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의 페트레이어스 사령관은 2008년 4월 19일 동맹군 지휘관들에게 “자이툰 부대의 민사작전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라며 “이라크에 부임하는 모든 지휘관들은 자이툰부대를 방문해 민사작전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벤치마킹하라”고 지시했다.
2008년 12월 19일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에서 임무를 마치고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자이툰(Zaytun) 부대장 朴宣宇(박선우·52) 육군 소장은 귀국하자마자 보병 37사단장으로 부임했다.
박 소장은 제1대 황의돈 소장, 2대 정승조 소장, 3대 황중선 소장, 4대 윤영범 소장에 이어 5대 자이툰 부대장으로 2008년 4월 15일부터 12월 말까지 근무했다. 그는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오후엔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조건에서 임무를 완수한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자이툰 부대원 660여 명(다이만 부대 포함)이 귀국함에 따라 지난 2004년 9월부터 시작된 이라크 파병임무는 4년3개월여 만에 종료됐다. 이라크 파병 한국군 자이툰부대의 정식 명칭은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이다. 자이툰이란 명칭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를 뜻하는 쿠르드語(어)다. 박 소장은 귀국을 위해 이라크 아르빌에서 쿠웨이트로 이동할 때 안개로 인한 기상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 기지에서 자이툰부대를 지원하고 있는 공군 다이만부대(제58항공수송단)가 아르빌에서 쿠웨이트까지 1000km 거리를 C-130수송기로 실어 날랐어요. 그런데 주둔 기간 내내 안개 구경을 못했던 아르빌의 하울러 공항에 이날따라 안개가 자욱해 수송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쿠웨이트로 회항했습니다.”
당시 자이툰 부대는 장비와 물자를 이미 미군 용역차량을 통해 쿠웨이트로 먼저 보냈기 때문에 부대를 지킬 총기와 탄약이 없어서 난감했다고 한다. 다행히 오후 기상이 호전돼 무사히 철수했다는 것.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2003년 4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아 지역에 서희·제마부대의 파병으로 시작됐다. 이후 정부는 2003년 10월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했고, 2004년 2월 국회에서 파병안이 가결됐다.
2004년 1월 12일 이라크 파병준비를 위한 창설기획단이 편성됐고, 파병부대의 임무수행을 위해 재건지원, 의료활동, 민사작전(civil military affair: 對民업무를 위주로 한 작전), 경계 및 경호작전, 통역담당관 등을 담당할 병력 3800명을 선발했다. 2004년 2월 23일 황의돈 장군을 초대 사단장으로 하는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이 창설됐고, 그해 9월 1진이 쿠웨이트로 이동했다.
3800명 병력이 660명으로 줄어
자이툰부대는 2004년 9월 3일부터 9월 20일까지 섭씨 50도가 넘는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을 극복하면서 쿠웨이트에서 아르빌까지 총 1115km를 3개 제대로 나뉘어 이동했다. 이동 중에 적대세력의 소화기 공격과 이동로상에서 급조폭발물(IED)이 발견돼 전체 부대원들이 크게 긴장했다고 한다.
파병 이후 자이툰부대는 2006년 8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민사여단 해체와 병력 감축이 있었고, 2008년 12월 임무종결 후 국내로 복귀할 때는 공군 다이만부대(제58항공단) 140명을 포함, 660명이었다. 박 소장은 “처음 3800명이었던 병력이 점차 줄어 520명으로 임무를 수행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이툰부대는 2004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아르빌의 한 지역 330만㎡(100만평)의 부지에 컨테이너 720동, 에어돔 14동 등 자이툰 캠프를 건설했다. 2004년 9월 22일 아르빌의 ‘자이툰 캠프’에 지휘소를 설치했고, 같은 해 10월 1일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로부터 이라크 북동부지역에 대한 작전권을 인수하면서 평화 재건임무 수행에 돌입했다. 2006년 4월 1일에는 이라크 전역에 대한 戰後(전후)복구 사업과 재건지원을 하는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이라크지원단(UNAMI)에 대한 경계임무를 추가적으로 부여 받았다.
