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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셰일 오일의 국제정치학

셰일 혁명으로 ‘美의 두 번째 세기’ 시작됐다!

글 : 이춘근  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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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작년 말 세계 1위의 석유·가스 생산 국가로 등극
⊙ 그린 리버 분지에 2조 배럴의 셰일 오일 매장 추정, 미국이 300년간 쓸 수 있는 분량
⊙ 미국인들, 유가 급락에 힘입어 작년 크리스마스 지출 6% 늘려… 공장 미국으로 유턴
⊙ 油價급락으로 러시아, 베네수엘라, 쿠바 등 곤경 처해
⊙ 석유운송로 확보 노력 필요 없어진 美가 ‘세계의 경찰’ 역할 그만두면 한국은?

李春根
⊙ 63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同 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現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저서: 《미국에 당당했던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셰일 석유를 생산하는 미국과 기존 중동 산유국의 대립을 묘사한 2014년 12월 6일자 《이코노미스트》지 표지.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난 수년 동안, 국제정치의 거대한 변혁을 초래할 사건이 조용히 진행됐다. 그 효과는 작년 후반기 무렵부터 분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2012년 초 미국의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지(誌)는 사설(社說)에서 지난 10여 년간 국제정치의 제1 화두(話頭)들이던 ‘반(反)테러 전쟁(Anti Terror Warfare)’ ‘중국의 부상(Rise of China)’은 ‘미국의 에너지 붐(American Energy Boom)’이라는 새로운 화두에 그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 문제의 전문가들조차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국제 체제의 구조가 통째로 바뀌고 있는 마당에 그것은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귀 기울이지 않았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조차 무시하고 있었던 ‘미국의 에너지 붐’이 지금 국제정치를 다시 구조 변동의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를 ‘셰일(Shale) 석유 혁명’ 혹은 단순히 ‘셰일 혁명(Shale Revolution)’이라 부른다. ‘혁명’이란 보통 대대적인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상황을 말한다. 셰일이 무엇이기에 국제정치에 구조 변동을 불러올 정도의 혁명이 된다는 말인가? 혁명은 그 결과가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대개는 그 과정이 처절하고 힘든 것이기 마련이다. 셰일은 무엇이고 미국의 셰일 혁명이 불러올 국제정치의 격변은 무엇인가?
 
 
  미국發 셰일 혁명
 
  미국의 지질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미국 영토 내에 방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셰일이라고 불리는 지하 약 3000m 정도에 있는, 두께는 비교적 얇지만 그 면적이 엄청나게 넓은 바위 층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셰일은 우리 말로는 혈암(頁岩) 혹은 이판암(泥板岩)이라고 한다. 미국 지질학자들은 석유와 타르 모래가 고갈된 유정(油井)의 바닥에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의 기술로는 채굴이 불가능하며, 채굴을 한다 해도 채산성(採算性)이 도무지 맞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외국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나았다.
 
  지구의 석유는 곧 고갈될 것이다, 석유 생산의 정점은 지났으며 앞으로는 풍력·태양광(太陽光) 등 대체에너지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채굴해 내기 힘든 석유자원을 더 개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지구 환경을 재앙 수준으로 망가트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한다면 우리 후손의 미래는 참담할 것이다와 같은 주장들은 에너지에 관한 지구인들의 기본 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2013년까지도 미국의 석유업자들은 미국의 천연가스가 곧 고갈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국 내 13곳에 액화(液化)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한 시설을 건설하고 있었다. 액화천연가스 수입 터미널 시설 건설을 위해 한 곳에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 수입용으로 건설했던 시설을 급히 수출용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미국의 에너지 사정이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기술도 없고, 기술이 있다 해도 돈이 너무 들어 채산성이 맞지 않고, 기술도 있고 채산성이 있어도 환경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에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던 셰일 속의 천연가스와 석유를 캐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루 380만 배럴 생산(2013년)
 
  셰일의 채산성, 환경 문제를 가지고 시비 거는 세력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제 곧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싼 값으로 더 많은 가스와 석유를 퍼올리고 있으며, 환경론자들이 주장하던 환경파괴 문제도 관리 혹은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땅에서 쏟아져 나오는 석유와 가스의 생산량 증가는 예상을 훨씬 넘어 혁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nergy Information Agency)은 2011년 12월,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량은 최대 하루 2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었다. 그러나 2013년 12월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량은 하루 380만 배럴을 상회하고 있다. 이 자료조차 이미 낡은 자료가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석유가 나날이 생산되고 있는 중이다.
 
