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틀린 예측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비관적으로 예측했는데 시장이 좋아지면 대부분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기왕 좋아졌는데 굳이 누가 비관적이었으며 누가 틀렸는지를 따지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崔聖煥
⊙ 1956년 대구 출생.
⊙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大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大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혹시 미네르바가 아니십니까?”
미네르바 신드롬이 한창이던 작년 11월 중순 모 방송사에서 필자에게 걸려온 전화의 내용이다. “50대 초반으로 해외근무 경험이 풍부하면서 현재 여의도에서 살거나 여의도에 근무처가 있는 사람으로 좁혀지고 있다”면서 내가 거기에 상당히 근접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경력을 은행 경력으로만 바꾸면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웃어넘기면서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이름을 감추고 목소리를 낼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상대방도 수긍하면서 하는 말이 “어쨌든 현재 제도권에 있는 전문가는 아닌 것 같기는 해도 미네르바가 워낙 해박한 지식에다 네트워크까지 좋은 것으로 봐서 종잡을 수가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지난 몇 개월 동안 누린 유명세와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네르바가 올린 글 한 줄에 대한민국 株價(주가)가 출렁이고 정부가 나서서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내야 했다. 일반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쉽게 구사하는 해박한 지식에다 예측능력까지 돋보이면서 ‘족집게 도사’로 이름을 날렸다. 어느 교수는 “뛰어난 국민들의 경제스승”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모 단체에서는 ‘올해의 10대 인물’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때 換率(환율)과 같은 일부 경제지표에 대한 미네르바의 분석과 예측은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예를 들어 작년 8월 29일에 쓴 글에서 미네르바는 9월 중순에 환율이 달러당 최대 1125원, 9월 하순에는 1180~1200원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특히 9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달러당 1207원을 기록했다.
10월 초에는 韓美(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300억 달러 이상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환율이 1400원을 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번에도 10월 23일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전해진 10월 30일에야 1200원대로 내려서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가 본 듯한 예측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네르바는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거나 ‘기획재정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환율예측에 힘을 받아서인지 미네르바는 9월 중순(당시 코스피지수 1400선)에는 주가가 더 내려갈 것이니 주식을 팔고 펀드를 환매하라고 권유했다. 10월 하순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900선이 무너지는 등 요동을 쳤다. 대다수 주식·펀드 투자자들의 원금이 반 토막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인기를 넘어 열광적인 찬사를 받을 만했다.
이 부분에서 필자의 경험을 한마디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필자는 ‘9월 위기설’이 한창이던 작년 9월 4일 KBS1 라디오의 <정관용의 열린 토론>에 출연했다. 당시 필자는 여러 가지 정황상 환율은 달러당 1200원선을 넘어서고 주가는 1200선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더블 1200’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출연자 4명 중 가장 비관적이었다. 방송을 들은 상당수 청취자들은 물론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원의 동료들도 너무 비관적인 예측이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필자는 같은 주장을 月刊朝鮮 작년 10월호에서도 이어갔다. 필자 말고도 제도권에서 필자와 비슷하거나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흘려듣거나 읽을 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은 게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무엇보다 정부는 물론 필자를 포함한 제도권 전문가들이 그간 신용을 크게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네르바의 허상 드러나다
2007년 10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을 때만 해도 2008년 코스피지수는 3000 이상 갈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환율의 경우 2008년에도 달러당 900원 초반대에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2008년 경제성장률은 4~5%대로 예측하고 2009년 성장률도 4% 안팎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들을 배신하고 정반대로 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장기주택담보대출)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충격 때문이라고 둘러대기로는 예측다운 예측이 되지 못했다. 대부분 컨센서스(consensus) 또는 눈치보기식 예측을 하다가 도매금으로 틀려버린 경우였다. 누리엘 루비니 또는 로버트 실러, 폴 크루그먼 교수처럼 자신의 명예를 걸고 향후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과감하게 내놓는 제도권 전문가가 우리나라에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경제 및 금융 상황은 외환위기를 넘어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당혹감과 허탈감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다.
