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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기로에 선 중국 경제

중국 경제, 이대로 가라앉나 다시 비상하나

위기감 급속 확산 속 정치 리더십의 경제적 결단 필요 시기

글 : 박한진  한국외국어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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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투자·소비 모두 떨어져… ‘도달할 수 없는 三位一體’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중국공산당의 확대된 영향력으로 중국 가계와 민영기업에 불안감이 커졌다”(애덤 포센 PIIE 소장)
⊙ 수출 주도 성장에서 투자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는 성공… 미국의 압박 심화하면서 소비 주도 성장으로는 안착하지 못해
⊙ 올해 1~5월 미국 수입 시장 내 중국산의 점유율은 13.6%로 2005년 이래 최저 수준(미국국제무역위원회)
⊙ 한국, 對中 수출 품목 가운데 소비재는 적고 원료와 원자재·산업재가 많아… 對中 수출 급감 우려스러워

朴漢眞
1963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 졸업, 중국 푸단대 대학원 기업관리학 박사 / KOTRA 한중 자유무역협정 프로젝트 매니저, 중국사업단장, 타이베이무역관장, 중국지역본부 본부장 겸 베이징무역관장, KOTRA 아카데미 원장,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방문학자 / 저서 《프레너미(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관계)》(공저), 《10년 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포커스》 등
미·중 갈등 이후 미국·일본 등에서 중국의 상품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칭다오항의 모습. 사진=신화/뉴시스
  지금부터 17년 전인 2006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그래픽 한 컷은 거칠 것 없던 당시 중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2025년의 중국 시나리오 보고서를 그림 한 장으로 옮긴 것인데 지금 보면 격세지감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약 20년 후의 중국의 상황은 대내외(對內外) 요인에 따라 크게 3가지 경우의 수로 나뉜다. 이 그림에서 가로축의 오른쪽은 대내 개혁 성공, 왼쪽은 대내 개혁 실패다. 세로축의 위쪽은 중국에 유리한 국제 환경, 아래쪽은 중국에 불리한 국제 환경을 각각 나타낸다. 이렇게 본다면 제1 사분면(+, +)은 대내 개혁에 성공하고 국제 환경도 중국에 유리한 상황인데 이때 중국은 ‘뉴 실크로드’로 표현되는 글로벌 톱 수준으로 발전한다고 했다. 제4 사분면(+, -)은 대내 개혁에는 성공하지만, 국제 환경은 불리한 상황인데 이 경우 중국은 역내(域內) 국가, 즉 아시아 지역의 강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환경이 우호적이라도 대내 개혁에 실패한다면 ‘미완의 약속’ 시나리오가 된다.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제3 사분면(-, -)은 필자가 추가로 상정한 시나리오인데 대내 개혁에 실패하고 국제 환경도 불리한 경우다. 당시 관측 통들은 대부분 제1 사분면의 가능성을 가장 크게 봤고 제3 사분면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매우 낮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2023년이 됐다. 세계경제포럼이 상정한 미래 시점이 거의 다가온 셈인데 지금 중국은 과연 어느 공간에 있을까? 하나씩 짚어보자.
 
〈그림1〉 세계경제포럼이 2006년에 발표한 ‘2025년의 중국’ 시나리오. 자료: “China and the World: Scenarios to 2025”, WEF(2006). WEF는 제1·제2·제4 사분면의 경우를 가정했으며 필자가 2006년 보고서 발표 당시부터 제3 사분면의 가능성을 추가해 재구성함.
 
  ‘경제적으로 긴 코로나19’ 상황
 
  최근 각국 언론은 중국 경제의 난관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부동산 버블, 수출 부진, 자본 이탈 등 경제 기적의 종말이 다가왔다는 뉴스가 넘쳐난다. 부동산 기업의 채무 불이행과 부도 위기 등 금융 불안이 이어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청년 실업률은 통계 발표 중단으로까지 이어졌다. 물가는 소비자(가계)와 생산자(기업) 영역 가릴 것 없이 하향 곡선을 그려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논쟁이 나온다. 연초만 해도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거둬들이면 보복 소비와 경기 반등이 올 것이라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온데간데없다.
 
  세계가 흔들려도 중국은 끄떡없다던 이른바 ‘독야청청(獨也靑靑)’ 위상은 옛말이다. 실제로 중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주변국들이 곤두박질칠 때 위안화 환율을 유지하며 경제 안전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세계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4조 위안 프로젝트로 통하는 초대형 재정 정책을 동원해가며 중국과 세계경제를 지켜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특수 상황에서도 중국은 상대적으로 건재한 듯했다.
 
