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선발대는 촛불행동·조국혁신당… 민주당은 탄핵의원연대·대통령파면 국민투표개헌연대·집권플랜본부 등 통해 다각도로 탄핵 지원
⊙ 한동안 잠잠하던 탄핵론, 정권 지지율 20%대 붕괴와 김건희 리스크·명태균 게이트로 다시 불붙어
⊙ 이재명 사법 리스크 결과 어떻게 되든 민주당의 투쟁 동력 상승 예상돼… 장외집회 이어질 듯
⊙ 야당 내에선 “여권에 한동훈밖에 없을 때 빨리 탄핵·임기단축 진행해야” 주장도
⊙ 김민석(민주당 최고위원)-김민웅(촛불행동 상임대표) 형제가 탄핵에 앞장서는 이유는?
⊙ 한동안 잠잠하던 탄핵론, 정권 지지율 20%대 붕괴와 김건희 리스크·명태균 게이트로 다시 불붙어
⊙ 이재명 사법 리스크 결과 어떻게 되든 민주당의 투쟁 동력 상승 예상돼… 장외집회 이어질 듯
⊙ 야당 내에선 “여권에 한동훈밖에 없을 때 빨리 탄핵·임기단축 진행해야” 주장도
⊙ 김민석(민주당 최고위원)-김민웅(촛불행동 상임대표) 형제가 탄핵에 앞장서는 이유는?
- 11월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선DB
11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량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 박탈은 물론 5년간 피선거권이 상실돼 차기 대권 도전이 불가능하고,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이 대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 유죄 판결을 계기로 11월 초 시작한 정권퇴진운동을 이어가는 한편 그동안 언급을 자제해 왔던 ‘대통령 탄핵’도 수면 위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탄핵준비의원연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탄핵의 열쇠를 쥐고 있는 172석의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1심 선고 두 건이 마무리되는 11월 말께 어떤 태세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월부터 본격화된 탄핵 정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국민의힘 중진들은 “지금 상황이 8년 전 ‘탄핵정국’ 때와 유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10월 말~11월 초 홍준표 대구시장은 “꼭 박 대통령 탄핵 전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했고, 5선 윤상현 의원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박 대통령 탄핵 당시와 같아 기시감이 든다”고 했으며,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원유철 전 의원은 “정권 지지율 하락과 당정 갈등,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혼란까지, 8년 전과 상황이 지나칠 정도로 비슷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점은 지난 5월이다. 당시 민주당은 장관과 검사 등 공직자에 대한 탄핵안을 남발했고,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민주당에서 ‘무리한 거부권 행사는 탄핵 요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박스 2 참조). 7월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약 143만 명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동의했고,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는 두 차례에 걸쳐 탄핵 청원 청문회를 개최했다. 야당 주도로 청문회는 열렸지만 야당이 요구한 윤 대통령 가족 증인 출석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내 탄핵 논의도 잠잠해졌다. 민주당은 탄핵 역풍에 대한 우려와 현실적으로 탄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등을 고려해 더 이상 탄핵 이슈를 끌고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당정 갈등과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태가 이어졌고, 여야는 특검법과 민생법안 등을 놓고 계속 대치했다.
다시 탄핵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윤 대통령이 두 번째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남발은 탄핵 사유’라는 주장을 이어갔고, 특검법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의 당정(黨政) 갈등 양상도 이어졌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된 ‘명태균 게이트’가 터지면서 야당에서 탄핵론이 다시 힘을 얻었다. 여론조사에서 정권 지지율 20%선이 붕괴된 것도 이 시점이다.
