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국가들은 막대한 무역흑자, 美·유럽은 대규모 무역적자
⊙ 중국의 위상 커지고 관련국 간 문제 복잡해 1980년대 플라자 합의 같은 해결 쉽지 않아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중국의 위상 커지고 관련국 간 문제 복잡해 1980년대 플라자 합의 같은 해결 쉽지 않아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수출로 막대한 흑자를 보는 중국 등 아시아국가들과 미국 간의 문제이다. 사진은 중국 수출 컨테이너로 가득찬 상하이 양산항.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의 핵심의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요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실시한 재정지출과 금리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경기회복에 맞춰 환원시키는 ‘出口(출구)전략(Exit Strategy)’이었고, 다른 하나는 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작년 11월과 올해 4월에 개최된 1, 2차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9월에 개최된 3차 G20 정상회의는 ‘위기 이후’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시 출구전략의 共助(공조)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가 다소 뒤로 밀린 감이 있지만, 사실 출구전략보다 훨씬 더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다.
G20 정상들은 출구전략의 시행이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면서 국제적 공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데 이어 10월에는 호주와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고, 11월에는 호주가 다시 금리를 인상했다.
이스라엘과 노르웨이는 G20에 속하지 않는 나라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호주는 G20에 속하는 나라이면서 금리를 인상한 첫 케이스였다. 결국 G20 정상들이 출구전략의 공조를 합의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국가별 경제 및 금융 상황에 따라 적절히 시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출구전략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글로벌 불균형은 어느 한 나라의 힘이나 주장 또는 G20의 선언적인 합의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불균형은 ‘全(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무역 불균형’을 말하기 때문에 한두 나라가 얽히고설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보면 미국의 무역赤字(적자)와 중국의 무역黑字(흑자)로 볼 수 있지만, 더 범위를 넓히면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對(대)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을 필두로 하는 신흥시장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선진국 대 신흥시장국이라는 그룹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신흥시장국은 신흥시장국대로 각 나라의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한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의 모임인 G7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을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의 모임인 G20으로 넘긴 것이다.
이쯤에서 글로벌 불균형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도대체 무엇을 글로벌 불균형이라고 하는가? 글로벌 불균형이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것인가? 아니라면 이전에는 어떤 형태였고 어떻게 문제를 해소했나? 이번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은 무엇이고 현재의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이번 글로벌 불균형과 글로벌 금융위기는 어떤 관계에 있기에 위기의 재발방지책으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를 들고 있나? 앞으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 전망은 어떤가?
미국의 대규모 쌍둥이 적자
글로벌 불균형은 1990년대 말 이후 전 세계적으로 무역흑자와 무역적자의 불균형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크게 보면 미국과 영국 등의 대규모 무역적자와 중국과 일본·독일 등의 대규모 무역흑자가 수년간 지속되는 현상이다.
통상 ‘상품무역뿐 아니라 서비스무역까지 포함해 經常(경상)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흑자라는 불균형 상태가 지역적 국가적으로 상당기간 지속하고 있는 상태’를 글로벌 불균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무역 불균형의 결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들 국가들의 해외자산 포지션의 兩極化(양극화)도 넓은 의미의 글로벌 불균형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때 해외자산 포지션은 경상수지 적자국들의 純(순)해외자산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반면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순해외자산은 큰 폭의 플러스를 기록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남아도는 돈을 해외에 투자하고 적자국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돈의 일방적·불균형적인 흐름을 의미한다.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들어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조세감면정책과 러시아(당시 소련)와의 軍備(군비) 경쟁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이 國債(국채)를 발행하자 전 세계로부터 돈이 몰려들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인 반면, 미국 국내적으로는 금리가 낮아졌다. 낮은 금리와 달러 강세로 국내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입은 늘어난 반면 달러 강세로 수출은 어려워지면서 무역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이른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적자 시대의 시작이었다. 미국 경제의 장기 부진과 함께 쌍둥이적자라는 골칫거리는 결국 달러의 신뢰 추락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이때 미국은 탈출구로 대규모 무역적자를 지목했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던 일본과 독일(당시 서독)이 주된 대상이었다.
플라자 합의
1985년 9월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5개국 대표들이 모여 일본 엔貨(화)와 독일의 마르크화를 절상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이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다.
