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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포트

시진핑 중국 주석의 新실크로드 현장

一帶一路… 시시각각 바뀌는 중국의 서부

글 : 모종혁  在 중국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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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난성 시솽반나에 들어선 만징란고성, 분양 거의 끝낼 정도로 인기
⊙ 중국의 윈난성에서 출발해 라오스, 태국으로 이어지는 철도 건설 중
⊙ 50년 장기계획이어서 끊임없는 투자와 정책의 일관성 중요

牟鍾赫
⊙ 44세. 중국 정법대 경제법학과 졸업.
⊙ 방송 저널리스트, 취재 코디네이터.
⊙ 현재 충칭에서 기업투자·경영컨설턴트로 활동 중.
2009년 란장신구 강변. 도로를 닦고 몇몇 건물을 짓고 있었다.
  “이제 목표 달성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물량을 7월까지 다 팔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5월 8일 낮 중국 윈난(雲南)성 시솽반나(西雙版納)주의 주도 징훙(景洪)시에 있는 만징란고성(曼景蘭古城)의 중앙광장. 왕징(여) 딩신(鼎)부동산개발 판매부 매니저는 오후 근무를 앞두고 불러 모은 7명의 판매원 앞에서 일장연설을 했다. 그는 필자에게 “단지 내 모든 상가와 저층의 아파트는 진작에 팔았는데 고층의 일부 대형 주택을 아직 팔지 못했다”며 “여름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분양 분량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징란고성은 지난 10년간 징훙에서 조성된 주상복합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전체 면적 80km2, 건축 면적 20km2에 24층짜리 고급아파트 6채, 12층짜리 오피스건물 1채, 3~4층짜리 상가 17채가 들어섰다. 딩신은 2012년 11월 시공에 들어가 지난해 12월에 완공했다. 이미 상가의 1/3가량이 입점을 끝냈고, 아파트 입주민은 한창 내부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모든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입주민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만징란고성이 자리 잡은 란장신구는 새롭게 변모하는 징훙을 상징한다. 2009년 1월 필자가 이 일대를 찾았을 때는 전통민가가 드문드문 있었고 수풀이 우거졌었다. 단지 란창강(瀾滄江·메콩강) 변에 도로를 건설하고 몇몇 건물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6년 만에 다시 찾은 란장신구에는 그야말로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일어났다. 잘 닦인 4차선 도로, 줄지어 들어선 상가와 아파트, 고급 식당과 술집에 붐비는 인파…. 발전한 연해지방의 여느 신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지금까지 만징란고성에 투입한 공사비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딩신 측이 마련한 자본금은 4억 위안(약 7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은행 대출금과 상가·주택 판매대금으로 충당했다. 2013년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시장은 침체기에 들어섰으나 만징란고성은 분양에 선방했다. 왕 매니저는 “란장신구 요지에 위치해 투자가치가 높고 아파트는 징훙에서 보기 힘든 110~130m2의 대형 주택으로 희소성이 있다”며 “상가·주택 구매자의 대부분이 중국 각지에서 온 외지인”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개발·관광산업 외에 변경무역도 급증
 
2015년 수풀만 우거졌던 란장신구에 고급 주상복합단지 만징란고성이 들어섰다.
  시솽반나는 윈난성 최남단에 위치한 다이족(族) 자치주다. 아열대성 기후와 다양한 소수민족이 있어 1990년대부터 중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이자 휴양지로 각광받았다. 지난해에만 시솽반나를 찾은 여행객은 1700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2009년 732만명에서 2.4배나 증가한 수치다. 중국인이 절대다수지만, 외국 관광객도 36만명을 넘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여행객 덕분에 관광산업은 228억 위안(약 3조9900억원)의 수입을 올려 시솽반나의 5대 산업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부동산 개발과 관광산업 외에 시솽반나를 변화시킨 또 다른 원동력은 변경무역이다. 시솽반나는 라오스·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난해 변경을 통한 무역액은 33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29.5%나 늘었다. 이는 2009년 6억7000만 달러와 비교해 5배나 급증한 수치다. 5월 5일과 7일 필자가 찾은 모한(磨)출입국관리소에서 그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모한은 중국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는 국경이다. 이곳을 지나 300m만 걸어가면 라오스 국경인 보텐이 있다.
 
