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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新민족주의 시대가 오는가

미국의 트럼피즘과 국제안보 환경의 변화

“한국은 한국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글 : 이춘근  이춘근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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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世界化에 대한 反動으로 세계 각국에서 新민족주의 대두
⊙ 트럼프, “‘세계가 함께 잘살자’라는 말은 웃기는 것… 다른 나라들의 정치가들도 모두 자기 나라를 위한 애국자가 돼라”
⊙ “미국이 손을 떼게 되면 한국의 끔찍한 지리적 여건–미국의 보호하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지리적 여건–은 다시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피터 자이한)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대학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現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저술
2015년 9월 16일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정박해 있는 퇴역 전함 USS아이오와호 선상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사진=뉴시스/AP
  1992년 치열한 대선(大選)을 치르고 당선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1993년 2월 25일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김영삼 후보는 절대로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함으로써 농민들의 표를 얻어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그는 농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제무역이란 기본적으로 ‘주거니 받거니’ 원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미국에 자동차와 TV를 내다 팔면서 미국산 쌀은 사오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말이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김영삼 대통령은 오늘의 세계는 ‘국제화(國際化)’ 혹은 ‘세계화(世界化)’ 시대가 되었다는 논리로 자신의 공약을 지킬 수 없음을 변호하고자 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때는 바로 국제 정치·경제가 대폭 변화하는 시점이었다. 1990년 45년간의 치열한 경쟁을 끝내고 소련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 미국은 세계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재편하고자 했다. 소련이라는 장애가 없는 세상에서 미국은 자신이 선호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정치적인 국경은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경제적인 국경까지 존재할 필요는 없었다.
 
  본시 ‘장사꾼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 미국은, 소련을 물리친 후 세계 전체를 하나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만들어나갔다. 미국의 학자들은 냉전 후 미국이 만들려는 세계 질서를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어떤 이들은 새로이 만들어지는 세상은 미국이 주도하고 미국적이라는 의미에서 아메리카니제이션(Americanization), 즉 ‘미국화(美國化) 시대’라고도 불렀다. 세계화는 본질적으로 국가 간의 경제장벽이 무너졌음을 의미했고, 1990년대 초반 이후 지구의 역사는 ‘세계화 시대’를 맞았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 시대를 온몸으로 맞이한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논리
 
  국가 간 경제장벽이 무너진 세상에서 미국의 대기업이 소유하던 공장들은 노동자 임금이 훨씬 저렴한 중국·멕시코 등 이른바 제3세계로 옮겨갔고, 중국·멕시코 등에서 만들어진 값싼 상품들은 미국 등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고, 미국의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세계의 하청공장이 된 중국은 수억의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다. 많은 경제학자와 평론가들은 중국이야말로 세계화의 무드를 가장 잘 활용해, 국부(國富)를 대폭 증가시킬 수 있게 된 세계화 시대의 승자(勝子)라고 치켜세웠다.
 
  자유주의자들은 국가들이 자유롭게 무역할 경우 모든 나라,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경제이론을 자신 있게 설파했다. 1997년 IMF(외환위기) 사태 직후 당선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놀랍게도 “노동자들이 취직해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으면 됐지, 그 회사가 외국 회사이든, 사장이 외국인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세계화 시대의 정곡을 찌른 말이다.
 
  세계화 시대의 논리는 국가가 부자가 되는 것보다 회사와 개인이 부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노동력이 값싼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장님들은 자기 나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아픔보다는 물건을 값싸게 만들어서 자기 상품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사실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국산품 애용이라는 국수주의적(國粹主義的) 구호는 발붙일 곳이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도시의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은 “내가 번 돈으로 고장 안 나고 맵시 나는 일본제 혼다 어코드(Honda Accord)를 사겠다는데, 값비싸고 고장 잘 나고 모양도 후진 차를 만들어 대는 디트로이트(Detroit, MI)의 자동차 노동자들이 무슨 말이 많냐”고 소리쳤다.
 
  자유주의경제학 이론은 자유무역은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프리덴 교수는 “국제분업은 전통사회를 파괴하고 가족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의 아이들은 그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잘살게 되었다”며 세계화 시대의 논리를 정당화시켰다. 과거에 나라들은 모든 물건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라들은 잘 만드는 물건은 만들어 내다 팔고, 잘 만들지 못하는 물건은 다른 나라로부터 사오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타당한 일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농업국가의 공장이 문을 닫게 되었고, 반대로 공업국가의 농장이 문을 닫게 되었다. 농업국가의 공장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공업국가의 농민들은 더 이상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전통사회가 파탄 나게 되었다.
 