독일도 마르크화를 절상하기는 했지만 주된 타깃은 일본이었다. 일본 엔화는 이후 2년여에 걸쳐 50% 정도 절상되면서 환율이 달러당 230엔에서 120엔대까지 급락했다. 이 같은 엔화의 급격한 절상을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플라자 합의 당시만 해도 관련 당사국이 선진 5개국이었으므로 비교적 쉽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해당 국가 통화의 평가절상도 합의에 따라 잘 실행됐다. 특히 5개국의 합의라지만 미국과 일본 양국 사이의 합의에 대해 나머지 3개국이 들러리를 서면서 합의의 이행을 명목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가운데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이 무역흑자를 올리는 가운데 신흥시장국들이 주로 무역적자를 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신흥시장국들이 경제개발을 위해 공장건설용 설비와 원자재를 대거 수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국들의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을 뿐 아니라 對美(대미)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불균형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엔화의 강세를 업고 경상수지 흑자를 보였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1997년 말에는 외환위기를 겪게 됐다.
아시아 국가들은 흑자, 美·유럽은 적자
이 같은 흐름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1997년 말 아시아 外換(외환)위기와 중국의 등장이었다.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 무역흑자를 보이는 반면, 미국은 여전히 대규모 무역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 현상이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우 1980년대 중·후반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다가 1990년대 초반 흑자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993년 119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자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큰 폭으로 평가절하(환율 인상)했다. 1994년 1월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5.8위안에서 8.7위안으로 전격적으로 평가절하한 이후 중국은 현재까지 한해도 빼놓지 않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도 1997년 말 이후 대폭 평가절하(對美환율의 급등으로 통화가치 하락)되면서 이후 대부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수출이 급감한 작년을 제외하고는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의 경우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7061억 달러에 달했다. 그나마 미국 경제가 침체로 돌아서면서 2006년 8035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도 2006년에 사상 최고치인 6.0%를 기록했다가 작년에는 4.9%로 낮아졌다.
이외에도 G7 중에서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작년에 -1~-3%대를 기록했다. 반면 독일과 일본은 작년에 각각 2533억 달러, 1571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각각 6.4%, 3.2%에 달했다. 캐나다는 76억 달러(GDP의 0.5%)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였다.
G7 중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4개국이 적자이고 독일·일본·캐나다 3개국이 흑자이지만 미국의 적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G7 전체의 적자규모는 작년에 4782억 달러에 달했다.
신흥시장국들의 경상수지는 어떤가? 중국이 작년에 4261억 달러의 흑자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고, 말레이시아(396억 달러)·홍콩(306억 달러)·싱가포르(270억 달러)·대만(249억 달러)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
우리나라와 태국·인도네시아 등은 작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흑자규모가 크게 축소되거나 적자로 돌아섰지만 대체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인도의 경우 100억~200억 달러대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 대 중국·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사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읽어온 독자들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와 아시아 국가들의 대규모 무역흑자라는 글로벌 불균형이 환율에 따른 결과로만 보일 것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이 대미 환율을 높게 가져감으로써 自國(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환율 조정 또는 환율 전쟁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의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일 뿐, 환율이 전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환율 외에도 글로벌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으로는 미국의 과도한 소비 위주의 경제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戰後(전후) 최장기 호황, 2001년 이후 지속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등으로 미국인들은 그야말로 소비사회의 즐거움을 오랫동안 만끽해 왔다. 이때 미국 상품이 상대적으로 비싼데다 경쟁력을 잃어 생산되지 못하는 상품들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소비에 맛들인 미국인들은 벌어들인 소득으로 모자라자 빌려서라도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2001년 100% 안팎에서 최근에는 140%를 넘어섰다. 부채를 내서라도 소비하고, 그 결과 수입이 늘어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게 된 것이다.
여기다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 즉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 또한 상당부분 경상수지 적자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재정지출 시에도 소비재와 투자재를 직간접적으로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미국은 2조1170억 달러어치를 수입한 세계 최대의 수입국이었다. 문제는 수출은 1조2770억 달러에 그치면서 무역적자가 거의 9000억 달러에 달했다는 점이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의 GDP가 9290억 달러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적자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 수 있다.
국내 저축, 수출 드라이브
두 번째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국내저축률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들 수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전통적으로 소비보다는 저축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우 저축률이 40%에 달할 정도다. 나라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아시아국가들의 저축률이 미국과 유럽국가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저축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율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고 있는 반면 중국의 민간소비 비중은 35~36%에 불과하다.
