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정부 공식 웨이보 2000여 개… 정치인들도 앞다퉈 개설
⊙ 1억9000만 이용자가 매일 1억 개의 글 쏟아 내… “中 인터넷 영향력 3위”
⊙ 中 당국, 어디로 튈지 몰라 내심 전전긍긍
⊙ 1억9000만 이용자가 매일 1억 개의 글 쏟아 내… “中 인터넷 영향력 3위”
⊙ 中 당국, 어디로 튈지 몰라 내심 전전긍긍
- 베이징대 신방과 부원장 쉬훙 교수(왼쪽)와 교내 웨이보에 올라온 쉬훙 교수 선정 파워 블로거 톱10.
지난 5월 8일 밤부터 9일 새벽 사이 중국의 상징 ‘자금성(紫禁城·현 고궁박물관)’에 도둑이 들었다. 이 도둑은 진귀한 보물 7점을 털어갔고, 중국 공안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린 것은 공안당국이나 <인민일보> 등 메이저 매체(媒體)가 아니라, ‘중국판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웨이보(微博)’였다. 웨이보에 “고궁(古宮)에 도둑이 들어 총 10억 위안(약 1656억원)에 이르는 보물이 도난당했다더라”는 내용의 글이 올랐고, 이 글은 순식간에 중국 네티즌들에게 확산됐다. 범인은 5월 11일 검거됐지만, 이 사건은 웨이보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었다.
웨이보의 위력은 중국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다투어 웨이보를 활용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신문(CHINA DAILY)》은 최근 중국 정치인과 공무원 1300여 명이 ‘웨이보’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22일자 <중국 공무원 웨이보 이용실태 보고>라는 기사에 따르면 현재 웨이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중국 정부 부처는 광둥성과 허베이성 공안국이며, 현재 정부 부처 공식 웨이보만 2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중국 공무원들 사이에선 웨이보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웨이보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관련 당국은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웨이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포털 사이트의 관리자에게 팔로워(follower·구독자) 수를 늘려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하는 등 청탁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SINA, QQ 등 웨이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선 정부 부처의 웨이보를 관리하는 부서가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 1순위가 됐다.
한 웨이보 운영업체 내부 인사는 “공무원들이 웨이보의 사회적 영향력을 깨닫고 온라인상에 있는 불리한 이야기들을 지워 달라고 요구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中 공무원들의 ‘웨이보 청탁’
웨이보에 대한 부정청탁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팔로워 수 조작 청탁’이다. 팔로워 수가 해당 블로거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하면서 이 숫자에 집착하는 많은 공무원이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않은 채 팔로워 숫자만을 임의로 늘려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을 시도했던 케이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보도에 따르면 저장(浙江)성 하이닝(海寧)시의 진중이(金中一) 사법국 국장은 팔로워 8만828명을 보유한 ‘웨이보상에서 영향력 있는 공무원 20인’에 선정됐다. 이 명단에는 차이치(蔡奇) 저장성 조직부장, 우하오(吳皓) 윈난(雲南)성, 슝허주(雄何珠) 선전부장 등이 ‘인기 공무원’으로 게재됐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진 국장은 “인터넷 사회도 하나의 사회”라며 “공무원이 네티즌을 늘 친구처럼 여기며 진실한 마음으로 인간적 소통을 시도할 때 정부기관과 단체가 공신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 국장의 부임 이후 현재 하이닝시 사법국의 모든 회의는 실시간으로 웨이보상에 게재되고 있다. 사법국의 회의 내용이 웨이보에 공개되면서 행정업무가 투명성을 더하게 되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新華通信)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웨이보 열풍에 따른 관리규정 제정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저장성은 ‘웨이보와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과목을 공산당교의 필수과목에 편입시켰다. 지난해 하반기 베이징(北京) 중앙당교에서도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웨이보와 MSN 메신저를 비롯한 뉴미디어와 관련된 교육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성 공산당교의 우진량(吳錦良) 부교장은 “웨이보는 현재 간부들이 학습해야 할 필수 보충과목”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직 행정당국에서 웨이보에 대한 공식적인 관리요강을 내놓지 않아 몇몇의 지방정부나 관할 자치단체에서는 직접 <웨이보 이용 수칙>이란 백서를 만들어 공무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재스민 혁명이 웨이보를 통해 선동 글이 올라오면서 확산되었다는 보고에 따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도 역시 웨이보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포털인 SINA의 차오궈웨이(曹國偉) 회장은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웨이보는 서비스 시작 14개월 만에 회원수 5000만을 넘어섰다”며 “향후 회사 매출의 주요 원천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 4개월 만에 중국 시나닷컴은 그동안 웨이보의 도메인명으로 사용되던 ‘t.sina.com.cn’ 대신 ‘weibo.com’이라는 새로운 독립적 도메인명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오 회장은 “더 이상 웨이보는 시나닷컴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립적 매체이며 향후 시장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웨이보를 통해 언제, 어디서, 어느 누구와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놀라운 시대가 다가왔다. 이미 웨이보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국 내 수억 명에 달하는 네티즌의 라이프 스타일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웨이보가 이미 독립 매체로 성장했음을 인정했다.
