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조선》, 내부 제보 받아 2022년 6월호, 10월호, 2023년 1월호 보도
⊙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 개설… 국방연 원장, 센터장 3명, 국방대 교수 등 참여
⊙ 김윤태 원장, 감사관이 대화방 사진 자료 제시하자 ‘자신이 올린 문서 맞지만 문서 내용 기억할 수 없다’
⊙ 국방인력연구센터장, 보도 직후 ‘완전 삭제 프로그램’으로 이재명 공약 파일 삭제
⊙ KIDA 감사실장, 대선공약 개발 참여자에게 허위 진술 종용
⊙ 국방부, 2월 13일 감사원 발표 바탕으로 김윤태 원장 해임
⊙ KIDA 내부 제보자, “김윤태 원장, 윤석열 정권 대비해 만든 ‘정년 보장’ 조항 때문에 퇴직 아닌 해임”
⊙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 개설… 국방연 원장, 센터장 3명, 국방대 교수 등 참여
⊙ 김윤태 원장, 감사관이 대화방 사진 자료 제시하자 ‘자신이 올린 문서 맞지만 문서 내용 기억할 수 없다’
⊙ 국방인력연구센터장, 보도 직후 ‘완전 삭제 프로그램’으로 이재명 공약 파일 삭제
⊙ KIDA 감사실장, 대선공약 개발 참여자에게 허위 진술 종용
⊙ 국방부, 2월 13일 감사원 발표 바탕으로 김윤태 원장 해임
⊙ KIDA 내부 제보자, “김윤태 원장, 윤석열 정권 대비해 만든 ‘정년 보장’ 조항 때문에 퇴직 아닌 해임”
〈이재명 캠프 부위원장 김○○(세종연구소 부소장): (김윤태) 원장님께서도 수정(이재명 후보 대선 공약-기자 주)만 하지 마시고 좋은 과제 제안 부탁드려요.
한국국방연구원 W: 원장님 아이디어를 제가 빌려와서 작성 중입니다. ㅎㅎㅎ
한국국방연구원 원장 김윤태: 숙제를 늘 늦게 해 버릇해서~ㅎ!〉
텔레그램에 개설된 일명 ‘북한산등반모임’ 대화 내용 중 일부다.
‘북한산등반모임’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국방 분야 대선 공약을 개발하는 이들이 만든 비밀 대화방이다. 이 대화방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개발하고 상대 후보(윤석열, 홍준표 등)를 비판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기 위해 수시로 의견과 자료가 오갔다. 윤석열 당시 후보가 주장한 나토식 핵공유와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대응 논리도 개발했다.
대화방에는 국방 분야 유경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비롯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연)의 김윤태 원장과 센터장(안○○ 외 2인), 국방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지난 1월 31일 감사원은 국방연의 대선 개입이 사실이었음을 밝힌 〈부패행위 신고사항 등 조사에 대한 감사보고서〉(이하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그동안 접수된 신고사항 중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등 감사 착수가 시급한 사항을 중심으로 비위 행위를 조사해 엄단하고, 공직기강을 확립하고자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김윤태 원장에 대한 해임, 이재명 캠프에 참여한 일부 연구원(3명)과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국방연 감사실장(장○○)에 대한 징계를 건의했다.
내부고발자 제보로 시작된 취재
《월간조선》은 앞서 2022년 6월호, 10월호, 2023년 1월호를 통해 김윤태 원장의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 참여, 채용 부정, 관용차 사적 유용, 횡령 및 배임 의혹 등을 보도했다.
기자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2022년 5월 한국국방연구원과 김윤태 원장 등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당시 내부고발자는 “김윤태 원장의 지시로 센터장을 포함해 최소 2명이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다”며 “김윤태 원장은 채용 비리, 관용차 사적 이용, 횡령·배임 등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사 〈KIDA는 대선에 관여했나〉를 작성, 2022년 6월호를 통해 보도했다. 당시 김윤태 원장은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모두 부정했다.
2022년 12월에는 이재명 후보 캠프 사정에 밝은 새로운 제보자가 ‘북한산등반모임’과는 다른 비밀 대화방인 ‘홍릉골’의 존재를 기자에게 제보했다. ‘홍릉골’은 이재명 후보 대선 공약 개발에 참여한 KIDA의 W가 만든 대화방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센터장, 이재명 대선 공약 개발 참여〉를 취재, 2023년 1월호를 통해 보도했다.
또한 내부고발자는 2022년 12월 ‘김윤태 원장 등의 비위 행위를 밝혀달라’며 공익 감사를 요청했다.
김윤태, 李 캠프 지원 부인
이에 감사원은 2023년 6월 7일부터 같은 해 7월 21일까지 33일간 감사 인력 7명을 투입해 실지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한국국방연구원 임직원 등이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특정 후보를 위해 국방 공약을 작성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항과 채용 과정에서 업무를 태만히 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돼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위법·부당 사항과 관련해 업무 처리 경위, 향후 처리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1월 18일 감사위원회의의 의결로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김윤태 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군사기획연구센터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뒤 KIDA로 복귀했다. KIDA 원장에는 2021년 2월 8일 취임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지낸 서주석 전 국방차관 인맥이다.