결국 중국 등 아시아의 신흥시장국들은 높은 저축률로 인한 내수 부진을 수출로 타개하기 시작했고,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벤 버냉키 FRB의장이 주장하는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s)’이다.
버냉키 의장은 의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05년 6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과 그에 따른 수출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다른 나라들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까지도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 번째로는 달러의 基軸(기축)통화로서의 이점과 과잉저축의 미국으로의 還流(환류)를 빼놓을 수 없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필자는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외환위기 관련 세미나에 불려다녔다. 미국 경제학자들이 “어쩌다가 한국이 그렇게 되었느냐”는 비판과 질책이 높아질 때마다 필자가 내놓은 비장의 무기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아무리 대외부채가 많아도 절대로 파산하지 않을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 나라밖에 없다. 어느 나라인가?”
그들의 대답은 당연히 ‘미국’이었다. 달러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용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언제든 돈을 빼갈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안전하다는 신뢰를 받고 있다.
작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오는 용어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flight to quality)’이다. 위험의 조짐이 보이기만 하면 전 세계의 돈들이 가장 안전한 미국(달러)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남의 돈으로 잔치 벌이는 미국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평소 돈을 굴릴 곳도 미국밖에 없다. 현재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7조 달러를 오르내리고 있고 이 중 신흥시장국들의 외환보유액이 5조 달러를 넘고 있다.
최근 들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는 해도 당분간 기축통화를 대체할 통화가 없다는 점에서 달러의 위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돈이 미국으로 몰려들면 미국인들은 남의 돈으로 잔치를 벌일 수 있다는 점이다. 돈이 많아지면서 금리까지 낮아지므로 소비를 더 늘리고, 그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는 더 커지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사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도 낮은 금리에 많은 돈이 오랫동안 흘러다닌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금리가 낮아지고 시중에 돈이 많아지게 된 원인을 글로벌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결국 글로벌 불균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0년대 들어 상승하기 시작해 2006년 7월까지 130%나 올랐다. 매년 12% 이상씩 주택가격이 오른 셈이다. 이 같은 주택가격의 장기상승세를 뒷받침한 것이 낮은 금리와 과잉 유동성이었고, 그 배경에 글로벌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비슷한 금융위기를 또 겪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간에는 아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큰 마찰없이 이어져 오다가 작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잠재해 있던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면서 미국의 금리가 낮아지고, 그 덕분에 미국은 소비를 통해 장기호황을 누리는 메커니즘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깨지면서 그간의 흐름에 대해 본격적인 비판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 해결 쉽지 않아
물론 이 같은 비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글로벌 불균형의 위험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많은 경제학자가 경고해 오던 골칫거리였다.
이번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포함해 무엇이 문제라는 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더 큰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2003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불균형과 관련한 위험을 제기한 이후 IMF 차원에서 국가 간 논의와 협력이 계속됐다.
이 같은 노력에다 달러의 글로벌 약세, 미국 성장률의 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을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도 2006년 6.0%에서 작년에는 4.9%로 낮아졌고, 올해는 2%대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2%대로 급락하면서 수입 또한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IMF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2014년까지 3000억~4000억 달러대를 유지하면서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도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2%대로 낮아지기는 해도 적자 3000억~4000억 달러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불균형은 정도가 완화되기는 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되면서 글로벌 금융 및 경제 불안의 불씨를 안고 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글로벌 불균형의 네 가지 원인으로 제시했던 요인들이 단기간에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율 문제만 하더라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경쟁력의 하락을 우려해 조정(대미 달러 환율의 하락)에 소극적일 것이다. 버냉키 FRB 의장은 10월의 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원화가 2008년 초부터 2009년 3월 사이에 40% 절하됐지만 이후 부분적으로만 회복됐다고 언급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의 가치도 22%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원화 등 아시아 통화의 추가적인 절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버냉키 의장의 언급에는 빠져 있지만 중국의 경우 위안화 환율이 최근 1년 이상 달러당 6.82~6.83위안에서 고정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 주변 아시아국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미국의 저축률 상승
