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힘 내 오세훈에 대한 지지는 김문수보다는 홍준표나 한동훈 쪽으로 흘러갈 것”(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 2017년 대선, 보수 분열의 5자 구도 속에서 문재인 후보 승리… 범보수 후보들 득표율이 범진보 후보들 득표율 앞서
⊙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비호감도 46%로 호감도보다 낮아… 이재명 비호감도는 62%
⊙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 높으면 후보 단일화와 같은 돌발 변수에 취약
⊙ 노무현, ‘호남 정당+영남 후보’로 승리… 한덕수, ‘영남 정당+호남 후보’ 구도 만들 수 있어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배재대 석좌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2017년 대선, 보수 분열의 5자 구도 속에서 문재인 후보 승리… 범보수 후보들 득표율이 범진보 후보들 득표율 앞서
⊙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비호감도 46%로 호감도보다 낮아… 이재명 비호감도는 62%
⊙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 높으면 후보 단일화와 같은 돌발 변수에 취약
⊙ 노무현, ‘호남 정당+영남 후보’로 승리… 한덕수, ‘영남 정당+호남 후보’ 구도 만들 수 있어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배재대 석좌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면서 6·3 대선(大選)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이번 6·3 대선은 ‘이재명 대(對) 반(反)이재명’의 구도로 치러진다. ‘이재명이냐, 아니냐’라는 단순 구도로 이재명에 대한 ‘찬반 투표’의 성격을 갖는다.
조기(早期) 대선 초반 판세는 탄핵 책임론에 직면한 국민의힘에 불리한 국면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힘은 대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 시작은 역동성 있는 대선 경선을 통해 국민의 관심과 흥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선 불참 발표로 국민적 관심을 끌고 중도·온건 보수로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과연 국힘이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에 맞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노풍(盧風)을 일으켜 승리했던 것을 재현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5월 3일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지난 4월 1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두 차례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대선 후보를 각각 4명과 2명으로 추린 뒤 5월 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1차 컷오프(4월 22일)는 100% 일반 여론조사로, 2차 컷오프(4월 29일)와 최종 경선(5월 3일)에선 각각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다. 다만, 4인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2인 경선 없이 후보가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 모두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만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지지하지 않거나 다른 정당이지만 이재명 후보가 싫다는 국민들이 있다”면서 “본선에서 이런 국민들 마음을 다 얻어야 하는데 역선택 방지라는 것은 이들을 아예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반발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할 경우, 당심(黨心)에서 앞서는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힘 경선은 몇 가지 변수(變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오세훈 불출마 수혜는 누구?
첫째, 오세훈 변수다. 유력 대권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12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면서 전격 불출마 선언을 했다.
오 시장의 지지층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국민의힘 경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대선 경선에선 처음으로 최종 2명의 결선 투표 제도를 도입한 국민의힘의 ‘경선 룰’을 고려하면 최종 후보로 유력했던 오 시장의 불출마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저의 비전과 함께해 주시는 후보는 마음을 다해 도와서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진 않았지만 향후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예고한 셈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오 시장이 던진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화두(話頭)를 국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면서 “오 시장과 함께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꿈을 이루어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오 시장이 강조한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은 자신이 출마 선언에서 언급한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 그리고 당대표 시절부터 일관해 온 ‘격차해소’와 같다”고 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소명 의식에 적극 동의한다”며 “당의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 시장의 불출마에 따른 수혜는 누가 볼 것인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내 지지도, 중도 확장성 등을 고려할 때 오세훈 시장에 대한 지지는 김문수 전 장관보다는 홍준표 전 시장이나 한동훈 전 대표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여하튼 오 시장이 어느 후보를 돕는가에 따라 향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국힘 경선에 윤심이 스며들 가능성
둘째, 윤석열 변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재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4월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2017년 파면 후 관저에 칩거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다. 윤석열 강성 지지층이 ‘윤 어게인’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국힘 경선에 윤심이 스며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NBS 4월 2주 조사(7~9일)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계속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16%였다. 무당층에선 그 비율이 7%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가 주는 함의는 대통령이 탄핵당한 마당에 윤 전 대통령의 입김이 많이 들어갈수록,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일수록 경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당원들, 고비마다 전략적 선택
셋째,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출됐다. 오 후보가 41.6%의 득표율로 나경원 후보(36.3%)를 눌렀다. 오 후보는 예비 경선에서는 나경원 후보에 뒤져 2위를 기록했지만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본 경선에서는 나 후보가 여성 가산점 10%를 받았음에도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했다. 보수층 등 국민의힘 지지층이 중도로의 외연 확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전략 투표에 나섰던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반윤(反尹) 한동훈 대표가 63%의 득표로 윤 대통령이 미는 원희룡 후보(18.9%)를 큰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민심’ ‘당심’ 비율을 지금 룰(rule) 대로 적용했는데, 한 전 대표가 큰 득표로 당선됐다.
