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벵골만 해안가에 제2의 광양제철소 건설 예정
⊙ 인도 奧地에 ‘인도판’ 포철神話 기록 중
⊙ 연간 생산량 최대 1200만 톤·총 투자비 14조원
⊙ “인도사회에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 숙지해야 사업성공”
⊙ 인도 奧地에 ‘인도판’ 포철神話 기록 중
⊙ 연간 생산량 최대 1200만 톤·총 투자비 14조원
⊙ “인도사회에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 숙지해야 사업성공”
- 포스코 인디아가 인도 벵골만 오리사州 해안가에 세울 제철소 부지 전경.
1월 29일 새벽 4시, 인도 델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주변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처음 방문한 탓에 공연한 긴장감이 온몸을 감쌌다. 가방을 움켜잡고 청사(廳舍) 밖으로 나왔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가로등 불빛이 담뱃불만도 못했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둠 속에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인도식 영어로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짐을 붙잡고 있던 손에 본능적으로 힘이 더해졌다. 원치도 않은 도움을 제공하고 대가를 요구하는 사람이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인도 국빈(國賓) 방문을 계기로, 국내 언론은 인도를 ‘기회의 땅’이라며 집중 조명했다. 브릭스(BRICs)의 일원인 인도는 20년 후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인구 12억명의 인도는 최근 5년간 평균 성장률 8%를 달성했다.
한국과 인도는 올해 1월부터 포괄적 경제동반자가 됐다. CEPA(한국·인도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가 발효된 것이다. 인도는 한국 정부의 ‘신아시아 외교’ 핵심축이 됐고,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 등 전방위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기대를 품고 현지를 방문한 기자에게 인도의 첫인상은 ‘어 이게 아닌데’였다.
포스코 프로젝트, 해외사업 중 최대규모
목적지인 인도 동부 오리사주(州) 주도(州都) ‘부바네스와르’에는 포스코의 인도 현지법인 ‘포스코 인디아’가 있다. 벵골만(灣)에 접해 있는 오리사주는 인도 28개 주 중에서 경제수준이 최하위권이다. 주의 인구는 남한보다 약간 적은 4000만명, 면적은 1.7배이다.
델리국제공항에서 부바네스와르까지 바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없어 8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국내선 공항은 델리국제공항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에 맞춰 국내선 공항으로 향하는 도중 또 다른 낯선 장면을 목격했다. 차가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였다. 갑자기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적 몇 조각을 걸친 걸인(乞人)이 자신의 입과 배를 가리키며 돈을 달라고 손짓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걸인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고민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그를 지나쳤다.
한국에서 출발해 36시간 만에 부바네스와르에 다다랐다. 공항에서 만난 권춘근(權春根) 포스코 인디아 법인장의 첫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인도에서는 안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쉽게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정부와 120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짓기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총 투자비는 120억 달러(韓貨 14조원)이다. 인도 오리사주 정부는 30년 동안 6억 톤의 철광석 채굴권을 포스코에 주고, 전용항만과 철광석 운송용 철도 건설 조건을 내걸었다. 포스코가 짓기로 한 제철소는 철광석 원료공급에서 제선·제강·압연 등 전(全) 과정을 동시에 처리하는 일관(一貫)제철소다. 부지 규모나 철강 생산능력, 공장 구조 면에서 한국의 광양제철소와 비슷하다. 벵골만 해안가에 광양제철소를 하나 더 짓는 셈이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외국기업이 인도에 투자한 단일 프로젝트 중에서 최대 규모다. 한국과 인도 간 경제협력 사업 중에서도 액수나 규모 면에서 가장 크다. 그럼에도 MOU를 체결한 지 5년이 지난 최근까지 구체적인 진척이 없었다. 부지확보와 원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비가 최대 걸림돌이었다.
토지서류 수십 년간 방치
부바네스와르 시내에 있는 포스코 인디아 사무실로 이동하는 동안 권춘근 법인장의 설명이 계속됐다.
“지난 5년간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서는 ‘MOU를 체결한 게 언젠데 지금까지 부지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느냐’고 야단이었어요. 답답한 건 현지에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였죠. 인도가 우리의 생각과는 완전 딴판이었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어요. 농경사회의 전통이 뿌리 깊이 박혀 있고 사회주의 통치방식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요.”
권 법인장은 쉴 틈 없이 말을 이어 갔다.
“부지와 관련해서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예요. 땅 주인이 누구인지 정부도 몰랐어요. 우리의 등기부등본이나 토지대장은 꿈도 꾸지 마세요. 행정기관에는 토지관련 서류가 정리되지 않은 채 수십 년간 방치돼 있었고, 공무원들은 세월아 네월아 했죠. 전산화는 먼 달나라 얘기였어요. 토지관련 서류는 누런색이었는데 과거 우리가 쓰던 화장지 색깔과 비슷했어요. 우리는 그 서류뭉치를 ‘똥종이’라고 불렀어요. 얼마나 쳐다보기 싫었으면 그렇게 불렀겠습니까. 인도에는 지금도 소유관계가 불명확한 땅이 아주 많아요.”
사업 초기 포스코 측은 부지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인도 정부의 도움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연방제 국가인 인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위상이 특이했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중앙정부와 대동소이했던 것이다. 중앙정부의 집권당과 지방정부의 집권당이 서로 달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재 인도 중앙정부 집권당은 국민회의당(黨首 소냐 간디)이고, 제철소가 들어설 오리사주 집권당은 BJD(黨首 나빈 파트나익)이다. BJD는 중앙 정치권에서 여당(與黨)인 국민회의당과 대립관계에 있는 BJP 계열 정당이다. 다행히 작년 5월 총선(總選)에서 국민회의당이 압승하면서 여당의 입김이 세졌고 그에 따라 야당의 협력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오동호(吳東昊) 포스코 인디아 총무기획부장의 말이다. 그는 인도지역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후 지난해 포스코 인디아에 합류했다.
