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집중분석

박근혜 변호인단·헌법학자가 보는 尹 탄핵 심판

“朴 때와 분위기 달라… 尹 정치적으로 불리하진 않아”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야당, 단순히 윤 대통령만 들어내는 게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를 궤멸시키려는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 “尹 측, 법리에 중점 둬야… ‘탄핵 반대’ 재판관에게 법적 논리 제공해야”(송재원 변호사)
⊙ “법리 주장 강화 무의미한 일… 헌재, 여론 커지면 기각할 것”(A 변호사)
⊙ “朴 탄핵 당시 변론 준비가 유영하 변호사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진 것 같아 아쉬워”(송재원 변호사)
⊙ “비상계엄 합법 주장 어려워… 야당 정치 공세 과도했다는 점 차분히 설명해야”(김평우 변호사)
⊙ “‘계엄 나쁘다’는 전제하에 논의 이루어져… 국가비상사태 여부 대통령이 판단”(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
⊙ “헌재, 국가 발전에 탄핵이 꼭 필요한지 짚어야”(최대권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
⊙ “헌재, 사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놔두고 계엄 발동 요건만을 놓고 심리하겠다는 태도 버려야”(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됐다. 이제 공은 ‘내란죄’를 수사할 공수처 등 수사기관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맡을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기 하루 전인 1월 14일은 탄핵 심판 첫 변론 기일이었다.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4분 만에 재판은 종료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다음 변론 기일에 당사자들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변론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변론 기일부터는 비상계엄의 법적,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재판정 밖에서는 연일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며 여론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강행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지난해 12월 14일 이뤄졌다. 당시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소추안을 보면, 소추 사유의 핵심은 두 가지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과 ‘내란(우두머리)에 해당하는 국헌 문란 행위’로 헌법, 계엄법과 함께 형법(내란죄·직권남용죄·특수공무집행방해죄) 위반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은 계엄 선포에 앞서 ▲국무회의 심의(헌법 89조 5호)를 거치고 ▲계엄을 선포할 때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헌법 77조 4항)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통령의 모든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이뤄지고,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야(헌법 82조) 한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때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탄핵소추안은 지적한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진행 과정과 법리적 쟁점 등을 놓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때와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정국을 거치며 직무 긍정률이 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한국갤럽, 2016년 11월 4주~12월 1주 차).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심(民心)이라는 주장과 보수 지지층의 과표집이라는 주장이 분분한 상황이다.
 
  《월간조선》은 지난 2016~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으로 참여한 변호사들과 접촉해 그때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에 응한 변호사들은 당시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재 취지 자체가 불분명하거나, 기재 내용만으로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헌법재판관들의 경우, 증인 신청을 기각하거나 증거 채부 등을 놓고 납득하지 못할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결론을 정해놓고 재판을 진행하는 분위기였다” “편파적이고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헌재는 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검찰 수사 기록을 모두 열람했다. 예단이 형성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심판에는 헌재가 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탄핵 전제로 심판 진행”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1월 4일 청와대에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으로 참여한 A 변호사는 “헌재, 언론 모두 탄핵 제도와 현 대통령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 변호사는 “두 탄핵 심판 모두 마치 의원내각제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며 “총선 결과가 행정부를 결정하는 의원내각제 구조가 대통령제를 따르는 우리 정치판에서도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의원내각제는 의회의 다수 의석 정당 또는 그 연합이 행정부 구성권을 가지며 의회에 책임을 지는 정치 제도다. 권력융합의 원칙과 의회중심주의에 근거해 정부가 조직된다. 여기서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의례적·형식적 권한만을 가진다.
 