이때 미네르바라는 얼굴 없는 논객이 등장, 시의적절하게 환율예측을 하면서 정확한 수준까지 언급했고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제도권 전문가들의 두루뭉술한 예측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의 예측은 나름대로 정교하고 정확했다. 게다가 미네르바는 청취자와 독자가 제한적인 정통 언론매체가 아닌 ‘아고라’라는 인터넷 매체를 택했다. 얼굴과 이름이 없는 미네르바가 필봉을 마음대로 휘두르기에 적격인 마당이었다. 예측에 대한 책임은 물론 소속 기관과 자신의 이름에 대한 신뢰와 명예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이런 와중이던 지난 1월 초 검찰이 미네르바를 체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작년 12월 29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대정부 긴급공문 발송’이라는 제목으로 “정부가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을 올렸다는 혐의였다.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내도록 만든 글이었다.
미네르바의 족집게 같은 예측에 놀라워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그의 신상에 놀랐다. 허탈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50대 초·중반의 해외 경험이 풍부한 증권맨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전문대를 졸업한 30세의 無職者(무직자)로 경제나 경영 쪽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금융업계에 종사한 경험도 없는 사람이었다. 獨學(독학)으로 공부했고 최근 1년 동안의 글 500건 정도를 모두 스스로 써서 올렸다는 것이 본인의 해명이었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서 하는 것”
1년 동안 길든 짧든 500여 건의 글을 올리고 그중 상당수는 전문가 뺨치는 정도의 수준 높은 글이었다는 자체가 놀랄 만한 일이다. 물론 미네르바가 올린 글 중에는 논리가 맞지 않거나 통계나 근거가 없이 비약하는 등 한 사람이 쓴 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수사가 계속되면 미네르바의 본인 여부는 물론 과연 몇 명이 글을 썼는지도 다 밝혀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학력과 경력 또는 나이가 아니다. 전공이 아니어도, 경력이 없어도, 나이가 어려도 전공자나 有(유)경험자 또는 나이가 든 사람보다 훨씬 더 박식하고 유능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인터넷의 한 논객에게 쏟아진 관심과 찬사가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나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여윳돈을 주식이나 펀드에 넣어놓은 상황에서 경제와 주가가 출렁이면 투자자와 일반국민들이 미네르바와 같은 족집게 도사에게 관심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 문화와 우리나라 특유의 쏠림 현상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라는 불확실성과 만나 미네르바 신드롬을 만들어낼 만한 여건이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짧은 기간 동안 수백 번을 쏜 화살에 대여섯 번 맞아떨어진 격이었지만, 그 맞힌 화살들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맞히지 못한 화살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11월 중순 미네르바는 얼굴도 이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회의 名士(명사)로 떠올랐다. 일부 정통 언론매체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면서 미네르바의 인기는 연일 上終價(상종가)를 쳤다. 적어도 事前(사전)에 최소한의 신원은 파악을 하고 글도 어느 정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솔직히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미네르바의 글을 한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경제예측을 오랫동안 담당해 온 사람으로서 어쩌다 두서너 번 맞은 예측을 놓고 가타부타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측을 하다 보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예측자가 하는 일은 가급적 예측을 맞는 쪽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틀리는 경우가 더 많아 오죽하면 “예측은 틀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잘못된 미네르바의 예언들
증권전문가나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예측과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맞느냐 틀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 예측과 전망을 내놓는 그 자체가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직업과는 달리 최악의 경우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직장과 때로는 목숨까지도 거는 각오로 경제를 전망하고 또 주가와 환율 등을 예측할 것이다. 따라서 예측의 범위를 가능한 한 넓게 가져가는 동시에 예측 주기도 가능한 한 띄엄띄엄 가져가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쯤에서 미네르바의 대표적인 예언(?) 몇 가지를 도마에 올려보자. 여기서 미네르바의 틀린 예측 두어 가지를 놓고 그를 도매금으로 매도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지나고 난 다음에서야 예측이 틀렸다고 비판하는 것 또한 올바른 행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미네르바가 한두 가지 통계치나 지표의 인용을 잘못했다거나 왜곡시켰다는 점을 부각시키거나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의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과연 설득력 있는 판단과 예측을 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을 짚어 보고자 한다.
