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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인터뷰

20~40년 차 베테랑 당직자·보좌진이 보는 보수 정당의 미래

“새 보수 청사진 제시 못 하면 ‘100년 소수당 보수’ 전락”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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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탄핵 대선 땐 ‘유승민 바른정당’이 있었듯이 이번엔 보수 진영 내에 한동훈 대 ‘한동훈 비토(veto) 보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보수의 힘을 결집시킬 구심점 후보가 없다는 점도 나쁜 변수입니다.”

⊙ “이재명이 집권하면 우파 멸절의 시대 도래할 것”
⊙ 조기 대선은 ‘탄핵책임론’ 對 ‘이재명 리스크 + 범야 거대야당(179석) 견제론, 민주당 독재에 대한 거부감의 대결’
⊙ “문재인 당선 당시 ‘민주당, 최소 30년 집권’ 장담했으나 한 번으로 끝. 한국 현실 정치는 쉽지 않아”
⊙ 지금 국민의힘은 지역 기반도, 강한 리더도, 의원과 당원들의 단일대오도 없어
2024년 12월 12일 오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한 대표 뒤로 ‘바로 잡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조선DB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의 권능만큼이나 정당 사무처 당직자, 보좌진의 조역(助役) 역할도 막강하다. 그들이 없다면 정치와 정당의 시계(視界)는 오늘 당장 암흑천지가 될지 모른다. 20~40년 경력의 이들 눈에 비친 비상계엄령과 탄핵, 하야 논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집 건너 한집’ 식으로 오물에 뒤덮인 현재의 여야 정치를 지켜보는 이들의 예리한 시선을 통해 우리가 이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구해보고자, 절박한 마음에서 인터뷰를 준비하게 되었다.
 
 
  정치가 죽기 살기식으로 살벌해져
 
1990년 1월 22일 자 《조선일보》 호외 1면. 민정당, 민주당, 공화당의 3당 합당을 굵은 글씨로 보도하며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김종필 총재와 회동해 합당을 공동 발표했다고 썼다.
  민주자유당(국민의힘 전신) 사무처 당직자 공채로 정계에 입문한 김철현(金哲鉉)씨.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보좌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 민선 2기 홍보, 시민소통기획관을 지냈다. 서울특별시의원, 대구시장 정무특보 등을 거친 여의도 정치 비사(事)를 꿰는 30년 정치 베테랑이다.
 
  그는 지금이 30년 정치 경험의 가장 허무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수렁에 빠진 현실 앞에 도무지 의문도, 반문도, 이해도 어렵다고 한다.
 
  “22대 국회야말로 ‘정치의 사법화’가 가장 심했습니다. 정치가 죽기 살기식(式)으로 살벌해졌어요.
 
  법의 잣대로 상대를 보면 막후·타협의 정치가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정치는 순기능을 못 하고 뒷거래 정치로 전락하고 말아요.”
 
  ― 윤석열식 정치의 실패 원인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검사적(的) 정치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반(反)부정, 반부패 정치의 실패입니다.
 
  가장 큰 실패는 윤 대통령 자신이 정치 초보에다 정치력의 한계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어요. 게다가 야당을, 상대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어요.”
 
  ― 되돌릴 기회가 전혀 없었을까요?
 
  “여소야대 상황을 인정하고 협치(協治)로 갔더라면 달라졌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2024년 4·10 총선 참패에 대한 민의를 받들어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그 즈음인 4월 29일 첫 윤석열-이재명 영수회담이 열렸었죠. 총선 민의에 화답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었어요.
 
  여당인 국민의힘도 정치적 무한책임을 면할 수 없어요. 우왕좌왕하며 친윤·친한·비한의 책임 공방에다 차기 대선의 이해득실 셈법에 골몰하며 보수의 민낯과 무기력을 고스란히 보여줬잖아요.”
 

  ― 지금의 탄핵은 과거 노무현·박근혜 탄핵 때와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시나요.
 