―부대를 지휘하면서 장병들에게 강조한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점령군의 자세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으로 대하라고 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초콜릿이나 껌을 어린이들에게 마구 던져주었는데, 우리는 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자이툰 부대원들은 그들에게 기념품 하나를 주더라도 공손하게 두 손으로 전달하고 손을 잡아 주거나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박 소장은 “민사작전을 나갈 때도 부락의 촌장이나 종교지도자(이맘)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았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18개 州(주) 가운데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아르빌 주, 술레마니아 주, 다훅 주 등 3개 주를 묶어 쿠르드지방정부(KRG)를 만들었습니다. 자이툰부대가 주둔한 아르빌은 95% 이상이 쿠르드족이고, 종교는 이슬람 수니파입니다. 1988년 7월 후세인은 화학탄을 포함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쿠르드인 8000여 명을 학살했고, 12만명의 난민을 발생시켰습니다. 이른바 ‘안팔학살’인데,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쿠르드족이 이란 측을 지원했다는 구실로 만행을 저지른 겁니다.”
안전사고 한 건도 없어
그는 “장병들의 안전과 부대 방호를 위해 쿠르드 현지 정보기관인 아사이쉬(Asayesh) 등과 첩보공유 회의를 실시했다”고 한다. 또 적대세력의 자살폭탄 공격에 대비, 방문자통제소(VCC)에서 자이툰부대원과 중앙정부 관할 치안조직인 제르바니가 합동으로 출입자 신분을 확인했고, 부대 인원과 장비호송 때는 차량에 차량위치추적시스템(SVTS)을 장착해 적대세력의 급조폭발물 공격에 대비했다고 한다. 보급을 담당하는 공군 다이만부대는 대공화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전술비행을 했고, 교민들이 경호를 요청하면 경호병력과 차량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처럼 안전조치를 강화한 결과 2005년 4월 적대세력의 박격포 공격을 받았으나 피해가 없었고,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과의 불화도 한 건도 없었다.
―자이툰부대에는 우수한 병사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알려졌는데요.
“간부와 병사들 모두 선발돼 왔지만, 특히 병사들이 우수했어요. 일례로 PX관리병을 1명 선발하는데 120명이 몰렸어요. 통상 10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資源(자원)들이라 능력도 있고 사명감이 불탔어요. 국내 부대 지휘관들은 부대관리 등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만 자이툰부대 병사들은 스스로 알아서 하니까 작전에만 전력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한국군이 나아가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나요.
“쿠르드인들은 아랍어가 아니라 쿠르드어를 사용하는데, 다행히 쿠르드인들이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 현지 통역 100여 명을 고용해서 영어·쿠르드어를 통역해 가며 민사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자이툰부대는 쿠르드지역 현지인들의 親韓化(친한화)를 위해 ‘그린엔젤작전’을 실시했다. 그린엔젤작전은 평화유지군으로 동티모르에 파병됐던 상록수부대가 실시했던 민사작전인 ‘블루엔젤작전’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는 일정기간 동안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해 주고 마지막 날 주민들과 장병들의 화합과 단결을 위한 축제의 한마당을 펼치는 것이다.
자이툰부대는 파병기간 동안 40개 마을 63개 기관에 총 153회의 그린엔젤작전을 수행했고, 52만6000점의 물품을 제공했다. 상호 문화체험을 위해 연간 1~2회 한-쿠르드 우정의 날 행사를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었다고 한다.
이라크 젊은이들에게 기술교육
박선우 소장은 “자이툰부대 민사작전의 양대 축은 자이툰병원과 기술교육대(VTC)”라고 했다.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 물품을 나눠주는 것보다 이라크 젊은이들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이라크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는 컴퓨터, 자동차 정비, 가전제품 수리, 발전기 정비, 중장비 운용, 특수차량 운전, 제빵 등 7개 교육과정을 열었습니다. 기수당 8주 교육과정이었는데 평균 10 대1 의 경쟁률이었고, 사흘 이상 결강하면 퇴교조치했습니다.”
기술교육대는 2005년 2월 개소해 총 16개 기수에서 2299명을 배출했고, 이들 중 61%가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체에 취업했다. 2008년 5월 자이툰부대는 기술교육대 수료인원들의 취업기회를 늘리기 위한 취업박람회를 열기도 했단다.
