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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다각화로 활로 모색하는 제약업계

‘신약 성공’ ‘업종 확장’ 두 토끼 잡을까?

글 : 신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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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사들, 의약품 넘어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시장 개척… ‘실탄 확보’ ‘한눈팔기’ 시각차
⊙ 韓 제약산업 부가가치율, 제조업·전체산업보다 높아… ‘92만대 자동차 수출 효과’ 낼까
⊙ 제약 業況은 ‘복제약·내수시장·중소기업’ 위주… 부채비율 높고, 토종신약 개발 저조
⊙ 세계 제약시장 13위, 점유율은 1.4% 불과… 국내 개발 신약은 29개 품목
⊙ 다국적 제약사들과 協業, 제약기술 수출로 돌파구… 2015년 9조3000억원 규모 달해
한미약품 연구원들의 신약 연구 모습. 사진=조선DB
  ‘시장개척인가, 한눈팔기인가?’
 
  최근 제약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생산, 신약 개발 같은 본업을 넘어서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판매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작년 5월 뷰티헬스 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 유아 화장품·스킨케어 브랜드 ‘리틀마마’를 출시했다. 주요 백화점 등 30여 오프라인 매장에서 관련 상품을 판매 중이다. 근래에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오리진’을 출범시켜 대형 쇼핑몰에 상품 판매 코너와 해당 식품을 활용한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동국제약도 2015년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선보여 ‘마데카솔’ 연고 성분을 활용한 ‘마데카 크림’을 출시했다. 대웅제약 또한 2016년 자회사 ‘디엔컴퍼니’를 통해 화장품과 의약품의 기능을 결합한 브랜드 ‘이지듀’를 선보여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종근당·동구바이오제약도 이른바 ‘코스메슈티컬’(단순한 기능성 화장품에 의약품의 전문적인 치료기능을 합친 제품) 시장에 진출했다.
 
  제약사들의 건강기능식품·화장품 사업 진출에 따라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5000억원 규모이고, 건강기능식품 분야도 작년 3조8155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본업인 ‘약이 잘 안 팔려서 다른 사업을 겸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 앞으로 제약산업이 신약 출시 등 더 큰 성공의 기반이 될 준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수적 사업들을 추진 중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에서는 본업인 제약을 꾸준히 잘하는 쪽이 있고, 기타 사업으로 자사(自社)의 역량 부족을 치장하는 기업도 있다며 ‘옥석(玉石)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엽적 사업” 對 “포트폴리오”
 
  작금의 제약산업 현황이 어떻기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걸까. ‘본업인 제약은 저조하고, 부수 사업만 늘어난다’는 일각에서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와 관련,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제약의 본류(本流) 쪽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다만 (세부) 업종을 나눠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 시가총액으로 보면 1등이 반도체, 2등이 바이오헬스케어입니다. (제약시장은) 무시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에요. 잘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고령화 추세에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제약은 쉽게 꺼질 것 같은 시장이 아니에요.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기존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개발을 잘하고, 한미약품처럼 신약 개발을 중시하는 제약사들도 있죠. 이 두 그룹이 유망한 거죠. 나머지 중에서 이것저것 하겠다고 나서는 그룹은 지엽적이고 그렇게 중요한 회사들도 아니에요. 성장 동력이 될 만한 파이프라인(신약 등 신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연구단계의 프로젝트)을 안 갖고 있는 거죠. 자기 본업을 열심히 하는 회사들은 그런 걸 안 해요.”
 
  반면 황순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단장은 다변화하는 제약업계의 사업 진출을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신약 개발 등 본업 집중을 위해 성장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는 뜻이었다. 황 단장은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평균 잡아 15년, 1조~2조원이 든다. 제조 공정과 인·허가 절차들도 복잡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하고 수익 거두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건강기능식품·화장품을 (자금 확보 또는 기업 발전의)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황 단장의 말이다.
 
  “제약사가 임상시험하면서 신약 개발하는 도중에,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해서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부수 제품들을 만들 수 있어요. 어차피 다 사람의 건강에 활용하는 제품이잖아요. 이 같은 시도들을 통해 제약산업은 장기적으로 굉장히 잘될 거예요. 우리나라 제약사들도 향후 5년 안에 세계 50대 기업에 꼽힐 수 있어요. 우리 제약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산업이 될 겁니다.”
 
  부수적 사업에 대한 시각 차이는 있지만, 일단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는 두 전문가 모두 동의하고 있다.
 