  A 변호사는 미국의 정치 구조를 예로 들며 “미국의 대통령제는 철저한 권력 분립을 이루고 있다”며 “의회와 행정부 사이 우열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의 민주 정당성이 다른 쪽 정당성을 없앤다는 이론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만약 ‘또라이 대통령’이 나와 탄핵 절차에 들어간다 해도 그 입증 책임이 의회에 있다. 탄핵은 기본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 탄핵을 전제로 심판이 진행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탄핵 심판대로라면 단순히 윤 대통령만 들어내는 게 아니”라며 “야당은 행정부 전체, 보수 진영 전체를 들어내고 궤멸시키려는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선 ‘통치행위론(統治行爲論)’이란 개념을 내세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고도의 정치 행위로 본다. 통치 행위는 국가기관이 행하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이론이다. 그러나 통치 행위는 왕조 시대의 유산이자 낡은 이론이라는 법조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A 변호사는 “통치 행위란 위법(違法) 행위에 대한 면죄부(免罪符)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치 행위는 대통령에게도, 국회에도, 사법부에도 인정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제출한 법률안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위헌 법안을 만든 입법 행위 자체는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건 국회의 통치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원의 재판도 1심 판결을 2심이 뒤집을 수는 있지만, 1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처벌을 내리진 않는다”며 “그건 사법부의 통치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력 눈치 보고 결정 내리면 인민재판에 불과”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A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정당했는지에 대해 “과연 적절한 수단이었는지는 의문”이라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야당 행위에 대한 찬반 여부를 차라리 국민투표에 부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표 후 찬성 결과가 나오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위를 야당에 중단, 철회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라며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위헌 정당 해산 청구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군이 국회로만 가지 않았다면 전혀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유혈 사태가 일어났는가, 헌정이 중단됐는가를 묻는다면 (내란죄 성립이)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A 변호사는 헌재 심판의 공정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헌재가 철저하게 법을 지키며 심판을 진행했으면 한다”며 “권력 눈치를 보고 결정을 내린다면 그저 인민재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재의 심리 과정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準用)한다. 형사소송법상 전문(傳聞)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 당시엔 전문 증거를 모두 증거로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반대 심문은 묵살한 채 다른 사건의 형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했다.”
 
  그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법리적(法理的)인 주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8대0으로 탄핵을 인용(認定)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탄핵 반대 여론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헌재는 부담을 느껴 기각(棄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4%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2030 세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억울할지라도 박 대통령은 개인 비리로 문제가 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건 명분은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이었다.”
 
  그는 또 “민주당이 국무위원, 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남발했지만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면죄부를 받는 게 과연 옳은지에 화두를 던진 셈”이라고 했다.
 
 
  “정치적 측면은 여론·정치인·시위대에 맡겨야”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자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송재원 변호사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리적 문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치밀하게 법리를 분석해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 변호사는 “탄핵 심판의 정치적 측면은 여론, 정치인, 시위대에 맡겨야 한다”며 “변호인단과 정치인, 시위대는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재판정 분위기가 지지층에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인단은 사실관계를 포함한 법리 문제를 제기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며 “탄핵 인용에 반대하는 잠재적 재판관들을 향해 끊임없이 법적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이유에 관한 설명은 정치적 문제가 아닌 법리적 문제”라며 “법리 싸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 역시 “탄핵 심판은 정치적인 상황, 즉 여론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변호인들이 부족했던 점이 있다면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거란 사실을 외부로 더 많이 알리지 못한 것”이라며 “변론 종결 당시 누가 봐도 탄핵 인용이 명확해 보였는데도 탄핵당하지 않을 거란 보고가 올라갔단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재판이 정치 공방으로 변질(變質)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송 변호사는 “주심 재판관 등의 부당한 재판 진행에 대해 항의했던 것이 정치 싸움으로 보였을 수 있다”면서 “재판관들이 편견을 드러내다 보니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부 변호인이 정치적인 언행을 했을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실관계 규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재판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어떤 전략으로 진행해야 할지에 대해 변호인들 사이에서 의견 정리가 원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채명성 변호사는 2019년 펴낸 책 《탄핵 인사이드 아웃》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채 변호사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에 임명됐다.
 