미네르바가 絶筆(절필)을 선언한 후 모 월간지 12월호에 장문의 원고를 기고한 시기는 작년 11월 중순이었다. 미네르바는 기고에서 작년 연말까지 ‘주가 500, 부동산 반 토막’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극단적인 주장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정통 언론매체들이 화제로 다루면서 이번에는 전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황우석 사태 이후 개인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될 정도였다. 미네르바는 다만 환율에 대해서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환율이 올라갈 것(원화 가치 하락)이라고만 예측했다. ‘노란 토끼’(일본 엔캐리 트레이드 자본의 환투기 세력)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도 관련 통계나 배경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작년 말은 물론 새해 들어 주가(코스피지수)는 1200선을 오르내리고 있어서 틀려도 이만저만 틀린 것이 아니다. 부동산의 경우 高點(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난 곳은 있지만 작년 연말 한두 달 사이에 반 토막이 난 것은 아니다.
물론 미네르바의 주장대로 2010년까지 부동산 불황이 이어지면서 현재 수준에서 반 토막이 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지금 당장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환율 또한 예측 당시인 작년 11월 중순의 달러당 1400원대에서 최근에는 1300원 안팎으로 낮아진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작년 연말 외환당국이 환율하락을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기고문에서 미네르바는 ‘最惡(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서도 물가상승세가 이어지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原油(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에서는 경기침체도 급속히 진행되면서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을 동반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11월(또는 12월) 현재 미국·일본·유로지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대 또는 그 아래로 급락했고,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대에서 2.4%까지 떨어졌다.
“末世가 다가온다”면서 동굴로 들어가자는 식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원자재 가격에다 환율변수까지 감안해야 하겠지만 작년 7월 전년 동월 대비 5.9%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대로 안정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는 2% 중·후반대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디플레이션으로 반전되고 있는 국면에서도 미네르바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는 주장(최초 주장은 작년 7월)을 이어갔다.
심지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활수칙 여섯 가지를 내놓았다. 家長(가장)의 실직에 대비해 최소 6개월치 봉급 정도의 비상금을 준비하고, 물가상승에 대비해 향후 3개월 정도 쓸 만큼의 생필품을 준비하라는 등이다. 지나친 과장일지 모르지만 “末世(말세)가 다가온다”면서 동굴로 들어가자는 식이다.
적어도 이 같은 미네르바의 주장을 믿고 6개월치의 비상금과 3개월치의 생필품을 준비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미네르바에게 찬사를 보내고 환호하던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는 침묵하고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은 하나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네르바의 극단적인 예측이 빗나가면서 일각에서는 “고장 난 시계도 맞을 때가 있다”면서 미네르바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고라에서나 일반 사람들이 미네르바의 틀린 예측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비관적으로 예측했는데 시장이 좋아지면 대부분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기왕 좋아졌는데 굳이 누가 비관적이었으며 누가 틀렸는지를 따지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미네르바와 반대로 간다면 미네르바 신드롬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미네르바의 신원이 확실히 밝혀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제도권의 전문가라면 주가 500, 부동산 반 토막과 같은 극단적인 예측에 자신의 직장과 명예를 걸 사람이 있을까.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작년 말 ‘2008년 최악의 예측 10選(선)’을 선정했다. 경제 및 금융 분야가 4개였는데 그중 하나가 골드만삭스의 油價(유가) 예측이었다. 서부텍사스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30달러를 향하고 있던 작년 5월 초 골드만삭스는 “향후 6개월에서 24개월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7월에 147달러까지 급등할 때까지만 해도 이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듯했지만 이후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최근에는 30~4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原油 투자가 많은 골드만삭스가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적잖은 이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있지만 한번 잃은 명예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성싶다. 아마 황당하게 틀린 경제예측의 대표적인 예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장 난 시계를 가지고는 경쟁할 수 없는 게 제도권 전문가들의 세계다. 멈춘 시계가 하루에 두 번 맞는다고 그 시계만 붙잡고 애지중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다 한두 번 맞는 예측을 가지고 밥벌이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얼굴도 이름도 없이 인터넷 IP주소 하나 달랑 가지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놓는 예측에 투자자들이나 일반국민들이 솔깃해 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통 언론매체까지 끼어들어 얼굴도 이름도 없는 글을 싣고, 얼굴도 이름도 없는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지면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스스로 품위와 가치를 손상하는 일이다. 미네르바가 갈 길과 제도권 전문가가 갈 길이 다르듯이 정통 언론과 인터넷 매체가 갈 길도 다른 것이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
