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경제의 핵심 역량 ‘반도체’ 대전환기(코로나19 확산·공급망 재편)에 성공적으로 올라타
⊙ 미·중 갈등 발생한 2018년 이후 3년간 수출 33.6% 증가
⊙ 차이잉원, ‘스마트 타이완(Smart Taiwan)’ 기치 내걸고, ICT에 기반해 하이테크 등 주요 산업 구조개편·발전 도모
⊙ 대만형 ‘칩스법’ 제정… R&D 투자액의 25%, 설비 투자액의 5%를 법인세에서 감면
⊙ “중국 갔던 대만 기업의 1/3이 중국에서 나왔다”(쉬수보 이사장)
朴漢眞
1963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 졸업, 중국 푸단대 대학원 기업관리학 박사 / KOTRA 한중 자유무역협정 프로젝트 매니저, 중국사업단장, 타이베이무역관장, 중국지역본부 본부장 겸 베이징무역관장, KOTRA 아카데미 원장,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방문학자 / 저서 《프레너미(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관계)》(공저), 《10년 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포커스》 등
⊙ 미·중 갈등 발생한 2018년 이후 3년간 수출 33.6% 증가
⊙ 차이잉원, ‘스마트 타이완(Smart Taiwan)’ 기치 내걸고, ICT에 기반해 하이테크 등 주요 산업 구조개편·발전 도모
⊙ 대만형 ‘칩스법’ 제정… R&D 투자액의 25%, 설비 투자액의 5%를 법인세에서 감면
⊙ “중국 갔던 대만 기업의 1/3이 중국에서 나왔다”(쉬수보 이사장)
朴漢眞
1963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 졸업, 중국 푸단대 대학원 기업관리학 박사 / KOTRA 한중 자유무역협정 프로젝트 매니저, 중국사업단장, 타이베이무역관장, 중국지역본부 본부장 겸 베이징무역관장, KOTRA 아카데미 원장,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방문학자 / 저서 《프레너미(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관계)》(공저), 《10년 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포커스》 등
- 대만은 ‘스마트 타이완’을 내걸고 첨단산업기술 국가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작년 7월 7일 타이청에 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팩토리를 돌아보는 차이잉원 총통과 관료들. 사진=대만 총통부
필자는 대학 3학년 시절이던 1984년 1월 처음 대만을 방문했다. 이후 한동안 평균 2~3년에 한 번꼴로 대만을 찾곤 했다. 중국과 대만 공부에 한창 관심을 쏟던 시기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 필자에게 대만은 모든 것이 ‘신기함’ 그 자체였다. 당시 찾았던 우리나라 코엑스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대만 상품 상설 전시판매장에서 본 소형 전기·전자 제품과 일용품들은 한국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지도교수님이 대만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강하다고 얘기해주셨는데, 해외에 처음 나간 학생이 그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들었을 리 만무했다. 그렇게 대만은 일찌감치 한국을 앞서가고 있었다.
지난 2015년 타이베이(臺北)무역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시 찾은 대만에서 필자는 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당시 필자는 대만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관계자들에게 “대만 경제는 마치 저혈압 환자 같다”고 했다. 도통 기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다시 몇 년이 지났다. 2021년 1월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지역본부장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필자에게 들려온 대만 소식은 다시 살아난 정도가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국을 앞서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때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꾸준하게 낮추어 왔고, 특히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들어선 2016년 이후 그 노력이 가속화되더니 지난 2~3년 전부터 그 성과가 겉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만 경제의 힘이 어떻게 길러졌는지, 최근의 배경과 과거의 배경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한국과 대만의 경제 교류는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 3년에 나타난 놀라운 실적들
우선 최근 3년간 대만 경제의 큰 흐름을 보자. 대만은 2021년 2분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됐으나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올리며 6%대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1인당 GDP와 1인당 명목 GDP가 전년 대비 각각 11.6%와 18.9% 늘어난 것에 해외 언론의 조명이 집중됐다.