野 지도부, 탄핵-심판 목소리 높여
김건희 리스크, 지지율 하락, 명태균 게이트 등 다양한 이유로 야권에서 탄핵론이 더욱 거세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정권 규탄 장외집회에 나선 것은 11월 2일이다. 이날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하야(下野)’를 언급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단(異端)왕국은 끝나고 민주공화국이 새출발한다.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비리에다 무능하기까지 한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물러나라”고 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추락시키고 끝장내기 위해서 힘을 모으자”고 했으며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제 우리가 서울역에서 윤 정권 심판 열차를 출발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정권 규탄과 대통령 퇴진 요구라는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장외집회에 나선 것은 아니다. 11월 중순과 하순 이재명 대표 재판 1심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이재명 방탄’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장외집회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범죄 방탄을 위해 무법천지의 사회적 대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하면서도 탄핵 역풍 등을 고려해 공식적인 탄핵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이 탄핵의원연대를 통해 탄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당내에 탄핵 이후를 준비하는 ‘집권플랜본부’도 구성했다. 군소 야당과 진보 계열 시민단체 등은 본격적으로 탄핵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탄핵을 준비하는 탄핵 주체들은 아래와 같다.
조국혁신당,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일찌감치 탄핵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국회 내에서 탄핵에 가장 적극적인 조국혁신당은 11월 20일 광화문광장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한다. 초안에는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남용, 시행령 통한 입법권 무력화 등 17개 사유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열기가 집중됐던 광화문광장에서 초안을 공개하고 국민과 함께 완성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조국 대표는 “조국혁신당의 ‘탄핵 쇄빙선’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의원 150명의 서명이 필요한 만큼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고, 국회가 정권 조기 종식을 끌어내지 않으면 크나큰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원내대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모임인 탄핵의원연대와 임기단축 개헌준비모임 양쪽 모두에 참여하며 정권퇴진운동의 선봉에 서 있다.
3석을 보유한 진보당은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다. 진보당은 지난 8월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을 열고 “진보당은 윤석열 탄핵의 마중물로 탄핵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관련 전국 조직 활성화와 탄핵 이후 사회개혁 과제 준비 등을 선언했다. 또 민주노총·촛불행동·진보연대 등과 꾸준히 연대하며 탄핵 추진에 집중하고 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11월 9일 정권 퇴진 집회에서 “지금 상황에서 탄핵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認容)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고,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행동, 매주 집회 열며 윤석열 탄핵 기금 모금
조국혁신당·진보당과 함께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는 시민단체가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이다. 촛불행동은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결성한 시민단체로, 2022년 8월 6일부터 매주 주말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집회에서 정권 퇴진과 정권 규탄을 내세우는 데 비해 촛불행동은 직접적으로 탄핵을 주장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 기금 모금, 탄핵소추 촉구 인증샷 모으기 운동, 탄핵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촛불행동은 애초 시민단체들의 참여로 집회를 계속했지만, 최근 정치권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출범한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모임’에는 민주당 의원 7명(강득구·김준혁·문정복·민형배·부승찬·양문석·장종태)과 사회민주당 의원 1명(한창민)이 참여했다. 이들은 11월 출범한 탄핵준비의원연대의 핵심 인물들이다. 이 중 강득구 의원은 국회에서 촛불행동이 주최하는 ‘탄핵의 밤’ 장소 대여를 맡아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탄핵의원연대 “탄핵 찬성 의원 200명 확보 목표”
촛불행동과 정치권의 연대로 출범한 조직이 탄핵의원연대다. 지난 11월 13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 41명이 참여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탄핵의원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민주당 27명(김준혁·김성환·김정호·김원이·김용민·문정복·강득구·복기왕·이수진·권향엽·김문수·김영환·민형배·문금주·박수현·박정현·부승찬·양문석·이강일·이기헌·이성윤·이정헌·장종태·전진숙·조계원·채현일·허성무), 조국혁신당 9명(강경숙·김선민·김준형·김재원·서왕진·신장식·정춘생·차규근·황운하), 진보당 3명(윤종오·전종덕·정혜경), 기본소득당 1명(용혜인), 사회민주당 1명(한창민)이다. 이들은 발족 선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년 6개월의 임기 동안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의무를 망각하고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며 “탄핵 의결 정족수인 200명의 의원 수를 확보하고 탄핵 이후 새로운 사회 대개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의원연대의 대표는 민주당 박수현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박 의원의 얘기다.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박근혜 탄핵 때만큼이나 커지고 있다. 박근혜 탄핵 당시 광장에서 칼바람 맞아가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께 다시 촛불을 들어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 해야 한다면 정치와 국회가 감당해야 한다.”
