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극복 위한 뉴딜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인 환경문제의 결합인 ‘녹색 뉴딜’이 세계적 이슈
⊙ 美, 2018년까지 1500억 달러 녹색산업에 투자, 500만 개의 고소득 일자리 창출
⊙ 英, 2020년까지 녹색산업에 100억 파운드 투자해 일자리 16만 개 창출 예정
⊙ 프랑스, 일본도 녹색산업 투자 통해 일자리 수십만 개 창출 계획
都建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1971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박사.
⊙ 美 밴더빌트大 초빙연구원, 고려대 연구교수, 한국정부조달연구원 부원장, 재정경제부 행정사무관,
감사원 부감사관,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 FTA 협상 및 WTO DDA 협상 정부대표.
⊙ 美, 2018년까지 1500억 달러 녹색산업에 투자, 500만 개의 고소득 일자리 창출
⊙ 英, 2020년까지 녹색산업에 100억 파운드 투자해 일자리 16만 개 창출 예정
⊙ 프랑스, 일본도 녹색산업 투자 통해 일자리 수십만 개 창출 계획
都建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1971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박사.
⊙ 美 밴더빌트大 초빙연구원, 고려대 연구교수, 한국정부조달연구원 부원장, 재정경제부 행정사무관,
감사원 부감사관,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 FTA 협상 및 WTO DDA 협상 정부대표.
- 현대중공업이 태양광 발전을 위해 전남 장흥에 설치한 집열판. 친환경 녹색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2008년 7월 영국의 NEF(The New Economics Foundation)는 ‘A Green New Deal(녹색 뉴딜)’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가 금융위기, 기후위기, 에너지위기 등 3重苦(중고)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녹색 뉴딜’을 제시했다. NEF는 영국 정부에 대해 탄소세 부과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효율 향상 등 녹색산업에 집중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녹색 뉴딜은 NEF 보고서에 사용된 이래 유엔 및 각국에서 널리 사용하는 용어로서, 지속가능한 새로운 방식을 활용해 경기부양을 하자는 개념이다. 여기서 ‘그린(Green)’은 지속가능 성장을, ‘뉴(New)’는 제도개혁을 포함하는 새로운 방식을, 그리고 ‘딜(Deal)’은 나눔(빈민구제)을 의미한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도 2008년 10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녹색 뉴딜’에 주목하면서 우선사업 분야로 청정에너지 및 청정기술, 바이오매스 등 농촌 에너지, 지속가능한 농업, 산림훼손 방지사업, 지속가능한 도시사업 등을 제시했다.
2009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潘基文(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많은 세계 지도자들도 녹색 뉴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은 위기극복을 위한 핵심분야로 ‘환경’을 설정하고, 친환경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및 녹색산업 육성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다수 국가들은 최대 현안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인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SOC 투자를 포함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 육성에만 집중할 경우 조속한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으로는 녹색 뉴딜을, 장기적인 성장동력으로는 녹색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美, 2015년까지 그린카 100만대 보급
미국은 친환경 SOC와 녹색산업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2008년 12월 친환경 SOC 투자 및 녹색산업 육성 등이 포함된 8250억 달러의 경기부양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돼 2009년 2월 7870억 달러 규모로 확정됐으며, 내년까지 집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자원 보호, 홍수방지·환경복원 투자에 190억 달러, 혼잡 방지 및 에너지 절감을 위한 통근시설 개선에 100억 달러 등 친환경 SOC 투자에 29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녹색기술 개발에 320억 달러, 공공건물 에너지 효율화에 160억 달러, 서민주택 냉난방설비 지원에 60억 달러 등 녹색산업에 총 54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2009∼2018년 중 청정에너지, 그린카, 그린홈 등 개발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 개의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 및 핵심기술 상용화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기 위하여 연방정부의 청정에너지 관련 연구개발(R&D) 지원규모를 6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로 늘리고, 유망기술 상용화 등을 위한 ‘청정기술개발 벤처캐피털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또 2020년까지 CO₂ 10% 감축을 의무화하는 ‘저탄소 연료기준’을 설정했으며, 2020년까지 연방정부 소비전력의 30% 이상을, 2025년까지 미국 내 전력소비의 2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2015년까지 그린카 100만 대 보급, 그린홈 100만 호 건설 등의 정책을 통해 민간부문의 기술투자와 혁신을 유도할 계획이다.