이런 사례들은 국힘 지지층이 누가 국힘을 변화시키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를 두고 전략적으로 선택을 한 결과다. 이번 국힘 경선에서도 탄핵 찬반, 친윤과 반윤을 넘어 누가 이재명 대표에 맞서 승리할 수 있을지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 이뤄질 것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4월 13일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제3지대’ 혹은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 확장성을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선 불참으로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당 안팎에선 ‘한덕수 차출론’이 연일 제기되면서 자칫 국민의힘 경선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세훈·유승민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으로 결국 당내 경선은 주로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주도할 것 같다. 결선에 오를 최종 2인으로 김문수(탄핵 반대) 대 한동훈(탄핵 찬성), 홍준표 대 한동훈, 김문수 대 홍준표로 전망된다.
‘어대명’?
민주당에서는 이제 대선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 판결, 이 전 대표 대선 지지율 압도적 1위, 정권 교체론이 절반 이상, 어대명 분위기 확산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로 대세론을 형성하며 여유 있게 승리한 ‘어게인 2017’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KBS·한국리서치 조사(4월 8~10일)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기존 야권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51%,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존 여권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36%로 정권 교체론이 절반을 넘었다.
한국갤럽 4월 2주 조사(8~10일·자유응답)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이재명 전 대표가 37%로 김문수 전 장관(9%), 홍준표 전 대구시장(5%), 한동훈 전 대표(4%)를 압도했다.
대선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독주 체제가 뚜렷했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4월 7~8일)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모두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가상 대결에서 이 전 대표는 50%, 홍 전 시장은 38%로 12%포인트 차이였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설 경우, 각각 53%와 35%로 18%포인트 차이였다. 이 전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각각 52%와 32%로 20%포인트 차이였다.
중도층을 대상으로 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는 강세였다. 이재명(54%) 대 홍준표(32%), 이재명(56%) 대 한동훈(29%), 이재명(58%) 대 김문수(28%) 격차는 모두 20%포인트 이상이었다.
이처럼 탄핵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우세가 두드러졌지만 향후 정치 상황 및 여론 추이에 따라 판세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2017년 조기 대선 상황과 2025년 상황을 비교 분석하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선거 구도다.
지난 2017년 당시엔 국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후 여권은 분열되었다. 새누리당에서 탄핵 찬성파가 탈당해 바른 정당을 창당했다. 당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원내 제3정당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2017년 대선은 5자 구도로 치러졌다.
선명한 이재명 대 反이재명 구도가 구축되면
하지만 현 상황은 범진보와 범보수가 총결집해 양자(兩者)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선에서 양자 대결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통상 ‘52 대 48’ 또는 ‘51 대 49’로 귀결된다. 2012년 대선에서 범진보 문재인 후보가 48%, 범보수 박근혜 후보가 51.6%를 득표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보수 분열의 5자 구도 속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지만, 범보수 후보들의 득표율은 52.2%(홍준표 24%+안철수 21.4%+유승민 6.8%)로 범진보 후보들의 득표율 47.6%(문재인 41.4%+심상정 6.2%)보다 앞섰다. 현재 여론조사상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지만 국힘이 경선 흥행에 성공하고, 선명한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가 구축되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수 있다.
둘째, 정당 지지도다.
2017년 3월 10일 헌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 한국갤럽(3월 14~16일)이 실시한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야당인 민주당 지지도는 46%로 구여권인 자유한국당(12%)을 압도했다.
