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한국版 ‘감사운동 프로젝트’ 연구 : 월간조선

바야흐로 긍정(肯定)의 시대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의 저서 《진정한 행복》을 번역해 국내 처음 소개한 서강대 김인자(金仁子) 명예교수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고, 이 사회의 고장 난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긍정을 배우면 낙담과 실망도 긍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일)이 힘들다고, 실적이 부진하다고 의기소침해선 곤란하다. 현실의 막다른 골목에서 긍정을 만나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긍정심리학은 얘기한다.

지난 5월 8일 인천가톨릭대 교수이자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인 차동엽(車東燁) 신부가 기자에게 책을 보내왔다. 《희망의 귀환》이란 제목의 책 표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이 책은 출간 즉시 4주 연속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자기관리 판매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문장이 있어 줄을 그었다.

<일본의 어느 사찰 입구에 이렇게 쓰여 있단다.

“화내도 하루. 웃어도 하루.”

정곡을 찌르는 이 말은 여러 방면으로 확장되어 적용될 수 있다. 어차피 주어진 시간은 ‘똑같은 하루’인데, 기왕이면 불평 대신에 감사, 부정 대신에 긍정, 절망 대신에 희망… 이런 식으로.>

차동엽 신부는 끊임없이 ‘희망’을 탐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밀리언셀러인 《무지개 원리》를 비롯, 《잊혀진 질문》《바보Zone》 등의 저서가 모두 희망가(歌)에 가깝다.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각 분야의 일인자라는 사람들과 만나며 ‘이분이 여기까지 온 것이 꿈 덕분일까, 아니면 I.Q나 성적 덕분일까’ 자문해 보곤 했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꿈이 성적을, 가문과 인맥을, 스펙도 다 이긴다’는 단순 명확한 것이었습니다. 무일푼으로 희망사업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잘 되면 대박, 밑져야 본전입니다. 배경이 없다고 핑계 대지 마세요. 희망의 해는 공평하게 세상을 비춥니다.”

희망을 갖는 일은 무일푼으로 창업할 수 있는 대박 사업이란 얘기다.

긍정의 담론이 ‘산업’으로 자리 잡아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전자현미경에 붙은 감사 스티커.

차 신부처럼 긍정적 사고를 확산시키는 일이 종교적 심리학적 담론을 넘어 하나의 완전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과 학교, 군대, 지자체 등 사회 전반에 퍼지는 ‘감사나눔 운동’도 마찬가지다. 감사운동과 긍정적 사고는 불안한 사람을 위한 진정제, 심리적 문제를 겪는 사람을 위한 치료제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낙담 대신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것만큼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물론, 긍정심리와 동기유발이 달성하기 어려운 경쟁에 뛰어들게 하거나, 기업의 이윤창출과 매출상승의 도구로 이용된다는 반(反)긍정주의자들의 시각도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삼성인력개발원 원장과 삼성전관 대표를 역임한 손욱(孫郁)씨는 ‘식스시그마 혁명’, ‘한국의 잭 웰치’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는 인물이다. 삼성을 나온 뒤 농심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감사운동’을 기업에 전파하고 있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감사나눔신문》 사옥. 이 신문사와 손 전 회장이 특수 관계라는 느낌이 들었다. 손 전 회장은 자신이 감사운동에 나서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있을 당시 GWP(Great Work Place) 도입을 했는데, 큰 효과를 못 보았어요. GWP는 미국에서 시작한 행복한 일터 만들기 운동인데, 전형적인 서구형 방법이었어요. 서양 사람들은 좌뇌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움직이지만, 한국인은 우뇌 중심으로 감성적으로 움직입니다. GWP와 같은 수많은 혁신 운동이 비용만 들어가고 효과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어요.

손욱 전 농심 회장.

농심 회장 시절에도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애를 썼지만 기대한 성과를 못 거뒀습니다. 예를 들어 ‘펀(Fun)’한 직장을 만들려고 ‘호프 데이’ 같은 것도 해봤지만 놀기는 잘 노는데 소통이 안 될 때가 많았어요. 한국인은 이런 일상적 자리에서 어려운 문제나 고충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성과가 없었어요.”

그는 한국적인 방법을 찾다가 ‘감사 일기’를 쓰면 행복해진다는 ‘감사나눔 운동’에 대해 알게 됐다. “오프라 윈프리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성이 된 건, 매일 작은 감사 5개를 일기에 적었던 것에서 가능했다’는 말에 착안했다”고 했다.

