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같은 유동성 위기 아니라 경기·통화 정책 문제에서 발발
⊙ 문제는 가파른 상승 속도… 원화 약세·에너지 수입부담·무역적자 악순환
⊙ 에너지 필요한 겨울철이 고비… 2023년 하반기 이후 환율 안정될 듯
⊙ 문제는 가파른 상승 속도… 원화 약세·에너지 수입부담·무역적자 악순환
⊙ 에너지 필요한 겨울철이 고비… 2023년 하반기 이후 환율 안정될 듯
- 2022년 9월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모습.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2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사진=조선DB
10월 11일, 원·달러 환율이 개장 직후부터 큰 폭으로 올라 1430원대까지 뛰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9원 이상 올랐다. 불과 1년 전에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중반을 유지했고, 두 달 전에도 1200원대 후반에 머물러 있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환율 비상’이 걸린 것이다. 대통령의 입에서도 하루가 머다 하고 환율 얘기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시금융상황 점검 회의를 하면서 외환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환율 관리 발언을 했다.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겠다.”(8월 23일)
“금융·외환 위기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8월 24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기자 보고서를 쏟아냈던 경제연구소, 증권 리서치센터들은 이제 1400원 시대, 그리고 1500원 시대까지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 상승폭 0.5원으로 지나치게 빨라
NH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지금 정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KB증권은 “한국은 무역수지 적자로 열위(劣位)에 있다. 원화 약세, 에너지 수입 부담 가중, 무역적자 확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는 “한국이 과도하게 긴축할 때 고환율이 심화할 것”이라고 봤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이 사상 최대치는 아니다. IMF 글로벌 위기였던 1997년 원·달러 환율의 고점(高點)은 1962원이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1570원을 찍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때 고점은 1285원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최고점이 아님에도 대통령까지 나서 환율 방어에 나선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문제는 상승 속도다.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국면이다.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에는 원·달러 환율의 변곡점이 형성되며 급한 환율 상승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현재의 환율을 고점, 저점(低點)으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하루 평균 상승폭이 0.5원으로 굉장히 가파르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상황이지만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의 원화 약세는 1997년 IMF사태 때와 전혀 다른 이유이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원·달러 환율 레벨이 높았던 시기는 모두 시스템 리스크와 연관이 있었다. 1997년 IMF사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외환의 안정성 문제 때문에 발생했는데, 지금은 수익성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외환보유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대외 채무 비율이 문제였다. 국가 채무의 안정성 문제가 핵심이었다. 지금은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 탈(脫)세계화로 인해 수출부진 등 수익성이 훼손된 문제가 반영돼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그래서 국가 정책의 힘으로 단기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원·달러 환율이 단시간에 낮아지기 어렵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상황을 최악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악은 유동성 위기 때다. 지금은 달러 유동성이 과거처럼 부족한 상황은 아니며, 오히려 경기와 통화 정책 등의 문제”라고 봤다. 현재의 원·달러 상승이 ‘미국 달러화의 강세 기조’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달러화는 15% 강세를 보이지만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3% 정도 약세를 보였다. 현재의 미국 달러화 강세는 미국 내 채권 금리 상승과 연관이 있는 데다,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금리 인상 지속 발언’으로 예상보다 달러 강세가 길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우려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면 어느 시점에서 변곡점이 형성돼 환율 상승이 일단락됐던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09년 3월에 환율이 상승할 때는 꺾일 수 있는 변곡점이 분명히 있었다.
첫째, 실물 경기가 좋았다. 당시에는 경기선행 지수가 반등 중이었고 세계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 연말까지 추가로 경기 하락이 예상된다. 따라서 세계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100) 이하로 하회 중이고, 겨울철 에너지 위기, 러시아발(發) 전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국가, 지역의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 이하로 빠진 이유다.
