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포커스 인터뷰

일본의 대표적 사회학자 오자와 마사치(大澤眞幸) 박사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통해 생각하는 韓日 내셔널리즘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한국 내셔널리즘, 변칙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일본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감 상실이 가장 큰 이유일 것”
⊙ 인류를 구하기 위해 흡혈귀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 안의 死者’, 즉 ‘지금 존재하는 일본을 위해 죽어간 과거의 사람들’을 생각
⊙ 〈귀멸의 칼날〉 〈진격의 거인〉 〈울트라만〉 〈신고지라〉 등 ‘서브 컬처’ 속에 내셔널리즘적 메시지 내포

오자와 마사치(大澤眞幸)
1958년생. 도쿄대 사회학과 박사 과정. 사회학 박사 / 교토대학 인간환경학연구과 교수 역임 / 현재 NHK·《아사히신문》 등 미디어를 활용하는 대중 사회학자로 ‘서브 컬처’에 기초한 일본 사회분석 제1인자 / 《근대 일본의 내셔널리즘》 《코로나 이후의 철학》 《불가능성의 시대》 등 50여 권 저술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사진=오자와 마사치 제공
  한일(韓日)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코로나19 때문에 한일 간 교류가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서로 나쁜 소식만 송수신(送受信)하는 느낌이다. 한국 신문이나 일본 방송에서 상대방에 대한 좋은 뉴스를 접하기가 어렵다.
 
  과연 2021년 일본은 어떤 상황일까?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을 세웠던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아바타라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등장 이후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도쿄올림픽 6개월 전이라고 하지만, 객관적 상황은 전부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센카쿠(尖閣)열도 주변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무력(武力)시위도 일본인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과연 일본인은 그들의 오늘과 내일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고 준비하고 있을까?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은 그 같은 물음에 대한 답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귀멸의 칼날〉은 일본인 남녀노소(男女老少) 대부분이 봤다고 하는, 사상(史上) 최고의 흥행기록을 남긴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10월 첫 상영을 했지만 새해 들어서도 일본 최고의 흥행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흡혈귀(吸血鬼)의 공격으로 가족 모두가 죽고, 여동생도 흡혈귀로 변하자 주인공 탄지로는 동료들과 함께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고 흡혈귀를 물리치기 위한 복수에 나선다. 〈귀멸의 칼날〉은 2016년 이래 널리 알려진 흥행 만화로, 한국에서도 ‘꼰대 세대’가 아니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작품이다.
 
  50대 이후 세대 가운데는 무심한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언제부턴가 ‘넷플릭스 이펙트(Netflix Effect)’가 동아시아 전체를 석권(席卷)하고 있다. 한국·일본·중국에서 뜬 영화·드라마·노래가 일정한 시차(時差)를 두고 회비 1만원 정도의 넷플릭스를 통해 주변 나라에 퍼져나간다. 한국 드라마에 빠진 일본인이 있듯이, 일본 애니메이션·노래·패션·화장법에 익숙한 한국인도 적지 않다. 〈귀멸의 칼날〉은 2021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청년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글로벌 히트작이기도 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 오자와 마사치(大澤眞幸) 박사는 일본 특유의 ‘서브 컬처(Subculture)’, 즉 만화·영화·패션·음악을 통해 일본 열도의 오늘과 내일을 분석하는 인물이다. 공전의 히트작 〈귀멸의 칼날〉이 일본인 가슴 속에 새겨진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오자와 박사의 분석이다. 애니메이션 같은 ‘서브 컬처’만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변해가는 일본과 전 세계의 모습도 내셔널리즘이란 잣대로 진단한다. 인터뷰는 지난 1월 10일 밤 1시간25분에 걸쳐 줌(Zoom) 비디오를 이용해 일본어로 이뤄졌다.
 
 
  21세기의 내셔널리즘
 
  ― 먼저 내셔널리즘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내셔널리즘은 유럽의 경우 프랑스혁명을 전후(前後)한 18세기 말부터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19세기 중반 이후, 특히 일본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나타났다고 본다.
 
  인류역사학적으로 볼 때, 자신의 주변이나 친척에게 유대감이나 일체감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국민·민족에 기초한 내셔널리즘은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 대한 형제애·동포의식·연대감(連帶感)이라는 데에 특징이 있다. 왕·성직자·지식인뿐만이 아니라, 일반 서민 모두가 그 같은 의식을 갖는다는 것도 내셔널리즘의 특징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내셔널리즘의 기원은 아메리카 대륙에 있다. 시기적으로 프랑스혁명보다 조금 앞선 때다.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이 내셔널리즘이다.”
 
