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발표되지 못한 한미일3자의원회의 미국 방문단 <미국의 재난관리 체계> 보고서 내용 일부
‘미국 해안경비대도 현장에 투입하는 모든 선박마다 다이버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경우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봄. 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 해경 10년치 언론 해명자료 121건 중 99건이 세월호 관련
⊙ 대통령이 받았을 3大 왜곡 정보
1. ‘해경이 수사에 치중, 구조업무를 소홀히 하였다’
(사실: 해경의 수사인력은 5%에 지나지 않는다)
2. ‘해경 122 구조대가 헬기가 없어 두 시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사실: 해경 122 구조대 편제에는 전용 헬기가 없다)
3. ‘해경이 즉각적으로,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사실: 30분 만에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 그 뒤 40여 분 만에 172명을 구조했다)
발표되지 못한 한미일3자의원회의 미국 방문단 <미국의 재난관리 체계> 보고서 내용 일부
‘미국 해안경비대도 현장에 투입하는 모든 선박마다 다이버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경우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봄. 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 해경 10년치 언론 해명자료 121건 중 99건이 세월호 관련
⊙ 대통령이 받았을 3大 왜곡 정보
1. ‘해경이 수사에 치중, 구조업무를 소홀히 하였다’
(사실: 해경의 수사인력은 5%에 지나지 않는다)
2. ‘해경 122 구조대가 헬기가 없어 두 시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사실: 해경 122 구조대 편제에는 전용 헬기가 없다)
3. ‘해경이 즉각적으로,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사실: 30분 만에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 그 뒤 40여 분 만에 172명을 구조했다)
-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악천후 속에 구조작업 하는 해경구조대.
대한민국 국회에는 ‘한미일(韓美日)3자의원회의’라는 모임이 있다. 기존의 미·일 의원회의를 확대해 2003년부터 3국 국회의원들이 서울과 워싱턴, 도쿄에서 정기적인 회의를 갖는 모임이다. 여야(與野)를 초월해 세 나라 국회의원들이 모여 정치, 안보, 경제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다.
지난 5월 초 제17차 한미일3자의원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렸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온나라를 뒤흔들고 있을 때였다. 이 회의에 한국에서는 새누리당 황진하(黃震夏) 의원을 단장으로 한 국회 대표단이 참석했다. 17차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미국 방문길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 미국 정부기관의 재난대응 및 관리와 관계된 인사와 전문가를 면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은 지난 5월 8일, 새누리당 한미일3자의원회의 미국 방문단 이름으로 <미국의 재난관리 체계>라는 보고서를 냈다.
A4용지 10장 분량 보고서의 표지에는 이 보고서의 성격을 “본 보고서는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된 문제점 해결 및 우리의 재난대비 및 구조 정책 발전을 위하여 미국의 관련 기관 방문 및 전문가 면담을 통해 획득한 자료임”이라고 돼 있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 관심사가 돼 있던 재난구조에 있어서 선진 시스템을 소개하는 한편 나름대로 한국 재난구조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소개한 것으로 보이는 이 보고서는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 보고서 중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미국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질의응답한 내용도 정리돼 있다. 5월 2일 오전 2시간 동안 벌어진 질의응답에는 미국 해안경비대 작전부사령관인 찰스 미챌 해군중장, 릭 버튼 수색 및 구조협력국 국장 등 미 해안경비대 관계자 6명이 참석했다.
미 해안경비대 방문시 질의 및 응답은 총 13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6번째와 7번째 질의응답을 보고서 작성 문안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문’과 ‘답’은 질문과 답변의 구분을 위해 편의상 넣었다.
<문: 사고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이 중요한데 관련 기준.
답: USCG는 정책적으로 2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도록 하고 있고 항공기는 30분 내 이륙이 원칙.
문: 세월호가 전복된 후 해경이 도착했을 때 물에 떠 있는 사람만 구하고 전복된 배 안으로 진입하여 갇혀 있는 승객들을 구하지 않았음.
답: USCG도 현장에 투입하는 모든 선박마다 다이버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경우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봄. 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하태경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글
한미일3자의원회의에 한국 측 대표로 참석했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그 보고서의 내용이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일부 맞지 않는 것이 있었다”면서 “나는 욕먹을 각오로 페이스북에 미국 해안경비대를 방문했을 때 질문하고 답을 받았던 내용을 적었는데 그것조차 언론에는 단 한 줄도 안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하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위원이기도 하다.
<…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해경은 세월호에서 나오려는 사람들만 구하고 배 안에 있던 사람들 구하려고 안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미 해안경비대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그들 대답은 자신들도 ‘한국 해경처럼 배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배 안의 구조를 모르고 또 배가 얼마나 빨리 뒤집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였습니다. 9·11 테러로 빌딩이 공격당했을 때 뉴욕 소방청은 설마 건물이 무너지랴 하면서 30여 명의 소방대원을 건물 위로 올려보냈습니다. 그 결과는 전원 사망이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100층 이상의 건물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미리 알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해경이 지휘권을 대체하지 못했고 또 배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복잡하고 급박한 현실을 너무 단순화시켜 내린 과도한 추론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입니다.>
나중에 사실과 다른 언론의 오보(誤報)였음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늑장대응 등 세월호 탑승 승객들에 대한 해경의 구조활동이 여론에 질타를 받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하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욕먹을 각오를 했어야 했고, 새누리당 한미일3자의원회의 미국 방문단이 작성한 <미국의 재난관리 체계>란 보고서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된 이유가 설명된다.
