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의 희망,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들 ⑥ 임수열 프렌트립 대표이사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보고 싶을 때 ‘프립’하세요”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우리는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영감을 제공한다”가 모토
⊙ 국내 최대의 여가 플랫폼… 회원 수 145만 명, 1만5000개 프로그램
⊙ 공부만 한 ‘공돌이’가 ‘세상의 문제 해결하는 사람’ 되고자 2013년에 창업
⊙ MZ 세대·여성 취향 저격… ‘반말 모임’에 참여코자 지갑 여는 2030 세대

任首烈
서울과학고, 카이스트 전자과 졸업 / 그루폰코리아 팀장, D3쥬빌리파트너스 연구원, 크레비스파트너스 팀장 역임. 現 프렌트립 대표이사
  “주말에 당일치기로 삼척 장호항에 스노클링 하러 갈 사람 모집합니다.”
 
  2013년의 어느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하루도 채 되지 않아 40명이 모였다. 나이, 직장도 다르고,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광화문 앞에 대기 중이던 버스를 타고 신나게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던 길에 일행이 물었다.
 
  “다음 주말에도 이런 이벤트가 있나요?”
 
  145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여가 플랫폼 ‘프립’은 이렇게 탄생했다. 2013년에 아웃도어 액티비티 커뮤니티로 출발한 프렌트립이 2016년 3월에 ‘프립(FRIP)’ 서비스를 론칭, 오늘날 국내 최대의 취미·여가 플랫폼 회사로 성장했다. 호스트(host·주최자)들이 ‘패러글라이딩 타기’ ‘도자기 굽기’ ‘산악스키’ 등과 같은 여가 상품을 개발해 ‘프립’ 사이트에 올리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해 경험하는 구조다. 현재 2만5000여 명의 호스트가 평균 1만5000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립’은 호스트와 고객을 연결해주고, 호스트를 관리하는 형태로 일정액 수수료를 받는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전자과에 입학해 ‘노는 것’과 담을 쌓고 살았던 임수열(任首烈) 프렌트립 대표가 지난 10년 동안 ‘노는 것’만 생각한 결과물이 ‘프립’ 서비스다. 지난 5월 2일, 강도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과 함께 임 대표를 서울 광진구 성수동에 있는 본사에서 만났다.
 
 
  머리 식히러 떠난 선교 캠프가 인생의 전환점
 
  ― 서비스를 본격 론칭한 지 10년 만에 여가 시장을 주도하는 강자(强者)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취미·여가 플랫폼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MZ 세대(20~30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건전한 여가 생활을 선도한다’는 창업 취지에 어울리는 회사로 계속 커 나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조만간 태국·베트남·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취미를 떠올릴 때 ‘아! 프립’이라는 것이 공식처럼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임수열 프렌트립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는 졸업 후의 진로로 유학과 취업을 망설이다가 뜻한 바 있어서 창업해 벌써 11년 차를 맞았다. 그가 창업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우리나라 청년들의 우울한 자화상과 연관이 있다.
 

  “대학에서의 생활은 고등학교의 연속 같았습니다. 학교, 집을 오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었고, 고학년이 될수록 공부, 취업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친구들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좋은 교육을 받고 열심히 살아온 친구들인데 왜 불행할까’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어쩌면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청년이 걷는 길일 텐데요.
 
  “공부하는 것 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말 몰랐습니다. TV를 보다가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계속 TV에서 내가 보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좋을 텐데 왜 중간에 끊는 걸까’ 싶을 정도로요(웃음). 15초짜리 광고가 얼마짜리인지,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것이 비즈니스의 일부라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바보 같았어요. 대학 졸업이 다가오면서 고민이 깊어질 때 영국에서 유학 중인 누나가 ‘생각이 많은 모양인데 영국에서 하는 선교 캠프에 오라’고 한 것이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습니까?’
 
임수열 대표가 대학 시절 영국 선교 캠프에 참여했을 때 모습.
  ― 선교 캠프에서 느낀 점이 있었나 보군요.
 