둘째, 2009년 3월에는 선진국 대비 미국의 긴축 방향이 전환되면서 아시아 통화지수도 같이 반등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머징 통화의 강세 반전은 어려운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미국의 기준 금리가 11, 12월에 이어 내년 1분기까지 추가 인상이 점쳐지는 만큼 원화 강세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수출이다. 2009년 당시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9.4%였다.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섰고, 투자 사이클이 원활히 이어지면서 한국의 수출은 개선됐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정체되고 있고, 미국이 부상 중이다. 중국이 10월 당대회를 앞두고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 이미 부진한 내수가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0월에도 무역수지가 적자로 출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10일 수출은 118억 달러, 수입은 156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38억 달러 적자다.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주요 품목의 수출 현황을 보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승용차(5.4%), 선박(76.4%)은 늘었으나, 반도체(-20.6%), 석유제품(-21.3%), 무선통신기기(-21.0%)는 줄었다. 특히 중국(-23.4%), 미국(-21.4%), 베트남(-11.9%) 등으로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이로써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역적자가 6개월 연속 이어졌다는 점이다. 4월 마이너스 24억8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5월(-15억9000만 달러), 6월(-25억 달러), 7월(-50억8000만 달러), 8월(-94억9000만 달러), 9월(-37억7000만 달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10월에도 무역적자를 기록할 경우 7개월 연속 적자다.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계속 뛰는 가운데 수출은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 여파로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 언제쯤 ‘적자 행진’이 멈출지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외국인 순매도, 순매수 혼전 현상 보여
국내 코스피 지수는 2100선대(10월 11일 기준)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 초기에 1500선이 밀리며 최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는 과정에서 3000선까지 회복했다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빠졌다. 외국인이 매수,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코스피가 널뛰기하고 있는데 신한금융투자는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에 비하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9월 초 거래량을 보면 외국인이 오히려 순매수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다.
〈한국 주식시장의 PER(주가수익비율·주가가 그 회사의 한 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PER은 선진국 주식시장 대비 59%, 미국 대비 53%에 불과하다. 한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소리다. 더구나 현재의 코스피 레벨은 지난 20년 역사에 몇 차례 존재하지 않았을 정도로 큰 낙폭을 보인다. 달러 환산 코스피가 고점 대비 40% 이상 낙폭 했을 때 외국인이 매도 속도를 늦추거나 오히려 매수로 전환했던 적이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원·달러 환율 급등은 펀더멘털의 이슈일 뿐,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면서 생기는 이슈는 아니라는 소리다.
현대차증권은 “2000년대 초반 미국 나스닥 시장 거품이 붕괴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하다”고 본다. 2000년 당시 미국 IT기업들의 주가 거품 붕괴와 함께 나스닥 시장이 폭락하고,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상하자 이를 버티지 못한 IT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현대차증권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둔화 국면에도 고물가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을 강조하며 연달아 금리를 올린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설 경우,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B증권은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해외에 투자한 자금이 다시 국내로 유입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은 투자받은 돈보다 투자한 돈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순(純)대외금융자산은 줄곧 마이너스였는데, 2014년을 기점으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주식 및 채권, 부동산 등에서 투자받은 돈보다 투자한 돈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해외로 투자한 돈이 많다는 것은 단기에는 달러 수요로 이어져 원·달러 상승 요인이지만, 중기적으로는 해외에 보유한 자산이 완충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보유 자산의 즉각 처분이 어렵지만, 원·달러 상승 및 대외 투자 기대수익률 하락 시 해외에 투자한 자금이 다시 국내로 유입돼 원·달러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겨울철이 고비
결과적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수출 둔화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경제보고서들의 중론이다.
하나증권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 정책 외에 달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은 유로화”라고 보고 있다.
〈유로 지역 경기가 악화할 가능성,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유로 지역을 둘러싼 악재들을 감안하면 유로화 약세는 지속할 것이다. 최근 독일 등 유로 지역 국가들이 애초 계획보다 빠르게 가스 비축량을 늘리고 에너지 사용을 다변화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겨울을 나기 넉넉한 물량은 아니다. 경계 심리는 이어질 것이다. 유럽 경제의 부진한 상황도 달러 강세를 유도할 전망이다. 현재 환율 수준에서 마땅한 저항선이 없다.〉
메리츠증권은 이렇게 분석한다.