대만은 명목 GDP 대비 수출액과 수입액의 비중인 무역 의존도가 100%를 넘는 구조인데, 2021년에 수출과 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각각 4000억 달러와 3000억 달러를 현저하게 넘어섰다. 춘절(春節) 연휴로 조업일수가 짧았던 2월을 제외하고 월별(月別) 수출이 20~30%대 성장세를 이어갔고, 수출 증가에 따른 원자재 수요와 설비 투자 확대로 수입도 2월을 제외한 월별 증가율이 20~40%대를 기록했다. 특히 대만의 1위 수출품인 반도체가 2021년 전체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고, 2위 품목인 전자제품류의 실적도 많이 늘었다. 교역 호조세에 힘입어 무역수지와 외환 보유고, 환율 등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해외 주요 지역별 수출도 고르게 늘어나면서 다시 아시아의 경제 모범생으로 떠올랐다.
대만의 수출입, 역대 최고
지난해는 대만의 수출입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해이다. 수출 4795억 달러(전년 대비 7.4% 증가), 수입 4276억 달러(전년 대비 11.9% 증가)로 넉넉한 무역수지 흑자도 보였다. 보다 주목할 부분은 외국인 투자 유치 규모다. 지난해 1~11월 대만의 외자 유치액은 12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0%나 폭증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관련 업종의 투자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대만 경제부는 분석했는데 배터리 업계에서도 대규모 투자 유치가 진행됐다. 해외 투자 금액(중국 포함, 신고 기준)은 13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한 가운데 전체 해외 투자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중 투자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올해는 숨 고르기 양상이다. 지난 5월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4%로 소폭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다. 성장률 수치를 낮춘 것은 수출과 민간 투자 부문의 성장률 전망치가 앞서 전망치를 발표한 2월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민간 소비 부문이다. 소비는 6.92%로 3개월 전 예측치보다 1.6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에 따라 소비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 국민 대상 현금(1인당 6000대만 달러. 약 25만원) 지급 정책으로 GDP가 0.3%포인트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볼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만 정부는 내다봤다.
대만이 경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방역의 성공과 비대면(非對面)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올라탈 수 있었던 대만 경제의 구조,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요소가 된 대체 불가능한 요소로 녹아든 첨단 부품·제조 기술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본다.
1등 공신은 반도체 산업
세계 대부분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휴대폰, PC, 서버 수요가 폭증했고, 특히 반도체와 전자부품 주문이 쇄도하면서 대만 기업들이 초호황을 누렸다. 일등 공신은 반도체 산업이다. 대만에서 반도체는 수출의 35%, 명목 GDP 대비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TSMC와 UMC 등 파운드리(위탁제조) 회사와 시스템 반도체 회사(미디어텍, 노바텍, 리얼텍), 패키징(르웨광, 신텍, 중화정밀테크 등) 회사 등, 이들 산업 체인은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의 모든 공정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최고 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도체 산업은 수출·민간 투자 성장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미·중(美中)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흐름과 코로나19 시기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대만 기업들이 왕성한 투자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산업 생산액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대만의 대표적인 산업 싱크탱크인 공업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대만의 반도체 생산액은 2021년에 처음으로 4조 대만 달러를 돌파했다. 1조 대만 달러를 돌파한 후 2조 대만 달러 돌파까지는 10년이 걸렸고, 2조 대만 달러에서 3조 대만 달러 돌파까지는 6년이 걸렸는데, 3조 대만 달러에서 4조 대만 달러 돌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이었다.
대만 경제(명목 GDP 기준)의 반도체 산업 의존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13~14%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0년 이후 빠르게 상승했는데 2020년 16%대, 2021년 18%대, 최근에는 20%를 넘어섰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쳐 ICT 전문 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 한 회사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다.
수출과 민간 투자 활성화는 2020~ 2021년 대만의 경제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대만은 명목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인 수출 의존도가 60%에 육박한다. 2021년 대만의 수출 의존도는 57.6%로 한국의 35.8%보다 훨씬 높았다. 수출이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대만은 2021년에 사상 첫 4000억 달러 수출 기록을 세웠는데, 미·중 무역 갈등 발생 이후 3년간 대만의 수출은 33.6%(2018년 대비 2021년 증가율) 늘었다. 한국의 수출이 같은 기간 6.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스마트 타이완’
대만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국에 뒤졌으나 근래 들어 한국을 앞서게 됐는데, 그 배경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대만 경제와 산업 정책의 변천 과정부터 되짚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은 2016년 이후 차이잉원 총통 시기의 경제산업 정책에 있다.