“감사한 일이 100개, 1000개, 1만 개로 늘면 감사의 기적이 일어나고 마음이 부드러워지며, 너그러워지고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손 전 회장이 착안한 감사운동은 ‘행복나눔 125운동’이다. 이 운동은 일주일에 한 번은 착한 일을 하고, 한 달에 2권씩 책을 읽으며, 감사한 일을 하루 5개씩 쓰는 것이다.

포스코 ICT에서 감사 불씨 점화

포스코경영연구소 허남석 사장.

포스코 사외이사였던 손 전 회장이 포스코 ICT 허남석(許南釋) 사장에게 ‘행복나눔 125운동’을 제안한 것은 지난 2010년 1월. 당시 포스코 ICT는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을 하나로 합쳐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했다고 한다. 현재 허 사장은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IT를 주력으로 하는 포스데이타와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포스콘의 통합은 포스코 패밀리라는 큰 울타리에서는 한 가족이지만 오랫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왔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어요. 게다가 재무적 투자 실패에 의한 통합이니 직원끼리 불평, 불만이 많았습니다. 나름 정략적 결혼인데 신랑, 신부가 서로 마음을 터놓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행복나눔 125운동’을 도입한 것이죠.”

허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솔선수범해 감사운동을 펼쳤다. 직원 2600명 모두에게 감사노트를 쓰게 했고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 독서토론을 이끌었다. 가나안 농군학교에 직원 모두를 불러놓고 ‘100 감사 쓰기(가족에게 100가지 감사한 일 쓰기)’를 시켰더니 직원보다 그 가족의 반응이 의외로 컸다고 한다.

“부인과 별거 상태에 있었으나 감사운동을 통해 관계를 회복한 직원도 있고, 형제간 다툼이 있었던 직원은 형제에게 감사문자를 보내 다시 관계가 회복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회사를 위한 기업문화 활동이었지만 가정에서부터 변화가 먼저 찾아왔어요. 아버지가 바뀌니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해졌어요. 가정이 행복해지니 회사 업무에도 능률이 올랐습니다.”

그 결과, 포스코 ICT의 성과 몰입도는 2009년 45%, 2010년 58%, 2011년 83%, 2012년 89%로 향상됐다.

포스코 ICT의 성과를 바탕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감사나눔 운동을 도입했다. 2011년 11월부터다. 상부조직이 아닌, 조직의 최소단위를 중심으로 아래서부터 자율적으로 시행했다. 감사노트에 하루 5개씩 감사한 일을 적고 ‘100 감사 쓰기’, 사랑의 편지 쓰기 등을 했다.

직원들은 기계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감사하다는 글을 기계에다 붙였다. 포항제철소는 온갖 감사문구로 얼룩덜룩해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설비고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0.23%였던 설비고장률은 감사운동을 시작한 2011년 0.17%, 2012년에는 0.12%로 고장률이 많이 줄어들었다. 갑작스런 고장으로 야간에 직원을 호출하는 건수(돌발호출 건수)도 2010년 899건에서 2012년 320건으로 감소했다. 또 품질결함률도 2010년 3.0%에서 2011년 2.38%, 2012년 1.82%로 줄었다. 이 현상을 손욱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 강판의 품질결함률이 도요타조차 2%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는데, 포스코 강판이 1.82%로 내려갔습니다. 설비는 그대로인데, 품질이 더 좋아진 것입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벽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붙여놓았기 때문입니다. 감사운동이 도요타를 이긴 겁니다.”

파업·해고 앞에서도 쿨한 감사가 가능할까

정말로 기계가 감사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공장 작업자들이 감사 인사를 붙인 기계에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였을 게 분명하다. 한 번 더 기름칠을 하고, 볼트를 죄며, 오래된 녹을 말끔히 닦았을 것이다.

기계에 감사한 이 운동은 설비 부품 하나하나에 감사를 표시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발신기의 도압관 막힘 방지용 질소에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코일카(Coil car)”, “감사해요 클러치(RSM Clutch)” 등이다. 허 사장의 말이다.

