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 빈집 무상 임대받아 리모델링… 10여 년 계약 끝나면 집주인에게 돌려줘
⊙ 빈집 재생 사업 표준 모델로 정착… “말로만 혁신 바라면 안 돼”
⊙ 매출 1.5% 마을에 기부… “주민과 좋은 관계 형성에 도움”
⊙ 일룸·LG전자·지역 식품 업체 등과 협업 “마음에 드는 제품 구매 가능”
남성준
1974년생. 제주대 사범대 상업교육과 졸업 / 現 다자요 대표이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운영위원 /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표창, 2020 제주기술혁신대상
⊙ 빈집 재생 사업 표준 모델로 정착… “말로만 혁신 바라면 안 돼”
⊙ 매출 1.5% 마을에 기부… “주민과 좋은 관계 형성에 도움”
⊙ 일룸·LG전자·지역 식품 업체 등과 협업 “마음에 드는 제품 구매 가능”
남성준
1974년생. 제주대 사범대 상업교육과 졸업 / 現 다자요 대표이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운영위원 /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표창, 2020 제주기술혁신대상
- 남성준 대표가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고산도들집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월간조선
임용고시에 떨어진 혜원(김태리 분)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고향 빈집으로 내려온다. 봄동을 캐 국을 끓이고 직접 오이를 길러 콩국수도 만든다. 소꿉친구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과 아랫목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속 이야기다. 고향집에서 1년을 보내며 희망과 용기를 얻은 혜원은 다시금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리틀 포레스트〉 속 시골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제주에 있다. 숙박 플랫폼 다자요가 운영하는 숙소다. 다자요는 제주 전역에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박 시설로 만드는 스타트업 업체다. 농어촌에 방치된 빈집을 주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고급 숙소로 리모델링한 뒤 공간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10여 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원래 집주인에게 기부채납 형태로 집을 되돌려준다.
남성준 대표는 지난 2015년 숙박 중개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고, 2017년 빈집 재생 스타트업으로 재탄생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350명의 일반인 투자자에게 8억원을 투자받아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9년 사업이 중단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목하는 업체 중 하나다. 빈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다스의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자요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스타트업들이 빈집과 유휴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시설 좋고 분위기 좋은 독채형 숙소를 고향 제주도에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7월 22일 다자요의 9번째 숙소 고산도들집에서 남 대표와 만났다.
후배 고향집으로 시작한 1호 숙소
― 어떤 생각에서 빈집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까.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마음은 아니었습니다(웃음). 사업은 결국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처음엔 숙박 예약 플랫폼으로 사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스템 개발비, 인건비 등 들어가는 돈이 많았죠. 1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때 ‘차라리 숙소를 우리가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주도 시골엔 방치된 빈집이 많습니다. 이 집을 우리가 멋있게 고쳐주는 대신 임대료 없이 무상으로 빌려 운영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처음에 몇 사람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까.
“소규모였습니다. 4명이서 시작했어요. 우리가 리모델링한 첫 집은 고향 후배의 부모님 집이었습니다. 서귀포 도순동에 있는 집이었죠. 당시 살고 계시던 후배 할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비게 된 집이었어요. 로드뷰로 그 집을 봤는데 아주 예뻤습니다. 리모델링이 끝나니 그 동네 분들이 자기 집도 고쳐달라는 의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고쳐달라’ 전국 리스트만 400채
―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집을 고쳐달라고 의뢰하는 분들이 전국에 많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첫 집을 제외하곤 빈집을 직접 찾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빈집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지금 전국 약 400여 채가 저희 리스트에 올라와 있습니다.”
― 리모델링할 집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습니까.
“집마다 특색이 다 달라 정형화된 기준은 없지만, 몇 가지 확인해보는 사항은 있습니다. 주변 소음이 심하지 않고, 마당이 딸려 있어야 하며 주차 공간이 있는 집을 우선시합니다. 동네에 편의점 같은 시설도 있어야 하죠. 집을 고쳤을 때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느냐를 가장 많이 따져보고 있습니다.”
― 집 리모델링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자금이 확보되고 모든 조건이 충족돼 있다는 가정하에 6개월 정도 걸립니다.”