  “과거 두 차례 탄핵과 대통령의 권력 남용엔 공통점이 있지만, 이번 탄핵은 ‘실패한’ 비상계엄이란 헌법 질서의 도전이자 헌법 무력화(無力化) 시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사건으로 ‘용서받지 못할 대통령’으로 기억될 겁니다. 대한민국 산업화 세력이지만 보수당의 최대 약점인 ‘군사정권 후예’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1990년 민정·민주·공화당이 합당하며 이뤄낸 3당 합당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게 최대 손해가 아닐까요?
 
  2002년 차떼기 정당, 2016년 탄핵 정당처럼 2024년 계엄 정당의 낙인(烙印) 효과가 상당 기간 오래갈 듯합니다.”
 
  ― 앞으로 보수의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박근혜 이후 보수의 구심점이 없는 상태입니다. 새 보수라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 ‘100년 소수당 보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 2025년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전망하나요.
 
  “수개월 내 조기(早期) 대선이 치러진다면 ‘탄핵책임론’ 대(對) ‘이재명 리스크 + 범야 거대야당(179석) 견제론, 민주당 독재에 대한 거부감’의 대결이 될 겁니다.
 
  여기다 또 다른 대선 변수는 보수 분열입니다. 지난 탄핵 대선 땐 ‘유승민 바른정당’이 있었듯이 이번엔 보수 진영 내에 한동훈 대 ‘한동훈 비토(veto) 보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보수의 힘을 결집시킬 구심점 후보가 없다는 점도 나쁜 변수입니다.”
 
 
  “대화·교류 없이 오직 정쟁만”
 
  현재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부의장과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양순석(梁淳錫)씨는 1985년 12대 국회 때 ‘통일(統一) 국시(國是)’ 사건으로 유명했던 민주당 유성환(兪成煥·1931~2018년) 의원의 보좌관으로 처음 정계에 입문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국회 상임위는 정회와 파행이 매일 다반사였지만 회의를 마치면 식사도 같이하고 소주잔도 기울이며 서로를 위로하고 또다시 격론하는 낭만의 정치, 협상의 정치가 가능했던 시절”이라는 것이 양 부의장의 기억이다.
 
  ― 한국 정치가 언제부터 격해졌나요.
 
  “17대 국회 이후로 정치 경험과 품격 없는 정치인들이 대거 국회에 유입되어 한국의 정치가 천박한 정치로 전락하고 말았어요. 여야 대화도 없고 교류도 없이 오직 정쟁만 있게 됐지요.
 
  요즘 여야는 식사는커녕 대화마저 단절한, 팍팍한 불통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라는 게 협상이 우선인데 상대에게 ‘하나’를 얻으려면 ‘내 것 두 개’를 건네줘야 해요.”
 
  양 부의장은 구(舊)소련 흐루쇼프(1894~1971년)와 인도의 네루(1889~1964년)를 예로 들었다. 흐루쇼프에게 있어 정치는 ‘냇가가 없는 곳에 다리를 놓는’ 것이었다. 설령 터무니없는 공약이라도 정치인은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네루는 1947년 인도 수상 취임식에서 “정치란 인도 국민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설파한 일이 있단다. 양 부의장이 말을 이어갔다.
 
  “지금 여야 정치인은 국민 눈에 흐르는 피눈물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없습니다.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요?
 
  위로와 희망의 정치가 되어야 함에도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동서(東西)의 갈등이 좌우(左右)의 분열로, 좌우의 분열이 여야의 정쟁으로 치닫다가 비상계엄이라는 시대 비극을 탄생시켰습니다.”
 
 
  “우파 재집권, 20년 이상 어려울 수도”
 
  ― 이번 12·3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이 여권 내 어떤 문제를 증폭시켰나요.
 
  “여권은 대통령을 보호하고, 국정을 단절 없이 이어가야 하는 의무가 우선임에도 당대표가 ‘대통령 직무를 즉각 정지시켜야 한다’는 혼란을 불러오는 불씨를 지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입니다.
 
  단일대오(單一隊伍)로 국정을 안정시키고 국민을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할 지도부가 국무총리를 당으로 불러들여 담화문을 발표하는 전무후무한 혼란을 야기한 데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심지어 미국 국무부에서 ‘현재 바이든의 상대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말을 하며 ‘한국의 정치는 헌법하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모욕적 훈수도 듣지 않았나요?”
 
  ― 40년 정치 베테랑으로서 요즘 심경은?
 