영국은 정책인프라 구축을 통한 녹색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09년 1월 고든 브라운 총리는 2020년까지 100억 파운드를 투입하여 일자리 16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녹색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철도노선 확대, 노후 학교 및 병원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친환경 SOC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며, 노후 학교 및 병원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해 3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 풍력 및 조력발전, 전기자동차 개발 등 녹색산업 육성에도 주력하며, 특히 풍력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2020년까지 7000기의 대형 풍력발전기를 국내외에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2008) 제정 등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인프라 구축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시한 기후변화법을 2008년 10월 세계 최초로 법제화하여 정책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의 녹색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녹색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법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하고,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5년 단위의 탄소예산 제도 수립, ‘기후변화위원회’ 창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는 환경보호법안, 일본은 ‘후쿠다 비전’ 선포
프랑스는 2007년부터 녹색 뉴딜(Ecological New Deal)을 시작했다. 2007년 10월 사르코지 대통령은 2020년까지 4000억 유로를 투자해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녹색 뉴딜을 발표했다.
TGV 2000km 및 파리 외곽 전철 1500km 신설, 내륙수로 건설 등 친환경 토목사업에 970억 유로를 투자하고, 에너지효율 제고를 위한 주택개량 사업 등에 105억 유로, 에너지절약형 학교 및 병원 신·개축 등에 65억 유로를 투입하는 등 기존 건물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는 녹색건설 사업에 205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2008∼2011년 중 탄소저감기술 개발을 위해 10억 유로를 투입하고, 폐기물 감축정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녹색 뉴딜의 정책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2009년 1월 환경보호법안(National Engagement for the Environment)을 입안했다. 법안은 기후변화에의 대응, 에너지 효율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 6월 저탄소사회를 향한 대표적 비전인 ‘후쿠다 비전’을 선포하는 등 일찍부터 녹색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발전·송전, 교통 등의 분야에서 에너지효율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핵심기술을 제시했다. 그러나 화려한 비전 제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1월에도 아소 다로 총리가 “2015년까지 녹색산업 시장을 100조 엔 규모로 확대하고 관련 분야 일자리를 80만 개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 일본은 녹색산업 투자에 대한 무이자 융자 등을 통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친환경제품에 대한 구매장려 등을 통해서 신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8년 8월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했으며, 2009년 1월 녹색성장전략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한 ‘녹색 뉴딜사업’을 발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3.4%, 실업자 수가 75만7000명(전년동기 대비 2만3000명 증가)에 이르자 일자리 창출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치중하는 녹색 뉴딜로 방향을 선회했다. 녹색 뉴딜사업의 주력분야는 친환경 SOC, 저탄소·고효율 산업기술, 친환경·녹색생활 등으로 분류된다.
녹색 뉴딜사업을 통해 2009년부터 4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해 95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확충, 녹색 숲 가꾸기, 그린홈 및 그린스쿨 등 9개 핵심사업에 39조4000억원을 투자해 70만3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재해예방 및 훼손산림 복원, 재해위험지구 정비,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등 27개 연계사업에 10조7000억원을 투입해 25만3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녹색 뉴딜사업의 재정소요액 대부분이 친환경 토목 및 건설사업인 관계로 일자리 창출이 현장 위주의 노무직에 집중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9∼2012년간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는 총 95만6000명 중 친환경 토목 및 건설사업 관련 분야가 전체의 97.6%인 93만4000명이다. 2008년 12월 중 건설업의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5000명 감소했는데, 이는 全(전)산업의 3.8배에 달하며 1년 내내 감소세가 지속됐다.
한국은 50조원 투입, 95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
직업별로는 노무자의 신규 취업자 감소가 16만명으로 가장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반장 이하 노무자의 월 급여총액은 161만원(全 산업은 201만원)으로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다.