“워케이션 문의도 많아”
― 현재 제주도 내 숙소는 몇 채나 되나요.
“총 11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용객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집을 유지 관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또 무상 임대 기간이 끝나면 집주인에게 집을 돌려줘야 합니다. 이때 최대한 좋은 상태로 돌려주기 위해 평상시에도 유지 보수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 다자요 이용객의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구체적인 고객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로 40대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로 이루어진 가족 단위 고객이 많습니다. 독채 숙소인데다가 4인 이상 머물 수 있다 보니 가족 단위 고객에겐 매력적인 숙소입니다. 호텔의 경우, 객실 2개를 따로 잡아야 하니 말이죠.”
― 기업의 워케이션 장소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 법인에서 워케이션 문의가 많이 옵니다. 또 가족과 함께 우리 숙소를 이용한 고객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건의하기도 하죠. 최근엔 제주관광공사 측에서 우리 숙소를 포함한 농어촌 지역 숙소를 법인에 워케이션 장소로 제안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습니다.”
“제주도 그 집 또 가자”
― 다자요 이용객의 피드백은 어떤가요.
“숙소에 비치해둔 방명록에도 적혀 있지만, ‘1박만 하고 가긴 아쉽다’ ‘다음에 또 올게요’ 같은 소감이 많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우리 숙소를 좋아합니다. 부모님들로부터 ‘아이들이 제주도 그 집 또 가자고 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 계절에 상관없이 숙소 이용률이 높나요?
“그럼요. 겨울에는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울 수 있고요. 가을에는 평상에 누워 별을 볼 수도 있습니다. 예쁜 욕조도 있어서 목욕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제주도 내 5개 숙소가 내년 1월 1일까지 예약이 전부 다 찬 상태입니다.”
― 숙소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제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도 잘 어울립니다.
“요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1장입니다. 그걸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죠. 제주도는 질적 관광이 중요한 지역입니다. 비싼 관광이라기보단 지불한 돈만큼의 만족도를 얻는 게 중요한 지역이죠. 다자요를 통해 만족도 높은 숙소를 이용할 수 있으니 관광객들은 멀리 가지 않고 이 동네에 머물며 주변에서 소비를 합니다. 마을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관광이죠.”
지역민에게 일자리 제공
― 초기 투자자들은 다자요의 어떤 면을 보고 투자한 겁니까.
“지금 제주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잖아요. 반면 빈집을 재정비하는 건 자연환경을 거의 훼손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공감을 많이 해주신 것 같습니다. 또 빈집을 리모델링해 사는 것을 투자자 대다수가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만에 하나 사업을 접더라도 투자한 데 대해 여한이 없다고들 합니다. 다자요를 통해 가족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고요. 공감되는 사업에 투자하고, 벤처 기업에 투자한 만큼 소득 공제도 받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판단하시는 것 같습니다.”
― 매출의 1.5%를 마을에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을 입장에서도 빈집 재생 사업을 환영할 것 같습니다.
“사실 농촌 분들이 그렇게까지 돈에 연연하진 않습니다. 재산 있는 분들도 많고 농민 수당도 나오는데 우리 매출의 1.5%라고 해봐야 얼마나 되겠어요. 다만 마을 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기부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매출의 1.5%라는 비율은 규제 샌드박스 연장 때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강제력 때문이 아니라도 꼭 내고 싶었죠. 순익이 아니라 매출의 1.5%였는데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입니다.”
―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숙소 뒷정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모두 지역 주민입니다.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시골에는 일자리가 늘 부족한데 저희가 조금이나마 일자리를 제공하니 지역민들 역시 만족해하십니다.”
사업 중단 시기 투자자들이 힘 실어줘
2018년 4월 도순 돌담집이 오픈하자 여러 지자체가 러브콜을 보냈다. 농어촌 빈집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남성준 대표는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고, 삼성 C-lab, IBK창공 등 민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2019년 커다란 암초에 부딪혔다. 다자요의 운영 방식이 현행법을 어겼다는 민원이 접수된 것이다. 규정상 실거주자만 농어촌민박업을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다자요 측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사업은 그대로 중단됐다. 당시 객실 예약률은 75% 이상으로 오르고 있었다. 성장을 이루려던 시기에 ‘불법 회사’ 딱지가 붙은 셈이다. 한창 오가던 투자나 협업 논의 또한 모두 멈췄다.