  대외 측면을 보자.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이동은 크게 세 가지 흐름 속에서 진행됐다. ▲중국발 동남아·인도행 산업 이동 ▲미국의 탈(脫)중국 가속화 및 중국 의존도 하락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따른 멕시코의 생산기지 급부상 등이다. 올해 들어 중국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대내적으로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내리막이고 부동산발 부채위기가 증폭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와 관련해 이것은 성장률이 지속 하락하는 추세인지 아니면 아직은 그런 단계가 아닌지 혹은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자체가 잘못된 평가인지는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실제로 중국에 지속적이고 강한 압박을 넣고 있는 미국에서도 전문가별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애덤 포센(Adam S. Posen) 소장은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중국공산당의 확대된 영향력으로 중국 가계와 민영기업에 불안감이 커졌다며 중국이 ‘경제적으로 긴 코비드(economic long COVID)’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PIIE 연구원이자 중국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텐레이 황(Tianlei Huang)은 “침체 상태인 부동산 부문과 경색된 지방정부 재정, 그리고 경제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 감소 등은 관련 지표들을 좀 더 잘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반해 PIIE 선임연구원이자 전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니컬러스 라디(Nicholas R. Lardy) 박사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향후 수년에 걸쳐 심각할 정도로 지속 하강해 좌초할 것이라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라디 박사는 최근 일부 자료를 보면 미약하나마 경제 회복이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美中 무역마찰 충격 길고도 깊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교역이 지난해까지와 다른 양상이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미국과의 갈등과 경쟁 속에서도 미국 수입 시장에서 1위(북미 제외)를 지켜왔으나 올해 뚝 떨어졌다. 중국 상품이 떠난 자리는 다른 국가 상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광대증권(光大證券)이 최근(2023.8.13.) 발표한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마찰 5년 동안 겪어온 변화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종래 중국이 휩쓸다시피 했던 노동집약적 품목군에서 더 뚜렷하다는 얘기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미국 수입 시장 내 중국산의 점유율은 13.6%로 2005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 압박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7년(21.9%)과 비교하면 8.3%포인트나 하락했다. 미국 수입 시장 내 각국의 점유율에서 중국은 북미를 제외하고 줄곧 1위를 유지했으나 올해 1~5월 EU에 역전당했고, 아세안·인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각국 수입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일본에서는 하락했고 아세안, 러시아, 서아시아·북아프리카에서는 상승했다.
 
  중국의 대외 산업 이동 관점에서 본다면, 2010~2018년(제1단계)은 주로 노동집약 산업이 아세안 지역으로 옮겨간 시기였다. 주요 업종은 방직, 신발, 모자 등 경공업 제품이다. 관련 산업의 범위가 제한돼 중국의 무역, 특히 수출에 반영된 비율은 제한적이었다. 2019년부터 현재(제1단계)는 미·중 무역마찰로 인해 산업 이동 업종과 대상 지역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2018년 이전 중국의 대미·EU 수입 시장 점유율 하락은 기본적으로 아세안 국가로 대체됐는데, 중국은 미국과 EU 시장에서 감소한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아세안에서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 이후에는 아세안의 대체 가능 공간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중국이 아세안에 수출하는 시장보다 미국과 EU에서 잃는 시장이 더 커졌다. 노동력 기반 산업이 중국의 해외 이동을 주도한 2010~2018년 기간보다 미·중 무역마찰의 영향에 따른 2019년 이후의 흐름이 중국 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3가지 방향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 60개국에 달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연선(沿線) 국가와의 경제 협력 관계 심화다. 최근 중국은 대러시아 수출이 늘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수출 기여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대일로 국가로의 진출이 불가피하다.
 
