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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대사 인터뷰 ⑥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 폴란드 대사

“폴란드-한국, 자유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가치동맹 맺어야”

글 : 류종수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서울의과학연구소(SCL Healthcare Group)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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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과 김정은은 말과 속내가 다른 독재자들…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환상 버려야”
⊙ “폴란드가 나토 회원국이지만, 정치 부패하고, 국방력이 미약하다면 러시아는 주저 없이 전쟁 시작할 것”
⊙ “젤렌스키의 우크라이나, 독재자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지켜내고 있다는 명분 획득”
⊙ “폴란드 정부·국민들, 신속하게 무기 공급해준 대한민국 정부와 방위산업 업체에 깊이 감사”

柳鐘守
1962년생. 연세대 보건학 박사 / 美뉴욕플러싱 YMCA 이사장, 뉴욕가톨릭재단 부총장, 유엔재단 새천년개발사업 고문, 現 바레인왕국 국가보건의료최고위원회 고문, 남미개발은행(IDB) 남미국가 진단검사역량 강화사업 수석책임역, 서울의과학연구소(SCL) 국제사업 고문, 연세대 보건대학원 초빙교수
사진=이신영
  내 친구가 해준 이야기다. 대학생인 친구의 아들이 폴란드의 크라카우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 그 얘기를 듣고 친구가 모처럼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야! 교환학생 가려면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미국의 하버드나 스탠퍼드대학으로 가는 거지, 폴란드의 크라카우? 아빠는 이름도 처음 듣는 그런 대학교에 가냐?”
 
  아들이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빠, 코페르니쿠스가 크라카우대학 교수였어요.”
 
  지동설(地動說)로 근대적 우주관을 우리에게 선물한 코페르니쿠스(1473~1543년)는 폴란드 토룬 출신이다.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퀴리 부인(1867~1934년)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나고 자랐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랑스 소르본느대학으로 진학했고, 프랑스 남자와 결혼했다. 그녀는 조국 폴란드를 사랑했다. 자신이 발견한 원소의 이름을 ‘폴로늄’이라고 지었다. 우리 또래는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온 퀴리 부인 이야기를 감동 깊게 읽었다.
 
  제정(帝政)러시아는 퀴리 부인이 태어난 1867년에 폴란드를 러시아의 직할령으로 삼았다. 그 후 폴란드에서 폴란드어 교육을 금지시키고, 러시아어와 러시아 역사를 배우게 했다. 갑자기 학교에 들이닥친 러시아인 장학사 앞에서 훗날의 퀴리 부인은 유창한 러시아어로 장학사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장학사가 떠나간 뒤 퀴리 부인은 폴란드인으로서 모멸감을 느끼고 선생님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학교에서 벌어졌을 법한 광경이다.
 
 
  亡國의 恨
 
1919년 뉴욕에서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파데레프스키. 그는 음악가이자 정치가로 폴란드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사진=의회도서관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58) 주한 폴란드 대사가 들려준 폴란드 사람들의 망국한(亡國恨)은 더욱 애절하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1810~1849년), 폴란드공화국의 초대(初代) 총리를 지낸 피아니스트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1860~1941년) 이야기다. 파데레프스키는 피아노곡 ‘소녀의 기도’로도 유명하다.
 
  “쇼팽은 러시아에 점령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파리에서 숨졌습니다. 쇼팽은 ‘러시아 총독은 내 육신이 전부 바르샤바로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내 심장만큼은 반드시 고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의 심장은 비밀리에 코냑 병에 담겨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당 한편에 몰래 매장됐습니다.
 
  1919년 독립한 폴란드공화국의 총리 겸 외무장관이었던 파데레프스키는 조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다시 러시아에 점령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조국이 독립을 회복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미국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작곡한 교향곡 〈폴로니아〉는 3악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장은 폴란드의 옛 영광, 2장은 외세에 점령된 폴란드의 비극, 3장은 행복한 폴란드의 미래입니다. 파데레프스키가 염원한 행복한 폴란드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국권(國權) 상실의 위기에 처했던 구한말 우리의 선각자들은 “조선 땅이 자칫하면 폴란드 꼴이 날 것”이라고 울부짖었다. 《파란(波蘭)망국사》는 구한말 애국자들의 필독서였다. 그 시절부터 폴란드는 조선 사람들에게, 강대국에 짓밟힌 비운(悲運)의 약소국으로 인식됐다.
 
