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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동국대 ‘신정아 손해배상 소송’ 敗訴는 美 텃세 때문인가?

미국 소송 서류 분석으로 드러난 실체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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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식’으로 허무하게 기각당한 동국대 손해배상 청구
⊙ 동국대, 미국 소송 敗訴로 예일대 소송비까지 물어줘야
⊙ 예일대, “총장이 직접 사과, 명예훼손 성립 안 돼”
⊙ 미국, 公人 명예훼손에 관대
⊙ 동국대는 ‘명예회복’, 예일대는 ‘비용’에 관심
⊙ 美 소송 최후의 승자는 ‘변호사’?
2011년 3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신정아씨가 ‘신정아 자전 에세이 4001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07년 예일대 학력위조 및 변양균 당시 대통령정책실장과의 스캔들(Scandal)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씨는 지난 5월 경기 부천시 석왕사에서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 전시회 큐레이터(Curator)로 재기(再起)했다.
 
  신정아씨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자, 서서히 잊혀가던 2007년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동국대, 예일대 소송 敗訴
 
  동국대학교에 2007년 신정아 사건은 잊어버리고 싶은 악몽(惡夢)이다.
 
  최근 기자를 만난 신정아 사건 당시 학교 측 관계자는 “2007년 신정아 사건으로 학교는 만신창이가 됐다”며 “도둑질한 사람을 탓해야지 사기당한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하니 너무 억울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동국대는 정치적으로 희생된 것이죠. 2007년 신정아 사건 당시 총장은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장관을 지내고 충남도지사 선거에 차출되었죠.
 
  공교롭게도 신정아 추문의 당사자인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고려대 동문이었어요. 그러니 신정아 동국대 교수 임용에 오 총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생긴 것이죠. 사실 신정아 교수 임용은 전임 총장 시절에 결정된 것으로, 오 총장하고는 관련이 없었어요. 그럼에도 오 총장이 관여한 것처럼 보도됐어요. 당시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저희는 억울함을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갑자기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어요. 오 총장 집에서 기다리던 기자들도 사라졌죠. 갑자기 관심이 끊어지니, 어디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었어요.”
 
  기자는 신정아 사건 당시 동국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상처가 크다”며 손사래를 쳤다. 확실히 신정아 트라우마(Trauma)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 8년이 지났다. 그러나 동국대에 큰 상처를 남긴 신정아 사건은 아직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3월 동국대가 예일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소장(訴狀).
  최근 들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신정아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원발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작년 12월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 나온 “동국대가 미국 예일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해 예일대에 소송비까지 물어주게 생겼다”는 소식은 서서히 기억에서 사라져가던 신정아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2014년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0부(안승호 부장판사)는 예일대가 “미국 법원 판결에 따른 소송비용을 지급하라”며 동국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예일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예일대가 청구한 금액은 29만7000달러(약 3억3000만원)였다.
 
  2005년 신정아씨가 예일대 박사학위 등을 가지고 있다고 동국대 교수임용을 신청했는데, 동국대는 예일대로부터 박사학위에 문제가 없다는 답신을 받고 신씨를 미술사학과 조교수로 채용했다.
 
  예일대는 2007년 가짜 학위로 파문이 일자, 동국대로부터 학력 확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다가, 그해 말에 되어서야 행정 착오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동국대는 미국 법원에 예일대의 행정 착오로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었다며, 5000만 달러(약 55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미국 코네티컷(Connecticut)주(州) 지방법원과 항소심을 맡은 제2순회 항소법원은 이러한 동국대의 주장을 이유 없다고 기각(棄却)하고, 오히려 예일대의 소송비용까지 동국대에 부담시켰다. 예일대는 2013년 8월 미국 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국 법원에 집행판결 소송을 냈다.
 
  그 결과 소송에 진 것도 억울한데, 상대 측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주게 된 것이다.
 
