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 경북 경주서 APEC 정상회의… 주한 미국 대사대리 만나 트럼프 방한 요청
⊙ “삼국통일 이룬 경주에 미·일·중·러 정상 온다면 21세기 신(新)냉전 시대 종식”
⊙ “尹 대통령 곧 직무 복귀 확신…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 횡포에 맞선 정당한 권리”
⊙ 2월 8일 동대구역 탄핵 반대 집회 참석해 ‘애국가’ 부른 후 대선 후보군으로
⊙ “야당을 敵 아닌 동지로 보고 대화, 토론해야”
⊙ “협치와 지방 살리기로 초일류국가 열어 가기 위해 헌법 개정 필요”
⊙ “삼국통일 이룬 경주에 미·일·중·러 정상 온다면 21세기 신(新)냉전 시대 종식”
⊙ “尹 대통령 곧 직무 복귀 확신…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 횡포에 맞선 정당한 권리”
⊙ 2월 8일 동대구역 탄핵 반대 집회 참석해 ‘애국가’ 부른 후 대선 후보군으로
⊙ “야당을 敵 아닌 동지로 보고 대화, 토론해야”
⊙ “협치와 지방 살리기로 초일류국가 열어 가기 위해 헌법 개정 필요”
- 사진=경북도
기자가 아는 한 전국 광역단체장 중에, 아니 중량감 있는 정치인 중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이가 이철우(李喆雨) 경북도지사일지 모른다. 대통령실 주변에 작정하고 물어봐도 대체로 부인하진 않는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가장 분노하고 직무 복귀를 가장 사심 없이 바라는 이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누구냐고 물어도 이철우 지사가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라는 데 이견을 보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 21개국 지도자들과 글로벌 CEO들이 초청되는 초대형 국제행사다. 이 지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 트럼프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 한국의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나는 빅 이벤트를 꿈꾸고 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중국 시진핑 주석까지 더한다면 경주가, 경북이, 대한민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 틀림없다.
경주 APEC 정상회의, 한국 정상은 누구?
최고의 세계 정상들을 맞을 한국의 대통령은 누가 될까? 이 지사는 윤 대통령이 서둘러 업무에 복귀하길 바란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국운(國運)이 허락한다면 이 지사가 경주와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지사는 “삼국통일을 이뤄 낸 역사적인 땅 경주에 세계 정상들이 모여 세계인에게 평화와 번영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그것만큼 기쁠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우리나라 역시 국민 통합과 초일류국가 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 3월 12일 서울 서초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났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석방 이후국론 분열과 혼란이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가계 대출이 늘고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등, 이육사(李陸史·1904~1944년) 식으로 말해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나타나기를 바라야 하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대한민국이다.
“지난 1월 23일 조셉 윤 신임 주한 미국 대사대리와 만나 APEC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결국 끝나고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이끌어 내면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하자 윤 대사대리도 호응하더군요.”
앞서 1월 17일에는 신임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가 첫 지방정부 방문지로 경북을 택했다. 이 지사는 그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만약 성사된다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국빈방문 이후 11년 만에 시진핑이 방한하게 된다. 그것도 경주에.
이 지사는 내친 김에 3월 10일에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접견하며 푸틴의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당부했다.
“생각해 보세요. 미·일·중·러 정상이 온다면 2018년 파푸아뉴기니 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4대 정상이 한자리에 앉는 겁니다. 여기에 김정은이 온다면 세계 평화와 남북 관계도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도 앞당겨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21세기 신(新)냉전 시대가 종식되고 경주에서 평화와 번영의 장(場)이 펼쳐질 것입니다.”
APEC은 전 세계 GDP의 62.2%, 교역량의 50.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 경제협력체다. 미·일·중·러 등 4강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만큼 그 위상과 파급력도 막강하다.
― APEC 정상회의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관련하여, 정상용 스위트룸 시설 확충 진행 상황에 대해서 공유 부탁드립니다. 또 많은 인파가 몰린다면 관광지 인근 음식점, 시설의 인력난 등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경북도는 어떤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나요?
“올가을 APEC 정상회의가 열릴 경주는 대한민국 관광 1번지로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천년 고도(古都)의 역사·문화와 현대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이죠. 경상북도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을 세계 중심으로’라는 비전 아래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있어요.”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
보문관광단지라는 숙박시설과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경주다. 하지만 국격(國格)과 직결된 회의인 만큼, 21개국 정상들이 머물 최고급 숙박시설인 PRS(Presidential Suite)의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철우 지사가 직접 PRS 추진위원장을 맡아 각국 정상과 글로벌 CEO가 머물 완벽한 PRS룸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PRS 신·개축에 필요한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조례도 제정했다. 이 지사의 말이다.
“숙박시설은 이미 작년 9월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했어요. 올 상반기 내 마무리됩니다. 일부 호텔은 5개 이상의 일반객실을 통합해 PRS 객실을 조성합니다. 최고 정상들인 만큼 편안히 머물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또 1700억원을 들여 기존 스카이라운지를 초특급 PRS로 조성하는 등, 각 호텔에서도 월드클래스의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갖더군요.”