“자이툰부대의 노하우를 전수 받기 위해 30여 명의 미국 지방재건팀(PRT)과 쿠르드 지방정부 순교부 직원들이 위탁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동맹군 지휘관과 참모들도 우리 부대의 기술교육대 교육과정 노하우를 얻기 위해 찾았습니다.”
박 소장은 “자이툰병원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동맹군 중 현지인을 진료해 주는 유일한 병원이었다”면서 “의무대대 규모인 자이툰병원은 정형외과, 내과, 치과, 안과 등 8개 진료과에 군의관 30명, 간호장교 30명으로 구성됐다”고 했다.
2004년 11월 27일 개원한 자이툰병원은 하루 120명을 진료했고, 철수 시까지 8만9000명을 진료했다. 2004년부터 현지의사, 간호사를 대상으로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인턴십교육을 실시해 117명을 배출했다.
“자이툰병원은 심장병 어린이 18명, 사지절단 2명에 대해 한국을 방문해 치료할 수 있도록 주선했습니다. 그리고 안팔학살 피해단체에 휠체어 등 각종 장비와 물자 9종 3252점을 지원했고, 장애시설·양로원 등 32개 시설과 자매결연을 맺었어요. 또 쿠르드어 교실을 운영해 문맹률 30%인 쿠르드지역 주민들에게 초등학교 수준의 읽기, 쓰기, 수학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2004년 11월 20일 시작, 445개 학급에서 6245명이 교육을 받고 과정을 이수했어요.”
이런 자이툰 부대의 활동에 대해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의 페트레이어스 사령관은 2008년 4월 19일 동맹군 지휘관들에게 “자이툰 부대의 민사작전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라며 “이라크에 부임하는 모든 지휘관들은 자이툰부대를 방문해 민사작전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벤치마킹하라”고 지시했다.
이라크의 진정한 친구
박 소장은 “이라크 재건지원사업에 2004년부터 2300억원이 투자돼 학교·보건소·치안시설·深井(심정) 등 총 278개 건물을 신축 또는 보수했다”면서 “그 가운데 자이툰도서관은 자이툰부대가 지역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지어준 것”이라고 했다.
2008년 10월 22일, 河燦浩(하찬호) 駐(주)이라크 대사, 張光一(장광일) 합참 작전본부장, 쿠르드지방정부 총리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자이툰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자이툰도서관은 대지 3만7500㎡, 연건평 3960㎡(1200평)의 2층 건물로 아르빌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인근 다훅 주와 술레마니아 주 등 쿠르드 지방정부의 관할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현대식 다목적 문화공간이다.
“이 도서관은 총 45억원을 투입해 인근 터키 이란 등지에서 타일, 집기류, 책걸상, 컴퓨터 등 최고급 자재를 썼습니다. 건설 공기를 엄격하게 관리해 철수 직전에 준공했어요. 자매결연을 맺은 안양도서관 관계자가 ‘한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건물’이라고 하더군요.”
이처럼 자이툰부대가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들을 해결해 주자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자이툰은 쿠르드의 진정한 친구로 다가왔다”고 했고,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지방정부 대통령은 “자이툰은 우리에게 山(산) 이외에 또 다른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지난 4년3개월 동안 자이툰부대의 평화재건 지원활동의 결과는 2008년 9월 한국석유공사와 사회간접자본(SOC) 컨소시엄이 유전개발 및 사회기반시설 건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경제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공사도 아르빌공항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박 소장의 설명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쿠르드지역에서 8개의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하여 국내에서 2년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20억30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고, 국내 기업들이 21억 달러 규모의 기반시설 건설사업도 수주했습니다. 쿠르드지역 재건사업과 각종 경제활동에 국내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죠.”