  둘째, 부진한 대EU 수출을 되살리는 노력도 예상할 수 있다. 대미 수출 여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기 어렵다는 가정에서 본다면 규모가 있는 EU는 중국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셋째, 향후 중 고급품 수출 기업이 핵심 부문은 중국에 두고 생산 시설을 적극적으로 해외로 배치하는 방안이다. 중 고급품은 중국산이 일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일대일로 국가는 단일 체제가 아니며 서방의 견제가 심화하는 지역이다. EU는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원하지만, 사안별로 언제라도 중국에 반대 카드를 내밀 수 있는 곳이다. 저부가가치 상품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다면 가뜩이나 심화하는 중국 내 실업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과잉으로 남게 될 국내 유휴 시설의 처리 문제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흔들리면 세계도 흔들린다
 
지난 8월 2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찾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 동남아 등의 경우를 생각하면 중국 관광객들로 인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9월 7일 자 타이베이발(發) 보도가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 발리와 한국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서로 혼동할 수 없단다. 전자(前者)는 산업 기계를 거의 생산하지 않고 후자(後者)는 연중 열대성 기후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지역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중국의 부진한 리오프닝 실적과 장기적인 경기 둔화 전망으로 위기에 처한 아시아 지역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유는 누구나 인지하는 바와 같다.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아시아권 국가가 경제 대국 중국과 손잡아 성장의 혜택을 누렸으나 올해 들어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추락하자 역내 대부분 국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의 부동산 투자가 9% 감소했다며 중국이 건자재를 포함한 아시아산 상품 구매를 뚜렷하게 줄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월 발표된 1~8월 기간 중국의 수입액은 7.3% 감소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지난해까지 20% 중반에서 올해 10%대로 줄자 대중 수출의존도가 줄었다는 시각이 있으나 이 부분은 한국 기업의 다변화 노력에 의한 결과 못지않게 중국의 수입 감소에 기인한 측면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아시아권의 국별·지역별 대중국 수출 위축 정도를 보면 한국이 8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고, 대만은 1~7월 기간에 28%(홍콩 포함) 위축됐다.
 
  최근 중국이 한국·미국·일본 단체 관광을 허용했지만 앞서 제한이 풀린 동남아행 단체 관광객 숫자를 보면 이른바 ‘요우커’의 방한(訪韓) 러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4년 전(2019) 1100만 명 이상이었으나 올해(1~7월)는 180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관광업 의존도가 큰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태국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을 장려하는 비자 우대 혜택을 발표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평소 신중하면서도 분석적인 기사로 인정받는 《이코노미스트》는 앞서 8월에는 중국의 경제 문제가 전 세계적인 범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도를 낸 바 있다.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중국의 개인과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줄이게 되고, 세계 각국의 생산자와 공급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별로 어려움이 더 큰 지역도 있다고 분석한다.
 
  각국의 원자재 수출업체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노출되는 정도가 심하다. 중국은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정제 구리와 니켈, 아연은 세계 소비의 절반이고 철광석은 생산량의 5분의 3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된다. 중국에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와 관련한 품목의 소비 또한 줄게 된다. 중국이 주요 금속 광물의 글로벌 가공 단계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에 이들 광물을 수출하는 호주와 아프리카 나라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중국 수출 품목 가운데 소비재는 적고 원료와 원자재·산업재가 많은 것이 특징이고 보면 중국 의존도 경감 효과에 낙관하기보다는 대중국 수출 급감을 우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도달할 수 없는 삼위일체’
 
  최근 중국의 상황을 보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의아할 정도다. 금융 이론 가운데 삼위일체(三位一體) 불가능 이론(Impossible trinity)이 있다. 유럽연합(EU) 단일통화 분석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1999)한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주장한 이론이다. 세 가지 정책 목표 간에는 상충(相衝)관계가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모두를 동시에 만족하기 어렵다는 논증이다. 한 국가가 독자적 통화 정책과 환율 안정, 자유로운 자본 이동 등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만족할 수 없다는 논증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불문하고 여러 종류의 정책 딜레마를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이론을 거시경제 영역으로 대입해보자. 경제 성장을 구성하는 3요소는 순수출·투자·소비인데 이 모두가 좋은 시기는 현실적으로 드물다. 중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특히 그랬다. 오늘날 중국 경제를 키워낸 공식은 대외적으로 수출, 대내적으로 투자다. 저임의 노동력과 편리한 원부자재 조달, 초대형 생산체계로 중국은 압도적인 수출 경쟁력을 유지했다. 국내 측면에서는 정부가 장기간 재정을 동원한 정책을 구사했고 최대 지주 산업인 부동산은 사실상 투자와 부채를 고리로 경제를 지탱해왔다. 다만 경제 규모와 성장세에 비해 소비는 늘 부족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금 상황은 다르다. 수출은 미국이 주도한 서방의 압박과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로 중국이 더 이상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최대 시장이었던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제품은 날로 위축되고 있다. 약 40년간 경제의 혈액 같은 역할을 해온 투자와 부채는 이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과거에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요소들이 이제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소비력마저 더 떨어져 경제의 삼위일체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3요소 모두 힘들게 됐다는 의미에서 ‘도달할 수 없는 삼위일체(Unreachable trinity)’라 할 수 있다.
 