“우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인도입니다. 민족과 언어가 같은 한국인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많아요. 인도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더군다나 사용하는 언어는 30개가 넘으니…. 공동체 의식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지요. 인도사회의 복잡성, 다양성을 애당초 알았더라면 프로젝트 추진을 쉽게 결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부지를 확보하는 데 5년이 걸렸는데 웬만한 회사라면 프로젝트 책임자를 문책하고 사업을 접었을 겁니다. 포스코 정도 되니까 무소의 뿔처럼 끝까지 일을 추진한 거예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도에서 5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어요.”
포스코의 인도 프로젝트가 그동안 진척을 보이지 못한 데는 경쟁사와 인도 내 NGO 단체들의 방해도 크게 작용했다.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인 ‘아르셀로 미탈’을 비롯해 인도 내 제철소, 유관업체 그리고 수십 개에 달하는 시민단체들이 포스코를 조직적으로 음해했던 것이다.
강진구(姜珍求) 포스코 인디아 건설계획팀장의 말이다.
“인도는 법적, 제도적으로 환경을 중시해요. 이것을 빌미로 경쟁사와 NGO가 포스코를 힘들게 했어요. 제철소 부지(1620만㎡) 중에서 90%가 국유지인데 대부분이 산림지역이에요. 일종의 개발제한구역이죠. 이들이 공장을 못 짓도록 소송을 낸 거예요. 인도에서는 제3자가 소송을 낼 수 있어요. 소송이 제기되면 행정부도 꼼짝 못해요. 모든 게 중단되죠. 인도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나라라고 자랑하는데 실제로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등한 관계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를 두 달에 걸쳐 하기도 하고, 사법부의 위상도 매우 강해요.”
파트나익 오리사州 수상,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원약속
국내의 한 정치성향 노동단체가 인도 NGO의 음해성 루머를 사실로 믿어 포스코를 난처하게 만든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포스코는 소송과 부지 형질변경 문제로 최근 3년 동안 골머리를 앓아 왔다. 마침내 작년 12월 29일, 인도 대법원이 부지 내 산림지역 개발권을 최종 승인했다. 제철소 건설 사업의 최대 난제가 해결된 것이다. 여기에는 작년 총선에서 경제발전을 공약(公約)으로 내세워 압승한 인도 국민회의당의 의지도 작용했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 방문으로 탄력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만모한 싱 총리는 나빈 파트나익 오리사주 수상을 정상회담 자리에 급히 호출해 포스코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방안을 설명하게 했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올해 하반기에 첫 삽을 뜨게 된다. 그러나 공장 건설 작업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게 있다. 원주민에 대한 보상비 문제다.
권춘근 법인장의 설명이다.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보상을 충분히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이게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어요. ‘수백 년 동안 집안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왜 나가라고 하는 거냐’였어요. 인도 사람들은 땅에 대한 애착이 우리보다 훨씬 강해요.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도 막무가내였죠. 부지 내 일부 지역에는 지금도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어요. 정부가 손을 못 쓰는 이유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관습법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부족장의 말을 법으로 생각하고 따라요. 이런 관습을 알고 난 후 우리도 부족장을 상대로 꾸준히 설득해 왔어요. 다행히 대다수가 우리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인도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인도는 20세기가 없는 나라’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이전과 21세기가 공존(共存)한다는 의미다. 경제마인드와 첨단산업이 발달한 인도 서쪽(뭄바이를 중심으로 한 지역들)과 사회주의 의식이 강하고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인도 동쪽(웨스트벵골州)이 한시대를 공유하고 있다.
웨스트벵골주와 접해 있는 오리사주는 인도에서 몇 안되는 오지(奧地)로 통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프리카나 아마존강 원주민처럼 살아가는 부족도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31일 제철소가 들어설 현장을 보기 위해 ‘자가싱푸르’로 향했다. 공장 부지는 부바네스와르에서 140㎞ 가량 떨어진 벵골만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인근에는 경제특구인 파라딥항(港)이 있다.
부바네스와르에서 파라딥항을 연결하는 국가고속도로 NH-5에 올랐다. 한국의 고속도로를 생각하는 건 ‘사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차창 너머로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자전거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를 줄줄이 데리고 고속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개(犬)도 졸졸 따라다녔다.
그때였다. 기자가 탄 차를 향해 버스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역(逆)주행 버스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비명을 지르는 순간, 차는 버스를 곡예하듯 피해 갔다. 한숨을 돌리자 도로 중앙분리대에 태평스럽게 누워 있는 소가 기자를 처량하게 쳐다봤다. 역주행 차량은 이후에도 대여섯 차례 ‘등장’했다.
동행한 김용관 포스코 인디아 건설총괄부장에게 “도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라고 물었다. 김 부장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This is India. 이게 인도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저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습니다. 사고도 많이 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냥 이대로 살아가요.”
공장 부지까지 가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주행에 방해되는 장애물도 많았고, 고속도로 노면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인도의 산업 인프라 수준을 실감했다.
부지 현장에서 주민을 대면(對面)접촉하고 있는 사르바다 난드 싱 소장을 만났다. 그는 인도 제철소 ‘타타스틸’ 출신이다.
“부지 내에 있는 이주 대상 주민은 대략 470여 가구입니다. 이주보상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보상안도 만들고 여론도 수렴하고 있습니다. 부지 내 불법 거주자에 대해서는 주정부와 협의하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요. 포스코가 내놓은 보상수준은 인도 내 다른 개발사업과 비교해 최고 수준입니다. 주민들이 만족하고 있어요. 다만 일부 세력이 정치권과 연계돼 계속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해결될 거라 생각해요.”