차이잉원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3대 경제 정책에 집중했다.
첫째, 서민 생활 안정 정책이다. 대만은 부(富)의 재분배 정책이 시급했다. 또한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다 수출 부진, 투자 위축, 내수 부진이 심각했다. 돌이켜보면 차이 총통이 취임하기 전 대만 총통은 투자 장려를 위해 2009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대폭 인하했고(최고 세율을 50%에서 10%로 낮춤), 유턴기업 지원 활성화 등을 추진했다.
둘째, 경제 활성화 및 구조개혁 정책이다. 차이 정부는 ‘스마트 타이완(Smart Taiwan, 주력 산업 기반 산업구조 개편)’을 기치로 내걸고, 대만의 주력 산업인 ICT에 기반해 하이테크 등 주요 산업의 구조 개편과 발전을 도모했다. 기업의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연구개발(R&D)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대학·연구기관·정부(금융 정책)의 역량을 결집해 혁신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또한 5대 신사업, 즉 녹색 에너지·방위·첨단·바이오·스마트 정밀기계 부문의 R&D 단지 조성도 강조했다.
셋째, 국제통상 강화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이전 8년간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에는 양안(兩岸) 교류가 확대됐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쏠림 심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제외하면 무역·투자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교류 확대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15년 들어 중국이 반도체 등 대만 주력 산업에 인수합병(M&A) 등 잦은 러브 콜을 보내자 위기감은 더욱 확산했다. 이후 수출영토 확장, 즉 대만 경제가 중국만 바라볼 게 아니라 다양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만은 다수의 협상당사자가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자유화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신호를 보내면서, 양자 FTA 또한 확대하는 노력을 펼치기 시작했다.
‘6대 핵심 전략 산업’ 육성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차이 총통은 ‘6대 핵심 전략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6대 핵심 전략 산업으로 꼽은 분야는 ① IoT·AI ② 정보보안 ③ 바이오·의료 기술 ④ 방위·항공우주 ⑤ 신재생에너지 ⑥ 민생 필수품(의료물자, 생활용품, 식량 등)이다. 대만은 반도체·정보통신 산업의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발전을 촉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IoT 분야에서는 대만의 아시아·실리콘밸리화 정책을 추진 중인데, IoT 산업의 혁신력, 연구개발력 강화로 창업 생태계를 최적화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올해까지 시행하는 이 정책은 R&D센터 유치, 스타트업 성공 사례 100건 달성, 2025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점유율 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 분야의 동향은 올해도 활발하다. 최근 대만 입법원(국회)은 대만형 ‘칩스법’으로 불리는 산업혁신조례 일부 법률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 기간은 올해 1월 1일부터 2029년 말까지며, 경제부와 재정부는 향후 6개월 이내에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국내에서 기술혁신을 수행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지위에 있는 기업(TSMC 등)을 대상으로 하며, R&D 투자액의 25%, 설비투자액의 5%를 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만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의 국가전략산업화 추세에 대응해 조치를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반도체 장비·재료 분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제고하는 측면의 고려도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만은 ‘2050 탄소중립 로드맵’ 관련 12개 핵심 전략별 액션 플랜도 내놨다. 여기에는 풍력·태양광, 수소에너지, 미래에너지(지열·해양·바이오매스), 전력망 및 에너지 저장, 에너지 절약, 탄소 포집·저장·활용, 이동 수단의 전기동력화·탄소 제로화, 자원순환,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생활양식의 탄소 중립화, 녹색금융, 정의로운 전환 등이 포함됐다.