 
  동병상련
 
  20세기에 들어서서 폴란드와 우리는 주변 강대국에 의해 국토가 분할되고 점령되는 지정학적(地政學的) 참변을 함께 겪었다.
 
  소련과 독일은 1939년 상호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폴란드를 침공, 동서로 분할 점령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이렇게 시작했다. 소련과 미국은 1945년 8월 한반도의 북(北)과 남(南)을 분할 점령했다. 냉전(冷戰)은 이렇게 시작됐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폴란드는 곧바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게 된다. 김정은의 대량 핵 공격에 직면한 우리와 비슷한 처지다.
 
  폴란드는 유럽의 중원(中原)에 위치한 한반도 3배 크기의 곡창지대다. 러시아·독일·오스트리아의 침략을 빈번하게 받았고, 주권(主權)을 여러 차례 잃었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얘기했다.
 
  “한국 역시 중국·러시아·일본의 침략과 내정간섭으로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습니다. 폴란드와 한국의 수많은 인재가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항쟁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과 폴란드가 있는 것이죠.”
 
  ― 한국과 폴란드는 고난의 역사가 유사합니다. 대사님이나 폴란드 국민들이 한국의 고난 극복 과정에 많은 공감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대한민국은 6·25 휴전 협정이 체결된 지 70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폴란드는 소련의 붕괴로 독립한 지 34년 만에 세계 23위의 경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유럽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습니다. 연(年) 6%에서 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유럽 국가 중 3위입니다.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면서도 경제력과 방위산업을 세계적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러시아의 영토 확장 야욕에 대응하면서, 경제·사회·문화 선진국이 되려고 노력하는 폴란드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두 나라는 국제화와 지역연합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DNA에 진하게 배어 있는 끈질긴 생존 투쟁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믿습니다.”
 
 
  마피아, 푸틴, 김정은
 
필자와 피오트르 오스타셰프스키 대사.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2017년 9월 한국에 부임했다. 5년 4개월째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2008년부터 3년간 경북대에서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대사 부임 전에는 바르샤바경제대학 교수로 아시아 국가들의 국제관계를 연구했다. 주된 관심사는 캄보디아·베트남의 대미(對美) 관계, 중국이었다. 2012년에서 2016년까지 대학 부총장을 역임했다. 국제 관계 저서 7권을 냈다.
 
  그는 달변가였다. 학자로서 30년 이상 논문을 쓰고, 강의를 했으니 당연하다고 할까? 말이 상당히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었다. 고급 영어에 약간의 이탈리안 악센트가 섞여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얘기를 들으니 이해가 갔다.
 
  폴란드 공산당 정부는 다른 동구권 국가들보다 일찍 국민들의 해외 거주를 허용했다. 대사 가족들은 1970년대 중반 이탈리아의 칼라브리아 지역에서 살았다. 칼라브리아 지역은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에서 앞굽에 해당하는 곳이다. 지중해 남서부에 위치해 있고, 아름다운 중세도시의 모습을 간직한 해변 리조트들이 많은 지역이다.
 
  칼라브리아의 남쪽이 영화 〈대부(代父)〉(1973)의 촬영지로 유명한 시칠리아다. 칼라브리아에서는 이태리 3대 범죄 조직 중의 하나인 은드랑게타가 판을 치고 있었다고 한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어린 시절 이탈리아의 마피아들이 길거리에서 총격 테러를 자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폭력성과 사악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 러시아의 푸틴, 북한 김정은이라고 했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김정은을 주저 없이 ‘악마적 통치자’ ‘독재자’라고 불렀다.
 
  소련의 지배하에 놓였던 국가, 공산당의 지배를 경험한 나라들의 대사들은 공산주의, 전체주의 통치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공산주의도 나름 역사에 기여를 했다’ ‘대한민국에 빨갱이가 어디 있느냐’는 따위의 회색적인 생각을 피력하는 대사를 만나본 적이 없다. 공산주의 체제와는 어정쩡한 타협이 없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 마피아와 푸틴, 김정은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잔혹한 살인으로 대중과 반대파들의 공포심을 조성합니다. 야만성과 잔혹함, 인민에 대한 테러가 가장 중요한 통치 수단인 거죠. 푸틴과 김정은은 신민족주의와 국민 세뇌를 동원해 폭압적인 통치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독재자들의 악마적인 통치수법

