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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보수,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25년 시민운동가가 본 좌우파 시민운동

우파, 장기적 헌신 없이 ‘반짝 운동’으로 공천·공직 얻으려 해

글 : 도희윤  사단법인 행복한통일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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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파 정권, 시민단체를 ‘대통령실 외곽 경비대’로 여겨
⊙ 그람시 영향받은 좌파, 지방자치단체장·공직을 좌파 진영 지원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
⊙ 재계, 자유시민운동에 눈과 귀와 주머니 닫아

도희윤
1967년생.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리베르타스 대표, 행복한통일로 대표, 한국자유회의 사무총장, 뉴라이트전국연합 북한인권특별위원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사무국장 역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은 우파가 시민운동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사진=조선DB
  4·10 총선은 집권여당, 보수정치 세력의 참패로 끝났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여러 가지 진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파가 특히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시민사회운동이다.
 
  좌우(左右) 세력은 타고난 토양이 다르고 이로 인한 인식 또한 크게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좌파는 시민운동 자체가 그들의 목표이자 수단이며 삶의 방식이다. 신앙생활에 비유하면 ‘매일 기도’인 셈이다.
 
  반면에 우파가 겨우 시민사회운동에 눈을 뜬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태극기 부대’의 활동에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우파 시민운동의 역사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를 계기로 일부 전문 시민운동가의 영역이었던 공간이 일반 우파 시민들에까지 확장되었다는 의미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스팔트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많은 분은 과거 산업화·근대화에 매진하느라 시민사회와 거리를 두었던 분이다. 하지만 그런 분들 덕분에 저변의 우파 시민들이 어렵사리 시민운동이라는 영역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좌우의 ‘지방자치단체 사용법’
 
  시민사회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좌파의 활동이 활발한 영역이 지방자치와 관련된 부분이다. 1961년 5·16 이후 중단되었던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 3월 시·군·자치구의회(기초의회) 의원 선거가, 1995년 6월 광역 기초단체장 선거와 광역 기초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되면서 부활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지방자치제 부활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이렇게 시작된 지방자치제도는 우파와 좌파 중 어느 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을까.
 
  오늘날 ○○시나 ○○군, ○○구라는 곳들을 살펴보자. 좌파에게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신들의 장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마당이다. 좌파는 이 기회를 백분 활용하고 있다. 좌파는 시·군·구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되면 주변 세력과 함께 입성한다. 초기부터 좌파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하에 행정과 예산이 운용된다. 우파는 비서 한 명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고작이다. 주민들의 혈세(血稅)를 함부로 쓸 수 없다며 돈 한 푼 쓰는 것도 어렵게 생각한다.
 

  주민들은 어느 쪽을 선호할까? 결국 주민들은 눈앞에 푸짐한 먹거리를 펼쳐놓는 쪽을 택한다. 포퓰리즘이라 말하는 정책들이 하나하나 주민들 사이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고 만다. 우파 지방자치단체장이 들어서도 이런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종교계도 좌파 세력 강해
 
  다시 시민사회 얘기로 돌아가보자. 필자는 젊은 시절 흥사단(興士團)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그 유명한 ‘낙천·낙선운동’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필자는 수많은 군소(群小)단체들로 구성되었지만 역사가 오래된 ‘공명선거실천시민단체협의회(공선협)’라는 조직의 실무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시민사회가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박원순의 참여연대를 필두로 하는 ‘총선시민연대’와 흥사단, YMCA가 주도했던 ‘공선협’으로 대결 아닌 대결 국면이 펼쳐진 것이다. 갓 태어난 총선시민연대는 버스를 동원하여 전국을 휘젓고 다녔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름뿐인 ‘공선협’은 ‘공명선거’ 구호 하나로 고군분투했다.
 
  총선시민연대는 출범하면서 ‘낙천·낙선운동’을 천명하는 광고를 일간신문들에 냈다. 며칠도 안 되어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의 후원금이 답지했다. 서울시청 바로 앞의 영국성공회 주교좌교회에는 ‘100인 선정위원회’가 자리 잡고 총선 국면 내내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일들이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일들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정권의 뒷배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을 품고 있다. 당시 일본 시민단체가 찾아와서 “한국의 시민사회는 이런 동력이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었던 것이 기억난다.
 
  영국성공회 한국교회는 그때부터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그람시류의 시민사회 세력들에게 성지가 되었다. 탁현민 등으로 대변되는 문화기획의 달인 중 상당수가 성공회대 출신이라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한국 종교 내부의 좌우 세력 추이는 어떨까? 개신교의 특정 대형 교회를 제외하면 아예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좌파 세력이 강하다. 종교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弱者) 편에 서야 하고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좌파는 자기들이 국가권력을 쥐었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 때도 여전히 자신들은 기득권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파동이 몰아쳤을 때의 일이다. 필자는 KBS 주최 생중계 토론에 뉴라이트 대표로 나간 적이 있다. 참여연대를 대표해서 나온 이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이름을 떨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었다. 어느 정도 토론이 열기를 더해갈 무렵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당신네들이 기득권 아니냐? 김대중을 이은 노무현 권력의 힘은 참여연대에서 나온다. 대다수 각료나 주요 자리에 참여연대 멤버들이 얼마나 많았냐. 그래서 나는 당신들이 기득권이라고 본다.”
 