 
  ‘강철벨트’에서 ‘러스트벨트’로
 
  그러나 이론상으로 타당한 것이라 해도 손해를 입은 농민과 노동자를 끝까지 위로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경제적으로 올바른 일이 항상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일일 수는 없었다. 미국산 쌀과 쇠고기를 사오지 않을 수 없는 김영삼 정부는 농민들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구호를 곳곳에 내다 붙였다. 그러나 신토불이라는 구호는 농민의 고통을 경감해줄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또 다른 종류의 고통과 분노를 유발했다. 대체로 수입 농산품보다 값이 비싼 국내산 식품을 사 먹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들은 신토불이라는 구호 때문에 한없이 초라하고 슬프게 되었다. 몸과 땅은 하나라는데, 돈이 없어서 내 몸에 맞지 않는다는 외국의 농산품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국민들은 얼마나 마음이 씁쓸했겠는가? 고기 파는 식당의 한우와 수입 쇠고기의 가격 차이를 보고, 돈이 없어서 수입 쇠고기를 주문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마음은 유쾌했을까?
 
  경제적 논리만으로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 이른바 세계화 시대 동안 6만~7만 개의 공장이 중국으로 떠났고, 300만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공업을 주도했던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주(州)는 뭉뚱그려 ‘강철벨트(steel belt)’라고 불렸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 동안 강철벨트의 공장들은 중국으로 떠났고 노동자들은 해고되었다. 강철벨트는 녹물이 뚝뚝 떨어지는 폐허가 되고 말았다. 미국 사람들은 이 지역을 이제는 녹슨 벨트(러스트벨트·rust belt)라고 부른다.
 
  미국의 소비자와 대기업은 세계화 시대가 좋은 시대라고 믿었을지 모르지만 러스트벨트의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값싼 외국 식량 때문에 생활에 보탬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농민들은 추수를 포기하기도 했고 배추밭을 갈아엎기도 했다. 물론 농민의 아들들이 전자제품을 더 많이 팔아서 돈을 많이 벌어온다 할지라도 농민인 아버지의 고통이 감소될 수는 없다.
 
  세계화 시대가 야기한 이 같은 고뇌(苦惱)는 언젠가는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였다. 문제가 터지는 방식이 평화적인 것일 수만도 없었다. 미시간주의 해고된 자동차 공장 노동자는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중국인을 야구 방망이로 폭행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를 망하게 한 일본 사람이라고 오인(誤認)한 결과였다. 한국에서는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가 숭숭 뚫려 죽게 된다는 황당무계한 괴담(怪談)도 돌았다. 말이 되지 않는 이런 난동의 배후에는 세계화 시대에서 낙오되고 불행을 당하게 된 사람들의 누적된 불만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세계화가 야기한 고뇌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특히 세계화를 주도한 나라들 사이에서 더욱 급격히 나타나기 시작한 반(反)세계화, 혹은 신(新)민족주의가 발흥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말았다.
 
 
  ‘세계와 함께’에서 ‘미국 우선’으로
 
2016년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기는 걸로 나오자 지지자들은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표어가 적힌 종이를 흔들며 환호했다. 사진=뉴시스/AP
  ‘세계화’란 엄밀한 의미에서 경제적인 용어였다. 국가 간 경제활동이 국경이라는 장애 요인을 거침없이 넘어버린 현상을 의미하는 말로서 소련이 무너지고 국제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 상업국가요 무역국가인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었다. 세계는 자유로운 무역으로 하나가 되게 되었음을 상징하는 용어이기도 했다. 세계화의 대표적인 기구인 유럽연합(EU)은 소속 국가를 초월하는 여권까지 발급했다. 그들은 영국·프랑스·독일 사람이 아니라 유럽 사람임을 자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록 작은 부분이라 할지라도 고뇌는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폭발은 놀랍게도 미국·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일어났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억만장자 부자이며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를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에게 약속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주면 중국으로 날아간 3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트럼프의 대선 구호는 대단히 민족주의적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였다. ‘세계가 함께 잘살자’라는 말은 웃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정치가들도 모두 자기 나라를 위한 애국자가 되라고 소리쳤다.
 
  많은 이가 트럼프 대통령만을 독특한 사람이라고 보고 트럼프의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를 정상(正常)으로부터의 일탈이라고 보지만 그렇지 않다. 트럼프와 함께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온 17명 중 존 케이식(John Kasich) 오하이오 주지사를 제외한 16명 모두가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가주의자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2015년 미국의 《타임(TIME)》지는 세계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여론조사를 행했다. 이 조사에서 미국이 국제문제에 과거와 같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미국 국민의 28%, 선별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사람은 36%, 아예 미국은 국제문제로부터 손 떼야 한다는 사람도 무려 36%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미국에 팽배하고 있던 세계화의 고뇌로 인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세계와 함께’가 아니라 ‘미국 우선’이라는 구호를 현실화해나갔다.
 