 
  역사학자답게 그는 역사적인 인물들, 유명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대화들을 적절하게 소환했다.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여주인공으로 나온 〈소피의 선택〉(1982)이라는 영화가 있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정리하면서 전체주의 독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잔혹한 나치 정권이 유대인뿐만 아니라 폴란드인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혔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소피는 폴란드 여성으로 아버지와 남편이 나치에게 총살당했습니다. 소피의 여성적 매력에 반한 나치 게슈타포 장교가 소피에게 ‘아들과 딸 중 하나를 죽일 텐데 누구를 가스방에 보내겠느냐’고 묻자, 소피는 ‘아이들 대신 내가 가스방에 가겠다’고 합니다. 나치 장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결국 소피는 딸을 선택합니다.
 
  소피는 자아(自我)가 파멸되는 가혹하고 비극적인 상처를 안고 살게 됩니다. 인간의 내면을 파괴시켜 무력(無力)하게 복종토록 만드는 것이 독재자들의 악마적인 통치 수단입니다. 푸틴과 김정은은 상상할 수 없는 폭압으로 인민들에게 무기력을 심습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빼앗고, 노예적인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시킵니다. 그렇게 나치는 6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을 학살했습니다. 80년이 지난 오늘 우크라이나에서, 북한에서 대량 학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로지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서. 우리 인류의 흑역사(黑歷史)입니다.”
 
 
  한국 무기 맞으러 나간 폴란드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작년 12월 6일 폴란드 그디니아항에서 열린 한국산 K9 ‘선더’ 자주포와 K2 ‘흑표’전차 입하식에 참석, 국방력 강화를 역설했다. 사진=AP/뉴시스
  폴란드 최북단 그디니아 항구. 바르샤바에서 차로 4시간 정도 걸리는 그곳에서 2022년 12월 6일 한국 무기 입하식(入荷式)이 열렸다. 그 자리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참석했다. 두다 대통령은 “현대적인 장비로 무장해야만 러시아 제국의 야망과 러시아군의 야만성을 막을 수 있다”며 “현대 무기로 무장한 폴란드의 용맹한 군인들만이 폴란드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다 대통령이 직접 한국 무기를 맞이하러 나간 그 의미를 대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외국 대통령이 폴란드를 국빈(國賓) 방문해도 대통령이 공항에 나가지 않습니다. 외무장관이나 외무차관이 나가지요. 폴란드 대통령이 항구로 나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우크라이나의 자주권을 말살하면서 민간인 학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야욕을 고발하기 위해서입니다. 폴란드의 위기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폴란드 정부와 국민들은 신속하게 무기를 공급해준 대한민국 정부와 방위산업 업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두다 대통령은 한국산 무기의 초도(初度) 물량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데 대해 놀라워했다고 한다.
 
  “2022년 7월 말에 1차 무기 구매를 계약했고, 4개월 만에 폴란드 항구에 한국산 무기가 도착했으니 무척 신속한 배달입니다. 통상적으로 무기 계약과 공급에 3년 또는 4년이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와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의 비상사태를 잘 이해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준 결과입니다.”
 
 
 
“한국 방산업체의 對 폴란드 수출 규모 400억 달러에 이를 것”

 
  ― 한국이 폴란드에 판매하는 무기 수출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까.
 
  “양국의 방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폴란드의 1차 구매 액수는 12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 정도지만, 구매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면 한국 방산업체의 대(對) 폴란드 수출 규모는 400억 달러(약 52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한국과 폴란드 사이의 주요 방산 협력 분야는 어떤 건가요.
 
  “폴란드는 2030년대 중반까지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수입하려고 합니다.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와 기술 제휴를 통해서 한국 방산업체들과 폴란드에서 공동 생산하고, 유럽 국가나 제3국으로 공동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방산업체의 뛰어난 기술력, 기술 전수를 기반으로 한 공동생산, 가격 조건이 한국 기업들을 선택하게 된 요인입니다. 한국의 방산 제품들은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주한 폴란드 대사인 저는 역사적인 구매를 중개하는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서 국방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다른 북유럽이나 동유럽 국가들도 방위력 증강을 위해 무기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한국의 방위산업이 협력을 넓혀갈 분야가 많습니다.”
 
