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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초점

‘전통공예 장인’들의 울분

陶工 등 전통공예인들이 한국을 떠나려는 까닭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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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외돼 있지만 항의하면 배제되는 현실
⊙ ‘잣대’와 ‘저울’ 없는 전통공예 정책
⊙ 비판 전통공예단체 배제하고 진행된 공예행사
⊙ 청와대 청원하고 벌어진 보복성 조치들
⊙ 전통 없으면 나라도 없는데 소외되는 전통공예
2016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 작품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경기도 김포 부품소재 기업을 방문해 “임진왜란 때 일본이 가장 탐을 냈던 것도 우리의 도예가, 그리고 도공(陶工)들이었다”며 “우리가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수출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본 정부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8월 말 한국공예예술가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칠용(73) 협회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요즈음 도공은 자기 발로 한국을 떠난다”며 전통공예(工藝)의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임진왜란 때는 무력(武力)이지만 지금은 ‘돈’으로 데려간다”며 “일본 등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문화규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도자기를 우리 흙으로 못 만들고 있어요. 산림법 등으로 산에서 흙을 파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죠. 공예 재료 상당수가 수입되고 있어요. ‘기업규제’만 이야기하는데, 전통문화 발전을 가로막는 문화규제의 폐단도 만만치 않아요.”
 
  규제 때문에 기업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에 못지않게 문화규제는 전통공예 장인들에게 족쇄(足鎖)가 되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전통이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잣대’와 ‘저울’을 보여달라
 
  납득이 되어야 수긍할 수 있다. 이런 농담이 있다.
 
  “문화재청 비밀금고에 잣대와 저울이 있는데 그것 좀 보여주세요.”
 
  국가무형문화재 선정은 전통공예인 입장에서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그 기준은 알 수 없다.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이유다. 나아가 공예의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방짜유기는 6~7명이 있어야 제작할 수 있는데, 단 한 명만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되는 불합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한 경우도 있다. 현재 장도(粧刀)를 만드는 장도장이 있고, 장도자루를 낙죽(烙竹)해 만드는 낙죽장도장도 무형문화재로 선정돼 있다. 그러나 환도(環刀)대검장은 지정하지 않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쓰던 진짜 검을 만드는 장인은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해당 장인들 입장에서는 불합리할 수밖에 없다.
 
  이상하면 문제를 제기하고,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이에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상하긴 한데, 적당한 해명이 나오지 않으면 항의하게 된다. 특히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항의는 커진다.
 
 
  청와대 청원했다고 보복?
 
2019년 7월 국가무형문화재 공개행사 모습. 국가무형문화재 제103호 완초장 보유자 이상재 장인. 사진=뉴시스
  최근에 전통공예계의 불만이 터지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5월 1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산하 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19 공예주간’(Craft Week 2019, 5월 17〜26일)에 국내 주요 공예단체들이 의도적으로 배제(排除)되는 일이 발생했다.
 
  문체부는 지난해부터 공예주간을 실시하고 있다. 전통·현대 공예 활성화가 목표다. ‘2018 공예주간’에는 서울 및 수도권 일대 158개소에서 20만명이 행사에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는 예산이 지난해 4억3000만원에서 10억3000만원으로 대폭 증액하고, 지역도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됐다.
 
  행사 규모는 커졌지만 정작 우리 전통공예의 8개 주요 단체가 빠진 가운데 진행됐다. 마땅히 초대되어야 할 행사 주인공이 빠진 것이다.
 
  행사에서 제외된 공예단체는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한국지역산업문화협회, 대한민국전통기능전승자회, 한국매듭공예연합회, 세계알예술가협회,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한국예원문화협회, 한국전통민속공예협회 등이다.
 
  공교롭게도 이 단체들은 지난 2월 청와대에 제출된 국민청원서에 이름을 올린 단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청원서 제출을 주도한 이칠용 회장은 “지난 2월 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청원서를 청와대에 올린 8개 단체가 이번 행사에서 철저히 배제됐다”고 주장한다.
 
  청원서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마치 점령군처럼 군림하고 있는 경제연구원 출신 원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하며… 비전공자이자 타 분야 연구원 출신이 어떻게 공예계를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더 이상 공예문화를 위한 기관이 아니다. 그들만의 울타리 안에서 공예를 위한 일말의 열정조차 없이 편안한 삶을 누리는 조직이 되었으며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편이 국가와 공예 분야를 위하는 차원에서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공예주간 행사에서 배제된 단체 회장들이 서명했다.
 
 
  ‘간첩보다 나쁜 놈’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 사진=뉴시스
  이번 사태는 평소 전통공예계에 쌓여온 불만과 관련이 있다. 사실 오랜 기간 전통공예계의 어려움을 호소해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전통공예계의 어려움을 정부에 이야기하는 악역(惡役)을 맡았던 인물이 이칠용 회장이다. 그 결과 이런 말까지 돌았다고 한다.
 
  “이칠용은 간첩보다 나쁜 놈이다.”
 
  이 회장은 1995년부터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실사나 심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왕따’를 당해온 것이다. 어찌해서 이렇게 되었을까.
 
  ― ‘간첩보다 나쁜 놈’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도권 움직임에 사사건건 반발하기 때문이죠.”
 
  ― 역대 정부에서 싫은 소리 한 사례를 이야기해달라.
 
  “예술원에 전통공예 장인이 한 명도 없다고 문제 삼았는데,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안 된다고 해서 억장이 무너져서 항의했어요.”
 
  ― 현 정부에는 왜 미운털이 박혔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 간부가 조직의 문제점을 고발하겠다고 저를 찾아왔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원로로서, 그 단체의 전직 이사로서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요.”
 