  난리가 났다. 저쪽에서는 필자가 그 말을 취소하지 않으면 방송을 못 하겠다고 주장했다. 생방송 중이었는데 10여 분간 방송이 중단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람시와 그 후예들
 
안토니오 그람시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종교 등등의 영역에서 좌파 카르텔이 강고하게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영향이 크다. 이제는 제법 많이 알려져 있지만, 현대사회, 특히 한국의 시민운동 역사에서 그람시는 결코 ‘작은 거인’이 아니다. 그람시가 없었다면 ‘마르크스레닌주의’로 일컬어지던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은 벌써 막을 내렸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람시의 진지전(陣地戰) 및 문화헤게모니론은 시민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가 경제 제도에 중점을 둔 반면, 그람시는 문화와 사상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바로 ‘헤게모니’와 ‘시민사회’다.
 
  그람시에 의하면, 헤게모니는 지배 계급이 단순히 물리적인 강제력이나 경제적 힘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상과 문화·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 동의(同意)를 얻어내는 과정이다. 즉 지배 계급은 자신들이 보유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전 사회의 보편적인 것처럼 제시함으로써 지배를 정당화하고 유지한다고 했다.
 
  그람시는 또한 시민사회를 국가와 경제 구조 사이의 중간 영역으로 보았다. 이 영역에는 가족·학교·언론·종교단체 등이 포함되며, 이들은 문화와 사상을 형성하고 전파(傳播)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람시는 시민사회를 지배 계급에 저항하는 주요한 ‘대항(對抗) 헤게모니’로 보았고, 대중문화·교육·언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람시는 피지배 계급이 자신들의 사상과 문화를 시민사회에 퍼뜨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전 세계 누구보다도 충실한 그람시의 한국인 후예들은 김대중 정권 이후 27년의 세월 동안 정계·법조·언론·시민사회는 물론 심지어 금융계·재계·스타트업 등에도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이들은 좌파 정치의 인적(人的) 예비군을 넘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후견인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진출’인가
 
  하지만 우파에게는 그람시 같은 문화사상적 메시아가 없었다. 그 결과 우파 시민운동은 좀처럼 발전하지 못하고 실패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재계(財界) 등은 당장 기업의 손익에 결부된 환경, 인권(인사, 채용, 복지) 등에 대해 좌불안석이지만, 정작 기업의 가치와 자유시장경제를 수호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핵심 기제인 자유시민운동(북한인권 포함)에는 눈과 귀와 주머니를 닫고 있다.
 
  정치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좌파 정권 시절에는 조금 관심을 보이다가도 정권만 잡으면 “이제 너희의 역할은 끝났으니 의병은 해산하고 집에 가라”는 식이다. 공직이나 공천에는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하던 이력서 잘난 사람들만 등용되다시피 한다. 그러다가 또다시 정권이 위기에 처하면 우파 시민단체를 ‘대통령실 외곽 경비대’처럼 동원하려 든다.
 
  우파 정권하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을 보면, 우파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출세주의자들이 기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껏 시민운동을 좀 해봤다는 정도로는 좌우의 ‘정치사상문화전쟁’에서 이를 주도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일부 우파운동가들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가 지방자치, 국회 등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시민운동가들이 정계로 진출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이를 장기적인 시각으로 넓고 길게 보면서 헌신하기보다는 운동을 자기 출세의 도구로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눈에 띄는 반짝 운동으로 발탁되면, 조직을 팽개치고 바로 공천받아 출마하거나 공직으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달려가는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국회나 공직으로 진출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위한 ‘진출’이냐를 따지는 것이다.
 
  가톨릭 사제 중에 이런저런 공직이나 민간단체의 임원직을 많이 맡는 이들이 있다. ‘성직자가 세속의 일에 무슨 관심이 저리도 많을까’ 하고 비판을 받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公的) 기회를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료들(예를 들면 수녀들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이나 자기 진영을 지원하고 연대(連帶)하면서 조직화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우파들은 그들을 ‘악(惡)의 세력’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각종 공직 등에 발을 담고 있으면서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우파 활동가들, 특히 청년들과 연대해서 공동의 가치들을 실현해보려는 우파가 과연 얼마나 될까?
 
 
  부패를 부패로 생각하지 않는 좌파들
 
  제22대 총선은 일단 좌파의 승리로 끝났다. 국민들이 어떻게 온갖 범죄로 점철된 세력에게 표를 몰아주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제자들과의 공부 모임에서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부정부패? 대장동? 조국 입시 비리? 김남국 코인? 여러분 한 가지 알아야 합니다. 한국의 좌파들은 이런 것들을 부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혁명을 하는데 그런 게 무슨 대수냐고 인식합니다. MBC를 보세요. 자신들이 투쟁할 때는 언론의 자유를 말하지만 자신들이 권력을 가졌을 때는 그 구성원들에게 전체주의(全體主義)를 맛보게 했다고 내부 고발자들이 말하지 않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좌파 세력은 그런 존재들입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국가권력이 그나마 균형추 역할을 했는데 김대중 정부의 출범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이것이 무너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천신만고 끝에 국가권력을 가져왔지만 뒤집어진 운동장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전략이 없었다. 그 결과 사기 탄핵으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졌고, 국회 권력이 계속해서 좌파에게 넘어갔다.
 
  이제 대한민국은 좌파와의 싸움에서 기로(岐路)에 서 있다. 굴복할 것인가? 맞서 싸워 이길 것인가? 역사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는 패배한 적이 없다. 잠시 사람이 잘못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적은 있지만, 결국 그걸 바로잡고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또한 사람이었다. 지금부터라도 우파는 사람에게, 시민단체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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