 
  “러시아의 다음 공격 목표는 폴란드”
 
  ― 폴란드가 대대적인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의 폴란드 침공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까.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가 노리는 국가가 폴란드입니다. 폴란드 침공이 푸틴의 전쟁 계획에 분명히 들어 있을 겁니다. 푸틴은 러시아 제국을 부활시키겠다는 망상에 빠져 있습니다. 폴란드 출신으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 교수는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러시아는 구(舊)소련 연방 국가들과 지중해 동부 지역과 북유럽 지역을 재점령하는 것이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에 긴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계 패권국으로서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인근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계속 감행할 것이다.’”
 
  ― 폴란드의 안보위기는 예측 불허의 독재자 김정은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정과 유사해 보입니다.
 
  “물론입니다. 미국의 대소(對蘇) 봉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조지 케넌은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스탈린은 자신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대적인 세계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푸틴과 김정은은 자신의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강력한 적이 필요합니다. 서방세계의 오염된 문화, 부패한 자본주의의 침략으로부터 우월한 민족혼과 국가를 수호한다는 신화(神話)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푸틴과 김정은은 절대로 자신들의 독재권력과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입니다.”
 
 
  “젤렌스키, 善과 惡의 싸움으로 대비시켜”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작년 12월 22일 미국 방문 후 귀국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났다. 사진=로이터/뉴스1
  ― 폴란드는 현재 EU와 NATO의 회원국입니다. 러시아가 NATO 회원국인 폴란드에 대해 군사적 침공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EU와 NATO는 분명 강력한 방패입니다. 하지만 폴란드의 정치가 부패하고,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방력이 미약하다면 러시아는 주저 없이 폴란드를 상대로 전쟁 게임을 시작할 것입니다.”
 
  ―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전황(戰況)을 가장 정밀하게 관측하고 있는 나라는 폴란드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전쟁이 시작됐을 때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 군대가 단숨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푸틴의 군대는 전쟁 발발 일주일 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것이라 자만했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은 지난 2014년에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선(戰線)에서조차 고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잘 싸우는 첫 번째 요인으로 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을 꼽고 싶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국으로 탈출하지 않고 군대와 시민과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그의 정의롭고 투명한 리더십은, 부패하고 사악한 푸틴의 리더십과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전쟁을 선(善)과 악(惡)의 투쟁으로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젤렌스키의 우크라이나는 독재자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있다는 명분을 획득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강력한 러시아 군대를 상대로 도시 게릴라전을 벌이고, 야전(野戰)에서 참호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전황을 러시아군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혼전으로 몰아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정은에게 환상 갖지 마라”
 
  ―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최근에 낸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에서 김정은과의 비밀접촉에서 있었던 여러 비화를 공개했습니다. 폼페이오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은 미군이 주둔하는 한반도를 원한다. 왜냐하면 북한이 중국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군이 빠져야 한반도를 티베트, 신장처럼 취급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정은이 립서비스로 한 말입니다. 전략적인 거짓말이지요. 한미 당국자들을 교란시키고, 한반도 내에서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꺼낸, 계산된 거짓말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말에는 진실이 없습니다. 푸틴과 김정은은 말과 속내가 다른 독재자들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집안이 80년 이상 정권을 장악한 김씨 왕조국가입니다. 김정은은 국민들을 기만하고, 공포에 떨게 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확보해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한국군은 북한 김정은을 의식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을 지켜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전면적 도입을 중국 눈치 보느라 미루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용인한다면, 이런 일들이 왜 한국 땅에서 벌어지겠습니까?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은 ‘주한미군만 철수하면 한국군은 북한군의 맞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공언해왔습니다. 핵무기 보유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핵 위협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보겠다는 계산입니다. 폼페이오가 전한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뉴스를 타는 것은 선정적인 회고록 판매전략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한국형 原電 도입 계획”
 
  ― 폴란드와 대한민국이 안보 위협을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대한민국은 소련의 영토 확장 야욕을 막아내고,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경제대국을 만들어낸 모범 사례입니다. 제가 연구차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자주 방문합니다. 베트남은 냉전 시대 당시 미국을 굴복시켰습니다. 그런 베트남에서 한국의 성공 모델이 왕성하게 재현되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한국은 앞으로 강력한 창의성과 자주성을 가진 산업문화 국가로 발전해가야 합니다. 그게 안보위기를 탈출하는 근본적인 방책입니다. 국제정세를 보십시오. 푸틴의 야욕은 미국의 강력한 가치동맹인 EU국가들, 김정은의 야욕은 대한민국과 일본의 힘에 의해서 봉쇄되고 있지 않습니까?”
 