사실 경주는 이미 1500년 전 세계 4대 도시였다. 중국 시안(西安), 로마, 이스탄불과 교류한 천년 도읍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 한반도 문화유산의 보고(寶庫)가 경주다.
“보세요. 경주는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세계 정상들에게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올해를 ‘경북 방문의 해’로 운영해 글로벌 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표현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이 지사의 목소리에서 APEC을 준비하는 굳은 포부가 그대로 묻어났다.
한반도를 포함한 21세기 신냉전 시대 종식
― 안타깝게도 APEC 정상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국내 상황도 어려운 만큼, 지금은 한국이 건재하고 안정적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여야와 정부가 함께하는 공동사절단을 구성해 21개 APEC 회원국을 방문할 것을 제안한 적도 있어요. 2025 APEC CEO 서밋(Summit) 의장인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경제사절단도 파견해, 민관이 힘을 모아 성공적인 개최를 이끌 계획입니다.
정상회의 시점에는 탄핵 논란도 끝나고,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일·중·러를 비롯한 21개국 정상이 참석해 한반도를 포함한 21세기 신냉전 시대 종식을 논의하는 세계적 전환점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이 방한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경제에서 주도권 강화를 위해 참석할 것이며, 시진핑 주석도 차기 의장국 대표로 자리할 겁니다. 여기에 트럼프가 푸틴과 김정은 등을 특별초청한다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긴장 완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봅니다.
경상북도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고장입니다. 삼국통일의 초석을 마련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기강을 바로잡았고, 새마을운동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국가 번영의 초석을 놓은 곳이죠. 세계적인 문화강국의 힘을 보여 주겠습니다. K-팝, 푸드, 콘텐츠 등 다양한 한류와 문화 브랜드, 특히 석굴암과 불국사 등 세계문화유산은 21개국 정상들과 세계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으로 확신해요.”
― 윤 대통령이 돌아올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가 기각 혹은 각하 결정을 내리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국회로부터 얼마나 부당하게 공격을 당했나요.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잇단 탄핵 기각 판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횡포에 맞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는 증거가 아닐까요? 윤 대통령이 곧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2월 8일 동대구역에서는 역대급 규모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5만여 명이 몰렸다지만 체감하기론 1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철우 지사는 이날 용기 있게 단상에 올라갔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으려고 ‘애국가’만 부르고 내려갔는데도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이후 윤 대통령 지지층이 그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징비(懲毖)의 말씀’
2월 19일에는 국회에서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 드리는 징비(懲毖)의 말씀’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다. 징비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後患)을 경계한다는 뜻. 임진왜란 7년을 겪으며 당시 영의정이었던 류성룡(柳成龍·1542~1607년)이 쓴 기록이 《징비록》이다.
이날 ‘보수 우파의 종갓집 종손’을 자처한 이 지사는 “반국가 세력이 자당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시도를 보고도 또다시 우물쭈물 눈치를 보다간 국민의 신뢰도 잃고 정권도 잃어 훨씬 더 냉혹한 적폐 청산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과했는지 아닌지는 역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기자회견문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통해 이념 전쟁은 냉전 시대를 끝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했으나, 분열과 갈등이 ‘종말’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새로운 힘이 태동하고 작용하며 이합집산해 또 다른 권력들이 형성되고 강화되면서, 냉전 종식 이후 35년간의 평화 시대가 저물고 다시 ‘생존의 시대’가 도래하는 중입니다. 이런 시기에 국민을 단합시키고 외세에 지혜롭게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상상하지 못한 대규모의 위기가 닥칠 수 있습니다.〉
대구 집회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를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린다.
― 어떻게 해서 동대구역에 나가게 됐나요?
“꼭 참석해 달라는 청년들의 문자가 많이 왔어요. 선거법과 공무원법을 검토해 보니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APEC 정상회의를 꺼내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된다는 겁니다. 고작 의례적인 인사밖에 안 돼요. 선거법이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죠. ‘대구 경북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땅이고, 여러분 덕분에 대한민국을 지켰으니 우리나라 만세’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말이 ‘애국가’에 다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 이 지사께서는 늘 국난 극복의 중심지가 대구·경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더군요.
“대구·경북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일제(日帝)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가장 많은 독립투사가 항거했고, 북한 공산군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냈잖아요. 다부동전투와 장사리전투에서 수천 명의 소년 학도병들까지 목숨을 바친 곳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의 날개가 꺾였던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서문시장부터 불씨를 일으켜 간신히 나라의 균형을 도모했죠.
그날 동대구역 광장에서 분출한 수십만의 함성도 국난 극복의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여러분과 함께 ‘애국가’를 부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협치(協治)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법의 잣대로만 야당을 봐서는 막후 타협의 정치가 불가능한데요.