미네르바 신드롬이 한창이던 작년 11월 중순 모 방송사에서 필자에게 걸려온 전화의 내용이다. “50대 초반으로 해외근무 경험이 풍부하면서 현재 여의도에서 살거나 여의도에 근무처가 있는 사람으로 좁혀지고 있다”면서 내가 거기에 상당히 근접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경력을 은행 경력으로만 바꾸면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웃어넘기면서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이름을 감추고 목소리를 낼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상대방도 수긍하면서 하는 말이 “어쨌든 현재 제도권에 있는 전문가는 아닌 것 같기는 해도 미네르바가 워낙 해박한 지식에다 네트워크까지 좋은 것으로 봐서 종잡을 수가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지난 몇 개월 동안 누린 유명세와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네르바가 올린 글 한 줄에 대한민국 株價(주가)가 출렁이고 정부가 나서서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내야 했다. 일반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쉽게 구사하는 해박한 지식에다 예측능력까지 돋보이면서 ‘족집게 도사’로 이름을 날렸다. 어느 교수는 “뛰어난 국민들의 경제스승”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모 단체에서는 ‘올해의 10대 인물’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때 換率(환율)과 같은 일부 경제지표에 대한 미네르바의 분석과 예측은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예를 들어 작년 8월 29일에 쓴 글에서 미네르바는 9월 중순에 환율이 달러당 최대 1125원, 9월 하순에는 1180~1200원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특히 9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달러당 1207원을 기록했다.
10월 초에는 韓美(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300억 달러 이상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환율이 1400원을 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번에도 10월 23일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전해진 10월 30일에야 1200원대로 내려서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가 본 듯한 예측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네르바는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거나 ‘기획재정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환율예측에 힘을 받아서인지 미네르바는 9월 중순(당시 코스피지수 1400선)에는 주가가 더 내려갈 것이니 주식을 팔고 펀드를 환매하라고 권유했다. 10월 하순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900선이 무너지는 등 요동을 쳤다. 대다수 주식·펀드 투자자들의 원금이 반 토막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인기를 넘어 열광적인 찬사를 받을 만했다.
이 부분에서 필자의 경험을 한마디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필자는 ‘9월 위기설’이 한창이던 작년 9월 4일 KBS1 라디오의 <정관용의 열린 토론>에 출연했다. 당시 필자는 여러 가지 정황상 환율은 달러당 1200원선을 넘어서고 주가는 1200선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더블 1200’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출연자 4명 중 가장 비관적이었다. 방송을 들은 상당수 청취자들은 물론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원의 동료들도 너무 비관적인 예측이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필자는 같은 주장을 月刊朝鮮 작년 10월호에서도 이어갔다. 필자 말고도 제도권에서 필자와 비슷하거나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흘려듣거나 읽을 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은 게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무엇보다 정부는 물론 필자를 포함한 제도권 전문가들이 그간 신용을 크게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네르바의 허상 드러나다
2007년 10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을 때만 해도 2008년 코스피지수는 3000 이상 갈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환율의 경우 2008년에도 달러당 900원 초반대에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2008년 경제성장률은 4~5%대로 예측하고 2009년 성장률도 4% 안팎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들을 배신하고 정반대로 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장기주택담보대출)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충격 때문이라고 둘러대기로는 예측다운 예측이 되지 못했다. 대부분 컨센서스(consensus) 또는 눈치보기식 예측을 하다가 도매금으로 틀려버린 경우였다. 누리엘 루비니 또는 로버트 실러, 폴 크루그먼 교수처럼 자신의 명예를 걸고 향후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과감하게 내놓는 제도권 전문가가 우리나라에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경제 및 금융 상황은 외환위기를 넘어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당혹감과 허탈감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다.
