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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된 독일에 아직도 실향민단체가 있다?

統獨 후 실향민 연구재단·실향민 박물관 세우며 적극 활동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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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7년 설립된 獨 실향민연합회(BdV), 탈출·추방 독일인 보호하고 실향민 문화유산 보존 활동 나서
⊙ 독일 실향민들, ‘라인강의 기적’ 서독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
⊙ 국내 대표 民官 실향민단체인 이북도민회·이북5도위원회… 실향민 2세 대통령 등장 후 변화 움직임
⊙ 문재인, 2012년 이북도민회로부터 물병세례… 이번에는 열렬한 환호 받아
지난 4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 실향민연합회와 연방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연례교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독일 정재계 인사, 실향민 대표단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른바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 합의가 들어 있지만 구체적 실천방안은 없다.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친척 상봉이라도 제대로 되길 바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실향민 2세인 만큼 이 문제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실이 작년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향민 1세대는 대략 76만여 명, 2·3세대까지 포함하면 856만명이라고 한다. 국내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수는 2015년 7월 기준으로 총 12만9000명이다. 2000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을 이룬 가족은 총 3934가족(1만8799명)이다.
 
 
  “저 역시 실향민의 아들, 이북도민 2세”
 
  국내 대표적 실향민단체로는 실향민 1세대가 주축인 사단법인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회장 김지환·이하 이북도민회)가 있다. 이 단체는 황해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와 미수복(未收復) 강원도·경기도 등 7개 도민회를 총칭하는 ‘연합협의기구’다. 해당 지역 도민회장이 1년 임기의 윤번제로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1950년대 초 이북5도민회 중앙연합회가 조직·운영돼 오다 5·16으로 잠시 중단된 후 1970년 재건(再建)됐다.
 
  이와 별개로 이북5도위원회(이북5도청)라는 정부조직이 있다. 이북5도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기관이다. 1962년 제정·공포된 ‘이북5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설치 근거를 두고 있다. 실향민 1세대 지원 및 2·3세대 육성, 이북5도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 보존과 민족 동질성 회복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이북도민 2세’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해 실향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현직 대통령의 체육대회 참석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했는데 그때는 물병을 맞고 사실상 쫓겨났다. 이번에는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저 역시 실향민의 아들, 이북도민 2세”라며 “오늘 이렇게 이북도민 어르신들을 뵈니 잎담배를 종이에 말아 피우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선친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북도민도, 탈북주민도, 기업인도, 노동자도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함께 사는 공동체”라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북(北)의 미사일보다 백배 천배 강하다. 자유와 평화의 길을 선택한 탈북주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소재 이북5도청을 방문, 이북도민연합회 회장단, 이북5도지사 등과 간담회를 갖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실향민 출신 대통령이 나오면서 이북도민회 측은 실향민 관련 사업의 원활한 추진 가능성에 고무된 상태다. 이북도민회 관계자는 “지금의 이북도민회는 원래 구(舊)서독 실향민단체를 모델로 했다”며 “독일 통일 이후 실향민단체는 역사관, 박물관 등을 세우며 실향민 문화 보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오는 2020년 베를린에 독일 실향민박물관이 정식으로 문을 연다고 한다.
 
 
  獨逸 실향민연합회의 역사·조직·활동
 
  독일 실향민중앙연합회(BdV·Bund der Vertriebenen·이하 실향민연합회)는 1953년 ‘연방실향민법(BVFG)’이 제정되고 4년 후 발족했다. 독일 실향민과 그 가족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독일의 국익에 부합하는 실향민 문화유산 보존 및 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재단법인 형태인 실향민연합회는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약 1시간 거리의 본(Bonn)에 위치해 있다. 실향민연합회 산하에는 16개 주(州) 지부가 있다. 출신 지역별로 7개 실향민향우회가 있고 그 아래 14개 소지역 실향민향우회가 별도로 있다. 개별 조직 수는 직능단체를 포함해 전체 총 2000여 개에 달한다.
 