이처럼 녹색 뉴딜사업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중 상당수가 임시직 또는 일용직이기는 하나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 또한 이들이다. 별다른 기술이 없으므로 일자리가 없을 경우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사회복지 차원에서 또 다른 예산이 이들에게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녹색 뉴딜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잃고, 생활여건이 어려워진 저소득층에 신규 일자리를 공급함으로써 일종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단순한 소득보조보다는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건설 및 토목 근로자의 경우 당장은 한시적 일자리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녹색산업의 성장에 따라 ‘그린 칼라’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반 존스는 저서 <그린 칼라 이코노미>에서 ‘그린 칼라’를 단순한 생산직 근로자가 아닌 보다 환경친화적이도록 업그레이드된 블루 칼라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전기기술자, 태양열 보일러 설치 배관공,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농민,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 노동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2009∼2012년간 녹색 뉴딜사업에 총 50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稅收(세수) 감소 등으로 인해 2009년 재정수지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재정은 세계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경기침체하에서 단기간 내에 수출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내외부적으로 비관적 전망이 대두되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약화되어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의 재정은 2000년 이후 통합재정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등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2008년 11월 현재 통합재정수지는 16조9000억원 흑자이며, 2007년 기준 경상GDP 대비 대외채무도 39.4%로 세계은행이 정한 輕(경)채무국(48∼80% 미만)에도 속하지 않을 정도이므로 녹색 뉴딜사업을 포함한 재정지출 규모도 재정악화를 초래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재정에 부담 없어
2009∼2010년 중 56조원(경상GDP의 6.2%)의 재정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는 여타 국가들에 비해 과도한 수준은 아니며, 현 상황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GDP의 약 6%, 일본은 약 15%, 중국은 약 6% 규모의 재정확대를 이미 계획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재정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금년 예산은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수립된 것이므로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세수 부족으로 재정건전성이 우려될 수도 있으나 경기가 회복될 경우 세수기반도 다시 확충되고 점진적으로 재정건전성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 상충적이며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은 상호보완적’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예를 들면 미래의 발전을 위해 무분별한 자원남용과 환경파괴를 억제하는 동시에 현 세대에 필요한 개발을 추구하자는 ‘지속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이 대표적이다. 브라질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1997년 6.1%에서 2006년 1.8%로 하락했음에도 2000∼2006년 중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환경을 도외시한 지속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스턴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 문제를 방치할 경우 2100년까지 세계 GDP의 약 5∼20%의 경제손실이 예상되어 1930년대 대공황의 재연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라고 한다.
특히 글로벌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으로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므로 자원고갈, 환경규제 강화 등이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녹색 뉴딜사업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유효수요’를 창출할 뿐 아니라 ‘잠재성장률’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며,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은 향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또 불황극복과 환경보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일관성을 갖고 기존 사업들을 녹색 뉴딜사업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 SOC 사업과 녹색산업을 녹색 뉴딜이라는 큰 우산 아래에 편입시켜서 추진할 경우 사업 간 시너지효과가 제고되고 재원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철도 등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친환경 SOC 투자를 녹색 뉴딜사업에 포함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도 신규사업뿐 아니라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과거에 계획됐던 사업들을 친환경적 관점에서 녹색 뉴딜사업으로 재편했다. 4대강 살리기, 고속전철 사업, 雨水(우수)유출시설·중소댐,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이 이미 추진하고 있던 대표적인 사업들이며, 4대강 살리기의 경우 2011년 완료를 목표로 2008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불황극복, 환경보존 두 마리 토끼가 목표
단기적인 경기부양 성격이 강한 녹색 뉴딜사업이 2009년 예산에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면 예산확보 문제로 사업추진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전제돼야 하므로 신규사업의 경우 본격적인 사업 추진까지는 다소의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09년 중 예정된 녹색 뉴딜사업의 재정소요액(4조3626억원) 중 4대강 살리기(4881억원), 녹색교통망 확충(1조8349억원) 및 우수유출시설·중소댐(1845억원) 사업 등 약 57%는 2009년 SOC 예산에 반영돼 있다.
