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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희망,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들 ⑧ 캐치테이블 운영하는 용태순 와드㈜ 대표

“외식 시장의 모든 것은 ‘캐치테이블’로 해결할 터”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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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가맹점 수 1만 개, 월간 활성 이용자 300만 명 돌파
⊙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 집착”
⊙ 앱 만들었지만 문전박대당하고, 소금 맞아가며 영업 뛰어
⊙ “더더더가 모토… 성실함과 사업 기질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아”

龍台淳
1976년생.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졸업 / 지노게임즈 기획총괄, NHN 사업 및 데이터 분석, 조이시티 마케팅 담당 역임. 現 와드 주식회사 대표
사진=와드 주식회사
  인터뷰를 위해 만난 용태순(龍台淳) 와드㈜ 대표이사의 어깨너머로 오렌지색 벽보가 보였다.
 
  ‘캐치테이블에서 일하는 방법. 더더더! 더더더의 자세로 끝없이 개선하세요.’
 
  젊었을 때 바짝 일하고 일찍 은퇴하고 싶다는, 미래가 없는 듯 오늘만을 즐기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는데 보기 드문 ‘개발연대 시대’ 감성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성공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용태순 대표를 7월 2일 강도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과 함께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만났다.
 
  “제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쓰면서 전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더 잘 만들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객이 정말 이 앱을 사용하면서 편리하다고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마음에 걸립니다.”
 
  ― 미식 플랫폼 1위라는데 자신에 대한 평가가 야박한 것 아닙니까.
 
  “저희가 단기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을 향한 집착이 우리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믿습니다. 고객은 완성도 높은 제품만 찾지 않습니다. 고객들은 오히려 사용성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가 고객이 쓰기 편한 제품을 가장 쉽고, 빠르게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앞에 망설여집니다.”
 
 
  외식업 전문 통합 솔루션 제공
 
‘예약은 캐치테이블에서 간편하게’가 모토다.
  용태순 대표의 와드는 레스토랑 예약부터 결제까지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를 아우르는 외식업 전문 통합 플랫폼 ‘캐치테이블(CATCHTABLE)’을 운영한다. ‘잡다’를 뜻하는 ‘캐치(CATCH)’와 ‘테이블(TABLE)’을 결합해 만든 캐치테이블은 사람들이 간편하고 즐거운 미식(美食)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건강한 외식 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캐치테이블은 레스토랑 예약부터 대기·픽업·포스(POS) 등 외식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외식업 전문 통합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사는 초기에 B2B 솔루션을 제공했는데 이후 수많은 레스토랑 예약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2020년 9월에 오늘날의 캐치테이블 B2C 예약 앱을 만들었다. 고객들이 과거에 레스토랑 예약을 위해 매장으로 전화를 걸고, 점주가 수기(手記) 작성으로 관리하는 형태였다면 캐치테이블 앱의 등장으로 고객과 점주는 손가락 터치만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 2023년 12월을 기준으로 캐치테이블을 사용하는 전국 제휴 가맹점 숫자가 1만여 곳을 돌파했다. 캐치테이블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300만 명을 돌파(2023년 5월 기준)했고, 국내 미쉐린 스타급 레스토랑의 캐치테이블 입점 점유율은 86.7%에 달한다. 용태순 대표는 “외식 시장의 모든 것을 캐치테이블 브랜드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여러 아이템 검토 끝에 외식업 플랫폼 낙점
 
  대학 졸업 후 광고·게임회사에서 근무했던 용태순 대표는 마흔 살에 지인 두 명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던지라 망설임이 없었지만, 이렇다 할 사업 아이템은 없었다. 원래 몸담았던 게임 분야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가 회사를 그만뒀던 2016년에 게임업계는 이미 거대화가 돼 있어서 초창기 멤버 3명이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다.
 