  2차 대전 이후 1950년대까지 독일 국적의 실향민은 대략 1500만명. 동유럽 지역에서 실향민이 대거 발생했다고 한다. 이들의 70~80%는 당시 서독으로 이주·정착했다. 이들은 고향 수복 및 복귀 의지가 대단했던 걸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정치경제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이 같은 성향은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서독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기존 서독 지역민들보다 열심히 일했고 삶에도 ‘전투적’이었다. 무일푼으로 서독 지역에 도착한 실향민들은 생존하기 위해 투쟁적으로 살지 않을 수 없었다. 열심히 노력한 덕에 실향민들의 경제력은 커져갔다. 그들의 목소리도 커졌고 마침내 이익집단화, 정치세력화됐다.
 
  실향민연합회는 종전(終戰) 이후 상당기간 동안 보수 성향을 나타냈다. 발족 당시에는 나치 전력자도 있었다. 이들은 폴란드에 귀속된 독일 영토와 독일인 재산의 원상회복,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부의 독일인 추방령인 베네쉬 칙령의 철회, 1960~70년대 동방정책과 데탕트 과정에서 비준된 동구유럽 및 소련과의 모든 조약 무효화 등을 요구했다.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실향민연합회는 정치적으로 철저히 중립을 택했다. 연합회 내규에 엄중한 정치적 중립 규정까지 뒀다. 대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활동을 강화해 왔다. 실향민 및 실향지역 전통문화유산 복원·보존, 실향지역 잔류 독일인과 후손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지원, 독일 국익(國益)에 부합하는 독일 경제의 동구권 진출 및 투자활성화 노력, 유럽연합의 활성화와 기능 확대 지지 등이 대표적이다. 실향민연합회는 철저히 국익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단체 활동이 나라에 도움 되는 일이라 판단되면 적극 나서지만 실향민 개개인의 이익, 예컨대 재산 반환소송 등과 같은 사적(私的) 일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연방실향민법은 독일 연방정부의 실향민 문화유산 보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1937년 당시 독일 영토에 거주했다가 국경선 변경으로 추방되거나 탈출한 모든 독일 국적자(가족 포함)에게 안전한 거처를 제공·보호하고 있다. 일부 실무 작업은 실향민연합회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로부터 재정지원도 있다. 물론 실향민연합회는 실향민에게서 기부금도 모금한다.
 
  실향민연합회는 1999년 실향민 및 추방민 관련 연구재단인 ‘추방반대센터(ZGV)’를 만들어 조직의 전문화를 꾀했다. 2005년에는 독일의 유럽통합 및 연대 지원기관인 ‘독일의 유럽운동(Europ¨aische Bewegung Deutschland)’에 가입해 연대활동을 적극 펴고 있다.
 
  현재 실향민연합회를 이끄는 이는 2014년 취임한 기민당 현역 의원 베른트 파브리티우스(Bernd Fabritius)이다. 루마니아 출신 독일 실향민 2세로 변호사이자 법학자이기도 하다.
 
 
  “실향민 역사관·박물관 건립 추진해야”
 
2020년 완공 예정인 독일 실향민 박물관 건설 현장. 실향민연합회는 실향민·추방인의 문화유산을 보존·계승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 4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실향민연합회와 독일 연방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연례교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구(舊)동독 지역은 물론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체코슬로바키아 등에 거주했던 실향민들이 대거 참석해 2차 대전 이후 강제추방과 강제이주 등으로 실향(失鄕)의 아픔을 겪은 독일 게르만족의 역사를 되새기고 그 뜻을 계승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독일 정재계 인사, 실향민 대표단 30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독일 실향민연합회의 초청을 받은 한국의 이북도민회 회장단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이북도민회 회장단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환대했다.
 
  이북도민회 관계자는 “독일 실향민연합회의 활동을 보며 느낀 게 적지 않다”며 “이북도민회도 대한민국 실향민의 역사를 계승·발전시키고 통일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북도민회에는 실향민 관련 역사적 자료들이 타 기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분단 이후 수십 년 동안 실향민들이 제공해 온 귀한 자료들입니다. 특히 실향민들이 쓴 수기(手記)나 관련 사진 등은 그 자체가 실향민의 역사이자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이북 출신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와 근대화, 그리고 국가안보에 크게 기여한 이들도 적지 않아요. 우리도 독일처럼 후손들에게 물려줄 실향민 역사관·박물관 건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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