현재 쿠르드 지역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9개 업체로 2008년 10월 15일 개최된 아르빌국제무역박람회에는 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업체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박 소장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 지원을 위해 지역정세와 각종 자료제공, 기업경호와 숙소지원을 했고, 치안기관장을 부대에 초청해 친한화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경제적 실익으로는 연결되지 못해
그러나 박 소장은 “부대 활동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자이툰부대가 철수하는 바람에 더 많은 국가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 같다”며 이라크 파병이 경제적인 실익으로 연결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2005년 6월 2진 민사여단장으로 아르빌지역에 갔을 때, 이미 중국·일본의 기업들이 발빠르게 아파트 건설, 도로건설 계약을 따내고 있었어요. 자이툰부대가 고생만 하고 이권은 제3자가 챙기는 상황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르드 지방정부도 ‘왜 한국기업에 공사를 주려는데 안 들어오느냐’고 했어요. 4년 이상 주둔하면서 쿠르드지역의 문화와 경제기반을 파악한 자료들을 모아 이라크주재 한국영사관에 넘기고 왔습니다. ”
박선우 소장은 “미국의 요청으로 자이툰부대가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서 재건작전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韓美(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평했다.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전쟁지지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시기에 한국이 흔쾌히 파병함으로써 미국은 한국이 진정한 동맹이라고 인식한 겁니다. 4년3개월 동안 38개 파병국이 다녀갔습니다만, 몸만 왔다가 미군들에게 부담만 주고 간 동맹국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독자적 책임지역을 맡아 미군이 생각지도 못한 민사작전을 훌륭히 수행했고, 미군에게 민사작전의 롤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파병국 38개국 가운데 한국군의 파병규모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특히 1965년 베트남전 이후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한 것이다. 한국군은 1991년 유엔가입 이후 동티모르, 레바논 등 지구촌 분쟁지역에 파병, 세계 평화유지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박 소장은 “군복을 입고 해외에 나가 활동한다는 게 젊은이들에게는 최고의 매력”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베트남에 파병할 때만 해도 소총부터 식사에 이르기까지 전부 미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이툰부대는 100% 국산 장비와 물자를 우리 배에 실어 가져갔습니다. 1만8000여 명에 달하는 파병경험 인력은 다국적군과의 연합작전 수행으로 소중한 경험을 축적한 것입니다. 특히 자이툰부대의 공중 보급과 교대병력 수송임무를 담당한 공군 다이만부대는 적대세력의 위협과 악천후 속에서 2008년 11월 13일 6000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군인도 해외로 나가야
끝으로 박 소장은 한국군의 해외파병이 늘면서 파병 노하우를 축적해 또 다른 해외파병에 대비하는 PKO 상비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인도 해외에 자주 나가 넓은 세상을 봐야 하듯, 군인들도 해외에서의 글로벌 작전을 통해 視野(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육사 35기로 임관해 육군대학 교수부장, 26사단장을 역임한 박 소장은 자이툰부대 사단장을 거쳐 37사단장으로 임명돼 창군 이래 최초로 3연속 사단장 보직을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는 “기계화사단, 해외파병사단에 이어 향토사단을 지휘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
박 소장은 제1대 황의돈 소장, 2대 정승조 소장, 3대 황중선 소장, 4대 윤영범 소장에 이어 5대 자이툰 부대장으로 2008년 4월 15일부터 12월 말까지 근무했다. 그는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오후엔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조건에서 임무를 완수한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자이툰 부대원 660여 명(다이만 부대 포함)이 귀국함에 따라 지난 2004년 9월부터 시작된 이라크 파병임무는 4년3개월여 만에 종료됐다. 이라크 파병 한국군 자이툰부대의 정식 명칭은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이다. 자이툰이란 명칭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를 뜻하는 쿠르드語(어)다. 박 소장은 귀국을 위해 이라크 아르빌에서 쿠웨이트로 이동할 때 안개로 인한 기상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 기지에서 자이툰부대를 지원하고 있는 공군 다이만부대(제58항공수송단)가 아르빌에서 쿠웨이트까지 1000km 거리를 C-130수송기로 실어 날랐어요. 그런데 주둔 기간 내내 안개 구경을 못했던 아르빌의 하울러 공항에 이날따라 안개가 자욱해 수송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쿠웨이트로 회항했습니다.”