불황극복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감안할 때, 정부가 추진하려는 녹색 뉴딜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녹색 뉴딜은 경제위기, 고용위기, 환경위기 등의 3重苦(중고)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며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즉, 현실적으로 녹색 뉴딜 이상으로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하기 어렵다.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저소득층의 生活苦(생활고)를 고려할 경우 친환경 SOC 사업은 불가피하며, 녹색 뉴딜사업이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2009년 예산에 이미 반영된 사업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자제하고 사업내용 개선 및 효과 극대화에 논의의 초점을 모아야 한다. 즉, 2009년 예산이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를 통과했으며, 관련 부처들이 이미 사업을 집행하고 있으므로 사업시행 여부에 대해 논쟁을 해 봐야 실익이 없다. 또 경기부양을 겨냥한 사업들은 지연될수록 정책효과가 반감되고, 비용만 확대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예산이 배정되어 있지 않거나 중장기적인 사업의 경우에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업의 시행 여부가 결정되거나 사업계획의 조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녹색 뉴딜사업에 대한 의문과 불신을 조기에 해소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저탄소 녹생성장, 한국형 뉴딜, 녹색 뉴딜, 신성장동력 등 각종 유사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담당자들은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녹색 뉴딜사업의 필요성을 전파할 필요가 있다.
과거 청계천 복원사업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사업에 반대하던 상인들을 4000번 이상 찾아가 “오히려 주변 상권이 살아난다”며 설득했던 것이 주효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녹색 뉴딜사업의 재정지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업별로 우선순위를 설정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녹색 뉴딜사업의 경우 여러 부처가 관련되어 있고, 실행단계에서는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재원 집행기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따라서 개별사업의 우선순위 설정과 지자체와의 협의 등 전체 프로세스를 총괄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범정부기구의 설립 또는 역할 재정립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국민과 의사소통이 중요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장기불황 시기에 12차례에 걸쳐 129조 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구사했으나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한 결과 정책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경제적 타당성은 따지지도 않은 채 도로, 공항, 항만 건설 등에 투자한 결과, “지방 도로에 곰과 다람쥐만 다닌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낭비적 투자가 만연했고, 결국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고 국가채무만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反面敎師(반면교사)로 삼아 즉각적인 고용창출 및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속도가 빠르고, 산업연관 효과가 큰 사업부터 우선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속도, 산업연관 효과, 인력확보 및 투자조정 용이성 등을 기준으로 총 9개 핵심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평가한 결과, ‘4대강 살리기’ ‘녹색 숲 가꾸기’ ‘녹색교통망 확충’ 등의 順(순)으로 분석됐다.
특히 ‘4대강 살리기’ ‘녹색 숲 가꾸기’ 등은 경기회복 시 투자조정이 용이해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관리에도 바람직한 유형으로 평가됐다. 개별 사업으로는 하천정비, 산림 조성 및 복원 등의 공공투자사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연관성이 높은 개별사업들을 패키지화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린홈, 그린스쿨 사업’, ‘녹색교통망’, ‘그린카 및 청정에너지’ 등의 개별사업들은 ‘녹색도시 건설’ 사업으로 패키지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건설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시범도시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기존의 도시를 녹색도시로 전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나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는 비교적 쉽게 추진할 수 있다.⊙
녹색 뉴딜은 NEF 보고서에 사용된 이래 유엔 및 각국에서 널리 사용하는 용어로서, 지속가능한 새로운 방식을 활용해 경기부양을 하자는 개념이다. 여기서 ‘그린(Green)’은 지속가능 성장을, ‘뉴(New)’는 제도개혁을 포함하는 새로운 방식을, 그리고 ‘딜(Deal)’은 나눔(빈민구제)을 의미한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도 2008년 10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녹색 뉴딜’에 주목하면서 우선사업 분야로 청정에너지 및 청정기술, 바이오매스 등 농촌 에너지, 지속가능한 농업, 산림훼손 방지사업, 지속가능한 도시사업 등을 제시했다.
