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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인도의 모든 것

인도공대 델리(IITD) 현지 취재

111만 명 중 1만 명만 입학할 수 있는 인도 IT 산업의 요람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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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빈 가르그 IITD 국제교류학장, “인도 두뇌 유출은 옛말, 인도로 돌아와 자체 창업하는 이들 늘고 있다”
⊙ 인도 전역에 23개 인도공과대학 포진… 정부 보조금 받지만 운영의 자율성 보장
⊙ 한 끼에 300~500원에 식사 제공하는 학생 식당, 자체 병원 갖춘 캠퍼스
인도공대 델리 전경. 사진=IITD
  인도 델리 도심에서 하우즈 카스(Hauz Khas) 지역으로 가는 도로는 붐볐다. 어차피 운전이야 우버(Uber) 택시 기사에게 맡겨놓은 참이니 창밖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6차선 도로를 천천히 걸으며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엄청나게 많은 무언가를 잔뜩 싣고 사람까지 서넛 태우고 어디론가 가는 오토바이, 차도 중앙분리대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델리에 며칠 있는 동안 익숙해진 거리 풍경들이다.
 
  4월 11일 하우즈 카스 지역에 있는 인도공대 델리캠퍼스에 가는 길이었다. 하우즈 카스에는 갤러리, 고급 주택가 등이 들어서 있다. 우버 덕분에 인도를 처음 찾아 단 며칠 체류하는 외국인도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해 놓으면 기사에게 직접 돈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델리의 택시나 오토릭샤 기사 중에는 간단한 영어도 못 하는 이들도 꽤 있지만, 우버 앱만 있으면 목적지를 묻고 대답할 필요도 없다.
 
 
  “굿 유니버시티!”
 
  샹그릴라호텔 등 고급 호텔들이 들어서 있는 델리 도심이 서울의 광화문쯤에 위치해 있다면 인도공대는 서울대쯤의 위치에 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나 싶은데 도로가 밀린다. 갑자기 뒷자리 창문에 웬 남자가 다가온다. 밀리는 도로에서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다. 한국으로 치면 밀리는 도로에서 뻥튀기를 파는 상인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 장사꾼이 들고 있는 물건에 눈길이 간다. 책이다. 그것도 영어 원서다. 가로로 착착 10권 넘게 쌓은 책더미를 들고 정차해 있는 차들 사이를 오가고 있다. 책의 제목을 보니 하나같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들이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Sapiens)》가 보인다. 호기심이 생겨 들여다봤더니 창문 쪽으로 더욱더 다가온다. 경적 사이로 장사꾼의 목소리가 들린다.
 
  “1권에 160루피!”
 

  한국돈으로 약 2500원이란다. 한 권 사볼까 고민을 하는데, 우버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우버 기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살 생각 하지 말란 뜻이다. 사려고 뒷자리 창문을 내리는 순간 지켜보고 있던 장사꾼 수십 명이 달려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미안하긴 했지만 정면만 응시했다.
 
  인도공대 델리캠퍼스에 도착했다. 정문의 검문이 까다롭다. 모든 차량을 정차시키고 방문 목적을 묻는다. “교수와 면담 약속이 있다”고 답했다. 교수 이름을 꼼꼼히 적더니 들여보냈다. 캠퍼스는 꽤 넓었다. 학교 공보 담당 직원과 만나기로 한 행정동까지 차로 꽤 이동해야 했다. 우버에서 내리는 기자를 향해 기사가 말했다.
 
  “굿 유니버시티!(Good University!)”
 
 
  2번만 응시 가능
 
체탄 바갓. 사진=인스타
  오후의 대학 풍경은 기자의 기억 속 한국의 대학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넓은 캠퍼스 곳곳에서 혼자 어디론가 걸어가는 학생들, 여러 명이 어울려 웃으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이들, 벤치에 혼자 앉아 무언가 먹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국이나 중국계, 일본계의 모습은 거의, 단 1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학생의 모습이 예상보다 꽤 자주 보였다. 평화로워 보이는 바로 이곳이 세계 IT 산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도 지식 산업의 핵심 요람이다.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IIT)은 인도 전역에 23개가 있다. 한꺼번에 23개가 들어선 건 아니고 순차적으로 설립됐다. 1947년 8월 15일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다. 인도의 국부(國父) 판디트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는 인도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IIT 설립을 주도했다.
 