포스코는 주민친화 방안으로 봉사 및 지원활동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무상 의료, 교육 시설 후원, 지역개발 지원 등이 핵심이다. 결식아동 중식 제공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어·한국문화·포스코 알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오리사주에서 가장 큰 사립대학인 KIIT와 손을 잡고 관련 강좌를 개설했다. 강의는 권춘근 법인장의 부인 김미순 박사가 맡았다. 한국어 교사 자격을 갖고 있는 김 박사는 영어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인도는 꾸준히 성장하는 거대한 시장”
포스코가 지역주민과의 유대를 강조하는 것은 인도 국민기업인 타타모터스(타타그룹의 자동차 계열사)의 교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타타모터스는 2008년 세계 최저가 자동차 생산 프로그램인 ‘나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인도 오리사주와 접해 있는 웨스트 벵골주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현지 농민들과 정치인들이 생계 위협을 이유로 극렬히 반발했다. 결국 타타모터스는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인도 서쪽으로 옮겨야 했다. 당시 공장 건설은 85%나 진척됐고, 150억 루피(韓貨 3700억원)가 투입됐다. 포스코는 이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 김용관 건설총괄부장은 “사태 해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인도 당국의 접근방식을 보고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 장벽이 많은 인도에 포스코가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이대우(李大雨) 포스코경영연구소 델리사무소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고속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는 대부분 온대지방 국가들입니다. 인도와 같은 열대지방 국가는 고속 성장이 어려워요. 그런데도 인도는 2008년까지 3년 동안 9%의 성장을 이뤘고, 작년 경제위기 속에서도 7%대의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 수치는 온대지방 국가가 13~14%의 경제성장을 한 것과 같아요. 인도는 꾸준히 성장하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이대우 소장은 “철강산업 분야에서 인도는 매우 소중한 나라”라고 했다.
“인도는 엄청난 양의 철광석과 무궁무진한 내수시장이 동시에 있는 곳입니다. 철광석의 품질도 아주 좋아요. 인도 철광석은 원료를 그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성분이 좋지요. 브라질과 호주에 철광석 매장량이 많지만, 인도처럼 거대한 시장은 없어요. 인도만큼 매력적인 곳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지요.”
국가별 철광석 생산량을 보면, 인도는 1억4000만 톤으로 중국(3억7000만 톤), 브라질(3억 톤), 호주(2억8000만 톤)에 이어 네 번째다.
정준양(鄭俊陽) 포스코 회장은 지난 1월 ‘2010년 새해 구상’을 발표하면서 “포스코 3.0시대를 열어 가자”고 했다. 그는 “글로벌 빅3 철강사가 되기 위해 중국, 인도 등 전략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국내외 전체 생산규모를 5000만 톤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현재 아르셀로 미탈, 신일철, JFE에 이어 세계 4위 철강회사다. 연간 조강능력은 약 3300만 톤. 인도에 제철소를 완공하면 세계 3위가 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해외 철강사들이 40% 이상 감산을 했던 것과 달리, 20%만의 감산으로 위기를 견뎌냈고, 지난해 매출액 37조70억원·영업이익 3조9080억원을 달성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글로벌 성장의 기회로 활용해 제철소와 철강 공장을 신설하는 한편, 철강 및 원료회사 인수합병·지분참여 등 다양한 투자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인도·태국 등에 가공센터를 신설해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현재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포스코를 비롯해 LG전자와 삼성전자(델리 인근 노이다 지역), 현대자동차(뭄바이),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다. 대기업의 계열사가 대부분이다. CEPA 발효 이후 많은 국내 기업이 인도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중국·일본이 없는 인도시장
포스코 인디아 창립멤버인 성기웅(成耆雄) 이사의 말이다.
“인도에 있다 보니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어요. 일본사람과 한국사람의 대비되는 기질이 인도시장에서 나타나요. 일본은 이미 100년 전에 인도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인도에 남아 있는 일본 기업은 자동차 회사 스즈키와 혼다를 제외하면 없다시피 해요. 인도 현지 상황이 일본인에게 맞지 않아서죠. 일본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더럽고, 약속 안 지키고, 술 없는 곳을 싫어하잖아요. 일본은 직접투자를 피하고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요.
한국 기업은 인도시장에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한국 사람은 지저분해도 적당히 참고, 더러워도 대충 살아가는 성격이죠. 인도 사람들이 약속을 안 지켜도 그에 맞게 적응해 갑니다. 우리로서는 일본 기업이 없다는 게 큰 행운입니다. 인도에는 중국 기업도 없어요. 인도가 중국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일본과 중국이 없는 시장이 바로 인도예요. 한국이 인도와 손을 잡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성 이사는 “인도사회 밑바닥부터 최고위층까지 접촉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기업이 인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도사회에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월 1일자 오리사주 지역신문에 보도된 기사 하나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어제 인도 대법원 소속 조사팀이 이곳 오리사주 부바네스와르에 왔어요. 일부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지 않겠다’며 등교를 거부한 사건 때문이죠. 문제의 발단은 음식에 있었어요. ‘불가촉(不可觸·untouchable) 천민’이 음식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상위 카스트에 속하는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한 겁니다. ‘불가촉 천민’이라는 말이 역사책에서나 나오는 얘기 같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존재해요. 천민을 쳐다보기만 해도 재수 없다고 여기죠.”
기사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2004년 한 재판에서 천민의 일자리 창출을 명령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과거 판례를 뒤집어야 할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팀을 파견했다고 한다.
