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1조5000억원 쏟아붓고 애물단지된 평창 동계올림픽 주경기장 알펜시아 : 월간조선

2011년 7월 6일 삼수(三修)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평창. 그러나 유치 결정 5개월여가 지난 현재 강원도와 평창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올림픽 유치 삼수를 거치는 동안 외지 투기세력들에 시달리고 실익은 없이 만신창이가 된 강원도민들은 올림픽만 유치하면 그동안의 어려움과 불안함을 깨끗이 날려버리고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 믿어 왔다.

그러나 형편은 유치 이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올림픽 주경기장이 될 알펜시아 리조트 분양은 여전히 20%에서 맴돌고 있고, 유치 결정 직후 분양이 시작된 알펜시아 내 호텔(홀리데이인리조트)은 분양률 제로(실제는 0.1%)다. 알펜시아를 지은 강원도개발공사의 알펜시아 관련 빚은 약 1조원. 강원도 연간 예산의 1/3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르고 지금까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나가노의 사례와 비교하며 ‘동계올림픽 위기론’까지 들먹이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11월 중순 알펜시아에 690억원을 연내 현금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실제 집행했다. 도 관계자는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거액의 혈세를 지출해야 할 정도로 알펜시아는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정희준 교수는 알펜시아를 ‘강원도 역사상 최고의 애물단지’라고 했고, 일각에서는 강원도 위기설과 동계올림픽 위기설을 거론하고 있다. 대체 알펜시아가 어떻기에 강원도의 애물단지가 된 것일까?

강원도 산골에 1조5000억원 쏟아부어

2011년 7월 6일 남아공 더반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결정됐음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에서 3시간 넘게 달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를 찾았다. 2004년 첫 삽을 뜬 알펜시아 리조트는 2010년 7월 일부 문을 열었다. 알펜시아는 유럽의 전원마을을 방문한 느낌이 드는, 세련된 외관을 지닌 리조트였다. 알펜시아는 알프스(Alps)를 뜻하는 알펜(Alpen)과 아시아(Aisa), 판타지아(Fantasia)를 합친 단어다.

워터파크와 놀이시설을 비롯해 쇼핑, 외식 등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었다. 그러나 손님은 많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방 3개짜리 대형 평형에 묵고 있다는 박모(52)씨는 “예전 작은 평수가 있는 동에 묵었을 땐 몰랐는데 큰 평수 동에 머무는 1박2일 내내 종업원을 한 명도 보지 못해 각종 불편함이 있었다”며 “성수기가 아니어서 숙박객도 별로 없고 비용절감을 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아직 리조트 서비스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타 리조트에 비해 회원권과 숙박비가 비싼 편인데 그만큼의 가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숙박을 하지 않아 서비스를 느껴볼 겨를은 없었지만, 어쨌든 알펜시아는 다른 리조트에 비해 호화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을씨년스러웠다.

알펜시아가 왜 경영상으로도 애물단지이며 고객에게 만족을 주지도 못하는 리조트가 된 것일까. 관계자들은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가 확실하지 않은 동계올림픽 효과를 지레 기대해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했고, 분양률도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강원도의 2011년 총예산이 3조3251억원이었던 점을 볼 때 알펜시아 건립비용 1조6836억원은 강원도 연간 총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또 애초 공사비용은 1조2940억원이었으나 공사 도중 잦은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비가 3896억원이나 증가했다. 100% 분양을 해도 수익이 3000억원이 못 돼 처음부터 공사를 해서는 안 되는 무리수였다.

“자고 나면 이자만 1억원씩”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강원도청 및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들은 알펜시아 사태에 대해 함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했다. “알펜시아 분양이 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올림픽 유치 이후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정도의 애매한 대답뿐이었다. “기자가 왜 알펜시아 분양에 대해 묻느냐”며 “올림픽 잘되길 바라지 않느냐, 언론이 알펜시아를 죽이고 있다”는 신경질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알펜시아 사태에 대해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춘천 소재 강원도의회를 찾았다.