해양경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언론보도에 대한 해경 측의 해명자료가 실려 있다. 해명자료라고 하지만 사실상 언론보도가 잘못됐다는 반박자료들이다. 6월 12일 현재 121개의 해명자료가 실려 있는데, 첫 번째 해명자료는 2004년 6월 17일 자로 해경이 낸 독도 유람선 면허 발급과 관련한 해명자료다.
10년치 해명자료가 실려 있다는 뜻인데 2004년에 2개, 2005년 10개, 2006년 9개, 2008년 1개씩의 해명자료를 냈다. 그 외의 해명자료는 모두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의 것들로 99개의 해명자료가 그것들이다. 99개는 5월 4일부터 27일까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해경이 쏟아 놓은 해명과 반박자료들이다. 해경 해명자료의 맞고 그름을 떠나 대한민국 언론이 얼마나 해경 때리기에 나섰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언론은 해경 입장에서 보면 왜 그 무수한 오보를 내게 된 것일까. 속보경쟁 탓인가, 국민정서 눈치 보기 탓인가.
언론취재, 제대로 했나
세월호 침몰 이후의 사태를 개관하면 이렇다.
사고의 본질부터 보자. 세월호는 배가 아니라 떠다니는 관(棺)이었다. 무리한 증개축(增改築), 화물 과적과 묶음 부실(不實), 평형수 빼내기 등으로 복원력을 약화시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책임은 청해진해운, 이준석 선장, 그리고 결함이 많은 선사의 안전운항 규정 위반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해수부, 연안선박 운항관리의 책임을 진 해운조합, 해운조합의 감독권을 가진 해수부, 부분적 지도감독 의무를 진 해경, 안전관리상의 문제를 인식한 해경이 추진한 개선(改善) 입법을 미룬 국회와 방해 로비한 업자들, 연안해운의 고질적 문제를 눈감아 온 언론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책임자는 절대로 운항하도록 해선 안 되는 조건하에서 세월호를 바다에 띄워 돈을 벌어 온 청해진해운과 규정 위반을 확인하지 않은 해수부다.
구조활동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침몰한 배의 선장과 선원이 배와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감으로써, 선내 상황이 해경 구조대에 전파되지 않았다. 해경 구조대는 침몰 중인 선박의 승선인원도 모른 채 투입돼 40여 분 동안 선실 밖으로 나온 172명의 승객들을 구조했다. 그러나 내부에 더 많은 승객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해 희생을 더 줄이지 못했다. 정확한 정보의 신속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배우게 되는 국민적 교훈이 되는 사건이었다.
인간은 죽음과 직면하면 부정-분노-타협-침체-수긍의 심리적 변화 단계를 거친다. 한국의 선동가들은 분노하는 유족들의 심리를 자신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다. 세월호 사건을 겪은 유족들은 허위정보에 여러 차례 노출되면서 극도의 분노에 달했다. 유족들의 격한 발언과 행동은 그들이 교양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장 정상적인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라도 유족의 입장이 되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도록 환경을 조성한 범인은 ‘저질 언론’이었다.
학부모들은 오전 9시경, 아이들이 탄 배가 가라앉는다는 소식에 놀라고 11시01분에는 《MBC》가 전원 구조 소식을 전했으며 11시06분에는 학교 당국이 문자로 전원 구조됐다고 알렸다. 다시 12시50분경에는 구조학생이 75명이며 나머지 학생들은 침몰한 배의 소식과 함께 실종자로 발표됐다. 충격과 혼란에 빠진 유족들에게 그 무렵부터 배 안에 갇혔다는 여러 버전의 허위 문자 메시지가 SNS로 유포됐다. 속보경쟁에 몰입한 언론들은 확인의 책임을 포기한 채 앞 다투어 보도했다.
언론은 자신이 보도한 기사가 오보로 드러나면 분풀이 대상을 찾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자 메시지가 거짓으로 판명되자 언론은 사고대책본부에 화살을 돌렸다. 정확한 승선인원의 집계가 되지 않았을 때부터 승선인원을 제멋대로 보도하던 언론은 대책본부의 몇 차례 수정된 승선인원 발표를 빌미로 대책본부와 정부 당국의 미숙함을 질타했고, 대규모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에 투입돼 40여 분 동안 172명을 구조한 해경을 난타했다. 이후 해경의 초동대응이 잘못되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대부분이 왜곡, 과장, 조작된 내용이었으나 아무런 제동이 없었다. 특히 바다와 선박을 잘 모르는 기자, 자칭 평론가들이 습관적으로 집단폭행식 비방을 했다. 정부 관련 부처 안의 특정 세력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거나 박근혜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목적으로 언론에 해경에 불리한 정보를 왜곡, 유출시킨 혐의도 있다.
특히 《MBN》과 《JTBC》는 허언증 환자,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했던 사람들까지 잠수 전문가로 동원해 구조·구난 현장을 뒤흔들었다. 이로 인해 유족들은 자신의 아이가 살아 있다는 비현실적인 믿음을 갖게 됐다. 그 믿음에서 현실로 깨어나는 순간에 폭발하게 될 분노는 최초의 사망인지 때보다 몇 배나 더 커진다. 언론과 방송은 유족들의 분노를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연료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언론의 질타대로 해경의 초동대응이 잘못됐던 것인가.
선장이 도망가 지휘체제가 무너진 세월호가 급속도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인명(人命)구조 가능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언론은, 이런 제약조건을 무시하고, 마치 평지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구조 시간은 무한대로 존재한 것처럼 상정(想定)한 뒤 해경의 초동대응을 비방했다. 구조신고를 받은 해경이 30분 만에 헬기를, 35분 만에 123정을, 이어서 어선과 지도선들을 현장에 도착시켜 172명을 구했다는 사실은 묵살됐다. 해경이 잘못된 보도에 대한 해명과 정정을 요구해도 거의 무시됐다. 한국 언론사상 이번 해경 관련 보도처럼 많은 오보가 있었던 적도, 오보임이 밝혀져도 정정이 적었던 적도 없을 것이다.