  “이 정당을 지켜오고, 수많은 민주 동지의 피와 희생 속에서 박정희 유신, 전두환의 군사독재, 최루탄, 야당 총재를 닭장차에 강제로 밀어 넣어 짐짝 취급한 야만의 세월을 지나 1990년 3당 합당으로 완성된 민주주의 과정을 지켜본 40년 정당인으로서 피를 토하는 참담한 심정입니다.”
 
  ― 지금의 탄핵이 과거 노무현·박근혜 탄핵 때와 어떻게 다르다고 봅니까.
 
  “국민의 생각이 탄핵이었으니 탄핵이 불가피했다고 봅니다. 우선 국무총리 대행 체제로 안정을 도모하고 경제를 우선 살려야 합니다.
 
  제 생각엔 노무현 탄핵은 ‘셀프 탄핵’의 의미가 강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당시 정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노무현이 셀프 탄핵을 유도한 면이 없지 않아요.
 
  박근혜 탄핵은 ‘플랜 B’도 마련하지 못한 채 60명의 여당 국회의원이 탄핵에 찬성, 속수무책으로 우파가 몰락하고 멸절한 사건이었죠.”
 
  ― 60~70년간 한국 정치를 주도했던 보수 정당이 완전히 붕괴될 조짐이라는 의미인가요.
 
  “이재명의 뒤에는 이석기를 비롯한 동부연합 세력이 있었어요. 만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재판 피의자로서 대법원 판단 전에 대선 후보가 된다면 트럼프처럼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 이재명 대표는 현재 수십 가지 혐의로 기소되어 5개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협치의 정치를 펼치기보다 복수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봅니다. 좌우의 이념으로 정권이 몇 번 바뀌면서 수백 명을 재판에 부치고 복수의 정치가 자행되었잖아요. 이번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우파 보수 정당은 멸절된다고 볼 수 있어요.”
 
  양 부의장은 “지난 대선에서 1% 미만의 승리로 윤 대통령이 당선되었는데 이번엔 압도적 차이로 우파의 패배가 명약관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이 우파 정당의 이승만, 조병옥, 유진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로 이어진 맥이 완전히 끊어진다고 봅니다. 이제 우파는 대한민국에서 재집권이 20년 이상 어려울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이재명이 집권하면 피의 숙청과 정치 보복, 그리하여 우파 멸절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향후 마녀사냥식 정치 보복 예상돼”
 
  김회구(金會求)씨는 1991년 현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 공채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당 사무처에서 조직국, 기획조정국, 대변인실, 대통령후보실 등 두루 요직을 거치며 한국 정치의 속살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에서 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 22대 총선 결과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이른바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이 극단적으로 양분됐다”며 “대통령과 여야는 상호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를 선택해야 했으나 서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 강요만이 지배하는 삭막한 정치판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계엄 정국에 대해선 “정말로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를 떠나 계엄은 절대적으로 선택지가 아니었어요.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전원이 피의자가 되고 있는 초유의 상황입니다. 앞으로 행정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당내 친윤과 친한의 오랜 불신과 서로의 속셈이 달라 탄핵 정국 이후 분열 없이 당이 존속할지도 걱정입니다.”
 
  ― 이 파장이 과거 탄핵 때와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과거 노무현·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대통령 당사자 한 사람의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 전원과 당시 군과 경찰 지휘부 모두가 내란 주도 및 동조 혐의로 입건되는 상황이에요. 향후 마녀사냥식 정치 보복이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 60~70년간 한국 정치를 주도했던 보수 정당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수 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집권에 성공한 바 있어요. 분열하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해 나간다면 반전(反轉)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봅니다.”
 