“1초에 한 명 가입”
2009년 12월 5000만명 정도이던 이용자가 4개월 만에 1억9000만명으로 늘었다. 매일 약 100만명이 새로 가입한 셈이다. 1초에 한 명이 가입한다는 농담까지 생겼다. 중국의 인터넷 총 이용자 수가 4억명 정도라고 하니 현재 중국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은 웨이보를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중국 촨메이(傳媒)대학의 인터넷여론연구소는 “웨이보의 발전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 연구소가 발간한 <2010년 중국 인터넷여론지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작년 한 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들의 공급원을 분석한 결과 신문·방송 75%, 칼럼이 14%, 웨이보는 9%로 3위에 올랐다. 웨이보는 작년 대비 7.2%포인트 상승하며 뚜렷한 신장세를 보였다. 각각 6.8%, 0.6% 하락한 신문이나 칼럼과는 대조적이다.
연구에 참여한 류둥젠(柳東建) 교수는 “올 하반기에 웨이보가 칼럼을 제치고 신문·방송 기사와 함께 인터넷 여론을 주도할 매체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중심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 사회의 큰 이슈가 됐던 ‘기업과 경찰의 유착을 폭로한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 기자 수배사건’, ‘녹차기름 발암물질 검출 논란’, ‘우리 아빠는 경찰국장이야’라는 말을 유행시킨 대학생 차량 뺑소니 사건 등이 2010년 웨이보의 영향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었다.
현재 인형 외모로 화제가 된 중국의 여고생 왕자런(王家仁)의 웨이보는 하루 방문자가 21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웨이보에 유방암 투병기를 연재해 중국인을 울린 상하이 위주안(38·御珠案)이 출판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2011년 상반기에도 웨이보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와 독자의 소통 창구로도 활용돼
베이징대(北京大) 신문방송학과 부원장 쉬훙(徐泓) 교수는 수업 중 임의로 ‘중국 10대 파워블로거’를 지정한 후, 조별로 해당 블로거의 웨이보에 대한 조사 및 관찰을 하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현직 기자인 10명의 블로거를 선정한 후 웨이보를 통해 그들과 인터뷰하고 그들의 웨이보에는 무슨 내용이 있으며 어떤 사람들이 그들의 웨이보를 방문하는지를 알아보는 내용이다.
쉬 교수는 현재 중국 여성기자협회 부 비서장을 겸하고 있다. 전직 스타 기자 출신인 그녀 역시 개인 웨이보를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수업에서 학생들과 다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쉬 교수는 “웨이보는 이미 중국 사회의 중요한 소통의 창이 되었다. 현직 언론인도 신문이나 방송이 아닌 개인 웨이보를 이용해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속한 단체의 보도방향이나 성격에서 벗어난 의견을 그들이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론인과 대중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층 더 살아 있는 생동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번 조사의 의의를 밝혔다.
다음은 베이징대학교 학생들이 교수가 지정한 파워블로거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한 내용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저우야정(周雅廳·22) 양의 얘기다.