성기웅 이사는 “삶의 가치관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카스트 제도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천민은 우리의 호적처럼 태어나면서부터 등록됩니다. 인구의 절반이 천민으로 기재돼 있어요. 서로 다른 계층들은 평상시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가요. 때로는 서로 협력관계에 있기도 해요.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 출신의 정치인은 선거에서 천민의 지지를 받는 대신 그들의 입지를 보호해 주죠. 제도적으로도 천민 출신의 정치인을 뽑도록 돼 있어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자신을 천민으로 격하시켜 달라고 소송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계층 간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면 사회적 문제로 비화돼요. 특히 인도 근로자를 고용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카스트제도에 대한 몰이해로 노무(勞務)관리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계급사회에서 나온 자기방어 본능
성 이사는 “우리가 제철소를 짓는다고 하니까, 바이샤 출신 상인과 농민들은 자신들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지를 생각했고, 수드라 출신 천민들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여겼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처럼 통합 문화에 익숙한 사람과는 생각이 달라요. 산업화를 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그냥 잘살 수 있겠구나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여기 인도 사람들은 인종과 계층이 다양한 만큼 서로 다른 계산을 하더군요. 통합된 의견을 내기가 정말 어려워요. 부지 확보나 주민 이주작업이 제때 안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사업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겁니다. 인도 사람들은 ‘에고(ego·자아)’가 아주 강해요. 계급사회에서 나온 일종의 자기방어 본능입니다. 관료는 관료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지요.”
성기웅 이사는 “인도에서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우리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했다
“인도 사람들은 융합과 통합, 대의제를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것을 선(善)으로 받아들여요. 우리가 볼 때 저효율의 민주주의입니다. 그러나 인도사람들은 이를 ‘세계에서 가장 잘된 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요. GDP의 2%를 사회비용으로 상정하기도 합니다. 사업을 하는 외국 사람으로서 인도사회의 다양성과 계급사회에 대한 철저한 인식만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입니다.”
기자는 포스코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인도를 2~3일간 본 사람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인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것처럼 인도를 얘기합니다. 일주일간 인도를 본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에 오래 거주하고 인도사회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인도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인도를 하루 동안 본 사람이나 일주일 본 사람, 몇 달을 본 사람의 말이 모두 맞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그만큼 다양합니다.”
포스코, 인도사회에 변화 앞당기는 사이클론役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을 컨설팅해 주는 이건준 맥스틴 이사는 “사는 것이 힘들고, 목적 없이 왔다가는 낭패를 보는 곳이 인도다. 아무나 와서 못 사는 곳이 바로 인도”라고 했다.
“인도사회의 인프라는 여전히 부실합니다. 사업하기도 몹시 어려워요. 그러나 인도에는 먹을 게 많아요. 진출 기업들끼리 시장을 놓고 싸울 필요가 없어요.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인도 치담바람 내무장관이 2006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인도 길거리에 있는 걸인을 보지 마라. 그것은 우리 내부의 문제다. 그보다 구매력이 큰 3억명에 달하는 중산층을 보라’며 투자를 권유한 적이 있어요.
분명 인도는 기회의 땅입니다. 인도 경제는 현재 부상(浮上) 중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것도 특징입니다. 우리처럼 인도사람들도 ‘가족’을 중시해요. 외부인을 ‘가족’이라고 여길 때면 간과 쓸개까지 다 빼 주는 사람이 인도사람이에요.”
한국과 인도는 2004년 55억 달러 수준의 교역량을 보였다가 2008년 156억 달러로 3배 늘었다. 2014년 3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 한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인도 벵골만 해안가에 제철소 하나를 짓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었다. 포스코 사람들은 인도의 행정시스템과 제도를 바꾸는 개혁가였고, 없는 법을 새로 만들게 하는 입법 동반자였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인도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거대한 ‘사이클론’이 분명했다.⊙
▣ 포스코 인디아 현황 및 프로젝트 추진경과
⊙ 자본금: 1억 달러(韓貨 약 1200억원)
⊙ 인력: 총 39명(주재원 10명·인도 현지인 29명)
부바네스와르本社(30명)·뉴델리사무소(4명)·현장사무소(5명)
⊙ 2005년: 일관제철소 건설사업 MOU 체결·현지 법인 설립·광산 탐사권 신청
⊙ 2006년: 중앙정부, 경제자유특구 원칙적 승인
⊙ 2007년: 제철소 부지 인근 해안 지역도로 착공
⊙ 2008년: 주민 이주계획 가이드라인 발표·先이주민 56가구 임시단지 입주
주정부, 전력 센터 건설허가
대법원, 산림해제 조건부 승인 판결
산림환경부, 산림해제 조건부 승인
⊙ 2009년: 산림해제 조건 이행 및 산림보상비 260억원 납부·산림해제 최종 승인
[인터뷰] 프리야 브라타 파트나익 印度 오리사州 개발공사 사장
“올해 안에 부지조성 작업 시작”
무사계급 ‘크샤트리아’ 출신의 프리야 브라타 파트나익 사장은 인도(印度)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을 시작했다. 오리사주(州)로 발령받은 뒤 30년 넘게 같은 주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현재 오리사주 정부 수석차관급이다. 파트나익 사장은 포스코 프로젝트와 관련해 노달 오피서(Nodal Officer·정부 측 창구역의 고위 공무원) 역할을 하고 있다.
―오리사주 정부는 포스코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인도 최대 FDI로서,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최우선으로 관심을 갖는 사업이다. 한국인의 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또 포스코가 갖고 있는 첨단기술을 우리가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착공이 늦은 이유는.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인도 행정체계의 복잡한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중앙정부가 사업을 관장하는 분야가 있고, 주정부가 컨트롤하는 분야가 있다. 환경과 산림분야에서는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동시에 관여한다. 인도사람의 이해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림해제권을 승인받는 데 5년이 걸렸다.
“보통 10년 이상 걸린다. 포스코는 다른 회사에 비해 빨리 받은 것이다. 현재 경쟁사들이 ‘포스코에 대한 특혜’라며 시기하고 질투하고 있다.”
―인도사회는 모든 게 느린 것 같다. 정부가 산업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중앙정부나 주정부 모두 산업화를 기대하고 있다. 더 많은 외국 기업의 투자도 기다리고 있다. 속도에 대한 체감이 다를 뿐이다. 인도는 현재 굉장한 속도로 산업화되고 있다.”