  ― 21세기 지금 이 순간 내셔널리즘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불어온 내셔널리즘은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질서의 기본요소로 자리 잡아 왔다. 경제·교육 같은 것이 내셔널리즘의 기본인 네이션(Nation), 즉 국가나 국민 단위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20세기 말부터 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사람들의 이동도 자유롭게 되면서 내셔널리즘 고유의 환경이나 영역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21세기 세계를 보면 내셔널리즘이 한층 더 강화되는 느낌이 든다. 왜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 확보가 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이 글로벌화될수록 ‘나는 누구인가’ ‘내 주변의 형제 동포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을 예(例)로 들자면, 코스모폴리탄 시민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그럴수록 한층 더 자신의 아이덴티티 찾기에 열중하는 식의 의식구조에 비견될 수 있다. 미국 곳곳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민족 축제 같은 것은 대표적인 본보기다.”
 
 
  ‘우리 모두의 死者’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개봉 81일 만에 관객 2548만 동원, 흥행수입 346억 엔이라는 기록을 세웠다(1월 4일 기준). 새해 들어서도 계속해서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얘기를 공전의 히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로 돌려보자. 〈귀멸의 칼날〉은 왜 그렇게 일본에서 인기인가.
 
  “여러 각도의 분석이 있겠지만, 첫째 주목할 부분은 대의명분(大義名分)이다.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 탄지로는 강한 인물이 아니다. 압도적으로 강한 흡혈귀에 맞서 싸우는 약한 캐릭터다. 그러나 인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흡혈귀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 일본인이 주목하는 부분은, 인류를 위해 싸운다는 대의명분 또는 사명(使命)에 대한 부분이다. 일본인은 그러한 대의명분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싸운다는 데에 대해 공감하고, 감동을 느낀다.
 
  사실 2021년을 사는 대부분의 일본인은 그러한 엄청난 명분을 만날 기회도 없고, 목숨을 걸 만한 일도 없다. 아주 사소하고 미미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귀멸의 칼날〉 같은 엄청난 스토리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동경(憧憬), 꿈의 대상으로서의 영화인 셈이다. 일본인 스스로가 탄지로의 입장에서 흡혈귀에 맞서는 느낌이다.
 
  둘째, 일본인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귀멸의 칼날〉에 나온다는 점이 인기 비결인 듯하다. 내가 만들어낸 말인데, ‘우리 모두의 사자(死者)’에 대한 긍지와 자랑이라고 할까?”
 
  ― ‘우리 모두의 사자’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지금 존재하는 일본을 위해 죽어간 과거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이들에 대한 감사와 감동이 〈귀멸의 칼날〉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주인공과 주변의 친구들이 흡혈귀와 싸우면서 죽어가지만, 결국 그 같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식의 세계관이 일본인 모두에게 퍼져나갔다.”
 
 
  탄지로-신센구미-사카모토 료마
 
사카모토 료마.
  내셔널리즘이라고 하면 보통 ‘열사(烈士)·지사(志士)·의사(義士)’ 같은 뭔가 특별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나서는 사상(思想) 기조(基調)라고 생각하기 쉽다. 적어도 19세기, 20세기까지는 그러했다. 한국의 경우 안중근(安重根) 의사, 일본의 경우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같은 풍운아가 대표적인 예다.
 
  21세기 일본에서는 그 같은 하드(hard) 캐릭터와 더불어 소프트(soft)한 인물도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한, 모두에게 친숙하고 따뜻하게 느껴질 듯한 가공(架空)의 주인공들이다. 일본의 10대, 아니 2030세대들 가운데는 사카모토 료마가 누구인지, 지난해 50주기(週忌)를 맞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변해가는 가운데, 21세기 문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캐릭터가 무대에 등장했다. 한국이라면 안중근의 옥중일기에 주목하겠지만, 일본은 〈귀멸의 칼날〉 같은 ‘서브 컬처’를 통해 내셔널리즘의 오늘과 내일을 분석하고 있다.
 
  ― 주인공 탄지로는 일본 역사상의 어떤 인물에 비교될 수 있을까.
 
