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老益壯’ 과시
⊙ 유럽은 ‘五里霧中’ 속에서 서로 돌을 던지는 형국
⊙ 중국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나는 ‘群鷄一鶴’
⊙ 일본은 대지진 후 ‘復舊經濟’
⊙ 북한은 안팎 모두 부실한 ‘外虛內虛’
⊙ 한국은 단발엔진 수출에 의존하는 불안한 ‘외줄 타기’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등.
⊙ 유럽은 ‘五里霧中’ 속에서 서로 돌을 던지는 형국
⊙ 중국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나는 ‘群鷄一鶴’
⊙ 일본은 대지진 후 ‘復舊經濟’
⊙ 북한은 안팎 모두 부실한 ‘外虛內虛’
⊙ 한국은 단발엔진 수출에 의존하는 불안한 ‘외줄 타기’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등.
- 2012년은 세계경제가 ‘징검다리형’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수출이라는 단발엔진에 의존하는 불안한 ‘외줄 타기’를 하게 될 것이다.
4.6% → 3.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1년 11월 말에 내놓은 세계 경제전망에서 2012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그해 5월의 4.6%에서 3.4%로 큰 폭 하향 조정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유럽은 물론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가 느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신흥시장국 경제도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나마 재정위기로 인해 무질서한 국가부도(disorderly default) 등 심각한 악재(惡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기본전제로 한 전망이었다. 특히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로존의 경우 2012년 성장률이 0.2%로 사실상 제로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2009년 -0.7%)로 추락했던 글로벌 경제가 2010년에는 5.1%의 성장으로 되살아나는가 싶더니 2011년 하반기부터 다시 고꾸라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OECD는 2011년 전 세계 성장률이 3.8%로 당초 예상했던 4.2%에 못 미칠 뿐 아니라 2012년 3.4%로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2011년 9월 전망에서 2011년과 2012년 전 세계 성장률을 각각 4.0%로 예상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조만간 내놓을 수정전망에서는 모두 3%대로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글로벌 경제와 주요 지역별 경제를 한두 마디로 정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먼저 미국 경제는 노병(老兵)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말에 걸맞은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간 미국 경제의 걸림돌이던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이 2011년 말부터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더 나빠질 일 없어
주택시장은 아직까지 전년동월(前年同月) 대비로는 3%대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존주택과 신축주택 거래 등이 활발해지면서 일단 바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고 이제 호전될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2011년 하반기 이후 비(非)농업 분야 취업자 수가 매월 10만~20만명 늘어나면서 실업률이 11월에는 8.6%까지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구직(求職)을 포기한 실업자가 실업통계에서 빠지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는 해도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고용시장도 느리지만 회복궤도에 올라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성장률은 2011년 3분기 2.0%(전기대비 연율)에 이어 4분기에는 3.0% 안팎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2012년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2%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유럽은 한마디로 ‘오리무중(五里霧中)’ 속에서 서로 돌을 던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 속하는 국가들과 독일과 프랑스 등 핵심국가들이 서로 잘잘못을 놓고 삿대질하는 동시에 각국에서는 정부와 국민들이 서로 비난하면서 돌을 던지는 시위가 일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어떤 형태로건 사태 수습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각국의 부담과 혜택을 놓고 불만이 표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OECD가 표현한 대로 유럽은 2011년에 이어 2012년도 경제가 혼란한 가운데 나름 열심히 진흙탕을 건너가는 모습(muddling through)을 보일 것이다. 유로존 내 2대 핵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의 2012년 성장률마저도 각각 0.6%, 0.3%에 그치면서 유로존의 2012년 성장률은 앞서 언급한 대로 제로에 그칠 것이다. 특히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탈리아는 2012년 성장률이 0.5%로 급락하면서 유로존 경제를 끌어내릴 것이다. 확률이 낮기는 해도 이탈리아 또는 스페인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부도에 직면할 경우 유로존의 성장률은 큰 폭의 마이너스로 급락할 것이고 이는 곧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것이다.