“기계에 대해 한 번 더 관심을 갖고 점검하고 애착을 가지게 됐어요. 전에는 기계가 고장이 나면 짜증부터 냈지만, 지금은 ‘나를 여기 있게 해준 도구’로 여기게 된 것이죠. 더 관심을 갖고 한 번 더 챙기고 기름을 더 치게 됩니다. 그 바탕에는 자기효능성이 있어요.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결정되죠. 그 의미는 자신만이 부여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불행도 극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긍정이자 희망입니다.”

허남석 사장은 지난 3월 25일 열린 포스코 ICT 주주총회에서 포스코 경영연구소 산하 그룹연수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허 사장은 연수원에서 포스코 그룹 전체에 감사운동을 전파하는 활동을 맡게 됐다.

“감사운동을 그룹 차원에서 벌이는 과정에 ‘포스코에너지 왕상무 사건’이 터져 난감해졌어요. 이럴 때일수록 포스코 전체가 감사나눔, 행복경영을 해보자고 뜻을 모으고 있어요. 현재 전 세계 철강업계가 공급과잉으로 어렵지만 그래도 포스코는 수익을 내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죠. 인생의 의미는 누가 결정합니까. 자신이 합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요. ‘마음의 근육’이 의식 수준을 결정합니다. 감사는 절대조건이 아니라 해석입니다. 긍정의 생각과 태도는 꾸준한 훈련으로 이뤄집니다. 그래야 치열한 경쟁에서 개인도 살고 기업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긍정의 사고는 개인에게는 물론 기업 CEO에게도 효자 아이템이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이 직원들의 성과를 끌어내는 무형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긍정의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와 철저한 공생(共生)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만약 파업이나 구조조정, 해고 앞에서도 ‘감사하다’거나 ‘감사했다’는 쿨한 긍정문을 떠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루 100개 감사 쓰기 도전기
“따스한 햇볕, 숨 쉬는 오늘에 감사했다”

《감사나눔신문》 유지미 기자(사진)는 2010년 11월 5일부터 감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하루 100개 감사 쓰기에 도전한 것이다. ‘100감’은 힘겨운 도전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2시간 이상을 끙끙거리며 그날의 감사거리를 생각했다. “오만 가지 잡생각에 익숙한 내게 감사는 낯선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감사노트를 들고 다니며 감사거리가 생각나는 즉시 적기 시작했다. 잡생각에서 벗어나 ‘감사, 감사, 감사’만 생각하려 애썼다. 그렇게 감사에 몰입하는 연습을 했다.

“하루에 100개의 감사를 쓴다고 생각하니 작고 사소한 것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향해 웃는 사람들, 따뜻한 햇볕, 살아 숨 쉬는 오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등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이 없었습니다. 감사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 모든 것이 내겐 감사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어제보다 하나 더 많은 감사를 목표로 살게 됐고 어제는 평범했던 하루가 오늘은 특별한 하루가 되어 하루하루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용환(金容煥) 《감사나눔신문》 대표는 “처음 유 기자를 보았을 때 붕 떠 있는 듯 불안해 보였고 까칠한 성격이어서 왠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100감사’를 쓰면서 서서히 달라졌다”고 한다.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웃는 날이 많아졌으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 또한 순해졌다는 것이다.

‘No Rain, No Rainbow(좌절이 없으면 기쁨도 없다).’

이 말은 유 기자의 신념이자 인생관이다. 감사의 사연을 전하는 취재기자와 기업체, 지자체, 군부대 등에 연간 100여 회 강의를 하는 등 감사전도사로도 일하고 있다.

감사의 기적? 곰팡이 실험

유리병에 밥을 담고 감사, 증오, 무관심한 반응을 보인 뒤 곰팡이 모습의 변화를 실험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대림대 제갈정웅(諸葛政雄) 총장은 2010년 3월부터 독특한 실험을 했다. 우선 깨끗한 유리병 두 개를 준비하고 한쪽에는 ‘감사합니다’, 다른 쪽에는 ‘짜증나’라는 글씨를 써서 붙였다. 그리고 유리병에 직접 지은 밥을 넣은 다음 매일 두 개의 병을 향해 글씨에 적혀 있는 대로 말해주었다. 그의 말이다.