  “사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겸, 머리도 식힐 겸 가벼운 마음으로 영국으로 떠났거든요. 캠프에서 만난 한 선교사가 ‘우리는 사람들이 지금 세상에서 아파하는 것들에 대해 반응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게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저는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때까지의 저는 ‘나만 잘 먹고, 잘살고, 항상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는 마음이 컸습니다. 선교사의 얘기가 마치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그래,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한 번 되어보자’고요.”
 
  임수열 대표는 이후 1년 동안 인도, 태국으로 봉사활동을 다니고 사회적 기업과 NGO 단체에서 일했다. 외딴곳에서 만난 벨기에, 프랑스 친구들은 개발도상국의 물 부족 해결책 등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임수열 대표는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이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나와는 달리 다양한 경험을 통한 시각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임 대표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경험해보기로 결심했다. 졸업을 앞두고 고등학교 선배들과 함께 ‘이분의일’ 프로젝트라는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를 기획해, ‘D3쥬빌리파트너스’라는 곳에서 근무했다. 이덕준 대표가 이끄는 D3쥬빌리파트너스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회사다. 임팩트 기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회사인 ‘크레비스파트너스’에서도 근무했다. 임수열 대표는 졸업 후 1년 반을 이렇게 사회적 가치 추구를 앞세운 섹터에서 지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모델은 그가 크레비스파트너스에서 근무할 때 떠올렸다.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봐라’고 하셨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죠. 그때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들이 로컬 여행지를 가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어서 망설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한국에 와서 이렇다 할 놀거리를 찾지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벤트 여행을 하기로 하고 ‘끝내주는 여행(Awesome trip)’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대부도 염전, 월정사 템플스테이에 찾아갔습니다.”
 
 
  ‘내 또래가 여가를 건강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임수열 대표가 프렌트립 초창기 시절에 직접 등산 호스팅을 하는 모습. 가방에 ‘frientrip’이라는 깃발이 꽂혀 있다.
  ― 경복궁 구경을 간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한국인도 경험하기 어려운 것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들이 뭔가 특이한 경험을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국 사람들과 함께 뭔가 특별한 포인트가 있는 여행을 기획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고객들이 정말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 되겠다!’ 싶었습니다.”
 
  임 대표는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외국인도 외국인이지만, 그즈음에 만난 또래 직장인들의 하루하루가 너무 단조로워 보였다. 직장 다니고 퇴근하고, 회식하고, 주말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느라 TV를 끼고 지내는 도돌이표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들과 막상 얘기를 해보면 ‘서핑도 해보고 싶고, 러닝도 해보고 싶은데 결국 술이나 마시고 있더라’는 답이 반복적으로 들렸다. 임 대표는 “내 친구들, 또 내 또래의 직장인들이 여가를 좀 더 건강하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들과 함께 야외에 가려면 고속버스를 전세해야 하는데, 회사가 있어야 고속버스를 빌릴 수 있다기에 2013년 11월에 덜컥 법인을 만들었다. 전 직장인 크레비스파트너스에서 투자한 2000만원과 임 대표의 쌈짓돈 1000만원 등 총 3000만원, 직원은 그를 포함해 달랑 셋이었다.
 
  “당시에 여행사를 통해 판매되는 여행 상품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그보다는 나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좋은 것을 즐기자는 뜻에서 ‘친절한 여행’이라고 생각해 ‘프렌트립(Friend와 Trip의 합성어)’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제 또래의 MZ 세대(20~30대)들의 성향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MZ 세대들은 개인적이고 세분화된 취향을 바탕으로 특수 목적 관광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MZ 세대는 축구 보러 잉글랜드 간다”
 
  ― 특수 목적 관광이요?
 
  “요가를 하기 위해 발리에 가고, 서핑을 위해 필리핀 시아르가오섬에 가고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잉글랜드에 가는 식입니다. 이런 관심은 비단 스포츠뿐 아니라 미식, 문화관람, 쇼핑 등으로 이어집니다. MZ 세대들에게는 ‘4박 6일 세부여행’이라는 기존의 여행 상품보다 특화된, 그들의 취향에 맞는 것이 분명히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삼척 서핑을 시험 삼아 해봤는데 예상대로 금방 40여 명이 모였습니다.”
 