  “대리인들의 개성이 강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대리인들이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 법적으로만 다툴 것인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등 다른 방식의 활동도 병행할 것인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고, 헌법재판관들의 부당한 조치들에 대한 항의의 수위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어떤 쟁점들을 강조할 것인지, 언론 대응은 어떤 식으로 할지 등에 대하여도 의견 대립이 있었다. 하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다들 서로를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심지 굳은 재판관 한두 명 보여”
 
  송재원 변호사는 이번 탄핵 심판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조금은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봤다. 그는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직접 변호할 의지가 강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같이 유리한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려면 탄핵 반대 측 재판관의 가족을 포함한 그들의 신변과 프라이버시가 보호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관들은 좌파 세력이 두려워 탄핵에 찬성할 가능성도 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좌파들이 재판관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재판관 구성을 놓고 봤을 때도 윤 대통령에게 다소 유리한 점이 있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추측건대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주심 재판관이 분위기를 탄핵으로 주도해 나간 듯했다”며 “재판관 중, 단 한 명도 심지가 굳은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지금은 심지가 굳은 재판관이 한두 명은 보인다”며 “대통령 지지 여론과 더불어 재판관 구성과 성향에서도 지금이 그때보다 낫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도 건넸다. 송 변호사는 “이전 탄핵 심판 당시엔 변호인단과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소통하지 않아 박 전 대통령의 억울한 부분을 변호인단이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아쉬웠다. 모든 변론 준비가 유영하(현 국민의힘 의원)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졌다”며 “현재 윤 대통령 변호인들은 서면을 작성하는 중심인물을 주축으로 대통령과 가능한 한 많이 직접 소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비상계엄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정치 행위란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대통령도 헌법을 판단하는 기관”이라며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독재를 하기 위해 헌법을 유린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헌재가 함부로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가 잘못된 법률을 제정한다고 해도 국회의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입법부는 입법부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고유의 영역이 있다는 게 송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의회 다수당이 아무런 이유 없이 탄핵을 통해 고위 공무원 직무를 정지시켰다”며 “헌법재판관까지 탄핵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정치 행위의 합법성을 취약 기관인 헌재가 판단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엄의 이유가 무엇이고 탄핵소추 동기가 무엇인지 헌재는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부 우위의 기괴한 구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왼쪽)와 탄핵 반대 집회(오른쪽). 사진=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B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과 결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왜 선포했는지 그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B 변호사는 “정치 민주화 이후 대통령 권한이 축소되고, 그 권한이 헌재, 국회 등으로 넘어가는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다”며 “지금은 국회가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서 지금은 국가기관 간 균형과 대립이 아니라 입법부 우위의 기괴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B 변호사는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의 상황에 대해 “입법부가 행정부 제출 법안은 국회를 통과시켜 주지 않았고, 자신이 원하는 법안만 통과시켰다”며 “감사원장·검사·방통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을 소추하고,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는 등의 비상식적인 이유로 국가 예산을 삭감하는 행태를 벌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B 변호사는 “이에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는 헌법상 마지막 수단으로 계엄권을 사용한 것 같다”며 “나름 법에 따라 계엄권을 행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엄이 선포될 수 있는 법적, 절차적 요건이 맞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계엄권도 행정권이라고 본다면 행정권엔 자유재량(自由裁量)의 범위가 있고, 기속재량(羈束裁量)의 범위가 있다”며 “(비상계엄 선포가) 기속재량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한다면 민주당의 독선적 입법권, 탄핵권, 예산감액권 행사가 기속재량의 범위 안에 있었는지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헌재 탄핵 심판이나 사법부 재판에서 이런 내용이 균형 있게 합리적으로 검토됐으면 한다”며 “헌법 개정이 되든 안 되든 한쪽이 독재가 되지 않는 합리적인 국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탄핵 심판, 확인 사살 절차였다”
 