연대 간사를 맡은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시민사회단체와 본격적으로 연대해 탄핵을 추진하고, 탄핵 이후 개혁 과제를 미리 정리하기 위해 조직 내 소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의원들이 당 차원이 아닌 개별 의원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핵의원연대에는 민주당 강성 친명계와 민주당 지도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통령파면국민투표 개헌연대 “탄핵보다 개헌이 합리적”
탄핵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역풍이 불 우려도 있는 만큼 탄핵이 아닌 대안을 마련하자는 모임도 등장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연대해 11월 8일 출범시킨 ‘대통령파면국민투표 개헌연대’다. 장경태·민형배·문정복·김용만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 등 야권 의원 20명이 참여했다.
연대 측은 “대통령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마땅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기에 국민이 직접 해고 통지를 보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려면 헌법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헌법재판관은 공석을 제외하고 6인뿐이며 이 중 3인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국회에서 소추안을 통과시켜도 탄핵 인용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연대는 이어 “이런 원칙과 현실을 고려한다면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개헌은 국회 재적 과반수 발의,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에서 합의하고 국민이 동의하면 되는 만큼 현재의 국회 여야 구도와 민심을 고려할 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모임은 헌법의 부칙(附則) 개정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임기만 2년 단축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까지인데, 내년 5월에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연대의 핵심 멤버인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국민의 요구인 정권 심판과 정권 종결을 시행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방법이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탄핵보다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8년 전 탄핵 때는 야당의 의석수가 탄핵이나 개헌 정족수(200석)에 크게 부족했지만, 현재 야당은 192석으로 여당에서 8명만 참여하면 된다. 개헌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하기도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하지만, 개헌은 국민이 결정한다. 또 탄핵은 인수위가 존재하지 않지만 개헌은 인수위를 구성해 정권을 이양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 8명 정도의 양심 있는 의원이 있지 않을까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시민사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상근 목사,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모인 ‘전국비상시국회의’는 지난 10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는 방향으로의 개헌을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임기 단축 개헌은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에게 명분을 주면서 국민의힘이 차기 대권을 준비할 시간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탄핵 빌드업?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선이 절반 이상 남은 시점인 지난 10월 ‘집권플랜본부’를 출범시켰다. 집권플랜본부는 ▲K먹사니즘본부 ▲정책협약본부 ▲당원주권본부 ▲10만 모범당원 정권교체위원회 등 4개 본부와 1개 위원회 체제다. 대통령 선거가 2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출범한 만큼 탄핵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탄핵 빌드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당의 실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박찬대 원내대표를 제치고 사실상 당의 2인자로 불리는 김민석 최고위원이 총괄본부장을 맡았고, 3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강성 친명계 등 22명으로 구성됐다. 본부에는 더민주혁신회의 상임대표를 맡았던 강위원 전 당대표 특보, ‘친명계 7인회’의 일원인 김병욱 전 의원도 포함됐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집권하면 김민석 최고위원이 총리를 맡는 구조의 섀도캐비닛(예비내각) 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검찰은 김건희의 개” 등 수위 높은 발언을 계속 내놓아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사법 리스크에 묶인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향후 탄핵 정국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의 투쟁 동력과 대권 주자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표 1심 유죄판결 여부와 무관하게 대법원 선고 전까지 기존의 당 체제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고, 대여 투쟁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민생정책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정권 규탄도 계속할 것이다. 1심 유죄판결 후 당내에서 다른 대권 주자들이 떠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리더십과 대권 주자로서의 가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여론조사 상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 대표의 경쟁자가 없다.”
