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분석

12·3 사태 이후의 한국 경제

‘노무현-박근혜 탄핵 때보다 심각’(골드만삭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금융 당국이 발 빠르게 대처를 한 부분은 굉장히 긍정적”
⊙ “원·달러 환율을 1400원대 초반으로 안정시키려면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야”
⊙ 트럼프 2기 출범이라는 불확실성에 또 하나가 보태져
2024년 12월 9일, 서울 중구 무교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환율이 나오는 가운데 딜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조선DB
  대한민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12·3 사태 이후로 코스피 지수는 한때 2300대까지 밀렸다가 2400대(12월 12일 종가 2484)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4분기에는 2500~2600대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외국인은 12월 4일부터 6일까지 불과 사흘 동안 총 1조85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월에도 한국 주식을 4조원 넘게 순매도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위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美) 대통령 당선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돌파하고 12월 9일에는 1437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년 하반기 보고서에서 2025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측했는데 1.7%(2024년 12월 6일 발간)로 낮췄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3개월 전에 2025년 경제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가 이번에 2%로 조정했다.
 
 
  “좌우 따질 상황 아니다”
 
  일부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12·3 사태 이후 열흘 만에 회복 추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고 본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상무의 분석이다.
 
  “코스피 지수가 회복했다고 해서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선 코스피가 2400 밑으로 빠졌다가 다시 올라간 이유는 개인들의 투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기업들의 평균 PER(선행 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8.2 정도로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니 개인들이 저가 매수를 했다. 두 번째로 코스피가 회복했을 때는 검찰이 김용현(金龍鉉) 전(前) 국방부 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소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적시한 것이 시장에 알려졌을 때다. 이 뉴스가 전해지자 코스피 야간 선물 시장이 1% 넘게 상승했다.”
 

  ― 개인들이 주식이 아주 싸다고 판단했거나, 12·3 사태에 대한 정리 징조가 보였을 때 주식 시장에 긍정적이었다는 소리인가.
 
  “주식 시장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탄핵, 헌재 인용 여부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해소돼야 한다.”
 
  ― 어떤 식으로든 빨리 끝나야 경제가 회복된다는 뜻인가.
 
  “해외 기관의 국내 신용등급 조정 여부가 관건이다. 그들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진 여파로 실질 금리가 올라가면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기업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다.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입장에서 ‘진보냐 보수냐’ ‘좌파냐 우파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처음에는 대통령의 문제, 정치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나의 문제다. 한국 경제가 최악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빨리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탄핵 때는 경제가 강하게 뒷받침”
 
민간 소비심리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텅 빈 거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시스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는 과거 노무현 탄핵, 박근혜 탄핵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2006년, 2016년의 탄핵 관련 선행 사례들은 좋은 벤치마크가 되지 않는다. 2006년 한국 경제는 중국의 호조, 2016년에는 반도체 사이클의 강세 등으로 경제가 강하게 뒷받침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대로 2025년은 중국 경제의 둔화 및 대(對)미국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상당한 불확실성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2004년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기 전 주식 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이며 하락했지만, 이후에 회복하는 패턴을 보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코스피는 20포인트가량 하락하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약 6개월간 20% 주가가 상승했다. 즉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초반에 자금 유출이 발생했지만 이후 다시 자금이 유입되면서 상쇄됐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금 유출 여부를 떠나서 탄핵 절차 자체는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에서 ‘성장 경로 이탈이 우려되는 한국 경제’라고 표현했다. 현대연구원은 “특히 소비 부문에서 고금리와 고물가, 소득 정체 등의 구매력 약화 요인과 더불어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침체 국면이 지속하고 있다. 소비판매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2024년 9월과 10월 연속해서 감소했는데, 전년 동월 비교로는 2024년 3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속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의 얘기다.
 
  “이번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내수 소비 침체다. 내수 부진이 지속하면서 수출 경기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가 활력을 잃는 가운데, 경기선행지수 순환 변동치의 개선세가 멈추면서 성장 경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외부 불확실성 해소와 내수 모멘텀 확보가 없다면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잃어버린 30년’ 같은 일 없을 것”
 
  ― 민간 소비 심리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나.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미래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가계 심리와 기업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가계심리지수(CSI)와 기업심리지수(BSI)는 2024년 초반 반등했으나, 최근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선세가 둔화했다고 본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심리적인 요인으로 긴축 재정에 들어간다. 결국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돈을 풀든지, 금융 당국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 금리를 추가로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그럼에도 내수 소비부터 살려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겨우 제자리를 찾았는데 소비가 되지 않으면 내수 기업들의 매출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 일부에서는 ‘IMF 수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얘기를 하기도 한다.
 