  ― 참가비를 받고 일회적인 여행을 하는 건데, 돈은 전혀 안 남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사업할 때 프로젝트성으로 했기 때문에 이윤을 남길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디어가 통할까, MZ 세대들이 우리의 기획에 호응해줄까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회사는 만들었지만 전 직장인 크레비스파트너스 옆 자리에 깃발 하나 꽂은 것이었고, 저 외에 나머지 두 명의 직원도 지인이었기 때문에 그냥 매주 놀러 간다는 심정으로 시도했습니다.”
 
  ― 법인을 낸 다음에 실험적으로 사업 구상을 했다니, 정말 위험을 감수했네요.
 
  “회사 근처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10명이 2층 침대 놓고 살았어요. 아이돌 합숙소처럼요(웃음). 셋이 앉아서 매일 ‘이번 주는 어디 갈까, 다음 주는 어디 갈까, 우리끼리 치맥하지 말고 이 자리에 사람들을 불러볼까’ 이 궁리만 하고 살았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공부 잘하고 연구원이 될 거라 생각했던 아들이 앉으나 서나 놀러 갈 궁리만 하고 살았으니까요.”
 
  ― 사업 아이템도 실험적이고, 회사 자본금도 적고, 젊었으니까 가능한 시도였을까요.
 
  “셋이서 한 달에 월급 100만원을 가져갔는데 이마저도 몇 달 있으면 없어질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 공모전’ ‘스타트업 박람회’ 같은 곳에 닥치는 대로 나가서 상금 받고, 그 상금을 회사 운영비로 쓰고, 진짜 그때는 한국에 있는 나갈 수 있는 대회는 다 나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매주 목요일 이유 없이 뛰는 모임
 
프렌트립은 2014년에 주최한 매주 한강변을 뛰는 ‘러닝크루’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수많은 아이디어의 시도와 실패, 그리고 성공, 또 다른 아이디어의 반복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임수열 대표가 찾은 것은 ‘러닝크루’였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듯이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한 공간에 모여서 뛰는 모임이었다. 그들이 몇 살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뛰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혼자 러닝을 하기보다는 단체로 뛰는 것이 묘한 동질감, 소속감을 준다는 점에 착안해, 임 대표는 2014년 매주 목요일에 가로수길의 한 카페를 빌려 뛰기로 했다. 각자의 수준에 맞춰 3km, 5km를 뛰고 카페로 돌아와 맥주 한잔하고 헤어지는 모임이었다. 사람들은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처음엔 5명 정도가 뛰었는데 나중엔 100명까지 늘어났거든요. 아무 목적도 없는 젊은 사람들 100명이 가로수길을 뛰다가 한강변으로 나가는 거예요. 주위에서 저희를 보고 ‘스포츠 운동화 홍보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많은 인파가 모이면 사고 위험이 있기에 운영진을 캡틴이라고 부르고 형광봉을 들고 그냥 뛰었습니다.”
 
  ― 임 대표와 나머지 두 명 직원이 캡틴이었겠네요.
 
  “네. 전시회장, 극장, 음악회 등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얼마든지 혼자서 즐길 수 있지만, 아웃도어는 ‘함께해야 맛’이 있다고 봤습니다. 처음에 저희가 아웃도어 액티비티 플랫폼 용어를 쓴 이유입니다. 한 번만 한 사람도 있고, 매번 참여한 사람도 있고 철저하게 자율에 맡겼습니다. 1년 내내 매주 목요일마다 뛰었습니다.”
 
  사업 초창기 멤버 셋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계산해보니 매달 20개 정도가 됐단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어 러닝, 풋살과 같은 한 달 스케줄을 미리 올려놓고, 참가자들에게 회비를 받고 활동을 이어갔다.
 