대중 의존도 약화
대만은 과거 전 세계적으로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였으나 수십 년에 걸친 지속적인 경제 다변화,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대중국 의존도를 줄여왔다. 한국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가 1991~2022년 기간의 해외투자 통계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만의 대(對)중국 투자액은 2033억3000만 달러(4만5195건, 승인 기준)로 집계됐다. 연평균 65억6000만 달러(1457건) 수준이다. 대만과 중국의 경제협력 효과가 정점에 이르렀던 2010년 투자액은 146억2000만 달러(914건)나 됐다. 당시 대만의 해외투자 총액 대비 중국 비중은 83.8%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 비중은 작년 33.6%까지 쪼그라들었고, 대만의 대중 투자도 50억5000만 달러(372건)에 그쳤다. 차이완(차이나+타이완) 효과가 정점을 찍었을 때 대비 65% 이상 투자가 급감했다.
대만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상업총회의 쉬수보(許舒博) 이사장은 “(중국 내) 대만 기업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파악한다”라면서 국제사회의 대중 제재가 강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만으로 유턴하거나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중국 본토에 대한 신규 투자는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만과 중국이) 예전과 같이 윈-윈 시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디커플링도 실질적으로 어렵다”고도 강조했는데, 이는 한국 기업계도 잘 관찰하고 참고할 부분이다.
‘차이완 효과’의 추락
‘차이완 효과’의 추락은 수출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대만 통계처에 따르면, 2021년 대만 기업이 접수한 수출 주문 중 대만 내 생산 비율이 전년 대비 2.4%포인트 증가한 48.4%를 기록하며 2013년 이래 최고 수준에 달했다(설문조사 방식, 2816개 사 응답). 이는 같은 기간 중국(홍콩 포함)의 수출 주문 중 중국 내 생산 비율(42.4%, 전년 대비 3.1%포인트 감소)을 적지 않은 폭으로 앞선 결과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코로나19 감염세가 확산하면서 대만 내 생산설비 가동을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처 자료를 보면 2021년 대만 내 설비 가동을 확충 또는 신설한 대만 기업의 비중이 61.8%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내 설비를 확충 또는 신설한 중국 기업의 비중은 23.6%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와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대만의 대중(홍콩 포함)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올해 1~4월에만 28.5%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약 37%를 차지하는 반도체 품목이 두 자릿수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20년만 해도 45%를 웃돌았던 대만의 대중 수출 비중은 올해 35%로 10%포인트나 줄었다(이상 《국민일보》 참고).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및 일본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탄탄한 첨단 산업 경쟁력과 또 이를 선진국의 첨단 분야 공급망과 연계한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대만, 서로 유사한 상품 수출
한국과 대만의 상품 교역액은 1965년 1241만 달러에서 2021년 477억7100만 달러로 385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교역 규모가 7억 달러에서 1조2600억 달러로 1800배 증가한 것과 비교해볼 때 한-대만 교역은 우리나라 전체 무역 신장률의 2배를 넘어선다.
지난 약 60년 동안의 교역 구조와 규모는 통계적으로 볼 때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역수지 측면에서는 한국과 대만이 시계열(時系列) 기준으로 적자와 흑자를 번갈아 보여 와서 비교적 공평한 구조였다고 볼 수 있다.
1965년부터 1990년까지는 한국이 대만에 대해 무역 적자 구조였다. 이어서 1991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국의 흑자로 전환됐다. 2009년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다시 대만의 흑자로 전환됐다.
상품구조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대만이 상대방에게 수출하는 품목군이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작년 1~10월 기준으로 한국의 대대만 수출 상위 10대 품목(MTI 코드)은 반도체(MTI831), 기구부품(834), 반도체 제조용 장비(732), 석유화학 중간 원료(212), 농약 및 의약품(226), 석유제품(133), 기초유분(211), 레일 및 철 구조물(615), 컴퓨터(813), 선박 해양 구조물 및 부품(746) 등이다. 10대 품목이 전체 대대만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2% 수준이다.
상위 10대 수입품은 반도체(831), 기구부품(834), 컴퓨터(813), 광학기기(715), 반도체 제조용 장비(732), 철강판(613), 동 제품(622), 정밀화학원료,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합성수지 등이다.