  5일 오후에는 모한과 보텐 사이를 오가는 화물차가 많지 않았지만, 7일 오전에는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려는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정차해 있었다. 대부분 중국 국적의 차량이었으나, 라오스 번호판을 단 화물차도 적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 차례 징훙과 라오스 루앙남타를 오가는 국제버스 기사 양궈칭(48) 씨는 “중국 트럭은 광물, 목재, 고무, 과일 등을 실어오고 라오스 화물차는 휴대기기, 전자제품, 기계 등을 사간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로 잘 드러난다. 지난해 윈난성과 라오스의 무역액은 13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3%나 급증했다. 윈난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거래한 무역에서 미얀마(69억 달러, 67%) 다음으로 높은 증가세다. 또한 2003년 3400만 달러에서 11년 만에 무려 40배나 폭증했다. 지난해 윈난성의 전체 무역액은 전년 대비 17.1% 늘어난 296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중 1/3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미얀마·베트남·라오스와의 변경무역을 통해 이뤄졌다.
 
 
  중국 상품 넘치는 라오스
 
  라오스 현지에서 중국 상품의 범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이틀간 묵었던 루앙남타시 독참파 호텔은 객실 내 전자제품을 중국제로 완비했다. 심지어 숙박하는 관광객 대부분도 중국인이었다. 루앙남타주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서양인 배낭여행객만 찾았지만, 최근에는 서양인과 중국인이 절반씩 점하고 있다. 독참파 호텔의 지배인은 “중국인은 보통 호텔에 묵고 서양인은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한다”며 “조만간 루앙남타의 최대 고객은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앙남타주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탈북자가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가서 한국으로 향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곳이 루앙남타다. 한데 지금 루앙남타 곳곳은 중국 자본이 개발하고 있다. 보텐에서 루앙남타시까지 오가는 도로변에는 중국회사의 공장들이 조업 중이었다. 광물, 홍목(紅木), 천연고무, 생필품 등 생산품목도 다양했다. 징훙에 살면서 미얀마 광산개발에 투자한 한국인 사업가는 “미얀마·라오스 북부의 광물·산림 자원은 이미 중국 자본이 점령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동남아시아를 한데 아우를 ‘첨병’을 놓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 바로 범아시아철도(泛亞鐵路)의 부설이다. 범아철도는 1960년대부터 구상됐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기술표준이 다르고 자금을 댈 나라가 없었기에 지금까지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여기에 서광을 비춘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추진과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이다. 중국은 윈난~라오스~태국으로 이어지는 범아철도 중부노선 건설을 일대일로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채택했다. 또한 AIIB를 통해 라오스와 태국에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2012년 말 라오스 정부는 중국의 제의를 받아들여 윈난성의 모한 국경에서 수도 비엔티안에 이르는 연장 420km의 고속철도 건설을 승인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7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중철(中鐵)그룹이 건설을 맡을 예정이다. 총 공사비 72억 달러가 투입될 이 사업은 2014년 라오스 GDP의 70%에 가까운 국책 사업이다. 철도가 완공되면 윈난성의 성도 쿤밍(昆明)에서 비엔티안까지 지금의 19시간에서 5시간 반으로 단축된다. 이미 측량조사를 끝냈고 올 연말 시공에 들어간다.
 
 
  윈난성–라오스–태국 고속철도도 가시권
 
중국이 구상 중인 아시아 고속철도 노선 계획도.
  중국에서는 이미 쿤밍에서 위시(玉溪)에 이르는 고속철도를 건설 중이다. 오는 가을 위시~징훙~모한 구간도 착공에 들어가 2019년 완공할 계획이다. 중국과 라오스 구간에 이어 라오스와 태국을 잇는 철도도 성사됐다. 지난 4월 초 태국 정부는 라오스와 국경을 맞댄 농카이에서 방콕을 거쳐 라용에 이르는 연장 867km의 고속철도 건설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태국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방문했을 때 중국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오는 9월에 착공해 공사비 13조5000억원을 투입하여 2020년에 완공하는데, 양국 합작회사가 건설하게 된다.
 