“민주당은 2023년 2월 이상민 행안부 장관부터 2024년 12월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2년 안에 29건의 탄핵안을 남발했죠. 평균 24일마다 탄핵한 것입니다. 오늘까지 헌법재판소가 내린 탄핵심판의 결과는 모두 기각입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횡포에 맞선 정당한 권리라는 증거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에서 협치는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야당 설득에 60%의 힘을 쏟는다고 하잖아요. 야당을 적(敵)이 아닌 동지(同志)로 보고 대화와 토론을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호(號)가 순항하려면 어떻게든지 설득해서 같이 가도록 해야죠. 협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연정(聯政)을 해서라도 힘을 모아야 해요. 그렇다고 반국가세력과 같이 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엎으려고 들어온 사람들인데 어떻게 설득이 되겠나….”
― 지사께서는 ‘우리 국민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연성(軟性) 사상전(戰)에 계속 잠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반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다고 봅니까?
“1987년 이전에는 주체사상, 공산주의, 인민민주주의 등 외세가 지원하는 강성(强性)의 사상전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개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이러한 사상전은 대한민국 역사 부정, 좌편향 교과서, 반민주주의 사상에 포섭된 인물의 국가 주요 기관 진출, SNS를 통한 선동과 심리전, 선거 개입, 해킹 등 전자전, 첨단 기술 탈취, 대기업에 대한 공격 등 다양한 형태의 연성 사상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국민들은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계속해서 잠식당하고 있어요. 국가 혼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세력의 의도대로 스스로 대한민국을 폄하하거나 우리끼리 갈등과 반목을 지속하면서 ‘헬(Hell)조선’을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이러한 일들엔 일관되게 배후 조종 세력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광화문 보수’는 우리의 이웃사촌”
이철우 지사는 국가정보원에서 20년간 근무했고 3선 의원으로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냈을 만큼 국가안보에도 정통하다. 지난 2016년에는 1만여 명이 모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 단상에 올라, 물병이 날아오는 상황에서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데 연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 지사는 사드가 배치된 성주골프장에서 4km쯤 떨어진 곳에 거주하기까지 했다.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겠다는 각오였다. 이후 국방부와 환경부의 합동조사에서 성주 레이더 앞 100m 지점의 전자파 측정치는 기준치의 60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저간의 거짓 선동을 사과하는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말도 말아요. 김천에 있는 우리 사무실에 개 사료를 갖다 버리지 않나, 욕설을 하고…. ‘주민 동의 없는 사드 절대반대’라는 현수막을 걸고, 김천 시장은 삭발식도 했지요. 그래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어요.”
―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보수 정당의 최대 약점이 ‘군사정권의 후예’라는 낙인(烙印)인데, 그걸 벗어나기 위해 1990년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합당하며 몸부림을 쳤지요. 이번 사태로 다시 군을 동원한 ‘계엄 정당’ 이미지가 생겨나진 않을까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계엄과 윤 대통령의 계엄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죠. 그때는 정말 무장한 일선 군인들이 하는 계엄이었고, 이번 계엄은 계엄을 통한 대국민 호소라고 봐야 합니다. 군인 280명이 국회에 들어와 어떻게 장악하나요. 국회엔 3500명이 상주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은 사상전에 밀리던 대한민국의 상황을 단번에 반전시킨 대통령의 과감한 통치행위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국민들은 계엄으로 인해 정말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될 겁니다.”
―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분을 극우 세력으로 몰아가는 게 연성 사상전의 일환이라 봅니다. 광화문 시위 문화를 놀라워하며 세계에서 관심을 갖습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도 불상사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까지 하고 해산하죠. 이런 시위 문화를 주도하는 이를 극우니 아스팔트 세력이니 하고 몰아세우는 게 연성전의 일환이라 봅니다. 그분과(전 목사) 광화문에 나오는 분들이야말로 내 이웃이자 이웃사촌입니다.”
“한동훈 카드 버려야”
― 만약 조기 대선 구도가 형성되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진영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할까요?
“버려야 합니다. 분란만 일으키니까요. 그 사람 때문에 당이 이렇게 된 게 아닙니까. 지금 탄핵도 그 사람 때문 아닌가요? 과감하게 버려야지. 정말 원하지 않지만, 만에 하나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리 당에선 당원 중심으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보니까 당 밖에서 온 한(동훈) 대표 같은 사람은 국민의힘 색깔이 없어요. 그런 사람을 당원들이 뽑아 줄 리가 있나요? 뽑아 주면 우리 당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2030세대들, ‘이대남’의 탄핵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일시적 현상으로 봅니까?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위험하다고 느껴서 현장에 나왔을 겁니다.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이나 서울서부지법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자유민주주의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느끼고 거리로 나왔다고 봅니다.
