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지진 특집

국내 경제연구소·증권가 애널리스트 8인의 분석

자동차·전자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 | 항공업계 직격탄, 철강업은 호재로 작용할 듯

  •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글 : 민경옥 월간조선 인턴기자  paran0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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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1920선으로 하락했다. 전날 상승세로 장을 마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장중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수소 폭발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의 지진사태로 인해 국내의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뒤 첫 번째로 장(場)이 열렸던 지난 3월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6%포인트 오른 1971.23으로 마감됐다. 같은 날,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6.2% 하락한 9620.49로 끝났다.
 
  이날 코스피 장엔 특징이 있었다. 대표 철강주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날보다 각각 8.32%와 10.12%가 올랐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7.33%와 11.24%가 빠졌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승세로 마감했지만 하루종일 널뛰기 장세였다. 지진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업종이 올랐지만, 당분간 투자자들의 심리가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음날인 지난 3월 15일, 국내의 증시는 대폭락했다. 이 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무려 47.31포인트(2.4%)가 하락한 1923.92로 마감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에 따른 방사능 유출 우려 때문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약세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 3월 16일에 장이 열리자마자, 코스피지수는 올랐다.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코스피는 전날보다 30포인트 오른 195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단기 전망’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고베 대지진보다 영향 작을 듯
 
  일본의 지진 참사가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우리에게 호재(好材)일까, 악재(惡材)일까.
 
  LIG투자증권의 최운선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진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995년에 일어난 일본 고베 대지진과 금번의 지진을 비교해서 설명했다.
 
  “과거에 지진이 발생한 고베의 경우는 일본 전체 인구의 1.2%가 밀집된 곳으로 전체 GDP의 4.4%에 달하는 지역이었습니다. 고베와 인접한 오사카까지 합하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 GDP의 11.3%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이와테현과 미야기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9% 정도입니다. 인명 피해는 1995년의 고베 지진 때보다 많지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석진 상무는 “피해 범위는 넓지만, 산업단지가 밀집된 지역이 아니어서 전체 GDP에 끼치는 영향은 2%대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위원은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 정도”라며 “일본의 금번 지진 피해로 인해 경기가 1% 하락한다고 해도, 세계 경제의 하락은 0.05%밖에 되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일본이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어, 이번 충격이 조금 덜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LIG투자증권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지난 1995년 20.5%에서 2010년 15.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일본에 수출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동안 11.4%에서 6%대로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LIG증권에서는 “고베 지진 때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진이 간토 지역을 타격할 경우 상당한 타격 예상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의 김양희 팀장은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사태가 많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진으로 인해 6~7도의 강진(强震)이 간토(關東)지역에 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간토지역은 일본 GDP의 40%가 집중돼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실제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도호쿠(東北)지역의 피해가 우리에게 끼치는 여파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만일 간토지역이 타격을 받을 경우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한국종합경제연구원의 김상원 연구실장은 “일본이 부실채권이 많은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해 내수(內需)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기초경제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에 회복해 낼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일본의 지진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국내의 대기업들은 한동안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일본에 연구소와 공장을 갖고 있는 포스코는 정확한 피해상황을 집계하지 못한 상태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에 있는 연구소의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는 하지만, 통신상태가 원활하지 못해 정확한 피해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본 법인은 일본의 남동부 도쿄에 있어서,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에서 자동차 부품을 납품받는 한국GM의 관계자는 “국내의 보유 재고(在庫)물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며 “현지 업체의 가동중단으로 인해 단기적인 타격은 심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힘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일부 휴대폰 회사들은 이미 일본에서 납품받는 부품의 일부를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측은 일본산(産) 부품을 납품받는 업체들이다. 우리가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보다는, 우리가 그들로부터 수입하는 양이 많기 때문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은 이 부분을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에서 납품받는 업체들은 재고물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여유 재고분으로 당분간은 어려움이 없을 수 있지만, 일본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물량 부족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LIG투자증권의 최운선 애널리스트는 “보통 원자재를 들여올 때 3개월 정도의 물량을 보유한다”며 “일본 산업의 재가동 시간이 3개월을 넘어선다면 한국의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해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 가능성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올 상반기에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LIG증권의 최중혁 애널리스트의 얘기다.
 
  “여진과 원전 피해로 인해 일본 방문을 기피하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겁니다. 그만큼 여객 수송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입니다. 특히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에 비해 일본 수송 담당 비율이 높기 때문에 올해 회사의 전체 매출이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신에 일본이 원전 피해로 인해 화력발전에 주력할 경우에 발전용 석탄(점결탄)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해운업 중에서 벌크선(船)의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국내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전자 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현지에서 만들어서 판매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일본 지진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보기는 쉽지 않다”며 “일본의 공장가동 중단 등의 이유보다는 향후 ‘원-달러 환율’과 ‘엔(YEN)-달러 환율’의 상황에 따라서 우리의 대미(對美) 수출이 늘어나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단시간에는 국민들의 소비가 줄고, 관광수요가 줄어드는 등 악재가 속출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 복구에 따른 경제 활성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의 서정훈 박사는 “장기적으로 (일본으로 가려는) 해외의 자본이 우리에게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일본의 경기부양에 대한 추정치가 나오고 나서 정확히 알 수 있지만, 6개월 이후에는 엔화가 약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으로서는 회복의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엔화의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약세가 될 겁니다. 우리와 일본의 주요 사업이 경쟁 관계에 있다 보니 우리 기업들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고, 우리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경우에 일본으로 가려는 해외 자본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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