“처음에는 ‘감사’와 ‘증오’의 두 개의 말을 실험해 보았더니 신기하게도 ‘감사’라고 적힌 병에 담긴 밥에는 곰팡이가 조금 피긴 했으나 대체로 밥이 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유리병에 ‘증오’를 써 붙인 밥에는 까맣게 곰팡이가 피고 부패해서 보기가 흉했어요. 그 결과를 보고,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등 외국어로 ‘감사·증오’ 실험을 해보았어요. 역시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대림대 제갈정웅 총장.

호기심이 발동해 이번에는 아무 글도 안 적은 ‘무관심한’ 병을 서재 구석에 처박아 두었더니 ‘감사’나 ‘증오’보다 더 흉한 곰팡이 결정체가 되더군요. 밥이 짓물러 물이 되었는데, 결국에는 곰팡이조차 해체되었어요. 이 실험으로 ‘감사’나 ‘증오’보다 ‘무관심’이 더 파괴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제갈 총장은 “감사하면 밥도 썩지 않는데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며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고민하면서 감사에 주목하게 됐다. 아무리 거친 표현의 이야기를 들어도 화를 내지 않을 때, ‘아, 내가 감사로 변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몇 년 전 제 아이를 미국학교에 보냈습니다. 그 성적으로 국내 대학에도 못 갈 것 같았어요. 미국에 가서도 성적이 C, D였어요. 그런데 방학 때 귀국한 아이와 곰팡이 실험을 하며 감사의 위력을 가르쳤더니 아이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매사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더니 이제는 A 학점을 받아오게 됐습니다. 곰팡이 실험이 제 아이의 변화를 이끈 것이죠.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밥을 보면서 아들은 자신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가를 깨달았고, 자신에게 감사하기 시작했죠.”

소설가 김진희씨.

월간 《한맥문학》 발행인인 소설가 김진희(金眞熙)씨도 기자에게 감사의 기적을 전해왔다. 사연은 이렇다. 2011년 3월 지인에게서 병아리 두 마리를 선물 받았다. 검은색의 오골계와 흰색의 금계는 그녀의 손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짐승은 사람처럼 똑같이 대하면 잘 자랍니다. 탈이 나면 사람이 먹는 약을 1/3 정도 먹이면 돼요. 청소 잘 해주고 물갈이 잘 해주면 동물병원에 갈 일도 없지요. 어떤 짐승이든 오래되면 주인을 알아봅니다.”

어느 날 닭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 그녀는 “달걀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게 기쁨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해 겨울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알을 낳는 속도가 느려졌다. 처음에는 “왜 알을 안 낳느냐”고 야단을 쳤다. 주눅이 들었는지 알 낳는 속도가 더 느려졌다. 그즈음, 제갈정웅 총장을 만나 속상하다고 했더니 3가지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첫째는 닭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줘라, 둘째는 그 이름을 매일 불러라, 셋째는 알을 낳을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칭찬하라”고.

김진희씨는 오골계는 오순이, 금계는 금순이라 이름 짓고 제갈 총장의 조언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금순이는 알을 하루 낳고 하루 쉬었는데 거의 매일 낳았고, 오순이는 사흘에 한 번 낳더니 그 간격이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알도 더 굵고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 녀석들은 잘 자라고 있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 출산율은 떨어졌지만…. 감사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①감사 ②증오 ③무관심 곰팡이를 전자현미경으로 300배 확대한 모습.

태풍에 쓰러진 벼가 혼자 일어섰다?

경기 군포에서 농사를 짓는 손동걸씨.

경기도 군포 도마교동에서 농사를 짓는 손동걸(孫東傑)씨. 작년 여름 태풍 볼라벤이 몰아쳐 6612m2(2000평)의 논의 벼가 다 쓰러졌다고 한다. 망연자실했지만 달리 손쓸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이 누워 혼자서 벼를 세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는 논 주위를 오다가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태풍에 벼가 쓰러지면 거의 안 일어납니다. 2010년에도 태풍 탓에 소출이 형편없이 나빴으니까요. 그해는 쌀 17가마밖에 안 나왔어요. 그런데 쓰러진 벼 앞에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했더니 열흘쯤 지난 어느 날 누운 벼가 일어선 것입니다.”

작년 쌀 생산량은 38가마라고 한다. 그는 “직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친동생도 계속 기도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더니 작년 10월 암에서 완치됐다”고도 했다.

“감사의 효과는 그것을 확신하는 사람만 맛볼 수 있습니다. 감사는 쓰러진 벼만 아니라 고난에 빠진 우리의 인생도 거뜬하게 일으켜 세워줄 것입니다.”