전 품목에 걸쳐 동일 산업 내 무역이 발생하는 ‘산업 내 무역(intra-industry trade)’ 비중이 비교적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과 대만이 유사한 국제적 경제 여건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과 대만이 경제적으로 상호 경쟁 내지는 대립적으로 향하기보다는, 설령 국제무대에서 같은 톤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더라도, 양자 간 경제교류 활성화가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대만 상호협력 가능성 높아
한-대만 기업 간 경제교류는 상호 시장 개척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기보다는 짜인 상품구조 내에서 커져온 양상이다. 향후 기업 간 협력 확대를 위해 “유망 분야 중심의 프로젝트별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분야로는 우선 큰 틀에서 스타트업, 해상풍력발전, 탄소중립 등을 꼽을 수 있다. 상호 진출을 통한 윈-윈 도모, 프로젝트 단위의 상호 진출은 투자와 무역을 동시에 확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상호 경쟁 영역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등 영역에서는 양국 모두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 개발 등 상호 협력의 공간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와 오랜 연구개발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인 경우, 정부가 연구개발-세제-인력양성 등 전 분야에 걸쳐 연계되고 세밀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대만은 이런 영역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만은 다양한 미래 산업 분야에서 선도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 육성 정책 외에도 대만은 한국과 유사한 경제 건설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 정부 정책 측면에서 벤치마킹의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서부터 형사정책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영역에서 대만이 정책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효과적인 학습 대상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 분야는 양측 모두 인프라와 인력 기반이 우수하고 한-대만 모두 관련 분야 투자가 증가세에 있어 ‘강강(强强)’ 협력형 모델이 가능할 것이다. 상호 스타트업 교류 플랫폼을 활용해 한-대만 양방향 진출을 확대하면서 전략적인 제휴 기회를 모색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아울러 탄소중립 분야에서 에너지 저장, 미래 자동차, 수소에너지 등 분야 프로젝트 협력 모색이 유망하고 혁신·환경 관련 공통 이슈에 대한 교류 확대 및 동반성장 기회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한-대만 간 산학 경제산업 공동연구회를 설치해 상설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은 산업구조 및 대중국 경제 의존도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측면의 양자 간 협력과제 발굴 및 추진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곳에서 한-대만 경제협력에 관한 연구보고서 시리즈를 발간해 재계가 활용하거나 대정부 건의 사항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2015년 타이베이(臺北)무역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시 찾은 대만에서 필자는 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당시 필자는 대만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관계자들에게 “대만 경제는 마치 저혈압 환자 같다”고 했다. 도통 기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다시 몇 년이 지났다. 2021년 1월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지역본부장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필자에게 들려온 대만 소식은 다시 살아난 정도가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국을 앞서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때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꾸준하게 낮추어 왔고, 특히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들어선 2016년 이후 그 노력이 가속화되더니 지난 2~3년 전부터 그 성과가 겉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만 경제의 힘이 어떻게 길러졌는지, 최근의 배경과 과거의 배경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한국과 대만의 경제 교류는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 3년에 나타난 놀라운 실적들
우선 최근 3년간 대만 경제의 큰 흐름을 보자. 대만은 2021년 2분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됐으나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올리며 6%대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1인당 GDP와 1인당 명목 GDP가 전년 대비 각각 11.6%와 18.9% 늘어난 것에 해외 언론의 조명이 집중됐다.
대만은 명목 GDP 대비 수출액과 수입액의 비중인 무역 의존도가 100%를 넘는 구조인데, 2021년에 수출과 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각각 4000억 달러와 3000억 달러를 현저하게 넘어섰다. 춘절(春節) 연휴로 조업일수가 짧았던 2월을 제외하고 월별(月別) 수출이 20~30%대 성장세를 이어갔고, 수출 증가에 따른 원자재 수요와 설비 투자 확대로 수입도 2월을 제외한 월별 증가율이 20~40%대를 기록했다. 특히 대만의 1위 수출품인 반도체가 2021년 전체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고, 2위 품목인 전자제품류의 실적도 많이 늘었다. 교역 호조세에 힘입어 무역수지와 외환 보유고, 환율 등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해외 주요 지역별 수출도 고르게 늘어나면서 다시 아시아의 경제 모범생으로 떠올랐다.