 
  동국대에 대한 동정여론 일어
 
  돈의 액수를 떠나 억울함을 호소하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는데 보상은커녕, 예일대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주게 된 동국대의 상황은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동정여론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인터넷 기사에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예일대도 거품이었네 진짜 명문은 아닌 듯 아무리 자국 학교 유리한 판결도 정도가 있지 본교 졸업생이라고 확인해 준 게 단순히 행정 착오였다고? 고의적이 아니라면 아무 잘못이 없나? 우리나라 만만하게 보고 또 저러네.
 
  손해배상을 받아 내기는커녕, 예일대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주게 되자 동국대 내부에서 책임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1일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취임식을 가진 제18대 한태식(보광 스님) 총장은 해당 건에 대한 조사를 총장 후보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내부에서는 조만간 예일대 소송에 대한 진상조사단이 꾸려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소송 패소 이유에 쏠리는 관심
 
  예일대가 허위 증명서를 보냈고, 사실이 밝혀진 이후 동국대 측에 사과했다는 사실은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 이후 동국대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도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2012년 6월 미국 코네티컷주 연방법원이 동국대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동국대의 주장에 대해 “이유 없다”면서 소송을 기각했고, 2013년 8월 항소법원 역시 예일대의 손을 들어준 사실은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후였고, 동국대 입장에서는 패소한 사실을 굳이 알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법원이 ‘예일대의 손을 들어준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막연히 ‘미국 법원이 예일대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동국대 vs. 예일대 ‘신정아 소송’ 경과

 
  2005년 동국대는 미술학부 확장을 결정하며, 특별채용 방식으로 신규 교수를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그해 8월 신정아씨는 자신의 경력과 학력 증명서를 동국대에 제출했다. 핵심은 ‘2005년 5월 예일대 미술사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증명서 하단에는 예일대 대학원 파멜라 슈마이스터 부원장의 서명이 있었다. 동국대 교원인사위원회는 그해 8월 신씨를 미술사학과 조교수로 임용하는 데 동의했다. 결국 9월 1일 신씨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식 채용됐다.
 
 
  예일대 팩스로 학위 확인
 
  채용 직후 동국대는 ‘신씨의 학위가 의심스럽다’는 제보를 받았다. 의혹이 생기자, 9월 6일 동국대는 신씨가 제출한 학위증명서를 등기우편으로 예일대에 발송, ‘학위 확인’을 요청했다. 회신은 9월 22일 팩스로 도착했다. 학력증명서에 서명한 슈마이스터 부원장이 신씨의 박사학위 및 학위증명서에 기재된 서명이 본인 것이 맞다는 내용으로 총 3장이었다. 동국대는 팩스를 근거로 검증이 완료됐다고 판단했다.
 
  2007년 6월 동국대는 학내 교수로부터 “신씨 박사학위 논문은 표절된 것”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동국대는 예일대 도서관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박사학위 논문 보유 여부를 문의했다. 예일대 담당자는 “논문 기록이 없으니, 미술사학과에 재확인하라”고 답변했다. 곧 동국대는 예일대 미술사학과에 문의했는데, 담당자는 이메일로 신씨의 학위 수여 기록이 없다고 답변했다.
 
  바로 이즈음 국내 언론에서 신씨 박사학위와 논문에 대한 의혹 보도가 시작됐다. 동국대는 7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씨 채용은 예일대로부터 학위 검증을 받은 후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국대는 7월 6일 예일대 총장에게 2005년 9월 팩스의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편지를 발송했다.
 
 
  예일대의 발뺌
 
  예일대의 답변은 즉시 동국대에 도착했다. 7월 10일 예일대 부총장 법무실장 명의로 된 편지에서 예일대는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 기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2005년 9월 팩스는 가짜”라며 “동국대가 예일대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확인서와 팩스 표지는 예일대 양식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즈음 예일대는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동국대의 학력조회 공문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조선일보》는 예일대 대외협력처 길라 라인스틴 부국장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동국대에서 학력조회 공문을 우편으로 보냈다고 해서, 최근 확인해 본 결과 우리(예일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는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는 학생들의 학위 수여 여부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만약 그 편지를 받았다면 절차에 따라 답장을 했을 것이다. (예일대가 보냈다는 팩스와 관련해) 팩스 서류 양식도 예일대가 평소 사용하는 양식과 다르다.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
 