― 사업이 중단됐을 시기 심정은 어땠습니까.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도 받아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제도를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했느냐’는 질타가 있을 법도 했지만 이분들이 오히려 힘을 줬습니다. 투자금을 더 모아준 것이죠. 저희 역시 규제 개선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 정부나 지자체에 서운한 마음도 컸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억울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선 공무원들은 법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분들은 자기 본분을 다했다고 봅니다. 다만 농어촌 실거주자만 민박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법안은 1990년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농어촌 인구가 많았죠. 빈집 문제도 상대적으로 덜했고요. 벌써 3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농촌 인구가 줄고 이런 문제가 대두됐는데, 시대가 바뀌면 제도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고위 행정가나 정치인들이 ‘내가 책임질 테니 이런 좋은 것이 있다면 추진해봐라’라는 결단력이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말로만 변화와 혁신을 바라서는 안 되죠.”
“혁신 서비스 산업 보호장치 필요”
1년 6개월간 어두운 터널을 걷던 다자요는 2020년 기사회생했다. 정부가 다자요를 ‘한걸음 모델’로 선정해 규제 샌드박스 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다자요 사업이 농어촌 빈집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공감한 셈이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뜻한다.
이어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기간을 2026년 1월까지 연장했다. 영업일수 300일 제한도 폐지됐고, 사업장 수도 농식품부와의 협의로 전국 500채로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 규제 샌드박스 기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까.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다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 어떤 점이 그런가요.
“제품의 경우 개발을 하면 특허를 취득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아이디어는 그런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우리가 어렵게 규제 샌드박스를 얻어내고 사업 규모를 늘려가고 있지만 다른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같은 방식으로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한다면 막을 명분이 없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 산업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이에 대한 보호장치라든지 혜택이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빈집 재생 사업, 지자체 표준모델 됐는데…”
― ‘무상임대 후 반환 방식’은 현재 지자체 주도의 빈집 재생 프로젝트의 기본 모델이 된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정비한 집 퀄리티를 보면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청년이 돈과 시간을 투자해 시골까지 내려갈까 생각해보면 ‘글쎄’라는 생각이 들죠. 물론 이해는 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집 하나를 고치는 데 3억~4억원 정도 들어갑니다. 이 정도 금액이 들어간다고 말하면 공무원들이 놀랄 때가 많아요. 이들은 한정된 예산을 최대한 알맞게 분배하는 게 목적이니까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죠.”
― 내년이면 또다시 규제 샌드박스 연장을 위해 정부 측과 협의해야 하죠?
“그렇습니다. 어렵게 규제 샌드박스를 연장했지만, 내년에 또다시 정부와 기간 연장을 협의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저희가 확립한 빈집 재생 사업은 이제 여러 지자체의 표준모델이 됐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농인 혹은 청년에게 ‘월세 1만원’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요. 다자요가 이런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는데, 이 역시 혜택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 숙소를 둘러보니 가구나 전자 제품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맞습니다. 숙소를 ‘고객 경험의 끝판왕’으로 만들고 싶은 비전이 있습니다. 숙소는 1박에 40만~50만원대로 가격대가 있어 구매력이 있는 이용자가 주로 찾습니다. 이들을 주요 수요층으로 하는 가전, 침구, 인테리어 기업은 다자요 숙소를 고객 경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숙소 가구는 모두 일룸 제품입니다. 일룸이 새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숙소 가구도 교체됩니다. 숙소 외관을 칠할 땐 노루 페인트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운영 중인 캠핑 콘셉트 숙소도 있는데, 캠핑 기업인 코베아와 협업했습니다. 코베아의 최신 캠핑 용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용객에게 제공되는 계란, 요구르트 등 식품은 제주 내 지역 업체들 제품입니다.”
― 예를 들면요?