  용 대표는 여행 플랜 대행 서비스를 고민해봤다. 지인 중 몇몇은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귀찮은 일인데 창업하면 될 것 같다’고 했지만, 막상 해보니 달랐다.
 

  이런 중 미국의 레스토랑을 앱으로 예약하는 ‘오픈테이블(OPEN TABLE)’과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시험 운영했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용태순 대표는 “막상 사업에 뛰어들어보니 ‘잘될 것 같다’는 생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었다. 현재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하고 나중을 위한 확장성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는데 거기에 딱 맞는 것이 외식업 플랫폼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아이템에 대한 시장성 검토를 거쳐 회사를 그만둔 지 1년 뒤에야 법인을 만들었다. 2017년 9월에 기업 간 레스토랑 예약 관리 시스템인 베타 버전이 세상에 나왔다.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를 사용해줄 업체를 찾아야 했다. 용태순 대표와 2명의 하루 일과는 매일 똑같았다. 오전에 출근해 12시부터 7시까지 본사인 판교와 분당 인근의 식당 30~40곳을 돌며 시제품을 설명하고, 저녁에 사무실에 돌아와 그날의 피드백을 제품에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했다.
 
 
  ‘더더더’가 모토
 
캐치테이블 본사 회의실에는 ‘고객집착’ ‘더더더!’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무작정 식당을 돌면서 저희가 만든 예약 플랫폼을 써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심 있는 사장님이 있으면 한 자리에서 두 시간씩 제품을 설명했고, 어떤 식당에서는 잡상인 취급을 받으면서 소금 맞고 쫓겨났습니다. 그래도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했습니다. 예약 관리에 성공하면 매출과 재고, 직원 관리도 수월해질 것이고, 식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앱이 운용되는 상태를 사장님들께 보여주면서 맨땅에 헤딩했습니다.”
 
  ― 지난 얘기지만 상처를 받았겠네요.
 
  “아뇨. 제가 창업하기 전에 상상했던 범위의 일들이었습니다. 장난 삼아서 만든 제품이 대박 나고, 아이디어만 갖고 창업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 일이 굉장히 드물게 일어나니까 영화로 만들어지고,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저는 천재가 아니거든요(웃음). 당연히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고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들보다 자신 있는 건 하나 있었습니다. 끈질김과 노력이요.”
 
  ― 그러잖아도 어깨너머에 ‘더더더’라고 쓰여 있네요.
 
  “어머니로부터 성실함을 보고 자랐습니다. ‘더더더’라는 문구는 하루아침에 생각한 것이 아니고 평생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답니다. 비관적 낙관주의인데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잡히고 8년 동안 복역하다 구출된 미국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더군요. 스톡데일 장군은 포로수용소에서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은 비관적인 사람이고 그다음으로는 낙관적인 사람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서 대책을 모색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긍정만 추구하면서 긍정이 만사 해결책이라고 믿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책에서 본 그 구절이 인상적이었고 마음속에 담아뒀습니다. 저는 어차피 사업을 할 사람이고 1~2년 하다 말 것이 아니니까 마지막에 성공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 자세로 하루하루 영업했군요.
 
  “1호로 계약한 곳은 저희가 플랫폼을 개발할 때 사무실에서 내려다보였던 고깃집이었습니다. 제품이 나오면 저곳부터 공략하겠다고 했는데 예상대로 됐습니다. 저희를 문전박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사장님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었는데 정말 잘됐다’며 반겨주기도 했습니다.”
 