〈원화 약세 원인을 내부적으로 찾으면 우리의 무역수지 중심의 달러 유출이 강한 것과 일정 부분 금융시장 여건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는 러시아발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한국 포함 취약국의 환율 및 금융 시장 불안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맞다. 중심에 유럽이 있다. 현재 높은 에너지, 특히 천연가스 가격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팬데믹 이후 풀려난 돈의 힘으로 올라온 인플레이션은 러시아발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이슈로 위력이 커졌고 현재 주요국 통화 정책은 대부분 긴축 영역까지 반영한 수준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심 지역인 데다 경기 둔화 압력이 높은 유럽은 통화 정책 기대 측면에서도 유로화 약세에 일조했다. 유럽의 경상수지는 올 들어 적자까지 위축되면서 유럽중앙은행 통화 정책 매파 기조가 유로화 강세를 견인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계절성이 존재한다. 연말로 갈수록 무역 수지 개선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은 “지난 10년간 상방 저항선 역할을 해온 1250원이 상향 돌파된 이후 의미 있는 저항선은 없다. 불안한 대외 여건으로 145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3년 1분기까지 평균 1390원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하반기로 가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긴축속도 조절, 경기 회복 기미, 무역수지 적자 축소 등을 바탕으로 하락폭을 확대해 2023년 하반기 이후에 원·달러가 내림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겠다.”(8월 23일)
“금융·외환 위기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8월 24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기자 보고서를 쏟아냈던 경제연구소, 증권 리서치센터들은 이제 1400원 시대, 그리고 1500원 시대까지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 상승폭 0.5원으로 지나치게 빨라
NH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지금 정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KB증권은 “한국은 무역수지 적자로 열위(劣位)에 있다. 원화 약세, 에너지 수입 부담 가중, 무역적자 확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는 “한국이 과도하게 긴축할 때 고환율이 심화할 것”이라고 봤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이 사상 최대치는 아니다. IMF 글로벌 위기였던 1997년 원·달러 환율의 고점(高點)은 1962원이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1570원을 찍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때 고점은 1285원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최고점이 아님에도 대통령까지 나서 환율 방어에 나선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문제는 상승 속도다.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국면이다.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에는 원·달러 환율의 변곡점이 형성되며 급한 환율 상승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현재의 환율을 고점, 저점(低點)으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하루 평균 상승폭이 0.5원으로 굉장히 가파르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상황이지만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의 원화 약세는 1997년 IMF사태 때와 전혀 다른 이유이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원·달러 환율 레벨이 높았던 시기는 모두 시스템 리스크와 연관이 있었다. 1997년 IMF사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외환의 안정성 문제 때문에 발생했는데, 지금은 수익성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외환보유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대외 채무 비율이 문제였다. 국가 채무의 안정성 문제가 핵심이었다. 지금은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 탈(脫)세계화로 인해 수출부진 등 수익성이 훼손된 문제가 반영돼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그래서 국가 정책의 힘으로 단기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원·달러 환율이 단시간에 낮아지기 어렵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상황을 최악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악은 유동성 위기 때다. 지금은 달러 유동성이 과거처럼 부족한 상황은 아니며, 오히려 경기와 통화 정책 등의 문제”라고 봤다. 현재의 원·달러 상승이 ‘미국 달러화의 강세 기조’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달러화는 15% 강세를 보이지만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3% 정도 약세를 보였다. 현재의 미국 달러화 강세는 미국 내 채권 금리 상승과 연관이 있는 데다,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금리 인상 지속 발언’으로 예상보다 달러 강세가 길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우려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면 어느 시점에서 변곡점이 형성돼 환율 상승이 일단락됐던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
![]() |
올해 누적 무역 수지는 255억 적자로 집계됐다. 2022년 8월 22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잔뜩 쌓여 있는 모습. 사진=조선DB |
첫째, 실물 경기가 좋았다. 당시에는 경기선행 지수가 반등 중이었고 세계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 연말까지 추가로 경기 하락이 예상된다. 따라서 세계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100) 이하로 하회 중이고, 겨울철 에너지 위기, 러시아발(發) 전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국가, 지역의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 이하로 빠진 이유다.