地上과 海上 재난구조의 차이 무시
정부와 여당의 태도도 문제였다. 언론의 이런 해경 비판에 항의하기는커녕 해경 난타에 가담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목숨을 건 수색·수습 작업을 벌이는 해경을 상대로 조사,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배 위에 올라간 해경 구조대원들이 적극적인 구조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언론에 밝힘으로써 해경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또 세월호 침몰사고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해경이 처음 도착한 오전 9시30분 당시 세월호는 45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을 뿐”이라며 “해경이 (이때 세월호에) 진입해 구조했으면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해경의 구조실패를 입증한 결과가 됐다.
그런데 지상(地上)재난 구조와 해상(海上)재난 구조의 차이점을 알려면 합수부 관계자의 발언 중 “45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을 뿐”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관계자는 45도가량 기울어지면 어떤 경사도 오를 수 있을 것이란 판단하에 해경을 죄인으로 만든 것이다. 해상에서의 재난구조 활동을 지상에서의 그것과 동일시한 데서 온 착각이다.
암벽등반을 예로 들자. 비탈과 절벽을 오를 수 있는 전제조건은 경사각도가 아니라 손으로 잡을 곳(홀드·hold)과 발로 디딜 곳(스탠스·stance)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45도가 아니라 30도라도 기름 같은 물질이 묻어 마찰력이 없는 강철판 경사벽은 누구라도 오를 수 없다. 아마추어들이 현장의 전문가들을 능멸하는 대목이다. 세월호가 기울어져 있을 때 구조대원들이 올라가야 했던 곳은 방수 페인트를 두껍게 칠해 놓은 철판 바닥이었다. 물기라도 묻어 있었다면 발이 미끄러진다. 손잡을 곳이 없다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올라야 하는가. 합수부 관계자가 반드시 직접 시범을 보여야 할 대목이다.
검찰의 이런 발표로 언론의 해경 때리기는 더욱 난폭해졌다. 저널리즘의 모든 원칙이 무시됐다. 객관성, 반론권 보장, 독자적 검증, 정확한 용어 사용 등 기자들이 귀가 아프도록 듣는 직업윤리는 해경이란 단어 앞에서 마비됐다. 해경이 코너로 몰리자 해경에 의해 구조된 172명의 생존자들도 해경을 적대시하고 생명을 구해 준 데 대한 고마움 대신 적개심을 갖게 됐다.
해경에 대한 집단폭행식 보도에선 좌우의 구별도 없어졌다. 언론의 정도(正道)를 지켜 간다는 평가를 받았던 주요 언론사들까지 왜곡·과장·선동에 가담했다. 언론은 워낙 해경 공격에 집중하다 보니 선장과 선사(船社)와 해수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해경에 전가(轉嫁)했다. 심지어 청해진해운과 함께 세월호를 침몰시키는 데 가담한 해수부를 감싸고 해경을 비방하는 보도가 많은 것은 해수부 내 특정세력과 언론의 유착을 의심케 한다.
해경에 대한 언론의 집단폭행식 보도, 정부의 무력(無力)한 대처는 세월호 침몰의 책임을 정부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떠넘기는 결과를 불렀다. 해경만 동네북이 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도 코너로 몰렸다. 언론을 상대로 진실을 지키는 싸움을 해야 할 정부가 싸움을 포기하고 진실의 진지(陣地)를 내주니 계속 후퇴하게 되었다. 구원파마저도 “침몰 책임은 청해진해운이지만, 사람을 살리지 못한 것은 해경 책임이다”는 취지의 막말을 했다. 해경은 언론의 횡포와 정부의 비겁함에 협공당해 제대로 반론도 못 편 채 무장해제된 것이다. 이렇게 해경이 무너지니 세월호 침몰의 책임이 정부, 특히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海警이 誤報라고 주장하는 보도들
5월 14일에는 종편인 《JTBC》가 9시 뉴스에서 해경 항공구조대원들이 “죽을 것 같아서 안 들어갔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헬기 조종사와 구조대원들은 사고 초기 해경과 검·경 합수부 조사에서 ‘배 안에 있는 승객들을 봤지만 들어가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해 들어가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는 보도를 한 것이다. 해경이 즉각 반론을 제기했지만 이 보도 내용은 온 나라로 파급됐다.
그러나 이 보도는 해당 방송사가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확인이 가능한 내용이었다. 4월 16일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해당 보도가 있었던 5월 14일까지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헬기 3대의 조종사 및 구조대원이 해경과 검경합수부의 조사를 받은 사실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받지 않았으니 진술을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해경 항공구조대원들이 “죽을 것 같아서 배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 보도는 지금까지 사실처럼 회자되면서 전파되고 있다.