이때 미네르바라는 얼굴 없는 논객이 등장, 시의적절하게 환율예측을 하면서 정확한 수준까지 언급했고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제도권 전문가들의 두루뭉술한 예측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의 예측은 나름대로 정교하고 정확했다. 게다가 미네르바는 청취자와 독자가 제한적인 정통 언론매체가 아닌 ‘아고라’라는 인터넷 매체를 택했다. 얼굴과 이름이 없는 미네르바가 필봉을 마음대로 휘두르기에 적격인 마당이었다. 예측에 대한 책임은 물론 소속 기관과 자신의 이름에 대한 신뢰와 명예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이런 와중이던 지난 1월 초 검찰이 미네르바를 체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작년 12월 29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대정부 긴급공문 발송’이라는 제목으로 “정부가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을 올렸다는 혐의였다.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내도록 만든 글이었다.
미네르바의 족집게 같은 예측에 놀라워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그의 신상에 놀랐다. 허탈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50대 초·중반의 해외 경험이 풍부한 증권맨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전문대를 졸업한 30세의 無職者(무직자)로 경제나 경영 쪽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금융업계에 종사한 경험도 없는 사람이었다. 獨學(독학)으로 공부했고 최근 1년 동안의 글 500건 정도를 모두 스스로 써서 올렸다는 것이 본인의 해명이었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서 하는 것”
1년 동안 길든 짧든 500여 건의 글을 올리고 그중 상당수는 전문가 뺨치는 정도의 수준 높은 글이었다는 자체가 놀랄 만한 일이다. 물론 미네르바가 올린 글 중에는 논리가 맞지 않거나 통계나 근거가 없이 비약하는 등 한 사람이 쓴 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수사가 계속되면 미네르바의 본인 여부는 물론 과연 몇 명이 글을 썼는지도 다 밝혀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학력과 경력 또는 나이가 아니다. 전공이 아니어도, 경력이 없어도, 나이가 어려도 전공자나 有(유)경험자 또는 나이가 든 사람보다 훨씬 더 박식하고 유능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인터넷의 한 논객에게 쏟아진 관심과 찬사가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나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여윳돈을 주식이나 펀드에 넣어놓은 상황에서 경제와 주가가 출렁이면 투자자와 일반국민들이 미네르바와 같은 족집게 도사에게 관심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 문화와 우리나라 특유의 쏠림 현상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라는 불확실성과 만나 미네르바 신드롬을 만들어낼 만한 여건이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짧은 기간 동안 수백 번을 쏜 화살에 대여섯 번 맞아떨어진 격이었지만, 그 맞힌 화살들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맞히지 못한 화살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11월 중순 미네르바는 얼굴도 이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회의 名士(명사)로 떠올랐다. 일부 정통 언론매체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면서 미네르바의 인기는 연일 上終價(상종가)를 쳤다. 적어도 事前(사전)에 최소한의 신원은 파악을 하고 글도 어느 정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솔직히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미네르바의 글을 한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경제예측을 오랫동안 담당해 온 사람으로서 어쩌다 두서너 번 맞은 예측을 놓고 가타부타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측을 하다 보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예측자가 하는 일은 가급적 예측을 맞는 쪽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틀리는 경우가 더 많아 오죽하면 “예측은 틀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잘못된 미네르바의 예언들
증권전문가나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예측과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맞느냐 틀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 예측과 전망을 내놓는 그 자체가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직업과는 달리 최악의 경우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직장과 때로는 목숨까지도 거는 각오로 경제를 전망하고 또 주가와 환율 등을 예측할 것이다. 따라서 예측의 범위를 가능한 한 넓게 가져가는 동시에 예측 주기도 가능한 한 띄엄띄엄 가져가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쯤에서 미네르바의 대표적인 예언(?) 몇 가지를 도마에 올려보자. 여기서 미네르바의 틀린 예측 두어 가지를 놓고 그를 도매금으로 매도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지나고 난 다음에서야 예측이 틀렸다고 비판하는 것 또한 올바른 행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미네르바가 한두 가지 통계치나 지표의 인용을 잘못했다거나 왜곡시켰다는 점을 부각시키거나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의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과연 설득력 있는 판단과 예측을 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을 짚어 보고자 한다.