  “대중 오락물의 특징이지만, 특별한 대상으로 집약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누구 하나에 맞출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역사상 인물과 비교하자면, 도쿠가와 막부 말기의 신센구미(新選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외국에 문을 열어준 막부를 지키려던 관군(官軍) 측이었다가 나중에는 천황파 세력과 싸우는 반군(反軍)으로 전락한 농민 출신 사무라이들이다. 패배자이긴 하지만, 시대의 요구와 명분에 목숨을 걸고 살아갔던 사람들이다. 신센구미와 싸웠고, 결국 막부 세력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카모토 료마도 탄지로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인물이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다가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 일본 청년세대가 만약 상황이 된다면 탄지로와 같은 역할을 기꺼이 맡을 것이라 보는가.
 
  “현실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에 대한 동경은 강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10대나 2030세대는, 학생이든 일하는 사람이든 현재 하는 일이 목숨을 걸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에서처럼 악(惡)과 정면 대결할 만한 일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다이쇼 시대가 배경인 이유
 
  ― 〈귀멸의 칼날〉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2021년 일본을 비교하면.
 
  “영화 속에서의 배경은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인 다이쇼(大正) 시대다. 이른바 민주주의가 꽃핀 시대로, 1912년부터 1926년까지 14년간의 시대다. 경제공황과 아시아 침략, 태평양전쟁으로 얼룩진 쇼와(昭和) 시대 직전이다.
 
  〈귀멸의 칼날〉은 완전한 픽션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가공의 세계를 그린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왜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했을까? ‘우리 모두의 사자’를 기리려는 원작자의 의도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 무슨 의미인가.
 
  “사무라이는 일본인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삶의 모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일본인이 흉내 내려는 ‘멋진 일본인’의 모델은 농민·부자·관료가 아니라 사무라이다. 그러나 에도(江戶) 시대로 돌아갈 경우 너무 멀리 있고, 시대극과 같은 이미지로 가기 쉽다. 반대로 21세기판 스토리로 할 경우, 거리에서 일본도를 휘두르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나와 관계가 있고, 더불어 ‘우리 모두의 사자’라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내셔널리즘’은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 앞서 등장한 일본 내 유행어이기도 하다. ‘내셔널리즘을 넘어선 올림픽’이라는 말은 뉴스 키워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코로나19와 함께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전염병 해결책을 둘러싸고 내셔널리즘이 한층 강화되는 상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넘어서, ‘아메리카 내 백신 퍼스트’와 ‘유럽연합(EU) 내 백신 퍼스트’가 당연시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내셔널리즘’이란 단어가 2021년에는 한층 더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리즘’이 당연시되던 시대가 저물고, 어느 틈엔가 내셔널리즘이 세계의 시대정신(時代精神)인 것처럼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회학자 오자와 박사가 주목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귀멸의 칼날〉과 〈진격의 거인〉
 
〈진격의 거인〉.
  ― 〈귀멸의 칼날〉을 내셔널리즘이란 각도에서 보면.
 
  “일본은 태평양전쟁으로 ‘우리 모두의 사자’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 모두의 사자’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 2021년 일본의 현실이다. 태평양전쟁 때 죽어간 일본군을 ‘우리 모두의 사자’라 부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쇼와 시대의 일본은 ‘우리 모두의 사자’ 영역 밖으로 처리되고 있다.
 
  〈귀멸의 칼날〉은 쇼와 시대는 아니지만, 쇼와에 가장 가까운 다이쇼 시대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사자’에 주목한다. 쇼와 시대 태평양전쟁 중 사라진 사람들은 아니지만,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탄지로와 그 일행의 행적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사자’가 적극 논의된다는 점에서 내셔널리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進の巨人)〉과 비교해보면 〈귀멸의 칼날〉이 가진 내셔널리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 〈진격의 거인〉과 〈귀멸의 칼날〉을 비교해본다면.
 
  “비슷한 스토리지만, 〈진격의 거인〉에서는 〈귀멸의 칼날〉에서의 흡혈귀를 대신해 거인이 인류의 적(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진격의 거인〉은 일본과 전혀 무관한 가공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귀멸의 칼날〉은 일본을 무대로 한 일본인의 스토리란 점에서 ‘우리 모두의 사자’를 통한 내셔널리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미 한 세대 전 인기 애니메이션이었던 〈우주전함 야마토(宇宙艦大和)〉에 나타난 내셔널리즘과 비슷한 스토리가 〈귀멸의 칼날〉에 투영돼 있다.”
 