 
  10년 치 계획을 차근차근 이행
 
  초창기에 넉 달 동안 17개 매장을 확보하는 데 그쳤던 용태순 대표는 좌절 없이 꾸준히 영업을 이어갔고, 입소문이 나면서 2년 반 만에 가입 매장 숫자가 2000개로 불었다. 가입한 요식업 사장들 사이 ‘매장 관리 효율성이 확실히 높아진다’는 평가 덕분이었다. 2018년 3월에는 NHN페이코, 골든에그에서 8억원의 시드머니를 투자했고, 이듬해에는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가맹점을 늘리며 탄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용태순 대표는 다음 스텝을 밟았다. 고객들이 조건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식당을 찾아 예약이 가능한 B2C 예약 서비스인 ‘캐치테이블’을 2020년 9월에 내놓은 것이다. 고객들이 조건을 입력하면 맞춤형 식당을 찾아주는 캐치테이블 앱은 출시 이후 바로 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2021년에 시리즈 B 투자, 창업진흥원과 구글 창구 프로그램이 뽑은 ‘톱10 스타트업 회사’에 뽑혔다.
 
  고객들이 오늘날 쓰는 캐치테이블의 초기 버전인데, 사업을 B2B에서 B2C로 확대한 것은 우연히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 용태순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확실한 비전을 세웠고, 단계별로 어떻게 사업을 확장해나갈지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10년 치 숙제를 갖고 있습니다.”
 
  ― 10년 치 계획이 이미 있다는 건가요?
 
  “네(웃음). 게임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기로 했을 때 회사를 만든 이후 언제쯤 어떤 일을 할지 명확하게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고 방법이 좀 달라질 수도 있지만요.”
 
 
  목표는 명확히,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유연하게
 
2024년 6월에 있었던 캐치테이블 전사 워크숍.
  ― 모든 것을 계획했고 계획대로 가고 있다니 대단하기도, 또 부럽기도 하네요.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가 했던 ‘부자가 되는 것은 등산과 같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분은 ‘올라야 할 산을 정했다면 오르는 동안에 산꼭대기만을 보지 말고 땅바닥도 보고 주위 나무도 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올라가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목표만 보고 걷다 보면 발을 헛디딜 것이고, 또 산 정상에 오르는 게 너무 두려워서 발밑만 쳐다보고 걷다 보면 이상한 길로 빠질 수도 있을 겁니다. 목표를 정하되 거기까지 오르는 과정은 유연하고, 상황에 따라 바꿔가면서 해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저는 사업의 비전은 확실하게 정하되 그 과정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사업 초기에 설정했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습니다.”
 
  ― 책을 많이 읽거나, 텍스트로 된 것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쯤 퇴근하는데 자기 전에 자서전을 조금 읽다가 자는 편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보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정답이 없다고 할 수도 있고, 정답에 이르는 방법이 사람마다 달랐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공에 근접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재밌어서 그와 관련된 책이나 텍스트를 찾아보는 편입니다.”
 
  ― 2018년에 초기 투자를 받은 이후 총 투자받은 금액이 700억원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벤처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시장이 크지 않다. 과거에 이런 서비스를 내놨던 회사들이 망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 시장이 존재하느냐, 또 앞으로 커질 수 있느냐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는데 다행히 저희의 판단이 맞아서 많이들 투자를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먹는 데 돈 아끼지 않는 MZ 세대 취향 겨냥한 서비스
 
  와드㈜ 측의 분석으로는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에 접어든 2023년에는 코로나19 시기와는 다른 소비 행태가 이어졌다. 소비 전반에 걸쳐 트렌드를 주도하는 MZ 세대들의 성향이 외식업계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이들은 과시하는 플렉스(flex) 소비와 더불어 심리적 만족도에 가치를 두는 가심비(價心比·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뜻하는 말), 자신만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등 새로운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호텔 레스토랑,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등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찾는 추세다.
 