얼마 전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2030세대를 ‘사유하지 않고 계산만 하는 세대’라고 했지요. 저출생과 전쟁을 벌이며 현장에 청년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는 제 입장에서 민주당 망언(妄言)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인데, 저렇게 청년들 가슴을 후벼 파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투쟁하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합니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중도층 지지 확장을 위한 우클릭 행보를 어떻게 봅니까?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봅니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랬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비웃은 것과 같은 겁니다. 이 대표 말은 믿을 수 없는 말이니까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그리고 저는 진짜 중도는 없다고 봅니다. 자기 생각을 유보할 뿐이죠. 자유우파가 옳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따라오게 돼있어요. 자석의 힘이 강하면 쇳가루를 확 빨아 당기듯, 자유우파가 올바르고 정의로우면 판단을 유보하던 사람들도 따라오게 돼있습니다.”
―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지사께서 주장해 온 개헌 필요성에 관한 생각은 무엇입니까?
“1987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의 제6공화국이 탄생했고 우리 국민은 이것이 민주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지난 37년을 돌아보면 수준 높은 정치 질서가 형성됐다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의원 시절 어린이들을 데리고 국회 본회의장에 가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싸우는 곳이요!’라고 합니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합니다.”
― 왜 그렇게들 싸우는 겁니까?
“대선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가지고 지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입니다. 이긴 쪽이 예산 편성도 그렇고 장관 인사권도 모두 가져가죠. 공공기관장이나 임원도 그렇고요. 지는 쪽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다 잃는 거예요. 선거가 다가오면 언제나 좌우 두 진영으로 나뉘어 각각 결집할 수밖에 없고, 중도적 제3정당이나 세력의 실험은 실패로 끝이 납니다.”
“協治와 相生, 완전한 지방분권으로”
― 국회도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이번에 보니까 제왕적 국회는 폐단이 더 심각해요. 야당이 거대 의석을 가지게 되니까 툭하면 국무위원을, 검사를, 심지어 총리와 대통령까지 탄핵하죠. 예산안도 막 일방적으로 처리하고요. 자기네 당대표 사법처리 막으려고 국회 권력을 남용합니다. 도대체 나라를 대통령이 운영하는지 야당이 운영하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탄핵소추가 기각돼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요. 국회도 개헌을 통해서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 결국 개헌 얘기인데, 어떤 방향으로 고쳐야 할까요?
“여야가 덜 싸우고 나라 위해서 협치하려면 권력을 좀 나누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까지는 아직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일부 맡겨서 책임총리로 운영하는 게 좋겠어요. 이건 윤 대통령께서도 헌재 최후변론에서 이야기하신 부분이죠. 국회도 양원제를 도입해서 상원이 하원을 좀 견제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가 충돌할 때 사법부로 가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해요.”
― 지사께서는 지방 살리기와 지방분권도 오랫동안 주장해 왔는데.
“국회의원 때부터 지금까지 18년째 지방 살리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지사로 6년간 현장을 다녀보니 더 절실한 문제라고 느껴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위기들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로부터 발생합니다. 지방은 청년들이 떠나 인구가 빠져나가 소멸 위기이고, 수도권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습니다. 청년들은 어디 살아도 불안하니까 결혼도 출산도 안 하고 출산율이 세계 꼴찌예요. 대한민국이 성장의 한계를 뚫으려면 지방을 살려야 하는데 도지사가 열심히 해보려고 하지만 많은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어서 한계가 있어요.”
― 지방에 그렇게 권한이 없나요?
“눈앞에 보이는 산이나 강, 논과 밭조차도 지방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연구·개발을 위해 부지를 전용(轉用)하거나 지방 하천을 정리하려 해도 사사건건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 경주의 어느 마을에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서 마을이 물에 잠겼어요. 그래서 하천의 모래를 준설하려고 하니 1만 제곱미터 이상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환경부에 신청했더니 준설 허락을 안 해줍니다. 결국 그 마을에 또다시 홍수가 나서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렸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한국 獨自 핵무장보다 美 전술핵 배치”
2022년 기준으로 세수(稅收) 중 지방세 비중은 23.0%에 불과하다. OECD 38개국 중 13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주요 국가들인 스위스(54.9%), 캐나다(54.8%), 독일(53.7%), 미국(41.6%), 일본(37.5%)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편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 지역에서 발생한 세금이 지역 발전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이철우 지사는 주장한다.
“중앙정부가 똑같은 기준으로 공모사업을 발주하니 전국이 어딜 가나 비슷하게 획일화돼요.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지방이 특색 있게 성장해야 합니다. 그런 구상을 각 지방이 스스로 그려 내고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으로 바꿔야죠. 지역에 맞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입법권을 지방정부에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춘 규제 완화나 지원책을 자유롭게 마련하기 어렵죠.