2025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서 탄핵된 후 NBS(4월 7~9일)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4%, 국민의힘은 33%로 별로 차이가 없었다.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잘된 판결이다’가 64%, ‘잘못된 판결이다’가 28%인데도 국힘 지지도가 민주당과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 세력의 결집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NBS 조사에서 올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질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37%,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32%로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비록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국힘은 탄핵당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여하튼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가 아닌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반전의 기회를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정책보다 후보 이미지가 중요
셋째, 야권 유력 후보의 호감도다. 대선에서 통상 유권자들은 정당, 정책, 후보를 보고 투표한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선거 연구에 따르면, 최근 선거에선 정당과 정책보다 후보 이미지가 유권자의 투표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한국갤럽 4월 1주 조사에 따르면, 야당 유력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에 대해 ‘호감이 간다’(48%)는 비율이 ‘호감이 가지 않는다’(46%)보다 높았다. 특히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윙 보터인 20대(60%)와 30대(68%)에서 문 후보 호감도는 60%를 넘었다.
반면, NBS 4월 2주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전 대표의 경우,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35%,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62%로 나타났다. 20대에서 호감 대 비호감 비율은 22% 대 75%, 30대에선 30% 대 65%였다.
유력 대권 후보임에도 이재명 전 대표의 비호감도는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 그 단서는 한국갤럽의 2022년 대선 사후 조사(3월 10일)에 잘 나타나 있다. 이재명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신뢰성 부족/거짓말’(19%), ‘도덕성 부족’(11%), ‘대장동 사건’, ‘부정부패’, ‘정권 교체’, ‘전과/범죄자’, ‘가족관계/개인사’(이상 6%) 등을 지적했다. 지난 대선 이후 형성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비호감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높은데 이재명 전 대표 적합도는 30%대에 고착화되어 있는 이유도 비호감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심리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렇게 후보자의 비호감도가 높으면 몇 가지 예기치 않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비호감도가 높으면 선거 기간 중 지지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비호감도가 낮은 후보가 등장할 경우, 그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후보 단일화와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는 이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호감도는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으로 30%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로 노 후보의 호감도가 급상승하자 이 후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한편,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으면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신뢰도 또한 떨어질 수 있다.
민주당, 2017년에는 3자 경선
넷째, 대선 후보 경선에서의 차이다. 2017년 민주당은 국민선거인단을 모집해 대선 경선을 치렀다. 그래서 대선 경선 슬로건도 ‘내 손으로 정권 교체’였다. 국민선거인단에 200만 명이 모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나와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3자 대결 구도 속에서 문재인 후보(57.0%)가 안희정(21.5%), 이재명(21.2%)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투표율이 76.6%로 큰 열기 속에서 경선이 치러졌다.
최근 민주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는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내용으로 경선 룰을 결정했다. 당원은 12개월 전에 가입해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하고, 여론조사는 안심번호를 통해 각 50만 명씩 두 차례 진행한다. 민주당은 4월 19일부터 2주간 4개 권역 순회 경선을 한 후 4월 27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민주당의 ‘어대명’식 대선 경선 방식은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의 감동이나 드라마가 있을 수 없다. 국민들의 관심과 흥행을 이끌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반면, 국힘 경선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경선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흥행을 일으킬 수 있다. 조기 대선 초반의 국민 관심은 누가 후보로 선출될지 예측이 힘든 국민의힘에 집중될 것이다. 이것이 대선의 1차 변곡점(變曲點)이 될 수 있다. 2017년과 2025년 선거 환경의 이런 구조적인 차이 때문에 ‘이재명 대세론’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
무당층, 이재명에게 호의적이지 않아
이 밖에 이재명 대표는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무엇보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 무당층은 이 전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통상 한국 선거에서 당락은 중도층과 무당층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 4월 8~9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 정당 없음·모름’이라고 밝힌 무당층의 비율은 18%였다. 그런데 무당층 대결에선 이재명(27%) 대 홍준표(33%), 홍 시장이 6%포인트 앞섰다. 이재명(29%) 대 한동훈(30%), 이재명(29%) 대 김문수(28%) 조사에서 무당층 지지율은 엇비슷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샤이 보수층’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말 바꾸기에 대한 불신도 해소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월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성남시장 시절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도 프레임에 속지 말아요.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 안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었다.