―인도의 법과 규칙이 아주 복잡하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민주주의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함이다.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의 정책결정도 이뤄지지 않는다. 중국은 산업화를 빠른 속도로 이룩하고 있지만,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감옥에서 일하는 사람과 가든에서 일하는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수많은 언어, 수많은 종교가 있는 인도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제철소는 올해 착공되나.
“부지를 조성하고 도로를 완전히 놓은 다음 착공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올해 안에 부지조성 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확실하다.”
―포스코에 바라는 것은.
“언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 경험 있는 인도 사람들을 많이 채용해 주기를 바란다. 인도 정부는 포스코 프로젝트가 완성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CEPA의 대표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과 인도가 파트너십을 발휘해 좋은 모델을 만들도록 노력하자.”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인도 국빈(國賓) 방문을 계기로, 국내 언론은 인도를 ‘기회의 땅’이라며 집중 조명했다. 브릭스(BRICs)의 일원인 인도는 20년 후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인구 12억명의 인도는 최근 5년간 평균 성장률 8%를 달성했다.
한국과 인도는 올해 1월부터 포괄적 경제동반자가 됐다. CEPA(한국·인도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가 발효된 것이다. 인도는 한국 정부의 ‘신아시아 외교’ 핵심축이 됐고,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 등 전방위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기대를 품고 현지를 방문한 기자에게 인도의 첫인상은 ‘어 이게 아닌데’였다.
포스코 프로젝트, 해외사업 중 최대규모
목적지인 인도 동부 오리사주(州) 주도(州都) ‘부바네스와르’에는 포스코의 인도 현지법인 ‘포스코 인디아’가 있다. 벵골만(灣)에 접해 있는 오리사주는 인도 28개 주 중에서 경제수준이 최하위권이다. 주의 인구는 남한보다 약간 적은 4000만명, 면적은 1.7배이다.
델리국제공항에서 부바네스와르까지 바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없어 8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국내선 공항은 델리국제공항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에 맞춰 국내선 공항으로 향하는 도중 또 다른 낯선 장면을 목격했다. 차가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였다. 갑자기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적 몇 조각을 걸친 걸인(乞人)이 자신의 입과 배를 가리키며 돈을 달라고 손짓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걸인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고민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그를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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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지 및 주민이주 대책과 관련해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권춘근 법인장. |
“인도에서는 안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쉽게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정부와 120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짓기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총 투자비는 120억 달러(韓貨 14조원)이다. 인도 오리사주 정부는 30년 동안 6억 톤의 철광석 채굴권을 포스코에 주고, 전용항만과 철광석 운송용 철도 건설 조건을 내걸었다. 포스코가 짓기로 한 제철소는 철광석 원료공급에서 제선·제강·압연 등 전(全) 과정을 동시에 처리하는 일관(一貫)제철소다. 부지 규모나 철강 생산능력, 공장 구조 면에서 한국의 광양제철소와 비슷하다. 벵골만 해안가에 광양제철소를 하나 더 짓는 셈이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외국기업이 인도에 투자한 단일 프로젝트 중에서 최대 규모다. 한국과 인도 간 경제협력 사업 중에서도 액수나 규모 면에서 가장 크다. 그럼에도 MOU를 체결한 지 5년이 지난 최근까지 구체적인 진척이 없었다. 부지확보와 원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비가 최대 걸림돌이었다.
토지서류 수십 년간 방치
부바네스와르 시내에 있는 포스코 인디아 사무실로 이동하는 동안 권춘근 법인장의 설명이 계속됐다.
“지난 5년간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서는 ‘MOU를 체결한 게 언젠데 지금까지 부지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느냐’고 야단이었어요. 답답한 건 현지에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였죠. 인도가 우리의 생각과는 완전 딴판이었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어요. 농경사회의 전통이 뿌리 깊이 박혀 있고 사회주의 통치방식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요.”
권 법인장은 쉴 틈 없이 말을 이어 갔다.
“부지와 관련해서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예요. 땅 주인이 누구인지 정부도 몰랐어요. 우리의 등기부등본이나 토지대장은 꿈도 꾸지 마세요. 행정기관에는 토지관련 서류가 정리되지 않은 채 수십 년간 방치돼 있었고, 공무원들은 세월아 네월아 했죠. 전산화는 먼 달나라 얘기였어요. 토지관련 서류는 누런색이었는데 과거 우리가 쓰던 화장지 색깔과 비슷했어요. 우리는 그 서류뭉치를 ‘똥종이’라고 불렀어요. 얼마나 쳐다보기 싫었으면 그렇게 불렀겠습니까. 인도에는 지금도 소유관계가 불명확한 땅이 아주 많아요.”
사업 초기 포스코 측은 부지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인도 정부의 도움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연방제 국가인 인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위상이 특이했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중앙정부와 대동소이했던 것이다. 중앙정부의 집권당과 지방정부의 집권당이 서로 달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재 인도 중앙정부 집권당은 국민회의당(黨首 소냐 간디)이고, 제철소가 들어설 오리사주 집권당은 BJD(黨首 나빈 파트나익)이다. BJD는 중앙 정치권에서 여당(與黨)인 국민회의당과 대립관계에 있는 BJP 계열 정당이다. 다행히 작년 5월 총선(總選)에서 국민회의당이 압승하면서 여당의 입김이 세졌고 그에 따라 야당의 협력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오동호(吳東昊) 포스코 인디아 총무기획부장의 말이다. 그는 인도지역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후 지난해 포스코 인디아에 합류했다.
“우리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인도입니다. 민족과 언어가 같은 한국인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많아요. 인도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더군다나 사용하는 언어는 30개가 넘으니…. 공동체 의식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지요. 인도사회의 복잡성, 다양성을 애당초 알았더라면 프로젝트 추진을 쉽게 결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부지를 확보하는 데 5년이 걸렸는데 웬만한 회사라면 프로젝트 책임자를 문책하고 사업을 접었을 겁니다. 포스코 정도 되니까 무소의 뿔처럼 끝까지 일을 추진한 거예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도에서 5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어요.”