 
  민족주의의 복귀
 
  반(反)세계화 또는 새로운 민족주의를 보여주는 또 다른 대표적인 국제정치적 사건은 2016년 6월 영국에서 있은 국민투표였다. 영국은 더 이상 유럽연합에 남아 있어야 할 것인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 52%가 탈퇴에 찬성한 것이다. 이후 약 3년 반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0년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화의 상징인 유럽연합의 한 축이 무너진 것이다. 영국 국민은 영국의 미래가 영국인의 손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손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다. 당시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럽연합을 난파선에 비유하는 표지 그림을 게재함으로써 세계화의 대표적 기구인 유럽연합의 몰락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야기된 세계화에 반하는 조치보다 더 먼저 야기된 민족주의의 재부상(再浮上)이 일본·중국·러시아 등에서도 이미 야기된 바 있다. 2012년 일본 총리에 당선되어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 재직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같은 해 중국의 국가주석으로 선임된 시진핑(習近平), 러시아의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푸틴 대통령 등이 보여주는 정치·외교적 행태는 세계 강대국 모든 지도자가 민족주의자로 채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도래하게 했다.
 
  1990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 시대는 겨우 20년 정도 지속한 후 여러 가지 정치적인 문제점을 노정했고, 이 문제들을 광정(匡正)하기 위한 시도로 ‘새로운 민족주의의 대두’라는 처방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많은 전문가가 민족주의를 새로운 시대를 위해 좋은 처방이라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요람 하조니(Yoram Hazony)의 《민족주의의 덕성(The Virtue of Nationalism, Basic Books, 2018)》, 르노(R. R. Reno)의 《강력한 신의 회귀: 민족주의, 포퓰리즘 그리고 서구의 미래(Return of the Strong Gods: Nationalism, Populism, and the Future of the West, Regnery, 2019)》, 리치 라우리(Rich Lowry)의 《민족주의를 지지하며: 민족주의는 어떻게 미국을 더 강력하게, 통합되게 그리고 자유로운 나라로 만들 것인가(The Case for Nationalism: How It made US Powerful, United and Free, Broadside Books, 2019)》로부터 콜린 두억(Colin Dueck)의 《강철의 시대: 보수적 민족주의에 대하여(Age of Iron: On Conservative Nationalism, Oxford University Press, 2020)》에 이르기까지 민족주의의 선한 측면,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책들이 쏟아져나왔다.
 
  민족주의를 국가 간 전쟁과 갈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매도하던 것이 학계의 표준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놀라운 반전(反轉)이 아닐 수 없다. 민족주의는 오히려 세계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막강한 처방전이 되어 되돌아온 것이다.
 
 
  어려워지는 한국의 안보 환경
 
미국의 국제전략가 피터 자이한. 사진=조선비즈
  한때 세계화 시대는 평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무역하는 나라들 사이에서 전쟁은 쉽게 발발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있었다. 국가 간 경제의존과 자유무역의 확대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를 통해 그들 나라들 사이의 전쟁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등장한 이른바 ‘맨체스터 이론(Manchester Theory)’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국가들은 돈 버는 일에 바빠서 전쟁할 겨를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싸우지 말고 장사를 합시다(Let’s Trade, Not War)”라고 외쳤다.
 
  그러나 이 이론은 옳지 않다고 판명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최고치에 이르렀던 1914년에 발발했다. 세계화가 또다시 최고조에 이른 1990년대 이후 2020년인 오늘까지 미국은 무려 일곱 차례 전쟁을 치렀다. 국가들은 상호 무역을 하면서도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일본과 그렇게 경제 거래가 많아도 국가 간 감정이 별로 개선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 한국이 중국과 경제의존도가 그렇게 높아졌어도 중국은 언제라도 안보문제로 한국을 괴롭힐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소 체험했다.
 
  그렇다면 민족주의가 다시 대두하기 시작한 오늘날 국제안보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진전될 것인가? 물론 이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질문 범위를 좁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신(新)민족주의의 대두는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신민족주의는 우리나라 안보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미국이 세계의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세상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안보 지원에 큰 도움을 받아 주변 강대국의 위협에도 큰 걱정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하고 있으며, 2020년도의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前年) 대비 무려 500%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젊은 미국의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민족주의로 되돌아간 이후, 한국이 처할 국제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적이 있다.
 
  “한국은 한국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다. 미국이 손을 떼게 되면 한국의 끔찍한 지리적 여건(미국의 보호하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지리적 여건)은 다시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한국은 뭍(땅)에서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상대인 중국과 바다에서 한국보다 월등히 뛰어난 상대인 일본 사이에 끼여 있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유난히 강대국들이 많다.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민족주의적인 나라가 될 때, 그리고 미국조차 세계적 개입 정책을 포기하고 고립주의·민족주의로 돌아갈 때, 한국이 처할 안보 환경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보고 시급히 대책을 강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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