지방분권은 단순히 지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국가경쟁력도 강화될 겁니다. 미국,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을 보면 지방정부가 강한 나라일수록 경제가 강하잖아요. 이제는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지사는 “헌법에는 지방자치 관련 조항이 단 2개(117조, 118조)뿐”이라며 “말만 지방정부지, 중앙정부에 예속됐던 관선(官選) 때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 확대 등 세부적인 사항을 반드시 포함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들께서도 지방분권이 일회성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 강대국들의 안전보장 약속을 믿고 2000여 개 핵무기를 포기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영토를 빼앗기고 미국에마저 외면당하는 상황에 처하자 우리도 핵 잠재력이라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할까요?
“우리가 직접 핵무장을 하면 한국 경제가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해야 하는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핵무장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경제가 초토화될 수 있어요. 또 우리가 만들면 일본도 만들려고 나설 테고 그러면 전 세계에 핵 도미노 현상이 빚어질지 모릅니다. 독자적 핵무장보다 미국의 전술핵 배치가 제일 안전하지 않을까요.”
“미북 수교하면 긴장 완화로 한반도에 평화”
― 미북 수교는 어떻게 봅니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 한반도에 평화가 옵니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쟁 하기 어렵습니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될 겁니다.”
― 그런 의미에서 오는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온다면 그야말로 빅 이벤트가 되겠군요. 그때 한국 대통령은 누가 될까요?
“윤 대통령이 돌아와야지요. (APEC에) 씨를 뿌렸으니 직접 거둬들여야….”⊙
왜냐면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 21개국 지도자들과 글로벌 CEO들이 초청되는 초대형 국제행사다. 이 지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 트럼프와 러시아 푸틴 대통령, 한국의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나는 빅 이벤트를 꿈꾸고 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중국 시진핑 주석까지 더한다면 경주가, 경북이, 대한민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 틀림없다.
경주 APEC 정상회의, 한국 정상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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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가 3월 7일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열린 APEC 제1차 고위관리회의(SOM1)의 지방자치단체장 주최 환영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지사는 경주 APEC 정상회의가 국민 통합과 초일류국가 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하 사진=경북도 |
기자는 지난 3월 12일 서울 서초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났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석방 이후국론 분열과 혼란이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가계 대출이 늘고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등, 이육사(李陸史·1904~1944년) 식으로 말해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나타나기를 바라야 하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대한민국이다.
“지난 1월 23일 조셉 윤 신임 주한 미국 대사대리와 만나 APEC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결국 끝나고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이끌어 내면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하자 윤 대사대리도 호응하더군요.”
앞서 1월 17일에는 신임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가 첫 지방정부 방문지로 경북을 택했다. 이 지사는 그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만약 성사된다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국빈방문 이후 11년 만에 시진핑이 방한하게 된다. 그것도 경주에.
이 지사는 내친 김에 3월 10일에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접견하며 푸틴의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을 당부했다.
“생각해 보세요. 미·일·중·러 정상이 온다면 2018년 파푸아뉴기니 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4대 정상이 한자리에 앉는 겁니다. 여기에 김정은이 온다면 세계 평화와 남북 관계도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도 앞당겨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21세기 신(新)냉전 시대가 종식되고 경주에서 평화와 번영의 장(場)이 펼쳐질 것입니다.”
APEC은 전 세계 GDP의 62.2%, 교역량의 50.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 경제협력체다. 미·일·중·러 등 4강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만큼 그 위상과 파급력도 막강하다.
― APEC 정상회의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관련하여, 정상용 스위트룸 시설 확충 진행 상황에 대해서 공유 부탁드립니다. 또 많은 인파가 몰린다면 관광지 인근 음식점, 시설의 인력난 등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경북도는 어떤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나요?
“올가을 APEC 정상회의가 열릴 경주는 대한민국 관광 1번지로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천년 고도(古都)의 역사·문화와 현대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이죠. 경상북도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을 세계 중심으로’라는 비전 아래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있어요.”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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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가운데)가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최고 수준의 숙박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현장점검(소노벨)을 하고 있다. |
“숙박시설은 이미 작년 9월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했어요. 올 상반기 내 마무리됩니다. 일부 호텔은 5개 이상의 일반객실을 통합해 PRS 객실을 조성합니다. 최고 정상들인 만큼 편안히 머물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또 1700억원을 들여 기존 스카이라운지를 초특급 PRS로 조성하는 등, 각 호텔에서도 월드클래스의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갖더군요.”
사실 경주는 이미 1500년 전 세계 4대 도시였다. 중국 시안(西安), 로마, 이스탄불과 교류한 천년 도읍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시, 한반도 문화유산의 보고(寶庫)가 경주다.
“보세요. 경주는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세계 정상들에게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올해를 ‘경북 방문의 해’로 운영해 글로벌 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표현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이 지사의 목소리에서 APEC을 준비하는 굳은 포부가 그대로 묻어났다.
한반도를 포함한 21세기 신냉전 시대 종식
― 안타깝게도 APEC 정상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국내 상황도 어려운 만큼, 지금은 한국이 건재하고 안정적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여야와 정부가 함께하는 공동사절단을 구성해 21개 APEC 회원국을 방문할 것을 제안한 적도 있어요. 2025 APEC CEO 서밋(Summit) 의장인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경제사절단도 파견해, 민관이 힘을 모아 성공적인 개최를 이끌 계획입니다.