  2013년 간행된 자료들은 2015년이 되면 미국은 가스 생산에서 러시아를 앞질러 세계 1위 가스 생산국이 될 것이며 2017년이 되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서 세계 1위의 석유 생산국이 될 것이고 2020년이면 미국은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014년 11월 하순 간행된 자료들은 미국은 이미 2014년 세계 제1의 석유와 가스 생산국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셰일 혁명은 지극히 미국적 현상
 
셰일 석유 채취에 필요한 프래킹 기술을 개발한 조지 미첼.
  셰일은 미국 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중국에도 러시아에도 넓은 셰일 층이 있다. 그러나 셰일 혁명은 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이며 그래서 ‘미국발(發)’ 셰일 혁명이라 말하는 것이다.
 
  미국의 신예 전략이론가 중 한 사람인 피터 제이한은 셰일 가스와 석유 추출은 향후 20년 동안 미국에서만 거의 독점적으로 행해질 현상이라고 본다.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위한 노력, 경영 및 경제학적 논리, 풍부한 자본, 특히 중소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 석유 채굴업자들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가 미국발 셰일 혁명이라는 것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미국의 일부 기술자들과 석유업자들은 파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던 셰일 오일 혹은 셰일 가스들을 파내기 위한 온갖 방법을 집요하게 연구해 왔다. 텍사스의 석유업자 조지 미첼 같은 사람은 수십 년 동안 셰일 가스를 싼 가격에 채굴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 이상의 재산과 노력을 투입하며 헌신했다. 지질학 박사인 조지 미첼의 아들조차 아버지의 집요한 셰일 가스 채굴 노력을 허무한 일이 될 것이라며 만류했다. 실제로 수많은 셰일 채굴업자는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결국,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새로운 채굴 기술이 완성되었다. 이 새로운 기술은 너무나 강력해서 2007년 이후 2013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을 50% 증가시켰다. 에너지 생산 역사상, 이 정도 증산(增産)을 이룩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들이 개발한 새로운 채굴 기술은 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高壓)으로 분사해서 바위를 파쇄(破碎)하는 기술로서 프래킹(fracking)이라 불린다. 지표면으로부터 3000m 정도를 수직으로 파고 내려간 파이프를 셰일에 꽂은 후, 이를 거의 90도로 꺾어 다시 3000m 정도 수평으로 파고 들어가는 ‘Fracking’이라는 용어는 웬만한 영어 사전에는 아직 등록되지 않은 단어다.
 
  이 기술로 인해 채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셰일 속의 천연가스와 석유를 신속하고, 쉽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채굴하게 된 것이다. 환경론자들은 프래킹에 사용하는 물이 사람이 먹는 물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수만 개의 셰일 유정 중에서 식수 오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민주당 출신 콜로라도 주지사 존 히켄루퍼는 셰일 석유 채굴 과정에서 야기될 수질 오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 앞에서 최근 개발된 프래킹용 화합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셔 보였다. 물론 히켄루퍼 지사는 아무런 배탈도 나지 않았다.
 
 
  ‘석유 종말의 시대’의 종말
 
미국 텍사스주 남부에 있는 이글포드 셰일 가스전.
  미국 도처에 부존되어 있는 셰일 가스 혹은 셰일 오일 에너지의 양은 너무나 방대하여 그 양을 헤아리기 어렵다. 부존되어 있는 석유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부존량을 아주 적게 보는 사람들은 ‘미국이 앞으로 수 세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300년 이상으로 추정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로키산맥 동부 경사면 지역인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 주에 걸쳐 있는 그린 리버 분지(Green River Basin)에 매장되어 있는 셰일 석유 매장량은 지구 총 매장량의 60%, 혹은 2조 배럴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 이 중 1조 배럴은 채굴 가능성이 확실한 것이라 한다. 2조 배럴이란 2014년 현재 미국이 하루 1840만 배럴 정도를 사용하고 있었으니, 현재 소비 수준으로 계산할 경우 향후 30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그린 리버 분지의 셰일은 아직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산유국들을 몰락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는 미국 노스다코타 주의 바켄(Bakken) 셰일은 그 넓이가 2만5600km2로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넘는다. 메릴랜드(Maryland) 주 전체 넓이보다도 더 넓다. 텍사스 주의 이글포드(Eagle Ford)는 바켄 셰일과 함께 2014년 미국의 셰일 혁명을 주도하는 지역으로 석유를 쏟아내고 있다. 프래킹 기술을 성공시킨 조지 미첼이 개발한 텍사스 북부 댈러스-포트워스 부근의 바넷(Barnett) 셰일은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의 2012년도 평가에 의하면 미국은 100년 이상 사용가능한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채굴 기술이 더욱 진전, 개발되고, 더 많은 유정을 발견할 경우 보유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사용할 경우 앞으로 350년 동안 사용 가능한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추정치도 있을 정도다. 이제 ‘석유 종말의 시대’라는 말은 허구가 된 것이다.
 