중국, 8% 이상 성장할 것
중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군계일학(群鷄一鶴)’으로 떠오를 것이다. 2011년 중반 이후 중국 경제의 경착륙(硬着陸·hard landing)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중국의 성장률이 8% 아래로 떨어지는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지급준비율을 21.5%에서 21.0%로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중국은 경제정책 기조를 그간의 긴축에서 부양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기준금리(6.56%)와 지급준비율을 크게 올려놓았기 때문에 만약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여차하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내리는 것은 물론 재정지출과 감세를 통해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부분에 반론을 제기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글로벌 경제가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0.7%)으로 급락하는 와중에서도 중국은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로 2009년 성장률을 9.2%로 지켜냈다. 성장률 8%를 달성하자는 ‘바오파(保八)’를 내걸면서 8%도 지키기 어려운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그 이상의 호성적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2012년 전 세계 성장률이 3%대를 지킨다면, 또는 OECD의 비관적 전망치(2.1%)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8%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경제는 201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대지진 복구사업의 효과가 이어지면서 2012년은 ‘복구경제(復舊經濟)’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OECD는 일본의 2011년 성장률을 5월 전망치 -0.9%에서 -0.3%로 상향조정하면서 2012년 성장률은 2.2%에서 2.0%로 소폭 낮춰 잡았다. 2011년 하반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2012년 성장률을 일부 조정한 것이다. 복구에 따른 특수상황이기는 해도 일본의 2012년 성장률 2%는 미국에 버금가는 좋은 성적이다.
한국, 수출이라는 단발엔진에 의존
북한 경제는 전망 자체가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2012년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 만난 북한 전문가들의 북한 경제에 대한 평가 또는 진단을 종합하면 북한 경제는 ‘외허내허(外虛內虛)’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밖에서 봐도 어렵지만 안을 들여다봐도 움직이는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폐허와 같은 곳이라는 뜻이다.
필자는 두 달 전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이 갈리는 옌지(延吉)를 다녀왔다. 중국과 북한 땅을 구분하는 방법은 두 가지, 나무와 전신주였다. 나무와 전신주가 있으면 중국 땅, 없으면 북한 땅 하는 식이다. 땔감으로 나무를 다 베다 쓰면서 벌거숭이가 된 산과 전기가 없는 곳이 북한이다.
북한은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른 곡물생산 증가와 6자회담 결과에 따른 중유 및 원자재 지원 등에 힘입어 2008년에 일시적으로 플러스 성장률(+3.1%)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0.9%, -0.5%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011년에 이어 2012년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2012년도 국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라는 단발 엔진에 의존하는 불안한 ‘외줄 타기’가 이어질 것이다. 가계부채(家計負債) 부담의 가중과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소비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의 지속으로 설비투자 또한 둔화세를 이어갈 것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2011년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설투자는 2012년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하겠지만 성장기여도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또한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의 불확실성도 경제에 좋은 영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수출이 경제를 이끌어가겠지만 증가율이 2011년의 20%에서 10% 안팎까지 둔화되면서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성장률은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3% 중반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상의 지역별 전망을 종합해 보면 2012년 글로벌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이끄는 가운데 악재가 터질 때마다 주춤거리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징검다리’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징검다리는 어차피 속도를 줄이면서 조심조심 건너가야 하고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거나 미끄러운 곳을 만나면 휘청거리거나 물에 빠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2012년 글로벌 경제도 어느 한두 곳에서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주춤거리기도 하고 휘청거리기도 하는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위기를 ‘끊임없이 피어나는 다년생 꽃’으로 비유했다. 필자는 한 술 더 떠서 위기를 ‘작년에 왔던 각설이’라고 말한다. 왜냐고? 각설이는 죽지도 않고 또 오니까.⊙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유럽은 물론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가 느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신흥시장국 경제도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나마 재정위기로 인해 무질서한 국가부도(disorderly default) 등 심각한 악재(惡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기본전제로 한 전망이었다. 특히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로존의 경우 2012년 성장률이 0.2%로 사실상 제로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2009년 -0.7%)로 추락했던 글로벌 경제가 2010년에는 5.1%의 성장으로 되살아나는가 싶더니 2011년 하반기부터 다시 고꾸라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OECD는 2011년 전 세계 성장률이 3.8%로 당초 예상했던 4.2%에 못 미칠 뿐 아니라 2012년 3.4%로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2011년 9월 전망에서 2011년과 2012년 전 세계 성장률을 각각 4.0%로 예상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조만간 내놓을 수정전망에서는 모두 3%대로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글로벌 경제와 주요 지역별 경제를 한두 마디로 정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먼저 미국 경제는 노병(老兵)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말에 걸맞은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간 미국 경제의 걸림돌이던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이 2011년 말부터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더 나빠질 일 없어
주택시장은 아직까지 전년동월(前年同月) 대비로는 3%대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존주택과 신축주택 거래 등이 활발해지면서 일단 바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고 이제 호전될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2011년 하반기 이후 비(非)농업 분야 취업자 수가 매월 10만~20만명 늘어나면서 실업률이 11월에는 8.6%까지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구직(求職)을 포기한 실업자가 실업통계에서 빠지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는 해도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고용시장도 느리지만 회복궤도에 올라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성장률은 2011년 3분기 2.0%(전기대비 연율)에 이어 4분기에는 3.0% 안팎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2012년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2%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유럽은 한마디로 ‘오리무중(五里霧中)’ 속에서 서로 돌을 던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 속하는 국가들과 독일과 프랑스 등 핵심국가들이 서로 잘잘못을 놓고 삿대질하는 동시에 각국에서는 정부와 국민들이 서로 비난하면서 돌을 던지는 시위가 일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어떤 형태로건 사태 수습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각국의 부담과 혜택을 놓고 불만이 표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OECD가 표현한 대로 유럽은 2011년에 이어 2012년도 경제가 혼란한 가운데 나름 열심히 진흙탕을 건너가는 모습(muddling through)을 보일 것이다. 유로존 내 2대 핵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의 2012년 성장률마저도 각각 0.6%, 0.3%에 그치면서 유로존의 2012년 성장률은 앞서 언급한 대로 제로에 그칠 것이다. 특히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탈리아는 2012년 성장률이 0.5%로 급락하면서 유로존 경제를 끌어내릴 것이다. 확률이 낮기는 해도 이탈리아 또는 스페인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부도에 직면할 경우 유로존의 성장률은 큰 폭의 마이너스로 급락할 것이고 이는 곧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것이다.