포스코의 인도 프로젝트가 그동안 진척을 보이지 못한 데는 경쟁사와 인도 내 NGO 단체들의 방해도 크게 작용했다.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인 ‘아르셀로 미탈’을 비롯해 인도 내 제철소, 유관업체 그리고 수십 개에 달하는 시민단체들이 포스코를 조직적으로 음해했던 것이다.
강진구(姜珍求) 포스코 인디아 건설계획팀장의 말이다.
“인도는 법적, 제도적으로 환경을 중시해요. 이것을 빌미로 경쟁사와 NGO가 포스코를 힘들게 했어요. 제철소 부지(1620만㎡) 중에서 90%가 국유지인데 대부분이 산림지역이에요. 일종의 개발제한구역이죠. 이들이 공장을 못 짓도록 소송을 낸 거예요. 인도에서는 제3자가 소송을 낼 수 있어요. 소송이 제기되면 행정부도 꼼짝 못해요. 모든 게 중단되죠. 인도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나라라고 자랑하는데 실제로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등한 관계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를 두 달에 걸쳐 하기도 하고, 사법부의 위상도 매우 강해요.”
파트나익 오리사州 수상,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원약속
국내의 한 정치성향 노동단체가 인도 NGO의 음해성 루머를 사실로 믿어 포스코를 난처하게 만든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포스코는 소송과 부지 형질변경 문제로 최근 3년 동안 골머리를 앓아 왔다. 마침내 작년 12월 29일, 인도 대법원이 부지 내 산림지역 개발권을 최종 승인했다. 제철소 건설 사업의 최대 난제가 해결된 것이다. 여기에는 작년 총선에서 경제발전을 공약(公約)으로 내세워 압승한 인도 국민회의당의 의지도 작용했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 방문으로 탄력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만모한 싱 총리는 나빈 파트나익 오리사주 수상을 정상회담 자리에 급히 호출해 포스코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방안을 설명하게 했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올해 하반기에 첫 삽을 뜨게 된다. 그러나 공장 건설 작업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게 있다. 원주민에 대한 보상비 문제다.
권춘근 법인장의 설명이다.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보상을 충분히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이게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어요. ‘수백 년 동안 집안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왜 나가라고 하는 거냐’였어요. 인도 사람들은 땅에 대한 애착이 우리보다 훨씬 강해요.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도 막무가내였죠. 부지 내 일부 지역에는 지금도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어요. 정부가 손을 못 쓰는 이유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관습법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부족장의 말을 법으로 생각하고 따라요. 이런 관습을 알고 난 후 우리도 부족장을 상대로 꾸준히 설득해 왔어요. 다행히 대다수가 우리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인도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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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寺院) 행사에 참석한 사르바다 싱 현장소장(왼쪽에서 첫 번째). |
웨스트벵골주와 접해 있는 오리사주는 인도에서 몇 안되는 오지(奧地)로 통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프리카나 아마존강 원주민처럼 살아가는 부족도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31일 제철소가 들어설 현장을 보기 위해 ‘자가싱푸르’로 향했다. 공장 부지는 부바네스와르에서 140㎞ 가량 떨어진 벵골만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인근에는 경제특구인 파라딥항(港)이 있다.
부바네스와르에서 파라딥항을 연결하는 국가고속도로 NH-5에 올랐다. 한국의 고속도로를 생각하는 건 ‘사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차창 너머로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자전거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를 줄줄이 데리고 고속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개(犬)도 졸졸 따라다녔다.
그때였다. 기자가 탄 차를 향해 버스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역(逆)주행 버스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비명을 지르는 순간, 차는 버스를 곡예하듯 피해 갔다. 한숨을 돌리자 도로 중앙분리대에 태평스럽게 누워 있는 소가 기자를 처량하게 쳐다봤다. 역주행 차량은 이후에도 대여섯 차례 ‘등장’했다.
동행한 김용관 포스코 인디아 건설총괄부장에게 “도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라고 물었다. 김 부장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This is India. 이게 인도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저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습니다. 사고도 많이 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냥 이대로 살아가요.”
공장 부지까지 가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주행에 방해되는 장애물도 많았고, 고속도로 노면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인도의 산업 인프라 수준을 실감했다.
부지 현장에서 주민을 대면(對面)접촉하고 있는 사르바다 난드 싱 소장을 만났다. 그는 인도 제철소 ‘타타스틸’ 출신이다.
“부지 내에 있는 이주 대상 주민은 대략 470여 가구입니다. 이주보상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보상안도 만들고 여론도 수렴하고 있습니다. 부지 내 불법 거주자에 대해서는 주정부와 협의하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요. 포스코가 내놓은 보상수준은 인도 내 다른 개발사업과 비교해 최고 수준입니다. 주민들이 만족하고 있어요. 다만 일부 세력이 정치권과 연계돼 계속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해결될 거라 생각해요.”
포스코는 주민친화 방안으로 봉사 및 지원활동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무상 의료, 교육 시설 후원, 지역개발 지원 등이 핵심이다. 결식아동 중식 제공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어·한국문화·포스코 알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오리사주에서 가장 큰 사립대학인 KIIT와 손을 잡고 관련 강좌를 개설했다. 강의는 권춘근 법인장의 부인 김미순 박사가 맡았다. 한국어 교사 자격을 갖고 있는 김 박사는 영어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인도는 꾸준히 성장하는 거대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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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도로사정은 아직까지 열악하다. 국가고속도로에는 사람과 자전거, 오토바이, 소 등이 뒤엉켜 있다. |
타타모터스는 2008년 세계 최저가 자동차 생산 프로그램인 ‘나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인도 오리사주와 접해 있는 웨스트 벵골주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현지 농민들과 정치인들이 생계 위협을 이유로 극렬히 반발했다. 결국 타타모터스는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인도 서쪽으로 옮겨야 했다. 당시 공장 건설은 85%나 진척됐고, 150억 루피(韓貨 3700억원)가 투입됐다. 포스코는 이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 김용관 건설총괄부장은 “사태 해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인도 당국의 접근방식을 보고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 장벽이 많은 인도에 포스코가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이대우(李大雨) 포스코경영연구소 델리사무소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고속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는 대부분 온대지방 국가들입니다. 인도와 같은 열대지방 국가는 고속 성장이 어려워요. 그런데도 인도는 2008년까지 3년 동안 9%의 성장을 이뤘고, 작년 경제위기 속에서도 7%대의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 수치는 온대지방 국가가 13~14%의 경제성장을 한 것과 같아요. 인도는 꾸준히 성장하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이대우 소장은 “철강산업 분야에서 인도는 매우 소중한 나라”라고 했다.