그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퇴진운동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도 했다.
“정권의 지지율이 이 정도로 낮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민심이 폭발할 지경인 현재 신속하게 탄핵 또는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는 게 국민의 뜻이라 생각한다. 특히 여당에 한동훈 대표 외의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지금 민주당은 하루빨리 정권 교체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탄핵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야당의 대권 주자들도 하나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권 대권 주자로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총리, 이낙연 전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두관 전 의원 등이 꼽힌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11월 13일 대통령을 향해 입장문을 내고 “특검을 수용하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길 두 가지만 있다”며 압박했고, 김두관 전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 정국에서 새롭게 대권 주자로 주목받는 인물도 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다. 김 최고위원은 탄핵 이후를 대비한 당 집권플랜본부 본부장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4일 당내 비상설 특별위원회로 설치한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이하 김건희심판본부)’ 본부장도 맡았다. 김건희심판본부는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구로, 김민석 본부장 이하 강득구·김현·이수진·장경태(이상 재선), 김성회·양문석·이용우·채현일·한민수 의원(이상 초선) 등 총 10명으로 꾸려졌다. 김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 저격 최일선에 선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를 향해 “김건희는 친일·이단 권력의 실체이며, 선출 안 된 실세가 과잉권력에 취하니 나라가 망조”라고 격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탄핵 집회를 주도하는 촛불행동의 상임대표인 김민웅 전 교수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탄핵 정국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는 김민석-김민웅 형제의 역할에 주목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 9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탄핵의 밤’ 행사에는 김 최고위원과 김 상임대표 둘 다 참석했고, 최근 촛불행동과 민주당은 주말마다 정권 비판 집회를 열면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에 힘입어 최고위원 중 득표율 1위를 기록해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됐고, 이후 이 대표의 신임을 얻는 최측근으로 불린다.
탄핵-임기 단축 개헌은 가능할까
아직 탄핵 논의는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 중심으로 진행될 뿐 8년 전과 같은 전국민적인 탄핵 요구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지만 국민은 탄핵까지는 주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보수우파에겐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가 있고, 중도층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헌법·법률적으로 위반 사항이 없다는 점과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경계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야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탄핵을 띄워도 국민 사이에서 탄핵 여론이 불붙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단축 개헌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일단 헌법 조항의 해석에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을 해도 윤 대통령의 임기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임기 연장 또는 중임을 막기 위한 조항이기 때문에 임기 단축 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야당이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는 논리다.
민주당은 탄핵보다는 개헌을 내세우면서 여권 의원들을 끌어들여 정권 퇴진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개헌연대에 참여 중인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은 두 번 대통령 탄핵을 당하는 당으로 시련을 겪기보다는 임기 단축에 참여해 국가 정상화에 동참한 정치세력이 되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 아니겠느냐”라며 여당의 참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의 정권퇴진운동과 개헌 추진에 대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온갖 선동과 반(反)헌법적 행위를 자행하는 민주당이 탄핵이나 정권 퇴진을 언급할 처지가 아니고,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탄핵의 열쇠를 쥐고 있는 172석의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1심 선고 두 건이 마무리되는 11월 말께 어떤 태세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월부터 본격화된 탄핵 정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국민의힘 중진들은 “지금 상황이 8년 전 ‘탄핵정국’ 때와 유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10월 말~11월 초 홍준표 대구시장은 “꼭 박 대통령 탄핵 전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했고, 5선 윤상현 의원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박 대통령 탄핵 당시와 같아 기시감이 든다”고 했으며,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원유철 전 의원은 “정권 지지율 하락과 당정 갈등,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혼란까지, 8년 전과 상황이 지나칠 정도로 비슷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점은 지난 5월이다. 당시 민주당은 장관과 검사 등 공직자에 대한 탄핵안을 남발했고,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민주당에서 ‘무리한 거부권 행사는 탄핵 요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박스 2 참조). 7월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약 143만 명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동의했고,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는 두 차례에 걸쳐 탄핵 청원 청문회를 개최했다. 야당 주도로 청문회는 열렸지만 야당이 요구한 윤 대통령 가족 증인 출석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내 탄핵 논의도 잠잠해졌다. 민주당은 탄핵 역풍에 대한 우려와 현실적으로 탄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등을 고려해 더 이상 탄핵 이슈를 끌고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당정 갈등과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태가 이어졌고, 여야는 특검법과 민생법안 등을 놓고 계속 대치했다.