이재명 전 대표가 4월 11일 비전 발표에서 “국가의 부(富)는 기업이 창출한다. 국가 간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쟁은 기업이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상법개정안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법안 통과에 몰두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4월 14일 “인공지능(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고 AI 세계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반대했다.
그의 이런 행태는 “이재명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향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결정적인 변수는 ‘한덕수 카드’와 ‘반(反)이재명 빅텐트’ 성사 여부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덕수 추대론’ ‘한덕수 출마설’이 확산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 은 주변에 “대선의 디귿(ㄷ) 자도 꺼내지 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여권 내에서는 한 대행 출마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한덕수 대행은 직접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대선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파면 닷새 만에 대선 불출마 입장을 명확히 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여전히 살아 있는 ‘한덕수 카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월 15일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적인 출마설 언급은 경선 흥행은 물론 권한대행으로서의 중요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덕수 권한대행도 4월 14일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카드’는 여전히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그 이유는 한덕수 대행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장점 때문이다.
첫째, 새로움(new)에 대한 선점이다. 선거에서 ‘새로움’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희망을 제시하며, 정치적 지형을 흔들고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다. 유권자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이미지는 이러한 열망에 부응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또한 새로운 이미지는 후보자 또는 정당의 독창성을 강조하고, 유권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새로움 이미지는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둘째, 국민 통합 이미지다.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고르게 중용됐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 2002년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국민 참여 광주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1위를 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노 후보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영남 보수정당에서 전북 출신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면 노풍 이상의 돌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셋째,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추고 있다. 미국발 상호관세 부과 및 미중 패권전쟁 대응 등 산적한 경제·외교 현안을 타개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4월 2주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한덕수 대행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은 ‘잘할 것’ 56%, ‘잘못할 것’ 37%로 나타났다. 새 정부는 인수위 없이 대선이 끝나면 바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한 대행의 풍부한 국정 경험은 착오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넷째,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본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갤럽 4월 2주 조사(8~10일)에서, 여러 현안 중에서 차기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2개까지 자유응답)로 절반가량이 ‘경제 회복/활성화’(48%)를 택했다. ‘국민 통합/갈등 해소’(13%), ‘민생 문제 해결/생활 안정’(9%)이 뒤를 이었다. 경제와 통상 전문가인 한 대행이 다른 후보에 비해 이런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경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한마디로 ‘경제와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 한 대행의 큰 자산이다.
한덕수 대행이 갖고 있는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한 대행이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주요 경선 후보들의 ‘한덕수 출마론’에 대해 갖는 비판적 시각이다. 김문수 전 장관은 “한 대행은 반듯한 공직자”라며 “한덕수 대행이 출마하면 국민들이 의아해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시장은 “탄핵된 정권의 총리이자 대선 관리자의 출마는 상식에 반한다”고 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한덕수 띄우기는 해당 행위”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능력이 출중하나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건 잘못된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당내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한덕수 총리가 온다면 또 용병론이 나올 것이고 국민들은 국민의힘은 후보를 낼 그런 능력이 없는 정당이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한덕수 차출론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발언들은 한 대행 출마설에 자칫 경선이 뒷전으로 밀릴 거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빅텐트’ 가능할까
이재명 대표가 입법권력에 이어 행정권력까지 갖게 되면 무슨 짓이든 맘대로 저지를 거라는 포비아(공포)가 굉장히 강하게 퍼져 있다. 이재명 대표의 “권력은 잔인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과거 발언은 이 대표 집권 이후 보복 정치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 ‘반(反)이재명’을 기치로 중도·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성 여부가 선거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핵심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빅텐트란 정치적으로 노선이 다양한 세력이 연대해 단일 후보를 내는 전략을 말한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장외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민주당 비명계 김부겸 전 총리,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새미래민주당의 이낙연 전 총리 등이 모여 단일 후보를 내면 빅텐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분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전 대표 집권에 반대하는 다양한 정치 세력을 최대한 규합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는 배경에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민주당)·정몽준(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사례가 자리 잡고 있다.