김평우 변호사. 사진=뉴시스
  반면 김평우 변호사는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에 맞지 않고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며 “법률적 관점에서 보면 적법한 권한 행사로 볼 여지는 거의 없다.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으로 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삼권분립(三權分立) 원칙에 어긋나는 법이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1989년 민주화 이후 통치 행위론을 지지하는 학자나 법률가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적으로는 유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너무나 미약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경우 법적으로는 불리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보수 언론, 보수 검찰, 보수 시민 모두가 등을 돌려 아군(我軍)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국회의 탄핵소추 시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났다. 헌재의 탄핵 심판은 이를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일종의 확인 사살 절차였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경솔했지만, 야당이 의석을 앞세워 국회 권한을 남용, 대통령 직무 수행을 어렵게 했다는 양비론(兩非論)이 퍼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수 언론과 유튜버, 종교 세력도 강력하게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이 같은 열기를 쉽게 무시하지 못할 거라는 게 김 변호사 생각이다.
 
  재판관들이 편파적으로 재판할 거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 변호사는 “정치 경력이 없는 순수한 법조인으로 구성된 헌법재판관들에게 정치적 판단을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했다. 그는 “임명자의 정치적 지시나 성향에 따라 심판할 의무도, 동기도 없다”며 “자신의 법률 지식과 양심에 따라 심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8대0으로 인용이 된 데 대해선 “촛불 시위의 열기가 강했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힘이 ‘제로’였다”면서 “재판관들도 법보다는 현실적 타당성을 앞세워 쉽게 결론 내렸다고 추측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심판을 앞둔 윤 대통령 측에 대해선 “비상계엄의 합법성을 정면으로 주장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상계엄이 불과 몇 시간에 불과했고, 스스로 해제했으며,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 야당의 정치 공세가 과도했다는 점 등을 차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헌법학자들, “탄핵 인용 가능성 높아”
 
  헌법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간 언론 보도를 보면 많은 헌법학자가 “탄핵 인용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신중론’을 제기한 학자들도 있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김학성 강원대 법대 명예교수는 “헌법 재판은 정치와 사법 두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면서도 “탄핵 심판은 사법적, 법리적 판단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제대로 변론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결정문의 주요 내용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 같은 문구는 매우 추상적”이라며 “우리나라 최고 의사결정권자이면서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지위를 박탈하는 데 막연한 문장을 적시(適時)한 건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 자신도 자만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재판부에 자신이 임명한 사람이 꽤 있으니 출석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채명성 변호사는 자신의 책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재판정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채 변호사는 “그동안 절차 진행의 불공정성으로 피해를 입은 대통령 대리인의 입장에서는 악의적 질문에 의한 ‘공개적 망신 주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썼다.
 
  김학성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쉽게 탄핵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계엄은 나쁘다’는 전제하에 모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헌법 77조에 계엄의 선포 요건이 규정돼 있고, 이번 비상계엄은 이 조항에 따라 선포됐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물론 지금이 ‘국가비상사태’인지는 충분히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 여부는 대통령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 해제 요구에 따라 비상계엄을 바로 해제했다”고 말했다.
 
 
  “‘의원 끌어내라’ 직권남용의 문제”
 
  김학성 교수는 ‘국무회의 당시 비상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국무위원은 아무도 없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국무회의는 심의기관”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논의되더라도 대통령을 법적으로 구속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부처 장관이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과 회의 속기록이 없다는 것 등은 지엽적인 얘기”라고 했다. 헌법 제77조 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은 윤 대통령이 국회 통고 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절차상 위법을 저질렀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회에 통고하지 않은 건 맞다. 절차상 흠은 된다”면서도 “대통령이 직접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말했고, 그 모든 상황을 민주당도, 국민도 다 알았다”고 말했다.
 
