 조림사업지의 넓이가 제주도 전체 면적과 같아요. 서울시와 비교하면 그 세 배에 해당하는 면적이죠. 임업협력협정이 체결된 나라가 10개국이고, 이를 통해 정례적으로 정부 간 회의를 갖고 투자진출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청정연료 ‘펠릿’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었는데요.
“국민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데 있어 식목일을 앞당기는 것만큼 효과가 확실한 것도 없을 겁니다. 녹색성장에 대해 기초적인 제안을 하는 청와대 토론회 자리에서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날 대통령 말씀이 ‘지역별로 나무 심는 기간이 다르니까, 3월 1일부터 4월 말까지 두 달간을 나무 심는 기간으로 하겠다. 식목일에만 나무를 심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지역별로 알맞은 때를 정해서 심으면 된다’는 거였어요.”
―식목일을 폐지하자는 뜻입니까.
“아니죠. 식목일은 과거 헐벗은 영토를 녹화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 같은 사안을 고려할 때 식목일을 바꿀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죠. 올해 제주 서귀포에서는 나무 심기를 2월 20일에 했어요. 그런데 강원도는 4월이 돼도 해빙이 안되는 지역이 있어 5월까지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4월 5일부터 나무를 심거나, 4월 5일에만 나무를 심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 안되죠. 그래서 ‘식목일’은 상징적 의미를 갖게 내버려 두고, 지역별 나무 심는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일부 언론이 ‘이런 것까지 대통령이 참견하느냐’며 비난하던데, 글쎄요. 대통령께서는 환경문제에 대해 확고한 의지가 있어요. 그날 대통령께서는 펠릿(톱밥을 고온·고압으로 압축, 담배 필터 형태로 가공한 청정연료) 사용 확산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나타내셨죠.”
―펠릿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생활연료로 각광 받고 있는데요.
“펠릿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최근 화석연료 대체용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1970년 미국에서 목재 펠릿이 최초로 개발됐는데 장작이나 나무에 비해 여러모로 장점이 있습니다. 가령 나무는 그때그때 넣어줘야 하지만 펠릿은 자동공급이라는 점에서 편리하고, 열효율이 높으면서도 연기와 재가 거의 없습니다. 동일한 열효율을 낼 때 경유의 절반밖에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성도 뛰어나고, 경유를 연소하는 것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2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친환경 청정에너지라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한마디로 펠릿 생산은 ‘산에서 유전을 캐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요즘 기름값 폭등과 기후변화가 큰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 골칫거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 펠릿입니다. 석유나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자원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펠릿 연료 사용은 아직 미미한데요.
“올해에 펠릿 제조공장 1개소가 준공됐습니다. 아직은 사용이 미미하지만 ‘목재 펠릿 보급확대 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농촌 난방, 시설원예용으로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발전용 등으로 다변화해 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펠릿 공장 71개소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100조원의 산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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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일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금강소나무 씨앗과 꽃씨를 담은 봉투 15만개를 무료로 나눠주는 ‘사랑의 씨앗’ 나눠주기 행사가 열렸다. 정광수(오른쪽 두 번째) 산림청장과 류철호(오른쪽 세 번째)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씨앗을 직접 나눠주고 있다. |
―자료를 보지 않고 답하면 불안하지 않습니까.
“저는 산림청에서 평생을 보냈어요. 대통령께서 임명장 주시면서 ‘(산림청에) 오래 근무했고, 전문가니까 업그레이드를 제대로 해보라’고 하셨는데, 이 정도 통계수치는 머리에 넣고 있어야죠.”
―환경을 중시하는 정책을 수행하다 보면 다른 정부기관과 충돌하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산림분야는 종합행정이라 부처 간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환경부와의 경계선이 상당히 모호합니다. 법을 제정할 때마다 부딪치는 부분이 생기는데, 대체로 그쪽은 환경에 대해 절대 보존의 시각을, 우리는 상대 보존의 입장을 갖고 충돌합니다. 이 밖에도 토지연구 분야에서는 국토해양부와, 국유재산 이용활성화나 에너지 자원 측면에서는 기획재정부와 충돌이 일어나곤 합니다. 산림청은 국토의 큰 부분을 다루고 있기에 각 부처와 충돌이 많은 편이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린에너지 성장정책에 15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산림청은 ‘비전 2010 산림가치 100조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조원도 안되는 산림 예산으로 100조원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건데, 가능하겠습니까.
“산림청의 현재 비전인 ‘2010년 100조원’은 2005년에 만든 겁니다. 여기에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공익적 가치가 2005년 기준으로 66조원이 포함된 액수입니다.”
―공익적 가치는 어떻게 산출됩니까.