손씨는 이런 얘기도 덧붙였다.

“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덜렁대는 성격 때문인지 학교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손자를 위해 계속 기도했어요. 시험을 앞두고 손자에게 과목별로 90점 이상을 맞으면 각각 5000원을, 전 과목에서 90점을 넘기면 보너스로 1만원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죠. 닷새가 지나고 손자가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3만5000원 주세요. 다섯 과목 모두 90점을 넘겼어요’라고.”

삶이 행복해지는 감사의 습관 7가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을 자신에게 들려주세요”
1. 작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세요.
2.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감사하세요.
3. 감사한 것이 생각나면 바로 노트에 쓰세요.
4. 감사일기 쓰는 시간을 정하세요.
5. 감사일기 쓰는 혼자만의 공간을 만드세요.
6. 감사파트너와 수시로 감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세요.
7. 나의 감사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출처=《감사나눔신문》이 제작한 ‘감사노트’ 중에서)

“착시다” vs. “기적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적일까, 착시일까.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李東龜) 교수는 “이런 현상들은 실증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라 조심스럽다”며 “심리학적으로 이것저것 현상의 이름을 붙이는 분들도 있겠으나 경험주의자인 제 입장에서는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번에는 서울대 심리학과 권석만(權石萬)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우선, 정말 그런 결과가 있었는지 사실 확인이 필요할 듯합니다. 곰팡이 실험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닭들에게 ‘감사합니다’고 했더니 알을 자주 낳았다거나, 포스코의 경우처럼 감사문구를 제철소 곳곳에 붙였더니 기계고장이 줄었다는 것은 이전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닭을 기르고 기계를 관리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런 현상은 ‘기도를 하거나, 자리를 바꿔 앉았더니 시험에 합격하고 사업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감사와 나눔의 효능을 주장한다면 매우 나이브한 생각이에요. 이런 현상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적 메커니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강대 김인자 명예교수.

서강대 명예교수인 김인자 한국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은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을 국내 처음 소개한 학자로 꼽힌다. 사재를 털어 2006년 셀리그먼을 초청했고, 용담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2009~10) 시절에는 국내 처음으로 ‘긍정심리학’ 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는 취재과정에서 만난 여러 감사체험에 대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밥과 관련한 곰팡이 실험도 있지만, 물과 관련된 실험도 있어요. 물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고 급랭시켰더니 아름다운 결정체가 생겼지만, 부정적인 말을 하고 급랭했더니 물 결정체가 깨지고 빛깔마저 누렇게 변했다고 합니다. 긍정의 말 중에서 상대를 감동시키는 말이 ‘감사하다’는 말입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두 사람을 한꺼번에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건강에 좋은 내분비물이 생기고 저항력이 굉장히 높아져 치료적 효과가 생긴다고 볼 수 있어요.”

김 소장은 “긍정적 정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이타적 행동을 하게 해 결국 세상의 빛으로 다시 돌아간다”며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로 생각하며 마음의 자세부터 바꾸는 것이 긍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행복은 선택의 결과

김 소장은 “행복은 유전·환경이 아닌 선택의 결과”라고 했다.

“행복요인은 유전성 50%와 환경 10%를, 40%의 개인선택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행복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행복을 환경이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비율은 10%에 불과해요. 40%의 선택(통제력)으로 60%를 통제하며 살아갑니다.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목도하고 ‘의미치료’를 고안해 낸 빅터 플랭클(Viktor Frankl) 박사와 개인심리학의 대가(大家)인 아들러(Alder),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가 동시대 같은 마을에서 성장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겪었던 환경요인은 비슷했지만, 자신의 삶을 선택한 결정이 위대한 심리학자로, 총부리를 인류에게 겨눈 독재자로 만든 것입니다.”

김 소장은 “나는 치유나 상담이란 개념을 선호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환자 취급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이가 스스로 일어나 자기 문제를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나 문제를 없애는 것은 소극적인 방법입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나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행복도 연습을 반복적으로 하면 달인이 됩니다. 삶에 실패란 없습니다. 다만 행복해지기 위한 또 한 번의 학습을 한 것입니다.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았을 때 다음에는 다르게 하겠다는 계획을 그 순간 세워둬야 합니다.”

—이 시대 긍정심리학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건가요?