해경은 이 보도와 관련 《JTBC》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중재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 《JTBC》 강주안 사회 2부장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 중재가 진행 중이라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주요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경은 공중파인 《SBS》의 보도도 문제 삼고 있다. 4월 26일 《SBS》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 …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 편을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SBS》는 해경이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 교신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의도적 편집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인 탤런트 김상중씨는 마무리 멘트에서 “이제 슬픔을 넘어 헌법이 국민에게 약속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죄송하고, 어린 학생들을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의 클로징 멘트와 눈물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 다음 날 긴급 재방송됐다. 인터넷에서 김씨의 눈물이 화제가 되면서 시청률이 본방송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해경은 이 보도에 대해서도 VTS 녹음파일을 조작한 사실이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녹음파일에 들어 있는 타 선박의 위치정보, 배 이름 등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어 법으로 규정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선박위치 식별이나 이름 등을 지우는 부분 편집을 한 후 공개한 것이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교신내용을 의도적으로 조작, 편집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경은 또 방송이 나가기 6일 전인 4월 20일 이미 범정부 대책본부에서 원본파일을 받아서 공개한 바 있었고 이후 누구든 비공개 상태에서 열람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 팀장인 장경수 PD는 “해경이 4월 26일에 방송된 VTS 파일은 원본이 아니라며 방송 후 다시 원본파일이라는 것을 보내왔지만 우리가 4월 26일 방송한 음성파일과 해경이 새롭게 보내온 원본파일은 동일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장 팀장은 또 “6월 7일에 방송된 세월호 관련 2탄을 보면 우리의 주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월 7일 방송분에서도 《SBS》는 녹음파일의 의도적 편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삭제된 부분에 대한 의혹을 풀어 줄 것을 요구했다.
‘조작’ 시비가 일고 있는 이 녹음파일은 잡음과 에코 현상 등으로 인해 일반인이 들어서는 ‘의도적 편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알기 힘들다.
해경 대변인실 관계자는 “4월 26일 방송 때 SBS가 분석한 녹음파일은 범정부 대책본부가 언론 공개시 개인정보 공개 등의 이유로 부분 편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경이 원본 파일을 무슨 의도를 갖고 조작한 것으로 보도한 것은 명백히 오보이고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문화일보》 5월 9일 자는 생존 화물기사의 증언을 토대로 해경이 구조도 안 하고 대피방송도 안 했다는 보도를 했다. “3, 4층 객실에 학생 수십 명이 있으니 유리창을 깨서라도 구조할 것을 요구했으나 해경이 묵살했다”는 등의 주장을 실은 것이다. 사실은 다르다. 해경 구조대는 당시 선수쪽 4층에서 선실 외부 유리창을 망치와 손도끼를 이용해 깨고 승객 6명을 구조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海警 해체를 선언했나
이런 보도가 만연한 가운데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對)국민담화에서 “해경은 즉각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데 실패했다”는 오판(誤判)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언론의 선동에 굴복, 국가적 진실의 수호 임무를 포기한 것이다. 국가적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통령이 먼저 ‘해경은 구조에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근거하여 나온 것이 ‘해경 해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징벌적 조직해체였다.
해경은 영해를 지키는 일도 담당한다. 북한군과 대치 중인 한국에서는 안보적 기능이 많아 제2의 해군으로 불린다.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결정과정에 합참, 국방부 같은 안보부서가 협의대상이 되었는지도 불투명하다.
해경 해체 결정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말로 해경을 비판했다. 이는 그가 부정확한 정보보고를 받아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군통수권자이기도 한 대통령이 정보를 오판하면, 특히 해경 해체와 같은 국가안보 차원의 정보관리에 실패하면, 치명적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 아래와 같은 3대(大) 왜곡정보를 제공한 자를 색출, 문책해야 한다.
<왜곡정보 1. ‘해경이 수사에 치중, 구조업무를 소홀히 했다’
-사실: 해경의 수사인력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왜곡정보 2. ‘해경 122 구조대가 헬기가 없어 두 시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사실: 헬기는 122 구조대 편제에 없다.
왜곡정보 3. ‘해경이 즉각적으로,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사실: 30분 만에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 그 뒤 40여 분 만에 172명을 구조했다.>
위 세 가지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정보이며 대통령이 이를 근거로 국가적 결단을 내리고 있다면 이는 국가 차원의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정부 내 불순세력과 언론이 합작한 정보조작에 조종당한 느낌이 든다.
박 대통령은 성난 여론 앞에 해경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잠수사들이 죽어 나가는, 목숨을 건 시신(屍身)수습 작업의 주체인 해경을 격려하고 보호하기는커녕 일부 선동 언론과 합세, 뭇매를 때린 대통령을 공무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인민재판, 마녀사냥식 보도는 한국 언론의 악습인데, 이번엔 가장 추한 모습으로 재발했으며 대통령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해경에 대한 집단폭행식 보도와 해경을 희생물로 바친 대통령의 행태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대가(代價)를 치를 것이다. 대통령이 선동에 굴복하고 국가적 진실을 포기하면 반드시 정의(正義)와 자유도 포기하게 된다. 정의는 진실 위에 서야 하고 그런 정의(法)만이 자유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한국의 언론이 가장 큰 개혁 대상임이 확인되었다. 다른 부서는 자신이 개혁 대상임을 인정하는데 언론만은 자신이 개혁의 주체(主體)라고 착각한다는 점에서 정말 개혁 대상이다.