“대체비용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인공적으로 댐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죠. 댐을 건설해 확보하는 수자원과 산림을 이용해 확보하는 수자원의 양이 같다고 가정했을 때 댐 건설비용을 산림을 통해 얻는 효과비용으로 대체하는 거죠. 공익적 가치는 그런 방식으로 산출되는 겁니다. 토사유출 방지, 온실가스 흡수 기능 등도 공익적 가치에 포함되죠. 현재 우리 산림에는 13억7000만t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돼 있어요.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탄소배출권이 1t에 2만원이니까 27조4000억원이 되는 겁니다. 온실가스 흡수 기능만으로도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7조4000억원이 되는 셈이죠.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뉴딜사업’ 가운데 산림청이 주도해야 할 사업은 어떤 게 있습니까.
“녹색뉴딜정책 9개 핵심사업 중 ‘산림자원 조성 및 활용 확대’ 분야가 우리가 주도해야 할 사업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녹색뉴딜 9개 핵심사업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저희가 추진하는 ‘녹색 숲 가꾸기’는 ‘4대강 살리기’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일자리 창출 속도 및 투자조성의 용이성에서는 전체 1위로 평가 받았습니다.”
―산림청과 일자리 창출이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올해에만 산림재해 예방, 훼손산림 복원, 산림서비스 증진, 생태숲 조성, 생활림 조성 및 관리 등에 9600억원을 투입해 5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에도 숲 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연인원 1554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실업난 해소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북한 산림은 완전 황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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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7일 정광수 산림청장이 제64회 식목일을 맞아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나무나눠주기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금강소나무 묘목을 나눠주고 있다. |
“탄소배출권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2008년 조사결과 북한의 황폐산림은 10년 전보다 74%나 증가한 상태입니다. 특히 林相(임상)이 양호했던 함경도와 자강도의 황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북한의 산에는 싸리나 아카시아 같은 것을 먼저 심어서 척박한 토양을 먼저 비옥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난 후에 일반 나무들을 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대놓고 말하자면 주제파악을 못해요. 묘목을 보낼 때 아카시아나 싸리를 보내주면, 자기들 토양은 생각 못하고 가장 좋은 백합나무나 잣나무를 보내달라고 합니다.”
―어차피 그 묘목도 땔감이 될 텐데요.
“그렇죠. 한마디로 국가가 아주 그냥 헐벗은 거죠. 북한 개성에 가보셨습니까. 그곳에 가본 사람들은 어떻게 남북한이 이렇게 대비가 심하냐며 통탄하곤 해요. 저는 이게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요. 일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예전에 火田(화전)이 많았죠. 우리는 화전민 40만명 이상을 쫓아내면서까지 화전을 산으로 일궈냈어요. 그런데 북한은 반대로 화전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였죠. 그 결과가 뭡니까.”
―북한의 산림 현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언론에 공표는 안됐지만 1999년에 북한의 산림을 위성사진으로 조사한 적이 있어요. 완전히 황무지예요. 북한 산림의 실상은 지금껏 그 통계에 의존하고 있어요. 그 자료에 따르면, 163만ha가 황무지라고 나와요. 10년 후에 다시 조사를 해서 올 1월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74%가 증가한, 284만ha가 황무지로 조사됐어요. 이것은 바꿔 말하면 우리가 지불해야 할 통일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해요. 북한 산림 복구는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북한 지역 탄소배출권 조림의 투자 수익성 및 투자 환경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70억 그루 나무심기 운동
―지구온난화에 대해 산림청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텐데, ‘지구가 몇십 년 이내에 물에 잠길 것이다’는 식의 예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금 과장된 면이 있지만 지금 상황을 방치하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 2월 20일에 서귀포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했었어요. 제주도민들이 ‘기후변화를 제주도만큼 심하게 느끼는 곳이 없다’고 난리였습니다. 산꼭대기에 있는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전부 말라 죽었다고 해요. 또 해수면이 상승한 것이 제주도에선 직접 보입니다. 이미 잠기고 있는 바닷가도 있잖아요. 호주라든가 뉴질랜드, 남태평양 수많은 도서들은 이미 수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고, 그렇게 될 거예요. 얼마나 잠기느냐가 문젭니다. 그대로 두면 재앙이 올 겁니다.”
―지금의 기후변화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언제쯤 지구 곳곳이 물에 잠기는 상황이 올 것 같습니까.
“우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상적으로 말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완전 통제하면 이 상태에서 온난화를 멈출 수도 있겠죠. 산림청은 기후변화에 대비해서 세계에 70억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했는데, 첫 해에 10억 그루, 그 다음 해에 20억 그루를 심었어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은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가 마련될 겁니다. 거기서 우리 산림청도 자발적 감축계획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