 
  ‘먹거리산업’ 의약품 개발
 
제약산업은 바이오산업(생물의 좋은 물질을 대량 생산하거나 인류사회에 유용한 생물을 만들어 내는 산업)과 결합되면서 인류 보건에 기여도가 높은 산업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조선DB
  제약산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산업이다. 특히 바이오산업(생물의 좋은 물질을 대량 생산하거나 인류사회에 유용한 생물을 만들어 내는 산업)과 결합되면서 인류 보건에 기여도가 높은 산업으로 떠올랐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2015년 10월 26일 발표한 ‘제약협회 70주년 기념 강연 자료’에 따르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은 고령화 시대의 사회적 비용 절감에 기여한다. 신약이 곧 질병 치료의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1달러의 의약품 지출이 3.65달러의 입원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총 150억 달러에 달하는 신약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는 약 270억 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2017 한국 제약산업 길라잡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IMS health’는 2013년 적정한 약의 투여와 올바른 사용으로 미국 전체 의료비의 85%인 2130억 달러(약 242조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 의회예산국(CBO)도 “약제비 지출이 늘면 오히려 입원비와 수술비를 비롯한 전체 의료비 지출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특허를 통해 시장을 독점(물질특허 존속기간 20년)할 수 있어 장기간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사진=조선DB
  고(高)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제약사들의 신약 출시는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한다. 미국 제약사 파이저가 개발한 ‘리피토’(고지혈증 치료약)의 경우 2010년 126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당시 92만대의 자동차 수출 효과를 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부가가치율은 37%로 전체산업(25.6%)과 제조업(21.1%)보다 높았다. 특히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특허를 통해 시장을 독점(물질특허 존속기간 20년)할 수 있어 장기간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제약산업이 곧 ‘미래의 먹거리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세계 의약품 시장은 2015년 기준 1조 달러(약 12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오는 2020년에는 최대 1조4300억 달러(약 1600조원) 규모로 확장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7 식품의약품통계연보〉 ‘의약품 산업현황’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우리나라 의약품 총 생산액은 18조8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2% 늘었다. 그중 수출액은 3조6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8% 늘었다. 제약산업 전체 시장규모는 21조7300억원으로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은 3.10%였다.
 
 
  “국산 신약 29개 불과, 복제약 생산에 치중”
 
작년 기준 제약산업의 바이오복제약 시장 규모.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 생산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래픽=조선DB
  이처럼 제약산업은 국내외적으로 시장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인간의 수명 연장, 삶의 질 향상 등으로 의료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그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과연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맞춰 성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신약 개발 등 본업에 몰두하지 않고 부수 사업에 눈을 돌린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도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돼 있다. 개별 제약사들의 성공 루트이자 제약산업이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원동력인 ‘신약 개발’, 지금 우리나라는 저조한가, 충분한가?
 
  앞서 인용한 윤 위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현재 중소·제네릭·내수 위주이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비해 다국적 제약사와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전무(2015년 기준)한 상황이다. 2013년 기준 의약품 생산업체 666곳 중 대다수가 중소기업이었다. 3000억 이상의 매출을 내는 데는 11곳, 1000억 이상은 41곳에 불과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작년 8월 발표한 〈세계 의약품 산업 및 국내산업 경쟁력 현황: 바이오의약품 중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약산업은 내수 위주로 신약 개발보다는 제네릭, 즉 복제약 개발에 집중돼 있다. 국내 제약기업은 글로벌 기업 대비 규모가 영세하고,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 및 기술 경쟁력 또한 취약하다.
 
지난 4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199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신약이 개발된 이후 2017년 말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총 29개였다. 사진=조선DB
  이는 전문가들도 지적한 현실이다. 작년 6월에 발간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KPBMA Brief)〉에서 양성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대한민국 제약산업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라는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제약시장에서의 순위는 13위이지만 점유율로는 1.4%에 불과하다. 국내 개발 신약은 28개 품목(편집자주: 2018년 기준 29개)뿐이며 대부분의 제약기업들은 제네릭 의약품 생산에 치우쳐 있는 실정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윤중식 대한약사회 보험위원도 ‘제약산업에 대한 바람’ 칼럼을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오리지널 제품 특허가 만료만 되면 수도 없이 쏟아지는 제네릭 약들도 문제이다. 2016년도 급여의약품 ‘동일성분내 등재 품목수’에 따르면 한 가지 성분에 한 개의 제품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 가지 성분당 평균 8.4개의 제품이 있다. 오리지널을 제외하면 한 성분당 평균 7.4개의 제네릭이 있다는 말이다. 45개 성분은 60개 이상의 제네릭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는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이 아직 많이 영세하고, 연구개발은 어려우며, 제네릭 생산을 통해 당장의 생존에만 급급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 공세
 