‘해경 해체’라는 말은 국정(國政) 경험자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표현이고 발상이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말일 가능성도 있고, 행정경험이 얕은 측근이 비선(秘線)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극단적 처방으로 올린 아이디어를 대통령이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해경 해체’라는 말에선 해경 업무에 대한 오해나 무지(無知)가 묻어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합사 해체’가 안보와 북한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냈듯이, ‘해경 해체’는 안보와 바다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해경 해체’는 ‘연합사 해체’ 이상으로 안보와 국익(國益)에 심대한 해독을 끼칠 것이므로 빨리 취소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좋을 듯하다. ‘해경 해체’라는 과격한 정책을 건의한 비선 조직이 청와대에 있다면 향후에 더 큰 실수가 예상된다. 만약 대통령이 ‘해경 해체’ 결정을 보안하기 위해 국방부와 해군 등 유관(有關)기관과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면 국가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제도의 신설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가 증개축 이후 최대 적재 한도 화물량이 1070t 이하로 제한되었다는 핵심적인 정보는 선급협회와 청해진해운과 해수부만 갖고 있고, 해운조합과 해경에는 통보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은 이를 악용, 화물을 두 배로 과적,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를 속이고, 침몰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 사각(死角)지대가 관(官)과 회사의 유착에 의한 것인지, 단순 실수인지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재난사고에서 살아남은 유가족들도 재난 생존자들이다. 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스런 감정 중 하나인 ‘분노’는 집단화할수록 개인과 가정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 전반에 큰 부담이다. 영민한 지도자는 이러한 부정적 에너지를 잘 다독거려 재난 생존자들이 인간 집단의 최고 가치개념인 국가의 한 성원임을 각성시킨다. 그리고 그러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존감과 자긍심을 갖도록 용기를 북돋우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민 중 일부가 재난에 희생됐을 때 그 유족들을 나머지 국민과 하나로 통합하고 단결시킬 수 있는 최고의 상징은 국기(國旗)가 된다. 그러나 자기 나라의 역사를 부정(否定)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온 나라는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강구할 방법이 없다.
세월호 사태로 인해 전 국민이 국가적 재난으로 느끼고 있음에도 희생자를 위한 태극기가 등장한 적이 없고 대한민국을 위해 단결하고 재기하자는 결단이 없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자학사관(自虐史觀)에 빠져 애국적 자산을 탕진해 왔는지를 알게 해 준다. 태극기 앞에서 재난 생존자들을 재기하게 만드는 지도자가 진짜 대통령이다. 임기가 3년 반이 남은 박 대통령은 그동안 미루어 온 자학사관과 종북사관(從北史觀)에 오염된 역사 교과서 문제를 정리해 재난 생존자들을 태극기 아래에서 재기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차기(次期)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어 주며 역사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감사(感謝)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 5월 초 제17차 한미일3자의원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렸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온나라를 뒤흔들고 있을 때였다. 이 회의에 한국에서는 새누리당 황진하(黃震夏) 의원을 단장으로 한 국회 대표단이 참석했다. 17차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미국 방문길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 미국 정부기관의 재난대응 및 관리와 관계된 인사와 전문가를 면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은 지난 5월 8일, 새누리당 한미일3자의원회의 미국 방문단 이름으로 <미국의 재난관리 체계>라는 보고서를 냈다.
A4용지 10장 분량 보고서의 표지에는 이 보고서의 성격을 “본 보고서는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된 문제점 해결 및 우리의 재난대비 및 구조 정책 발전을 위하여 미국의 관련 기관 방문 및 전문가 면담을 통해 획득한 자료임”이라고 돼 있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적 관심사가 돼 있던 재난구조에 있어서 선진 시스템을 소개하는 한편 나름대로 한국 재난구조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소개한 것으로 보이는 이 보고서는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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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일3자의원회의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한 후 미국의 재난구조 활동과 관련해 낸 보고서. |
미 해안경비대 방문시 질의 및 응답은 총 13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6번째와 7번째 질의응답을 보고서 작성 문안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문’과 ‘답’은 질문과 답변의 구분을 위해 편의상 넣었다.
<문: 사고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이 중요한데 관련 기준.
답: USCG는 정책적으로 2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도록 하고 있고 항공기는 30분 내 이륙이 원칙.
문: 세월호가 전복된 후 해경이 도착했을 때 물에 떠 있는 사람만 구하고 전복된 배 안으로 진입하여 갇혀 있는 승객들을 구하지 않았음.
답: USCG도 현장에 투입하는 모든 선박마다 다이버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경우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봄. 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하태경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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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
다음은 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하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위원이기도 하다.
<…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해경은 세월호에서 나오려는 사람들만 구하고 배 안에 있던 사람들 구하려고 안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미 해안경비대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그들 대답은 자신들도 ‘한국 해경처럼 배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배 안의 구조를 모르고 또 배가 얼마나 빨리 뒤집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였습니다. 9·11 테러로 빌딩이 공격당했을 때 뉴욕 소방청은 설마 건물이 무너지랴 하면서 30여 명의 소방대원을 건물 위로 올려보냈습니다. 그 결과는 전원 사망이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100층 이상의 건물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미리 알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해경이 지휘권을 대체하지 못했고 또 배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복잡하고 급박한 현실을 너무 단순화시켜 내린 과도한 추론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입니다.>
나중에 사실과 다른 언론의 오보(誤報)였음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늑장대응 등 세월호 탑승 승객들에 대한 해경의 구조활동이 여론에 질타를 받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하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욕먹을 각오를 했어야 했고, 새누리당 한미일3자의원회의 미국 방문단이 작성한 <미국의 재난관리 체계>란 보고서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된 이유가 설명된다.
해양경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언론보도에 대한 해경 측의 해명자료가 실려 있다. 해명자료라고 하지만 사실상 언론보도가 잘못됐다는 반박자료들이다. 6월 12일 현재 121개의 해명자료가 실려 있는데, 첫 번째 해명자료는 2004년 6월 17일 자로 해경이 낸 독도 유람선 면허 발급과 관련한 해명자료다.
10년치 해명자료가 실려 있다는 뜻인데 2004년에 2개, 2005년 10개, 2006년 9개, 2008년 1개씩의 해명자료를 냈다. 그 외의 해명자료는 모두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의 것들로 99개의 해명자료가 그것들이다. 99개는 5월 4일부터 27일까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해경이 쏟아 놓은 해명과 반박자료들이다. 해경 해명자료의 맞고 그름을 떠나 대한민국 언론이 얼마나 해경 때리기에 나섰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언론은 해경 입장에서 보면 왜 그 무수한 오보를 내게 된 것일까. 속보경쟁 탓인가, 국민정서 눈치 보기 탓인가.