2022년 4월 26일 김 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구)센터를 동원해 이재명 캠프 대선 공약을 만들어줬다는 의혹이 있다’는 물음에 “제가 센터를 동원해서 (지원) 하라고 움직일 수도 없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해 5월 3일 김윤태 원장은 KIDA 전 직원에게 “우리 연구원은 한국국방연구원법에 근거해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특정 캠프와 후보를 지지하거나 공식적으로 특정 캠프 활동을 하는 등 명백한 정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산등반모임
김윤태 원장의 이재명 대선 공약 개발 관여를 밝혀낸 결정적 증거는 텔레그램 대화방 ‘북한산등반모임’이었다. 이 대화방에 남은 기록들이 증거가 돼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입증해냈다. 당시 김윤태 원장은 북한산에서 약 300m 떨어진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 아파트 이름이 ‘○○북한산○○아파트’였다. KIDA 원장은 공관(관사)에 입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윤태 원장은 2021년 3월 30일 원장실에서 세종연구소 부소장 김○○과 면담하고는 원장실로 W를 불렀다. 그 자리에서 김 원장은 김○○에게 W를 추천하며 ‘김○○이 이재명 후보의 대선을 조력하고 있으니 잘 도와주라’고 했다. 또 김 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추진하는 모병제 공약과 관련된 문서를 W에게 보여주며 검토해보라고도 했다.
김○○은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국방정책부위원장을 맡았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김○○의 신분은 공무원이 아니기에 선거 공약 개발 등은 문제 되지 않는다.
김윤태 원장은 2021년 4월 이재명 후보의 국방 정책 공약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군사 분야 이슈를 정리한 문서를 직접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 올렸다. 그러면서 김○○의 의견을 구체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4월 1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 N씨가 올린 국방 정책 공약 관련 문서의 타이틀(제목)에 대해 “지금처럼 타이틀을 기본 방향이 아니라, 내용을 포함하여 조금 구체화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라며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이어 2021년 5월 8일에는 선거 공약 작성 양식에 맞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과학기술 적용, 미래형 강군 건설’을 정책명, ‘미래형 첨단 강군 건설, 튼튼한 안보 구현’을 슬로건, ‘임기 중 지속’을 이행 기간으로 기술하는 등 ‘미래형 강군 건설’ 대선 공약 과제 문서를 직접 작성해 W를 통해 김○○에게 전달했다. 이 내용은 2022년 2월 22일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후보 정책 공약집에 포함됐다.
진술 번복한 김윤태 원장
김윤태 원장은 2023년 8월 4일 감사원 문답에서 자신은 정치와 관련된 문서를 전혀 작성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감사관이 해당 문서를 제시하자 공약에 관련된 것이고 주요 내용은 자신이 작성했을 수도 있으나 표 양식으로 작성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김 원장은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국방 공약을 만든 세종연구소 부소장 김○○이 공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즉시 대화방을 탈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김○○이 공약 개발을 요청한 2021년 3월 말 이후에도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던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또 “김윤태 원장은 김○○으로부터 이재명 후보를 위한 국방 정책 공약 개발을 요청받았고, 이후 김○○에게 선거 공약 개발 및 검토·보완을 위한 자문 및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방연 소속 직원을 추천, 소개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이)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 직접 문서를 올린 적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가 감사관이 대화방 사진 자료를 제시하자 자신이 올린 문서는 맞지만 문서 내용은 기억할 수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도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은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국방 분야 공약 과제 10개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해 줌(Zoom) 프로그램을 활용한 화상회의를 제안했다. 김윤태 원장도 이 화상회의에 참가했다. 앞서 《월간조선》은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한 이들이 줌을 활용해 화상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윤태 원장은 2021년 4월 20일 김○○을 KIDA 과제평가 외부위원으로 임명했다. 과제평가 외부위원은 KIDA에 있는 연구원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이다. KIDA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상대 평가를 받기에 외부위원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과제평가 외부위원은 과제평가를 근거로 KIDA에서 평가비도 지급받는다.
감사원은 “KIDA 원장이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줬고, 이후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국방연 원장 등이 C 후보(이재명 후보를 지칭)의 대선 캠프에 관여한 의혹 관련 기사(2022. 4. 29. 〈[단독]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 C 대선 캠프에 원장·센터장 관여 의혹〉)가 보도되는 등 국방 정책 연구기관의 신뢰성을 훼손하게 했다”고 밝혔다.