도의회 곽영승(평창) 의원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을 당장 교체하고 전(前) 사장과 관계자들을 불러와 문제를 해결하라고 호통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대체 누가 이런 천문학적 액수를 들여 지었고, 제대로 분양도 못해 도 재정을 옥죄고 있는지 책임소재라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또 이런 알펜시아 사태에는 물론 (김진선) 전 지사와 (공사) 사장의 문제도 있지만, 동계올림픽 유치의 호재를 살리지 못한 최문순 현 지사와 김상갑 사장의 역량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유치 직후 호재를 타고 분양 및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분양 활성화나 매각 소식이 없다는 것은 역량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더 이상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알펜시아를 통째로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알펜시아 빚은 강원도개발공사의 빚이고, 이는 강원도의 빚 아닙니까. 총체적인 난국이에요.” 그의 이야기는 한탄에 가까웠다.

지난 11월 22일 강원도의회에서 열린 강원도개발공사 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하나같이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도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고 있는 알펜시아 사태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진상조사를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ㆍ현직 지사와 사장 등 책임을 질 사람은 모두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마다 해결방안은 달랐지만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도가 위기에 처한다는 의견은 같았다.

윤병길(민주당 비례) 도의원의 얘기다. “사업 시작 당시 근거도 없이 알펜시아 사업이 매우 낙관적이라고 강조하는 바람에 도의원들도 사업 추진에 반대를 하지 않았어요. (강개공) 전(前) 사장은 흑자 규모를 내세우며 도의회와 관계자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하루에 1억원 이상의 이자가 나가는 알펜시아 문제를 이 상태로 계속 끌면 도가 망할 수도 있어요. 당장 조사특위를 구성해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공멸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알펜시아 부채 1조원, 강원도개공 부채비율 340.6%

알펜시아는 동계올림픽 주경기장이 위치한 리조트로 다른 강원도 리조트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이국적이고 세련된 외관과 워터파크 등 다양한 시설 덕에 국내 관광객들에게는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곳이다. 그런데 왜 알펜시아 분양문제가 동계올림픽 개최 성패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일까.

강원도개발공사가 최근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강개공은 최근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0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전국 15개 도시개발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하위 등급(가~마 중 ‘마’ 등급)을 받았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최하위였다. 임직원 성과급은 물론 없고, 내년 연봉도 삭감이다. 강원도개발공사의 부채비율은 알펜시아 사업이 한창이던 2005년 37.1%에 불과했지만 2009년 312.8%, 2010년 340.6%까지 치솟았다.

강개공 경영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알펜시아다. 강원도개발공사는 2004년부터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수하리 일대 489만2560m²에 1조6900억원을 들여 알펜시아 리조트를 조성했다. 강개공은 이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각종 공사채를 발행했고 현물 출자는 1492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공사채 9921억원이 고스란히 부채로 남아 있다. 연간 이자만 400억원이다. 2012년까지 상환해야 할 공사채도 2300억원에 달한다. 행정안전부가 만기도래하는 일부 공사채의 기한을 연장해 줬지만, ‘빚내서 이자 갚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주)알펜시아는 강원도개발공사가 세운 100% 자회사이고, 강원도개발공사는 강원도가 전액 출자한 공기업이다. 알펜시아의 위기는 강원도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양 능력과 의지 의심스러워”

엄청난 공사비용을 대부분 빚으로 충당했지만 제대로 분양이 됐더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나치게 낮은 분양률이 큰 문제다. 알펜시아 리조트 내에 일반분양 숙박시설은 특1급 호텔 2곳(인터컨티넨탈, 홀리데이인리조트)과 콘도 1곳(홀리데이인스위트), 저택형 고급빌라(알펜시아 에스테이트)다. 그러나 이들의 분양실적은 평균 20.0%에 불과하다. 분양으로 벌어들여야 할 돈이 1조1823억원인데, 실제는 2368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콘도회원권 전문가들은 “알펜시아 콘도(홀리데이인스위트)의 회원권 분양 가격이 2000만~4000만원 선으로 강원도 지역 다른 리조트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지만 큰 차이가 없는데, 위치와 시설 등의 메리트를 감안한다면 분양률이 20% 선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조한 실적”이라며 “강원도와 공사 측의 분양능력과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객실 수가 알펜시아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대형 리조트인 용평리조트와 지나치게 가까워 새로운 수요층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회원권매매업체의 대표는 “콘도 등 숙박회원권은 투자 방편으로 이용되는 골프회원권과 달리 실제 이용을 위해 장기간 보유하고 매매도 잘 안 되는 것이 보통인데, 알펜시아가 기대하는 수요층은 용평 회원과 많이 중복된다고 본다”며 “또 알펜시아는 스키장 규모가 작아 선호도가 다소 떨어지는 듯하고 알펜시아 분양에 대한 문의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강원도와 올림픽유치위원회, 강원도개발공사 등이 “올림픽만 유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올림픽 유치 결정 후 5개월이 지났음에도 알펜시아의 분양이나 경영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7월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지만 2011년 한 해 신규분양금액은 521억원에 그쳤다. 이전 3년간 분양금액 연평균과 비슷한 수치다.