 
  〈울트라만〉 〈고지라〉 속의 反美 메시지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울트라만〉에는 反美 정서가 내포되어 있다.
  ― 〈귀멸의 칼날〉이 좋은 본보기겠지만, ‘서브 컬처’ 문화가 일본식 내셔널리즘 고양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화·애니메이션·노래·패션에서 보듯, 일본의 ‘서브 컬처’에 대한 관심은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위상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일본의 ‘서브 컬처’는 엔터테인먼트가 우선일 뿐, 처음부터 내셔널리즘 같은 주의(主義)·주장(主張)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그 같은 성향과 무관하다.
 
  전후(戰後) 역사에서 보듯, 쇼와 시대 내셔널리즘은 부정적으로 인식돼왔다. 간혹 예외적으로 내셔널리즘으로 이어질 만한 ‘서브 컬처’도 있다.”
 
  ― 예를 든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1960년대 인기를 끈 만화 〈울트라만(ウルトラマン)〉은 특히 내셔널리즘 시각으로 풀이될 수 있다. 울트라만의 상대역인 괴수(怪獸)가 미일(美日)안보조약의 메타포(Metaphor)라고 보는 분석이 그것이다. 1960년대에 탄생된 미일안보조약이 결국 일본과 세계 평화에 해악적(害惡的) 존재가 될 것이란 것이 〈울트라만〉 스토리의 진의(眞意)라는 것이다.
 
  〈울트라만〉의 원작자가 오키나와 출신이란 점에서 그 같은 해석은 한층 더 힘을 얻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오키나와는 1972년까지 미국의 점령하에 있었던 비극의 땅이다. 〈울트라만〉을 통해 반미(反美), 반(反)미일안보조약, 나아가 내셔널리즘을 고양(高揚)했다는 분석이다. 2016년 나온 〈신고지라(新コジラ)〉도 내셔널리즘 시각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괴수 고지라가 나타나 일본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패닉 상태에 빠져든다. 곧바로 미일안보조약에 근거해서 미국이 도움을 주러 나선다. 유엔군도 고지라 제거 작전에 나선다. 미국은 핵(核)을 사용해서 고지라를 없애려고 한다. 그러나 핵을 사용할 경우 고지라의 활동 영역인 도쿄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
 
  긴장과 불화가 계속되던 중 결국 해결에 나선 주인공은 일본 총리와 관료들이다. 그냥 관료가 아니라, 오타쿠(オタク)식 세계관으로 무장한 기술 전문 관료들이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핵을 사용하지 않고도 고지라 제거에 성공한다. 미일안보조약이나 유엔군의 개입이 없더라도 일본 독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내셔널리즘적인 메시지가 〈신고지라〉를 통해 일본인에게 전달됐다.”
 
 
  허세에 기초한 국가적 자긍심
 
  전후 태어난 단카이 세대(團塊世代)는 반미·친중(親中)·친한(親韓)을 기조로 한 일본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다. 이들은 과거 역사를 잊지 않으면서 전쟁 전 아시아를 유린했던 일본 내셔널리즘과는 거리를 둔 세대다. 현재는 단카이가 정년(停年)을 넘겨 70대에 접어들었다. 단카이가 사라진 상황에서 일본의 내셔널리즘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궁금하다.
 
  ― 21세기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어떤 식으로 진화될 것이라 보는가.
 
  “먼저 20세기 중반 이후 지속된 단카이의 내셔널리즘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카이는 전쟁에서 패배한 부모를 가진 세대다. 전쟁 책임과 무관하며, 고도성장기의 주역으로서 ‘일본 넘버 1’을 만드는 데 주력한 세대이기도 하다. 경제·문화·사회적 분야에서 ‘일본 넘버 1’을 실현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좋은 의미의 내셔널리즘에 충실한 세대였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의 일본은 과거와 같은 고도경제성장도 없고 어두운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감 상실과 함께 스스로의 오늘과 내일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다.”
 
  오자와 박사는 여기서 NHK가 발표한 ‘일본인의 세계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전후 일본인의 국가적 자긍심에 관한 여론조사인데, 이에 따르면 국가적 자긍심이 크게 올라간 적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버블경제 직전인 1980년대 초이고, 두 번째는 2000년 전후다.
 
  주목할 부분은 2000년 전후다. 경제·정치·사회·문화 어디를 봐도 자랑할 만한 것이 없던 시기인데, 국가적 자긍심이 높게 나타났다. 왜일까? ‘불안할수록 허세(虛勢)를 부린다’는 말이 그 배경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중국이 일본을 추격하거나 추월하는 상황도 불안을 가속화시키는 이유 중 하나였다. 국가적 자긍심은 아이덴티티 확인의 연장선에 있다. 허세에 기초한 국가적 자긍심이 내셔널리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기와 내셔널리즘
 
  필자는 최근 〈에어 닥터(Air Doctor)〉라는 21분짜리 일본 단막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하와이행(行) 비행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서 벌어진 가상 드라마다.
 