다시 탄핵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윤 대통령이 두 번째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남발은 탄핵 사유’라는 주장을 이어갔고, 특검법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의 당정(黨政) 갈등 양상도 이어졌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된 ‘명태균 게이트’가 터지면서 야당에서 탄핵론이 다시 힘을 얻었다. 여론조사에서 정권 지지율 20%선이 붕괴된 것도 이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 관련 일지 2024. 7.2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인 100만 명 돌파(11월 중순 현재 143만여 명) 7.19 국회 법사위, 대통령 탄핵 청원 1차 청문회 7.26 탄핵 청원 2차 청문회 8.20 진보당,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 선포식 11.2 더불어민주당,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1차 집회 11.9 더불어민주당 2차 집회 11.13 탄핵준비의원연대 출범 11.20 조국혁신당,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예정) |
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공개 발언 2024.3.21 민주당 박지원 의원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약진해 200석을 만들면 윤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13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 “거부권 함부로 행사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 그 자체가 탄핵 사유 될 수 있다”(‘김현정의 뉴스쇼’) 5.13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대변인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는 헌법적 권리를 사적 남용하는 것으로,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백브리핑) 8.20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윤석열 탄핵에 당력 집중하겠다”(탄핵 추진 선포식) 11.2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부부 날강도’는 박정희·전두환보다 더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고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민주당 장외집회) 11.4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격랑이 몰아치고 있다. 탄핵 쇄빙선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할 것”(최고위원회의) |
野 지도부, 탄핵-심판 목소리 높여
김건희 리스크, 지지율 하락, 명태균 게이트 등 다양한 이유로 야권에서 탄핵론이 더욱 거세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정권 규탄 장외집회에 나선 것은 11월 2일이다. 이날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하야(下野)’를 언급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단(異端)왕국은 끝나고 민주공화국이 새출발한다.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비리에다 무능하기까지 한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물러나라”고 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추락시키고 끝장내기 위해서 힘을 모으자”고 했으며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제 우리가 서울역에서 윤 정권 심판 열차를 출발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정권 규탄과 대통령 퇴진 요구라는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장외집회에 나선 것은 아니다. 11월 중순과 하순 이재명 대표 재판 1심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이재명 방탄’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장외집회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범죄 방탄을 위해 무법천지의 사회적 대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하면서도 탄핵 역풍 등을 고려해 공식적인 탄핵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이 탄핵의원연대를 통해 탄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당내에 탄핵 이후를 준비하는 ‘집권플랜본부’도 구성했다. 군소 야당과 진보 계열 시민단체 등은 본격적으로 탄핵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탄핵을 준비하는 탄핵 주체들은 아래와 같다.
조국혁신당,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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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11월 20일 발표한다. 조국혁신당 조국(오른쪽)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 사진=조선DB |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의원 150명의 서명이 필요한 만큼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고, 국회가 정권 조기 종식을 끌어내지 않으면 크나큰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원내대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모임인 탄핵의원연대와 임기단축 개헌준비모임 양쪽 모두에 참여하며 정권퇴진운동의 선봉에 서 있다.