제척 사유 있는 면접위원 선정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이 제척(除斥) 사유가 있는 채용 면접 전형위원을 부당하게 선정했다고도 지적했다. KIDA 채용 시행 세칙에 따르면, 전형위원은 응시자와 결재선상에 있었거나 같은 소속으로 근무했던 이력이 있는 경우 전형에서 제척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김윤태 원장은 2021년 후반기 채용에서 제척 대상자를 면접위원으로 임명했다. 문제가 된 지원자 F는 현재 선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F는 2021년 후반기 채용 지원에 앞서 김윤태 원장과 함께 그해 9월 11일 골프를 함께 치는 등 친분이 있는 사이다. F는 2011년 청년 인턴으로 KIDA에서 일하며 김윤태 원장과 함께 일했다.
김 원장은 면접 전형 내부위원으로 건의된 H·U가 F와 인연이 있어 제척 사유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형위원에서 H·U를 제척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2023년 8월 4일 감사원 문답에서 ‘함께 업무를 수행했던 자들은 제척 사유에 해당함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H는 다른 전형위원들에게 F가 채용되는 데 유리한 발언을 해 전형위원들의 평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H는 면접장에서 “북한 연구를 전공한 사람을 연구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하니 평가하는 데 참고하시라”고 했다. 응시자 중 북한 연구 전공자는 F가 유일했다. H는 2010년 F와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한 적도 있다.
김윤태 원장은 ‘채용 면접 전형위원을 부당 선정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항변하며 자신은 F가 KIDA에 지원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앞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은 감사원 문답에서 KIDA 재직 이력이 있는 응시자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F가 지원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 원장에게 필기·실기 전형에 대한 결과(합/불)가 미리 보고(3차례)된 점을 고려할 때 원장의 주장은 사실과 달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F는 앞서 KIDA에 여러 차례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2021년 합격 후 실시한 시보(수습) 과정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F는 감사원 결과에 대해 “감사원 보고서에 대해 입장을 밝힐 위치가 아니다”면서도 “채용 부정이나 비리는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김윤태 원장의 항변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한 달 전인 2023년 12월 22일. 김윤태 원장은 진술을 번복하며 항변했다. 쟁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KIDA 직원들은 국가공무원의 지위를 갖지 않으므로 ‘국가공무원법’의 처벌 규정 등이 직원들에게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KIDA 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치운동 금지 의무가 부과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인데도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한 책임 등이 있어 ‘감사원법’ 제32조 제9항에 따른 해임을 요구하는 것이며 ‘국가공무원법’ 제11장 벌칙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김윤태 원장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김 원장은 ‘2021년 3월경 김○○이 공약 개발을 요청했으나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견지해 텔레그램 활동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은 “2021년 4월경에도 김○○이 공약 과제 제출과 관련해 줌 화상회의에서 의견을 조율하고자 건의하자 김윤태 원장은 ‘네~ 목욜 저녁 8시 어떠신지’라고 하는 등 공약 과제 작업 중임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이 예산운용지침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조치 사항을 밝혔다.
“국방부 장관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고, 예산 규정을 위반해 자문 의견을 받지 않은 외부인에게 자문료를 지급하도록 지시했으며,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전형위원으로 선정한 김윤태 원장을 감사원법 제32조 제9항에 따라 해임하시기 바랍니다.”
보안 자료 외부로 불법 유출
원장의 지시를 받아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을 개발한 KIDA 연구원은 3명이다. 이 중 한 명은 국방인력 연구 분야에서 센터장을 지낸 안○○. 부하 직원 아이디를 무단 도용해 KIDA 보안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
KIDA는 이른바 ‘국방망’을 사용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인터넷과는 다른 회선이다. 이 때문에 국방망에서 인터넷망으로 자료를 보낼 때는 관리자 승인을 거쳐야 한다. 센터장이었던 안○○이 자료를 인터넷망으로 내보내려면 상급자인 부원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센터의 행정 직원이 자료를 보낼 때는 센터장이 승인하면 된다. 이에 안○○은 주말에 출근해 부하 직원의 아이디를 도용한 뒤 자신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KIDA 내부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 아이디를 도용당한 부하 직원은 “안○○이 전화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알려줬고 이를 범죄행위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행정 직원에게 해당 파일을 전송하면서 자신의 인터넷망 메일로 재전송하도록 지시하고는 그 상급자인 자신이 결재하는 방식으로 2021년 5월 6일부터 2022년 1월 27일까지 총 36개의 선거 지원 관련 문서 파일을 인터넷망으로 전송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안○○은 2021년 5월 4일 국방 분야에서 공약으로 제시할 만한 11개 과제가 정리된 문서를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서 공유받아 이 중 2개 과제에 대해 세부내용을 추가한 후 김○○에게 같은 달 6일에 제공했다. 안○○은 김○○이 요청한 문서 양식에 맞춰 현황 및 문제점, 정책목표, 주요내용(이행방법), 이행기간, 추정예산, 기대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안○○은 2021년 6월 2일부터 같은 해 7월 7일까지 이재명 후보의 공약 중 하나인 ‘선택적 모병제’를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위력개선사업비 및 전력운용비 중 삭감이 가능한 규모를 검토했다. 최종보고서는 김○○에게 제공됐다.