“답글을 단 팔로워들 대부분이 동종업계 종사자들이거나 해당 문제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문제에 대한 작은 토의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웨이보가 단순한 블로그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이어 주는 실시간 소통의 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 대부분이 웨이보를 통해 블로거들과 접촉하고 인터뷰를 시도했다. 인터뷰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도 있었지만, 그들 모두 웨이보가 그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타인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내용 중 일부를 한국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세대와 장소를 아우르는 공론 소통의 場
루치우루웨이는 방송기자 출신의 앵커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유일한 중국인 여기자였다. 이후 ‘전쟁 속의 장미(戰地玫瑰·전지매괴)’라는 애칭과 함께 각종 전쟁 관련 현장에서 보도했다. 현재는 펑황웨이쉴(鳳凰衛視) 뉴스의 진행을 맡고 있는 스타 앵커이다. 루씨의 웨이보 팔로워는 60만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팔로워가 많은 작가의 팔로워 수가 70만여 명인 이외수씨라고 하니 수치만으로도 그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기자의 웨이보 조사를 담당한 베이징대 신문학부 샤아안시(閃希·21) 양은 “루치우의 웨이보는 한 권의 일기장 같다”며 “자신이 직접 취재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사회 문제와 잘 어울러 써 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웨이보의 대부분이 여행, 취재기, 영화 등 일상생활의 이야기에서 느끼는 교훈과 감정으로 채워져 있다.
2011년 4월 1일
“오늘 한 베이징대학교 학생이 나에게 부탁을 해 왔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어느 순간이 되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유명 인사가 나와서 청소년들에게 문화란 무엇인지, 정치란 무엇인지, 논리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죠. 물론 타이완에 이런 종합예술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지만, 오늘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랜 생각을 실현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잘할 수 있겠죠?”
이 글에 ‘adam肚肚’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상하이의 대학생은 “좋은 생각이긴 한데 현실과 이상은 구별하셔야 해요. 과연 대학생들이 좋아할까요?”라는 글을 남겼고 ‘someants’라는 아이디의 베이징의 대학생은 “오랫동안 TV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는데 정말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간만에 TV를 볼 수 있겠네요”란 코멘트를 달았다. 이 밖에도 “과연 이 프로그램에서 대학생들이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주제를 바꿔야 한다” 등의 의견이 제시되며 366개의 답글이 달렸고, 1107명이 본인의 웨이보로 이 글을 스크랩했다. 그녀가 던진 작은 한마디로 인해 웨이보에 작은 토론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이러한 웨이보상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에 대해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의 쉬정즈(徐錚志) 교수는 “평소 사회문제의 관심이 많고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기를 꿈꾸었던 중국의 젊은이들의 욕구가 웨이보라는 탈출구를 통해 분출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큰 블로그에서 작은 블로그로 이동하라
중국 중앙방송국(CCTV)의 아나운서 장취안리잉(張泉靈)은 최근 웨이보의 매력에 빠졌다. 그녀의 블로그에 올라온 마지막 글의 날짜는 2009년 12월 20일. 하지만 현재 그녀의 웨이보에는 하루에만 4~5개의 글이 올라온다. 이제 그녀는 블로그를 이용하지 않는다. 아이폰을 이용하여 수시로 웨이보를 체크하고 바로바로 답글에 답한다.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하기 위해 웨이보에 “더 이상 블로그를 쓰지 않고 웨이보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10분 후 그녀는 “나도 편하게 이야기하고, 사람들도 편하게 이야기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공적인 이야기는 웨이보를 통해서 하고 싶지 않네요. 삭제하겠습니다”라는 답글과 함께 10분 후 기자의 글이 삭제되었다.
“베이다차이뉘(北大才女)”라고 불리는 그녀는 베이징대 출신의 스타 아나운서이다. 방송기자 생활을 거쳐 지금은 CCTV의 메인 시사 프로그램인 《동방시공》(東方時空)의 메인 아나운서이다. 블로거의 총 방문자 수가 100만명이나 되었던 그녀는 최근 웨이보를 시작했다. 현재 그녀의 웨이보 팔로워는 60만명. 그녀의 글에는 평균 100개의 댓글이 달린다. 대부분이 그녀의 소소한 일상생활에 관련된 일들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 기분은 좋은지 아닌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에 관련된 내용이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그녀에게 기자가 기대했던 사회 문제에 관한 내용이나 평가는 없다. 아니 있다 해도 상황에 대한 의견이나 분석이라기보다는 관심 있는 기사를 스크랩해 둔 것이다.
그녀의 블로그를 조사한 베이징대 왕톈(王天·20)은 “내용의 90% 정도가 본인의 생활이나 심리상태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매 글마다 100개 이상의 코멘트가 달려 있었고 장 씨 본인 역시 대중의 반응에 많은 코멘트를 다시 달아 주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웨이보를 방문한 사람들은 다시 장 씨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의 직장 동료들도 이 공간을 통해서 그녀와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진행했다. 마치 친한 친구의 웨이보를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4월 6일: 우리 모두 자유(加油)!