대만의 수출입, 역대 최고
지난해는 대만의 수출입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해이다. 수출 4795억 달러(전년 대비 7.4% 증가), 수입 4276억 달러(전년 대비 11.9% 증가)로 넉넉한 무역수지 흑자도 보였다. 보다 주목할 부분은 외국인 투자 유치 규모다. 지난해 1~11월 대만의 외자 유치액은 12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0%나 폭증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관련 업종의 투자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대만 경제부는 분석했는데 배터리 업계에서도 대규모 투자 유치가 진행됐다. 해외 투자 금액(중국 포함, 신고 기준)은 13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한 가운데 전체 해외 투자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중 투자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올해는 숨 고르기 양상이다. 지난 5월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4%로 소폭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다. 성장률 수치를 낮춘 것은 수출과 민간 투자 부문의 성장률 전망치가 앞서 전망치를 발표한 2월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민간 소비 부문이다. 소비는 6.92%로 3개월 전 예측치보다 1.6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에 따라 소비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 국민 대상 현금(1인당 6000대만 달러. 약 25만원) 지급 정책으로 GDP가 0.3%포인트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볼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만 정부는 내다봤다.
대만이 경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방역의 성공과 비대면(非對面)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올라탈 수 있었던 대만 경제의 구조,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요소가 된 대체 불가능한 요소로 녹아든 첨단 부품·제조 기술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본다.
1등 공신은 반도체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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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로 대표되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대만의 경제는 물론 안보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9월 18일 모리스 창 TSMC 회장(오른쪽), 케이스 크랙 미 국무부 차관(왼쪽)과 만난 차이잉원 총통. 사진=대만 총통부 |
반도체 산업은 수출·민간 투자 성장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미·중(美中)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흐름과 코로나19 시기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대만 기업들이 왕성한 투자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산업 생산액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대만의 대표적인 산업 싱크탱크인 공업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대만의 반도체 생산액은 2021년에 처음으로 4조 대만 달러를 돌파했다. 1조 대만 달러를 돌파한 후 2조 대만 달러 돌파까지는 10년이 걸렸고, 2조 대만 달러에서 3조 대만 달러 돌파까지는 6년이 걸렸는데, 3조 대만 달러에서 4조 대만 달러 돌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이었다.
대만 경제(명목 GDP 기준)의 반도체 산업 의존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13~14%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0년 이후 빠르게 상승했는데 2020년 16%대, 2021년 18%대, 최근에는 20%를 넘어섰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쳐 ICT 전문 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 한 회사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다.
수출과 민간 투자 활성화는 2020~ 2021년 대만의 경제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대만은 명목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인 수출 의존도가 60%에 육박한다. 2021년 대만의 수출 의존도는 57.6%로 한국의 35.8%보다 훨씬 높았다. 수출이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대만은 2021년에 사상 첫 4000억 달러 수출 기록을 세웠는데, 미·중 무역 갈등 발생 이후 3년간 대만의 수출은 33.6%(2018년 대비 2021년 증가율) 늘었다. 한국의 수출이 같은 기간 6.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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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ICT에 기반을 둔 첨단 산업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2019년 11월 29일 열린 ‘핀테크 타이베이(FinTech Taipei) 2019’ 개막식에 참석한 차이잉원 총통. 사진=대만 총통부 |
차이잉원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3대 경제 정책에 집중했다.
첫째, 서민 생활 안정 정책이다. 대만은 부(富)의 재분배 정책이 시급했다. 또한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다 수출 부진, 투자 위축, 내수 부진이 심각했다. 돌이켜보면 차이 총통이 취임하기 전 대만 총통은 투자 장려를 위해 2009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대폭 인하했고(최고 세율을 50%에서 10%로 낮춤), 유턴기업 지원 활성화 등을 추진했다.
둘째, 경제 활성화 및 구조개혁 정책이다. 차이 정부는 ‘스마트 타이완(Smart Taiwan, 주력 산업 기반 산업구조 개편)’을 기치로 내걸고, 대만의 주력 산업인 ICT에 기반해 하이테크 등 주요 산업의 구조 개편과 발전을 도모했다. 기업의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연구개발(R&D)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대학·연구기관·정부(금융 정책)의 역량을 결집해 혁신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또한 5대 신사업, 즉 녹색 에너지·방위·첨단·바이오·스마트 정밀기계 부문의 R&D 단지 조성도 강조했다.