밟기조차 아까운 40억원짜리 고급 빌라

알펜시아 리조트 내 고급빌라인 알펜시아 에스테이트. 한 채당 가격이 20억~40억원 선이다.

그나마 분양가가 2000만~1억원 선인 콘도와 호텔 회원권 분양문제는 향후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조치를 통해 점차 정상화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알펜시아 A구역에 위치한 고급빌라에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알펜시아 에스테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급빌라는 전용면적 287∼551m², 총 268채로 한 채당 분양가가 20억∼40억원에 달하는 최고급 주택이다. 강개공은 고급빌라 400채를 지어 분양, 1조2000억원의 투자원금을 회수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구조 및 수요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초 계획을 계속 바꿨고, 금융위기와 올림픽 유치 실패 등으로 분양률이 극히 낮아 계속 빚만 쌓여가는 주범이 된 것이다.

27홀 골프장(트룬CC)의 페어웨이를 따라 나란히 줄지어 지어진 이 빌라는 모든 빌라에서 골프장 조망이 가능하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주인공 재벌가 부부의 자택으로 등장하기도 한 곳이다. 이곳은 콘도처럼 이용권을 분양받아 기간을 정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채를 한 명이 주택처럼 분양받는 별장 개념이다. 이 고급빌라에만 건설비용 8000억원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 명만이 이용할 수 있는 A구역에 총 공사비의 절반 이상이 들어간 셈이다.

기자가 알펜시아를 찾았을 때 에스테이트는 골프장 이용객을 제외한 일반인은 근접하기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리조트 직원은 “현재 문을 연 곳은 분양이 된 집을 포함해 80여 채 정도이고, 나머지는 공사가 언제 마무리될지 잘 모른다”고 귀띔했다.

2011년 국감 당시 이 고급빌라를 시찰한 국회 문광위 소속 한 의원은 “마당이 딸린 2층 저택으로 집안 구경을 다 했는데도 방이 몇 개고 화장실이 몇 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넓고 고급스러웠다”며 “강원도 산골 별장에 수십억 원을 선뜻 투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고, 돈 많은 외국 부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외국 부호들의 휴가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타깃 설정도 불명확했고, 그런 빌라를 구입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판단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룬CC에서 라운딩을 했던 한 골퍼는 “빌라에서 골프장을 조망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골프장과 빌라가 지나치게 근접해 있다는 느낌이었고, 슬라이스를 내는 순간 빌라의 지붕에 공이 떨어져 주인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며 “사생활이 보호되는 주택도 아니고, 옆집과 나란히 붙어 있는 빌라의 가격이 서울의 고급 대형 주상복합 가격을 넘어서는 만큼 별장으로는 별 매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알펜시아 분양에 관여했던 한 인사의 얘기다. “에스테이트는 사실 중국 등 아시아의 부호들을 대상으로 분양하려고 했어요. 눈이 오지 않는 중국 지방이나 동남아의 부자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평창에 대한 선호도가 아직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이나 밴쿠버처럼 휴양지로서의 확실한 콘셉트나 장점이 부족하죠. 또 투자자들이 더 이상의 부동산 상승여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400채를 지어 분양해 투자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올림픽 유치에 실패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도저히 400채를 지을 공간도, 분양여력도 없다고 판단해 268채로 조정했고, 이렇게 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 또 2000억원 정도가 들어갔어요. 268채가 100% 분양돼도 적자입니다. 다들 손 놓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알펜시아 분양실적이 저조하자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서울 강남 삼성동에 홍보관을 열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영주권 주겠다고 해도 여전히 파리 날려