당시 자이툰 부대는 장비와 물자를 이미 미군 용역차량을 통해 쿠웨이트로 먼저 보냈기 때문에 부대를 지킬 총기와 탄약이 없어서 난감했다고 한다. 다행히 오후 기상이 호전돼 무사히 철수했다는 것.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2003년 4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아 지역에 서희·제마부대의 파병으로 시작됐다. 이후 정부는 2003년 10월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했고, 2004년 2월 국회에서 파병안이 가결됐다.
2004년 1월 12일 이라크 파병준비를 위한 창설기획단이 편성됐고, 파병부대의 임무수행을 위해 재건지원, 의료활동, 민사작전(civil military affair: 對民업무를 위주로 한 작전), 경계 및 경호작전, 통역담당관 등을 담당할 병력 3800명을 선발했다. 2004년 2월 23일 황의돈 장군을 초대 사단장으로 하는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이 창설됐고, 그해 9월 1진이 쿠웨이트로 이동했다.
3800명 병력이 660명으로 줄어
자이툰부대는 2004년 9월 3일부터 9월 20일까지 섭씨 50도가 넘는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을 극복하면서 쿠웨이트에서 아르빌까지 총 1115km를 3개 제대로 나뉘어 이동했다. 이동 중에 적대세력의 소화기 공격과 이동로상에서 급조폭발물(IED)이 발견돼 전체 부대원들이 크게 긴장했다고 한다.
파병 이후 자이툰부대는 2006년 8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민사여단 해체와 병력 감축이 있었고, 2008년 12월 임무종결 후 국내로 복귀할 때는 공군 다이만부대(제58항공단) 140명을 포함, 660명이었다. 박 소장은 “처음 3800명이었던 병력이 점차 줄어 520명으로 임무를 수행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이툰부대는 2004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아르빌의 한 지역 330만㎡(100만평)의 부지에 컨테이너 720동, 에어돔 14동 등 자이툰 캠프를 건설했다. 2004년 9월 22일 아르빌의 ‘자이툰 캠프’에 지휘소를 설치했고, 같은 해 10월 1일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로부터 이라크 북동부지역에 대한 작전권을 인수하면서 평화 재건임무 수행에 돌입했다. 2006년 4월 1일에는 이라크 전역에 대한 戰後(전후)복구 사업과 재건지원을 하는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이라크지원단(UNAMI)에 대한 경계임무를 추가적으로 부여 받았다.
―부대를 지휘하면서 장병들에게 강조한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점령군의 자세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으로 대하라고 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초콜릿이나 껌을 어린이들에게 마구 던져주었는데, 우리는 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자이툰 부대원들은 그들에게 기념품 하나를 주더라도 공손하게 두 손으로 전달하고 손을 잡아 주거나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박 소장은 “민사작전을 나갈 때도 부락의 촌장이나 종교지도자(이맘)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았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18개 州(주) 가운데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아르빌 주, 술레마니아 주, 다훅 주 등 3개 주를 묶어 쿠르드지방정부(KRG)를 만들었습니다. 자이툰부대가 주둔한 아르빌은 95% 이상이 쿠르드족이고, 종교는 이슬람 수니파입니다. 1988년 7월 후세인은 화학탄을 포함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쿠르드인 8000여 명을 학살했고, 12만명의 난민을 발생시켰습니다. 이른바 ‘안팔학살’인데,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쿠르드족이 이란 측을 지원했다는 구실로 만행을 저지른 겁니다.”
안전사고 한 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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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쉬킨 마을 어린이와 자이툰 부대 부사관. |
이처럼 안전조치를 강화한 결과 2005년 4월 적대세력의 박격포 공격을 받았으나 피해가 없었고,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과의 불화도 한 건도 없었다.
―자이툰부대에는 우수한 병사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알려졌는데요.
“간부와 병사들 모두 선발돼 왔지만, 특히 병사들이 우수했어요. 일례로 PX관리병을 1명 선발하는데 120명이 몰렸어요. 통상 10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資源(자원)들이라 능력도 있고 사명감이 불탔어요. 국내 부대 지휘관들은 부대관리 등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만 자이툰부대 병사들은 스스로 알아서 하니까 작전에만 전력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한국군이 나아가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나요.