정상회의 시점에는 탄핵 논란도 끝나고,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일·중·러를 비롯한 21개국 정상이 참석해 한반도를 포함한 21세기 신냉전 시대 종식을 논의하는 세계적 전환점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이 방한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경제에서 주도권 강화를 위해 참석할 것이며, 시진핑 주석도 차기 의장국 대표로 자리할 겁니다. 여기에 트럼프가 푸틴과 김정은 등을 특별초청한다면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긴장 완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봅니다.
경상북도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고장입니다. 삼국통일의 초석을 마련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기강을 바로잡았고, 새마을운동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국가 번영의 초석을 놓은 곳이죠. 세계적인 문화강국의 힘을 보여 주겠습니다. K-팝, 푸드, 콘텐츠 등 다양한 한류와 문화 브랜드, 특히 석굴암과 불국사 등 세계문화유산은 21개국 정상들과 세계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으로 확신해요.”
― 윤 대통령이 돌아올 수 있을까요?
“헌법재판소가 기각 혹은 각하 결정을 내리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국회로부터 얼마나 부당하게 공격을 당했나요.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잇단 탄핵 기각 판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횡포에 맞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는 증거가 아닐까요? 윤 대통령이 곧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2월 8일 동대구역에서는 역대급 규모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5만여 명이 몰렸다지만 체감하기론 1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철우 지사는 이날 용기 있게 단상에 올라갔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으려고 ‘애국가’만 부르고 내려갔는데도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이후 윤 대통령 지지층이 그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징비(懲毖)의 말씀’
2월 19일에는 국회에서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 드리는 징비(懲毖)의 말씀’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기도 했다. 징비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後患)을 경계한다는 뜻. 임진왜란 7년을 겪으며 당시 영의정이었던 류성룡(柳成龍·1542~1607년)이 쓴 기록이 《징비록》이다.
이날 ‘보수 우파의 종갓집 종손’을 자처한 이 지사는 “반국가 세력이 자당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시도를 보고도 또다시 우물쭈물 눈치를 보다간 국민의 신뢰도 잃고 정권도 잃어 훨씬 더 냉혹한 적폐 청산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과했는지 아닌지는 역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기자회견문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통해 이념 전쟁은 냉전 시대를 끝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났다고 주장했으나, 분열과 갈등이 ‘종말’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새로운 힘이 태동하고 작용하며 이합집산해 또 다른 권력들이 형성되고 강화되면서, 냉전 종식 이후 35년간의 평화 시대가 저물고 다시 ‘생존의 시대’가 도래하는 중입니다. 이런 시기에 국민을 단합시키고 외세에 지혜롭게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상상하지 못한 대규모의 위기가 닥칠 수 있습니다.〉
대구 집회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를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린다.
― 어떻게 해서 동대구역에 나가게 됐나요?
“꼭 참석해 달라는 청년들의 문자가 많이 왔어요. 선거법과 공무원법을 검토해 보니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요. APEC 정상회의를 꺼내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된다는 겁니다. 고작 의례적인 인사밖에 안 돼요. 선거법이란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죠. ‘대구 경북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땅이고, 여러분 덕분에 대한민국을 지켰으니 우리나라 만세’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말이 ‘애국가’에 다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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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가 1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APEC 정상회의 제5차 준비위원회에 참석해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운데)를 만났다. |
“대구·경북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일제(日帝)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가장 많은 독립투사가 항거했고, 북한 공산군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 냈잖아요. 다부동전투와 장사리전투에서 수천 명의 소년 학도병들까지 목숨을 바친 곳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의 날개가 꺾였던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서문시장부터 불씨를 일으켜 간신히 나라의 균형을 도모했죠.
그날 동대구역 광장에서 분출한 수십만의 함성도 국난 극복의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여러분과 함께 ‘애국가’를 부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협치(協治)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법의 잣대로만 야당을 봐서는 막후 타협의 정치가 불가능한데요.
“민주당은 2023년 2월 이상민 행안부 장관부터 2024년 12월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2년 안에 29건의 탄핵안을 남발했죠. 평균 24일마다 탄핵한 것입니다. 오늘까지 헌법재판소가 내린 탄핵심판의 결과는 모두 기각입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횡포에 맞선 정당한 권리라는 증거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에서 협치는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야당 설득에 60%의 힘을 쏟는다고 하잖아요. 야당을 적(敵)이 아닌 동지(同志)로 보고 대화와 토론을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호(號)가 순항하려면 어떻게든지 설득해서 같이 가도록 해야죠. 협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연정(聯政)을 해서라도 힘을 모아야 해요. 그렇다고 반국가세력과 같이 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엎으려고 들어온 사람들인데 어떻게 설득이 되겠나….”