  건강식 및 비건을 포함한 외식 시장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미식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캐치테이블은 코로나19가 극성이던 때에도 계속 신규 서비스를 쏟아내며 사업을 확대했다. 캐치테이블의 캐치 더 데이 ‘미식살롱’이 이런 성향을 겨냥한 서비스다. 캐치테이블은 2021년 5월부터 ‘캐치 더 데이’를 통해 미식을 즐기는 캐치테이블 VIP 고객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캐치 더 데이는 국내 레스토랑과 협업을 통해 독점 진행하는 프로모션으로 1~2개월간 예약이 이미 마감돼 있을 만큼 방문이 어려웠던 레스토랑의 자리를 미리 예약할 수 있는 ‘프리미엄 혜택’과 평소에는 제공하지 않는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스페셜 메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23년에 선보인 ‘미식살롱’은 최근 MZ 세대들 사이에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관심사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눴던 과거 프랑스의 ‘살롱 문화’가 확산하는 점에서 착안해 기획했다. 입점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중 한 곳을 선정해 오너 셰프와 얘기하면서 식재료·요리 등에 대한 철학·역사·문화 등 평소 궁금했던 주제를 얘기하며 식사 자리를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웨이팅 서비스’ 누적 1710만 건 이용
 
MZ 세대들의 ‘핫플레이스’인 ‘런던베이글뮤지엄’ 앞에 고객들이 줄 서 있는 모습.
  2022년 12월에는 ‘캐치테이블 웨이팅’ 서비스를 내놨다. 예약 없이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현장에서 입장 번호를 바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미뉴뜨빠삐용’ ‘제스티살룬’ 등 웨이팅 맛집으로 불리는 유명 매장들이 합류하면서, 누적 대기 건수가 1710만 건을 돌파했다. 휴대폰 번호와 방문 인원수만 입력하면 카카오톡을 통해 순서를 실시간으로 알려줘 자리가 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인기 레스토랑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매장 내 취식 및 포장 여부, 야외 및 실내 좌석 구분 등 매장별 맞춤 서비스, 타 매장 입장 시 자동 취소 기능 등 현장의 다채로운 서비스 수요를 반영하며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다.
 
  ‘캐치테이블 포스’(2023년 2월 론칭)는 외식 매장들이 쉽고 빠른 결제 확인과 손쉬운 메뉴 편집, 매장 운영에 맞는 테이블 배치 연동 등 매장별 조건에 맞게 최적화가 가능한 외식업 전용 매장 관리 솔루션이다. ‘캐치테이블 픽업’(2023년 3월 론칭)은 기존에 전화로 픽업 예약을 받았던 것에서 벗어나 케이크·베이커리·디저트를 예약 및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인스타그램 예약 연동 기능으로 디저트 핫플레이스를 찾는 고객과도 손쉬운 연결이 가능하다.
 
 
  고객들의 반응 보며 매주 앱 업데이트
 
  용태순 대표가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에서 시작해 차례로 이런 일을 이뤄낸 것은 모두 계획한 일일 것임이 분명해서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게 이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에 어떤 식으로 이바지하는지’를 물었다. 용태순 대표의 답이다.
 
  “저는 캐치테이블이 우리의 삶을 조금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외식업에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혔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맛집 예약을 하려고 여러 번 가게로 전화를 걸고, 점주와 통화가 됐는데 예약 마감이라는 얘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후에 기존에 예약했던 손님이 취소했더라도 고객이 그런 사실을 알 수도 없죠. 그런 것이 모두 시간 낭비이고, 반복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앱을 이용하면 조건에 맞는 레스토랑 리스트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식당이지만 사진으로 방문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평점, 리뷰를 통해 다른 고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예약이 마감된 매장의 경우 ‘빈자리 알림 신청’을 하면 기존 예약이 취소돼 빈자리가 생겼을 때 신청자에게 카카오톡 알림이 발송됩니다. 이런 사소한 변화들, 이런 것들이 삶을 조금 편리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예약 노쇼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쇼 방지 캠페인, 예약금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처음부터 이 모든 서비스를 앱에 넣었나요?
 