둘째, 2009년 3월에는 선진국 대비 미국의 긴축 방향이 전환되면서 아시아 통화지수도 같이 반등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머징 통화의 강세 반전은 어려운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미국의 기준 금리가 11, 12월에 이어 내년 1분기까지 추가 인상이 점쳐지는 만큼 원화 강세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수출이다. 2009년 당시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9.4%였다.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섰고, 투자 사이클이 원활히 이어지면서 한국의 수출은 개선됐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정체되고 있고, 미국이 부상 중이다. 중국이 10월 당대회를 앞두고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 이미 부진한 내수가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0월에도 무역수지가 적자로 출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10일 수출은 118억 달러, 수입은 156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38억 달러 적자다.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주요 품목의 수출 현황을 보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승용차(5.4%), 선박(76.4%)은 늘었으나, 반도체(-20.6%), 석유제품(-21.3%), 무선통신기기(-21.0%)는 줄었다. 특히 중국(-23.4%), 미국(-21.4%), 베트남(-11.9%) 등으로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이로써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역적자가 6개월 연속 이어졌다는 점이다. 4월 마이너스 24억8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5월(-15억9000만 달러), 6월(-25억 달러), 7월(-50억8000만 달러), 8월(-94억9000만 달러), 9월(-37억7000만 달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10월에도 무역적자를 기록할 경우 7개월 연속 적자다.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계속 뛰는 가운데 수출은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 여파로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 언제쯤 ‘적자 행진’이 멈출지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외국인 순매도, 순매수 혼전 현상 보여
![]() |
2021년 5월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523억1000만 달러로 최고 수준이지만,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한국 주식시장의 PER(주가수익비율·주가가 그 회사의 한 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PER은 선진국 주식시장 대비 59%, 미국 대비 53%에 불과하다. 한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소리다. 더구나 현재의 코스피 레벨은 지난 20년 역사에 몇 차례 존재하지 않았을 정도로 큰 낙폭을 보인다. 달러 환산 코스피가 고점 대비 40% 이상 낙폭 했을 때 외국인이 매도 속도를 늦추거나 오히려 매수로 전환했던 적이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원·달러 환율 급등은 펀더멘털의 이슈일 뿐,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면서 생기는 이슈는 아니라는 소리다.
현대차증권은 “2000년대 초반 미국 나스닥 시장 거품이 붕괴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하다”고 본다. 2000년 당시 미국 IT기업들의 주가 거품 붕괴와 함께 나스닥 시장이 폭락하고,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상하자 이를 버티지 못한 IT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현대차증권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둔화 국면에도 고물가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을 강조하며 연달아 금리를 올린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설 경우,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B증권은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해외에 투자한 자금이 다시 국내로 유입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은 투자받은 돈보다 투자한 돈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순(純)대외금융자산은 줄곧 마이너스였는데, 2014년을 기점으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주식 및 채권, 부동산 등에서 투자받은 돈보다 투자한 돈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해외로 투자한 돈이 많다는 것은 단기에는 달러 수요로 이어져 원·달러 상승 요인이지만, 중기적으로는 해외에 보유한 자산이 완충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보유 자산의 즉각 처분이 어렵지만, 원·달러 상승 및 대외 투자 기대수익률 하락 시 해외에 투자한 자금이 다시 국내로 유입돼 원·달러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수출 둔화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경제보고서들의 중론이다.
하나증권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 정책 외에 달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은 유로화”라고 보고 있다.
〈유로 지역 경기가 악화할 가능성,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유로 지역을 둘러싼 악재들을 감안하면 유로화 약세는 지속할 것이다. 최근 독일 등 유로 지역 국가들이 애초 계획보다 빠르게 가스 비축량을 늘리고 에너지 사용을 다변화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겨울을 나기 넉넉한 물량은 아니다. 경계 심리는 이어질 것이다. 유럽 경제의 부진한 상황도 달러 강세를 유도할 전망이다. 현재 환율 수준에서 마땅한 저항선이 없다.〉
메리츠증권은 이렇게 분석한다.
〈원화 약세 원인을 내부적으로 찾으면 우리의 무역수지 중심의 달러 유출이 강한 것과 일정 부분 금융시장 여건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는 러시아발 전쟁에 따른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한국 포함 취약국의 환율 및 금융 시장 불안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맞다. 중심에 유럽이 있다. 현재 높은 에너지, 특히 천연가스 가격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팬데믹 이후 풀려난 돈의 힘으로 올라온 인플레이션은 러시아발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이슈로 위력이 커졌고 현재 주요국 통화 정책은 대부분 긴축 영역까지 반영한 수준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심 지역인 데다 경기 둔화 압력이 높은 유럽은 통화 정책 기대 측면에서도 유로화 약세에 일조했다. 유럽의 경상수지는 올 들어 적자까지 위축되면서 유럽중앙은행 통화 정책 매파 기조가 유로화 강세를 견인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계절성이 존재한다. 연말로 갈수록 무역 수지 개선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은 “지난 10년간 상방 저항선 역할을 해온 1250원이 상향 돌파된 이후 의미 있는 저항선은 없다. 불안한 대외 여건으로 145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3년 1분기까지 평균 1390원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하반기로 가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긴축속도 조절, 경기 회복 기미, 무역수지 적자 축소 등을 바탕으로 하락폭을 확대해 2023년 하반기 이후에 원·달러가 내림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