중국의 경우 가장 큰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2008년 대중국 수출 697억 달러, 대중국 수입 3378억 달러로 대중국 무역적자 2681억 달러)조차도 위안화의 대폭적인 평가절상을 원하면서도 심기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환율 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과 중국 간의 G2 전쟁이 되겠지만 플라자 합의 때와 같은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중국의 입지와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다, G20은 플라자 합의 때와는 달리 너무 많은 당사국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는 하겠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과도한 인위적인 개입은 피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과연 미국의 수출이 늘어나겠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상당수 제조업체가 무너지고, 어떤 경우에는 산업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 해도 수출할 상품을 만들 회사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과도한 소비와 재정수지 적자,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 저축과 수출 드라이브 전략, 과잉저축의 미국으로의 환류 또한 단기간에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물론 위기를 겪으면서 이미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의 소비행태를 들여다보자. 미국인들의 소비가 올해 들어 주춤하면서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던 저축률이 최근 4~6%대로 급등하고 있다. 작년 연말과 올해 초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거나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 쓰나미’라는 등의 비관적인 견해가 나오자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저축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가 줄면서 수입도 줄어들어 경상수지 적자폭이 축소되고 있는데, 미국의 고용지표가 확실하게 호전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경우 미국인들의 소비가 되살아나고 저축이 줄어들게 되면 다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작년에 8500억 달러(GDP의 5.9%)에 달했던 재정수지 적자가 올해는 1조8000억 달러로 GDP의 12%를 넘어서고 내년 이후도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비중이 6~7%대에 달할 것이라는 IMF의 전망은 경상수지 적자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 시정 위해 G20이 나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드라이브 전략에서 내수를 키우는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12차 경제계획기간(2011~2015년) 중 생산대국에서 소비대국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수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커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해당 국가들의 인내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과잉저축의 미국으로의 환류 또한 투자를 대체할 곳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월에 열린 G20 頂上(정상)회의에서 제시된 글로벌 불균형 시정방안을 살펴보자. 정상들은 합의문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몇 가지 질서 있는 방식을 제시했다.
우선 대외적자국, 즉 경상수지 적자국은 민간저축을 지원하는 정책, 시장 개방 유지 및 수출부문 강화, 재정건전화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국은 국내 투자의 증대, 금융시장의 왜곡 축소, 서비스부문의 생산성 제고, 사회안전망 개선, 수요증가에 대한 제약 해소 등을 통해 내수 성장동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적자국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흑자국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보다 실천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 G20 재무장관들은 IMF의 지원을 받아 각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 외환시장과 경상수지 등의 일관성을 ‘상호평가(peer review)’하기로 합의했다. IMF의 ‘정책 권고(policy recommendation 또는 advice)’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G20이 각국의 ‘상호평가’라는 새로운 도구를 도입한 것이다.
상호평가 또한 강제적인 구속력은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많은 편이다.
어쨌든 9월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을 공감하면서 불균형 해소를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다 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1월과 올해 4월에 개최된 1, 2차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9월에 개최된 3차 G20 정상회의는 ‘위기 이후’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시 출구전략의 共助(공조)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가 다소 뒤로 밀린 감이 있지만, 사실 출구전략보다 훨씬 더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한 부분이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다.
G20 정상들은 출구전략의 시행이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면서 국제적 공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데 이어 10월에는 호주와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고, 11월에는 호주가 다시 금리를 인상했다.
이스라엘과 노르웨이는 G20에 속하지 않는 나라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호주는 G20에 속하는 나라이면서 금리를 인상한 첫 케이스였다. 결국 G20 정상들이 출구전략의 공조를 합의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국가별 경제 및 금융 상황에 따라 적절히 시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출구전략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글로벌 불균형은 어느 한 나라의 힘이나 주장 또는 G20의 선언적인 합의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불균형은 ‘全(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무역 불균형’을 말하기 때문에 한두 나라가 얽히고설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보면 미국의 무역赤字(적자)와 중국의 무역黑字(흑자)로 볼 수 있지만, 더 범위를 넓히면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對(대)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을 필두로 하는 신흥시장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선진국 대 신흥시장국이라는 그룹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신흥시장국은 신흥시장국대로 각 나라의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한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의 모임인 G7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을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의 모임인 G20으로 넘긴 것이다.
이쯤에서 글로벌 불균형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도대체 무엇을 글로벌 불균형이라고 하는가? 글로벌 불균형이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것인가? 아니라면 이전에는 어떤 형태였고 어떻게 문제를 해소했나? 이번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은 무엇이고 현재의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이번 글로벌 불균형과 글로벌 금융위기는 어떤 관계에 있기에 위기의 재발방지책으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를 들고 있나? 앞으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 전망은 어떤가?