  ― 반면 민주당은 다시 한 번 100년 정당을 꿈꾼다고 여기십니까.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시에 민주당은 최소 30년 집권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어요. 그러나 한 번으로 끝이었죠. 한국의 현실 정치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김 전 비서관은 “한국 정치의 복원을 위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절대적”이라며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극단적인 정치가 지지층마저 극단적으로 양극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정치를 이분적으로 분열시키는 현상을 낳고 있어요. 상호 간에 다름을 인정하고 경쟁하는 정치제도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2017년 탄핵과 분당까지 위기 상황은 많았지만…
 
  국민의힘 당 사무처 국장과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익명의 인사와 접촉했다. A씨는 보수 정당이 여러 차례 심각한 위기를 겪었지만 내부적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는 점을 떠올렸다. 1997년 대선 패배, 2002년 대선 패배, 2000년대 친이-친박 계파 갈등, 2017년 탄핵과 분당까지 위기 상황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경륜 있는 중진들이 중심을 잡았었다는 것이다.
 
  “중진만이 아닙니다. 소장파들이 당 쇄신을 이끌어가는 등 여러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했잖아요. 탄핵 이후에도 당 쇄신과 서울시장 탈환 등 다시 살아날 기회가 없지 않았죠.”
 
  ― 비상계엄과 탄핵 등 맞서야 할 현실이 과거와 다른 차원 아닌가요.
 
  “작금의 사태는 보수 정당이 탄핵의 망령에 사로잡힌 후 스스로 지도자를 배출해 내지 못한 탓에 있다고 봅니다.
 
  사실 과거 보수 정당은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어요.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를 떠올려보세요. 누군가가 당권을 잡으면 모두 합심하는 게 당연했죠.”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세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A씨는 설명한다. 윤 대통령이 “당을 지켜온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후보임을 깨닫게 됐지만, 당시 어려움에 빠진 당으로선 다른 대안이 없었고 정권 탈환을 위해 힘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였다.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와 참담한 심정입니다. 의원들은 과거 탄핵 트라우마 때문에 ‘탄핵은 안 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게 둘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우리 사정일 뿐 국민 누구도 이런 말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탄핵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 TK 지역 민심도 잃어가고 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년 3월 당 현판을 떼어낸 뒤 천막 당사로 옮기는 모습이다. 사진=조선DB
  A씨는 윤 대통령 이후 체제도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한동훈 대표 또한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당의 기본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당을 이끌 경우, 예전처럼 중진과 소장파들이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난 22대 총선 전 영남 중심의 60~70석의 미니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제 TK 지역 민심도 잃어가고 있어요. 이 상태로 대선을 치르면 당연히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B보좌관은 당 사무처 경력은 없지만 17대부터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17대 국회면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노무현 탄핵 이후이긴 했지만 여야 의원들의 사이가 친밀하고 화기애애한 편이었어요.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이 여당이 되고 초선 의원 수, 여성 의원 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과거 국회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많은 선진적인 법안이 발의됐고, 여야 의원들의 모임도 활발했습니다.”
 
  그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뀌었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당내 갈등도 심각해졌다.
 
  B보좌관은 “총선 때마다 권력을 쥔 쪽에서 이른바 ‘공천 학살’을 벌였다”며 “지금처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몰랐을 뿐 당내 갈등은 심각했다”고 떠올렸다.
 
  “이런 내홍(內訌)이 쌓여 결국 박근혜 탄핵이라는 참담한 결과가 빚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반면 민주당의 내공은 간단치 않아요.
 
  긴 야당 생활을 통해 내부에서 사람을 키우고 대여 전투력을 길러왔다는 점에서 보수 정당보다 몇 수 위라고 봅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민주당은 기득권 위주로 구성된 보수 정당과는 애초부터 다르죠. 게다가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이 작용한다고 보기 힘들고, 민주당은 이재명 단일대오로 몇 년째 굳건하게 국회를 지키고 있잖아요.”
 
  B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을 마쳤다.
 
  “지금 국민의힘은 지역 기반도, 강한 리더도, 의원과 당원들의 단일대오도 없습니다. 과거 위기 때는 그래도 존경할 만한, 주목할 만한 중진 또는 소장파 리더가 몇 명 있었고 당원들은 그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중진들이 자기 앞가림에만 급급하고 당당하게 나서는 소장파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보수 정당 소멸론
 
  보수 정당은 현재 그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 당의 간판을 완전히 내려야 하는 운명을 맞닥뜨려야 할지 모른다.
 
  영남 중심의 정치적 기반에 의존하던 보수 정당이 점차 축소되어, 지역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전국적인 지지를 얻는 데 더욱더 도전이 되는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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