“요즘은 학회에 가면 너도나도 긍정심리학과 관련한 사례를 발표하겠다고 해요. 작년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워크숍에 갔더니 60~70명의 심리학자가 긍정심리학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하더군요. 긍정심리학은 심리학의 새로운 접근으로 개인성장과 공동이익을 함께 추구하되 약점보다는 강점에 관심을 갖고, 나쁜 것을 제거하기보다 강점에 귀기울이며, 병리적 증상 치료보다 정상적인 삶을 충만하게 하는 데 목표가 있어요.”

미국에서 ‘긍정산업’이 꽃을 피운 이유는?

사람은 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행복해질까. 반드시 긍정적인 생각이 행복과 부, 건강을 찾아줄까. 예수가 제자들에게 가르쳤듯 긍정의 가능성에 의심을 품으면 안 될까.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하며 범죄의 위협에서 벗어난다면 굳이 긍정적으로 사고할 이유가 없다. 사회가 불완전하고 불안하지만, 그 무서운 세상에 대한 자신의 신념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까.

긍정적 사고를 위한 훈련은 수많은 모순적인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긍정심리학은 ‘행복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가진 행복을 몰랐던 것임을 깨닫고 연습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불가능, 불쾌한 생각과 나쁜 기억의 상처를 ‘전환’해야 하고, 현실을 달리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는 외부 세계에 먼저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사회의 감사운동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길인지, 사회의 문화적 선을 위한 길인지, 기업의 이윤을 위한 일인지 명확하지 않다. 사실 긍정적 사고가 가장 환영을 받은 곳이 기업이라는 점은 꺼림칙하다. (자본주의가 꽃을 피운 미국에서 자기계발서·코칭(coaching)·동기부여 프로그램 등 각종 ‘긍정산업’이 꽃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윤창출을 위해, ‘새로운 도전(매출액 증대)의식’을 자극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가능하다’는 낙관성과 긍정적 정서를 키우려는 의도는 아닐까. 불완전한 고용, 비정규직 갈등, 노동 양극화가 심각한 노동자들에게도 긍정적 사고가 필요할까.

《감사나눔신문》 발행인인 김용환 대표는 “감사하는 마음은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태도는 생각에, 생각은 말에, 말은 행동에, 그리고 행동은 습관으로 이어져 인격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고 말한다.

그는 신문을 발행하는 일과 함께 기업과 군부대, 학교 등지를 돌며 ‘감사 코칭’을 한다. “감사 체질화가 사람들의 잠자는 잠재능력과 창의성을 깨우는 놀라운 힘이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신문은 그런 감사의 사연과 그 사연이 낳은 ‘소소한 기적’을 담고 있다. 그는 “감사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성공을 이끄는 자기실현적인 예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누가 뭐래도 건전한 상식의 하나이자 사회를 지탱하는 믿음의 체계이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부정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부정적인 뉴스를 보지 말아야 한다거나 ‘미친 세상’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개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포항시의 감사운동 프로젝트

감사운동을 벌이고 있는 박승호 포항시장.

그러고 보니, 기업만이 긍정적 사고를 가르치는 게 아니다. 지자체 중에서 처음으로 포항시가 공무원과 시민을 상대로 작년 3월부터 감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광양시나 서울 노원구 등 포항의 자매도시에서도 감사운동이 소개됐으나 아직 적극적이지 않다. 포항시 감사운동TF팀 박정숙 팀장은 “한전, 대구도시철도공사, 도로교통공단, KT&G 포항지점 등 공기업에서도 벤치마킹하러 포항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포항시의 감사운동은 전 직원이 감사노트에다 매일 감사한 일을 쓰게 하고, 동료나 민원인들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며, 감사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2010년 재선(再選)이 된 박승호(朴承浩) 포항시장은 감사운동을 독려하려고 ‘포항시 감사운동추진본부’까지 만들었다. 자문위원 중에는 손욱 전 회장을 비롯해 포항상의회장, 포항제철소장, 포항교육장 등이 포함돼 있다.

“포항은 철도·도로·산업단지 등 SOC 인프라를 모두 갖춘 광역도시로 성장해 이제는 도시 품격에 걸맞게 시민행복이 필요하다고 판단, 감사운동을 전개했어요. 시작은 포스코에서 먼저 했지만, 지역사회에 확산은 행정의 몫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확산시켜 왔어요.”