“계란은 동물복지 유정란으로 유명한 ‘애월아빠들’ 제품입니다. 요구르트는 ‘아침미소목장’ 제품이고요. 커피 원두 역시 제주도에서 로스팅을 잘한다는 ‘제레미애월’ 제품입니다. 이용객들이 먹어보고 마음에 들면 숙소에 놓인 태블릿 PC를 통해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퀄리티를 갖춘 제주 내 지역 업체들이 많지만, 이들은 자사 제품을 홍보할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다자요가 그런 매개 공간이 돼주고 있습니다.”
“관제 서비스 기술 개발 중”
― 숙소 체크인과 체크아웃 모두를 무인으로 하는 점 또한 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도어록으로 문을 여닫는 것부터 화재나 사고 등 안전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숙박 시설이다 보니 디지털화를 구축하기 어려워 세심하게 보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에너지 페이백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에너지 페이백 시스템이요?
“네. 전기세·수도세·가스세 등 에너지 비용은 다자요의 주요 지출 항목 중 하나입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죠. 만약 이용객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아껴 사용한다면 숙박비 일부를 돌려드리는 시스템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어차피 나갈 돈인데, 에너지 페이백 시스템을 활용해 이용객이 돈을 돌려받으면 보다 특별한 휴가가 되지 않겠어요?
앞으로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하우스를 만드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英 대사관도 러브콜
― 고령화, 도시화에 따른 빈집 문제가 해외에서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다자요 모델이 이들 국가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해외 진출 생각도 있나요?
“그렇습니다. 일본, 유럽 모두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실제 영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우리 숙소를 견학 온 적이 있습니다. 영국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성(城)이 많다고 합니다. 대사관 측에서 여러 혜택을 줄 테니 영국에서 사업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봤습니다. 프랑스 측과도 화상으로 만나 빈집에 관한 활용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고요. 다만 국내 기반을 먼저 더 탄탄히 하고 난 뒤에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주에 버려진 빈집은 약 1250채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18.1%에 달하고 있어 다른 지자체와 비슷하게 앞으로도 빈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 대표는 “현재 농어촌 지역 빈집을 활용한 숙박업의 경우 실증 특례 사업이다 보니 이전 사례가 없어 지원을 빈집 소유주에게 해줘야 하는 것인지, 다자요에 해줘야 하는 것인지 등 헷갈려하는 공무원 분들도 계신다”며 “지자체에서 하는 것보다 성공적인 사례일 경우 빈집 수리 비용 등에 대해 행정적인 지원이나 금융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와 비슷한 빈집 재생 사업들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 대표는 인터뷰를 끝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빈집 재생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예산까지는 지원이 어렵더라도 도시재생사업을 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매입 및 리모델링 비용을 대출해줬던 제도를 농어촌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도 좋은 취지로 사업하는데 여러 걸림돌이 앞으로 잘 해결될 것으로 믿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속 시골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제주에 있다. 숙박 플랫폼 다자요가 운영하는 숙소다. 다자요는 제주 전역에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박 시설로 만드는 스타트업 업체다. 농어촌에 방치된 빈집을 주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고급 숙소로 리모델링한 뒤 공간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10여 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원래 집주인에게 기부채납 형태로 집을 되돌려준다.
남성준 대표는 지난 2015년 숙박 중개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고, 2017년 빈집 재생 스타트업으로 재탄생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350명의 일반인 투자자에게 8억원을 투자받아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9년 사업이 중단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목하는 업체 중 하나다. 빈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다스의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자요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스타트업들이 빈집과 유휴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시설 좋고 분위기 좋은 독채형 숙소를 고향 제주도에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7월 22일 다자요의 9번째 숙소 고산도들집에서 남 대표와 만났다.
후배 고향집으로 시작한 1호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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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경면의 고산도들집의 리모델링 전후 모습. 사진=다자요 |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마음은 아니었습니다(웃음). 사업은 결국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처음엔 숙박 예약 플랫폼으로 사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스템 개발비, 인건비 등 들어가는 돈이 많았죠. 1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때 ‘차라리 숙소를 우리가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주도 시골엔 방치된 빈집이 많습니다. 이 집을 우리가 멋있게 고쳐주는 대신 임대료 없이 무상으로 빌려 운영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처음에 몇 사람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까.