 
  “고객의 70%가 여성”
 
프립 이용자의 70%는 여성이다. 산에서 요가를 즐기는 모습.
  ― 당시에 포털사이트 카페, 동호회가 있었는데 MZ 세대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호응했군요.
 
  “프렌트립의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일회성 이벤트입니다. 포털 카페는 그룹에 참여하고 승인받고, 몇 번 안 나가면 잘리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희는 MZ 세대 중에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그런 층이 있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그런 소속감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건전한 모임도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전히 저희의 주요 고객은 20~30대 직장인, 여성이 전체의 70%를 차지합니다.”
 
  임수열 대표가 그의 얘기처럼 ‘열심히 뛰던 그때’에 우리나라에는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공유숙박을 표방한 에어비앤비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을 ‘호스트’라고 칭하고, 그와 계약을 맺은 일반 고객이 계약 기간만큼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다. 임 대표는 이 개념을 유심히 지켜봤다. “지금은 셋이서 한 달에 20여 개의 액티비티를 할 수 있지만, 호스트 시스템을 도입하면 한 달에 수백, 수천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가, 취미 생활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시도가 이렇게 2015년 중순에 시작됐다.
 
  “오늘날의 ‘프립’ 서비스는 호스트가 모든 유료 모임을 책임지고 저희에게는 수수료를 주는 시스템입니다. 저희의 처음 시도처럼 커뮤니티 형태로 유지할 것이냐를 고민했는데,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건강한 여가를 활성화하자는 것이었잖아요. 커뮤니티와 같은 이너서클보다는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플랫폼화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2015년 중순에 5억원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아서 2016년 3월에 정식 론칭을 할 수 있었습니다.”
 
  ― 국내 첫 시도였나요?
 
  “함께 밥을 먹거나 소모임을 하는 서비스 모임이 있긴 했지만, 저희처럼 다채롭지는 못했습니다. 해외 또한 밋업(Meetup)이라는 것이 있는 정도였죠. 방을 공유하는 서비스처럼 각자가 가진 콘텐츠를 공유하겠다는 시도는 저희가 처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영감을 제공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제공한다.(We Inspire People To Experience the World)’
 
  임수열 대표는 창업 4년 차에 서비스를 새롭게 정비하며 회사 모토를 다듬었다. 임 대표는 “사람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세계관이 넓어지고, 삶의 질도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한 번 서비스를 경험해본 MZ 세대들의 입소문이 더해지면서 사세는 빠르게 확대됐다. 2015년 앱 스토어 ‘올해의 주목받는 앱’으로 15번 뽑혔고, ‘2015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6년도에는 구글플레이 스토어 ‘올해의 베스트앱’, 한국관광공사의 ‘2016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2017년에는 서울시 관광스타트업 선정 및 최우수상을 받았다. ‘프립’ 서비스 론칭 초창기에는 호스트를 모으느라 애를 먹었다.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취미나 여가 활동을 사고팔고, 또 이에 대한 대가로 플랫폼 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임수열 대표의 얘기다.
 
  “패러글라이딩 업체 사장님을 설득하느라 제가 패러글라이딩을 몇 번을 탔는지 모릅니다(웃음). 저희가 하는 사업이 생소하니까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산악스키를 제대로 타지 못하는데 용평 산악스키 대회에도 나갔습니다. 물론 꼴찌를 했는데 덕분에 산악스키협회 관계자들을 만났죠. ‘산악스키 활성화를 위해서 우리 플랫폼에 들어와 달라’고 한 명 한 명 설득했습니다.”
 
  처음에는 호스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나중에는 소문이 나면서 본인들이 상품을 만들어서 ‘프립’을 통해 판매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조만간 ‘프립’에서 활동하는 호스트는 3만 명을 넘길 예정이다.
 