  김학성 교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 구성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봤다. 헌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내란죄 성립에는 2가지 요건이 필요하다”며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었느냐, 폭동이 있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판례를 보면 폭동은 한 지방의 안녕과 질서를 해할 정도의 대규모여야 한다”며 “이번 사태엔 그런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와 법치가 싸우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독재로 흐를 때 이를 통제하는 게 바로 법치”라면서도 “지금은 이 법치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회 문을 부수고 의원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는 직권남용의 문제지 비상계엄과 관계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냉철하게 나눠 이성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탄핵 시도한 횟수만 29번”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사진=조선DB
  김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거론되는 민주당의 탄핵 시도와 ‘예산 농단’에 따른 국정 마비도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민주당이 탄핵 시도한 횟수만 29번”이라며 “헌법재판소가 탄핵 이유가 없다고 결정한다면, 국정 마비를 이유로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역으로 인정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탄핵 심판은 재판관 성향상 윤 대통령이 불리한 건 맞지만, 대통령 스스로가 ‘싸우겠다’고 나섰다”며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어섰는데 탄핵이 쉽게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끝으로 “헌재는 헌법 수호의 사명을 가진 기관”이며 “누가 임명했느냐에 좌우되지 말고, 헌법과 법률 그리고 재판관 양심에 따라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曺國)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대학 시절 스승인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합리성과 정당성을 이번 탄핵 심판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탄핵 사유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는 사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며 “그 기준은 대단히 넓어서 따지고야 들면 비상계엄 선포가 위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 중대한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헌재가 민복(民福)과 국가 발전에 탄핵이 꼭 필요한지 정당성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가 어느 정도 정당성은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최 교수 역시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 시도를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선 정부가 일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못 하게 막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재가 정치권이나 여론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내릴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 심판 당시에도 재판관들이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이번에도 독립기관으로서 법 정신에 비추어 소신껏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내란’이란 말에 재판부가 오염됐는데…”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사진=국민대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탄핵 심판은 결국엔 사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비상계엄을 왜 선포했는지 국민에게 설득할 기회는 헌법재판소 심판정이 유일하다”며 “헌재가 사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놔두고 계엄 발동 요건만을 놓고 심리하겠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은 이전부터 이어진 정치권 갈등의 결과일 뿐 그 배경도 동일 선상에 놓고 봐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지난 1월 3일 국회 소추 대리인단이 윤 대통령의 형법상 내란죄 위반 여부는 탄핵 심판에서 다투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교수는 “국회 측이 윤 대통령의 형법상 내란죄 위반 여부는 다투지 않겠다고 주장했을 때 헌재 판단은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죄 죄명만 빠졌을 뿐이고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형법 위반이 아닌 ‘헌법 위반’으로 포섭해 주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내란’이란 말에 재판부가 오염됐는데,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을 빼고 읽으라면 그게 가능하겠나”고 비판했다.
 
  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을 놓고 봤을 때 탄핵 인용 가능성이 더 큰 것 아니냐는 물음에 “언론에서 재판관 성향을 따지고 있는데, 재판관 모두가 ‘전원합의’라는 방패 뒤에 숨어 책임을 희석하면서 안주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출되진 않았지만, 사회적 엘리트이기 때문에 재판관 자리에 올랐는데 이들이 소수 의견조차 내지 않는다면 그저 시민 활동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이유는…
 
  이 교수는 이번 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는 성격과 분위기 모두 다르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비공식 라인을 통해 사익(私益)을 추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며 “이는 면책(免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다르다. 형식상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공식 조직을 움직여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처음부터 그 동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론전을 펼쳐야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민이 결집하고 젊은 세대가 거리에 나오면서 재판관들이 받는 압박이 커졌을 것”이라며 “현 상황으로 봤을 때 대통령이 그리 불리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대통령 한 사람을 쫓아내 감옥에 보내고 3개월간 졸속 선거 유세를 치른 뒤 다시 5년짜리 대통령을 세우게 되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내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