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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의 교통법 why?

‘음주운전’보다 더 큰 처벌 받을 수도 있어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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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운전 혐의 무죄 받아도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로 더 문제
⊙ 상징적 판결, 일벌백계의 판결 나와야

한문철
196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TBS 〈교통시대〉 교통사고 법률상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앵커. 현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교통사고 현장대처부터 소송절차 마무리까지》
《(만화)굿바이 음주운전》 출간
  개그맨 이창명씨에 대해 경찰이 조사한 바는 이렇다. 이창명씨를 포함한 6명의 저녁식사 자리에 41도짜리 ‘화요’ 여섯 병과 생맥주 아홉 잔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들이 식사를 한 일식집 CCTV를 통해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술을 6명이 나눠 마신 것으로 보고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개그맨 이씨가 혈중 알코올 농도 0.16%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추정, 그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창명씨는 술을 못 마신다고 주장했지만 그에게 불리한 정황증거가 나왔다. 첫째 대리운전사를 불렀다가 취소했고, 둘째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내기 직전 우회전하면서 중앙선을 넘었다가 되돌아왔으며, 셋째 횡단보도에 보행자신호가 들어왔는데도 신호를 위반하며 차를 몬 것이다.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 가능성 커
 
  이창명씨는 음주운전 외에도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과속 등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난폭운전죄’에 해당한다. 이씨는 사건 당시 신호기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도 받고 있다. 법규상 난폭운전죄는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문제는 개그맨 이창명씨에 대한 음주운전 혐의는 법원에서 무죄 선고될 가능성 매우 높다는 점이다. 경찰은 41도짜리 화요 6병과 생맥주 9잔이 들어간 것을 여섯 명이 나눠 마셨다고 간주하고 이씨가 그 술의 1/6을 마신 것을 전제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0.16%의 음주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술을 안 마셨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명이 술을 마실 때 각각 소주병 하나씩을 들고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사람은 더 마시고 어떤 사람은 덜 마시는 게 상례다. 만일 이씨가 “나는 술을 잘 못하기에 술잔을 받아 두기만 했다”, “술을 조금씩만 받아 입에 대는 시늉만 했다”, “술을 입에 물었다가 물 마시는 척하면서 다 쏟아 냈다”는 식으로 둘러댄다면 경찰로서는 별 도리가 없다.
 
  설령 41도짜리 소주 500mL를 마신 게 증명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음주 0.16%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증거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술을 급하게 마셨는지 천천히 마셨는지, 안주를 먹으며 마셨는지 빈속에 마셨는지, 그날 컨디션이 어떠했는지, 운전대를 잡았을 때 알코올 수치 상승기인지 하강기인지에 따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일어날 땐 멀쩡하다가도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쓰러져 집에 도착해서는 누군가가 부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알코올 상승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또한 음주 후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흔들다 보면 술이 깨기도 한다. 이렇게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사고 당시의 알코올 농도가 달라질 수 있기에 유죄의 증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위드마크 공식이 증거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음주운전 사고로 당사자가 다쳐 병원에 실려 가 수술을 받고 몇 시간 후에 호흡 혹은 채혈을 할 때 혈중 알코올 수치가 나와야 한다. 가령 0.04%가 나왔다고 치고 3시간이 지났으면 1시간에 0.008%씩 낮아짐을 역산해서 사고 당시엔 0.04+(0.008×3)=0.064%로 추정한다. 술을 마신 후 90분 지난 후에 사고가 났다면 이 같은 수치를 음주운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대략 30~90분으로 추정한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과 이창명의 경우
 
경찰은 개그맨 이창명씨가 혈중 알코올 농도 0.16%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추정, 그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창명씨 사건은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창명씨 사건은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씨는 사고를 낸 후 22시간이 지난 시점에 경찰에 나타나 채혈을 했다. 당연히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는 0이었다. 22시간이 지났으면 술이 다 깨어 알코올 농도가 측정되지 않을 수 있다. 흔히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10시간 정도 지나면 다 깨고 41도짜리 술을 마신 경우라도 20시간 이상 지났으면 술이 거의 깬다.
 
  위드마크 공식이 인정되려면 음주운전 후 측정 시까지 다른 행위가 개입되지 않았어야 하고 채혈 결과 알코올 수치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시간당 0.008%씩 역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알코올 수치가 안 나왔을 때는 크림빵 사건처럼, 법원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그런데 음주운전이 뻔해 보이는데도 증거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된다면 국민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아하~ 술 마시고 도망가면 되는구나’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
 
  현재 경찰은 이씨 사건을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에게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법원은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까. 앞서 언급한 대로 이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경찰의 수사는 물거품이 되고 마는 걸까.
 
  필자의 견해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경찰에게 박수를 쳐야 할 일이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경찰의 수사를 통해 해당 개그맨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추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음주운전이 아니었다면 사고를 내고 도망갈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신호기가 망가진 것은 보험처리를 하면 된다.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씨는 도망을 갔다.
 
  그가 탄 차는 비싼 외제차였다. 그리고 사건 직후 반파됐다고 한다. 이씨는 사고 직후 차를 현장에 버려두고 갔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정황이 여럿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음주운전을 숨기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음주운전은 무죄 선고될 가능성 매우 크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음주운전은 무죄지만 중요한 게 남아 있다.
 
 
  도로교통법 148조 위반
 
  신호기를 들이받아 차가 반파되었으면 즉시 현장에서 사고수습을 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가 너무 많이 망가져 안 움직이면 경찰에 신고하고 견인차를 부르고 뒤에서 오는 차들에 수신호를 해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차를 그냥 버려두고 떠나면 뒤에서 오는 차가 부딪칠 수 있고 지나가는 차들이 구경하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도로교통법은 사고가 나면 현장을 정리해 교통상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정하고 있다. 만일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면 즉시 구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구호조치 없이 도망가면 특가법 위반으로 무겁게 처벌받는다.
 
  사람이 다치지 않고 자신의 차만 망가진 경우라 해도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조치 없이 차량을 도로에 놔둔 채 현장을 떠났으면 도로교통법 148조 위반(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을 받는다.
 
  이번 사건에서 개그맨은 음주운전(0.16%)과 사고 후 미조치로 검찰에 넘겨지고 다시 법원으로 넘겨질 것이다. 법원에서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사고 후 미조치는 확실한 유죄다.
 
  여기서 음주운전죄와 사고 후 미조치죄의 형량을 살펴보자. 음주운전은 6월~1년의 징역형 또는 벌금 300만~500만원이다. 현장에서 사고수습하다가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음주측정 결과가 0.16%였다면 벌금 300만~400만원 정도로 끝날 사건이었다.
 
  그런데 사고 후 미조치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다. 징역형을 선택하든지 벌금형을 선택하든지 둘 중에 하나이고 징역형을 선택하면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물론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도 있다. 사고 후 미조치의 처벌 형량은 보통 벌금 200만~3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음주운전을 숨기기 위해 도주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음주운전으로는 처벌 못하더라도 괘씸죄를 적용해 얼마든지 (법원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음주운전은 빠져나갔지만 괘씸죄를 적용해 사고 후 미조치로 무겁게 처벌되는 걸 법원이 보여줘야 ‘음주를 했더라도 도망가면 절대 안 되는구나’라는 걸 국민이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상징적 판결, 일벌백계의 판결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음주운전으로는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사고 후 미조치만으로도(물론 음주운전했을 가능성을 고려한) 무거운 처벌이 따른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음주운전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법원이 의지만 있다면 이번 사건을 통해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 ‘사고 내고 도망가도 절대 안 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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