이재명 토론회 자료 만들어
또 이재명 후보의 공약인 선택적 모병제 공약에 대한 예상 공격 및 대응논리, 국민의힘 후보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 등 이재명 후보가 토론회 등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예상질의 및 답변 자료를 만들어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 등을 통해 김○○에게 제공했다.
안○○은 2022년 4월 29일 《월간조선》 인터넷판에 〈[단독]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 이재명 대선 캠프에 원장·센터장 관여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본인이 이재명 캠프가 연 화상회의에 수시로 참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같은 날 완전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 55개의 파일을 삭제했다.
안○○은 감사원에 “정책적 자문 및 의견 요청에 따른 것일 뿐 특정 후보의 선거 활용 의도는 없었고 개별 연구자 간 자문 활동을 위한 문서들은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내용이므로 부원장까지 결재를 상신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은 안○○의 국방망 컴퓨터에 있는 ‘대선공약지원’ 폴더에 ‘전문병사제도 검토 의견.hwp’ 문서, 2021년 11월 27일 특정 대통령 후보의 이름이 기재돼 있는 공약 문서 작성·보완 등을 볼 때 안○○의 주장은 사실과 달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은 “특히 안○○은 선거 공약 문서가 개인적인 자료이므로 상급자의 결재 없이 자료 반출이 가능하다고 임의 판단하고 국방연 국방망에서 인터넷망으로 문서 파일을 반출할 때 상급자의 결재를 받도록 한 국방연의 보안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부하 직원의 아이디를 도용하는 등 행위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정직(停職)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W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서 김윤태 원장의 부당한 지시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향후에는 공직자의 본분에 어긋나는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O는 선거 공약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닌 전문가적 조언이라는 판단하에 자문 명목으로 군사 전략 분야와 관련된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O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사실장이 오히려 감사 방해
또한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감사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 KIDA 감사실장 장○○이 오히려 감사를 방해했다고도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윤태 원장이 감사실장으로 임명한 장○○이 《월간조선》 보도 이후 KIDA의 대응 방향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장○○은 2023년 6월 25일 10시54분 W에게 전화를 걸어 총 30분3초 동안 통화하면서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감사원이 제시하는 객관적 증거를 부인하거나 기존 진술을 사실과 다르게 번복하도록 종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에 대해 이렇게 명시했다.
W는 감사원에 “장○○은 원장의 최측근으로 (《월간조선》의 텔레그램 보도 직후인) 2022년 12월부터 매주 1회 본인의 연구실로 찾아와 ‘김윤태 원장은 정계, 국방부 사람을 많이 알고 발이 넓기 때문에 이 정도(선거 개입 논란)는 감출 수 있다”며 “원장이 건재해야 본인(W)의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당신은 진보 성향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으니 새로운 원장이 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지금 원장보다 징계 강도가 세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고 하는 등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자신(W)을 압박하고 원장을 비호하여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2년 12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장○○으로부터 받았던 겁박, 강압, 회유의 내용을 증명하는 입증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장○○과의 통화 내용을 녹취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장○○은 W에게 김윤태 원장이 없으면 부원장 체제나 새로운 원장이 오게 돼 형사상 문제가 없어도 정직부터 파면까지 갈 수 있다고 겁박하면서 원장을 비호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진술 회피 및 허위답변 방법 등도 제시했다. 또 W에게 “공직선거법은 공소시효가 도과됐으니 오히려 감사원 감사관에게 ‘관할 경찰서로 가 고발하겠다’는 식으로 도발하도록 조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밝혔다.
감사원은 장○○에 대해 “KIDA 자체감사기구 책임자가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여 직무감찰권한을 침해하는 등 국가 감사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계처분 하라”고 했다.
KIDA, “입장 없다”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는 W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감사원은 “W는 2023년 10월 20일 감사원 문답에서 자신(W)이 꼬리 자르기 대상이 됐으며 KIDA 구성원이 선거 공약 작성에 연루됐으니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질 것이고 2022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언론(《월간조선》-기자 주) 등에서 선거 공약 작성과 관련해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인 본인(W)으로 하여금 이 사태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함께 보도된 김윤태 원장이나 안○○ 등에 대해서는 조치 없이 무마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새롭게 밝힌 국방대 교수 Y의 이재명 대선 공약 개발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에게 ‘해임’을 건의했다.
감사원은 한국국방연구원 원장 등 4명의 혐의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했다. 지난 2월 1일 기자는 김윤태 원장과 감사실장 장○○에게 연락했으나 통화할 수 없었다. KIDA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KIDA 차원에서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월 13일 이사회(이사장 국방차관)를 열고는 감사원 발표를 바탕으로 김윤태 원장을 해임했다. 이에 김윤태 원장은 자신의 임기가 2월 7일 종료됐다고 주장하며 “해임 처분은 합당하지 않다”고 했다. 김 원장은 왜 임기 종료 일주일이 지나서 해임됐을까.