 
  예일대, ‘법적조치 賊反荷杖’ 주장
 
  예일대 측이 적극적으로 언론에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동국대가 받았다는 팩스가 ‘한국 내에서 위조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국대는 예일대에 2005년 9월 팩스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가 예일대 팩스 번호가 맞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예일대는 “예일대 팩스 번호는 맞지만 그마저 위조가 가능하니 조사 후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 그 이후 예일대 측의 답변은 없었다. 오히려 한국 언론사에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예일대이며, 그에 따른 법적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8월 서울 서부지검은 신씨 학위 수여 진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동국대 역시 반격을 준비했다. 우선 2005년 우편물 수령 사실을 부인하는 예일대에 반박하기 위해 ‘증거수집’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국내 우체국 등기추적 자료는 유효기간 1년이 지나 폐기된 상태였다. 다행히 미국 우편 서비스는 자료를 2년 보관하도록 되어 있어, 자료 입수에 성공했다. 자료 확인 결과 등기 수령인은 ‘YCM의 M.Moore’였다. 동국대는 즉시 해당 사실을 예일대에 알렸다.
 
  처음에 예일대는 “M.Moore라는 직원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동국대는 예일대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YCM은 ‘Yale Central Mailroom’의 약자이며, 실제 마이클 무어라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국대는 예일대에 해당 우편물에 붙였던 라벨 사본을 발송하고, 확인을 요청했다.
 
  예일대는 동국대에 답변하지 않고, 공식성명을 통해 “신씨 주장을 뒷받침하는 모든 자료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시작되자, 총장 사과 편지 보내
 
  10월 11일 검찰은 신정아씨를 학위 위조 및 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했다. 11월 검찰은 예일대에 신씨 관련 협조를 요청하고, 소환장을 발부했다. 11월 29일 예일대는 돌연 동국대에 “동국대가 예일대로부터 받은 팩스는 위조가 아닌 진짜였으며, 파멜라 슈마이스터 부원장이 바쁜 업무로(in the rush of business) 인해 잘못된 확인 팩스를 발송하게 됐다”는 메일을 보냈다. 예일대는 그해 12월 공식사과를 했고, 2008년 1월 총장 명의의 사과 서한을 통해 잘못을 거듭 인정했다. 결국 2008년 3월 신정아 사건은 동국대와 예일대 간의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미국 텃세 때문인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체로 ‘미국의 텃세에 동국대가 당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일대가 허위 공문을 보냈고, 그에 따른 사과까지 했는데 예일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미국 법원 판결에 동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예일대는 미국 대통령을 줄줄이 배출한 최고 명문이고, 법학 분야에서 미국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학이다. 즉 한국의 서울법대와 비슷한 명성이다. 사실 이런 이유에서 소송 시작부터, 동국대가 예일대의 소재지인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 ‘다윗과 골리앗 싸움’ 등의 비유가 있었다.
 
  과연 동국대는 미국 텃세 때문에 재판에 진 것일까. 나아가 미국 법원이 예일대의 손을 들어준 근거 혹은 법리(法理)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막연히 미국 법원이 ‘예일대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기자는 동국대의 소장(訴狀), 미국 코네티컷주 지방법원·항소심을 맡은 제2순회 항소법원 판결문, 예일대 측의 재심신청서 등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재판 관련 서류를 입수했다.
 
  기자는 입수한 서류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20여 년 동안 변호사를 하며 관련 사건을 다뤄온 메리 리(Mary Lee) 미국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 그는 “이번 소송의 승자(勝者)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다.
 
  “누가 이득을 얻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결국 변호사입니다. 미국 변호사는 성과급(成果給)을 받지 않아요. 시간당 비용을 받습니다. 동국대, 예일대 양측이 각각 최소 100만 달러는 썼을 거예요. 예일대 역시 절반의 성공에 불과한 것이죠. 예일대가 한국에서 받게 된 3억3000만원에 변호사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이렇듯 뚜렷한 승자가 없는 동국대-예일대 소송의 전말을 추적했다.
 