그녀가 남긴 ‘자유(加油·힘내요)’라는 한마디에 “요새 기름 값이 너무 올라서 넣을 기름이 없다”는 댓글에서부터 “아침에 당신의 글을 보고 힘을 얻어 가요”라는 팔로워까지 그녀가 남긴 한마디에 255개의 댓글이 달렸다. 4월 7일 중국의 석유 값이 L당 0.3위안 인상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글은 단순한 응원 글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았던 사람들에게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다. “기름을 넣을 돈이 없다”, “이제 차를 못 타겠다” 등의 댓글이 100개 이상 달렸다. 물론 그녀가 어떤 의미로 남긴 말인지 그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귀여운 장난’에 많은 사람은 열광했다.
4월 10일: 아 쉬고 싶다, 쉬고 싶다.
포동포동하게 살찐 한 초등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그리고 “아 나도 쉬고 싶다”라는 한마디를 그녀가 남긴다. 인터넷에 있는 재미있는 사진 또는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한마디로 담아 놓은 글이 그녀의 웨이보에 많다. 그리고 그녀의 한마디에 400개의 이상의 댓글이 달린다.
웨이보의 이러한 인기에 대해 SINA의 CEO 차오는 “웨이보 회원 중 40% 이상이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 모바일의 통신망을 이용해 사이트에 접속한다. SINA가 휴대폰 제조업체 및 통신업체와 연계해 웨이보용 어플리케이션(어플·응용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던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사가 개발한 웨이보 어플의 겨우 8개월 동안 중국 앱스토어(APP STO RE)의 상위권 랭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사회연구조사원의 연구원 류더환(劉德寰) 교수는 “긴 글을 써야 하는 블로그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인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웨이보 소통의 가능성과 그 限界
왕융천은 베이징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환경운동가다. 중앙인민라디오방송국의 기자이기도 한 그녀는 환경과 관련된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 왔다. 1999년 제작한 <향산의 붉은 단풍을 살립시다>(救救香山的紅叶)를 시작으로 <이것 역시도 희망 공정이다>(這也是一項希望工程)라는 프로그램으로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국가환경보호국이 선정한 국가환경보호 공헌자 1등상을 받기도 한 그녀의 웨이보에는 환경문제와 그녀의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왕의 웨이보를 조사한 전병준(田炳峻)씨는 “본인 관심 분야인 환경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그 문제에 관심이 있는 팔로워들이 그녀와 소통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작은 세미나 같았다”라고 조사 소감을 밝혔다.
5월 5일
“오늘 중국의 큰 강과 큰 호수를 둘러보던 중 이런 글귀가 보였다. ‘여기다가 식물을 옮겨 심어 주세요.’ 매년 대영박물관에서는 수많은 사람을 운남으로 파견해 그곳에서 피는 꽃 생물들을 채집하여 그들의 원림으로 가져가 그들의 숲을 다양하게 가꾼다. 히말라야의 야생화가 없었다면 오늘날 아름다운 유럽의 원림도 없었을 것이다. 전 세계의 원림이 이렇게 가꾸어지고 있다는 것을 중국인들은 얼마나 알까?”
5월 9일 신민왕(新民網)은 웨이보의 힘 중국의 마음을 모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중국 외무부와 중국 해외 공관들의 웨이보를 통해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교부가 정식 웨이보를 오픈한 이후 1개월이 지난 지금 15만명을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양회 당시 국가 중앙위원회의 웨이보 개설을 제안한 정협위원 천군은 인터뷰를 통해 “한 나라의 강함은 정치, 경제, 군사 등의 방면으로 평가되곤 한다. 이러한 방면에 외부적인 창문을 만들고 외부에 있는 더 많은 중국인들과 소통하는 것은 중국이 강국으로 가는 와중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라고 밝혔다. 그가 제안한 이 법안은 외교부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되었다.