중국, 8% 이상 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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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2012년 유로존 국가들은 국가와 국가간, 정부와 국민간에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
2011년 11월 지급준비율을 21.5%에서 21.0%로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중국은 경제정책 기조를 그간의 긴축에서 부양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기준금리(6.56%)와 지급준비율을 크게 올려놓았기 때문에 만약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여차하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내리는 것은 물론 재정지출과 감세를 통해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부분에 반론을 제기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글로벌 경제가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0.7%)으로 급락하는 와중에서도 중국은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로 2009년 성장률을 9.2%로 지켜냈다. 성장률 8%를 달성하자는 ‘바오파(保八)’를 내걸면서 8%도 지키기 어려운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그 이상의 호성적을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2012년 전 세계 성장률이 3%대를 지킨다면, 또는 OECD의 비관적 전망치(2.1%)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8%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경제는 201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대지진 복구사업의 효과가 이어지면서 2012년은 ‘복구경제(復舊經濟)’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OECD는 일본의 2011년 성장률을 5월 전망치 -0.9%에서 -0.3%로 상향조정하면서 2012년 성장률은 2.2%에서 2.0%로 소폭 낮춰 잡았다. 2011년 하반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2012년 성장률을 일부 조정한 것이다. 복구에 따른 특수상황이기는 해도 일본의 2012년 성장률 2%는 미국에 버금가는 좋은 성적이다.
한국, 수출이라는 단발엔진에 의존
북한 경제는 전망 자체가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2012년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 만난 북한 전문가들의 북한 경제에 대한 평가 또는 진단을 종합하면 북한 경제는 ‘외허내허(外虛內虛)’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밖에서 봐도 어렵지만 안을 들여다봐도 움직이는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폐허와 같은 곳이라는 뜻이다.
필자는 두 달 전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이 갈리는 옌지(延吉)를 다녀왔다. 중국과 북한 땅을 구분하는 방법은 두 가지, 나무와 전신주였다. 나무와 전신주가 있으면 중국 땅, 없으면 북한 땅 하는 식이다. 땔감으로 나무를 다 베다 쓰면서 벌거숭이가 된 산과 전기가 없는 곳이 북한이다.
북한은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른 곡물생산 증가와 6자회담 결과에 따른 중유 및 원자재 지원 등에 힘입어 2008년에 일시적으로 플러스 성장률(+3.1%)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0.9%, -0.5%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011년에 이어 2012년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2012년도 국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라는 단발 엔진에 의존하는 불안한 ‘외줄 타기’가 이어질 것이다. 가계부채(家計負債) 부담의 가중과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소비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의 지속으로 설비투자 또한 둔화세를 이어갈 것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2011년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설투자는 2012년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하겠지만 성장기여도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또한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의 불확실성도 경제에 좋은 영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수출이 경제를 이끌어가겠지만 증가율이 2011년의 20%에서 10% 안팎까지 둔화되면서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성장률은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3% 중반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상의 지역별 전망을 종합해 보면 2012년 글로벌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이끄는 가운데 악재가 터질 때마다 주춤거리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징검다리’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징검다리는 어차피 속도를 줄이면서 조심조심 건너가야 하고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거나 미끄러운 곳을 만나면 휘청거리거나 물에 빠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2012년 글로벌 경제도 어느 한두 곳에서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주춤거리기도 하고 휘청거리기도 하는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위기를 ‘끊임없이 피어나는 다년생 꽃’으로 비유했다. 필자는 한 술 더 떠서 위기를 ‘작년에 왔던 각설이’라고 말한다. 왜냐고? 각설이는 죽지도 않고 또 오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