‘반이재명 빅텐트’를 성사시킬 수 있는 핵심 동인(動因)은 개헌이다. 현재 5년인 대통령 임기를 3년만 하고 개헌을 통해 2028년에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임기 단축 개헌론’과 대통령과 의회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는 ‘권력분산형 개헌’ ‘거국 중립 내각의 제도화’에 찬성하는 모든 세력이 ‘개헌 대연대’를 만들 수 있다. 단일 후보의 개헌 대 이재명의 호헌 구도가 만들어지면 이번 대선은 박빙(薄氷)이 될 수 있다.
후보 단일화 방식들
한국 대선에서 선거 막판에 이뤄진 후보 단일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정치적 협상. 내각제를 매개로 한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대, 2022년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연대.
둘째, 여론조사.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
셋째, 일방적 사퇴.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던 안철수 후보의 일방적 사퇴.
첫째와 둘째 방식은 승리했고, 셋째 방식은 실패했다. 이런 사례들이 주는 함의는 반이재명 진영에서 고도의 정치적 협상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그만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로만, 형식적으로 단일화하면 ‘이재명 대세론’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조기(早期) 대선 초반 판세는 탄핵 책임론에 직면한 국민의힘에 불리한 국면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힘은 대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 시작은 역동성 있는 대선 경선을 통해 국민의 관심과 흥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선 불참 발표로 국민적 관심을 끌고 중도·온건 보수로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과연 국힘이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에 맞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노풍(盧風)을 일으켜 승리했던 것을 재현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5월 3일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지난 4월 1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두 차례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대선 후보를 각각 4명과 2명으로 추린 뒤 5월 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1차 컷오프(4월 22일)는 100% 일반 여론조사로, 2차 컷오프(4월 29일)와 최종 경선(5월 3일)에선 각각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다. 다만, 4인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2인 경선 없이 후보가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 모두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만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지지하지 않거나 다른 정당이지만 이재명 후보가 싫다는 국민들이 있다”면서 “본선에서 이런 국민들 마음을 다 얻어야 하는데 역선택 방지라는 것은 이들을 아예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반발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할 경우, 당심(黨心)에서 앞서는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힘 경선은 몇 가지 변수(變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오세훈 불출마 수혜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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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16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등을 만났다. 사진=뉴시스 |
오 시장의 지지층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국민의힘 경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대선 경선에선 처음으로 최종 2명의 결선 투표 제도를 도입한 국민의힘의 ‘경선 룰’을 고려하면 최종 후보로 유력했던 오 시장의 불출마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저의 비전과 함께해 주시는 후보는 마음을 다해 도와서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진 않았지만 향후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예고한 셈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오 시장이 던진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화두(話頭)를 국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면서 “오 시장과 함께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꿈을 이루어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오 시장이 강조한 “다시 성장과 약자와의 동행은 자신이 출마 선언에서 언급한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 그리고 당대표 시절부터 일관해 온 ‘격차해소’와 같다”고 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소명 의식에 적극 동의한다”며 “당의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 시장의 불출마에 따른 수혜는 누가 볼 것인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내 지지도, 중도 확장성 등을 고려할 때 오세훈 시장에 대한 지지는 김문수 전 장관보다는 홍준표 전 시장이나 한동훈 전 대표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여하튼 오 시장이 어느 후보를 돕는가에 따라 향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국힘 경선에 윤심이 스며들 가능성
둘째, 윤석열 변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재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4월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이제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2017년 파면 후 관저에 칩거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다. 윤석열 강성 지지층이 ‘윤 어게인’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국힘 경선에 윤심이 스며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NBS 4월 2주 조사(7~9일)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계속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16%였다. 무당층에선 그 비율이 7%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가 주는 함의는 대통령이 탄핵당한 마당에 윤 전 대통령의 입김이 많이 들어갈수록,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일수록 경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당원들, 고비마다 전략적 선택
셋째,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출됐다. 오 후보가 41.6%의 득표율로 나경원 후보(36.3%)를 눌렀다. 오 후보는 예비 경선에서는 나경원 후보에 뒤져 2위를 기록했지만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본 경선에서는 나 후보가 여성 가산점 10%를 받았음에도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했다. 보수층 등 국민의힘 지지층이 중도로의 외연 확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전략 투표에 나섰던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반윤(反尹) 한동훈 대표가 63%의 득표로 윤 대통령이 미는 원희룡 후보(18.9%)를 큰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민심’ ‘당심’ 비율을 지금 룰(rule) 대로 적용했는데, 한 전 대표가 큰 득표로 당선됐다.