셋째, 국제통상 강화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이전 8년간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에는 양안(兩岸) 교류가 확대됐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쏠림 심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제외하면 무역·투자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교류 확대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15년 들어 중국이 반도체 등 대만 주력 산업에 인수합병(M&A) 등 잦은 러브 콜을 보내자 위기감은 더욱 확산했다. 이후 수출영토 확장, 즉 대만 경제가 중국만 바라볼 게 아니라 다양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만은 다수의 협상당사자가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자유화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신호를 보내면서, 양자 FTA 또한 확대하는 노력을 펼치기 시작했다.
‘6대 핵심 전략 산업’ 육성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차이 총통은 ‘6대 핵심 전략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6대 핵심 전략 산업으로 꼽은 분야는 ① IoT·AI ② 정보보안 ③ 바이오·의료 기술 ④ 방위·항공우주 ⑤ 신재생에너지 ⑥ 민생 필수품(의료물자, 생활용품, 식량 등)이다. 대만은 반도체·정보통신 산업의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발전을 촉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IoT 분야에서는 대만의 아시아·실리콘밸리화 정책을 추진 중인데, IoT 산업의 혁신력, 연구개발력 강화로 창업 생태계를 최적화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올해까지 시행하는 이 정책은 R&D센터 유치, 스타트업 성공 사례 100건 달성, 2025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점유율 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 분야의 동향은 올해도 활발하다. 최근 대만 입법원(국회)은 대만형 ‘칩스법’으로 불리는 산업혁신조례 일부 법률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 기간은 올해 1월 1일부터 2029년 말까지며, 경제부와 재정부는 향후 6개월 이내에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국내에서 기술혁신을 수행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지위에 있는 기업(TSMC 등)을 대상으로 하며, R&D 투자액의 25%, 설비투자액의 5%를 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만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의 국가전략산업화 추세에 대응해 조치를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반도체 장비·재료 분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제고하는 측면의 고려도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만은 ‘2050 탄소중립 로드맵’ 관련 12개 핵심 전략별 액션 플랜도 내놨다. 여기에는 풍력·태양광, 수소에너지, 미래에너지(지열·해양·바이오매스), 전력망 및 에너지 저장, 에너지 절약, 탄소 포집·저장·활용, 이동 수단의 전기동력화·탄소 제로화, 자원순환,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생활양식의 탄소 중립화, 녹색금융, 정의로운 전환 등이 포함됐다.
대중 의존도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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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해외투자 유치에도 열심이다. 2020년 미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연설하는 차이잉원 총통. 사진=대만 총통부 |
대만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상업총회의 쉬수보(許舒博) 이사장은 “(중국 내) 대만 기업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파악한다”라면서 국제사회의 대중 제재가 강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만으로 유턴하거나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중국 본토에 대한 신규 투자는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만과 중국이) 예전과 같이 윈-윈 시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디커플링도 실질적으로 어렵다”고도 강조했는데, 이는 한국 기업계도 잘 관찰하고 참고할 부분이다.
‘차이완 효과’의 추락
‘차이완 효과’의 추락은 수출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대만 통계처에 따르면, 2021년 대만 기업이 접수한 수출 주문 중 대만 내 생산 비율이 전년 대비 2.4%포인트 증가한 48.4%를 기록하며 2013년 이래 최고 수준에 달했다(설문조사 방식, 2816개 사 응답). 이는 같은 기간 중국(홍콩 포함)의 수출 주문 중 중국 내 생산 비율(42.4%, 전년 대비 3.1%포인트 감소)을 적지 않은 폭으로 앞선 결과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코로나19 감염세가 확산하면서 대만 내 생산설비 가동을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처 자료를 보면 2021년 대만 내 설비 가동을 확충 또는 신설한 대만 기업의 비중이 61.8%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내 설비를 확충 또는 신설한 중국 기업의 비중은 23.6%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와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대만의 대중(홍콩 포함)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올해 1~4월에만 28.5%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약 37%를 차지하는 반도체 품목이 두 자릿수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20년만 해도 45%를 웃돌았던 대만의 대중 수출 비중은 올해 35%로 10%포인트나 줄었다(이상 《국민일보》 참고).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및 일본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탄탄한 첨단 산업 경쟁력과 또 이를 선진국의 첨단 분야 공급망과 연계한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대만, 서로 유사한 상품 수출
한국과 대만의 상품 교역액은 1965년 1241만 달러에서 2021년 477억7100만 달러로 385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교역 규모가 7억 달러에서 1조2600억 달러로 1800배 증가한 것과 비교해볼 때 한-대만 교역은 우리나라 전체 무역 신장률의 2배를 넘어선다.