  “너무 과도한 예측이다. 이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어떤 형태로든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뉴스심리지수’가 있다. 언론사 경제 뉴스 문장을 매일 1만 개씩 임의 추출하여 긍정, 부정으로 분류해 지수화한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2020년 2월부터 이를 개발했고, 매주 화요일 4시에 이를 공개한다. 지수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제 심리가 과거보다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으로 본다. 한은은 ‘뉴스심리지수’가 소비자심리지수(CCSI)보다 1개월, 주요 실물경제 지표보다 1~2개월 가까이 선행하는 것으로 본다. 한은의 ‘뉴스심리지수’는 12월 9일에 83.19를 기록해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구동성으로 원·달러 환율 위험 지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월 10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야3당 긴급 경제상황 현장점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위험은 원·달러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찍은 이후에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었던 것은 IMF, 2008년 금융위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시기뿐인데 이번 사태로 한순간에 1400원을 넘었다. 트럼프의 무역 분쟁이 국내 경제 성장률에 악(惡)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2025년에는 1400원대 이상에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의 발 빠른 대처는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 사태 이후에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가장 처음 내놓은 보도자료는 ‘2024년 11월 말 외화보유액’과 ‘금융·외환시장 점검 및 시장 안정화 조치 실시’였다. 한은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9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2024년 10월 말 기준)이라고 발표했다. 또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융위)는 당분간 금융·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임시 회의를 개최해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융 당국이 외환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보도자료 발표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언론 대응에 나섰다. 이창용(李昌鏞) 한은 총재는 12월 4일에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비상계엄 사태에도 금융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잘 해결해 온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다음 날인 12월 5일에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충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금융 시장이 계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탄핵 상황에 비춰보면 단기적으로 경제에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경제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12월 10일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1400원대 초반으로 안정시키려면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둔화 전망”
 
12월 8일 서울시내의 한 환전소에 달러 등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 뉴시스
  국내 대기업에서 M&A를 주로 담당하는 한 고위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12·3 사태 때 해외 출장 중이었다.
 
  “해외에서는 낮시간이었다. M&A 카운터 파트너가 회의 중에 ‘한국에서 전쟁 났느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뉴스에서 계엄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전쟁이 난 것은 아닌데 무슨 일이 터지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새삼 놀란 것은 해외 파트너들은 여전히 한국을 전쟁 발발이 가능한 국가로 생각하고 협상에 임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매일 그곳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에서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북한을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그들이 한국을 디스카운트하는 이유 중에 전쟁 위험이 있다는 얘기인가.
 
  “새삼 느꼈다. 며칠 동안 현지에 머물면서 협상을 이어가야 했는데, 금융 당국이 발 빠르게 대처를 한 부분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금융 당국에서 잇따라 안정화 조치를 내놓으면서 해외 파트너들의 불안감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후 12월 10일에는 김병환(金秉煥) 금융위원장이 외국계 금융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치적 불확실 시에도 한국 경제는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사실상의 임시 정부는 단기적으로 금융 시장 안정과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며 기존 정책을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는 경기 순환적 특성과 달러 강세, 관세 불확실성 등으로 2025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며, 당사는 한국의 수출 및 산업 성장 둔화에 의해 한국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기 민감도가 높거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섹터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돼”
 
  우리 경제에는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및 관세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발 내수 부진 장기화가 우려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및 주변국 경제는 회복 지연 또는 성장세 둔화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멕시코 등 미주 지역 신흥국 성장세도 크게 둔화될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의 얘기다.
 
  “트럼프 정책의 기본이 관세율 조정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로는 일부 품목에 부과되는 과세율이 18~20%로 추정하는데, 그럴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8~1%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 실질성장률은 0%가 되는 것 아닌가.
 
  “현재의 예상치보다 떨어질 수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 등급을 경고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국내 경제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무역 분쟁이라는 흐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