“소규모였습니다. 4명이서 시작했어요. 우리가 리모델링한 첫 집은 고향 후배의 부모님 집이었습니다. 서귀포 도순동에 있는 집이었죠. 당시 살고 계시던 후배 할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비게 된 집이었어요. 로드뷰로 그 집을 봤는데 아주 예뻤습니다. 리모델링이 끝나니 그 동네 분들이 자기 집도 고쳐달라는 의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고쳐달라’ 전국 리스트만 400채
―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집을 고쳐달라고 의뢰하는 분들이 전국에 많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첫 집을 제외하곤 빈집을 직접 찾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빈집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지금 전국 약 400여 채가 저희 리스트에 올라와 있습니다.”
― 리모델링할 집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습니까.
“집마다 특색이 다 달라 정형화된 기준은 없지만, 몇 가지 확인해보는 사항은 있습니다. 주변 소음이 심하지 않고, 마당이 딸려 있어야 하며 주차 공간이 있는 집을 우선시합니다. 동네에 편의점 같은 시설도 있어야 하죠. 집을 고쳤을 때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느냐를 가장 많이 따져보고 있습니다.”
― 집 리모델링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자금이 확보되고 모든 조건이 충족돼 있다는 가정하에 6개월 정도 걸립니다.”
“워케이션 문의도 많아”
― 현재 제주도 내 숙소는 몇 채나 되나요.
“총 11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용객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집을 유지 관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또 무상 임대 기간이 끝나면 집주인에게 집을 돌려줘야 합니다. 이때 최대한 좋은 상태로 돌려주기 위해 평상시에도 유지 보수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 다자요 이용객의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구체적인 고객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로 40대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로 이루어진 가족 단위 고객이 많습니다. 독채 숙소인데다가 4인 이상 머물 수 있다 보니 가족 단위 고객에겐 매력적인 숙소입니다. 호텔의 경우, 객실 2개를 따로 잡아야 하니 말이죠.”
― 기업의 워케이션 장소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 법인에서 워케이션 문의가 많이 옵니다. 또 가족과 함께 우리 숙소를 이용한 고객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건의하기도 하죠. 최근엔 제주관광공사 측에서 우리 숙소를 포함한 농어촌 지역 숙소를 법인에 워케이션 장소로 제안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습니다.”
“제주도 그 집 또 가자”
― 다자요 이용객의 피드백은 어떤가요.
“숙소에 비치해둔 방명록에도 적혀 있지만, ‘1박만 하고 가긴 아쉽다’ ‘다음에 또 올게요’ 같은 소감이 많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우리 숙소를 좋아합니다. 부모님들로부터 ‘아이들이 제주도 그 집 또 가자고 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 계절에 상관없이 숙소 이용률이 높나요?
“그럼요. 겨울에는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울 수 있고요. 가을에는 평상에 누워 별을 볼 수도 있습니다. 예쁜 욕조도 있어서 목욕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제주도 내 5개 숙소가 내년 1월 1일까지 예약이 전부 다 찬 상태입니다.”
― 숙소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제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도 잘 어울립니다.
“요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1장입니다. 그걸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죠. 제주도는 질적 관광이 중요한 지역입니다. 비싼 관광이라기보단 지불한 돈만큼의 만족도를 얻는 게 중요한 지역이죠. 다자요를 통해 만족도 높은 숙소를 이용할 수 있으니 관광객들은 멀리 가지 않고 이 동네에 머물며 주변에서 소비를 합니다. 마을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관광이죠.”
지역민에게 일자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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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림읍의 월령바당집. ‘바당’은 제주도 방언으로 ‘바다’를 뜻한다. 사진=다자요 |
“지금 제주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잖아요. 반면 빈집을 재정비하는 건 자연환경을 거의 훼손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공감을 많이 해주신 것 같습니다. 또 빈집을 리모델링해 사는 것을 투자자 대다수가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만에 하나 사업을 접더라도 투자한 데 대해 여한이 없다고들 합니다. 다자요를 통해 가족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고요. 공감되는 사업에 투자하고, 벤처 기업에 투자한 만큼 소득 공제도 받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판단하시는 것 같습니다.”