  중국은 범아철도 중부노선뿐만 아니라 서부노선 건설에도 매진하고 있다. 2011년 3월 중국은 미얀마 정부와 쿤밍에서 미얀마 수도 양곤을 연결할 철도 건설의 양해각서를 맺었다. 중국은 쿤밍과 다리(大理)를 잇는 구간을 이미 완공했고, 다리에서 루이리(瑞麗)에 이르는 연장 330km의 구간을 착공해 2020년 개통한다. 루이리는 미얀마가 바로 코앞인 국경도시로 변경무역의 메카이다. 2013년 6월 완공한 미얀마의 해변도시 차우크퓨에서 출발해 쿤밍까지 이어진 천연가스관도 이곳을 지난다.
 
  현재 이 일대는 미얀마 정부군이 코캉 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어 정정(政情)이 불안하다. 상황이 호전되면 루이리에서 양곤에 이르는 철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은 쿤밍에서 허커우(河口)를 거쳐 하노이에 이르는 동부노선 또한 계획하고 있다. 쿤밍과 허커우 사이에는 철로가 부설됐지만, 고속철도를 새로이 깔아 하노이까지 연결하려 한다. 베트남 정부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꺼리고 있어 아직까지 소극적이다. 하나 AIIB에는 가입해 창립 회원국이 됐다.
 
  범아철도를 개통할 경우 쿤밍은 중국 서남부와 동남·서남아시아를 잇는 허브가 된다. 5월 초 필자가 만난 윈난성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한 간부는 “올 초까지 동남아와의 연결점을 광시(廣西) 자치구로 봤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며 “중국~동남아시아와 중국~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로 연결되는 물류망의 중심에 쿤밍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달 27일 충칭(重慶)에서 개최된 아시아·유럽 산업포럼에서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가 제시한 일대일로 6대 경제회랑 중 2개와 일치한다.
 
 
  外地로 나갔던 원주민 귀향
 
지난 4월 13일 중국 국영 CCTV가 발표한 一帶一路 노선도.
  범아철도 중부노선이 지나는 시솽반나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 몇 년간 시솽반나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고 있다. 2004년 말 시솽반나의 호적인구는 87만6000명, 상주인구는 82만2000명으로 주민 유출이 더 많았다. 하지만 2014년 말에는 각각 98만1000명, 115만7000명으로 외지인 유입이 크게 늘었다. 현재 중국 서부는 연해지방으로 일하러 간 주민이 많아,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상주인구가 줄어들었다. 이런 현실에서 시솽반나의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또한 외지에서 일하던 원주민이 귀향하고 있다. 시솽반나 주정부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리린(여·26) 씨도 그중 한 명이다. 리 씨는 베이징(北京) 중앙희극대학 뮤지컬학과를 졸업한 뒤, 2년간 베이징에서 공연예술회사에 다니며 수많은 경연대회와 오디션에 도전했다. 지금은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리 씨는 “정규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전공을 살려 주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의 MC와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아철도는 충칭시와 쓰촨(四川)성에도 큰 호재다. 충칭은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이자 서부 최대 공업기지다. 자동차, 기계, 화학, IT 등 산업이 발달했다. 지난해 GDP는 1조4265억 위안(약 249조원)을 기록, 전년 대비 10.9% 증가해 중국에서 가장 높았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106억 달러에 달했고, 세계 500대 기업 중 243개가 진출했다. 쓰촨성은 야금, 화학, 전자, 우주항공 등 산업이 발달했다. 지난해 GDP는 2조8536억 위안(약 499조원)을 기록했고 세계 500대 기업 중 210개가 진출했다.
 