 
  과잉 투자와 부채 연결 구조의 연장선
 
〈그림2〉 거시적 관점에서 본 중국 경제
  필자는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와 본격적으로 연결되면서 작동한 시기를 1994년으로 본다. 중국이 비록 1970년대 말부터 개혁·개방의 길을 걸었지만 1994년에 이르러서야 개혁·개방과 세제(稅制) 개혁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경제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시계열(時系列) 분석의 시각으로 보면 1994년부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중국의 대내외 경제산업 정책은 저렴한 상품 수출을 통한 외수(外需·external demand)에 의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수입 시장이 타격을 받자 중국은 2009년부터 부동산과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의존하는 내수(內需·internal demand) 구동형으로 전환했다.
 
  지금 세계적인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부동산 부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 과잉 투자와 부채 연결 구조의 연장선에 있다. 여기에다 1970~1980년대 출생자들의 주택 구입 수요가 물리면서 거품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다. 2018년 당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경제 압박이 시작되면서 중국은 이른바 ‘쌍순환’ 전략을 표방했다. 수출은 수출대로 하고, 국내 영역에서 제조업에 첨단 산업과 서비스업을 연결해 선순환(善循環) 구조로 만든다는 복안이었다.
 
  중국은 수출 주도 성장에서 투자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심화하는 국면에 다시 소비 주도 성장으로 안착하지 못한 것이 지금 경제가 흔들리는 깊은 요인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중국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 역시 구조적인 측면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아래 〈그림2〉는 단기·중기·장기의 거시적 관점에서 본 중국 경제의 핵심 관점이다.
 
 
  5가지 시나리오
 
독일 싱크탱크 MERICS의 〈흔들리는 중국(Shaky China)〉 보고서
  단기적으로 볼 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흔을 치유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추진한 과도한 방역(防疫) 정책이 경제의 흐름에 타격을 가했고 취업 상황 악화로 연결됐다.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중·저소득층이 충격을 받고 이는 부동산 가치사슬에 타격을 가했다. 동시에 지출보다는 저축 경향이 커져 소비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를 완화하려면 산업 현장에서 감염병의 상처를 치유해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가계지출 가운데 부동산 비중을 줄여 소비력을 회복해야 한다. 중국이 표방하고 있는 핵심 산업 정책 중 하나인 신에너지 자동차와 의약 산업 영역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 볼 때 중국은 경제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동산 의존도가 더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첨단 제조업 등 분야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구 구조 전환의 적응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총인구가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큰 인구 감소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다 급진전하고 있는 인구 고령화 추세는 총부양 압력을 확대할 것이다. 중국은 이를 새로운 산업 기회로 활용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향후 다양한 선택적 소비도 모두 여기서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상과 같은 방안이 어느 하나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지난 2006년 세계경제포럼의 중국 시나리오와 대비되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는 6월 발표한 〈흔들리는 중국(Shaky China)〉 보고서에서 향후 중국의 상황을 5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첫째 기본 시나리오(baseline scenario)는 지금의 불안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되는 경우다.
 
  둘째는 충돌 시나리오다. 국내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이 대외로 눈을 돌려, 대만과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다.
 
  셋째와 넷째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대결해서 각각 어느 한 나라가 우위를 점하는 경우다.
 
  다섯째 시나리오는 중국이 초심으로 돌아가 1970~1980년대와 같은 개혁·개방 정책으로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좀처럼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시나리오가 여럿 보인다. 충돌 혹은 현상 지속 시나리오가 아닌 개선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든 정치적 리더십의 일대 결단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제를 정치로 해석하고 풀어내는 것 같아 보이는 현재 기조로는 당면한 구조적 문제 해결은 물론 미래 경쟁력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와 실질적이고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흐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 경제의 양상과 전망을 판단할 때 수치에만 의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고 반드시 추세를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은 국내 시장이 협소하고 부존자원이 부족하므로 해외 시장은 많을수록 좋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상품과 서비스는 미국 시장 버전도 필요하고 중국 시장 버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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