한국국방연구원 내부에서는 “2022년 1월 김윤태 원장이 신설한 정년 보장 조항 때문에 오히려 해임당할 시간이 생겼다”고 말한다. 해임에 빌미가 되는 조항을 김 원장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KIDA 내부제보자는 2022년 5월 최초 제보 당시 “김윤태 원장이 정권 교체를 대비해 인사 규정을 미리 고쳐놨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김윤태 원장이 임기(2024년 2월까지)를 채우지 못한 채 직에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원장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면 1964년생인 김 원장은 연구원 정년(만 62세)을 남겨놓고 조기에 KIDA를 떠나야 한다. 원장이 아닌 연구원으로 정년을 맞으면 김 원장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한국국방연구원은 이사회를 개최해 2022년 1월 1일 인사 규정을 신설했다.
〈연구원 직원으로서 재직 중 임원(원장 등)으로 임명된 자가 임원을 퇴직하는 경우에는 정년 잔여기간이 남은 자에 한하여 퇴직 그다음 날에 임원으로 임명되기 직전의 직급으로 임용된 것으로 보며, 호봉은 임원 재직기간을 더하여 산정한다. 다만,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임용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신설 2022. 1. 1.)〉
앞서 《월간조선》은 2022년 6월호에서는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월 14일부로 부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후임 원장으로는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박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W: 원장님 아이디어를 제가 빌려와서 작성 중입니다. ㅎㅎㅎ
한국국방연구원 원장 김윤태: 숙제를 늘 늦게 해 버릇해서~ㅎ!〉
텔레그램에 개설된 일명 ‘북한산등반모임’ 대화 내용 중 일부다.
‘북한산등반모임’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국방 분야 대선 공약을 개발하는 이들이 만든 비밀 대화방이다. 이 대화방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개발하고 상대 후보(윤석열, 홍준표 등)를 비판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기 위해 수시로 의견과 자료가 오갔다. 윤석열 당시 후보가 주장한 나토식 핵공유와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대응 논리도 개발했다.
대화방에는 국방 분야 유경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비롯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연)의 김윤태 원장과 센터장(안○○ 외 2인), 국방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지난 1월 31일 감사원은 국방연의 대선 개입이 사실이었음을 밝힌 〈부패행위 신고사항 등 조사에 대한 감사보고서〉(이하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그동안 접수된 신고사항 중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등 감사 착수가 시급한 사항을 중심으로 비위 행위를 조사해 엄단하고, 공직기강을 확립하고자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김윤태 원장에 대한 해임, 이재명 캠프에 참여한 일부 연구원(3명)과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국방연 감사실장(장○○)에 대한 징계를 건의했다.
내부고발자 제보로 시작된 취재
《월간조선》은 앞서 2022년 6월호, 10월호, 2023년 1월호를 통해 김윤태 원장의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 참여, 채용 부정, 관용차 사적 유용, 횡령 및 배임 의혹 등을 보도했다.
기자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2022년 5월 한국국방연구원과 김윤태 원장 등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당시 내부고발자는 “김윤태 원장의 지시로 센터장을 포함해 최소 2명이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다”며 “김윤태 원장은 채용 비리, 관용차 사적 이용, 횡령·배임 등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사 〈KIDA는 대선에 관여했나〉를 작성, 2022년 6월호를 통해 보도했다. 당시 김윤태 원장은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모두 부정했다.
2022년 12월에는 이재명 후보 캠프 사정에 밝은 새로운 제보자가 ‘북한산등반모임’과는 다른 비밀 대화방인 ‘홍릉골’의 존재를 기자에게 제보했다. ‘홍릉골’은 이재명 후보 대선 공약 개발에 참여한 KIDA의 W가 만든 대화방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센터장, 이재명 대선 공약 개발 참여〉를 취재, 2023년 1월호를 통해 보도했다.
또한 내부고발자는 2022년 12월 ‘김윤태 원장 등의 비위 행위를 밝혀달라’며 공익 감사를 요청했다.
김윤태, 李 캠프 지원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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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한국국방연구원 원장. 사진=한국국방연구원 |
감사원은 위법·부당 사항과 관련해 업무 처리 경위, 향후 처리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1월 18일 감사위원회의의 의결로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김윤태 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군사기획연구센터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뒤 KIDA로 복귀했다. KIDA 원장에는 2021년 2월 8일 취임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지낸 서주석 전 국방차관 인맥이다.