류주웨이는 94년 인민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남방주말》에 들어간다. 그리고 8년 만에 《남방주말》의 경제 잡지 《신경제》(新經濟)를 창간하고 부주임에 오른다. 그리고 《남방주말》 베이징 지국장을 지낸 그는 2006년 경제 전문잡지 《21세기 경제인》(21世紀經濟人)을 창간하고 편집장 자리에 오른다. 이 젊은 기자의 웨이보 팔로워는 25만명에 이른다. 그의 웨이보를 조사했던 베이징대 신문학과 저우쓰위(周斯玉) 씨는 이렇게 평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신문 방송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편집장이죠. 그의 웨이보는 그의 잡지만큼이나 간결하고 명쾌했습니다. 그는 그 자신의 의견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재미있는 기사를 웨이보에 스크랩하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듣기를 즐겼어요.”
5월 5일
“京東網(buy360.com)의 CEO 인터뷰 기사입니다. 재미 있어서 퍼 옵니다.”
5월 6일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시죠?”
5월 1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그가 웨이보에 올린 10건 중 8건은 모두 그가 관심이 가는 기사에 대한 스크랩이었다. 그는 경제와 관련된 기사를 본인의 웨이보에 스크랩했다. 그 기사를 확인하면 1주간의 중국 경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경제 매거진과 같았다.
2004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블로그는 이제 메이저 미디어다”라고 발표한 지 7년, 중국에 웨이보 서비스가 시작된 지 2년. 웨이보는 하나의 여론 매체로 성장했다. 이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서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허용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 토종 SNS의 영향력을 입증한 셈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의 발달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진 것에 대해 사회조사연구원 류더환 교수는 “중국은 블로그 서비스의 도입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렸지만, 사회와의 소통의 창(?)을 찾고 있던 중국인의 수요와 잘 맞아떨어졌다. 또한 신문이 제1 매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글을 통한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웨이보는 작은 신문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고 했다.
웨이보가 여론을 대표하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자 일부 학자들은 웨이보가 과연 여론을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들에게 이번 과제를 내준 쉬 교수도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그녀의 설명이다.
“웨이보의 영향이 현재 중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커져 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신문과 방송 등 기자들이 언론의 주체로서 활약해 온 기존 사회의 패러다임을 웨이보가 바꾸고 있다. 국민과 정부와 소통의 창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웨이보의 등장은 긍정적이다. 새로운 공론의 장을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발전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 중국 공무원들의 웨이보 이용 문제점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웨이보가 중국 사회에 새로운 소통의 장(場)을 열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BBS(게시판)가 될지 그 의미와 역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린 것은 공안당국이나 <인민일보> 등 메이저 매체(媒體)가 아니라, ‘중국판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웨이보(微博)’였다. 웨이보에 “고궁(古宮)에 도둑이 들어 총 10억 위안(약 1656억원)에 이르는 보물이 도난당했다더라”는 내용의 글이 올랐고, 이 글은 순식간에 중국 네티즌들에게 확산됐다. 범인은 5월 11일 검거됐지만, 이 사건은 웨이보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었다.
웨이보의 위력은 중국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다투어 웨이보를 활용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신문(CHINA DAILY)》은 최근 중국 정치인과 공무원 1300여 명이 ‘웨이보’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22일자 <중국 공무원 웨이보 이용실태 보고>라는 기사에 따르면 현재 웨이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중국 정부 부처는 광둥성과 허베이성 공안국이며, 현재 정부 부처 공식 웨이보만 2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중국 공무원들 사이에선 웨이보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웨이보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관련 당국은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웨이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포털 사이트의 관리자에게 팔로워(follower·구독자) 수를 늘려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하는 등 청탁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SINA, QQ 등 웨이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선 정부 부처의 웨이보를 관리하는 부서가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 1순위가 됐다.