2009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潘基文(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많은 세계 지도자들도 녹색 뉴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은 위기극복을 위한 핵심분야로 ‘환경’을 설정하고, 친환경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및 녹색산업 육성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다수 국가들은 최대 현안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인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SOC 투자를 포함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 육성에만 집중할 경우 조속한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으로는 녹색 뉴딜을, 장기적인 성장동력으로는 녹색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美, 2015년까지 그린카 100만대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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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오바마 행정부는 2009∼2018년 청정에너지, 그린카, 그린홈 등 개발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 개의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녹색 뉴딜’을 제시했다. |
구체적으로는 수자원 보호, 홍수방지·환경복원 투자에 190억 달러, 혼잡 방지 및 에너지 절감을 위한 통근시설 개선에 100억 달러 등 친환경 SOC 투자에 29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녹색기술 개발에 320억 달러, 공공건물 에너지 효율화에 160억 달러, 서민주택 냉난방설비 지원에 60억 달러 등 녹색산업에 총 54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2009∼2018년 중 청정에너지, 그린카, 그린홈 등 개발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 개의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 및 핵심기술 상용화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기 위하여 연방정부의 청정에너지 관련 연구개발(R&D) 지원규모를 6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로 늘리고, 유망기술 상용화 등을 위한 ‘청정기술개발 벤처캐피털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또 2020년까지 CO₂ 10% 감축을 의무화하는 ‘저탄소 연료기준’을 설정했으며, 2020년까지 연방정부 소비전력의 30% 이상을, 2025년까지 미국 내 전력소비의 2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2015년까지 그린카 100만 대 보급, 그린홈 100만 호 건설 등의 정책을 통해 민간부문의 기술투자와 혁신을 유도할 계획이다.
영국은 정책인프라 구축을 통한 녹색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09년 1월 고든 브라운 총리는 2020년까지 100억 파운드를 투입하여 일자리 16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녹색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철도노선 확대, 노후 학교 및 병원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친환경 SOC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며, 노후 학교 및 병원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해 3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 풍력 및 조력발전, 전기자동차 개발 등 녹색산업 육성에도 주력하며, 특히 풍력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2020년까지 7000기의 대형 풍력발전기를 국내외에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 2008) 제정 등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인프라 구축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시한 기후변화법을 2008년 10월 세계 최초로 법제화하여 정책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의 녹색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녹색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법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하고,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5년 단위의 탄소예산 제도 수립, ‘기후변화위원회’ 창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는 환경보호법안, 일본은 ‘후쿠다 비전’ 선포
프랑스는 2007년부터 녹색 뉴딜(Ecological New Deal)을 시작했다. 2007년 10월 사르코지 대통령은 2020년까지 4000억 유로를 투자해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녹색 뉴딜을 발표했다.
TGV 2000km 및 파리 외곽 전철 1500km 신설, 내륙수로 건설 등 친환경 토목사업에 970억 유로를 투자하고, 에너지효율 제고를 위한 주택개량 사업 등에 105억 유로, 에너지절약형 학교 및 병원 신·개축 등에 65억 유로를 투입하는 등 기존 건물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는 녹색건설 사업에 205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2008∼2011년 중 탄소저감기술 개발을 위해 10억 유로를 투입하고, 폐기물 감축정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녹색 뉴딜의 정책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2009년 1월 환경보호법안(National Engagement for the Environment)을 입안했다. 법안은 기후변화에의 대응, 에너지 효율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 6월 저탄소사회를 향한 대표적 비전인 ‘후쿠다 비전’을 선포하는 등 일찍부터 녹색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발전·송전, 교통 등의 분야에서 에너지효율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핵심기술을 제시했다. 그러나 화려한 비전 제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1월에도 아소 다로 총리가 “2015년까지 녹색산업 시장을 100조 엔 규모로 확대하고 관련 분야 일자리를 80만 개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 일본은 녹색산업 투자에 대한 무이자 융자 등을 통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친환경제품에 대한 구매장려 등을 통해서 신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8년 8월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했으며, 2009년 1월 녹색성장전략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한 ‘녹색 뉴딜사업’을 발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3.4%, 실업자 수가 75만7000명(전년동기 대비 2만3000명 증가)에 이르자 일자리 창출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치중하는 녹색 뉴딜로 방향을 선회했다. 녹색 뉴딜사업의 주력분야는 친환경 SOC, 저탄소·고효율 산업기술, 친환경·녹색생활 등으로 분류된다.