 
  약식재판으로 끝난 소송
 
2007년 10월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신정아씨가 서울 서부지검에서 호송차에 올라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2년 6월 미국 코네티컷주 연방법원은 예일대의 약식(略式)재판 요청(Motion for summary judgment)을 받아들여, 배심원 재판을 생략하고 판사가 직접 동국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약식재판으로 동국대의 주장을 모두 기각시켜 달라는 예일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2008년 3월 동국대는 예일대를 상대로 5000만 달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흔히 미국 재판은 배심원 재판(Jury trial)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동국대의 민사소송은 배심원 재판 없이 판사에 의해 약식으로 마무리됐다. 이유는 무엇인가. 메리 리 변호사에게 문의했다.
 
  —약식재판이란 무엇인가요.
 
  “쌍방(원고·피고)이 주장하는 팩트(Fact)에 분쟁이 없을 때, 분쟁이 없는 사실에 어떤 법을 적용하느냐만 남아 있을 때 판사에게 직접 재판해 달라고 청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원이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여 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만 하면 된다고 결정하면, 곧바로 (배심원 재판을 거치지 않고) 판결합니다. 굳이 배심원 재판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어떤 경우에 약식재판을 하게 되나요.
 
  “우선 원고, 피고 양측이 합의하면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원고, 피고 가운데 한쪽이 판사에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사건에서 법률 적용 문제만 남았으니, 굳이 배심원 재판까지 가지 말고 판사가 직접 재판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죠. 이러한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법원은 배심원 재판으로 넘기지 않고 직접 판결합니다.”
 
  —예일대가 약식재판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 민사소송에서 약식재판 요청은 피고에게 최상의 공격무기입니다. 민사소송에서 거의 모든 피고가 약식재판을 요청합니다. 원고의 주장이 근거가 없으니 굳이 배심원 재판까지 가지 말고, 판사가 직접 판단해 기각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민사소송에서 약식재판으로 가면 기각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약식재판으로 가면, 재판받을 권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닌가요.
 
  “양측이 합의한 경우는 합의했으니까 문제가 없는 것이고, 설령 일방이 약식재판을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법률적 근거를 판결문을 통해 밝힙니다. 한국 재판과 비슷한 것이죠. 이에 불복하면 항소하면 됩니다.”
 
  약식으로 가면 기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에서 동국대 측은 처음부터 소장에서 배심원 재판을 요구(Jury trial demanded)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왜 굳이 배심원 재판에 넘길 필요 없이 직접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했을까. 또 왜 동국대의 모든 주장을 기각했을까.
 
  결과적으로 재판은 예일대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끝났다. 예일대는 어떤 주장을 했으며, 법원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분석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정리했다.
 
 
  [예일 주장 1] 사건의 실체는 명예훼손
 
  예일 소송 초기부터 승리 자신
 
  2009년 10월 예일대는 한국어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동국대학교는 불필요한 소송을 걸었습니다. 교육과 연구에 혼혈(‘심혈’의 오기로 보임)을 기울여야 할 두 학교에 있어서 이 소송은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입니다. 동국대학교는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법정에 넘어간다면 2011년이 되어서야 재판이 시작되며 예일대학교가 모든 소송사항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듯 예일대는 재판 초부터 승리에 대단한 자신감을 보였다. 예일대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핵심 쟁점은 ①예일대가 언론에 거짓 인터뷰를 해서, 동국대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는 ‘명예훼손’과 ②예일대 직원이 허위 팩스를 보내고 신씨 관련 학위 경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 두 가지였다.
 
  예일대의 논리는 이렇다. 예일대는 ‘명예훼손 소송’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국대는 예일대의 ‘과실’로 인해 손해 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즉 동국대의 손해는 신정아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돼 학교 명예가 훼손되어 발생한 것이지, 예일대가 신정아씨 학력을 잘못 알려줘 생긴 손해는 없다는 것이다.
 