미국의 대규모 쌍둥이 적자
글로벌 불균형은 1990년대 말 이후 전 세계적으로 무역흑자와 무역적자의 불균형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크게 보면 미국과 영국 등의 대규모 무역적자와 중국과 일본·독일 등의 대규모 무역흑자가 수년간 지속되는 현상이다.
통상 ‘상품무역뿐 아니라 서비스무역까지 포함해 經常(경상)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흑자라는 불균형 상태가 지역적 국가적으로 상당기간 지속하고 있는 상태’를 글로벌 불균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무역 불균형의 결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들 국가들의 해외자산 포지션의 兩極化(양극화)도 넓은 의미의 글로벌 불균형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때 해외자산 포지션은 경상수지 적자국들의 純(순)해외자산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반면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순해외자산은 큰 폭의 플러스를 기록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남아도는 돈을 해외에 투자하고 적자국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돈의 일방적·불균형적인 흐름을 의미한다.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들어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조세감면정책과 러시아(당시 소련)와의 軍備(군비) 경쟁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이 國債(국채)를 발행하자 전 세계로부터 돈이 몰려들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인 반면, 미국 국내적으로는 금리가 낮아졌다. 낮은 금리와 달러 강세로 국내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입은 늘어난 반면 달러 강세로 수출은 어려워지면서 무역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이른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적자 시대의 시작이었다. 미국 경제의 장기 부진과 함께 쌍둥이적자라는 골칫거리는 결국 달러의 신뢰 추락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이때 미국은 탈출구로 대규모 무역적자를 지목했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던 일본과 독일(당시 서독)이 주된 대상이었다.
플라자 합의
1985년 9월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5개국 대표들이 모여 일본 엔貨(화)와 독일의 마르크화를 절상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이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다.
독일도 마르크화를 절상하기는 했지만 주된 타깃은 일본이었다. 일본 엔화는 이후 2년여에 걸쳐 50% 정도 절상되면서 환율이 달러당 230엔에서 120엔대까지 급락했다. 이 같은 엔화의 급격한 절상을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플라자 합의 당시만 해도 관련 당사국이 선진 5개국이었으므로 비교적 쉽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해당 국가 통화의 평가절상도 합의에 따라 잘 실행됐다. 특히 5개국의 합의라지만 미국과 일본 양국 사이의 합의에 대해 나머지 3개국이 들러리를 서면서 합의의 이행을 명목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가운데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이 무역흑자를 올리는 가운데 신흥시장국들이 주로 무역적자를 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신흥시장국들이 경제개발을 위해 공장건설용 설비와 원자재를 대거 수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국들의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을 뿐 아니라 對美(대미)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불균형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엔화의 강세를 업고 경상수지 흑자를 보였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1997년 말에는 외환위기를 겪게 됐다.
아시아 국가들은 흑자, 美·유럽은 적자
이 같은 흐름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1997년 말 아시아 外換(외환)위기와 중국의 등장이었다.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 무역흑자를 보이는 반면, 미국은 여전히 대규모 무역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 현상이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우 1980년대 중·후반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다가 1990년대 초반 흑자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993년 119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자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큰 폭으로 평가절하(환율 인상)했다. 1994년 1월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5.8위안에서 8.7위안으로 전격적으로 평가절하한 이후 중국은 현재까지 한해도 빼놓지 않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도 1997년 말 이후 대폭 평가절하(對美환율의 급등으로 통화가치 하락)되면서 이후 대부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수출이 급감한 작년을 제외하고는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의 경우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7061억 달러에 달했다. 그나마 미국 경제가 침체로 돌아서면서 2006년 8035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도 2006년에 사상 최고치인 6.0%를 기록했다가 작년에는 4.9%로 낮아졌다.
이외에도 G7 중에서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작년에 -1~-3%대를 기록했다. 반면 독일과 일본은 작년에 각각 2533억 달러, 1571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각각 6.4%, 3.2%에 달했다. 캐나다는 76억 달러(GDP의 0.5%)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였다.
G7 중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4개국이 적자이고 독일·일본·캐나다 3개국이 흑자이지만 미국의 적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G7 전체의 적자규모는 작년에 4782억 달러에 달했다.