한 웨이보 운영업체 내부 인사는 “공무원들이 웨이보의 사회적 영향력을 깨닫고 온라인상에 있는 불리한 이야기들을 지워 달라고 요구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中 공무원들의 ‘웨이보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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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하이닝시 사법국장 진중이(金中一)의 웨이보. |
웨이보에 대한 부정청탁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팔로워 수 조작 청탁’이다. 팔로워 수가 해당 블로거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하면서 이 숫자에 집착하는 많은 공무원이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않은 채 팔로워 숫자만을 임의로 늘려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을 시도했던 케이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보도에 따르면 저장(浙江)성 하이닝(海寧)시의 진중이(金中一) 사법국 국장은 팔로워 8만828명을 보유한 ‘웨이보상에서 영향력 있는 공무원 20인’에 선정됐다. 이 명단에는 차이치(蔡奇) 저장성 조직부장, 우하오(吳皓) 윈난(雲南)성, 슝허주(雄何珠) 선전부장 등이 ‘인기 공무원’으로 게재됐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진 국장은 “인터넷 사회도 하나의 사회”라며 “공무원이 네티즌을 늘 친구처럼 여기며 진실한 마음으로 인간적 소통을 시도할 때 정부기관과 단체가 공신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 국장의 부임 이후 현재 하이닝시 사법국의 모든 회의는 실시간으로 웨이보상에 게재되고 있다. 사법국의 회의 내용이 웨이보에 공개되면서 행정업무가 투명성을 더하게 되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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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최대 포털 시나(SINA)의 최고 경영자 차오궈웨이(曹國偉). |
중국 최대 포털인 SINA의 차오궈웨이(曹國偉) 회장은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웨이보는 서비스 시작 14개월 만에 회원수 5000만을 넘어섰다”며 “향후 회사 매출의 주요 원천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 4개월 만에 중국 시나닷컴은 그동안 웨이보의 도메인명으로 사용되던 ‘t.sina.com.cn’ 대신 ‘weibo.com’이라는 새로운 독립적 도메인명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오 회장은 “더 이상 웨이보는 시나닷컴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립적 매체이며 향후 시장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웨이보를 통해 언제, 어디서, 어느 누구와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놀라운 시대가 다가왔다. 이미 웨이보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국 내 수억 명에 달하는 네티즌의 라이프 스타일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웨이보가 이미 독립 매체로 성장했음을 인정했다.
“1초에 한 명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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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판 트위터’ 시나(SINA) 웨이보의 메인 화면. |
중국 촨메이(傳媒)대학의 인터넷여론연구소는 “웨이보의 발전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 연구소가 발간한 <2010년 중국 인터넷여론지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작년 한 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들의 공급원을 분석한 결과 신문·방송 75%, 칼럼이 14%, 웨이보는 9%로 3위에 올랐다. 웨이보는 작년 대비 7.2%포인트 상승하며 뚜렷한 신장세를 보였다. 각각 6.8%, 0.6% 하락한 신문이나 칼럼과는 대조적이다.
연구에 참여한 류둥젠(柳東建) 교수는 “올 하반기에 웨이보가 칼럼을 제치고 신문·방송 기사와 함께 인터넷 여론을 주도할 매체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중심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 사회의 큰 이슈가 됐던 ‘기업과 경찰의 유착을 폭로한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 기자 수배사건’, ‘녹차기름 발암물질 검출 논란’, ‘우리 아빠는 경찰국장이야’라는 말을 유행시킨 대학생 차량 뺑소니 사건 등이 2010년 웨이보의 영향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었다.
현재 인형 외모로 화제가 된 중국의 여고생 왕자런(王家仁)의 웨이보는 하루 방문자가 21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웨이보에 유방암 투병기를 연재해 중국인을 울린 상하이 위주안(38·御珠案)이 출판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2011년 상반기에도 웨이보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와 독자의 소통 창구로도 활용돼
베이징대(北京大) 신문방송학과 부원장 쉬훙(徐泓) 교수는 수업 중 임의로 ‘중국 10대 파워블로거’를 지정한 후, 조별로 해당 블로거의 웨이보에 대한 조사 및 관찰을 하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현직 기자인 10명의 블로거를 선정한 후 웨이보를 통해 그들과 인터뷰하고 그들의 웨이보에는 무슨 내용이 있으며 어떤 사람들이 그들의 웨이보를 방문하는지를 알아보는 내용이다.
쉬 교수는 현재 중국 여성기자협회 부 비서장을 겸하고 있다. 전직 스타 기자 출신인 그녀 역시 개인 웨이보를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수업에서 학생들과 다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쉬 교수는 “웨이보는 이미 중국 사회의 중요한 소통의 창이 되었다. 현직 언론인도 신문이나 방송이 아닌 개인 웨이보를 이용해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속한 단체의 보도방향이나 성격에서 벗어난 의견을 그들이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론인과 대중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층 더 살아 있는 생동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번 조사의 의의를 밝혔다.
다음은 베이징대학교 학생들이 교수가 지정한 파워블로거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한 내용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저우야정(周雅廳·22) 양의 얘기다.
