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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의 교통법 why?

약을 안 먹은 病者가 운전대 잡는 것은 음주운전만큼 무섭다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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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1일 부산 해운대 참사 운전자, 당뇨와 뇌전증 앓아
⊙ 사고 당일에만 평소 복용하던 약 안 먹은 것으로 드러나
⊙ 스스로 심신상실 상태에 빠졌다면 엄중한 처벌 내려야

한문철
196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TBS 〈교통시대〉 교통사고 법률상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앵커. 현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교통사고 현장대처부터 소송절차 마무리까지》
《(만화)굿바이 음주운전》 출간
지난 7월 31일 부산 해운대에서 뇌전증 확진자가 교통사고를 내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지난 7월 17일 오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7월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끔찍한 사고가 또 일어났다. 김모씨가 몰던 승용차가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5명을 치고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차량 6대와 잇따라 충돌해 해운대로 피서 온 모자와 중학생 등 3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쳤다.
 
  운전자 김모씨는 “전혀 기억을 못한다. 깨어보니 병원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평소 뇌전증 약을 복용했는데 그날은 약을 먹지 않고 운전한 것으로 밝혀져 초기에는 뇌전증으로 인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의 사고 쪽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며칠 후 그 사고가 나기 500m 전 엑센트 승용차를 추돌한 후 멈추지 않은 채 차로 변경까지 해가면서 진행한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현재 경찰은 뇌전증 증세에서의 사고가 아닌 뺑소니 중 2차 사고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뺑소니치던 중 사고로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늦은 밤 음주운전 중 사고이거나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의 사고였다면 도망갈 수 있다고도 하겠지만 음주나 마약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대낮에 차들도 많고 보는 눈이 많아 쉽게 잡힐 상황에서 큰 사고가 아닌데 왜 도망갔는지 의문이다.
 
  무면허나 수배 중도 아니고 단순 추돌사고이기에 차에서 내려 “죄송합니다. 보험처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끝날 사고인데 왜 도망갔을까? 문제의 차량은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기에 보험처리로 끝났을 것이며 이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금고 2년 정도 선고될 듯
 
  추돌사고를 내고 순간적으로 당황해 벌인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 김모씨는 해운대 지리를 잘 알아 1차 접촉사고 후 처음 만나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도망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두 대의 버스가 달리는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신호위반해 빠져나간 후 시속 120km의 속도로 횡단보도를 지났다.
 
  그는 또한 좌우로 차들이 달리는 교차로로 돌진할 경우 다른 차와 충돌해 본인도 사망할 수 있는데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뒤 광란의 질주를 해서 대형사고를 냈다. 이것은 참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일 뿐 아니라 뺑소니 중에 일으킨 2차 사고로 보기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김모씨의 주장과 같이 사고 당시가 기억나지 않는, 즉 뇌전증 증상에서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사고 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차 접촉사고 후 핸들을 조작하며 차로변경과 교차로 통과 등의 정황을 보면 정신을 잃은 게 아니고 정상적으로 운전이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긴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의사들은 다양한 뇌전증 증상 가운데 본인은 기억 못하는 몽롱한 상태에서의 일련의 사고(접촉사고 전부터 또는 접촉사고 이후부터 횡단보도 돌진 사고까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기도 한다. 운전자 김씨 주장대로 사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즉 뇌전증으로 인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의 사고로 결론난다면 김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떻게 될까?
 
  3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친 이번 사고는 과속, 신호위반, 횡단보도 사고이기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해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피해자들과 유족들로서는 ‘묻지 마 살인’의 희생자나 다를 바 없어 다른 교통사고에 비해 더 무거운 처벌이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일부러 일으킨 사고가 아니고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반성하고 형사합의가 되었다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봉평터널 사고와 이번 해운대 사고는 피해자들이 날벼락 맞았다는 심각성을 고려해 1심에서는 금고 2년 전후의 실형을 생각해 볼 수 있고, 항소심에서는 형사합의를 전제로 집행유예를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김모씨가 뇌전증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심신상실 상태에서 사고 낸 것으로 결론난다면 김모씨를 현실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심신상실 상태에서의 사고라면 본인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책임능력이 없어 형사처벌할 수 없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시내버스 운전자가 라디오로 올림픽 축구 중계를 듣다가 한국과 브라질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3분의 인저리 타임의 끝 부분에 우리 선수의 극적인 결승골 소식을 듣고 너무 흥분해 심장마비로 핸들 위로 쓰러져 교통 사망사고를 냈다면 심신상실 상태, 즉 심신장애에 빠진 상태에서의 사고이기에 처벌할 수 없다.
 