  동국대가 소송 초기에 밝힌 5000만 달러 손해배상금 산정(算定) 근거는 대부분 신정아 사건이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알려지면서, 동국대 평판이 크게 훼손돼 발생한 손해이다. 즉 무자격자(無資格者) 신정아씨를 고용해 직접적으로 동국대에 발생한 손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만일 예일대의 실수로 동국대가 무자격자 신정아를 채용해, 신씨로 인해 직접적으로 동국대가 피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을 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없다는 주장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예일대의 잘못된 학위 확인을 믿고 채용한 무자격자 신정아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수업료를 돌려달라고 해서 동국대가 손해를 봤다면 피해 보상을 해주겠지만, 동국대가 주장하는 손해는 변양균 스캔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학교 명예가 손상되어 발생한 피해로 예일대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公人 명예훼손에 관대
 
  예일대는 동국대가 주장하는 손해는 명예훼손으로 발생했으므로, 예일대가 언론 등에 실수로 인터뷰한 ‘명예훼손’ 부분만 법정에서 다루면 된다는 입장이다. 즉 예일대의 실수로 언론에 잘못된 사실이 보도되어 동국대의 명예가 훼손돼 손해가 났으니, 이런 실수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을 수가 있는지만 미국법으로 논의하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예일대가 소송을 ‘명예훼손’으로 끌고 가려 했던 것은, 미국에서 명예훼손으로 피해를 구제받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엄격히 보장하므로 공인(公人)인 동국대의 명예훼손 피해는 엄격한 요건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메리 리 변호사는 “한·미 법의 명예훼손은 큰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때문에, 공인(동국대)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단히 관대하다”고 설명했다.
 
  즉 처음부터 예일대는 동국대 소송이 ‘명예훼손 사건’이며,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엄격히 인정하므로 법원은 공인인 동국대의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한국과 미국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법체계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명예’를 크게 보호하는데 어느 정도의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한국에서 명예훼손은 민사상 손해배상뿐 아니라 형법까지 동원해 강력하게 처벌한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공인(학교 등 법인 포함)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보통 사람의 명예가 훼손됐을 때 피해 액수는, 공인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보통 회사원보다 기업주의 명예가 더 가치가 있다는 식이다. 한국에서는 공인의 명예훼손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크게 다르다. 우선 명예훼손은 철저히 민사 문제이다. 명예훼손으로 감옥에 가는 일은 없다.
 
  미국 수정 헌법에서 보장되는 인간의 3대 자유는, 첫째가 종교의 자유이고, 둘째가 표현·언론·집회의 자유, 셋째가 청원·민원의 자유이다. 미국에서 ‘표현(Speech)의 자유’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헌법에 따라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보면 명예훼손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인의 명예훼손의 경우, 더욱 까다롭게 인정된다.
 
 
  [예일 주장 2] 동국대 명예훼손 입증 불가
 
  예일대는 “동국대의 명예를 훼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일대 주장의 핵심은 “동국대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로 정리될 수 있다.
 
  민사소송은 기본적으로 원고가 억울한 점을 입증해야 한다. 예일대는 왜 동국대가 명예훼손을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미국에서 공인의 명예훼손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고, 깨끗할 정도의 증거(Clear&convincing evidence standard)로 상대방의 악의(惡意)를 증명해야 한다. 동국대는 당연히 공인이다.
 
  예일대는 동국대가 예일대의 악의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미국법에서 악의는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상관하지 않는 무모함(Reckless disregard for the truth or falsity)’이다.
 
  동국대가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예일대가 진실 혹은 거짓인지 알려는 일고의 노력도 하지 않고 무모하고 경솔하게 허위인 줄 알면서 제3자에게 유포시켰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동국대를 무시하는 수준의 발언 있어야
 
  ‘악의’란 법률 용어로 상당히 추상적인데, 동국대 사건을 예로 든다면 예일대 핵심 관계자가 다음과 같은 수위의 말을 해야 악의가 인정될 수 있다(변호사 자문을 통한 가상 발언).
 