 
  미국의 화려한 부활
 
  그 성공 여부를 반신반의하며 새로이 개발된 프래킹 기법으로 노스다코타 주의 바켄 셰일을 뚫기 시작한 날은 2008년 9월 7일, 즉 월 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폭발한 바로 그날이었다. 푸른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시추기가 노스다코타 주의 바켄 셰일을 채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국의 몰락’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현실이 되었다고 온 세계인이 확인했던 그날, 또한 세계는 이제 자기들의 것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세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중국인들이 들떠 있던 바로 그날, 미국은 에너지 혁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6년여가 지난 오늘 역사는 다시 반전(反轉)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 사실에 감동한 나머지 작금의 셰일 혁명을 ‘에너지 독립(Energy Independence)’이라 말하고 있다. 그동안 에너지는 미국 정치가들은 물론 국민들도 무한히도 괴롭혔던 고난의 이슈가 아닐 수 없었다. 세계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겉으로는 민주화, 반테러, 독재자 처벌 등의 이유를 대고 있었지만, 사실은 석유 확보를 위한 전쟁을 감행하느라 뜨거운 중동의 사막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은 피를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셰일 혁명의 효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2014년 여름 이후, 즉 미국의 2014년 3분기 경제 성장률은 5%에 이르렀다. 자동차 기름을 넣는 일이 생활의 일부인 미국 사람들은 갑자기 거의 반 토막 가까이 내려간 휘발유 가격에 환호하고 있다. 2014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미국 국민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2013년보다 6%의 돈을 더 지출했다.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선진 산업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에너지를 ‘자급’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그럴 가능성은 2015년 현재 100%에 가깝다.
 
 
  ‘Made in USA’가 돌아왔다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의 회귀와 함께 미국산 제품들은 ‘Proudly Made in the USA’를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서 직접적인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의 일반 시민들이라는 점에서 이 혁명은 그 효과가 대단하다. 자동차 2억 대가 굴러다니는 미국에서 주유소 한 번 갈 때마다 20~30달러씩 주유비가 줄어든다고 생각해 보라. 운송료가 저렴해지고 에너지의 가격이 내려가니 미국 제조업의 생산원가도 내려가는 중이다.
 
  미국 제조업은 1980년대, 90년대 생산원가의 싸움에서 도무지 다른 나라와 상대를 할 수 없었다. 결국 미국은 공장들을 대부분 인건비가 싼 외국으로 옮겼다. 미국은 일자리도 없어지고 공장도 없어졌다. 공장들이 다 해외로 나갔다는 사실을 미국 사람들은 ‘Off Shoring’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후, 미국은 지식정보 산업을 주도함으로써 근근이 세계 경제의 1위 자리를 유지해 오기는 했다. 그런데 미국발 셰일 혁명 때문에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Re-Shoring’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지금 연필도 미국에서 다시 만들기 시작했고, 일반 명사가 되어버린 미국제 상품 스카치테이프(Scotch Tape)도 다시 미국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TV는 미국에서 만든 ‘베개’를 ‘미국에서 자랑스럽게 만든 것(Proudly Made in the USA)’이라고 광고를 요란스레 내보내고 있다. 연필, 스카치테이프, 베개를 미국 땅에서 다시 만들게 될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필자는 미국에 관한 연구, 집필, 세미나 등을 위해 최근 수년간 연 2~3회씩 미국을 방문했다. 갈 때마다 달라지는 미국의 분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014년 여름, 중형 렌터카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거의 70달러 정도가 들었다. 2014년 12월 하순 미국을 다시 방문했을 때 똑같은 형의 자동차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40달러가 채 들지 않았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휘발유 가격이 원래 훨씬 쌌지만 중형 자동차를 가득 주유하는 비용이 4만원 정도라고 생각해 보라. 셰일 혁명이 가져다주는 기분 좋은 충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 이후의 세계
 
《두 번째 미국의 세기》의 저자 조엘 커츠먼.
  좀 안다는 식자(識者)들의 고질병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석유 가격이 내려가면 손해 보는 기업들도 있다며 우려한다. 꼭 부정적인 측면을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석유회사들의 이윤은 당연히 줄어든다. 셰일 혁명이 시작된 후 어떤 특정 기간 동안 미국 석유회사들의 이윤이 300억 달러 정도 줄어들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시민들의 기름값 지출도 700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가 훨씬 좋아졌다라고 보아야 맞다. 미국은 400억 달러를 남긴 것 아닌가? 앞으로 미국은 경제적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웨슬리 클라크 장군이 2014년 가을 간행한 저서가 말하듯 미국은 이제 누구와 싸울 일이 없다. 그냥 모든 나라 중 맨 앞에서 달려가면 된다. 이미 현실화된 일이지만 클라크 대장은 이 같은 상황은 ‘에너지 독립을 달성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 전략(Energy Enabled Strategy)’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답게 그는 이 전략을 E2S라는 약어(略語)로 표현했다.
 