  승무원이 응급환자를 돌볼 의사를 찾자 승객 한 명이 손을 든다. 의사시험에 떨어진 뒤 애인으로부터도 버림받은 청년으로, 자살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 승객이다. 그는 의사에 대한 동경이 무의식 중에 있었기 때문에 얼떨결에 손을 든 것이다. 그가 일어서자마자 승객들의 격려와 박수가 쏟아진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는 분위기에 휩쓸려 응급환자 수술에 나선다.
 
  승객 중에 있던 간호사와 마취사가 이 가짜 의사를 돕는다. 그런데 실은 이들도 가짜다. 간호사는 술집에서 간호사 복장을 하고 접대를 하던 코스프레이어였다. 마취사는 이름이 ‘마취(マスイ·麻)’이다 보니 얼떨결에 손을 들고 나왔다. 이들도 가짜 의사처럼 승객들의 응원과 열망에 떠밀려 수술 도우미로 나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승객 중에는 진짜 의사도 있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며 앞에 나서지 않는다. 결국 가짜 의사·간호사·마취사는 응급환자 수술에 성공한다.
 
  〈에어 닥터〉는 일본을 지배하는 ‘공기의 문화’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 의사가 아니더라도 주변 ‘공기’에 의해 움직이고 행동으로 옮긴다.
 
  지금은 내셔널리즘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21세기 일본이지만, 공기가 어떻게 변할지에 따라 상황과 환경 모두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공기에 따라 변하는 일본의 추진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르다. 주변 공기에 의해, 자살을 꿈꾸던 청년도 의사로 둔갑하고 수술까지 성공리에 마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 중국의 센카쿠열도 도발 관련 소식이 일상뉴스로 정착된 듯하다. 만약 중국이 센카쿠를 무력 점령하거나 공격할 경우 일본인의 내셔널리즘이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대응 방법도 다를 것이다. 현재처럼 미국이 중국을 가상적(假想敵)으로 생각하는 한 센카쿠 문제가 무력 충돌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센카쿠가 점령될 경우 곧바로 타이완(臺灣)에 대한 무력 사용이 현실화된다.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 그 같은 사태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이 센카쿠 문제를 방관한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태평양전쟁 때와 같은 내셔널리즘으로 복귀하지는 않을 듯하다. 80여 년 전 일본에는 강력한 천황제가 있었다. 천황은 내셔널리즘의 구심점(求心點)이자 출발점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천황은 전쟁 당시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지 않다. 정치적·군사적 영향력도 미미하다. 일본인이 아직 천황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천황은 더 이상 내셔널리즘의 무대에 등장할 위치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에 과거와 같은 내셔널리즘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
 
오자와 교수는 근래 한국의 反日내셔널리즘에는 자신감 상실이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법원에서 위안부 1명당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내셔널리즘이란 시각에서 볼 때 일본의 반응은 어떤가.
 
  “최근 위안부 문제를 보면, 한일 양쪽이라기보다 한국 자체의 문제로 진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일본도 문제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7할 정도가 한국 측에서 제기되는 듯하다.
 
  물론 일본 미디어 대부분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2015년 이미 한일 간에 합의된 사항인데도 다시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의 한일 간 합의를 보면 양쪽 모두 양보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실각(失脚)과 함께 다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크게 보면, 위안부 문제의 출발점은 조선을 식민지화(植民地化)한 일본에 있다. 나는 위안부 문제를 넘어서, 식민지 역사 자체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일본인 대부분은 말로는 사죄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식민지 역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료가 써준 문구로서의 사죄가 아니라, 한국인 모두가 받아들일 만한 진정한 사죄가 절실하다. 1970년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Ghetto)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던 것은 일본이 모델로 삼을 만한 것이다.”
 
  ―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셔널리즘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내셔널리즘을 국제적 흐름에 비교해보면, 크게 모나지 않은 수준이라 판단된다. 극단적인 내셔널리즘을 통한 공격적인 부분이 별로 없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보면 내셔널리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왜곡된 면도 나타나고 있다. 위안부 문제 타협 자체를 거부하는 한국인도 적지 않은 듯하다. 서로 양보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기보다 무조건 거부하는 식이다. 일본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자신감 상실이 그 배경에 있는 듯하다.”
 