“인도는 엄청난 양의 철광석과 무궁무진한 내수시장이 동시에 있는 곳입니다. 철광석의 품질도 아주 좋아요. 인도 철광석은 원료를 그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성분이 좋지요. 브라질과 호주에 철광석 매장량이 많지만, 인도처럼 거대한 시장은 없어요. 인도만큼 매력적인 곳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지요.”
국가별 철광석 생산량을 보면, 인도는 1억4000만 톤으로 중국(3억7000만 톤), 브라질(3억 톤), 호주(2억8000만 톤)에 이어 네 번째다.
정준양(鄭俊陽) 포스코 회장은 지난 1월 ‘2010년 새해 구상’을 발표하면서 “포스코 3.0시대를 열어 가자”고 했다. 그는 “글로벌 빅3 철강사가 되기 위해 중국, 인도 등 전략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국내외 전체 생산규모를 5000만 톤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현재 아르셀로 미탈, 신일철, JFE에 이어 세계 4위 철강회사다. 연간 조강능력은 약 3300만 톤. 인도에 제철소를 완공하면 세계 3위가 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해외 철강사들이 40% 이상 감산을 했던 것과 달리, 20%만의 감산으로 위기를 견뎌냈고, 지난해 매출액 37조70억원·영업이익 3조9080억원을 달성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글로벌 성장의 기회로 활용해 제철소와 철강 공장을 신설하는 한편, 철강 및 원료회사 인수합병·지분참여 등 다양한 투자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인도·태국 등에 가공센터를 신설해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현재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포스코를 비롯해 LG전자와 삼성전자(델리 인근 노이다 지역), 현대자동차(뭄바이),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다. 대기업의 계열사가 대부분이다. CEPA 발효 이후 많은 국내 기업이 인도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중국·일본이 없는 인도시장
포스코 인디아 창립멤버인 성기웅(成耆雄) 이사의 말이다.
“인도에 있다 보니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어요. 일본사람과 한국사람의 대비되는 기질이 인도시장에서 나타나요. 일본은 이미 100년 전에 인도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인도에 남아 있는 일본 기업은 자동차 회사 스즈키와 혼다를 제외하면 없다시피 해요. 인도 현지 상황이 일본인에게 맞지 않아서죠. 일본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더럽고, 약속 안 지키고, 술 없는 곳을 싫어하잖아요. 일본은 직접투자를 피하고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요.
한국 기업은 인도시장에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한국 사람은 지저분해도 적당히 참고, 더러워도 대충 살아가는 성격이죠. 인도 사람들이 약속을 안 지켜도 그에 맞게 적응해 갑니다. 우리로서는 일본 기업이 없다는 게 큰 행운입니다. 인도에는 중국 기업도 없어요. 인도가 중국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일본과 중국이 없는 시장이 바로 인도예요. 한국이 인도와 손을 잡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성 이사는 “인도사회 밑바닥부터 최고위층까지 접촉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기업이 인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도사회에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월 1일자 오리사주 지역신문에 보도된 기사 하나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어제 인도 대법원 소속 조사팀이 이곳 오리사주 부바네스와르에 왔어요. 일부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지 않겠다’며 등교를 거부한 사건 때문이죠. 문제의 발단은 음식에 있었어요. ‘불가촉(不可觸·untouchable) 천민’이 음식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상위 카스트에 속하는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한 겁니다. ‘불가촉 천민’이라는 말이 역사책에서나 나오는 얘기 같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존재해요. 천민을 쳐다보기만 해도 재수 없다고 여기죠.”
기사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2004년 한 재판에서 천민의 일자리 창출을 명령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과거 판례를 뒤집어야 할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팀을 파견했다고 한다.
성기웅 이사는 “삶의 가치관이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카스트 제도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천민은 우리의 호적처럼 태어나면서부터 등록됩니다. 인구의 절반이 천민으로 기재돼 있어요. 서로 다른 계층들은 평상시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가요. 때로는 서로 협력관계에 있기도 해요.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 출신의 정치인은 선거에서 천민의 지지를 받는 대신 그들의 입지를 보호해 주죠. 제도적으로도 천민 출신의 정치인을 뽑도록 돼 있어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자신을 천민으로 격하시켜 달라고 소송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계층 간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면 사회적 문제로 비화돼요. 특히 인도 근로자를 고용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카스트제도에 대한 몰이해로 노무(勞務)관리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계급사회에서 나온 자기방어 본능
성 이사는 “우리가 제철소를 짓는다고 하니까, 바이샤 출신 상인과 농민들은 자신들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지를 생각했고, 수드라 출신 천민들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여겼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처럼 통합 문화에 익숙한 사람과는 생각이 달라요. 산업화를 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그냥 잘살 수 있겠구나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여기 인도 사람들은 인종과 계층이 다양한 만큼 서로 다른 계산을 하더군요. 통합된 의견을 내기가 정말 어려워요. 부지 확보나 주민 이주작업이 제때 안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사업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겁니다. 인도 사람들은 ‘에고(ego·자아)’가 아주 강해요. 계급사회에서 나온 일종의 자기방어 본능입니다. 관료는 관료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지요.”