3석을 보유한 진보당은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다. 진보당은 지난 8월 ‘윤석열 탄핵 추진 선포식’을 열고 “진보당은 윤석열 탄핵의 마중물로 탄핵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관련 전국 조직 활성화와 탄핵 이후 사회개혁 과제 준비 등을 선언했다. 또 민주노총·촛불행동·진보연대 등과 꾸준히 연대하며 탄핵 추진에 집중하고 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11월 9일 정권 퇴진 집회에서 “지금 상황에서 탄핵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認容)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고,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촛불행동, 매주 집회 열며 윤석열 탄핵 기금 모금
조국혁신당·진보당과 함께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는 시민단체가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이다. 촛불행동은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결성한 시민단체로, 2022년 8월 6일부터 매주 주말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집회에서 정권 퇴진과 정권 규탄을 내세우는 데 비해 촛불행동은 직접적으로 탄핵을 주장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 기금 모금, 탄핵소추 촉구 인증샷 모으기 운동, 탄핵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촛불행동은 애초 시민단체들의 참여로 집회를 계속했지만, 최근 정치권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출범한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모임’에는 민주당 의원 7명(강득구·김준혁·문정복·민형배·부승찬·양문석·장종태)과 사회민주당 의원 1명(한창민)이 참여했다. 이들은 11월 출범한 탄핵준비의원연대의 핵심 인물들이다. 이 중 강득구 의원은 국회에서 촛불행동이 주최하는 ‘탄핵의 밤’ 장소 대여를 맡아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탄핵의원연대 “탄핵 찬성 의원 200명 확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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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오전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5당 의원 41명이 참여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 발족식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조선DB |
탄핵의원연대의 대표는 민주당 박수현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박 의원의 얘기다.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박근혜 탄핵 때만큼이나 커지고 있다. 박근혜 탄핵 당시 광장에서 칼바람 맞아가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께 다시 촛불을 들어달라고 요청할 수 없다. 해야 한다면 정치와 국회가 감당해야 한다.”
연대 간사를 맡은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시민사회단체와 본격적으로 연대해 탄핵을 추진하고, 탄핵 이후 개혁 과제를 미리 정리하기 위해 조직 내 소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의원들이 당 차원이 아닌 개별 의원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핵의원연대에는 민주당 강성 친명계와 민주당 지도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통령파면국민투표 개헌연대 “탄핵보다 개헌이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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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통령파면국민투표 개헌연대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연대 측은 “대통령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마땅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기에 국민이 직접 해고 통지를 보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려면 헌법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헌법재판관은 공석을 제외하고 6인뿐이며 이 중 3인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국회에서 소추안을 통과시켜도 탄핵 인용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연대는 이어 “이런 원칙과 현실을 고려한다면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개헌은 국회 재적 과반수 발의,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에서 합의하고 국민이 동의하면 되는 만큼 현재의 국회 여야 구도와 민심을 고려할 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모임은 헌법의 부칙(附則) 개정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임기만 2년 단축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까지인데, 내년 5월에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연대의 핵심 멤버인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국민의 요구인 정권 심판과 정권 종결을 시행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방법이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탄핵보다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8년 전 탄핵 때는 야당의 의석수가 탄핵이나 개헌 정족수(200석)에 크게 부족했지만, 현재 야당은 192석으로 여당에서 8명만 참여하면 된다. 개헌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하기도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하지만, 개헌은 국민이 결정한다. 또 탄핵은 인수위가 존재하지 않지만 개헌은 인수위를 구성해 정권을 이양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 8명 정도의 양심 있는 의원이 있지 않을까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탄핵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시민사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상근 목사,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모인 ‘전국비상시국회의’는 지난 10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는 방향으로의 개헌을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임기 단축 개헌은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에게 명분을 주면서 국민의힘이 차기 대권을 준비할 시간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탄핵 빌드업?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선이 절반 이상 남은 시점인 지난 10월 ‘집권플랜본부’를 출범시켰다. 집권플랜본부는 ▲K먹사니즘본부 ▲정책협약본부 ▲당원주권본부 ▲10만 모범당원 정권교체위원회 등 4개 본부와 1개 위원회 체제다. 대통령 선거가 2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출범한 만큼 탄핵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탄핵 빌드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당의 실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박찬대 원내대표를 제치고 사실상 당의 2인자로 불리는 김민석 최고위원이 총괄본부장을 맡았고, 3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강성 친명계 등 22명으로 구성됐다. 본부에는 더민주혁신회의 상임대표를 맡았던 강위원 전 당대표 특보, ‘친명계 7인회’의 일원인 김병욱 전 의원도 포함됐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집권하면 김민석 최고위원이 총리를 맡는 구조의 섀도캐비닛(예비내각) 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검찰은 김건희의 개” 등 수위 높은 발언을 계속 내놓아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사법 리스크에 묶인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향후 탄핵 정국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의 투쟁 동력과 대권 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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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이 대표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민생정책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정권 규탄도 계속할 것이다. 1심 유죄판결 후 당내에서 다른 대권 주자들이 떠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리더십과 대권 주자로서의 가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여론조사 상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 대표의 경쟁자가 없다.”