“답글을 단 팔로워들 대부분이 동종업계 종사자들이거나 해당 문제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문제에 대한 작은 토의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웨이보가 단순한 블로그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이어 주는 실시간 소통의 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 대부분이 웨이보를 통해 블로거들과 접촉하고 인터뷰를 시도했다. 인터뷰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도 있었지만, 그들 모두 웨이보가 그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타인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내용 중 일부를 한국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세대와 장소를 아우르는 공론 소통의 場
| 블로거 : 아이펑위성방송(鳳凰衛視)의 기자 출신 아나운서 루치우루웨이(閭丘露薇) 웨이보 : http://t.sina.com.cn/luqiuluwei 블로그 : http://blog.sina.com.cn/ luqiuluwe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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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인기 아나운서 루치우루웨이(閭丘露薇)의 웨이보. |
2011년 4월 1일
“오늘 한 베이징대학교 학생이 나에게 부탁을 해 왔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어느 순간이 되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유명 인사가 나와서 청소년들에게 문화란 무엇인지, 정치란 무엇인지, 논리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죠. 물론 타이완에 이런 종합예술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지만, 오늘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랜 생각을 실현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잘할 수 있겠죠?”
이 글에 ‘adam肚肚’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상하이의 대학생은 “좋은 생각이긴 한데 현실과 이상은 구별하셔야 해요. 과연 대학생들이 좋아할까요?”라는 글을 남겼고 ‘someants’라는 아이디의 베이징의 대학생은 “오랫동안 TV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는데 정말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간만에 TV를 볼 수 있겠네요”란 코멘트를 달았다. 이 밖에도 “과연 이 프로그램에서 대학생들이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주제를 바꿔야 한다” 등의 의견이 제시되며 366개의 답글이 달렸고, 1107명이 본인의 웨이보로 이 글을 스크랩했다. 그녀가 던진 작은 한마디로 인해 웨이보에 작은 토론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이러한 웨이보상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에 대해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의 쉬정즈(徐錚志) 교수는 “평소 사회문제의 관심이 많고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기를 꿈꾸었던 중국의 젊은이들의 욕구가 웨이보라는 탈출구를 통해 분출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큰 블로그에서 작은 블로그로 이동하라
| 블로거 : 베이징대 출신 중국 CCTV 아나운서 장취안리잉(張泉靈) 웨이보 : http://t.sina.com.cn/ zhangquanling 블로그 : http://blog.sina.com.cn/ zhangquanling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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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우 조진의 웨이보는 팔로워가 800만을 육박한다. |
그녀의 블로그를 조사한 베이징대 왕톈(王天·20)은 “내용의 90% 정도가 본인의 생활이나 심리상태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매 글마다 100개 이상의 코멘트가 달려 있었고 장 씨 본인 역시 대중의 반응에 많은 코멘트를 다시 달아 주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웨이보를 방문한 사람들은 다시 장 씨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의 직장 동료들도 이 공간을 통해서 그녀와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진행했다. 마치 친한 친구의 웨이보를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4월 6일: 우리 모두 자유(加油)!
그녀가 남긴 ‘자유(加油·힘내요)’라는 한마디에 “요새 기름 값이 너무 올라서 넣을 기름이 없다”는 댓글에서부터 “아침에 당신의 글을 보고 힘을 얻어 가요”라는 팔로워까지 그녀가 남긴 한마디에 255개의 댓글이 달렸다. 4월 7일 중국의 석유 값이 L당 0.3위안 인상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글은 단순한 응원 글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았던 사람들에게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다. “기름을 넣을 돈이 없다”, “이제 차를 못 타겠다” 등의 댓글이 100개 이상 달렸다. 물론 그녀가 어떤 의미로 남긴 말인지 그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귀여운 장난’에 많은 사람은 열광했다.
4월 10일: 아 쉬고 싶다, 쉬고 싶다.
포동포동하게 살찐 한 초등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그리고 “아 나도 쉬고 싶다”라는 한마디를 그녀가 남긴다. 인터넷에 있는 재미있는 사진 또는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한마디로 담아 놓은 글이 그녀의 웨이보에 많다. 그리고 그녀의 한마디에 400개의 이상의 댓글이 달린다.