신흥시장국들의 경상수지는 어떤가? 중국이 작년에 4261억 달러의 흑자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고, 말레이시아(396억 달러)·홍콩(306억 달러)·싱가포르(270억 달러)·대만(249억 달러)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
우리나라와 태국·인도네시아 등은 작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흑자규모가 크게 축소되거나 적자로 돌아섰지만 대체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인도의 경우 100억~200억 달러대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미국 대 중국·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사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읽어온 독자들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와 아시아 국가들의 대규모 무역흑자라는 글로벌 불균형이 환율에 따른 결과로만 보일 것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이 대미 환율을 높게 가져감으로써 自國(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환율 조정 또는 환율 전쟁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의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일 뿐, 환율이 전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환율 외에도 글로벌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으로는 미국의 과도한 소비 위주의 경제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戰後(전후) 최장기 호황, 2001년 이후 지속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등으로 미국인들은 그야말로 소비사회의 즐거움을 오랫동안 만끽해 왔다. 이때 미국 상품이 상대적으로 비싼데다 경쟁력을 잃어 생산되지 못하는 상품들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소비에 맛들인 미국인들은 벌어들인 소득으로 모자라자 빌려서라도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2001년 100% 안팎에서 최근에는 140%를 넘어섰다. 부채를 내서라도 소비하고, 그 결과 수입이 늘어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게 된 것이다.
여기다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 즉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 또한 상당부분 경상수지 적자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재정지출 시에도 소비재와 투자재를 직간접적으로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미국은 2조1170억 달러어치를 수입한 세계 최대의 수입국이었다. 문제는 수출은 1조2770억 달러에 그치면서 무역적자가 거의 9000억 달러에 달했다는 점이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의 GDP가 9290억 달러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적자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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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G20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
국내 저축, 수출 드라이브
두 번째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높은 국내저축률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들 수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전통적으로 소비보다는 저축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우 저축률이 40%에 달할 정도다. 나라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아시아국가들의 저축률이 미국과 유럽국가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저축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율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고 있는 반면 중국의 민간소비 비중은 35~36%에 불과하다.
결국 중국 등 아시아의 신흥시장국들은 높은 저축률로 인한 내수 부진을 수출로 타개하기 시작했고,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벤 버냉키 FRB의장이 주장하는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s)’이다.
버냉키 의장은 의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05년 6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과 그에 따른 수출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다른 나라들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까지도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 번째로는 달러의 基軸(기축)통화로서의 이점과 과잉저축의 미국으로의 還流(환류)를 빼놓을 수 없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필자는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외환위기 관련 세미나에 불려다녔다. 미국 경제학자들이 “어쩌다가 한국이 그렇게 되었느냐”는 비판과 질책이 높아질 때마다 필자가 내놓은 비장의 무기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아무리 대외부채가 많아도 절대로 파산하지 않을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 나라밖에 없다. 어느 나라인가?”
그들의 대답은 당연히 ‘미국’이었다. 달러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용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언제든 돈을 빼갈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안전하다는 신뢰를 받고 있다.
작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오는 용어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flight to quality)’이다. 위험의 조짐이 보이기만 하면 전 세계의 돈들이 가장 안전한 미국(달러)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남의 돈으로 잔치 벌이는 미국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평소 돈을 굴릴 곳도 미국밖에 없다. 현재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7조 달러를 오르내리고 있고 이 중 신흥시장국들의 외환보유액이 5조 달러를 넘고 있다.
최근 들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는 해도 당분간 기축통화를 대체할 통화가 없다는 점에서 달러의 위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돈이 미국으로 몰려들면 미국인들은 남의 돈으로 잔치를 벌일 수 있다는 점이다. 돈이 많아지면서 금리까지 낮아지므로 소비를 더 늘리고, 그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는 더 커지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사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주택시장 거품도 낮은 금리에 많은 돈이 오랫동안 흘러다닌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금리가 낮아지고 시중에 돈이 많아지게 된 원인을 글로벌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결국 글로벌 불균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0년대 들어 상승하기 시작해 2006년 7월까지 130%나 올랐다. 매년 12% 이상씩 주택가격이 오른 셈이다. 이 같은 주택가격의 장기상승세를 뒷받침한 것이 낮은 금리와 과잉 유동성이었고, 그 배경에 글로벌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비슷한 금융위기를 또 겪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방지책으로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간에는 아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큰 마찰없이 이어져 오다가 작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잠재해 있던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중국 등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면서 미국의 금리가 낮아지고, 그 덕분에 미국은 소비를 통해 장기호황을 누리는 메커니즘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깨지면서 그간의 흐름에 대해 본격적인 비판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불균형 해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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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이점과 과잉저축의 미국으로의 환류도 글로벌 불균형의 한 원인이다. 사진은 달러화를 찍어내는 美 조폐국. |
이번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포함해 무엇이 문제라는 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더 큰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2003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불균형과 관련한 위험을 제기한 이후 IMF 차원에서 국가 간 논의와 협력이 계속됐다.