지난 약 60년 동안의 교역 구조와 규모는 통계적으로 볼 때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역수지 측면에서는 한국과 대만이 시계열(時系列) 기준으로 적자와 흑자를 번갈아 보여 와서 비교적 공평한 구조였다고 볼 수 있다.
1965년부터 1990년까지는 한국이 대만에 대해 무역 적자 구조였다. 이어서 1991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국의 흑자로 전환됐다. 2009년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다시 대만의 흑자로 전환됐다.
상품구조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대만이 상대방에게 수출하는 품목군이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작년 1~10월 기준으로 한국의 대대만 수출 상위 10대 품목(MTI 코드)은 반도체(MTI831), 기구부품(834), 반도체 제조용 장비(732), 석유화학 중간 원료(212), 농약 및 의약품(226), 석유제품(133), 기초유분(211), 레일 및 철 구조물(615), 컴퓨터(813), 선박 해양 구조물 및 부품(746) 등이다. 10대 품목이 전체 대대만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2% 수준이다.
상위 10대 수입품은 반도체(831), 기구부품(834), 컴퓨터(813), 광학기기(715), 반도체 제조용 장비(732), 철강판(613), 동 제품(622), 정밀화학원료,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합성수지 등이다.
전 품목에 걸쳐 동일 산업 내 무역이 발생하는 ‘산업 내 무역(intra-industry trade)’ 비중이 비교적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과 대만이 유사한 국제적 경제 여건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과 대만이 경제적으로 상호 경쟁 내지는 대립적으로 향하기보다는, 설령 국제무대에서 같은 톤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더라도, 양자 간 경제교류 활성화가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대만 상호협력 가능성 높아
한-대만 기업 간 경제교류는 상호 시장 개척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기보다는 짜인 상품구조 내에서 커져온 양상이다. 향후 기업 간 협력 확대를 위해 “유망 분야 중심의 프로젝트별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분야로는 우선 큰 틀에서 스타트업, 해상풍력발전, 탄소중립 등을 꼽을 수 있다. 상호 진출을 통한 윈-윈 도모, 프로젝트 단위의 상호 진출은 투자와 무역을 동시에 확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상호 경쟁 영역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등 영역에서는 양국 모두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 개발 등 상호 협력의 공간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와 오랜 연구개발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인 경우, 정부가 연구개발-세제-인력양성 등 전 분야에 걸쳐 연계되고 세밀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대만은 이런 영역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만은 다양한 미래 산업 분야에서 선도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 육성 정책 외에도 대만은 한국과 유사한 경제 건설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 정부 정책 측면에서 벤치마킹의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서부터 형사정책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영역에서 대만이 정책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효과적인 학습 대상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 분야는 양측 모두 인프라와 인력 기반이 우수하고 한-대만 모두 관련 분야 투자가 증가세에 있어 ‘강강(强强)’ 협력형 모델이 가능할 것이다. 상호 스타트업 교류 플랫폼을 활용해 한-대만 양방향 진출을 확대하면서 전략적인 제휴 기회를 모색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아울러 탄소중립 분야에서 에너지 저장, 미래 자동차, 수소에너지 등 분야 프로젝트 협력 모색이 유망하고 혁신·환경 관련 공통 이슈에 대한 교류 확대 및 동반성장 기회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한-대만 간 산학 경제산업 공동연구회를 설치해 상설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은 산업구조 및 대중국 경제 의존도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측면의 양자 간 협력과제 발굴 및 추진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곳에서 한-대만 경제협력에 관한 연구보고서 시리즈를 발간해 재계가 활용하거나 대정부 건의 사항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