  최근 미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책들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세기가 끝나가기는커녕 오히려 다시 시작되고 있는 판이다.
 
  조엘 커츠먼의 책은 “미국의 두 번째 세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단언하며, “첫 번째 미국의 세기와 달리 두 번째 미국의 세기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더불어 시작됐다”고 말한다(《Unleashing the Second American Century》).
 
  보다 최근 간행된 피터 제이한의 책은 미국은 탁월한 지정학과 인구통계학 덕택이 본래부터, 생긴 그대로 초강대국일 수밖에 없었는데, 셰일 혁명으로 인해 그런 상황은 도무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확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에 신경 끄고도 살 수 있는 강대국이 되었다(a global power without global interests)”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미국이 관심을 ‘끈’ 세계에 과연 평화로운 국제 질서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냐”를 우려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대단히 불길한 언급이지만 그는 “미국이 앞으로 한국의 DMZ를 지켜줄 이유도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 진정 에너지 독립을 이룩할 경우 세계는 정말 어떻게 될까?
 
  2012년까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했던 타이틀을 중국에 넘겼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앞서게 된 결과라고 착각했다.
 
  현재 OPEC 국가들은 세계 석유의 약 3분의 1(약 3000만 배럴)을 생산한다. 미국은 2014년 현재 하루에 약 9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었으며 중동 및 다른 산유국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하고 있었다. 2005년 기준, 미국은 하루에 약 1200만 배럴의 석유를 수입했었다. 그러나 2012년 기준 미국의 석유 수입은 일당 약 800만 배럴이 조금 넘었다. 이 수치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년 동안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 증대 때문에 세계의 석유 생산국들은 하루에 4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다른 나라들에 팔아야만 하게 됐다. 일본이 하루 수입하는 양이 450만 배럴 정도이니 OPEC 국가들이 채산성을 맞추려면 일본 수준의 세계 3위급 석유 수입국이 하나가 더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국제시장에 나온 원유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14년 초 120달러대를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2015년 1월 5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미국의 셰일 오일을 죽이겠다며 더 싼 값에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더욱 증대시킨 결과다. 그래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휘발유 가격 하락을 즐기게 되었다.
 
 
  美 해군의 역할이 정반대로 바뀐다?
 
  미국의 셰일 혁명이 미칠 효과는 미국 경제의 완전 회복 및 이로 인한 미중(美中) 패권(覇權) 경쟁의 종식(사실 두 나라는 본격적인 갈등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외에도 중동(中東) 및 다른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가치 폭락, 러시아 몰락의 위기, 미국의 친구들과 동맹국들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겠다.
 
  1970년대 이후 중동 문제는 미국의 사활적(死活的)인 문제였다. 중동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경제에 ‘사활적’으로 중요한 석유를 제공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석유는 피와 마찬가지로 인식되었다. 카터 대통령은 “어느 한 나라가 중동 지역 전체를 지배하려고 할 경우, 이는 미국의 국가 이익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할 것이며,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 같은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카터 독트린(Carter Doctrine)’으로 알려진 이 선언은 카터 대통령 이후 중동에 개입한 모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정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카터가 비난하는 부시 대통령들(41대·43대)의 중동정책은 사실은 ‘카터 독트린’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미국은 중동에서 생산하는 석유를 미국으로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지난 10년 이상 걸프만 해역과 중동 지역에 미군을 주둔시켜 왔다. 해상으로 수송되는 석유의 4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1990년 이후 미국은 이 지역에 최소 1척 이상의 핵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고 있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항상 2척을 주둔시키고 있었다. 1976~2007년의 31년 동안 미국은 걸프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7조3000억 달러를 소비했다. 이 보고서 간행 이후 미국이 걸프만에서 소비한 돈까지 포함한다면, 미국이 그동안 중동에서 소비한 돈은 중국의 1년치 GDP 총액과 맞먹는 8조 달러에 이른다.
 