녹색 뉴딜사업을 통해 2009년부터 4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해 95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확충, 녹색 숲 가꾸기, 그린홈 및 그린스쿨 등 9개 핵심사업에 39조4000억원을 투자해 70만3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재해예방 및 훼손산림 복원, 재해위험지구 정비,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등 27개 연계사업에 10조7000억원을 투입해 25만3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녹색 뉴딜사업의 재정소요액 대부분이 친환경 토목 및 건설사업인 관계로 일자리 창출이 현장 위주의 노무직에 집중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9∼2012년간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는 총 95만6000명 중 친환경 토목 및 건설사업 관련 분야가 전체의 97.6%인 93만4000명이다. 2008년 12월 중 건설업의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5000명 감소했는데, 이는 全(전)산업의 3.8배에 달하며 1년 내내 감소세가 지속됐다.
한국은 50조원 투입, 95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
직업별로는 노무자의 신규 취업자 감소가 16만명으로 가장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반장 이하 노무자의 월 급여총액은 161만원(全 산업은 201만원)으로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다.
이처럼 녹색 뉴딜사업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중 상당수가 임시직 또는 일용직이기는 하나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 또한 이들이다. 별다른 기술이 없으므로 일자리가 없을 경우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사회복지 차원에서 또 다른 예산이 이들에게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녹색 뉴딜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잃고, 생활여건이 어려워진 저소득층에 신규 일자리를 공급함으로써 일종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 단순한 소득보조보다는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건설 및 토목 근로자의 경우 당장은 한시적 일자리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녹색산업의 성장에 따라 ‘그린 칼라’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반 존스는 저서 <그린 칼라 이코노미>에서 ‘그린 칼라’를 단순한 생산직 근로자가 아닌 보다 환경친화적이도록 업그레이드된 블루 칼라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전기기술자, 태양열 보일러 설치 배관공,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농민,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 노동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2009∼2012년간 녹색 뉴딜사업에 총 50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稅收(세수) 감소 등으로 인해 2009년 재정수지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재정은 세계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경기침체하에서 단기간 내에 수출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내외부적으로 비관적 전망이 대두되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약화되어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의 재정은 2000년 이후 통합재정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등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2008년 11월 현재 통합재정수지는 16조9000억원 흑자이며, 2007년 기준 경상GDP 대비 대외채무도 39.4%로 세계은행이 정한 輕(경)채무국(48∼80% 미만)에도 속하지 않을 정도이므로 녹색 뉴딜사업을 포함한 재정지출 규모도 재정악화를 초래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재정에 부담 없어
2009∼2010년 중 56조원(경상GDP의 6.2%)의 재정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는 여타 국가들에 비해 과도한 수준은 아니며, 현 상황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GDP의 약 6%, 일본은 약 15%, 중국은 약 6% 규모의 재정확대를 이미 계획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재정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금년 예산은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수립된 것이므로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세수 부족으로 재정건전성이 우려될 수도 있으나 경기가 회복될 경우 세수기반도 다시 확충되고 점진적으로 재정건전성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 상충적이며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은 상호보완적’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예를 들면 미래의 발전을 위해 무분별한 자원남용과 환경파괴를 억제하는 동시에 현 세대에 필요한 개발을 추구하자는 ‘지속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이 대표적이다. 브라질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1997년 6.1%에서 2006년 1.8%로 하락했음에도 2000∼2006년 중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환경을 도외시한 지속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스턴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 문제를 방치할 경우 2100년까지 세계 GDP의 약 5∼20%의 경제손실이 예상되어 1930년대 대공황의 재연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라고 한다.