  과거 충칭과 쓰촨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서부시장 개척만 염두에 뒀다. 실제 생산한 제품을 동남아로 수출하려면 충칭에서 광시 베이하이(北海)까지 화물차로 15시간을 이동한 뒤 해운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쿤밍을 통한 육로 수송이 가능해지면, 물류 시간 및 비용이 크게 절약되고 동남아와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된다.
 
  이미 충칭에서 출발해 쓰촨 네이장(內江)과 윈난 자오퉁(昭通)을 거쳐 쿤밍에 도착하는 연장 838km의 고속도로가 2013년에 개통됐다. 쿤밍에서 충칭을 3시간여 만에 도착할 고속철도도 내년 초 착공해서 2018년 말 완공한다.
 
 
  汎亞철도 개통하면 쿤밍은 중국 서남부와 동남아·서남아 연결 교두보
 
중국의 고속열차. 중국은 윈난성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고속철도망 건설을 추진 중이다.
  충칭시 2991만명, 쓰촨성 8140만명, 윈난성 4713만명, 구이저우(貴州)성 3508만명, 티베트(西藏) 자치구 317만명 등 중국 서남부 상주인구는 2014년 말 2억명이 좀 못 된다. 2014년 GDP는 윈난성 1조2814억 위안(약 224조원), 구이저우 9251억 위안(약 161조원), 티베트 920억 위안(약 16조원) 등 총 6조5786억 위안(약 1151조원)으로 우리나라(1426조원)의 80% 수준이다. 하지만 아세안 10개국 6억2000만명의 인구와 GDP 5조8093억 달러(2013년, 구매력 평가 기준)를 더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처럼 2020년을 전후해 범아철도 중부·서부노선이 개통되면 우리 기업의 중국 서남부 및 동남아 시장 개척과 투자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리옌펑(李嚴鋒) 윈난재경대학교 물류대학 학장은 “범아철도가 개통하면 쿤밍은 중국 서남부와 동남아·서남아를 이어주는 교두보가 된다”며 “2010년 중국과 아세안 6개국 간의 FTA가 발효됐고 올해는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남은 4개국과도 시행됐는데 범아철도는 두 지역 간의 경제 일체화에 화룡점정을 찍는 격”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낙후된 西北部
 
우웨이의 한 건설회사가 조성한 주상복합단지. 상가를 제외하고 아파트는 절반 이상이 아직 분양되질 못했다.
  이런 서남부와 달리 중국 서북부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필자가 3년 만에 다시 찾은 간쑤(甘肅)성은 그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간쑤는 서북부의 중앙에 위치해 산시(陝西), 닝샤(寧夏), 칭하이(靑海), 신장(新疆) 등 서북부 각 성을 연결해 준다. 이 때문에 고대부터 ‘하서주랑(河西走廊)’이라 불리며 중국과 서역(西域)을 이어주는 길이었다. 또한 당대에는 당번고도(唐蕃古道)의 허리로 티베트로 들어가는 필수코스였다.
 
  실제 간쑤의 면적은 45만km2에 달해 한국(10만km2)보다 4.5배나 크다. 현재 동쪽 끝 톈수이(天水)에서 서쪽 끝 둔황(敦煌)까지 가려면 기차로 17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대지에 비해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은 적다.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막화됐거나 진행되고 있어 사람이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모래폭풍(沙塵暴)을 동반한 황사가 심각하다. 이는 서북부의 다른 성도 마찬가지다. 단지 그 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필자가 3년 만에 찾은 간쑤성의 성도 란저우(蘭州)는 큰 변화상을 찾기 어려웠다. 몇몇 고층건물을 세우고, 지난 3월 지하철 1호선을 착공해 건설 중인 것을 제외하고 옛 모습 그대로였다.
 
  오히려 충칭이 지하철 1·2·3·6호선을 완비하고 공항철도를 개통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은 셈이다. 6월 1일 찾은 서북부 교통의 중추인 란저우 기차역도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이 한산했다. 이 기차역이 동으로 산시와 닝샤, 서로는 칭하이, 남으로는 쓰촨, 북으로 신장으로 가는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요지임을 고려할 때 뜻밖이었다.
 