― 지사께서는 ‘우리 국민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연성(軟性) 사상전(戰)에 계속 잠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반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다고 봅니까?
“1987년 이전에는 주체사상, 공산주의, 인민민주주의 등 외세가 지원하는 강성(强性)의 사상전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개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이러한 사상전은 대한민국 역사 부정, 좌편향 교과서, 반민주주의 사상에 포섭된 인물의 국가 주요 기관 진출, SNS를 통한 선동과 심리전, 선거 개입, 해킹 등 전자전, 첨단 기술 탈취, 대기업에 대한 공격 등 다양한 형태의 연성 사상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국민들은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계속해서 잠식당하고 있어요. 국가 혼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세력의 의도대로 스스로 대한민국을 폄하하거나 우리끼리 갈등과 반목을 지속하면서 ‘헬(Hell)조선’을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이러한 일들엔 일관되게 배후 조종 세력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광화문 보수’는 우리의 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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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과 자녀가 함께하는 공간인 ‘K-공공보듬 1호’(아이동반 사무실)가 지난 1월 10일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경북도청에 문을 열었다. |
“말도 말아요. 김천에 있는 우리 사무실에 개 사료를 갖다 버리지 않나, 욕설을 하고…. ‘주민 동의 없는 사드 절대반대’라는 현수막을 걸고, 김천 시장은 삭발식도 했지요. 그래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어요.”
―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보수 정당의 최대 약점이 ‘군사정권의 후예’라는 낙인(烙印)인데, 그걸 벗어나기 위해 1990년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합당하며 몸부림을 쳤지요. 이번 사태로 다시 군을 동원한 ‘계엄 정당’ 이미지가 생겨나진 않을까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계엄과 윤 대통령의 계엄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죠. 그때는 정말 무장한 일선 군인들이 하는 계엄이었고, 이번 계엄은 계엄을 통한 대국민 호소라고 봐야 합니다. 군인 280명이 국회에 들어와 어떻게 장악하나요. 국회엔 3500명이 상주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은 사상전에 밀리던 대한민국의 상황을 단번에 반전시킨 대통령의 과감한 통치행위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국민들은 계엄으로 인해 정말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될 겁니다.”
―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분을 극우 세력으로 몰아가는 게 연성 사상전의 일환이라 봅니다. 광화문 시위 문화를 놀라워하며 세계에서 관심을 갖습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도 불상사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까지 하고 해산하죠. 이런 시위 문화를 주도하는 이를 극우니 아스팔트 세력이니 하고 몰아세우는 게 연성전의 일환이라 봅니다. 그분과(전 목사) 광화문에 나오는 분들이야말로 내 이웃이자 이웃사촌입니다.”
“한동훈 카드 버려야”
― 만약 조기 대선 구도가 형성되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진영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할까요?
“버려야 합니다. 분란만 일으키니까요. 그 사람 때문에 당이 이렇게 된 게 아닙니까. 지금 탄핵도 그 사람 때문 아닌가요? 과감하게 버려야지. 정말 원하지 않지만, 만에 하나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리 당에선 당원 중심으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보니까 당 밖에서 온 한(동훈) 대표 같은 사람은 국민의힘 색깔이 없어요. 그런 사람을 당원들이 뽑아 줄 리가 있나요? 뽑아 주면 우리 당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2030세대들, ‘이대남’의 탄핵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일시적 현상으로 봅니까?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위험하다고 느껴서 현장에 나왔을 겁니다.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이나 서울서부지법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자유민주주의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느끼고 거리로 나왔다고 봅니다.
얼마 전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2030세대를 ‘사유하지 않고 계산만 하는 세대’라고 했지요. 저출생과 전쟁을 벌이며 현장에 청년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는 제 입장에서 민주당 망언(妄言)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인데, 저렇게 청년들 가슴을 후벼 파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투쟁하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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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어깨띠를 하고 민생 현장 방문 일환으로 포항 죽도시장을 찾았다. |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봅니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랬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비웃은 것과 같은 겁니다. 이 대표 말은 믿을 수 없는 말이니까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그리고 저는 진짜 중도는 없다고 봅니다. 자기 생각을 유보할 뿐이죠. 자유우파가 옳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따라오게 돼있어요. 자석의 힘이 강하면 쇳가루를 확 빨아 당기듯, 자유우파가 올바르고 정의로우면 판단을 유보하던 사람들도 따라오게 돼있습니다.”
―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지사께서 주장해 온 개헌 필요성에 관한 생각은 무엇입니까?
“1987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의 제6공화국이 탄생했고 우리 국민은 이것이 민주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지난 37년을 돌아보면 수준 높은 정치 질서가 형성됐다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의원 시절 어린이들을 데리고 국회 본회의장에 가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싸우는 곳이요!’라고 합니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합니다.”
― 왜 그렇게들 싸우는 겁니까?