웨이보의 이러한 인기에 대해 SINA의 CEO 차오는 “웨이보 회원 중 40% 이상이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 모바일의 통신망을 이용해 사이트에 접속한다. SINA가 휴대폰 제조업체 및 통신업체와 연계해 웨이보용 어플리케이션(어플·응용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던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사가 개발한 웨이보 어플의 겨우 8개월 동안 중국 앱스토어(APP STO RE)의 상위권 랭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사회연구조사원의 연구원 류더환(劉德寰) 교수는 “긴 글을 써야 하는 블로그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인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웨이보 소통의 가능성과 그 限界
| 블로거 : 중국인민라디오방송국(中央人民廳播電台) 진행자 왕융천(汪永晨) 웨이보 : http://t.sina.com.cn/ 1322893030/ |
5월 5일
“오늘 중국의 큰 강과 큰 호수를 둘러보던 중 이런 글귀가 보였다. ‘여기다가 식물을 옮겨 심어 주세요.’ 매년 대영박물관에서는 수많은 사람을 운남으로 파견해 그곳에서 피는 꽃 생물들을 채집하여 그들의 원림으로 가져가 그들의 숲을 다양하게 가꾼다. 히말라야의 야생화가 없었다면 오늘날 아름다운 유럽의 원림도 없었을 것이다. 전 세계의 원림이 이렇게 가꾸어지고 있다는 것을 중국인들은 얼마나 알까?”
5월 9일 신민왕(新民網)은 웨이보의 힘 중국의 마음을 모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중국 외무부와 중국 해외 공관들의 웨이보를 통해 해외에 있는 중국인들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교부가 정식 웨이보를 오픈한 이후 1개월이 지난 지금 15만명을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양회 당시 국가 중앙위원회의 웨이보 개설을 제안한 정협위원 천군은 인터뷰를 통해 “한 나라의 강함은 정치, 경제, 군사 등의 방면으로 평가되곤 한다. 이러한 방면에 외부적인 창문을 만들고 외부에 있는 더 많은 중국인들과 소통하는 것은 중국이 강국으로 가는 와중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라고 밝혔다. 그가 제안한 이 법안은 외교부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되었다.
| 블로그: 《남방주말》(南方周末) 베이징 지국장, 잡지 《21세기 경제인》(21世紀經濟人)의 창간자 劉洲偉 웨이보: http://t.sina.com.cn/ liuzhouwei |
“개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신문 방송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편집장이죠. 그의 웨이보는 그의 잡지만큼이나 간결하고 명쾌했습니다. 그는 그 자신의 의견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재미있는 기사를 웨이보에 스크랩하고 그것에 대한 의견을 듣기를 즐겼어요.”
5월 5일
“京東網(buy360.com)의 CEO 인터뷰 기사입니다. 재미 있어서 퍼 옵니다.”
5월 6일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시죠?”
5월 1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그가 웨이보에 올린 10건 중 8건은 모두 그가 관심이 가는 기사에 대한 스크랩이었다. 그는 경제와 관련된 기사를 본인의 웨이보에 스크랩했다. 그 기사를 확인하면 1주간의 중국 경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경제 매거진과 같았다.
2004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블로그는 이제 메이저 미디어다”라고 발표한 지 7년, 중국에 웨이보 서비스가 시작된 지 2년. 웨이보는 하나의 여론 매체로 성장했다. 이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서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허용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 토종 SNS의 영향력을 입증한 셈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의 발달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진 것에 대해 사회조사연구원 류더환 교수는 “중국은 블로그 서비스의 도입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렸지만, 사회와의 소통의 창(?)을 찾고 있던 중국인의 수요와 잘 맞아떨어졌다. 또한 신문이 제1 매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글을 통한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웨이보는 작은 신문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고 했다.
웨이보가 여론을 대표하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자 일부 학자들은 웨이보가 과연 여론을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들에게 이번 과제를 내준 쉬 교수도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그녀의 설명이다.
“웨이보의 영향이 현재 중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커져 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신문과 방송 등 기자들이 언론의 주체로서 활약해 온 기존 사회의 패러다임을 웨이보가 바꾸고 있다. 국민과 정부와 소통의 창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웨이보의 등장은 긍정적이다. 새로운 공론의 장을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발전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 중국 공무원들의 웨이보 이용 문제점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웨이보가 중국 사회에 새로운 소통의 장(場)을 열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BBS(게시판)가 될지 그 의미와 역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