  지난 세 달 동안 필자가 이용했던 서남부의 충칭·청두(成都)·쿤밍·구이양(貴陽) 기차역은 이용객이 너무 많아 혼잡스러울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중국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란저우대학의 한 대학교수는 “좌우로 길게 뻗어 분산된 지역과 주민, 척박한 자연환경, 빈약한 부존자원,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막화 등의 현실이 간쑤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간쑤의 지방도시도 개발의 움직임은 있다. 우웨이(武威), 자위관(嘉關), 주취안(酒泉) 등에서 부동산 붐을 목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건물이 올라갔으나 분양이 안 된다는 점이다. 6월 2일 찾아간 우웨이의 한 주상복합단지는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현지 부동산개발업체가 조성한 이 단지는, 홍보자료에는 지난 3월 완공으로 적혀 있었지만, 지금에야 외부 도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한 판매원은 “3층까지 상가는 모두 판매됐는데 주거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분양되질 못했다”고 실토했다.
 
  이는 서북부의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GDP는 산시성 1조7689억 위안(약 309조원), 간쑤성 6835억 위안(약 119조원), 닝샤 자치구 2752억 위안(약 48조원), 칭하이성 2301억 위안(약 40조원), 신장 자치구 9264억 위안(약 162조원)이었다. 2014년 말 상주인구가 산시 3775만명, 간쑤 2590만명, 닝샤 661만명, 칭하이 583만명, 신장 2298만명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빈약한 경제 실적이다. 서북부의 면적이 중국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중국의 화약고 신장
 
  서북부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일대일로 6대 경제회랑 중 신(新) 유라시아 대륙 교량의 중추이자, 육상 실크로드의 기본축이다. 서북부의 자연조건이 아무리 열악해도 중국 정부는 반드시 개발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자원의 보고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신장, 이슬람교도인 회족(回族)의 성지 닝샤를 끼고 있어 그 중요성은 더해진다. 신장은 중국 영토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석유의 30%, 천연가스의 34%, 석탄의 40% 등이 매장되어 있다.
 
  또한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여기에 위구르족(維吾爾族)의 고향으로 중국의 화약고이기도 하다. 지난 수년간 신장에서는 위구르족이 분리독립운동 차원에서 일으킨 유혈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만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5월 25일자 《인민일보》는 “지난 1년간 현지의 폭력·테러조직 181곳을 척결했다. …이 중 96.2%는 범죄 사전모의 단계에서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위구르족과 같은 무슬림인 회족은 2010년 현재 1058만명으로,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두 번째로 많다. 1692만명으로 가장 많은 좡족(壯族)은 광시 자치구에 몰려 살고, 세 번째로 많은 만주족(1038만명)은 한족에 완전히 동화됐다.
 
  이에 반해 회족은 겉모습만 한족과 비슷할 뿐 역사, 종교, 문화, 풍습 등이 전혀 다른 아라비아와 중앙아의 후손들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선 회족과 위구르족(1006만명)을 안정시켜야 ‘통일적 다민족국가’라는 지금의 사회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6월 4일과 5일 필자가 찾은 닝샤 자치구의 구도 인촨(銀川)에서는 이런 중국 정부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2008년 인촨을 방문했었는데, 당시와 달리 도시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무엇보다 10여km에 달하는 베이징루(北京路) 좌우로 모든 관공서와 국영기업의 신청사, 주민편의시설이 몰려 있었다. 완공된 채 비어 있는 상가와 아파트가 여럿 눈에 띄었지만, 도로변 줄지어 들어선 고층건물은 깨끗이 조성된 신도시와 어울려 산뜻했다. 불과 212만명의 도시에 과분해 보일 정도였다.
 