미네르바가 絶筆(절필)을 선언한 후 모 월간지 12월호에 장문의 원고를 기고한 시기는 작년 11월 중순이었다. 미네르바는 기고에서 작년 연말까지 ‘주가 500, 부동산 반 토막’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극단적인 주장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정통 언론매체들이 화제로 다루면서 이번에는 전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황우석 사태 이후 개인의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될 정도였다. 미네르바는 다만 환율에 대해서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환율이 올라갈 것(원화 가치 하락)이라고만 예측했다. ‘노란 토끼’(일본 엔캐리 트레이드 자본의 환투기 세력)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도 관련 통계나 배경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작년 말은 물론 새해 들어 주가(코스피지수)는 1200선을 오르내리고 있어서 틀려도 이만저만 틀린 것이 아니다. 부동산의 경우 高點(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난 곳은 있지만 작년 연말 한두 달 사이에 반 토막이 난 것은 아니다.
물론 미네르바의 주장대로 2010년까지 부동산 불황이 이어지면서 현재 수준에서 반 토막이 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지금 당장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환율 또한 예측 당시인 작년 11월 중순의 달러당 1400원대에서 최근에는 1300원 안팎으로 낮아진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작년 연말 외환당국이 환율하락을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기고문에서 미네르바는 ‘最惡(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서도 물가상승세가 이어지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原油(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에서는 경기침체도 급속히 진행되면서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을 동반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11월(또는 12월) 현재 미국·일본·유로지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대 또는 그 아래로 급락했고,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대에서 2.4%까지 떨어졌다.
“末世가 다가온다”면서 동굴로 들어가자는 식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원자재 가격에다 환율변수까지 감안해야 하겠지만 작년 7월 전년 동월 대비 5.9%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대로 안정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는 2% 중·후반대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디플레이션으로 반전되고 있는 국면에서도 미네르바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는 주장(최초 주장은 작년 7월)을 이어갔다.
심지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활수칙 여섯 가지를 내놓았다. 家長(가장)의 실직에 대비해 최소 6개월치 봉급 정도의 비상금을 준비하고, 물가상승에 대비해 향후 3개월 정도 쓸 만큼의 생필품을 준비하라는 등이다. 지나친 과장일지 모르지만 “末世(말세)가 다가온다”면서 동굴로 들어가자는 식이다.
적어도 이 같은 미네르바의 주장을 믿고 6개월치의 비상금과 3개월치의 생필품을 준비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미네르바에게 찬사를 보내고 환호하던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는 침묵하고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은 하나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네르바의 극단적인 예측이 빗나가면서 일각에서는 “고장 난 시계도 맞을 때가 있다”면서 미네르바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고라에서나 일반 사람들이 미네르바의 틀린 예측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비관적으로 예측했는데 시장이 좋아지면 대부분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기왕 좋아졌는데 굳이 누가 비관적이었으며 누가 틀렸는지를 따지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미네르바와 반대로 간다면 미네르바 신드롬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미네르바의 신원이 확실히 밝혀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제도권의 전문가라면 주가 500, 부동산 반 토막과 같은 극단적인 예측에 자신의 직장과 명예를 걸 사람이 있을까.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작년 말 ‘2008년 최악의 예측 10選(선)’을 선정했다. 경제 및 금융 분야가 4개였는데 그중 하나가 골드만삭스의 油價(유가) 예측이었다. 서부텍사스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30달러를 향하고 있던 작년 5월 초 골드만삭스는 “향후 6개월에서 24개월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7월에 147달러까지 급등할 때까지만 해도 이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듯했지만 이후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최근에는 30~4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原油 투자가 많은 골드만삭스가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적잖은 이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있지만 한번 잃은 명예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성싶다. 아마 황당하게 틀린 경제예측의 대표적인 예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장 난 시계를 가지고는 경쟁할 수 없는 게 제도권 전문가들의 세계다. 멈춘 시계가 하루에 두 번 맞는다고 그 시계만 붙잡고 애지중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다 한두 번 맞는 예측을 가지고 밥벌이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얼굴도 이름도 없이 인터넷 IP주소 하나 달랑 가지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놓는 예측에 투자자들이나 일반국민들이 솔깃해 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통 언론매체까지 끼어들어 얼굴도 이름도 없는 글을 싣고, 얼굴도 이름도 없는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면서 지면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스스로 품위와 가치를 손상하는 일이다. 미네르바가 갈 길과 제도권 전문가가 갈 길이 다르듯이 정통 언론과 인터넷 매체가 갈 길도 다른 것이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