  한일문제와 관련해 한국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본인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일본 정부를 공격하는 친한(親韓) 인사 아니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반한(反韓) 인사들이다. 간단히 말해 ‘우군’ 아니면 ‘적군’이다. ‘우군’은 대체적으로 나이가 많은 학계 인사들이다. ‘적군’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으로 정치인이 많다.
 
  사회학자 오자와 박사는 그 같은 이분법적 유형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듯하다. 우군도 적군도 아닌, 그 중간 어디에 선 분석가인 셈이다. 특정이념이나 경험 나아가 역사관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 사회학이란 틀 속에서 현황과 전망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자 업무다. 무조건 비하하는 것도, 거꾸로 무조건 봐주거나 칭찬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지금 한일 양국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새의 눈, 즉 조감도(鳥瞰圖)에 준하는 제3자의 눈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한일문제 해법은 전 세계 누가 봐도 이해할 만한 객관적 세계관에서 출발할 수 있다.
 
 
  “중국, 내셔널리즘 원동력 삼아 대제국 추구”
 
  ― 중국의 내셔널리즘은 어떤 단계인가.
 
  “기본적으로 중국의 내셔널리즘은 외부 진출과 세력 확장의 원동력에 해당된다. 인류역사상 중국 내셔널리즘은 아주 ‘변칙적’인 특징을 하나 갖고 있다. 대제국(大帝國)과의 양립(兩立) 문제다.
 
  역사상 대제국치고 내셔널리즘을 앞세운 나라는 하나도 없다. 다(多)민족·다문화·다인종을 포용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대제국의 모습이다. 로마가 그러했고, 중세(中世)의 대제국이라 할 수 있는 가톨릭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교회는 원래 라틴어로 된 바이블(성경)을 근거로 발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탈리아어·프랑스어·독일어도 바티칸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전 세계 포교, 즉 가톨릭 대제국 건설에 나섰다.
 
  중국은 대제국을 추구하면서도 내셔널리즘을 원동력으로 삼는 아주 예외적인 나라다. 가톨릭의 경우 자신의 바깥에 있는 세상도 인정하면서 대제국 건설에 나섰지만, 중국은 바깥쪽 세상을 자기 식으로 바꾸면서 나아간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육지·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일대일로·一帶一路)를 보면, 중국 밖 영토도 중국식 세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나타날 세계를 ‘자국(自國) 퍼스트’라는 시각의 내셔널리즘으로 풀이하는 사람이 많다.
 
  “두 가지 극단적 방향으로 나타날 듯하다. ‘자국 퍼스트’란 이기적(利己的) 차원의 내셔널리즘과, 그와는 반대로 지구촌 차원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협력체제다.
 
  팬데믹(pandemic)이란 말에서 보듯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동시에 퍼질 경우를 보자. 몇 사람, 몇몇 지역을 막는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글로벌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 이성적(理性的)이다. 국가 차원을 넘어선 협력체제를 구축(構築)하는 것이 바이러스 퇴치의 기본 전제(前提)다.
 
  백신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도덕심을 측정하는 잣대라고나 할까? 코로나19 백신을 부자 선진국만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도 모두 공유(共有)하게 될지, 인류의 양심을 테스트하게 될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한국과 일본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는 나라다. 두 나라가 힘을 합칠 경우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한일 양국은 두 나라를 넘어서 전염병 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2022년 大選과 反日내셔널리즘
 
  ― 사회학자로서 내셔널리즘과 관련해 한국 정치 지도자에게 한마디해달라.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내셔널리즘도 변칙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이 그러하듯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감 상실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개인적인 제안이지만 비슷한 문화권·경제권에 속하는 나라로서 한일 두 나라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양국 간 협력을 통해, 배타적·공격적인 것이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의 국가적 자긍심에 기초한 내셔널리즘 고양(高揚)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일 합작 드라마나 영화 제작 같은 것은 좋은 본보기다. 한일 양쪽이 초기 단계부터 합작체제로 나아가면서 문화교류를 시작하는 식이다. 북한문제, 남북통일문제와 관련된 내셔널리즘도 한일 양국이 공동대응할 경우 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자와 박사의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반일(反日)내셔널리즘’이 2022년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치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할 것 같다. 반일은 달콤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쉽게 달아오른다. 반면에 쉽게 잊히기도 하고, 스스로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도 많다. 반일·친일을 넘어서 국익(國益)이라는 차원에서의 일본관(日本觀)이 아쉽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4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