  “절대 아니죠. 매주 저희 앱에 가입한 매장, 저희 앱을 쓰는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업데이트를 한 결과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 넘었으니, 지금 버전에 이름을 붙이면 ‘캐치테이블 버전200’ 정도 될 것 같은데요(웃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던 과거 요식업
 
  용태순 대표가 요식업 분야에 뛰어든 것, 그리고 본인 스스로 장점을 끈기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어머니로부터 받은 선한 영향 덕이다. 용 대표의 어머니는 과거 일 매출이 3만원이었던 꼬치구이 전문점 ‘투다리’ 가맹점을 10년 만에 월 매출 9000만원짜리 가게로 만든 주인공이다. 2000년대 중반에 ‘투다리’ 본사는 전국의 매출 순위 10위 매장 점주를 모아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보내줬는데 그의 어머니는 늘 여기에 초대됐다.
 
  “어머니가 1996년에 투다리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어머니가 면목동에 있는 ‘투다리’를 인수할 때 주변이 공사판이었어요. 원래 가게를 하시던 분이 ‘손님이 있어봐야 한 테이블, 하루 매출 3만원 정도이고 공사는 1년 정도 한다더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과감하게 가게를 인수하셨습니다. 주변에서 이 가격에 이 정도 목이 좋은 곳을 찾을 수가 없다면서요.”
 
  ― 당시 대학생이었겠네요.
 
  “네. 제가 점장처럼 어머니 일을 도왔는데, 어머니가 출근하면 하셨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노트에 줄 긋고, 테이블번호 1, 2, 3, 4를 적었습니다. 손님이 주문하면 닭꼬치 하나, 어묵탕 하나, 이렇게 적어서 나중에 전자계산기로 두드려서 돈을 받으셨죠. 어머니가 ‘포스라는 기계가 있는데 자동으로 계산을 해주니까 하나 들여놓자’고 했는데 제가 처음에 말렸어요. 가게가 좁아터지는데 무슨 컴퓨터를 들여놓느냐고요. 일주일 써보니 ‘세상 편하다’고 느꼈습니다. 대학 다닐 때였는데 ‘포스 기계 만드는 사람은 떼돈 벌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회사 다니면서 어머니 가게 일 10년 동안 도와
 
  용태순 대표가 23세이던 해에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됐고, 그는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 매장을 인수할 때 공사판이어서 거의 손님이 오지 않았는데, 공사가 끝나고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던 때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안주를 맛있게 만드신다고 기존의 레시피를 보완하며 끝없이 개발했고, 가게를 인수하고 단 하루도 쉬지 않았습니다. 가게 연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설날, 추석날 당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문을 닫았습니다. 어머니를 보면서 사람은 성실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했으면 끈기를 갖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때는 한창 가게가 잘될 때였고, 어머니도 많이 외로우셨던지라 제가 가게를 물려받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 그랬다면 오늘날의 캐치테이블은 없었겠죠.
 
  “어머니가 극구 말리셨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해보기를 권유하셨고, 대신에 회사를 다니면서 서른다섯 살이 될 때까지 주말마다 어머니 가게에서 일했습니다. 첫째 주는 제가, 둘째 주는 바로 아래 동생, 셋째 주는 막내 동생, 이렇게 삼 형제가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했습니다.”
 

  용태순 대표는 어머니로부터 사업 기질을 물려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성실함은 기본이요, 삼 형제에 대한 자식 사랑이 지극한, 대장부 스타일이었다. 상계동 둑길 옆에 있던 판자촌에서 학교에 다녔던 용태순 대표는 중학교 때까지 ‘대학’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공고에 갈까, 상고에 갈까’가 유일한 고민이었던 그였다. 용 대표의 어머니는 그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상담을 받고 온 후 아들을 불러 앉혔다.
 
  “태순아, 어떻게든 지원해줄 테니 공부는 해야 한다. 대학은 가야 한다.”
 
  용태순 대표 밑으로 두 명의 남동생이 더 있고, 당장 하루하루가 막막한 형편에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용태순 대표는 그날 둑길을 홀로 4시간 정도 걸었다.
 