2022년 4월 26일 김 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구)센터를 동원해 이재명 캠프 대선 공약을 만들어줬다는 의혹이 있다’는 물음에 “제가 센터를 동원해서 (지원) 하라고 움직일 수도 없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해 5월 3일 김윤태 원장은 KIDA 전 직원에게 “우리 연구원은 한국국방연구원법에 근거해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특정 캠프와 후보를 지지하거나 공식적으로 특정 캠프 활동을 하는 등 명백한 정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산등반모임
김윤태 원장의 이재명 대선 공약 개발 관여를 밝혀낸 결정적 증거는 텔레그램 대화방 ‘북한산등반모임’이었다. 이 대화방에 남은 기록들이 증거가 돼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입증해냈다. 당시 김윤태 원장은 북한산에서 약 300m 떨어진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 아파트 이름이 ‘○○북한산○○아파트’였다. KIDA 원장은 공관(관사)에 입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윤태 원장은 2021년 3월 30일 원장실에서 세종연구소 부소장 김○○과 면담하고는 원장실로 W를 불렀다. 그 자리에서 김 원장은 김○○에게 W를 추천하며 ‘김○○이 이재명 후보의 대선을 조력하고 있으니 잘 도와주라’고 했다. 또 김 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추진하는 모병제 공약과 관련된 문서를 W에게 보여주며 검토해보라고도 했다.
김○○은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국방정책부위원장을 맡았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김○○의 신분은 공무원이 아니기에 선거 공약 개발 등은 문제 되지 않는다.
김윤태 원장은 2021년 4월 이재명 후보의 국방 정책 공약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군사 분야 이슈를 정리한 문서를 직접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 올렸다. 그러면서 김○○의 의견을 구체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4월 1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 N씨가 올린 국방 정책 공약 관련 문서의 타이틀(제목)에 대해 “지금처럼 타이틀을 기본 방향이 아니라, 내용을 포함하여 조금 구체화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라며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이어 2021년 5월 8일에는 선거 공약 작성 양식에 맞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과학기술 적용, 미래형 강군 건설’을 정책명, ‘미래형 첨단 강군 건설, 튼튼한 안보 구현’을 슬로건, ‘임기 중 지속’을 이행 기간으로 기술하는 등 ‘미래형 강군 건설’ 대선 공약 과제 문서를 직접 작성해 W를 통해 김○○에게 전달했다. 이 내용은 2022년 2월 22일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후보 정책 공약집에 포함됐다.
진술 번복한 김윤태 원장
김윤태 원장은 2023년 8월 4일 감사원 문답에서 자신은 정치와 관련된 문서를 전혀 작성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감사관이 해당 문서를 제시하자 공약에 관련된 것이고 주요 내용은 자신이 작성했을 수도 있으나 표 양식으로 작성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김 원장은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국방 공약을 만든 세종연구소 부소장 김○○이 공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즉시 대화방을 탈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김○○이 공약 개발을 요청한 2021년 3월 말 이후에도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던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또 “김윤태 원장은 김○○으로부터 이재명 후보를 위한 국방 정책 공약 개발을 요청받았고, 이후 김○○에게 선거 공약 개발 및 검토·보완을 위한 자문 및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방연 소속 직원을 추천, 소개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이)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 직접 문서를 올린 적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가 감사관이 대화방 사진 자료를 제시하자 자신이 올린 문서는 맞지만 문서 내용은 기억할 수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도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은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국방 분야 공약 과제 10개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해 줌(Zoom) 프로그램을 활용한 화상회의를 제안했다. 김윤태 원장도 이 화상회의에 참가했다. 앞서 《월간조선》은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한 이들이 줌을 활용해 화상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윤태 원장은 2021년 4월 20일 김○○을 KIDA 과제평가 외부위원으로 임명했다. 과제평가 외부위원은 KIDA에 있는 연구원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이다. KIDA 관계자는 “연구원들은 상대 평가를 받기에 외부위원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과제평가 외부위원은 과제평가를 근거로 KIDA에서 평가비도 지급받는다.
감사원은 “KIDA 원장이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줬고, 이후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국방연 원장 등이 C 후보(이재명 후보를 지칭)의 대선 캠프에 관여한 의혹 관련 기사(2022. 4. 29. 〈[단독]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 C 대선 캠프에 원장·센터장 관여 의혹〉)가 보도되는 등 국방 정책 연구기관의 신뢰성을 훼손하게 했다”고 밝혔다.
제척 사유 있는 면접위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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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사진=조선DB |
그럼에도 김윤태 원장은 2021년 후반기 채용에서 제척 대상자를 면접위원으로 임명했다. 문제가 된 지원자 F는 현재 선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F는 2021년 후반기 채용 지원에 앞서 김윤태 원장과 함께 그해 9월 11일 골프를 함께 치는 등 친분이 있는 사이다. F는 2011년 청년 인턴으로 KIDA에서 일하며 김윤태 원장과 함께 일했다.
김 원장은 면접 전형 내부위원으로 건의된 H·U가 F와 인연이 있어 제척 사유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형위원에서 H·U를 제척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2023년 8월 4일 감사원 문답에서 ‘함께 업무를 수행했던 자들은 제척 사유에 해당함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H는 다른 전형위원들에게 F가 채용되는 데 유리한 발언을 해 전형위원들의 평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H는 면접장에서 “북한 연구를 전공한 사람을 연구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하니 평가하는 데 참고하시라”고 했다. 응시자 중 북한 연구 전공자는 F가 유일했다. H는 2010년 F와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한 적도 있다.