2011년 11월 22일 강원도의회에서 열린 행정감사에서 강원도개발공사 김상갑 사장(오른쪽)이 알펜시아 관련 질의응답에 대비하고 있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나름 알펜시아 분양 활성화에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도 차원에서 중국 유한공사들을 초청해 투자를 권하기도 하고, 심지어 분양받는 사람에게 영주권을 주는 방안까지 등장했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2012년 2월부터 영주권을 내걸었다. 외국인이 10억원 또는 100만 달러 이상의 알펜시아 리조트를 분양받고 5년간 소유하면 ‘부동산 투자이민’ 제도에 따라 5년 후 영주권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광재 전 도지사가 정부에 건의하고 2011년 2월 법규가 마련되면서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현재 제주관광특구(50만 달러 이상)와 송도경제자유구역(150만 달러 이상)에서 이 같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에스테이트는 물론 알펜시아 리조트를 분양받은 외국인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분양을 기다리는 것보다 통째로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펜시아 건설을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던 최원자 전 강원도의원(민노당)은 “일반 기업이라면 망하면 그만이지만 강원도개발공사는 강원도가 출자한 공기업인 만큼 그 부채는 반드시 국가와 자치단체, 도민들이 갚아야 할 금액”이라며 “이대로 가면 도 재정이 파탄 날 수도 있는 만큼 도와 강개공은 이를 빨리 매각해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자열 도의원도 “동계올림픽 유치가 강원도를 얼마나 화려하게 발전시켜 줄지 의문”이라며 “알펜시아는 매각을 포함한 공격적인 대책을 세우고 획기적인 마케팅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채 분양도 어려운 시점에서 리조트 일괄 매각이란 주장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의원은 “강원도 산골에 40억원짜리 빌라를 누가 사겠어요? 빌라 400채 팔아 1조원 벌어들이겠다는 아이디어 낸 사람이 대체 누굽니까?”라며 전 지사(김진선)와 올림픽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 100억 달러 적자 낸 나가노(長野)
일반적으로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보다 수익성이 1/2~1/3 정도로 떨어진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을 치른 도시 중 빚더미에 앉은 예가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예가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이다. 당시 조직위원회는 2800만 달러(약 310억원) 흑자를 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100억 달러 정도 적자를 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올림픽이 지난 지 10년 이상 지난 지금도 나가노시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나가노시가 동계올림픽에서 적자를 내고 이후 적자에 시달린 것은 올림픽 유치를 위한 과다한 시설투자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계올림픽의 악몽… 나가노 사태의 재현?

2011년 초 동계올림픽 후보지 실사를 위해 알펜시아를 찾은 IOC위원들.

알펜시아 사태가 동계올림픽 성패여부와 직결되는 이유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위해 아직 더 지출해야 할 금액이 많기 때문이다. 이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강원도가 IOC에 제출한 대로 향후 숙박시설 신설(7700억원), 올림픽 본부와 미디어센터 시설 건립(1조2000억원)을 시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밖에 도로와 철도를 개보수하는 비용까지 올림픽 준비에 최소 7조원 이상은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올림픽을 치르려면 숙박시설도 알펜시아와 용평리조트, 인근 리조트만으로는 태부족이어서 엄청나게 더 짓거나 다른 방법으로 확보해야 하는 형편이다.

인천이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해 놓고 송도신도시 개발 등으로 시(市)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유치 당시 공약이었던 주경기장 신설을 포기하고 문학경기장 리모델링을 결정,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동계올림픽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준호 교수는 “지금까지 ‘적자 올림픽’이 적지 않은데, 이는 경제효과를 과대 추산해 막대한 비용을 들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습니다. 참가국이 하계올림픽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고, 기업 후원 규모는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스키점프와 봅슬레이 등 동계스포츠 경기장은 안전상 문제로 일반인이 사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 많아 향후 활용하기도 어렵고요. 앞으로도 평창에 숙박시설, 본부시설, 미디어시설 등에 조 단위의 액수가 소요되는데 이를 장기적으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내지 않으면 매우 힘들어질 겁니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생활체육학과 정희준 교수는 “도정 및 도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극단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얘기다. “최근 진정한 흑자올림픽은 없었어요. 문제는 얼마나 흑자를 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자를 줄이는가입니다. 올림픽 개최 도시들을 보면 경기장 크게 짓고 공사판 벌인 곳일수록 심각하게 골병이 들었습니다. 알펜시아 같은 호화리조트와 새 경기장, 고속철도, 새 도로가 왜 필요합니까. 평창과 강릉 인구가 몇 명인데 올림픽 끝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경기장 규모를 줄이고 선수촌과 경기장 등은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임시건물로 지어야 합니다. 올림픽 준비의 실패사례는 알펜시아 하나로도 차고 넘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