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속 없는 대학생 기자단의 실태 : 월간조선

취업난에 몸살을 앓는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대외활동은 매력적인 경력이다. 그중 정부부처와 대기업에서 모집하는 ‘대학생 기자단’은 인원이 많은데 업무는 자율적이라 기자를 지망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학생 기자단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블로그나 SNS(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자단이다. 대기업에서는 일찍부터 대학생 기자단을 모집해 자사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의 ‘열정기자단’은 소속 학생들에게 삼성 관련 소식 외에도 다양한 소식을 취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현대는 ‘영현대 글로벌 기자단’을 모집하고 해외에서의 취재활동까지 지원한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공공기관과 정부부처에서도 대학생 기자단을 모집하고 있다. 공공정보 개방을 목표로 하는 ‘정부 3.0’의 추진계획과 맞물려 기자단은 소속기관의 정보를 기사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취재 이전에 ‘짜깁기’

2013년 7월 24일부터 모집을 시작한 국세청 대학생 기자단의 모집공고에는 ‘월 2회 이상 취재기사를 작성·제출할 수 있는 자’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세청 블로그인 ‘아름다운 세상’의 9월 이후 글들을 살펴보면 기자단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블로그 운영자는 전화통화에서 “특정 미션을 부여하고 직접 취재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밝혔지만 블로그의 글들은 그 말을 입증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이어 “8월에 발대식하고 9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활동 시작단계”라며 “지금 취재기사가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운영자와 통화한 날짜는 2013년 11월 25일이었다. 월 2회 이상 기사를 작성했다면 최소한 1인당 4개의 기사가 올라왔어야 하는데 기자단의 기사로 추정되는 글은 4개가 전부였다. 선발 인원이 30명인 것을 감안하면 기사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은 셈이다. 기사의 내용 또한 취재를 통한 뉴스의 전달이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질이 떨어진다. 그중 하나인 ‘신용카드 포인트로 국세납부를 할 수 있다고?’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신용카드 포인트 국세 납부제에 관한 통계자료와 함께 그 추진배경과 기대효과를 나열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글의 내용상 기사라기보다는 ‘설명서’에 더 가깝다. 이 외에 소득공제, 근로장려금 신청 등 일상적인 정보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책을 홍보하는 글로 메워져 있다.

한국거래소 블로그인 ‘황비와 웅비’의 대학생 기자단 4기는 2013년 6월부터 4개월간 활동을 했다. 그동안 기자단은 50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기보다는 경제용어의 의미나 경제원리 등을 설명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기사들의 형식도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에 대해 알아보자’는 구절로 시작한 다음 해당 용어의 뜻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례나 사회 소식, 통계, 그래프 등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작성자 본인의 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마치 해당 기관의 홍보자료를 그대로 베낀 듯한 모양이다. 기사 작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고자 해당 블로그에 문의했다. 하지만 운영자는 “기자단 모집은 다른 기관에 위탁했기 때문에 우리는 활동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경력에 도움 안 돼

국세청 블로그 ‘아름다운 세상’의 메인화면.

법무부에서 2011년 1월부터 기자단으로 활동했다는 대학생 A씨는 “원래 1년 동안 하기로 했는데 8월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기자로서 경험을 쌓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기자단이란 명목으로 대학생들을 모집하지만 실상 하는 일은 정책홍보가 전부라고 했다. 취재 아이템을 올려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고, 상부에서 주는 보도자료를 짜깁기해서 글을 쓰는 것이 주 업무라는 것이다. 기사의 소재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최근 5개월간 기자단으로 활동한 대학생 B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쓴 기사를 보여주며 “현장을 취재해서 쓴 기사는 솔직히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기껏해야 관련 판례나 사례를 참고했을 뿐, 본인의 기사가 보도자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측은 모집공고를 통해 ‘현장탐방, 인터뷰 등 취재활동을 통한 기사 작성에 익숙한 분’을 기자단의 지원자격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취재기사를 쓸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는 셈이다. B씨는 “한번은 보도자료를 너무 많이 받아서 기사를 쓰면서도 무슨 소린지 모르고 쓴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기사 작성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정리하기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측에서 기사를 문답식으로 쓰길 원한다고도 했다. 문답식의 기사가 독자들이 이해하기도 쉽고 편집하기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술형으로 써도 문답식으로 고쳐 쓰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다양한 기사 형식을 기대하긴 무리다.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통해 작문 실력을 배양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신문 기자와 국회의원 명예보좌관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대학생 C씨는 기자단에 대해 “대부분 체계적이지도 않고 홍보활동 위주기 때문에 경력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처음부터 ‘서포터스’, ‘홍보단’이란 이름으로 기자단을 뽑는 기관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매달 부여받는다는 미션을 실제로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마감에 대한 압박도 없기 때문에 책임감이 약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연유로 기자단 활동을 중간에 그만두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B씨는 “기자단 활동이 끝나면 수료증을 받는데 수료증을 못 받은 친구들을 여러 명 봤다”고 밝혔다.