“대선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가지고 지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입니다. 이긴 쪽이 예산 편성도 그렇고 장관 인사권도 모두 가져가죠. 공공기관장이나 임원도 그렇고요. 지는 쪽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다 잃는 거예요. 선거가 다가오면 언제나 좌우 두 진영으로 나뉘어 각각 결집할 수밖에 없고, 중도적 제3정당이나 세력의 실험은 실패로 끝이 납니다.”
“協治와 相生, 완전한 지방분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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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월 8일 동대구역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 ‘애국가’를 불렀다. |
“맞습니다. 이번에 보니까 제왕적 국회는 폐단이 더 심각해요. 야당이 거대 의석을 가지게 되니까 툭하면 국무위원을, 검사를, 심지어 총리와 대통령까지 탄핵하죠. 예산안도 막 일방적으로 처리하고요. 자기네 당대표 사법처리 막으려고 국회 권력을 남용합니다. 도대체 나라를 대통령이 운영하는지 야당이 운영하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탄핵소추가 기각돼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요. 국회도 개헌을 통해서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 결국 개헌 얘기인데, 어떤 방향으로 고쳐야 할까요?
“여야가 덜 싸우고 나라 위해서 협치하려면 권력을 좀 나누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까지는 아직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일부 맡겨서 책임총리로 운영하는 게 좋겠어요. 이건 윤 대통령께서도 헌재 최후변론에서 이야기하신 부분이죠. 국회도 양원제를 도입해서 상원이 하원을 좀 견제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가 충돌할 때 사법부로 가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해요.”
― 지사께서는 지방 살리기와 지방분권도 오랫동안 주장해 왔는데.
“국회의원 때부터 지금까지 18년째 지방 살리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지사로 6년간 현장을 다녀보니 더 절실한 문제라고 느껴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위기들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로부터 발생합니다. 지방은 청년들이 떠나 인구가 빠져나가 소멸 위기이고, 수도권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습니다. 청년들은 어디 살아도 불안하니까 결혼도 출산도 안 하고 출산율이 세계 꼴찌예요. 대한민국이 성장의 한계를 뚫으려면 지방을 살려야 하는데 도지사가 열심히 해보려고 하지만 많은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어서 한계가 있어요.”
― 지방에 그렇게 권한이 없나요?
“눈앞에 보이는 산이나 강, 논과 밭조차도 지방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연구·개발을 위해 부지를 전용(轉用)하거나 지방 하천을 정리하려 해도 사사건건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 경주의 어느 마을에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서 마을이 물에 잠겼어요. 그래서 하천의 모래를 준설하려고 하니 1만 제곱미터 이상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환경부에 신청했더니 준설 허락을 안 해줍니다. 결국 그 마을에 또다시 홍수가 나서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렸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한국 獨自 핵무장보다 美 전술핵 배치”
2022년 기준으로 세수(稅收) 중 지방세 비중은 23.0%에 불과하다. OECD 38개국 중 13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주요 국가들인 스위스(54.9%), 캐나다(54.8%), 독일(53.7%), 미국(41.6%), 일본(37.5%)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편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 지역에서 발생한 세금이 지역 발전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이철우 지사는 주장한다.
“중앙정부가 똑같은 기준으로 공모사업을 발주하니 전국이 어딜 가나 비슷하게 획일화돼요.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지방이 특색 있게 성장해야 합니다. 그런 구상을 각 지방이 스스로 그려 내고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으로 바꿔야죠. 지역에 맞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입법권을 지방정부에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춘 규제 완화나 지원책을 자유롭게 마련하기 어렵죠.
지방분권은 단순히 지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국가경쟁력도 강화될 겁니다. 미국,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을 보면 지방정부가 강한 나라일수록 경제가 강하잖아요. 이제는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지사는 “헌법에는 지방자치 관련 조항이 단 2개(117조, 118조)뿐”이라며 “말만 지방정부지, 중앙정부에 예속됐던 관선(官選) 때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 확대 등 세부적인 사항을 반드시 포함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들께서도 지방분권이 일회성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 강대국들의 안전보장 약속을 믿고 2000여 개 핵무기를 포기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영토를 빼앗기고 미국에마저 외면당하는 상황에 처하자 우리도 핵 잠재력이라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할까요?
“우리가 직접 핵무장을 하면 한국 경제가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해야 하는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핵무장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경제가 초토화될 수 있어요. 또 우리가 만들면 일본도 만들려고 나설 테고 그러면 전 세계에 핵 도미노 현상이 빚어질지 모릅니다. 독자적 핵무장보다 미국의 전술핵 배치가 제일 안전하지 않을까요.”
“미북 수교하면 긴장 완화로 한반도에 평화”
― 미북 수교는 어떻게 봅니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 한반도에 평화가 옵니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쟁 하기 어렵습니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될 겁니다.”
― 그런 의미에서 오는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온다면 그야말로 빅 이벤트가 되겠군요. 그때 한국 대통령은 누가 될까요?
“윤 대통령이 돌아와야지요. (APEC에) 씨를 뿌렸으니 직접 거둬들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