이런 사례들은 국힘 지지층이 누가 국힘을 변화시키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를 두고 전략적으로 선택을 한 결과다. 이번 국힘 경선에서도 탄핵 찬반, 친윤과 반윤을 넘어 누가 이재명 대표에 맞서 승리할 수 있을지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 이뤄질 것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4월 13일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제3지대’ 혹은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 확장성을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선 불참으로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당 안팎에선 ‘한덕수 차출론’이 연일 제기되면서 자칫 국민의힘 경선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세훈·유승민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으로 결국 당내 경선은 주로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주도할 것 같다. 결선에 오를 최종 2인으로 김문수(탄핵 반대) 대 한동훈(탄핵 찬성), 홍준표 대 한동훈, 김문수 대 홍준표로 전망된다.
‘어대명’?
민주당에서는 이제 대선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 판결, 이 전 대표 대선 지지율 압도적 1위, 정권 교체론이 절반 이상, 어대명 분위기 확산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로 대세론을 형성하며 여유 있게 승리한 ‘어게인 2017’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KBS·한국리서치 조사(4월 8~10일)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기존 야권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51%,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존 여권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36%로 정권 교체론이 절반을 넘었다.
한국갤럽 4월 2주 조사(8~10일·자유응답)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이재명 전 대표가 37%로 김문수 전 장관(9%), 홍준표 전 대구시장(5%), 한동훈 전 대표(4%)를 압도했다.
대선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독주 체제가 뚜렷했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4월 7~8일)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모두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가상 대결에서 이 전 대표는 50%, 홍 전 시장은 38%로 12%포인트 차이였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설 경우, 각각 53%와 35%로 18%포인트 차이였다. 이 전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각각 52%와 32%로 20%포인트 차이였다.
중도층을 대상으로 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는 강세였다. 이재명(54%) 대 홍준표(32%), 이재명(56%) 대 한동훈(29%), 이재명(58%) 대 김문수(28%) 격차는 모두 20%포인트 이상이었다.
이처럼 탄핵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우세가 두드러졌지만 향후 정치 상황 및 여론 추이에 따라 판세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2017년 조기 대선 상황과 2025년 상황을 비교 분석하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선거 구도다.
지난 2017년 당시엔 국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후 여권은 분열되었다. 새누리당에서 탄핵 찬성파가 탈당해 바른 정당을 창당했다. 당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원내 제3정당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2017년 대선은 5자 구도로 치러졌다.
선명한 이재명 대 反이재명 구도가 구축되면
하지만 현 상황은 범진보와 범보수가 총결집해 양자(兩者)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선에서 양자 대결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통상 ‘52 대 48’ 또는 ‘51 대 49’로 귀결된다. 2012년 대선에서 범진보 문재인 후보가 48%, 범보수 박근혜 후보가 51.6%를 득표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보수 분열의 5자 구도 속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지만, 범보수 후보들의 득표율은 52.2%(홍준표 24%+안철수 21.4%+유승민 6.8%)로 범진보 후보들의 득표율 47.6%(문재인 41.4%+심상정 6.2%)보다 앞섰다. 현재 여론조사상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지만 국힘이 경선 흥행에 성공하고, 선명한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가 구축되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수 있다.
둘째, 정당 지지도다.
2017년 3월 10일 헌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 한국갤럽(3월 14~16일)이 실시한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야당인 민주당 지지도는 46%로 구여권인 자유한국당(12%)을 압도했다.