  그렇다면 김모씨도 뇌전증으로 인해 정신을 잃어 사고 낸 것으로 인정되면 심신장애 상태였기에 처벌하지 못할까? 3명이나 사망하고 20여 명이나 다쳤는데 정신 잃은 상태에서의 사고라는 이유로 처벌 못한다면 그 유족들의 억울함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도저히 이해 못할 것이다.
 
 
  자기 몸 관리 못한 책임져야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적성검사를 받는 사람들. 운전면허 시험 시 정신질환 여부를 직권으로 검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사진=조선일보
  여기서 중요한 건 김씨가 작년 11월부터 날마다 두 번씩 뇌전증 약을 복용해 왔고, 하루라도 약을 거르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사고 당일에는 약을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뇌전증 약을 날마다 먹어야 하는 사람이 약을 안 먹고 핸들을 잡았다는 것은 사고 낼 위험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운전한 것이다. 술 마시고 운전하면 사고 낼 수 있고, 사고로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음주운전을 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것과 실질적으로는 다를 바 없다.
 
  사고 위험성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 몸을 잘 관리해서 위험하지 않게 해야 한다. 당뇨가 심한 사람은 평소에 혈당 조절을 잘 해야 하고, 뇌전증이 있는 사람은 예방약을 정기적으로 먹어야 한다. 그러지 못해 혼수상태나 정신을 잃어 사고 냈다면 그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 몸 관리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평소에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처음으로 순간적인 혼수상태에 빠졌다면 책임 능력이 없어 처벌을 못하지만 (하지만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의 형사처벌만 면할 뿐이고 피해자들은 가해차량의 보험사로부터 100%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날마다 뇌전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사람이 약을 안 먹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정신을 잃게 한 거나 마찬가지다.
 
  자기 스스로 심신상실 상태에 빠지게 하여 결국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기에 약을 안 먹고 운전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가리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고에 대해 김모씨는 뇌전증 증세하에서 정신을 잃어 사고 냈다고 하더라도 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0여 명을 다치게 한 점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 환자를 수술했지만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의 사망자는 한 명이다. 하지만 운전자는 생사람 여러 명을 죽게 할 수 있다. 운전은 컨디션 좋을 때 해야 한다. 피곤할 때 운전하면 졸음운전으로 봉평터널 사고처럼 될 수 있고, 평소 몸이 안 좋은 사람이 자기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해운대 사고처럼 될 수 있다. 술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하듯이 거꾸로 몸이 심각하게 안 좋은 사람은 약을 안 먹으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
 
  부산 해운대 사고의 원인이 접촉사고 후 뺑소니치던 중 2차 사고인지, 아니면 김모씨의 주장대로 전혀 기억 못하는 상태에서의 사고였는지 최종적으로는 법원에서 판단될 것이다. 무모하게 뺑소니치던 중의 사고였다면 당연히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고 뺑소니 중 2차 사고가 아니라 뇌전증으로 인한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의 사고라 해도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해당되어 처벌받아야 한다.
 
  이번 사고 후 초기 언론 보도는 뇌전증 환자가 운전한다는 자체가 위험하다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의 대부분은 약을 잘 먹고 관리만 잘하면 운전은 물론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한다. 이번 사고를 통해 힘겹게 생활하는 뇌전증 환자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속히 뇌전증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약이 개발되어 모든 뇌전증 환자가 완치될 수 있는 그날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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