 
  홍위병이 파괴한 난관청진사의 옛 모습도 찾아볼 수 없어
 
전성기의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한 닝샤 최대의 모스크 난관청진사.
  닝샤 최대의 모스크인 난관청진사(南關靑眞寺)도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2009년 지방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회족이 성금을 모금하여 새롭게 단장했기 때문이다. 난관청진사는 명대 말기 처음 지어져 1915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1953년 석조와 목조로 지은 주 예배당은 1300명이 함께 기도할 수 있을 정도로 컸었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다. 닝샤 내 모든 모스크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 이후 폐허가 됐던 모스크를 재건해 왔다. 비록 회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지어진 모스크가 많지만, 중국 정부의 노력을 폄훼할 수는 없다. 이는 회족이라도 중국 정부를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위구르족이 신장에 주로 사는 데 반해, 회족은 중국 곳곳에 분산되어 있다. 이들은 주로 모스크 주변에 살면서 회족마을을 형성한다. 이런 집중도는 때때로 지방정부와 토지개발, 종교문제 등으로 인해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2000년부터 중국 정부가 서부대개발을 들고 나온 것은 낙후된 서부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였지만, 서부에 주거하는 소수민족의 생활개선도 주요목표였다. 이를 위해 50년 장기계획을 두고 2010년까지 인프라를 깔고, 2020년까지는 개발거점을 육성하며, 2050년까지는 서부 전역을 골고루 개발시킨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실제 개발거점으로 선정된 청두·충칭의 청위(成) 경제구와 시안(西安)의 관중(關中)·톈수이 경제구는 지난 몇 년간 서부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슬람교 라마단 무료 식사에 참석한 위구르족. 이들을 안정시켜야 ‘통일적 다민족국가’ 중국의 유지가 가능하다.
  최종 완공을 앞두고 있는 란저우와 신장의 구도 우루무치(烏魯木齊) 간 고속철도는 서부대개발의 핵심사업 중 하나였다. 이 고속철도는 간쑤~칭하이~신장을 통과하는 총연장 1776km의 대역사다. 2009년 착공해 무려 1400억 위안(약 24조5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만년설이 덮인 치롄(祁連)산맥에선 해발 3607m, 길이 16.3km에 달하는 고산터널도 건설됐다. 오는 가을 정식 개통되면 란저우에서 시속 200~250km의 고속열차를 타고 8시간 만에 우루무치를 갈 수 있게 된다.
 
  란저우~우루무치 고속철도가 개통되어도 서북부의 물류환경이 당장 획기적으로 개선되긴 힘들다. 시안과 란저우를 잇는 고속철도는 2017년에 완공되어야 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11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이런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일대일로는 서부대개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자 국제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서부대개발을 통해 건설된 인프라를 한층 더 견고히 하고 낙후된 지역과 변경의 발전을 견인하며 접경 국가들을 중국 경제권 안으로 흡인하는 것이다.
 
  서남부는 당장에라도 2억명의 인구와 거대한 내수시장, 한국과 견줄 만한 경제력과 산업기술, 막대한 천연가스와 석탄 등을 바탕으로 동남아와 서남아를 보듬을 수 있다. 서북부는 현재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투자와 시장 가치는 떨어지지만, 우리 기업이 시장을 선점해 앞으로 확대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중국의 각 성·시마다 처한 현실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와 환상으로 접근해선 안 될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인터뷰] KOTRA 시안무역관장 黃在元
 
  “중국 현지 대표기업과의 합작투자 적극 검토해야”
 
   지난 5월 25일 우리 정부는 중국 서부 12개 성·시 정부와 경제협력포럼을 시안에서 개최했다. 이 포럼의 실무자였던 KOTRA 황재원(黃在元·47) 시안무역관장을 6월 8일에 만나 중국 서부와 일대일로의 현실 및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황 관장은 1995년 입사 이래 본사 근무를 제외하고, 14년 동안 중국 내 다롄(大蓮)·칭다오(靑島)·샤먼(廈門)·베이징(北京) 무역관을 거친 현장 전문가다. 2009년 지린(吉林)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가 신장을 제외한 서북부 4개 성과 중앙아 국가들 간 어떤 사업을 벌인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습니다.
 