 
  “카테고리별 인플루언스 호스트 유치 노력”
 
프립의 대표 상품인 ‘카누’ 체험에 나선 참가자들.
  이 업(業)에 몸담으면서 재미난 모임도 많이 접했다. ‘반말수평어모임’이 그중 하나다. 미국에서 일하는 개발자 한 명이 어느 날 ‘여의도에서 2만원을 받고 반말로 얘기하는 모임이 있는데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프렌트립의 회사 사람들조차도 ‘이상한 모임 같은데 우리 플랫폼에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임수열 대표가 모임에 직접 가봤다.
 
  “운영자가 저를 보자마자 ‘왔어? 편하게 앉아’라고 반말을 하는 거예요. 당연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래도 내가 ‘프립’ 회사의 운영진인데 우리 플랫폼에 입점하고 싶다는 사람이 다짜고짜 반말이라니요(웃음). 그런데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정말 재밌고,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이상한 모임이 아닌 거예요. MZ 세대 직장인들이 사내에서 반말할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수평어가 나이에 개의치 않고 서로 반말로 대화하고 피크닉 간 것처럼 간단히 다과를 하고 헤어지는 모임이었는데, 호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저희 플랫폼에 들어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슈퍼호스트(판매 순위가 높은 호스트)’가 됐을 정도니까요. ‘프립’의 강점은 크리에이터인 호스트가 만드는 유니크하고 이색적인 콘텐츠입니다.”
 
  ― 그런 모임에 돈 주고 참여한다니 재밌네요.
 
  “다양한 경험을 좋아하는 MZ 세대 맞춤형 콘텐츠인 겁니다. 요즘 저희의 역할은 호스트들이 계속 퀄리티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마케팅, 홍보 등을 대행하는 겁니다. 카테고리별로 인플루언스 호스트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스트 등록 또한 신분을 아주 철저하게 확인해서 각종 사고에 대해 대비합니다. 호스트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거나, 진행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경고를 하고, ‘삼진아웃제도’를 통해 관리합니다. 사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 중 하나는 실시간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인데,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큰 이슈는 없었습니다.”
 
 
  “누구나 타인과의 연결 원해”
 
  ― 정말 기본적인 질문인데 모르는 사람과 한 공간에서 어울리기 위해 비용을 낸다는 것이 낯섭니다. 좀 억지스럽달까요.
 
  “저도 가끔 많이 놀라니까 기성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웃음). 재밌는 포인트가 무엇이냐 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과의 연결을 원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MZ 세대들은 관계 형성이 과거보다 엉성합니다. 고등학교 친구, 대학 동창,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예전의 기성세대들처럼 촘촘하지 않고, 완전 초 개인화, 핵개미화가 됩니다. 뿔뿔이 개별적인 존재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관계’를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은 분명히 있는데, 기성세대가 해왔듯이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비용을 내고 기꺼이 하겠다는 겁니다. 마치 모여서 어떤 미션을 수행하고 말없이 헤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투병 중인데 낯선 모임에서 모처럼 웃었다’는 후기
 
  임수열 대표가 말한 바로는 취미 공유 시장은 최소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큰 카테고리는 스포츠 액티비티, 성인 취미, 여행 등이다. 그는 “프립은 3개의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40% 이상이고, 최근에는 도자기 공예, 플라워 클래스, 등산, 서핑 등을 맛집 투어 하듯이 ‘취미 뽀개기’를 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한 지 5년 만에 회사에는 투자금 70억원이 쌓였고, 거래액은 50억원, 직원은 개발, 운영, 마케팅 파트 등 60여 명으로 늘었다. 회사 운영에 직격탄을 준 것은 2020년 2월, 코로나19의 등장이었다. 코로나19 뉴스가 나올 때 임 대표는 투자자와 함께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하이원 스키장에 있었다.
 
  “투자자가 스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따라갔거든요. 저희는 투자자 따라, 호스트 따라 전국을 돌아다닙니다(웃음). 처음에는 심각성을 몰랐고, 몇 달은 힘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처음으로 회사 매출이 0원을 찍었습니다.”
 

  ― 유일한 여가 플랫폼 회사여서 승승장구하다가 무척 당황스러웠겠군요.
 