성기웅 이사는 “인도에서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우리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했다
“인도 사람들은 융합과 통합, 대의제를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것을 선(善)으로 받아들여요. 우리가 볼 때 저효율의 민주주의입니다. 그러나 인도사람들은 이를 ‘세계에서 가장 잘된 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요. GDP의 2%를 사회비용으로 상정하기도 합니다. 사업을 하는 외국 사람으로서 인도사회의 다양성과 계급사회에 대한 철저한 인식만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입니다.”
기자는 포스코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인도를 2~3일간 본 사람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인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것처럼 인도를 얘기합니다. 일주일간 인도를 본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에 오래 거주하고 인도사회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인도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인도를 하루 동안 본 사람이나 일주일 본 사람, 몇 달을 본 사람의 말이 모두 맞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그만큼 다양합니다.”
포스코, 인도사회에 변화 앞당기는 사이클론役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을 컨설팅해 주는 이건준 맥스틴 이사는 “사는 것이 힘들고, 목적 없이 왔다가는 낭패를 보는 곳이 인도다. 아무나 와서 못 사는 곳이 바로 인도”라고 했다.
“인도사회의 인프라는 여전히 부실합니다. 사업하기도 몹시 어려워요. 그러나 인도에는 먹을 게 많아요. 진출 기업들끼리 시장을 놓고 싸울 필요가 없어요.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인도 치담바람 내무장관이 2006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인도 길거리에 있는 걸인을 보지 마라. 그것은 우리 내부의 문제다. 그보다 구매력이 큰 3억명에 달하는 중산층을 보라’며 투자를 권유한 적이 있어요.
분명 인도는 기회의 땅입니다. 인도 경제는 현재 부상(浮上) 중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것도 특징입니다. 우리처럼 인도사람들도 ‘가족’을 중시해요. 외부인을 ‘가족’이라고 여길 때면 간과 쓸개까지 다 빼 주는 사람이 인도사람이에요.”
한국과 인도는 2004년 55억 달러 수준의 교역량을 보였다가 2008년 156억 달러로 3배 늘었다. 2014년 3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 한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인도 벵골만 해안가에 제철소 하나를 짓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었다. 포스코 사람들은 인도의 행정시스템과 제도를 바꾸는 개혁가였고, 없는 법을 새로 만들게 하는 입법 동반자였다. 포스코 프로젝트는 인도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거대한 ‘사이클론’이 분명했다.⊙
▣ 포스코 인디아 현황 및 프로젝트 추진경과
⊙ 자본금: 1억 달러(韓貨 약 1200억원)
⊙ 인력: 총 39명(주재원 10명·인도 현지인 29명)
부바네스와르本社(30명)·뉴델리사무소(4명)·현장사무소(5명)
⊙ 2005년: 일관제철소 건설사업 MOU 체결·현지 법인 설립·광산 탐사권 신청
⊙ 2006년: 중앙정부, 경제자유특구 원칙적 승인
⊙ 2007년: 제철소 부지 인근 해안 지역도로 착공
⊙ 2008년: 주민 이주계획 가이드라인 발표·先이주민 56가구 임시단지 입주
주정부, 전력 센터 건설허가
대법원, 산림해제 조건부 승인 판결
산림환경부, 산림해제 조건부 승인
⊙ 2009년: 산림해제 조건 이행 및 산림보상비 260억원 납부·산림해제 최종 승인
[인터뷰] 프리야 브라타 파트나익 印度 오리사州 개발공사 사장
“올해 안에 부지조성 작업 시작”
무사계급 ‘크샤트리아’ 출신의 프리야 브라타 파트나익 사장은 인도(印度)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을 시작했다. 오리사주(州)로 발령받은 뒤 30년 넘게 같은 주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현재 오리사주 정부 수석차관급이다. 파트나익 사장은 포스코 프로젝트와 관련해 노달 오피서(Nodal Officer·정부 측 창구역의 고위 공무원) 역할을 하고 있다.―오리사주 정부는 포스코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인도 최대 FDI로서,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최우선으로 관심을 갖는 사업이다. 한국인의 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또 포스코가 갖고 있는 첨단기술을 우리가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착공이 늦은 이유는.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인도 행정체계의 복잡한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중앙정부가 사업을 관장하는 분야가 있고, 주정부가 컨트롤하는 분야가 있다. 환경과 산림분야에서는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동시에 관여한다. 인도사람의 이해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림해제권을 승인받는 데 5년이 걸렸다.
“보통 10년 이상 걸린다. 포스코는 다른 회사에 비해 빨리 받은 것이다. 현재 경쟁사들이 ‘포스코에 대한 특혜’라며 시기하고 질투하고 있다.”
―인도사회는 모든 게 느린 것 같다. 정부가 산업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중앙정부나 주정부 모두 산업화를 기대하고 있다. 더 많은 외국 기업의 투자도 기다리고 있다. 속도에 대한 체감이 다를 뿐이다. 인도는 현재 굉장한 속도로 산업화되고 있다.”
―인도의 법과 규칙이 아주 복잡하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민주주의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함이다.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의 정책결정도 이뤄지지 않는다. 중국은 산업화를 빠른 속도로 이룩하고 있지만,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감옥에서 일하는 사람과 가든에서 일하는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수많은 언어, 수많은 종교가 있는 인도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제철소는 올해 착공되나.
“부지를 조성하고 도로를 완전히 놓은 다음 착공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올해 안에 부지조성 작업을 시작하는 것은 확실하다.”
―포스코에 바라는 것은.
“언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 경험 있는 인도 사람들을 많이 채용해 주기를 바란다. 인도 정부는 포스코 프로젝트가 완성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CEPA의 대표 사례가 될 것이다. 한국과 인도가 파트너십을 발휘해 좋은 모델을 만들도록 노력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