“쿠르드인들은 아랍어가 아니라 쿠르드어를 사용하는데, 다행히 쿠르드인들이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 현지 통역 100여 명을 고용해서 영어·쿠르드어를 통역해 가며 민사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자이툰부대는 쿠르드지역 현지인들의 親韓化(친한화)를 위해 ‘그린엔젤작전’을 실시했다. 그린엔젤작전은 평화유지군으로 동티모르에 파병됐던 상록수부대가 실시했던 민사작전인 ‘블루엔젤작전’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는 일정기간 동안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해 주고 마지막 날 주민들과 장병들의 화합과 단결을 위한 축제의 한마당을 펼치는 것이다.
자이툰부대는 파병기간 동안 40개 마을 63개 기관에 총 153회의 그린엔젤작전을 수행했고, 52만6000점의 물품을 제공했다. 상호 문화체험을 위해 연간 1~2회 한-쿠르드 우정의 날 행사를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었다고 한다.
이라크 젊은이들에게 기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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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교육대 제빵과정에서 교관을 통해 케이크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있는 현지 여성. |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 물품을 나눠주는 것보다 이라크 젊은이들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이라크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는 컴퓨터, 자동차 정비, 가전제품 수리, 발전기 정비, 중장비 운용, 특수차량 운전, 제빵 등 7개 교육과정을 열었습니다. 기수당 8주 교육과정이었는데 평균 10 대1 의 경쟁률이었고, 사흘 이상 결강하면 퇴교조치했습니다.”
기술교육대는 2005년 2월 개소해 총 16개 기수에서 2299명을 배출했고, 이들 중 61%가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체에 취업했다. 2008년 5월 자이툰부대는 기술교육대 수료인원들의 취업기회를 늘리기 위한 취업박람회를 열기도 했단다.
“자이툰부대의 노하우를 전수 받기 위해 30여 명의 미국 지방재건팀(PRT)과 쿠르드 지방정부 순교부 직원들이 위탁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동맹군 지휘관과 참모들도 우리 부대의 기술교육대 교육과정 노하우를 얻기 위해 찾았습니다.”
박 소장은 “자이툰병원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동맹군 중 현지인을 진료해 주는 유일한 병원이었다”면서 “의무대대 규모인 자이툰병원은 정형외과, 내과, 치과, 안과 등 8개 진료과에 군의관 30명, 간호장교 30명으로 구성됐다”고 했다.
2004년 11월 27일 개원한 자이툰병원은 하루 120명을 진료했고, 철수 시까지 8만9000명을 진료했다. 2004년부터 현지의사, 간호사를 대상으로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인턴십교육을 실시해 117명을 배출했다.
“자이툰병원은 심장병 어린이 18명, 사지절단 2명에 대해 한국을 방문해 치료할 수 있도록 주선했습니다. 그리고 안팔학살 피해단체에 휠체어 등 각종 장비와 물자 9종 3252점을 지원했고, 장애시설·양로원 등 32개 시설과 자매결연을 맺었어요. 또 쿠르드어 교실을 운영해 문맹률 30%인 쿠르드지역 주민들에게 초등학교 수준의 읽기, 쓰기, 수학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2004년 11월 20일 시작, 445개 학급에서 6245명이 교육을 받고 과정을 이수했어요.”
이런 자이툰 부대의 활동에 대해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의 페트레이어스 사령관은 2008년 4월 19일 동맹군 지휘관들에게 “자이툰 부대의 민사작전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라며 “이라크에 부임하는 모든 지휘관들은 자이툰부대를 방문해 민사작전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벤치마킹하라”고 지시했다.
이라크의 진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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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 22일 자이툰도서관 준공식에서 현지 어린이가 박선우 사단장(왼쪽)과 장광일 합참작전본부장(가운데)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
2008년 10월 22일, 河燦浩(하찬호) 駐(주)이라크 대사, 張光一(장광일) 합참 작전본부장, 쿠르드지방정부 총리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자이툰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자이툰도서관은 대지 3만7500㎡, 연건평 3960㎡(1200평)의 2층 건물로 아르빌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인근 다훅 주와 술레마니아 주 등 쿠르드 지방정부의 관할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현대식 다목적 문화공간이다.