― 매출의 1.5%를 마을에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을 입장에서도 빈집 재생 사업을 환영할 것 같습니다.
“사실 농촌 분들이 그렇게까지 돈에 연연하진 않습니다. 재산 있는 분들도 많고 농민 수당도 나오는데 우리 매출의 1.5%라고 해봐야 얼마나 되겠어요. 다만 마을 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기부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매출의 1.5%라는 비율은 규제 샌드박스 연장 때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강제력 때문이 아니라도 꼭 내고 싶었죠. 순익이 아니라 매출의 1.5%였는데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입니다.”
―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숙소 뒷정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모두 지역 주민입니다.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시골에는 일자리가 늘 부족한데 저희가 조금이나마 일자리를 제공하니 지역민들 역시 만족해하십니다.”
사업 중단 시기 투자자들이 힘 실어줘
2018년 4월 도순 돌담집이 오픈하자 여러 지자체가 러브콜을 보냈다. 농어촌 빈집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남성준 대표는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고, 삼성 C-lab, IBK창공 등 민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2019년 커다란 암초에 부딪혔다. 다자요의 운영 방식이 현행법을 어겼다는 민원이 접수된 것이다. 규정상 실거주자만 농어촌민박업을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다자요 측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사업은 그대로 중단됐다. 당시 객실 예약률은 75% 이상으로 오르고 있었다. 성장을 이루려던 시기에 ‘불법 회사’ 딱지가 붙은 셈이다. 한창 오가던 투자나 협업 논의 또한 모두 멈췄다.
― 사업이 중단됐을 시기 심정은 어땠습니까.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도 받아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제도를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했느냐’는 질타가 있을 법도 했지만 이분들이 오히려 힘을 줬습니다. 투자금을 더 모아준 것이죠. 저희 역시 규제 개선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 정부나 지자체에 서운한 마음도 컸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억울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선 공무원들은 법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분들은 자기 본분을 다했다고 봅니다. 다만 농어촌 실거주자만 민박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법안은 1990년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농어촌 인구가 많았죠. 빈집 문제도 상대적으로 덜했고요. 벌써 3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농촌 인구가 줄고 이런 문제가 대두됐는데, 시대가 바뀌면 제도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고위 행정가나 정치인들이 ‘내가 책임질 테니 이런 좋은 것이 있다면 추진해봐라’라는 결단력이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말로만 변화와 혁신을 바라서는 안 되죠.”
“혁신 서비스 산업 보호장치 필요”
1년 6개월간 어두운 터널을 걷던 다자요는 2020년 기사회생했다. 정부가 다자요를 ‘한걸음 모델’로 선정해 규제 샌드박스 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다자요 사업이 농어촌 빈집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공감한 셈이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뜻한다.
이어 올해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기간을 2026년 1월까지 연장했다. 영업일수 300일 제한도 폐지됐고, 사업장 수도 농식품부와의 협의로 전국 500채로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 규제 샌드박스 기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까.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다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 어떤 점이 그런가요.
“제품의 경우 개발을 하면 특허를 취득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아이디어는 그런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우리가 어렵게 규제 샌드박스를 얻어내고 사업 규모를 늘려가고 있지만 다른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같은 방식으로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한다면 막을 명분이 없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 산업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이에 대한 보호장치라든지 혜택이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빈집 재생 사업, 지자체 표준모델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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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요 최초의 캠핑 숙소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안성캠프96. 사진=다자요 |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정비한 집 퀄리티를 보면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청년이 돈과 시간을 투자해 시골까지 내려갈까 생각해보면 ‘글쎄’라는 생각이 들죠. 물론 이해는 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집 하나를 고치는 데 3억~4억원 정도 들어갑니다. 이 정도 금액이 들어간다고 말하면 공무원들이 놀랄 때가 많아요. 이들은 한정된 예산을 최대한 알맞게 분배하는 게 목적이니까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죠.”
― 내년이면 또다시 규제 샌드박스 연장을 위해 정부 측과 협의해야 하죠?