언론취재, 제대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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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구조활동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초기 대응 미숙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
사고의 본질부터 보자. 세월호는 배가 아니라 떠다니는 관(棺)이었다. 무리한 증개축(增改築), 화물 과적과 묶음 부실(不實), 평형수 빼내기 등으로 복원력을 약화시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책임은 청해진해운, 이준석 선장, 그리고 결함이 많은 선사의 안전운항 규정 위반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해수부, 연안선박 운항관리의 책임을 진 해운조합, 해운조합의 감독권을 가진 해수부, 부분적 지도감독 의무를 진 해경, 안전관리상의 문제를 인식한 해경이 추진한 개선(改善) 입법을 미룬 국회와 방해 로비한 업자들, 연안해운의 고질적 문제를 눈감아 온 언론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책임자는 절대로 운항하도록 해선 안 되는 조건하에서 세월호를 바다에 띄워 돈을 벌어 온 청해진해운과 규정 위반을 확인하지 않은 해수부다.
구조활동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침몰한 배의 선장과 선원이 배와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감으로써, 선내 상황이 해경 구조대에 전파되지 않았다. 해경 구조대는 침몰 중인 선박의 승선인원도 모른 채 투입돼 40여 분 동안 선실 밖으로 나온 172명의 승객들을 구조했다. 그러나 내부에 더 많은 승객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해 희생을 더 줄이지 못했다. 정확한 정보의 신속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배우게 되는 국민적 교훈이 되는 사건이었다.
인간은 죽음과 직면하면 부정-분노-타협-침체-수긍의 심리적 변화 단계를 거친다. 한국의 선동가들은 분노하는 유족들의 심리를 자신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다. 세월호 사건을 겪은 유족들은 허위정보에 여러 차례 노출되면서 극도의 분노에 달했다. 유족들의 격한 발언과 행동은 그들이 교양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장 정상적인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라도 유족의 입장이 되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도록 환경을 조성한 범인은 ‘저질 언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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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자 수색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는 다이버. |
언론은 자신이 보도한 기사가 오보로 드러나면 분풀이 대상을 찾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자 메시지가 거짓으로 판명되자 언론은 사고대책본부에 화살을 돌렸다. 정확한 승선인원의 집계가 되지 않았을 때부터 승선인원을 제멋대로 보도하던 언론은 대책본부의 몇 차례 수정된 승선인원 발표를 빌미로 대책본부와 정부 당국의 미숙함을 질타했고, 대규모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에 투입돼 40여 분 동안 172명을 구조한 해경을 난타했다. 이후 해경의 초동대응이 잘못되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대부분이 왜곡, 과장, 조작된 내용이었으나 아무런 제동이 없었다. 특히 바다와 선박을 잘 모르는 기자, 자칭 평론가들이 습관적으로 집단폭행식 비방을 했다. 정부 관련 부처 안의 특정 세력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거나 박근혜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목적으로 언론에 해경에 불리한 정보를 왜곡, 유출시킨 혐의도 있다.
특히 《MBN》과 《JTBC》는 허언증 환자,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했던 사람들까지 잠수 전문가로 동원해 구조·구난 현장을 뒤흔들었다. 이로 인해 유족들은 자신의 아이가 살아 있다는 비현실적인 믿음을 갖게 됐다. 그 믿음에서 현실로 깨어나는 순간에 폭발하게 될 분노는 최초의 사망인지 때보다 몇 배나 더 커진다. 언론과 방송은 유족들의 분노를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연료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언론의 질타대로 해경의 초동대응이 잘못됐던 것인가.
선장이 도망가 지휘체제가 무너진 세월호가 급속도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인명(人命)구조 가능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언론은, 이런 제약조건을 무시하고, 마치 평지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구조 시간은 무한대로 존재한 것처럼 상정(想定)한 뒤 해경의 초동대응을 비방했다. 구조신고를 받은 해경이 30분 만에 헬기를, 35분 만에 123정을, 이어서 어선과 지도선들을 현장에 도착시켜 172명을 구했다는 사실은 묵살됐다. 해경이 잘못된 보도에 대한 해명과 정정을 요구해도 거의 무시됐다. 한국 언론사상 이번 해경 관련 보도처럼 많은 오보가 있었던 적도, 오보임이 밝혀져도 정정이 적었던 적도 없을 것이다.
地上과 海上 재난구조의 차이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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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진도 팽목항에서 한 실종 학생의 아버지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또 세월호 침몰사고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해경이 처음 도착한 오전 9시30분 당시 세월호는 45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을 뿐”이라며 “해경이 (이때 세월호에) 진입해 구조했으면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해경의 구조실패를 입증한 결과가 됐다.
그런데 지상(地上)재난 구조와 해상(海上)재난 구조의 차이점을 알려면 합수부 관계자의 발언 중 “45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을 뿐”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관계자는 45도가량 기울어지면 어떤 경사도 오를 수 있을 것이란 판단하에 해경을 죄인으로 만든 것이다. 해상에서의 재난구조 활동을 지상에서의 그것과 동일시한 데서 온 착각이다.