2025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서 탄핵된 후 NBS(4월 7~9일)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4%, 국민의힘은 33%로 별로 차이가 없었다.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잘된 판결이다’가 64%, ‘잘못된 판결이다’가 28%인데도 국힘 지지도가 민주당과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 세력의 결집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NBS 조사에서 올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질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37%,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32%로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비록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국힘은 탄핵당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여하튼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가 아닌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반전의 기회를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정책보다 후보 이미지가 중요
셋째, 야권 유력 후보의 호감도다. 대선에서 통상 유권자들은 정당, 정책, 후보를 보고 투표한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선거 연구에 따르면, 최근 선거에선 정당과 정책보다 후보 이미지가 유권자의 투표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한국갤럽 4월 1주 조사에 따르면, 야당 유력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에 대해 ‘호감이 간다’(48%)는 비율이 ‘호감이 가지 않는다’(46%)보다 높았다. 특히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윙 보터인 20대(60%)와 30대(68%)에서 문 후보 호감도는 60%를 넘었다.
반면, NBS 4월 2주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전 대표의 경우,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35%,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62%로 나타났다. 20대에서 호감 대 비호감 비율은 22% 대 75%, 30대에선 30% 대 65%였다.
유력 대권 후보임에도 이재명 전 대표의 비호감도는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 그 단서는 한국갤럽의 2022년 대선 사후 조사(3월 10일)에 잘 나타나 있다. 이재명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신뢰성 부족/거짓말’(19%), ‘도덕성 부족’(11%), ‘대장동 사건’, ‘부정부패’, ‘정권 교체’, ‘전과/범죄자’, ‘가족관계/개인사’(이상 6%) 등을 지적했다. 지난 대선 이후 형성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비호감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높은데 이재명 전 대표 적합도는 30%대에 고착화되어 있는 이유도 비호감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심리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렇게 후보자의 비호감도가 높으면 몇 가지 예기치 않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비호감도가 높으면 선거 기간 중 지지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비호감도가 낮은 후보가 등장할 경우, 그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후보 단일화와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는 이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호감도는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으로 30%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로 노 후보의 호감도가 급상승하자 이 후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한편,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으면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신뢰도 또한 떨어질 수 있다.
민주당, 2017년에는 3자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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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문재인·이재명·안희정 후보가 나서 경쟁을 벌였다. 사진=조선DB |
최근 민주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는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내용으로 경선 룰을 결정했다. 당원은 12개월 전에 가입해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하고, 여론조사는 안심번호를 통해 각 50만 명씩 두 차례 진행한다. 민주당은 4월 19일부터 2주간 4개 권역 순회 경선을 한 후 4월 27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민주당의 ‘어대명’식 대선 경선 방식은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의 감동이나 드라마가 있을 수 없다. 국민들의 관심과 흥행을 이끌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반면, 국힘 경선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경선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흥행을 일으킬 수 있다. 조기 대선 초반의 국민 관심은 누가 후보로 선출될지 예측이 힘든 국민의힘에 집중될 것이다. 이것이 대선의 1차 변곡점(變曲點)이 될 수 있다. 2017년과 2025년 선거 환경의 이런 구조적인 차이 때문에 ‘이재명 대세론’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
무당층, 이재명에게 호의적이지 않아
이 밖에 이재명 대표는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무엇보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 무당층은 이 전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통상 한국 선거에서 당락은 중도층과 무당층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 4월 8~9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 정당 없음·모름’이라고 밝힌 무당층의 비율은 18%였다. 그런데 무당층 대결에선 이재명(27%) 대 홍준표(33%), 홍 시장이 6%포인트 앞섰다. 이재명(29%) 대 한동훈(30%), 이재명(29%) 대 김문수(28%) 조사에서 무당층 지지율은 엇비슷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샤이 보수층’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말 바꾸기에 대한 불신도 해소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월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성남시장 시절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도 프레임에 속지 말아요.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 안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었다.
이재명 전 대표가 4월 11일 비전 발표에서 “국가의 부(富)는 기업이 창출한다. 국가 간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쟁은 기업이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상법개정안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법안 통과에 몰두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4월 14일 “인공지능(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고 AI 세계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반대했다.
그의 이런 행태는 “이재명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향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결정적인 변수는 ‘한덕수 카드’와 ‘반(反)이재명 빅텐트’ 성사 여부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덕수 추대론’ ‘한덕수 출마설’이 확산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 은 주변에 “대선의 디귿(ㄷ) 자도 꺼내지 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여권 내에서는 한 대행 출마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한덕수 대행은 직접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대선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파면 닷새 만에 대선 불출마 입장을 명확히 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여전히 살아 있는 ‘한덕수 카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월 15일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적인 출마설 언급은 경선 흥행은 물론 권한대행으로서의 중요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덕수 권한대행도 4월 14일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카드’는 여전히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그 이유는 한덕수 대행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장점 때문이다.