  1951년 최초의 IIT인 IIT 카라그푸르(Kharagpur)가 설립됐다. 이후 뭄바이(1958), 첸나이(1959), 칸푸르(1959), 델리(1963)에 각각 들어섰다. IIT는 인도에서 법령으로 ‘국가 중요 연구소’로 규정되어 있다.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
 
  초기에 설립된 다섯 곳은 자리를 잡기까지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았다. IIT 측의 설명을 보면, IIT 뭄바이는 소련, IIT 마드라스는 독일, IIT 칸푸르는 미국, IIT 델리는 영국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IIT도 입학성적순으로 서열을 매기는데 이 다섯 곳이 23곳 IIT 중 최상위 명문으로 꼽힌다. 이후 구와하티, 루르키, 로파르 등에 18곳이 추가로 생겼다. 각 IIT는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서로 경쟁한다.
 
  IIT 외에도 최상위 학생들이 가는 고등 과학 교육기관이 여러 곳 있다. 대표적으로 벵갈루루에 위치한 인도 과학원(IISc·Indian Institute of Science)이다. IISc는 IIT 최상위 캠퍼스와 견주는 수준이라 평가받는다. IIT에는 IISc 출신 교수들이 꽤 있다. 역시 인도 전역에 캠퍼스가 있는 국립공과대학(NITK)도 유명하다. 인도의 대학은 3년제인데 공대는 4년제다.
 
  IITD(인도공대 델리캠퍼스)는 2009년 개봉한 인도 영화 〈세 얼간이〉의 배경이기도 하다. 영화에선 매년 40만 명이 지원해 이 중 200명만 입학할 수 있는 임페리얼 칼리지라는 가상의 공과대로 등장한다. 실제로는 IITD가 배경이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체탄 바갓(Chetan Bhagat)은 소설 속 에피소드가 모두 IITD를 배경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IITD 출신이다.
 
  IITD 출신 인사 중 잘 알려진 이로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공동 창업한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전 인도준비은행 총재였던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 등이 있다.
 
  영화와 실제는 어느 정도 유사할까. 숫자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극악한 수준의 경쟁률인 건 같다. IIT에 가려면 공대 공동입학시험(JEE·Joint Entrance Examination)을 치러야 한다. 의대의 경우 의대 공동입학시험(NEET)을 본다. 인도 수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은 공대와 의대다. 의사와 엔지니어가 대다수 인도인들에겐 ‘꿈의 직업’이란 뜻이다.
 
  공대 공동입학시험은 수학, 물리, 화학, 세 과목을 평가하는데, 1차 시험인 본과 시험(Joint Entrance Examination-Main)과 심화 시험(Joint Entrance Examination-Advanced), 총 두 번을 치른다. 1차 시험을 통과하면 2차 시험을 볼 수 있는데 기회는 총 두 번이다. 이른바 ‘삼수’가 불가능하단 얘기다.
 
  2차 시험의 결과로 전국 단위 순위를 매긴다. 순위 순으로 가고 싶은 대학을 고를 수 있다. 캠퍼스 순으로는 앞서 언급한 5개 대학이 가장 인기 있다. 전공으로 보면 역시 컴퓨터공학과가 가장 인기 있다. 졸업 후 높은 연봉이 약속되어 있어서다.
 
 
  세계 대학 순위는 낮아
 
2019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끈 〈코타공장〉. 인도 입시에 대한 현 상황을 다뤘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물론 사교육이 필수다. JEE 시험의 문항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한국 수학능력시험의 이른바 ‘킬러 문항’ 같은 문제가 수두룩하다고 보면 된다. 고등학생이 혼자 준비할 수 없는 수준이다.
 