특히 글로벌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으로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므로 자원고갈, 환경규제 강화 등이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녹색 뉴딜사업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유효수요’를 창출할 뿐 아니라 ‘잠재성장률’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며,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은 향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또 불황극복과 환경보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일관성을 갖고 기존 사업들을 녹색 뉴딜사업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 SOC 사업과 녹색산업을 녹색 뉴딜이라는 큰 우산 아래에 편입시켜서 추진할 경우 사업 간 시너지효과가 제고되고 재원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철도 등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친환경 SOC 투자를 녹색 뉴딜사업에 포함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도 신규사업뿐 아니라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과거에 계획됐던 사업들을 친환경적 관점에서 녹색 뉴딜사업으로 재편했다. 4대강 살리기, 고속전철 사업, 雨水(우수)유출시설·중소댐,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이 이미 추진하고 있던 대표적인 사업들이며, 4대강 살리기의 경우 2011년 완료를 목표로 2008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불황극복, 환경보존 두 마리 토끼가 목표
단기적인 경기부양 성격이 강한 녹색 뉴딜사업이 2009년 예산에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면 예산확보 문제로 사업추진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전제돼야 하므로 신규사업의 경우 본격적인 사업 추진까지는 다소의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09년 중 예정된 녹색 뉴딜사업의 재정소요액(4조3626억원) 중 4대강 살리기(4881억원), 녹색교통망 확충(1조8349억원) 및 우수유출시설·중소댐(1845억원) 사업 등 약 57%는 2009년 SOC 예산에 반영돼 있다.
불황극복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감안할 때, 정부가 추진하려는 녹색 뉴딜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녹색 뉴딜은 경제위기, 고용위기, 환경위기 등의 3重苦(중고)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며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즉, 현실적으로 녹색 뉴딜 이상으로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하기 어렵다.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저소득층의 生活苦(생활고)를 고려할 경우 친환경 SOC 사업은 불가피하며, 녹색 뉴딜사업이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2009년 예산에 이미 반영된 사업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자제하고 사업내용 개선 및 효과 극대화에 논의의 초점을 모아야 한다. 즉, 2009년 예산이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를 통과했으며, 관련 부처들이 이미 사업을 집행하고 있으므로 사업시행 여부에 대해 논쟁을 해 봐야 실익이 없다. 또 경기부양을 겨냥한 사업들은 지연될수록 정책효과가 반감되고, 비용만 확대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예산이 배정되어 있지 않거나 중장기적인 사업의 경우에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업의 시행 여부가 결정되거나 사업계획의 조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녹색 뉴딜사업에 대한 의문과 불신을 조기에 해소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저탄소 녹생성장, 한국형 뉴딜, 녹색 뉴딜, 신성장동력 등 각종 유사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담당자들은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녹색 뉴딜사업의 필요성을 전파할 필요가 있다.
과거 청계천 복원사업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사업에 반대하던 상인들을 4000번 이상 찾아가 “오히려 주변 상권이 살아난다”며 설득했던 것이 주효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녹색 뉴딜사업의 재정지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업별로 우선순위를 설정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녹색 뉴딜사업의 경우 여러 부처가 관련되어 있고, 실행단계에서는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재원 집행기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따라서 개별사업의 우선순위 설정과 지자체와의 협의 등 전체 프로세스를 총괄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범정부기구의 설립 또는 역할 재정립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국민과 의사소통이 중요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장기불황 시기에 12차례에 걸쳐 129조 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구사했으나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한 결과 정책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경제적 타당성은 따지지도 않은 채 도로, 공항, 항만 건설 등에 투자한 결과, “지방 도로에 곰과 다람쥐만 다닌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낭비적 투자가 만연했고, 결국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고 국가채무만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反面敎師(반면교사)로 삼아 즉각적인 고용창출 및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속도가 빠르고, 산업연관 효과가 큰 사업부터 우선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속도, 산업연관 효과, 인력확보 및 투자조정 용이성 등을 기준으로 총 9개 핵심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평가한 결과, ‘4대강 살리기’ ‘녹색 숲 가꾸기’ ‘녹색교통망 확충’ 등의 順(순)으로 분석됐다.
특히 ‘4대강 살리기’ ‘녹색 숲 가꾸기’ 등은 경기회복 시 투자조정이 용이해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관리에도 바람직한 유형으로 평가됐다. 개별 사업으로는 하천정비, 산림 조성 및 복원 등의 공공투자사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연관성이 높은 개별사업들을 패키지화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린홈, 그린스쿨 사업’, ‘녹색교통망’, ‘그린카 및 청정에너지’ 등의 개별사업들은 ‘녹색도시 건설’ 사업으로 패키지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건설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시범도시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기존의 도시를 녹색도시로 전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나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는 비교적 쉽게 추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