첫째, 새로움(new)에 대한 선점이다. 선거에서 ‘새로움’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희망을 제시하며, 정치적 지형을 흔들고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다. 유권자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이미지는 이러한 열망에 부응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또한 새로운 이미지는 후보자 또는 정당의 독창성을 강조하고, 유권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새로움 이미지는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둘째, 국민 통합 이미지다.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고르게 중용됐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 2002년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국민 참여 광주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1위를 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노 후보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영남 보수정당에서 전북 출신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면 노풍 이상의 돌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셋째,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추고 있다. 미국발 상호관세 부과 및 미중 패권전쟁 대응 등 산적한 경제·외교 현안을 타개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4월 2주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한덕수 대행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은 ‘잘할 것’ 56%, ‘잘못할 것’ 37%로 나타났다. 새 정부는 인수위 없이 대선이 끝나면 바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한 대행의 풍부한 국정 경험은 착오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넷째,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본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갤럽 4월 2주 조사(8~10일)에서, 여러 현안 중에서 차기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2개까지 자유응답)로 절반가량이 ‘경제 회복/활성화’(48%)를 택했다. ‘국민 통합/갈등 해소’(13%), ‘민생 문제 해결/생활 안정’(9%)이 뒤를 이었다. 경제와 통상 전문가인 한 대행이 다른 후보에 비해 이런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경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한마디로 ‘경제와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 한 대행의 큰 자산이다.
한덕수 대행이 갖고 있는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한 대행이 대선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주요 경선 후보들의 ‘한덕수 출마론’에 대해 갖는 비판적 시각이다. 김문수 전 장관은 “한 대행은 반듯한 공직자”라며 “한덕수 대행이 출마하면 국민들이 의아해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시장은 “탄핵된 정권의 총리이자 대선 관리자의 출마는 상식에 반한다”고 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한덕수 띄우기는 해당 행위”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능력이 출중하나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건 잘못된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당내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한덕수 총리가 온다면 또 용병론이 나올 것이고 국민들은 국민의힘은 후보를 낼 그런 능력이 없는 정당이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한덕수 차출론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발언들은 한 대행 출마설에 자칫 경선이 뒷전으로 밀릴 거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빅텐트’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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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김부겸·이낙연 전 총리가 참석했다. 사진=조선DB |
정치권에선 ‘이재명 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 ‘반(反)이재명’을 기치로 중도·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성 여부가 선거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핵심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빅텐트란 정치적으로 노선이 다양한 세력이 연대해 단일 후보를 내는 전략을 말한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장외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민주당 비명계 김부겸 전 총리,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새미래민주당의 이낙연 전 총리 등이 모여 단일 후보를 내면 빅텐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분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텐트를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전 대표 집권에 반대하는 다양한 정치 세력을 최대한 규합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는 배경에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민주당)·정몽준(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사례가 자리 잡고 있다.
‘반이재명 빅텐트’를 성사시킬 수 있는 핵심 동인(動因)은 개헌이다. 현재 5년인 대통령 임기를 3년만 하고 개헌을 통해 2028년에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임기 단축 개헌론’과 대통령과 의회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는 ‘권력분산형 개헌’ ‘거국 중립 내각의 제도화’에 찬성하는 모든 세력이 ‘개헌 대연대’를 만들 수 있다. 단일 후보의 개헌 대 이재명의 호헌 구도가 만들어지면 이번 대선은 박빙(薄氷)이 될 수 있다.
후보 단일화 방식들
한국 대선에서 선거 막판에 이뤄진 후보 단일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정치적 협상. 내각제를 매개로 한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대, 2022년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연대.
둘째, 여론조사.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
셋째, 일방적 사퇴.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던 안철수 후보의 일방적 사퇴.
첫째와 둘째 방식은 승리했고, 셋째 방식은 실패했다. 이런 사례들이 주는 함의는 반이재명 진영에서 고도의 정치적 협상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그만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로만, 형식적으로 단일화하면 ‘이재명 대세론’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