  라자스탄주에 있는 코타(Kota)라는 도시는 ‘코타 공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도시 전체가 입시학원이다. 기숙학원에서 먹고 자며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인도 전역에서 수험생들이 몰려든다. 거대한 대치동, 노량진 학원가를 생각하면 된다. 경쟁자들이 모여 사는 만큼 분위기가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
 
  올해 치러진 1차 시험에는 111만 명이 응시했다. 이 중 1만여 명만 IIT에 입학할 수 있다. 100대 1의 경쟁률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은 수재들이 모이는 대학이지만, IIT의 세계 대학 순위는 낮다. IITD의 2023년 QS 세계대학 순위는 174위. 세 가지 이유에서다. 외국인 학생 비율, 외국인 교원 비율, 국제 연구 네트워크 참여도에서 거의 바닥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다. 매년 똑같다. 사정은 다른 IIT 모두 비슷하다. 어쩐지 IITD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동아시아계나 백인을 거의 한 명도 목격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가 아닌 다음에야 외국인이 공과대학 공동입학시험을 통과할 수가 없다. 인도 정부 입장에선 자국민도 못 들어가 안달인데 굳이 세금을 들이는 학교에 정원 기준까지 바꾸며 외국인을 입학시킬 이유도 없다. 외국인 학생뿐 아니라 여학생, 여성 교원의 비율도 낮다. IITD 컴퓨터공학과의 경우, 정교수 37명 중 여성은 2명이다.
 
 
 
자체 병원 갖춘 캠퍼스

 
  IITD의 공보 담당자 시브(Shiv) 씨를 만났다. 그는 기자가 인도공대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어떤 점이 알고 싶은 건지 무척 궁금해했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학교 내 학생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어떤 음식을 먹는지 궁금했다. 식당에 가는데도 한참 걸어야 했다.
 
  IITD의 넓이는 39만 평에 달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약 57만 평이다. IITD가 종합대학이 아닌 공과대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셈이다. 16개 학과, 11개 연구센터 등 연구기관이 함께 자리해 있다. 캠퍼스 안에는 자체 병원도 있다. 보건소 수준이 아니라 10명이 넘는 의사가 근무하는 큰 병원이다. 교수진과 가족들은 병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기숙사도 있다. 모든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023년 기준 IITD의 전체 등록 학생은 1만2500여 명이다. 학부생은 물론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이 중 절반가량이 기숙사에서 거주할 수 있다.
 
  걷다 보니 학생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매일 문을 연다. 영업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다. 가격은 전반적으로 무척 저렴하다. 계란 샌드위치가 22루피(350원), 카레와 야채, 밥, 차파티(납작한 빵의 일종)가 모두 나오는 세트 메뉴도 55루피(870원)다.
 
  위층도 학생 식당이다. 가격대가 좀 더 비싸고 조용하다. 그곳으로 가서 마살라 도사(Masala Dosa)를 주문했다. 도사는 남인도의 전통 음식이다. 쌀과 우라드콩(흑녹두)을 갈아 만든 반죽물을 부침개처럼 얇게 부쳐 만든다. 사실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꽤 맛있어서 절반 이상을 먹었다. 그 덕인지 그 다음 날부터 장염에 시달리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식당에 있는 학생들은 거의 이어폰을 끼고 혼자 책을 보며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신다. 여러 명이 몰려 앉아 떠드는 모습은 거의 찾기 힘들었다.
 
 
  힌두교와 수학
 
  인도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위성발사 산업으로 돈을 벌면서도 인구의 26%가 문맹(CIA 월드팩트북 2018년 기준)이다. 이 독특한 나라가 유독 ‘STEM’, 즉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강한 이유는 뭘까. 역사와 종교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인도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의 발상지다. 힌두교가 융성하면서 제의(祭儀)가 발달했다. 제사를 정확한 시각에 드리기 위해 천문학이 발달했다. 수학도 발달했는데, 제단이나 사원을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힌두교의 오래된 성전(聖典)인 베다에는 기하학이 포함되어 있다. 고대 인도의 수학자들은 힌두교 성직자들이었다. 숫자 ‘0’이라는 개념을 발견한 것도 인도인들이다.
 