“이 도서관은 총 45억원을 투입해 인근 터키 이란 등지에서 타일, 집기류, 책걸상, 컴퓨터 등 최고급 자재를 썼습니다. 건설 공기를 엄격하게 관리해 철수 직전에 준공했어요. 자매결연을 맺은 안양도서관 관계자가 ‘한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건물’이라고 하더군요.”
이처럼 자이툰부대가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들을 해결해 주자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자이툰은 쿠르드의 진정한 친구로 다가왔다”고 했고,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지방정부 대통령은 “자이툰은 우리에게 山(산) 이외에 또 다른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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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1일 이라크 평화·자유 작전과 한미 동맹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정부로부터 美 공로훈장을 받고 있는 박선우 사단장. 우측은 다국적군 군단장 오스틴 중장. |
“한국석유공사가 쿠르드지역에서 8개의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하여 국내에서 2년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20억30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고, 국내 기업들이 21억 달러 규모의 기반시설 건설사업도 수주했습니다. 쿠르드지역 재건사업과 각종 경제활동에 국내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죠.”
현재 쿠르드 지역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9개 업체로 2008년 10월 15일 개최된 아르빌국제무역박람회에는 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업체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박 소장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 지원을 위해 지역정세와 각종 자료제공, 기업경호와 숙소지원을 했고, 치안기관장을 부대에 초청해 친한화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경제적 실익으로는 연결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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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19일 이라크 평화.재건 지원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자이툰 부대원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 동료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
“2005년 6월 2진 민사여단장으로 아르빌지역에 갔을 때, 이미 중국·일본의 기업들이 발빠르게 아파트 건설, 도로건설 계약을 따내고 있었어요. 자이툰부대가 고생만 하고 이권은 제3자가 챙기는 상황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르드 지방정부도 ‘왜 한국기업에 공사를 주려는데 안 들어오느냐’고 했어요. 4년 이상 주둔하면서 쿠르드지역의 문화와 경제기반을 파악한 자료들을 모아 이라크주재 한국영사관에 넘기고 왔습니다. ”
박선우 소장은 “미국의 요청으로 자이툰부대가 이라크 아르빌 지역에서 재건작전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韓美(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평했다.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전쟁지지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시기에 한국이 흔쾌히 파병함으로써 미국은 한국이 진정한 동맹이라고 인식한 겁니다. 4년3개월 동안 38개 파병국이 다녀갔습니다만, 몸만 왔다가 미군들에게 부담만 주고 간 동맹국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독자적 책임지역을 맡아 미군이 생각지도 못한 민사작전을 훌륭히 수행했고, 미군에게 민사작전의 롤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파병국 38개국 가운데 한국군의 파병규모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특히 1965년 베트남전 이후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한 것이다. 한국군은 1991년 유엔가입 이후 동티모르, 레바논 등 지구촌 분쟁지역에 파병, 세계 평화유지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박 소장은 “군복을 입고 해외에 나가 활동한다는 게 젊은이들에게는 최고의 매력”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베트남에 파병할 때만 해도 소총부터 식사에 이르기까지 전부 미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이툰부대는 100% 국산 장비와 물자를 우리 배에 실어 가져갔습니다. 1만8000여 명에 달하는 파병경험 인력은 다국적군과의 연합작전 수행으로 소중한 경험을 축적한 것입니다. 특히 자이툰부대의 공중 보급과 교대병력 수송임무를 담당한 공군 다이만부대는 적대세력의 위협과 악천후 속에서 2008년 11월 13일 6000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군인도 해외로 나가야
끝으로 박 소장은 한국군의 해외파병이 늘면서 파병 노하우를 축적해 또 다른 해외파병에 대비하는 PKO 상비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인도 해외에 자주 나가 넓은 세상을 봐야 하듯, 군인들도 해외에서의 글로벌 작전을 통해 視野(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육사 35기로 임관해 육군대학 교수부장, 26사단장을 역임한 박 소장은 자이툰부대 사단장을 거쳐 37사단장으로 임명돼 창군 이래 최초로 3연속 사단장 보직을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는 “기계화사단, 해외파병사단에 이어 향토사단을 지휘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