  ― 그 결과 어떻게 되었나.
 
  “아예 상대를 해주지 않더라고요. 최근에는 명예훼손이라며 고소까지 들어왔어요.”
 
  ― 굳이 싫은 소리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언가.
 
  “공무원들은 ‘당신 필요한 것이나 부탁하면 되지, 왜 쓸데없는 것을 문제 삼느냐’고 이야기합니다. 관청에는 쓸모없을지 몰라도, 우리 공예업계에는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현장 장인들의 목소리
 
한·폴란드 수교 30주년 기념 ‘2019 한국무형문화재주간’ 매듭장 시연 모습. 사진=뉴시스
  이 회장은 전통공예계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문화재 장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 이들이 왜 이토록 힘들어하는지 알 수 있다. 어려움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장인들의 현실을 이해해야 그 이후의 상황이 정리된다. 주요 장인들의 목소리는 이렇다.
 
  장○○ 장인(83·옥장)의 경우 중국에도 초대될 정도로 유명한 옥(玉) 장인이다. 그는 “중국에서 좋은 조건으로 와줄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 해외에서 제의가 오나.
 
  “기술을 전수해달라며 일본, 중국 등에서 제의가 온다. 이 나이에 가면 뭐하나 싶고, 내 밑에서 수련 중인 아들이 말려서 가지 않았다. 배고프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어려움은 무엇인가.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최저임금제도 부담이다. 가르친다는 의미도 있는데, 180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돼 부담스럽다. 인간문화재라지만 건강보험도 되지 않는다.”
 
  ― 옥은 어떻게 구하나.
 
  “중국에서 사와야 한다. 우리도 옥이 나오는데, 거의 전량을 중국에 수출하는 형편이다. 전량 수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안다. 중국은 자원을 아끼려고 생산을 조정하고 있다.”
 
  김○○(악기장) 장인은 편경, 편종 등 전통 악기를 만드는 장인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제례악을 연주하는 악기를 만들고 있다”며 “조선시대에는 어명에 의해 만들던 악기다”고 했다. 미국·중국 해외 대학에서 장 장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정부의 지원은.
 
  “국립국악원 등 단체에서 구입한다. 국악과에서도 가르치는 곳이 있어서 구입한다. 기능보유자는 전승 지원비가 나오는데, 130만원 정도다. 이것으로는 이동하는 경비도 안 된다. 재료 하나 사는 데도 몇천만원이 든다.”
 
  ― 해외의 반응은.
 
  “천상의 소리로 알고, 매료된다.”
 
  ― 중국 작품이 더 우수하지 않나.
 
  “우리처럼 아담하면서 소박한 맛이 없다. 중국 것은 허전하다. 세종께서 처음부터 우리에게 맞게 제작한 것이다.”
 
 
  전통이 없으면 나라도 없어
 
  이○○(화각·華角) 장인은 “문화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고 말한다. “전통예술은 보존하는 것이다”며 “시장성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화각은 쇠뿔을 이용한 우리나라 고유의 각질 공예다.
 
  ― 공예인 양성은.
 
  “보유자(무형문화재) 밑에 조교, 이수자, 전수 장학생 등이 있다. 전통공예는 밑에서 제자가 계속 양성되어야 한다.”
 
  ― 전통은 무엇인가.
 
  “전통 공예와 예술은 옛날 것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가 없어지면 뿌리가 없고 역사도 없는 것이다. 역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보존하는 사람이 살아있는 한 역사는 계속된다.”
 
  김○○(도자기) 장인은 도자기를 만든다. 도자기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특정 분야만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 도자기를 만드는 흙은 어떻게 구하나.
 
  “재산권이 있어서 함부로 파낼 수 없다. 양질의 백토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 도자기 종류가 다양한데, 무형문화재는 몇 명인가.
 
  “한 분야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다. 백자, 청자, 옹기 등 종류가 많은데도 한 분뿐이다. 일단 한 분이 선정되면, 그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다른 사람은) 선정이 어렵다.”
 
  ― 국가무형문화재에게 배우고 싶지 않나.
 
  “그 경우 아들, 조카 등이 잇는 경우가 많다.”
 
  실력을 인정받아 국가무형문화재 반열에 오른 장인도 어렵다고 하는데, 일반 전수자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생활은 유지되어야 한다. 전통공예 장인들 입장에서 어려운 현실을 꾸준히 문제 제기하는데 좋아지는 것은 없고, 오히려 현대 작품에 비해 전통예술이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대’에 소외된 ‘전통’
 
  최근의 갈등 상황은 이러한 소외 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이 회장은 청와대 청원 이후,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편지를 따로 보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믿을 만한 인사를 통해 해당 편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 편지를 보면 전통공예계의 쌓여온 불만이 무엇인지 이해가 된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공예주간 행사 관련 한마디로 너무 어이가 없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2018년 제1회 공예주간 행사 때 예산이 4억8000만원이었는데 2019년 10억4000만원으로 껑충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부실 투성이였으며 거의 현대공예로 기운 편파적 행사였습니다. 공예주간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현대공예104인전’을 보면 참여교수가 79명인데 그중 ○대, ○대대학원 출신이 31명이었습니다. ‘현대’ 쪽이 104명이면, ‘전통’ 쪽으로도 104명 또는 반이라도 참여를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회장은 “편지를 보낸 후 답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 나아진 것이 없다는 불만을 전통공예 장인들은 갖고 있다. 전통공예가 현대공예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읽을 수 있다. 이 회장은 “전통을 잃어버리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느냐”고 반문한다. 이대로 가다간 전통공예가 회복 불가능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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