암벽등반을 예로 들자. 비탈과 절벽을 오를 수 있는 전제조건은 경사각도가 아니라 손으로 잡을 곳(홀드·hold)과 발로 디딜 곳(스탠스·stance)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45도가 아니라 30도라도 기름 같은 물질이 묻어 마찰력이 없는 강철판 경사벽은 누구라도 오를 수 없다. 아마추어들이 현장의 전문가들을 능멸하는 대목이다. 세월호가 기울어져 있을 때 구조대원들이 올라가야 했던 곳은 방수 페인트를 두껍게 칠해 놓은 철판 바닥이었다. 물기라도 묻어 있었다면 발이 미끄러진다. 손잡을 곳이 없다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올라야 하는가. 합수부 관계자가 반드시 직접 시범을 보여야 할 대목이다.
검찰의 이런 발표로 언론의 해경 때리기는 더욱 난폭해졌다. 저널리즘의 모든 원칙이 무시됐다. 객관성, 반론권 보장, 독자적 검증, 정확한 용어 사용 등 기자들이 귀가 아프도록 듣는 직업윤리는 해경이란 단어 앞에서 마비됐다. 해경이 코너로 몰리자 해경에 의해 구조된 172명의 생존자들도 해경을 적대시하고 생명을 구해 준 데 대한 고마움 대신 적개심을 갖게 됐다.
해경에 대한 집단폭행식 보도에선 좌우의 구별도 없어졌다. 언론의 정도(正道)를 지켜 간다는 평가를 받았던 주요 언론사들까지 왜곡·과장·선동에 가담했다. 언론은 워낙 해경 공격에 집중하다 보니 선장과 선사(船社)와 해수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해경에 전가(轉嫁)했다. 심지어 청해진해운과 함께 세월호를 침몰시키는 데 가담한 해수부를 감싸고 해경을 비방하는 보도가 많은 것은 해수부 내 특정세력과 언론의 유착을 의심케 한다.
해경에 대한 언론의 집단폭행식 보도, 정부의 무력(無力)한 대처는 세월호 침몰의 책임을 정부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떠넘기는 결과를 불렀다. 해경만 동네북이 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도 코너로 몰렸다. 언론을 상대로 진실을 지키는 싸움을 해야 할 정부가 싸움을 포기하고 진실의 진지(陣地)를 내주니 계속 후퇴하게 되었다. 구원파마저도 “침몰 책임은 청해진해운이지만, 사람을 살리지 못한 것은 해경 책임이다”는 취지의 막말을 했다. 해경은 언론의 횡포와 정부의 비겁함에 협공당해 제대로 반론도 못 편 채 무장해제된 것이다. 이렇게 해경이 무너지니 세월호 침몰의 책임이 정부, 특히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海警이 誤報라고 주장하는 보도들
5월 14일에는 종편인 《JTBC》가 9시 뉴스에서 해경 항공구조대원들이 “죽을 것 같아서 안 들어갔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헬기 조종사와 구조대원들은 사고 초기 해경과 검·경 합수부 조사에서 ‘배 안에 있는 승객들을 봤지만 들어가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해 들어가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는 보도를 한 것이다. 해경이 즉각 반론을 제기했지만 이 보도 내용은 온 나라로 파급됐다.
그러나 이 보도는 해당 방송사가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확인이 가능한 내용이었다. 4월 16일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해당 보도가 있었던 5월 14일까지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헬기 3대의 조종사 및 구조대원이 해경과 검경합수부의 조사를 받은 사실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받지 않았으니 진술을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해경 항공구조대원들이 “죽을 것 같아서 배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 보도는 지금까지 사실처럼 회자되면서 전파되고 있다.
해경은 이 보도와 관련 《JTBC》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중재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 《JTBC》 강주안 사회 2부장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 중재가 진행 중이라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주요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경은 공중파인 《SBS》의 보도도 문제 삼고 있다. 4월 26일 《SBS》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 …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 편을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SBS》는 해경이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 교신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의도적 편집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인 탤런트 김상중씨는 마무리 멘트에서 “이제 슬픔을 넘어 헌법이 국민에게 약속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죄송하고, 어린 학생들을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의 클로징 멘트와 눈물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 다음 날 긴급 재방송됐다. 인터넷에서 김씨의 눈물이 화제가 되면서 시청률이 본방송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다.
해경은 이 보도에 대해서도 VTS 녹음파일을 조작한 사실이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녹음파일에 들어 있는 타 선박의 위치정보, 배 이름 등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어 법으로 규정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선박위치 식별이나 이름 등을 지우는 부분 편집을 한 후 공개한 것이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교신내용을 의도적으로 조작, 편집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경은 또 방송이 나가기 6일 전인 4월 20일 이미 범정부 대책본부에서 원본파일을 받아서 공개한 바 있었고 이후 누구든 비공개 상태에서 열람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 팀장인 장경수 PD는 “해경이 4월 26일에 방송된 VTS 파일은 원본이 아니라며 방송 후 다시 원본파일이라는 것을 보내왔지만 우리가 4월 26일 방송한 음성파일과 해경이 새롭게 보내온 원본파일은 동일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장 팀장은 또 “6월 7일에 방송된 세월호 관련 2탄을 보면 우리의 주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월 7일 방송분에서도 《SBS》는 녹음파일의 의도적 편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삭제된 부분에 대한 의혹을 풀어 줄 것을 요구했다.
‘조작’ 시비가 일고 있는 이 녹음파일은 잡음과 에코 현상 등으로 인해 일반인이 들어서는 ‘의도적 편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알기 힘들다.