  “일대일로는 아직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고 하드웨어적인 사업 내용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움직임은 여럿 있죠.
 
  첫째, 중국은 중앙아와의 교역 확대를 위해 비관세 무역장벽을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산둥(山東)성부터 신장까지 육상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9개 성의 통관 일체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인적자원의 확대입니다. 중국 정부는 중앙아에서 에너지자원 개발에 투자한 국유기업과 기금을 조성하여 매년 1만5000여 명의 현지인을 초청해 중국 각 대학에서 공부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도시로 명성 높은 시안에 가장 많은 중앙아 유학생들이 있습니다. 중국은 향후 이들이 친중(親中) 인맥이 되어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서북부 3개 성을 둘러보니, 서남부와 달리 인구 및 내수 규모가 작고 소비가 활발해 보이질 않습니다. 산시와 신장을 제외하면 지하자원도 풍부하지 않아요. 간쑤·닝샤·칭하이의 발전 가능성을 어찌 봅니까?
 
  “해당 성들은 오랫동안 경제성장이 낮아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일대일로 관련한 인프라 투자 등에 약 800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그중 상당액을 서북부에 우선 배분하기에 성장의 턴어라운드를 맞이할 전망입니다. 간쑤는 풍부한 풍력·태양열 자원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삼겠다는 복안입니다.
 
  닝샤는 중국과 중동 간 무역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화된 회족은 중국이 이슬람경제권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실제 닝샤는 거대한 할랄식품시장을 공략하는 기지로서 포지셔닝하고 있고, 중동에 나가 일하는 닝샤 출신 회족이 송금한 돈이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칭하이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밀착 여부에 따라 성장 성패가 갈립니다. 현재 중국은 칭짱(靑藏)철도를 확대해 네팔을 거쳐 인도까지 연결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칭하이는 인도와 중앙아로 연결되는 중추가 됩니다.”
 
  —시안이 신(新) 유라시아 대륙 교량 프로젝트의 시발지로 의미가 있을 뿐이지 핵심이나 허브 도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대일로 전략적 범위를 살펴봐야 합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연선국가를 59개국이라고 볼 정도로 유라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으려 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육상 실크로드의 시발지는 시안으로,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은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로 봅니다. 이는 중국의 국가발전 비전이 번영했던 당나라의 영광을 오늘날 부활시키려는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데 있어 동남아 상권을 장악한 화교 자본과의 협력은 필수입니다. 이런 점에서 화교의 본고장인 푸젠의 중요성이 고려됐을 것입니다. 푸젠에 견줄 수준은 아니지만 중앙아 곳곳에는 산시성 출신이 많이 진출해 사업기반을 다져 ‘산시춘(陝西村)’이라는 차이나타운까지 형성했습니다. 이런 현실도 육상 실크로드에서 시안의 가치를 더해줍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기업이 중국 서부 투자 진출과 시장 개척을 위해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광활한 서부를 모두 공략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의 업종 및 전략에 부합되는 핵심지역 한곳을 선정해 현지시장에서 리딩업체로 부상할 수 있도록 자원을 집중한 후 주위 지역으로 확산해 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기업은 각 성·시를 면밀히 조사하고 성장 여지를 따져야 합니다.
 
  인프라 프로젝트는 중건(中建), 중철 등 중국 국유기업이 독점하기에 우리의 진입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 도시에 지하철을 건설할 때 필요한 역무자동화 시스템, 도시 교통난을 해소해 줄 ITS 분야 등 우리가 파고들 틈새가 존재합니다.
 
  둘째, 인프라 투자 확대는 필연적으로 도시화를 촉진합니다. 신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의 개척 여지가 크죠. 서부는 외국 기업의 진입이 아직도 낮아서 경쟁 부담이 적고, 짧은 기간 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셋째, 중국 파트너와의 합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합니다. 낯선 서부에서는 각지의 유력 기업과 합자 방식으로 진출해야 사업 리스크를 낮추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각 성·시마다 현지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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