  “대학… 단어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머니가 단호하게 말씀하셔서 혼자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
 
용태순 대표가 회의실에서 구성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 대단한 어머니를 두셨네요.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우리 구성원이 저를 믿고 시간을 쏟고 청춘을 바치면서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무언가 성과가 나오지 않는 느낌이 들 때입니다. 저 하나만 성공하지 못한다면 ‘내 한계가 여기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면 끝이지만 저를 믿는 175명의 구성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회사가 성장하는 것만큼 저희의 구성원들도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이것이 스타트업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가 5년 내에 망하지는 않겠지만 100년 가는 회사가 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죠. 저는 회사가 성장하며 구성원도 성장하고 그런 선순환 속에서 오래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가끔 어머니께 이런 고민을 얘기하는데 어머니가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으면 된다’고 말씀하세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또 생각을 합니다. ‘내가 최선을 다한 것은 과연 맞을까’라고요(웃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어머니가 항상 힘이 됩니다.”
 
  ― 그래서 더더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남들은 성공이라는데 성공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캐치테이블이 인지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심으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도 증명하고 싶은 것이 많고, 우리 조직은 성장 여력이 무궁무진한 조직입니다. 앞으로 해나갈 많은 일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미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벽 2시에 ‘투다리’ 가게에 큰불이 나 모든 것이 타버렸을 때에도 주저앉아 울기보다 ‘불은 꺼졌으니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하자’며 집으로 돌아갔던 그의 어머니. 지금 그 가게는 포항공대 대학원을 나와 현대차 연구원을 했던 막내 동생이 물려받았다. ‘결국 막내 동생에게 어머니 가게를 뺏긴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용 대표는 “동생이 나보다 훨씬 잘 운영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답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중 하나는 즐겁게 먹는 것”
 
  ‘사업을 왜 하느냐’고 물었더니 용태순 대표는 “재밌어서”라고 답했다.
 
  “초등학교 때 자서전 보면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자아실현을 위해 힘든 일도 하고, 고난도 이겨내고, 남들도 돕는대요. 그런데 저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재밌어서 합니다. 사람들과 모여서 더 좋은 길을 찾아가는 것이 재밌고, 이왕이면 제가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고 싶거든요.”
 
  ―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있겠죠.
 
  “음… 그건 별로요. 그보다는 저 자신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내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진짜 알고 싶습니다. 축구선수인 호날두는 연봉이 저렇게나 높고, 수많은 레코드를 세웠는데 축구를 계속 하잖아요. 마이클 조던도 농구의 신(神)이라는 반열에 올랐는데도 끝까지 뛰었죠. 그들이 ‘위대한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스스로와의 싸움을 즐기는 사람들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스타트업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거군요.
 
  “저는 삶의 질(質)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중의 하나가 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정적인 자원으로 제대로 잘 먹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요. 제가 만든 것을 사람들이 즐겁게 쓰는 것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행복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 행복을 계속 즐기고 싶습니다.”
 
  그의 옆에는 초창기 그와 함께 창업했던 유호진 CTO, 신성일 CMO가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세 사람이 함께 사업을 하면서 트러블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없었다”고 답했다.
 
  용태순 대표의 얘기다.
 
  “일할 때 제가 냉정하다는 얘기를 들어요. 하지만 사석에서는 전혀 아니에요. 저는 팀원들과, 그리고 구성원과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거든요.”
 
  캐치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드㈜는 구성원들의 미식 생활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를 자랑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 100만원의 캐치포인트를 제공하고, 점심과 함께 소통을 나눌 수 있는 ‘랜덤런치데이’를 비롯해 팀원 간의 단합을 위한 회식 및 식사 자리, 음료와 간식을 무한 제공한다. ‘캐치테이블’이라는 앱을 이제 레스토랑을 예약할 때 사람들이 당연지사로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용태순 대표는 말한다.
 
  “더더더. 더 잘해야 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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