  이제 미국은 중동 해역의 미국 해군을 그대로 둘 수도 있고 철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중동에 미국 항공모함이 계속 주둔한다면 미국 해군의 새로운 임무는 중동의 석유가 세계의 산업 국가들로 흘러가는 것을 ‘필요시 차단’하기 위한 정반대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중국이 중동에서 미국 해군을 제압할 수 있는 해군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한, 미국은 중국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러시아의 몰락 위기
 
  러시아는 외화 벌이의 3분의 2를 에너지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다. 그동안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 차단이라는 수단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을 위협하곤 했었다.
 
  러시아는 원유 1배럴당 가격이 100달러 선에서 유지되어야만 재정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다. 금년 초 배럴당 원유 가격이 120달러 정도였기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는 물론 여러 측면에서 미국과 맞장 뜨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가을 이후 러시아는 석유 가격 하락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인한 국제제재까지 맞물려 최악의 경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러시아의 루블화의 가치는 달러에 비해 무려 30%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 경제는 사실상 회복이 어려운 처지다.
 
  러시아 경제가 회복할 것이냐의 여부는 미국의 ‘정치적인 계산’에 의거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세력균형을 이룰 수 있을 정도만큼 강한 러시아를 원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붕괴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화가 바닥나서 먹거리도 사오지 못할 러시아를 살려주기 위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합병을 현상으로 인정하고 눈감아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나 냉혹한 분석일까? 국제정치가 본시 그런 것 아닌가.
 
  냉전(冷戰)시대에도 이미 미국은 석유 가격의 등락을 조작함으로써 소련을 무한히 골탕먹일 수 있었다. 석유가격이 오르면 미국은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에 전화를 걸어 석유 증산을 독려했었다. 국제유가가 낮아야 소련이 빨리 몰락할 것 아닌가?
 
  이제 석유가 남아도는 미국이 러시아를 가지고 노는 일은 냉전시대와 비교하면 훨씬 쉬운 일일 것이다. 새로운 냉전이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현재 러시아는 과거 소련처럼 막강하지 못하다.
 
  그동안 미국에 맞장 떴던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어떻게 될까? 조용히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쿠바가 최근 미국과 관계를 개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대(對)쿠바봉쇄정책이 실패했다면서 “봉쇄보다는 포용이 낫다”고 했다. 미국이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것은 미국이 자신의 실패를 자인(自認)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셰일 혁명의 여파로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더 이상 쿠바를 지원해 주기 어렵게 된 상황의 소산이다.
 
 
  美의 海路순찰이 끝난다?
 
2013년 5월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항에 입항한 美 항공모함 니미츠호. 셰일 혁명 이후에도 미국이 우방의 해로를 보호해 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패권국으로 행동해 왔다. 즉 미국은 자신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를 위해 남들보다 더 큰 노력을 했다. 미국은 자유주의적 국제체제의 원활한 유지를 위해 세계의 무역로(貿易路)를 지켰다. 5대양 6대주의 해상 교통로는 미국 해군에 의해 안전이 보장되었다. 미국 해군 덕분에 미국의 우방국들은 물론,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의 선박들도 안전한 항해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의 유조선들은 물론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의 유조선들도 미국이 보장해 주는 석유 해로(海路)를 이용, 안전하게 항해했다. 학자들은 이 해로를 흔히 ‘생명선’이라 부른다.
 
  미국의 셰일 혁명 현황을 분석한 러셀 골드(Russell Gold)의 언급은 미국의 에너지 혁명이 초래할 충격이 미국의 친구들에게 미칠 영향을 극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다.
 
  “여러 세대 동안 미국은 미국을 향한 석유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 전쟁도 했고 해로도 순찰했다. 아마도 이 같은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2020년이 되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 국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부상(浮上)으로 인해 중국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미국과는 안보 문제로 얽혀진 중국의 주변국들은 간단치 않은 상황에 번민했다. 그러나 일본, 호주,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 대부분 나라는 경제보다는 안보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건강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한가?
 
 
  한국의 선택은?
 
  그런데 미국의 셰일 혁명은 미국의 경제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할 것임을 보증하고 있다. 미국이 연필과 스카치테이프와 베개를 다시 본토에서 만드는 나라가 될 줄은 몰랐다.
 
  이미 수년 전 미국은 2015년이 되면 중국의 인건비 상승 때문에 상품을 미국에서 만드나 중국에서 만드나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셰일 혁명으로 인한 미국 제조업 원가 하락은 중국에 나가 있던 미국 제조업의 미국 본토 회귀(Reshoring)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국제정치와 경제의 구조 변동이 극심하게 야기되는 상황이며 이 상황은 미국에 지극히 유리한 상황을 창출하고 있다. 안보와 통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 대한민국은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국제정치를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미국과의 동맹은 물론 경제 협력 관계의 지속적 확대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이기는 편에 서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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