이 같은 노력에다 달러의 글로벌 약세, 미국 성장률의 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을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도 2006년 6.0%에서 작년에는 4.9%로 낮아졌고, 올해는 2%대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2%대로 급락하면서 수입 또한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IMF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2014년까지 3000억~4000억 달러대를 유지하면서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도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 비중이 -2%대로 낮아지기는 해도 적자 3000억~4000억 달러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불균형은 정도가 완화되기는 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되면서 글로벌 금융 및 경제 불안의 불씨를 안고 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글로벌 불균형의 네 가지 원인으로 제시했던 요인들이 단기간에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율 문제만 하더라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경쟁력의 하락을 우려해 조정(대미 달러 환율의 하락)에 소극적일 것이다. 버냉키 FRB 의장은 10월의 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원화가 2008년 초부터 2009년 3월 사이에 40% 절하됐지만 이후 부분적으로만 회복됐다고 언급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의 가치도 22%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원화 등 아시아 통화의 추가적인 절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버냉키 의장의 언급에는 빠져 있지만 중국의 경우 위안화 환율이 최근 1년 이상 달러당 6.82~6.83위안에서 고정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 주변 아시아국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미국의 저축률 상승
중국의 경우 가장 큰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2008년 대중국 수출 697억 달러, 대중국 수입 3378억 달러로 대중국 무역적자 2681억 달러)조차도 위안화의 대폭적인 평가절상을 원하면서도 심기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환율 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과 중국 간의 G2 전쟁이 되겠지만 플라자 합의 때와 같은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중국의 입지와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다, G20은 플라자 합의 때와는 달리 너무 많은 당사국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는 하겠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과도한 인위적인 개입은 피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과연 미국의 수출이 늘어나겠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상당수 제조업체가 무너지고, 어떤 경우에는 산업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 해도 수출할 상품을 만들 회사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과도한 소비와 재정수지 적자,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 저축과 수출 드라이브 전략, 과잉저축의 미국으로의 환류 또한 단기간에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물론 위기를 겪으면서 이미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의 소비행태를 들여다보자. 미국인들의 소비가 올해 들어 주춤하면서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던 저축률이 최근 4~6%대로 급등하고 있다. 작년 연말과 올해 초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거나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 쓰나미’라는 등의 비관적인 견해가 나오자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저축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가 줄면서 수입도 줄어들어 경상수지 적자폭이 축소되고 있는데, 미국의 고용지표가 확실하게 호전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경우 미국인들의 소비가 되살아나고 저축이 줄어들게 되면 다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작년에 8500억 달러(GDP의 5.9%)에 달했던 재정수지 적자가 올해는 1조8000억 달러로 GDP의 12%를 넘어서고 내년 이후도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비중이 6~7%대에 달할 것이라는 IMF의 전망은 경상수지 적자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 시정 위해 G20이 나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드라이브 전략에서 내수를 키우는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12차 경제계획기간(2011~2015년) 중 생산대국에서 소비대국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수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커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해당 국가들의 인내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과잉저축의 미국으로의 환류 또한 투자를 대체할 곳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월에 열린 G20 頂上(정상)회의에서 제시된 글로벌 불균형 시정방안을 살펴보자. 정상들은 합의문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몇 가지 질서 있는 방식을 제시했다.
우선 대외적자국, 즉 경상수지 적자국은 민간저축을 지원하는 정책, 시장 개방 유지 및 수출부문 강화, 재정건전화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국은 국내 투자의 증대, 금융시장의 왜곡 축소, 서비스부문의 생산성 제고, 사회안전망 개선, 수요증가에 대한 제약 해소 등을 통해 내수 성장동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적자국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흑자국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보다 실천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 G20 재무장관들은 IMF의 지원을 받아 각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 외환시장과 경상수지 등의 일관성을 ‘상호평가(peer review)’하기로 합의했다. IMF의 ‘정책 권고(policy recommendation 또는 advice)’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G20이 각국의 ‘상호평가’라는 새로운 도구를 도입한 것이다.
상호평가 또한 강제적인 구속력은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많은 편이다.
어쨌든 9월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을 공감하면서 불균형 해소를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다 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