해경 대변인실 관계자는 “4월 26일 방송 때 SBS가 분석한 녹음파일은 범정부 대책본부가 언론 공개시 개인정보 공개 등의 이유로 부분 편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경이 원본 파일을 무슨 의도를 갖고 조작한 것으로 보도한 것은 명백히 오보이고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문화일보》 5월 9일 자는 생존 화물기사의 증언을 토대로 해경이 구조도 안 하고 대피방송도 안 했다는 보도를 했다. “3, 4층 객실에 학생 수십 명이 있으니 유리창을 깨서라도 구조할 것을 요구했으나 해경이 묵살했다”는 등의 주장을 실은 것이다. 사실은 다르다. 해경 구조대는 당시 선수쪽 4층에서 선실 외부 유리창을 망치와 손도끼를 이용해 깨고 승객 6명을 구조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海警 해체를 선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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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관련 및 새로운 국가운용 방안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해경 해체 입장도 밝혔다. |
해경은 영해를 지키는 일도 담당한다. 북한군과 대치 중인 한국에서는 안보적 기능이 많아 제2의 해군으로 불린다.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결정과정에 합참, 국방부 같은 안보부서가 협의대상이 되었는지도 불투명하다.
해경 해체 결정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말로 해경을 비판했다. 이는 그가 부정확한 정보보고를 받아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군통수권자이기도 한 대통령이 정보를 오판하면, 특히 해경 해체와 같은 국가안보 차원의 정보관리에 실패하면, 치명적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 아래와 같은 3대(大) 왜곡정보를 제공한 자를 색출, 문책해야 한다.
<왜곡정보 1. ‘해경이 수사에 치중, 구조업무를 소홀히 했다’
-사실: 해경의 수사인력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왜곡정보 2. ‘해경 122 구조대가 헬기가 없어 두 시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사실: 헬기는 122 구조대 편제에 없다.
왜곡정보 3. ‘해경이 즉각적으로,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사실: 30분 만에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 그 뒤 40여 분 만에 172명을 구조했다.>
위 세 가지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정보이며 대통령이 이를 근거로 국가적 결단을 내리고 있다면 이는 국가 차원의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정부 내 불순세력과 언론이 합작한 정보조작에 조종당한 느낌이 든다.
박 대통령은 성난 여론 앞에 해경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잠수사들이 죽어 나가는, 목숨을 건 시신(屍身)수습 작업의 주체인 해경을 격려하고 보호하기는커녕 일부 선동 언론과 합세, 뭇매를 때린 대통령을 공무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인민재판, 마녀사냥식 보도는 한국 언론의 악습인데, 이번엔 가장 추한 모습으로 재발했으며 대통령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해경에 대한 집단폭행식 보도와 해경을 희생물로 바친 대통령의 행태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대가(代價)를 치를 것이다. 대통령이 선동에 굴복하고 국가적 진실을 포기하면 반드시 정의(正義)와 자유도 포기하게 된다. 정의는 진실 위에 서야 하고 그런 정의(法)만이 자유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한국의 언론이 가장 큰 개혁 대상임이 확인되었다. 다른 부서는 자신이 개혁 대상임을 인정하는데 언론만은 자신이 개혁의 주체(主體)라고 착각한다는 점에서 정말 개혁 대상이다.
‘해경 해체’라는 말은 국정(國政) 경험자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표현이고 발상이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말일 가능성도 있고, 행정경험이 얕은 측근이 비선(秘線)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극단적 처방으로 올린 아이디어를 대통령이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해경 해체’라는 말에선 해경 업무에 대한 오해나 무지(無知)가 묻어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합사 해체’가 안보와 북한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냈듯이, ‘해경 해체’는 안보와 바다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해경 해체’는 ‘연합사 해체’ 이상으로 안보와 국익(國益)에 심대한 해독을 끼칠 것이므로 빨리 취소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좋을 듯하다. ‘해경 해체’라는 과격한 정책을 건의한 비선 조직이 청와대에 있다면 향후에 더 큰 실수가 예상된다. 만약 대통령이 ‘해경 해체’ 결정을 보안하기 위해 국방부와 해군 등 유관(有關)기관과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면 국가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제도의 신설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가 증개축 이후 최대 적재 한도 화물량이 1070t 이하로 제한되었다는 핵심적인 정보는 선급협회와 청해진해운과 해수부만 갖고 있고, 해운조합과 해경에는 통보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은 이를 악용, 화물을 두 배로 과적,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를 속이고, 침몰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 사각(死角)지대가 관(官)과 회사의 유착에 의한 것인지, 단순 실수인지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재난사고에서 살아남은 유가족들도 재난 생존자들이다. 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스런 감정 중 하나인 ‘분노’는 집단화할수록 개인과 가정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 전반에 큰 부담이다. 영민한 지도자는 이러한 부정적 에너지를 잘 다독거려 재난 생존자들이 인간 집단의 최고 가치개념인 국가의 한 성원임을 각성시킨다. 그리고 그러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존감과 자긍심을 갖도록 용기를 북돋우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민 중 일부가 재난에 희생됐을 때 그 유족들을 나머지 국민과 하나로 통합하고 단결시킬 수 있는 최고의 상징은 국기(國旗)가 된다. 그러나 자기 나라의 역사를 부정(否定)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온 나라는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강구할 방법이 없다.
세월호 사태로 인해 전 국민이 국가적 재난으로 느끼고 있음에도 희생자를 위한 태극기가 등장한 적이 없고 대한민국을 위해 단결하고 재기하자는 결단이 없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자학사관(自虐史觀)에 빠져 애국적 자산을 탕진해 왔는지를 알게 해 준다. 태극기 앞에서 재난 생존자들을 재기하게 만드는 지도자가 진짜 대통령이다. 임기가 3년 반이 남은 박 대통령은 그동안 미루어 온 자학사관과 종북사관(從北史觀)에 오염된 역사 교과서 문제를 정리해 재난 생존자들을 태극기 아래에서 재기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차기(次期)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어 주며 역사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감사(感謝)를 받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