  지난 4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199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신약이 개발된 이후 2017년 말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총 29개였다. 이 중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급 제품은 3개에 불과하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이 그것이다. 여기서 작년 매출액 500억원을 돌파한 국산 신약은 ‘제미글로’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작년 11월 3일 발표한 〈2016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기준으로 비교한 타국의 기술수준은 EU(유럽연합) 87.6%, 일본 85.0%, 한국 71.4%, 중국 63.8% 순이었다.
 
  지난 4월에는 폐암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한미약품의 첫 신약 ‘올리타’ 개발이 중단됐다. 당초 올리타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소규모 제약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방법으로 개발됐다.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지만 외국 업체의 경쟁 약물이 좀 더 빨리 개발됨에 따라 기존 계약이 파기되는 낭패를 봤다.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경쟁 약물 ‘타그리소’가 올리타보다 앞서 개발돼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이 8년 동안 총 43억원을 투자해 2001년 승인받은 방사성 간암 치료제 ‘밀리칸주’도 2012년 시장에서 사라졌다. 임상과정 도중, 시장성이 저조하다고 판단해 개발을 포기한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성공 저조로 건강보험공단 청구액 비중도 감소했다. 외국 제약사 제품들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4월 16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의 제약사 처방약 품목, 건강보험 청구액, 청구 비중 등을 분석·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약품비 청구액은 2012년 3조1707억원에서 2016년 3조3039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도리어 국내 제약사 비중은 같은 기간 41.1%(1조3037억원)에서 34.4%(1조1502억원)로 줄었다. 국내 보험의약품 급여청구 실적 상위 20대 품목 중에서도 국내 제약사 제품은 2012년 8개에서 2016년 4개로 50% 감소했다.
 
  이렇듯 신약 성공을 위해 연구개발 비용은 대폭 투입되는 반면, 다국적 제약사 공세에 밀려 거두는 수입이 넉넉지 못하다 보니 부채 비율이 높아진 제약사들도 있다. 지난 4월 24일 의약 분야 언론사 ‘약업닷컴’의 토종 제약사 144곳의 2017년 감사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부채 비율이 100%가 넘는 제약사가 48곳에 달했다. 10곳 중 3곳이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 재무구조가 불건전했던 것이다.
 
 
  오픈이노베이션 통한 기술 수출도 새 활로
 
서울 송파구의 한미약품 본사 전경. 임종호 한미약품 전무는 지난 4월 24일 《조선일보》 섹션 ‘더 나은 미래’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이후로만 한정해 봐도, 지금까지 1조원 넘는 (자사의 투자) 금액이 R&D(연구개발)에 투입됐다. 앞으로도 R&D 투자를 통해 혁신 신약 개발 도전을 이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조선DB
  반면에 비교적 짧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역사, 연구지원을 받기 힘든 척박한 개발 환경,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신약 공정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라도 해 온 것이 가상하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자국 내에 (토종) 신약을 보유한 국가는 10개도 안 된다”면서 “때에 따라선 신약을 포기할 줄 아는 것도 돈이다. 무리하게 3상 시험까지 끌고 나가면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말이다.
 
  “적당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것도 돈을 버는 일입니다. 지금 한미약품에서 (다국적 기업과의) 계약이 파기되면서 국민들과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는 이게 ‘뻥 아니냐’ 하지만, 신약 개발 과정은 원래 그런 겁니다. 실패율이 높아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체적으로 토종 신약을 개발하는 것만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 수출과 기술 이전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업해서 제약기술을 그들의 거대한 판매망에 수출하는 것이죠. 지금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들도 혼자서 신약 초기 개발을 안 합니다. 해외의 벤처제약기업과 기술 거래를 통해서 함께 연구하죠. 우리나라는 2015년이 정점이었어요. 그때 제약사들이 스물 몇 건의 기술 수출로 전체 규모만 9조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나라들이 한국 신약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다국적 기업들과 협업하니까 우리 제약기술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됐습니다.”
 