그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퇴진운동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도 했다.
“정권의 지지율이 이 정도로 낮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민심이 폭발할 지경인 현재 신속하게 탄핵 또는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는 게 국민의 뜻이라 생각한다. 특히 여당에 한동훈 대표 외의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지금 민주당은 하루빨리 정권 교체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탄핵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야당의 대권 주자들도 하나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권 대권 주자로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총리, 이낙연 전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두관 전 의원 등이 꼽힌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11월 13일 대통령을 향해 입장문을 내고 “특검을 수용하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길 두 가지만 있다”며 압박했고, 김두관 전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 정국에서 새롭게 대권 주자로 주목받는 인물도 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다. 김 최고위원은 탄핵 이후를 대비한 당 집권플랜본부 본부장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4일 당내 비상설 특별위원회로 설치한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이하 김건희심판본부)’ 본부장도 맡았다. 김건희심판본부는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구로, 김민석 본부장 이하 강득구·김현·이수진·장경태(이상 재선), 김성회·양문석·이용우·채현일·한민수 의원(이상 초선) 등 총 10명으로 꾸려졌다. 김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 저격 최일선에 선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를 향해 “김건희는 친일·이단 권력의 실체이며, 선출 안 된 실세가 과잉권력에 취하니 나라가 망조”라고 격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탄핵 집회를 주도하는 촛불행동의 상임대표인 김민웅 전 교수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탄핵 정국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는 김민석-김민웅 형제의 역할에 주목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 9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탄핵의 밤’ 행사에는 김 최고위원과 김 상임대표 둘 다 참석했고, 최근 촛불행동과 민주당은 주말마다 정권 비판 집회를 열면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에 힘입어 최고위원 중 득표율 1위를 기록해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됐고, 이후 이 대표의 신임을 얻는 최측근으로 불린다.
탄핵-임기 단축 개헌은 가능할까
아직 탄핵 논의는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 중심으로 진행될 뿐 8년 전과 같은 전국민적인 탄핵 요구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지만 국민은 탄핵까지는 주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보수우파에겐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가 있고, 중도층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헌법·법률적으로 위반 사항이 없다는 점과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경계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야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탄핵을 띄워도 국민 사이에서 탄핵 여론이 불붙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단축 개헌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일단 헌법 조항의 해석에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을 해도 윤 대통령의 임기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임기 연장 또는 중임을 막기 위한 조항이기 때문에 임기 단축 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야당이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는 논리다.
민주당은 탄핵보다는 개헌을 내세우면서 여권 의원들을 끌어들여 정권 퇴진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개헌연대에 참여 중인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은 두 번 대통령 탄핵을 당하는 당으로 시련을 겪기보다는 임기 단축에 참여해 국가 정상화에 동참한 정치세력이 되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 아니겠느냐”라며 여당의 참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의 정권퇴진운동과 개헌 추진에 대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온갖 선동과 반(反)헌법적 행위를 자행하는 민주당이 탄핵이나 정권 퇴진을 언급할 처지가 아니고,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