  ―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원전(原電) 도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인한 원유-가스 공급 감소로 국제사회가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원자력발전을 이용한 전력 생산으로 에너지 자립을 앞당기려고 합니다.
 
  폴란드 내륙의 중심 지역인 퐁트누프에 만들어질 원자력 단지에 한국형 원자력 발전 기술을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과 폴란드 민간 전력회사인 ‘ZE PAK’, 국영 회사 ‘PGE’ 대표들이 2022년 10월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과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원전협력 양해각서(MOU)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습니다.
 
  내륙에 건설하는 원전이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철저한 기술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폴란드 정부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형 원전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폴란드는 이 국책사업에 ‘빨리! 빨리! 하면 된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행동 강령들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폴란드 대사로서 또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역사학자로서 한국과 폴란드의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 교량 역할을 계속해가겠습니다.”
 
  현재 폴란드에는 400여 개의 한국 기업들이 6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해 폴란드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 현대, SK, LG 등 세계적인 한국 상품이 폴란드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폴란드 기업들, 한국 기업들로부터 배워야”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폴란드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로부터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 혁신을 창조하는 사업가 정신을 배워야 한다”며 “폴란드의 문화적 재치와 매력적인 디자인 역량들이 한국의 기술력과 결합되면 피터 드러커 박사가 얘기한 ‘사업가 유도 효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르샤바에 있는 제 집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면 삼성 폴란드 본부 건물이 보입니다. 집 근처에 제가 즐겨 찾는 한국 식당에 가면 한국 회사분들이 많이 옵니다. 서울의 식당에서 5000원에 파는 소주가 바르샤바 한국 식당에서는 2만5000원에 판매되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오스타셰프스키 대사는 캄보디아 폴 포트(1925~1998년)의 집권 과정과 크메르루주 정권의 인민 학살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박사 학위 논문은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에 대한 정책〉이었다.
 
  ― 곧 3주 동안 캄보디아로 출장을 간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가는 건가요.
 
  “폴란드에서 오는 역사학, 고고학 연구팀 10여 명과 앙코르 지역의 고적지들과 역사 유적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앙코르는 앙코르 와트와 여러 개의 사원이 있는 도시의 이름입니다. 앙코르 와트는 연꽃 봉우리를 닮은 5개의 돔이 유명한 사원이고요. 사람들이 혼용하는 듯합니다. 한국에서 가까이 지낸 롱 디만체 전 주한 캄보디아 대사 가족과 주말을 보낼 계획도 있습니다.”
 
  ― 대사님께서 폴란드 분들의 관광여행 안내를 위해 가시는 건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젊은 폴란드 학자들에게 크메르루주 정권의 끔찍한 인민 학살(킬링필드) 현장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투올슬렝’으로 불리는 악명 높은 감옥이 있습니다. 크메르루주의 지도자 폴 포트가 1960년대에 지리 교사로 근무했던 고등학교 건물입니다. 그곳에 투옥된 1만4000명 가운데 7명만 살아남았습니다.
 
  1만4000명을 한 명씩 고문하고 죽인 잔혹 행위가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곳에서 학살당한 모든 이가 KGB와 CIA의 이중첩자로 몰렸습니다. 1만4000명 중에 KGB와 CIA가 무엇의 약자인지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혁명을 구실로, 1만4000명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인 겁니다. 공산혁명이 아니라 인종 학살 범죄입니다.
 
  처형된 사람 중에는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저지른 범죄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크메르루주의 심문자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너의 죄를 자백해라. 그게 너의 의무다.’”
 
 
  “사악한 독재자들의 만행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역사학자인 오스타셰프스키 대사의 눈길은 다시 우크라이나와 북한으로 향했다.
 
  “나치의 인종 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프놈펜의 투올슬렝을 방문하면, 제가 좋은 시대 좋은 나라에 태어난 사실에 대해 감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인간의 자유의지와 숭고함을 말살하는 공산 독재 집단이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파괴하고, 시민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폴란드는 푸틴의 러시아와 마주하고 있고, 한국은 독재자 김정은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악하고 잔인한 독재자들의 만행이 폴란드와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두 나라는 이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가치동맹을 맺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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