김윤태 원장은 ‘채용 면접 전형위원을 부당 선정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항변하며 자신은 F가 KIDA에 지원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앞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은 감사원 문답에서 KIDA 재직 이력이 있는 응시자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F가 지원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 원장에게 필기·실기 전형에 대한 결과(합/불)가 미리 보고(3차례)된 점을 고려할 때 원장의 주장은 사실과 달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F는 앞서 KIDA에 여러 차례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2021년 합격 후 실시한 시보(수습) 과정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F는 감사원 결과에 대해 “감사원 보고서에 대해 입장을 밝힐 위치가 아니다”면서도 “채용 부정이나 비리는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김윤태 원장의 항변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한 달 전인 2023년 12월 22일. 김윤태 원장은 진술을 번복하며 항변했다. 쟁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KIDA 직원들은 국가공무원의 지위를 갖지 않으므로 ‘국가공무원법’의 처벌 규정 등이 직원들에게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KIDA 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치운동 금지 의무가 부과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인데도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한 책임 등이 있어 ‘감사원법’ 제32조 제9항에 따른 해임을 요구하는 것이며 ‘국가공무원법’ 제11장 벌칙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김윤태 원장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김 원장은 ‘2021년 3월경 김○○이 공약 개발을 요청했으나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견지해 텔레그램 활동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은 “2021년 4월경에도 김○○이 공약 과제 제출과 관련해 줌 화상회의에서 의견을 조율하고자 건의하자 김윤태 원장은 ‘네~ 목욜 저녁 8시 어떠신지’라고 하는 등 공약 과제 작업 중임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김윤태 원장이 예산운용지침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조치 사항을 밝혔다.
“국방부 장관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 개발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고, 예산 규정을 위반해 자문 의견을 받지 않은 외부인에게 자문료를 지급하도록 지시했으며,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전형위원으로 선정한 김윤태 원장을 감사원법 제32조 제9항에 따라 해임하시기 바랍니다.”
보안 자료 외부로 불법 유출
원장의 지시를 받아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을 개발한 KIDA 연구원은 3명이다. 이 중 한 명은 국방인력 연구 분야에서 센터장을 지낸 안○○. 부하 직원 아이디를 무단 도용해 KIDA 보안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
KIDA는 이른바 ‘국방망’을 사용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인터넷과는 다른 회선이다. 이 때문에 국방망에서 인터넷망으로 자료를 보낼 때는 관리자 승인을 거쳐야 한다. 센터장이었던 안○○이 자료를 인터넷망으로 내보내려면 상급자인 부원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센터의 행정 직원이 자료를 보낼 때는 센터장이 승인하면 된다. 이에 안○○은 주말에 출근해 부하 직원의 아이디를 도용한 뒤 자신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KIDA 내부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 아이디를 도용당한 부하 직원은 “안○○이 전화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알려줬고 이를 범죄행위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행정 직원에게 해당 파일을 전송하면서 자신의 인터넷망 메일로 재전송하도록 지시하고는 그 상급자인 자신이 결재하는 방식으로 2021년 5월 6일부터 2022년 1월 27일까지 총 36개의 선거 지원 관련 문서 파일을 인터넷망으로 전송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안○○은 2021년 5월 4일 국방 분야에서 공약으로 제시할 만한 11개 과제가 정리된 문서를 북한산등반모임 대화방에서 공유받아 이 중 2개 과제에 대해 세부내용을 추가한 후 김○○에게 같은 달 6일에 제공했다. 안○○은 김○○이 요청한 문서 양식에 맞춰 현황 및 문제점, 정책목표, 주요내용(이행방법), 이행기간, 추정예산, 기대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안○○은 2021년 6월 2일부터 같은 해 7월 7일까지 이재명 후보의 공약 중 하나인 ‘선택적 모병제’를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위력개선사업비 및 전력운용비 중 삭감이 가능한 규모를 검토했다. 최종보고서는 김○○에게 제공됐다.
이재명 토론회 자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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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 공유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약 문서. |
안○○은 2022년 4월 29일 《월간조선》 인터넷판에 〈[단독]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 이재명 대선 캠프에 원장·센터장 관여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본인이 이재명 캠프가 연 화상회의에 수시로 참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같은 날 완전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 55개의 파일을 삭제했다.