  “(신정아 학력 학위 요청에)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Who cares?) 나는 관심 없어요.(I don’t care about what you guys did.) 여기는 세계 최고 명문 예일대학이에요.(This is Yale, the most prestigious school in the world.) 동국대 마음대로 하세요.(Do whatever you can.) 당신들은 우리에게 어떤 피해도 줄 수 없어요.(You will not be able to hurt us.)”
 
  즉 재판 과정에서 예일대가 완전히 동국대를 무시하고, 신정아씨 허위 박사학위 검증에 대해 관심도 없다는 투로 이야기해야 어느 정도 ‘악의’ 인정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예일대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사과를 하면서 ‘악의’가 아니라는 근거를 쌓아나갔다. 아마도 예일대가 사건 초기에 적극적인 사과에 나선 것은 나름의 법적 검토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일대, 적극 사과로 명예훼손 차단
 
2008년 1월 미국 예일대 리처드 레빈 총장이 동국대 오영교 총장에게 보낸 공식사과 편지. “2005년 행정적 착오로 신정아씨가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 맞다고 잘못 확인해 준 데 대해 개인적으로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국대 제공.
  2008년 1월 예일대 리처드 레빈 총장은 동국대 오영교 총장에게 이메일로 사과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예일대 총장은 “행정 착오로 2005년 신정아씨가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 맞다고 잘못 알려준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이러한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새로운 학위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예일대의 실수로 신정아씨의 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작업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며 “예일대는 신씨의 허위 학위 취득 주장과 가짜 서류에 대한 한국 사법당국의 조사에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예일대의 사과는 이후 계속됐다.
 
  동국대 주장에 따르면, 2008년 8월 예일대는 “재판 화의조정(Settlement)에서 동국대가 소송을 취하하면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10만 달러를 들여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동국대의 평판 회복을 위해 세계적 수준의 교육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동국대는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예일대의 제안을 거부했다.
 
  만일 한국에서 소송했을 경우, 상대 측이 먼저 사과하고 합의를 요청하면 재판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은 다르다. 나름의 전략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메리 리 변호사는 “예일대가 오류를 발견한 즉시 사과했다는 사실은, 진실을 알면서 회피했다는 ‘악의’가 없다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일대가 처음부터 동국대가 악의를 입증하지 못하게 증거를 쌓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상식적으로 보아도, 잘못을 알고 즉시 사과했는데 악의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예일대는 “동국대가 명예훼손의 주요 구성요건인 ‘악의’를 입증할 수 없으니 사건을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 초기부터 요청했다. 미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명예훼손 소송을 기각했다.
 
 
  [예일 주장 3] ‘과실’로 인한 동국대 손해는 없다
 
  美법원 결정 번복
 
동국대 소송 사건, 미국 제2순회 항소법원 최종 판결문.
  소송 마지막까지 다툰 쟁점은 예일대 직원이 허위 팩스를 보내고 신씨 관련 학위 경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Negligence)’ 부분이었다. 즉 예일대 교직원들의 일련의 행위들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예일대 직원의 언론 인터뷰’ 과실을 제외하고, 나머지 과실은 정식재판(배심원 재판)에 넘겼다. 언론 인터뷰는 명예훼손이라며 악의 입증 불능으로 기각됐다.
 
  2012년 2월 10일 법원은 예일대의 일부 과실 사유를 정식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동국대는 배심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예일대는 집요했다. 2월 21일 재고(再考)신청(Motion for reconsideration)을 법원에 제출했다. 배심원 재판에 넘기지 말고, 사건을 기각해 달라는 주장이었다. 미국법에서 재고신청이란 법원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다.
 
  동국대는 억울하다 생각할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 역시 법원이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리 리 변호사는 재고신청에 대해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결정을 내린 후 보통 10일 안에 ①법리적으로 명백한 오류 혹은 ②새로 발견한 증거 또는 판례 등을 근거로 판사의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를 의미한다”며 “바늘구멍 뚫기처럼 어려운 절차인데, 예일대는 바로 이 절차를 통해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예일대의 재고신청은 ‘바늘구멍 뚫기’로 비유된다. 과연 예일대는 어떤 논리로 재판을 뒤집을 수 있었을까. 예일대의 재고신청서를 보면, 예일대의 일관된 주장을 엿볼 수 있다. 법원이 받아들인 예일대의 논리는 이렇다.
 