여전한 疏通의 不在

사진과 그림 위주로 메워져 있는 모 대학생 기자의 기사. 새로운 내용의 전달보다 정책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씨는 기사 작성 시 특이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가명이 필요한 기사를 쓸 때 아이돌 가수 이름이나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유명인들의 이름이 들어간 기사는 해당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혹은 그런 이름들을 기사에 태그(글의 검색을 위해 감성, 정황, 글쓴이의 의지 등을 나타내는 단어를 입력해 둔 일종의 키워드들의 집합) 형식으로 달아두기도 한다고 했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블로그 방문자 수는 다른 사이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어떻게든 블로그의 글을 최대한 노출시키는, ‘낚시형’ 인터넷명을 쓴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블로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2013년 6월 17일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경기도청 블로그 ‘달콤한 나의 도시, 경기도’는 하루 평균 방문자 수 1만명을 기록해 공공부문 블로그 중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실제로 조사해 보니 2013년 12월 둘째 주 기준으로 해당 블로그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6781명을 기록했다. 언뜻 보면 높은 수치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2013년 181개 파워블로그(방문자 수 또는 글의 인용 횟수 등이 많아 인기가 높은 블로그)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 파워블로그의 1일 방문자는 평균 5651명에 달했다. 수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또 다른 블로그 사이트인 ‘티스토리’에서 우수블로그로 선정된 IT 개인 블로그의 같은 기간 1일 방문자 수는 12474명에 달했다. 공공기관 블로그가 기자단과 소속 공무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반면 대부분의 파워블로그는 소수 혹은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공부문 블로그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게다가 경기도청 블로그의 뒤를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한 국방부의 블로그 ‘동고동락’은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2300명에 불과했다. 경기도청 블로그의 점유율은 점유율 2, 3, 4위를 차지한 블로그의 점유율을 모두 합한 것과 동일하다. 공공부문 블로그 내에서도 소통 능력의 쏠림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돈만 쓰고 효과는 없어

2011년 뉴미디어 배정 예산 상위 10위 공공부처(출처:동아일보).

2010년 11월 5일 《경향신문》은 정부 각 부처의 블로그 기자단이 기사를 게재하고 1건당 비교적 높은 금액의 고료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당시(2010년 8월 기준) 블로그를 운영 중인 39개 부처는 기사 1건당 3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원고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외교통상부, 환경부, 특허청, 국민권익위가 5만원을 지급했고 국방부는 6만원,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토해양부는 7만원, 문화재청은 15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중소기업청은 기사를 심사하는 절차를 거친 후 고료로 20만원까지 지급했다.

지금은 어떨까? 방송통신위원회 블로그 ‘두루누리’에서 2012년에 기자단으로 활동했다는 대학생 D씨는 “고료로 7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액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D씨는 “보도자료 받아서 기사 쓰면 반나절 만에 완성한다”고 했다. 반나절을 3시간으로 잡으면 시급이 2만3천원인 셈이다. 2014년 최저시급인 5210원에 비추어보면 440%에 달하는 금액이다. D씨는 “취재를 하지 않으니 교통비도 들지 않는다”며 “한마디로 남는 장사”라고 귀띔했다.

법무부 블로그에서 활동한 A씨도 “실무 경험보다 원고료 5만원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실토했다. B씨 역시 업무에 비해 후한 원고료에 이끌려 기자단을 했다고 말했다. “‘공감 코리아’란 곳은 10만원까지 준다더라”고도 했다. ‘공감 코리아’는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블로그이다. 2013년 3월 6일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SNS 활동 예산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한국거래소는 2013년 12월 11일 기재부의 발표를 통해 방만경영이 심각한 공공기관이란 오명을 썼다. 실속 없는 ‘기자단’을 운영하는 데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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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대학생 기자단의 실태

賣文家로 전락한 공공기관·대기업 대학생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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