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했다. 즐겁고 알찬 여행이었지만, 아쉽게도 여행 기간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이면 거리에 흑인(黑人) 우산 장수들이 나타났다. 우리가 흔히 보는 초콜릿색 피부의 흑인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진짜 검은(black) 피부의 흑인이었다. 피렌체뿐이 아니었다. 인근 피사에서도 우산 장수는 모두 흑인이었다. 우산 상권을 흑인들이 장악한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개의 우산을 들고 하루 종일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려야 하는 3D업종이어서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이 달리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우산 장수는 예외 없이 흑인이었다.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나 에티오피아 출신 흑인들이 북아프리카를 경유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밀입국(密入國)하려다가 조난(遭難)당해 수십, 수백 명씩 죽는다던 언론보도가 생각났다. 흑인 우산 장수들도 그런 식으로 이탈리아에 흘러들어온 이들이 아닌가 싶었다.
피렌체 인근 시에나에 갔다가 돌아오던 날 저녁, 한 무리의 흑인 청소년들이 열차에 올랐다. 다른 승객들과는 달리 자기네 나라 말로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그들을 보면서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역(驛)에서 피사로 가기 위해 열차표를 살 때였다. 자동판매기로 열차표를 사려고 하는데 한 소녀가 다가와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것이 중동계(中東系) 아니면 집시로 보였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그는 자판기를 조작해서 열차표를 뽑아 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2유로를 주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4유로를 요구했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도움을 받고 얼떨결에 우리 돈 6000원 가까운 돈이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고 생각하니 찜찜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문득 ‘한때 스쳐 가는 관광객인 우리 마음도 이런데, 이 땅에 터 잡고 살아 온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유럽에서 극우(極右)정당이 약진하고 있다더니 이래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3주쯤 지난 5월 22~25일 유럽의회 선거가 있었다. 유럽통합 반대와 이민규제를 외치는 극우정당들이 기성 정당들을 누르고 압승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은 25%를 득표, 집권당인 사회당과 우파정당인 대중운동연합을 눌렀다. 영국에서는 신생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이 28%를 득표해 집권당인 보수당과 기성 야당인 노동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57만명
거리를 걷다 보면 외국인들이 부쩍 많아졌음을 느끼게 된다. 구미(歐美)에서 왔을 백인, 중국인, 일본인, 필리핀인, 중앙아시아인, 인도인, 무슬림….
그들 중에는 관광객들도 있겠지만, 한국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정주(定住)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2013년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157만여 명, 그중 90일 이상 장기체류자는 122만여 명이라고 한다.
다문화(多文化)가정도 늘고 있다. 작년 1월 현재 결혼이민자·귀화자는 28만여 명, 이들 가정의 자녀들은 19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범죄가 빈발하고 있다거나,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는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單一民族)’임을 강조하면서 살아왔다. 이는 피부색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훈련’이 그만큼 덜 되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 ‘훈련’을 해야 할 때다. 이러한 ‘훈련’에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근로자, 출입국, 치안정책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결혼이주자, 외국인, 다문화가정 2세들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이나 시민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가에 관한 교육도 필요하다.
여기에 성공하면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低出産 高齡化)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나 펠르랭(한국계 입양아 출신 프랑스 장관) 같은 하이브리드 인재를 얻어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실패하면 북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의 폭동에 시달리는 프랑스나 이민 2세대 무슬림들의 테러로 몸살을 앓았던 영국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이면 거리에 흑인(黑人) 우산 장수들이 나타났다. 우리가 흔히 보는 초콜릿색 피부의 흑인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진짜 검은(black) 피부의 흑인이었다. 피렌체뿐이 아니었다. 인근 피사에서도 우산 장수는 모두 흑인이었다. 우산 상권을 흑인들이 장악한 것인지, 아니면 여러 개의 우산을 들고 하루 종일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려야 하는 3D업종이어서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이 달리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우산 장수는 예외 없이 흑인이었다.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나 에티오피아 출신 흑인들이 북아프리카를 경유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밀입국(密入國)하려다가 조난(遭難)당해 수십, 수백 명씩 죽는다던 언론보도가 생각났다. 흑인 우산 장수들도 그런 식으로 이탈리아에 흘러들어온 이들이 아닌가 싶었다.
피렌체 인근 시에나에 갔다가 돌아오던 날 저녁, 한 무리의 흑인 청소년들이 열차에 올랐다. 다른 승객들과는 달리 자기네 나라 말로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그들을 보면서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역(驛)에서 피사로 가기 위해 열차표를 살 때였다. 자동판매기로 열차표를 사려고 하는데 한 소녀가 다가와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것이 중동계(中東系) 아니면 집시로 보였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그는 자판기를 조작해서 열차표를 뽑아 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2유로를 주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4유로를 요구했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도움을 받고 얼떨결에 우리 돈 6000원 가까운 돈이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다고 생각하니 찜찜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문득 ‘한때 스쳐 가는 관광객인 우리 마음도 이런데, 이 땅에 터 잡고 살아 온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유럽에서 극우(極右)정당이 약진하고 있다더니 이래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3주쯤 지난 5월 22~25일 유럽의회 선거가 있었다. 유럽통합 반대와 이민규제를 외치는 극우정당들이 기성 정당들을 누르고 압승했다.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은 25%를 득표, 집권당인 사회당과 우파정당인 대중운동연합을 눌렀다. 영국에서는 신생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이 28%를 득표해 집권당인 보수당과 기성 야당인 노동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57만명
거리를 걷다 보면 외국인들이 부쩍 많아졌음을 느끼게 된다. 구미(歐美)에서 왔을 백인, 중국인, 일본인, 필리핀인, 중앙아시아인, 인도인, 무슬림….
그들 중에는 관광객들도 있겠지만, 한국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정주(定住)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2013년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157만여 명, 그중 90일 이상 장기체류자는 122만여 명이라고 한다.
다문화(多文化)가정도 늘고 있다. 작년 1월 현재 결혼이민자·귀화자는 28만여 명, 이들 가정의 자녀들은 19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범죄가 빈발하고 있다거나,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는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單一民族)’임을 강조하면서 살아왔다. 이는 피부색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훈련’이 그만큼 덜 되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 ‘훈련’을 해야 할 때다. 이러한 ‘훈련’에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근로자, 출입국, 치안정책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결혼이주자, 외국인, 다문화가정 2세들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이나 시민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가에 관한 교육도 필요하다.
여기에 성공하면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低出産 高齡化)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나 펠르랭(한국계 입양아 출신 프랑스 장관) 같은 하이브리드 인재를 얻어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실패하면 북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의 폭동에 시달리는 프랑스나 이민 2세대 무슬림들의 테러로 몸살을 앓았던 영국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