“그렇습니다. 어렵게 규제 샌드박스를 연장했지만, 내년에 또다시 정부와 기간 연장을 협의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저희가 확립한 빈집 재생 사업은 이제 여러 지자체의 표준모델이 됐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농인 혹은 청년에게 ‘월세 1만원’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요. 다자요가 이런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는데, 이 역시 혜택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 숙소를 둘러보니 가구나 전자 제품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맞습니다. 숙소를 ‘고객 경험의 끝판왕’으로 만들고 싶은 비전이 있습니다. 숙소는 1박에 40만~50만원대로 가격대가 있어 구매력이 있는 이용자가 주로 찾습니다. 이들을 주요 수요층으로 하는 가전, 침구, 인테리어 기업은 다자요 숙소를 고객 경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숙소 가구는 모두 일룸 제품입니다. 일룸이 새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숙소 가구도 교체됩니다. 숙소 외관을 칠할 땐 노루 페인트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운영 중인 캠핑 콘셉트 숙소도 있는데, 캠핑 기업인 코베아와 협업했습니다. 코베아의 최신 캠핑 용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용객에게 제공되는 계란, 요구르트 등 식품은 제주 내 지역 업체들 제품입니다.”
― 예를 들면요?
“계란은 동물복지 유정란으로 유명한 ‘애월아빠들’ 제품입니다. 요구르트는 ‘아침미소목장’ 제품이고요. 커피 원두 역시 제주도에서 로스팅을 잘한다는 ‘제레미애월’ 제품입니다. 이용객들이 먹어보고 마음에 들면 숙소에 놓인 태블릿 PC를 통해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퀄리티를 갖춘 제주 내 지역 업체들이 많지만, 이들은 자사 제품을 홍보할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다자요가 그런 매개 공간이 돼주고 있습니다.”
“관제 서비스 기술 개발 중”
― 숙소 체크인과 체크아웃 모두를 무인으로 하는 점 또한 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도어록으로 문을 여닫는 것부터 화재나 사고 등 안전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숙박 시설이다 보니 디지털화를 구축하기 어려워 세심하게 보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에너지 페이백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에너지 페이백 시스템이요?
“네. 전기세·수도세·가스세 등 에너지 비용은 다자요의 주요 지출 항목 중 하나입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죠. 만약 이용객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아껴 사용한다면 숙박비 일부를 돌려드리는 시스템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어차피 나갈 돈인데, 에너지 페이백 시스템을 활용해 이용객이 돈을 돌려받으면 보다 특별한 휴가가 되지 않겠어요?
앞으로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하우스를 만드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英 대사관도 러브콜
― 고령화, 도시화에 따른 빈집 문제가 해외에서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다자요 모델이 이들 국가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해외 진출 생각도 있나요?
“그렇습니다. 일본, 유럽 모두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실제 영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우리 숙소를 견학 온 적이 있습니다. 영국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성(城)이 많다고 합니다. 대사관 측에서 여러 혜택을 줄 테니 영국에서 사업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봤습니다. 프랑스 측과도 화상으로 만나 빈집에 관한 활용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고요. 다만 국내 기반을 먼저 더 탄탄히 하고 난 뒤에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주에 버려진 빈집은 약 1250채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18.1%에 달하고 있어 다른 지자체와 비슷하게 앞으로도 빈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 대표는 “현재 농어촌 지역 빈집을 활용한 숙박업의 경우 실증 특례 사업이다 보니 이전 사례가 없어 지원을 빈집 소유주에게 해줘야 하는 것인지, 다자요에 해줘야 하는 것인지 등 헷갈려하는 공무원 분들도 계신다”며 “지자체에서 하는 것보다 성공적인 사례일 경우 빈집 수리 비용 등에 대해 행정적인 지원이나 금융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와 비슷한 빈집 재생 사업들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 대표는 인터뷰를 끝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빈집 재생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예산까지는 지원이 어렵더라도 도시재생사업을 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매입 및 리모델링 비용을 대출해줬던 제도를 농어촌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도 좋은 취지로 사업하는데 여러 걸림돌이 앞으로 잘 해결될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