다만 감사운동이 관(官)이 주도할 만한 일인지는 논란이 있다. “개발독재 시대도 아니고 개인의 가치관을 행정기관이 나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들도 본연의 업무가 아닌 감사노트와 감사편지를 쓰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포항시 감사운동TF팀 박 팀장은 “좋다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나쁘다는 사람은 말을 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하루에 감사한 일 5가지 쓰기, 한 달에 한 번씩 감사편지 쓰기(1년에 12통), 살면서 잊고 지냈던 혈연, 친족이나 동료에게 감사표현하기, 만약 감사할 대상이 없다면 신록에도 감사하자고 했어요. 처음엔 직원 사이에서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지금은 효과를 공감하고 있어요. 저부터 가정과 직장에서 불만이 줄었습니다.”

포항시의 ‘감사 퍼포먼스’는 다양하다. 전 직원이 참가해 ‘감사 불씨 워크숍’을 1박2일로 가졌고, ‘감사 경연대회’, 각종 회의 전 감사한 일 발표하기, 청(廳) 내 감사방송, 감사 릴레이, 감사 배지 달기, 감사 차량 스티커 달기, 매월 5일을 ‘5감사 데이’로 정해 감사엽서와 편지를 쓰게 하고 발송한다. 또 감사실천 우수 직원과 부서를 뽑아 시상하고 ‘직원 감사 대상’도 뽑고 있다.

덕분에 포항시청 공무원들의 만족도가 향상되고 업무 역량이 강화됐다고 한다. 감사운동TF팀 라정기 계장은 “작년 6월 조사에서 업무만족도가 58.5점이었으나 지난 4월에는 60.4점으로 나왔다”고 했다. 1.9점 상승이 포항 관가(官家)의 변화를 드러내는 지표인지는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박승호 시장의 말이다.

“감사를 통한 행복한 직장 만들기와 소통으로 사상 최대의 국비를 확보하게 됐어요. 2011년 국비 예산을 4852억원 확보했으나 작년 7733억원, 올해 1조178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감사운동에 따른 직원들의 업무역량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공무원의 친절한 안내에 감동한 일본인 관광객의 감사편지가 답지하는 등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포항 아이들이 변하다

포항시는 작년 5월부터 지역 내 초·중·고교 127개교를 대상으로 감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폭력이 줄고 학생들의 벌점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국비 예산 확보가 감사운동 덕이라는 박 시장의 겸손함 때문인지, 포항시민의 행복도도 개선되고 있다.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작년 8월 포항시민의 행복도 점수가 55.8점에서 지난 4월에는 62.2점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감사운동에 대한 호응도도 높아 응답자의 81%가 이 운동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 공무원보다 훨씬 점수가 높다.

감사TF팀 박 팀장의 말이다.

“법무부에서 전화가 와서 전국 51개 교도소에 감사 노하우를 전달하기로 했는데 장관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어요. 중앙부처에서 하자고 나서면 좋겠어요. 우리가 가진 감사 불씨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감사운동의 효과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포항시교육지원청도 작년 5월부터 이 지역 초·중·고교 127개교를 대상으로 감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과 올해 일선 학교에 감사노트 11만 권을 배부, 학생들은 매일 감사한 일상을 노트에 쓰고 있다. 교육청 엄기복 장학사는 “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되 일선 학교현장에서 감사의 행동이 습관화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감사교육의 결과, D 중학교의 경우 작년 학교폭력으로 38명의 학생이 경찰조사를 받았고 학교폭력이 자주 발생했지만 올 들어 4건에 불과합니다. 관내 또 다른 D 중학교도 작년 학교폭력이 3건 발생했지만, 올해는 발생하지 않았어요.”