  “저희를 믿고 투자해준 분들이 있는데 눈앞이 캄캄했죠. 저희는 사람과 사람 간 오프라인의 연결이 주요 사업이기 때문에 타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고,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회사 매출도 매출이지만 저희를 믿고 지속적으로 구매해온 고객들을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가장 컸습니다.”
 
  ― 한 번 떠난 고객을 다시 붙들기란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군요.
 
  “네. 그동안 저희 사이트에 적혀 있던 수많은 후기도 떠올랐습니다. ‘부모님이랑 난생처음으로 라틴댄스를 함께 했는데 그간의 서먹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투병 중이라 지인과의 모임도 꺼려지는데, 모처럼 낯선 모임에 참석해서 많이 웃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덜 외로워졌다’는 후기들이 떠올랐습니다. 사회는 각박해지고 너 나 할 것 없이 개인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더 많은 사회 활동을 독려하는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이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컸습니다.”
 
 
  ‘코로나19가 준 선물’
 
  임수열 대표는 오프라인 모임 중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바꾸기 시작했다. 러닝 모임은 각자 달리기를 하고, 서로 인증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부활시켰다. 쿠킹 클래스 모임은 고객들에게 베이킹 밀키트를 집으로 배달해주고, 각자 휴대폰을 켜고 베이킹을 하며 공유하는 식이다. 강연, 설명회와 같은 모임은 랜선으로 바꾸면서 유지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다 보니 실시간으로 리뷰를 볼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임 대표의 얘기다.
 
  “코로나19로 인해 제가 사업을 시작했던 초심을 돌아볼 수 있었으니 좋았던 점도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지금은 저희가 여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제 마음속에는 더 큰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아예 외부로 나오지 못하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프립’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론칭하기 전에 발달 장애인 친구들과 달리기 대회를 하고,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모임,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 갯벌 트레킹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때부터 그 활동을 할 때 뿌듯했는데, 코로나19를 거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과거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 발상의 전환이군요. 초 긍정적인 성격도 한몫하는 듯싶고요.
 
  “저희 모토가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잖아요. 코로나19 역시 다양한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코로나19 위기 때 거래액이 꺾이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빨랐고, 각종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살아남기 위한 저희의 노력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호스트들의 수수료도 절반으로 깎아서 받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분들이 저희 서비스에 로열티를 가지는 계기가 된 듯도 싶고요.”
 
  ―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원상 복구됐나요.
 
  “코로나19 이후에 MZ 세대들이 소속감을 갖고 싶은 욕구가 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코로나19 2년의 공백기가 단순히 모임 해체를 넘어서 사회와의 단절, 소통 채널의 부재를 가중시켰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있던 모임이 코로나19가 끝났다고 전부 다 재개된 것은 아니잖아요. 젊은이들은 이런 점을 훨씬 절실히 느낀다고 봅니다. 인간이 느끼는 근본적인 소속감, 외로움의 문제가 코로나19 이후에 회복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최근에 마라톤에 20~30대 참가자들이 지속적으로 느는 것도 이런 것에 대한 방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MZ 세대들도 오프라인에서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방법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 상반기, 역대 최대 거래액 달성
 
  프렌트립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흑자로 돌아설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요가를 즐기는 ‘웰니스 트립(Wellness Trip)’, 이어 태국과 발리, 일본 오키나와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들과의 제휴도 활발하다. 임수열 대표는 “농심·게토레이에 이어 노스페이스와 마케팅 제휴를 맺는 등 기업들과의 제휴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역대 최대 거래액 달성을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년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20대에 창업해서 10년을 훌쩍 넘기다 보니 이제야 직원 월급 주는 두려움을 알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기존의 일들을 가다듬어가면서 ‘사업이란 다양한 문제 풀이의 반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파민이 나오고, 문제 푸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사업이 체질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에 창업한 이유도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였고, 기업을 하면서 가장 골치 아프고 가슴이 아플 때도 사람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내야 할 때예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우리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하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요.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요.”⊙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