  황순옥 단장은 “(전)임상-1상-2상-3상 거쳐서 최종 신약이 시판될 때까지 돈이 엄청 많이 드는데, 이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기업은 아직 우리나라에 없다”며 “그래서 (임상과정) 중간에 제약기술을 해외 기업에 파는 기술 수출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 수출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위상을 고취시키는 일이자, 효율적인 방법으로 ‘또 하나의 한국형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뜻이었다. 황 단장의 말이다.
 
  “우리가 제약기술을 수출하면 해외의 상위 50대 제약사들이 그걸 사 와서 나머지 (신약 개발) 공정을 하는 거죠. 그들이 평가해 보니까 ‘이 기술은 내가 계속 팔로업(후속작업)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면 계약을 맺는 거죠. 모든 세계 제약사들이 그렇게 가는 거예요. 그것도 우리가 신약을 만들 수 있는 과정이죠. 그런 점에서 우리는 후발국가임에도 29개나 토종 신약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향후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현대처럼 한국에서 세계 50대 제약사가 2곳 정도 배출되면 더 좋겠어요.”
 
  앞서 인용한 〈2017 한국 제약산업 길라잡이 보고서〉는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현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기업은 비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도에 신약기술을 수출하거나 공동개발을 맺는 전략을 취합니다. 이제 국내 제약기업의 기술 수출 계약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기술 수출 계약 변경이나 임상시험 유예중단 등의 이슈가 빈번해지는 것은 국내 제약산업계가 내수 위주의 제네릭 생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기술 수출과 임상시험에서 나타나는 각종 변수는 신약 개발이라는 종착지에 이르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따라서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약의 완성 과정을 지켜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부-민간 연구개발(R&D) 투자 늘려야
 
재작년 기준 제약업계 매출 상위 10개사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 여재천 신약연구개발조합 사무국장은 “정부가 100억원을 지원해 줬다고 하면, 지금 (우리나라 제약) 기업은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은 기업과 국가가 잘 어울려서 새로운 방법을 통해 간접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DB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서 인용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KPBMA Brief)〉에서 조광연 《데일리팜》 발행인은 제약산업 부흥의 “첫 출발점은 누가 뭐래도 R&D 투자다. 산업계 전체적으로 R&D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있다”며 “대학은 물론 연구소 연구원, 전통의 제약회사 연구원, 바이오텍 연구원, 기업 경영진, 돈줄인 투자자, 산업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 등이 어우러지는 날(日)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의 연간 연구개발비 총액은 2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글로벌 제약기업 한 곳이 8조~10조원가량 연구개발비를 들이는 것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2016년 신약 부문에 투입된 총 연구개발비 1조8834억원 중 정부 예산은 2354억원(13.6%)에 불과했다. 다행히 제약사 자체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상장 제약사 34곳 기준, 연구개발비 총액은 2006년 3451억원에서 2010년 6017억원, 2015년 1조4515억원으로 늘었다.
 
  제약사들이 자체 연구소 수준을 넘어 연구개발 전문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유한양행은 개량신약 전문 ‘애드파마’를 자회사로 설립해 매년 개량신약 3~4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휴온스글로벌은 바이오 부문 연구개발을 위한 별도 법인 ‘휴온스랩’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 개척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종호 한미약품 전무는 지난 4월 24일 《조선일보》 섹션 ‘더 나은 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임 전무는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액 대비 15~20% 규모의 R&D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라며 “2010년 이후로만 한정해 봐도, 지금까지 1조원 넘는 금액이 R&D에 투입됐다. 앞으로도 R&D 투자를 통해 혁신 신약 개발 도전을 이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재천 신약연구개발조합 사무국장은 “정부가 100억원을 지원해 줬다고 하면, 지금 기업은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은 기업과 국가가 잘 어울려서 새로운 방법을 통해 간접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여 국장의 말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10~20년 전부터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제약회사들을) 지원합니다. 작년엔 벌써 중국의 몇 가지 제약기술이 미국을 앞서 갔어요. 일본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종전에 5개였다가 지금은 10여 개로 늘어나면서 더욱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정부 산하기관을 통해서 민간 제약회사와 협력하는 프로그램들을 확 늘렸어요. 그들이 왜 그러겠습니까. 제약산업이 국가 기간(基幹)산업이고 경제를 끌고 가는 산업이기 때문이에요. 또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국민 건강에 기여한다는 인류애(人類愛)적인 소망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제약산업도 이제부터 먼저 성과를 보여주면, 정부와 민간의 도네이션(기부금·지원금)이 더 많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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