감사운동 이후 학교가 문제학생에게 내리는 벌점도 줄고 있다고 한다. 포항 모 중학교의 경우 작년 10월 현재 벌점이 393건(1학년), 903건(2학년), 2278건(3학년)이었으나 올 4월엔 169건(1학년), 208건(2학년), 314건(3학년)으로 줄었다. 엄 장학사는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학교폭력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성문 대신 부모님께 50 감사 쓰기와 진심 어린 낭독으로 교화에 큰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포항시민을 상대로 한 포항시와 교육청의 관 주도 ‘감사운동’에 대해선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박 시장은 “감사운동이 학교로 이어지면서 청소년들의 심성을 가꾸는 데 매우 효과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 확신을 존중하지만, 관 주도의 경계를 어느 선까지 정할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독일 카를스루에대 한병철 교수의 말처럼 현대사회는 ‘피로사회’다. ‘~해야 한다’거나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는 과거 ‘~하지 말아야 한다’, ‘~해선 안 된다’의 독재·전제정치의 규율을 정확하게 치환시켜 준다. 사람들의 마음 한쪽에 있던 부정, 명령, 억압이 긍정, 수용, 동기로 바뀌면서 또 다른 심리적 압박(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능력의 긍정성은 당위의 부정성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한병철 교수). 긍정의 무의식 속에 자본가의 열망(이윤배가)을 담고 있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긍정의 ‘과잉’ 상태를 부추기는 주체가 어떤 지배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지도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軍에서의 감사운동

“감사는 곧 戰鬪力”

⊙ 병사들의 복무만족도 증진효과 높아, 7월부터 육군 전 부대 실시
⊙ 궁극적인 목표는 “참된 전우애로 전투력을 높이는 것”

南泰雄月刊朝鮮 인턴기자

해병 제6여단 장병들이 감사나눔 교육을 받은 뒤 부모님에 대한 감사편지를 쓰고 있다.

“오늘 점심에 메인 메뉴로 생 우동이 나왔습니다. 평소에 먹을 수 없는 별미인데다 맛도 일품이라서 배 터지게 먹었습니다. 항상 혼자서 13인분의 식사를 전담하느라 고생이 많은 취사병 윤성식 일병에게 감사합니다.”(53보병사단 장산호랑이대대 박수동 상병)

병영에도 ‘감사바람’이 분다. 육군본부는 오는 7월부터 전 부대에서 감사나눔 운동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군은 민간의 감사운동에 주목, 2011년 10월부터 육군 7개 대대, 해군 3개 부대, 공군 4개 부대에서 시범 실시해 왔다. 14개 부대의 병영 내 사건·사고 건수가 2011년 95건에서 작년 10건으로 줄었다는 것이 감사운동의 효과다. 병사와 지휘관들의 만족지수도 높았다고 한다.

이 부대 병사들은 ‘감사수첩’을 갖고 다닌다. ‘1일 5감사’(하루 다섯 번 감사하기)가 원칙이지만 더 많아도 상관없다. 회의나 점호(點呼)의 막간을 이용해 감사수첩에 적은 내용을 발표한다. 장병은 감사내용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을 했구나’, ‘나는 당연하게 생각한 일인데, 참 감사한 일이었구나!’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김석호씨(작년 11월 8일 8사단 19전차대대 전역)는 평소 감사에 소극적이었다. 군에서도 주변 동료와 지휘관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병사였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식사 전후 틈틈이 30~60개 정도의 감사내용을 적으며 자신을 반성했고, 2012년 ‘부모에게 100 감사 쓰기’ 공모전에서 진솔한 감사고백을 해 부모님과 함께 설날을 보낼 수 있었다. “낳아주시고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 클럽 가서 밤새 놀던 것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솔직한 다양한 감사내용으로 부모님의 눈시울을 붉혔다.

전우애는 곧 전투력, 감사운동 통해 전투력 증진 기대

병영 감사운동의 성과는 병사들의 정서적 만족도 향상에 그치지 않고 전투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감사운동을 시범으로 했던 해군 1함대 사령부 136편대(지휘관 김중구 소령)는 한 해 동안 ‘작전사 포술 최우수 고속정 편대’, ‘함대 전투준비 우수편대’, ‘전투력 경쟁 1등’, ‘정신전력 우수부대’로 선정됐다. 당시 편대를 지휘했던 김중구 소령은 “군 감사운동을 통해 전투력 향상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병영 감사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투력 향상이다.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정신전력센터 우보환 전문연구원의 말이다.

“도입 당시 ‘굳이 안 해도 되는 번거로운 행정과업(行政課業)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고 저 자신도 ‘과연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사운동을 통해 가정과 삶이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이 든 다음부터 감사운동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저는 전투력이 전우애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운동으로 장병이 참된 전우애를 느끼게 된다면, 장병의 전투력도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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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한국版 ‘감사운동 프로젝트’ 연구

조용히 번지는 포스코·포항시發 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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