  동국대는 사건을 쪼개서 억울함을 주장하는데, 크게 보아서 동국대와 예일대 사이에 있었던 여러 일(잘못된 팩스를 보낸 일 등)은 신정아 스캔들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손해 역시 명예훼손으로 발생한 것이지 예일대가 잘못된 사실을 알려서 생긴 손해는 없다는 것이다. 잘못된 학력 검증을 통해 교수가 된 무자격자 신정아씨로 인해 동국대가 직접적으로 받은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또 신정아 스캔들은 사적인 관심사가 아닌, 대중이 관심(Public concern)을 갖는 사건이다. 예일대학 관계자는 대중이 관심을 갖는 사건에 의사(Speech)를 표현한 것이므로 미국 헌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국대는 예일대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조사를 ‘동국대에 말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표현의 자유’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국대는 명예훼손 문제를 과실 문제로 우회해서 제기하는데, 이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이 예일대의 논리를 받아들이면서, 동국대 손해배상 청구 사유는 모두 기각됐다.
 
  동국대는 항소했는데, 항소법원도 대체로 원심의 판단을 따랐다. 다만 동국대의 모든 손실은 예일대의 언론 인터뷰로 발생한 것이지, 다른 부분은 동국대의 손실과 관련이 없었다는 논리로 해당 사건을 분석했다. 결과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소송은 마무리되었다. 동국대 입장으로서는 최악의 결과였다. 소송 과정을 보면,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다시 2008년으로 시계를 돌린다고 생각했을 때, 좀 더 좋은 선택은 없었을까.
 
 
  동국은 ‘명예회복’, 예일은 ‘비용’에 관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두 대학의 입장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두 대학의 관심이 달랐던 것을 알 수 있다. 동국대 관계자는 소송 초기 인터뷰에서 “사과편지를 받았으면 됐지 꼭 소송을 해야 했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예일대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국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대학의 평판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해요. 승소하면 적지 않은 돈이 생기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즉 동국대가 소송을 제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명예회복’이었다.
 
  예일대의 관심은 달랐다. 소송 초 예일대는 “두 학교에 있어서 이 소송은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이후 예일대는 사과 광고를 하겠다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이야기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예일대의 관심은 ‘비용’이었다.
 
  물론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아마 한국에서 재판을 진행했다면, 동국대 방식이 타당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메리 리 변호사는 미국 소송에서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략적 접근 아쉬워
 
  미국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을 가능하면 피하거나 줄이고, 실익(實益)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메리 리 변호사 자문을 통해, 동국대-예일대 사건에 대한 전략적 접근 시나리오를 만들면 이렇다.
 
  ①우선 예일대에 그간의 허위 사실을 명확히 정리해 통보한다. 예일대 측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관련 사실을 기재하고, 인터뷰했던 언론사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라고 요구한다.(Demand letter)
 
  ②예일대와 어떻게 피해를 회복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협의한다.
 
  ③만일 예일대가 협의 과정에서 진정성이 의심되는 행동을 한다면, 녹취 등의 방법을 통해 향후 재판을 대비해 준비한다.
 
  ④예일대가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를 약속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⑤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으로 소송하고, 계약을 거부하면 처음부터 악의가 있었다는 근거가 되므로 즉각 소송한다.
 
  ⑥만일 소송으로 가게 되면, 무자격자 ‘신정아’ 고용으로 발생한 동국대의 직접적 손해를 ‘창의적’으로 논리 구성한다.
 
  물론 동국대 소송 관계자 역시 초기부터, 다양한 법리 검토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마도 공개되지 않은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결과가 나온 이후에, ‘다르게 했으면 이겼을 것이다’고 말하는 것은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 쉽게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소송의 실익’은 무엇인지, 예일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보상’은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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