안○○은 감사원에 “정책적 자문 및 의견 요청에 따른 것일 뿐 특정 후보의 선거 활용 의도는 없었고 개별 연구자 간 자문 활동을 위한 문서들은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내용이므로 부원장까지 결재를 상신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은 안○○의 국방망 컴퓨터에 있는 ‘대선공약지원’ 폴더에 ‘전문병사제도 검토 의견.hwp’ 문서, 2021년 11월 27일 특정 대통령 후보의 이름이 기재돼 있는 공약 문서 작성·보완 등을 볼 때 안○○의 주장은 사실과 달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은 “특히 안○○은 선거 공약 문서가 개인적인 자료이므로 상급자의 결재 없이 자료 반출이 가능하다고 임의 판단하고 국방연 국방망에서 인터넷망으로 문서 파일을 반출할 때 상급자의 결재를 받도록 한 국방연의 보안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부하 직원의 아이디를 도용하는 등 행위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정직(停職)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W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서 김윤태 원장의 부당한 지시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향후에는 공직자의 본분에 어긋나는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O는 선거 공약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닌 전문가적 조언이라는 판단하에 자문 명목으로 군사 전략 분야와 관련된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O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사실장이 오히려 감사 방해
또한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감사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 KIDA 감사실장 장○○이 오히려 감사를 방해했다고도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윤태 원장이 감사실장으로 임명한 장○○이 《월간조선》 보도 이후 KIDA의 대응 방향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장○○은 2023년 6월 25일 10시54분 W에게 전화를 걸어 총 30분3초 동안 통화하면서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감사원이 제시하는 객관적 증거를 부인하거나 기존 진술을 사실과 다르게 번복하도록 종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에 대해 이렇게 명시했다.
W는 감사원에 “장○○은 원장의 최측근으로 (《월간조선》의 텔레그램 보도 직후인) 2022년 12월부터 매주 1회 본인의 연구실로 찾아와 ‘김윤태 원장은 정계, 국방부 사람을 많이 알고 발이 넓기 때문에 이 정도(선거 개입 논란)는 감출 수 있다”며 “원장이 건재해야 본인(W)의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당신은 진보 성향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으니 새로운 원장이 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지금 원장보다 징계 강도가 세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고 하는 등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자신(W)을 압박하고 원장을 비호하여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2년 12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장○○으로부터 받았던 겁박, 강압, 회유의 내용을 증명하는 입증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장○○과의 통화 내용을 녹취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장○○은 W에게 김윤태 원장이 없으면 부원장 체제나 새로운 원장이 오게 돼 형사상 문제가 없어도 정직부터 파면까지 갈 수 있다고 겁박하면서 원장을 비호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진술 회피 및 허위답변 방법 등도 제시했다. 또 W에게 “공직선거법은 공소시효가 도과됐으니 오히려 감사원 감사관에게 ‘관할 경찰서로 가 고발하겠다’는 식으로 도발하도록 조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밝혔다.
감사원은 장○○에 대해 “KIDA 자체감사기구 책임자가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여 직무감찰권한을 침해하는 등 국가 감사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계처분 하라”고 했다.
KIDA, “입장 없다”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는 W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감사원은 “W는 2023년 10월 20일 감사원 문답에서 자신(W)이 꼬리 자르기 대상이 됐으며 KIDA 구성원이 선거 공약 작성에 연루됐으니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질 것이고 2022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언론(《월간조선》-기자 주) 등에서 선거 공약 작성과 관련해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인 본인(W)으로 하여금 이 사태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함께 보도된 김윤태 원장이나 안○○ 등에 대해서는 조치 없이 무마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새롭게 밝힌 국방대 교수 Y의 이재명 대선 공약 개발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에게 ‘해임’을 건의했다.
감사원은 한국국방연구원 원장 등 4명의 혐의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했다. 지난 2월 1일 기자는 김윤태 원장과 감사실장 장○○에게 연락했으나 통화할 수 없었다. KIDA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KIDA 차원에서의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월 13일 이사회(이사장 국방차관)를 열고는 감사원 발표를 바탕으로 김윤태 원장을 해임했다. 이에 김윤태 원장은 자신의 임기가 2월 7일 종료됐다고 주장하며 “해임 처분은 합당하지 않다”고 했다. 김 원장은 왜 임기 종료 일주일이 지나서 해임됐을까.
한국국방연구원 내부에서는 “2022년 1월 김윤태 원장이 신설한 정년 보장 조항 때문에 오히려 해임당할 시간이 생겼다”고 말한다. 해임에 빌미가 되는 조항을 김 원장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KIDA 내부제보자는 2022년 5월 최초 제보 당시 “김윤태 원장이 정권 교체를 대비해 인사 규정을 미리 고쳐놨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김윤태 원장이 임기(2024년 2월까지)를 채우지 못한 채 직에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원장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면 1964년생인 김 원장은 연구원 정년(만 62세)을 남겨놓고 조기에 KIDA를 떠나야 한다. 원장이 아닌 연구원으로 정년을 맞으면 김 원장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한국국방연구원은 이사회를 개최해 2022년 1월 1일 인사 규정을 신설했다.
〈연구원 직원으로서 재직 중 임원(원장 등)으로 임명된 자가 임원을 퇴직하는 경우에는 정년 잔여기간이 남은 자에 한하여 퇴직 그다음 날에 임원으로 임명되기 직전의 직급으로 임용된 것으로 보며, 호봉은 임원 재직기간을 더하여 산정한다. 다만,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임용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신설 2022. 1. 1.)〉
앞서 《월간조선》은 2022년 6월호에서는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월 14일부로 부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후임 원장으로는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박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