  좀 더 실질적인 이유로는 두 가지를 댈 수 있다.
 
  첫째, 인도와 미국은 시간대가 반대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IT 산업의 중심인 실리콘밸리와 인도 IT의 중심인 벵갈루루의 시차는 12시간 차이가 난다. 미국과 시간대가 12시간 차이 나면서 영어를 쓰고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인 덕에 인도는 미국의 IT 일거리를 수주할 수 있었다.
 
  2000년대까지 벵갈루루는 ‘세계의 콜센터’로 역할을 했다. 그 시절 미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고 환불이나 교환하고 싶어 콜센터에 연락해보면, 죄다 인도 악센트만 들려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인도는 세계의 콜센터에서 벗어나 컨설팅과 IT 글로벌 대기업들의 기술 업무를 대신해주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퇴근하며 오후 18:00시에 인도 벵갈루루에 일거리를 맡기면, 인도의 기술자들은 출근 후 즉시 처리해서 실리콘밸리의 출근시각 전까지 보내줄 수 있다. 그러면 실리콘밸리에선 살펴본 후 피드백을 인도 벵갈루루로 보내는 식이다.
 
 
  공대 입학은 카스트 넘어서는 길
 
  둘째, 카스트(caste) 제도의 존재다. 힌두교의 카스트는 4대 계급과 불가촉천민으로 인간을 구별 짓는다. 지식과 제사를 담당하는 브라만(사제), 전쟁과 통치를 담당하는 크샤트리아(귀족), 상업과 농업에 특화된 바이샤(평민), 수공업 위주의 수드라(공인)가 4대 계급이다. 그리고 여기에 포함 안 되는 불가촉천민 달리트(Dalit)가 있다.
 
  인도 헌법은 카스트 간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카스트 제도는 공고하다. 브라만 계급의 영향력은 정계뿐 아니라 재계, 학계에서도 강력하다. 카스트를 뛰어넘는 결혼은 지금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애초에 비슷한 계층끼리 어울리니 다른 계층끼리 교우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 결국 카스트상 하위 계급에 속한 이들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길은 공부를 잘해 공과대학에 들어간 다음 외국 기업에 취직하는 길 정도다.
 
  물론 아무리 인도공대라도 인도 사회의 공고한 차별적 구조에 영향을 미치긴 힘들다. 이날 캠퍼스에서 만난 IITD 국제교류 학장 나빈 가르그(Naveen Garg) 교수도 IIT 같은 대학이 인도의 양극화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묻자, ‘어려운 질문’이라 답했다.
 
  가르그 교수와 인터뷰를 마치고 IITD 캠퍼스를 다시 둘러봤다. 노을이 깔리기 시작한 한적한 캠퍼스는 쾌적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이곳에 들어오기까지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은 경쟁을 뚫어야 했겠지만 말이다. 수업을 마치고 어디론가 향하는 학생들도 지친 표정이긴 했지만 외모에서 기본적인 여유가 엿보였다.
 
  다시 뉴델리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 퇴근 시간에 걸려 도로는 꽉 막혀 있다. 약간의 틈만 보여도 치고 들어오는 오토릭샤들 탓에 소음도 굉장하다. 공기도 오전보다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뉴델리의 대기 오염은 유명하다. 미국 시카고대학 에너지정책연구소(EPIC)가 ‘대기오염 때문에 인도의 평균수명이 5년가량 단축될 것’이라고 분석했을 정도다. 평온한 대학 풍경과 대비되는 도로 풍경을 보며 인도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지 궁금해졌다.
 

  인터뷰
  인도공대 델리(IITD) 국제교류학장 나빈 가르그(Naveen Garg) 교수
 
  “학교는 선발권 없어… 학생들이 학교 선택”
 
나빈 교수
  4월 12일 인도 뉴델리 IITD 캠퍼스에서 나빈 가르그(52)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가르그 교수는 IITD 출신으로, 컴퓨터공학 중에서도 알고리즘 분석과 복잡성 최적화를 전공했다. 그는 갑자기 들이닥친 기자에게(사전에 약속을 하긴 했다) 솔직한 대답을 해줬다.
 
  ― IITD에서는 학생들을 교육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나요.
 
  “단지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국가의 리더, 글로벌 리더로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엄격하고 실용적인 학문적 훈련을 거치도록 합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견고한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우리 학생들은 산업 현장에 출근한 첫날부터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교육을 합니까.
 
  “과학뿐 아니라 인문학 교육도 병행합니다. 다양한 발상을 접할 수 있도록요. 리더십이란 어떤 것인지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합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분야의 선배 기업가들과 만날 수도 있습니다. 4년 동안 다양한 역할 모델과 학술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리더십을 배양합니다.”
 
  ― 학생들의 출신 소득 수준은 어떤가요? 역시 부유한 집 출신들이 많나요?
 
  “학생들의 출신 배경은 다양합니다. 매우 부유한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있고, 소득 수준이 상당히 낮은 가정에서 온 학생들도 있습니다. 연소득이 100달러(약 13만원) 미만인 가정이지요. 학생들의 대략 10%가량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 출신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합니다.”
 
 
  “구글·페이스북 근무하다 돌아와 창업”
 
  ― 학생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나요.
 
  “학교엔 선발권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성적에 맞춰 자신들이 선택하지요.”
 
  ― 남녀 비율은 어떤가요.
 
  “약 5대 1입니다. 여학생이 20%가량이지요.”
 
  ―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는 어디인가요.
 
  “일단 대학원 진학을 많이 합니다. 그런 후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회사에 들어가지요. 액센츄어, 맥킨지 같은 컨설팅 회사에도 입사합니다.”
 

  ― 가르쳤던 학생들 중 인상적이었던 경우가 있나요?
 
  “한 여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생의 아버지는 소, 염소 같은 가축을 길렀지요. 그 학생은 졸업 후에 스타트업을 창업했어요. 가축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만들었지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이용해 자신의 가족이 경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은 거죠. 매우 성공했습니다.”
 
  ― 사실 IIT 출신들은 외국에서 더 활약하는 듯합니다. 미국 IT 기업에선 많은 인도인이 일하고 있고요. 결국 인도의 두뇌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데 일조하는 것 아닌가요.
 
  “예전엔 그럴지 몰라도 지금은 다릅니다. 저는 IIT를 1991년에 졸업했습니다. 그때 저희 학과 졸업생 24명 중 22명이 미국으로 갔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지요. 지금은 다릅니다. 이번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120명의 학생 중 대학원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학생 수는 5명이 안 됩니다. 나머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구글·페이스북 같은 기업에서 근무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이가 인도로 돌아와 창업을 합니다.”
 
  ― 그런 예가 있나요?
 
  “플립카트(Flipkart)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인도의 아마존’이라 부를 수 있는 이커머스 회사입니다. IITD 출신의 학생 둘이 설립한 회사지요. IIT 졸업생들은 이제 인도 경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만 해도 두뇌 유출이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인도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생기고 있어요.”
 
 
  “영어 잘하고 숫자 감각 좋아”
 
  ― 인도는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섰지요.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2021년 기준 2342달러)은 방글라데시(2362달러), 스리랑카(3699달러)보다도 못합니다. IIT 같은 학교가 아무리 생겨도 양극화 해소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기술 발전이 인도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랍니다. 과학 발전이 더 큰 번영을 이끌어내, 사회의 양극화를 완화하길 희망합니다. 기술과 자원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을 돕는 데 우리 대학이 기여하길 바라고 있고요.”
 
  ― 인도공과대 학생들이 세계 IT 업계에서 앞서 나가는 비결은 뭘까요.
 
  “일단 영어를 잘합니다. 그건 분명히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학에서 소통을 하는 훈련을 받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또 숫자에 대한 논리적인 감각도 좋습니다.”
 
  ― 챗GPT 같은 초거대 AI 시대에 인도 출신 기술자들이 현재만큼 필요할까요?
 
  “챗GPT와 멋진 대화를 나누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세상엔 컴퓨터 과학이 필요한 다른 많은 분야가 있습니다. 기술 인재가 계속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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