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문재인 움직임에 들썩이는 민주당 : 월간조선

2024년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어수선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부 강성 친문계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문재인 중심의 친야 세력 결집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하며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했지만 올해 들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의 활동도 이어지면서 친문재인 세력이 최근까지 민주당 주류였던 친이재명 세력을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재등판설까지 나온다.

다큐 〈문재인입니다〉 개봉

다큐 영화 〈문재인입니다〉 포스터. 사진=엠프로젝트

특히 올해 4월 들어 문 전 대통령이 공식 활동을 이어가는 것과 함께 문재인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이슈도 이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3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대통령 시절에는 거의 매년 참배했지만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찾은 것이다. 그는 “4·3의 완전한 치유야말로 진정한 화해와 통합에 이르는 길로, 여전히 4·3을 모독하는 행위들이 이뤄지고 있어 매우 개탄스럽고 가슴 아프다”며 “앞으로 4·3의 완전한 치유에 이르기까지 마음으로 함께하겠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4·3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는데, 특히 올해는 문 전 대통령의 참배와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4·3은 김일성의 지령”이라는 주장,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 등이 엮이면서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결집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0일에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가 개봉관 확보에 나섰고 이르면 5월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배급사 엠프로젝트는 펀딩플랫폼인 텀블벅을 창구로 4월 10~19일에 걸쳐 개봉관 확보를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애초 목표액은 3000만원이었지만 모금 첫날 5900만원이 걷혔고 이틀째인 11일에는 1억원을 훌쩍 넘어 개봉관 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영화는 개봉 전 4월 29일과 30일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될 예정이다. 포스터에는 문 전 대통령이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모습이 담겼고, 예고편에는 문 전 대통령이 “나는 원래 일하는 것보다는 노는 걸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과 그를 평가하는 지인들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포스터 구입과 영화 예매 캠페인이 시작된 상태다.

‘문재인책방’

경남 양산 사저 앞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씨. 사진=뉴시스

문 전 대통령이 사저 인근에 여는 이른바 ‘문재인책방’도 5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책방 이름은 ‘평산마을책방’으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직선거리로 약 170m, 걸어서 4분 거리에 있는 한 주택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사저 경호구역(반경 300m) 안이다. 양산시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책방은 높이 4.3m에 연면적 142.8㎡(43.1평)의 지상 1층짜리 건물로 주 용도는 제1종 근린생활시설(소매점)이다. 책방 바로 옆 작은 규모의 황토방은 카페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지난 2월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됐고 4월 중순 현재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으며, 4월 말 공사 완료 예정이다. 오픈은 문 대통령의 귀향 1주년인 5월 10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책방 개소 계획과 “책을 통해 대화와 교류의 공간을 만들겠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책을 주제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발언은 전혀 하지 않았고 “여러 지역에서 서점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평산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책방을 여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책방에서 공부모임과 토론회 등을 갖게 될 것이라며 자신은 ‘책방지기’로 활동할 뜻이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원래 의도야 무엇이든 평산마을책방, 즉 문재인책방은 결과적으로 ‘친문(親文) 집결장소’를 만든 셈이다. 한 민주당 전직 당직자는 “양산 책방이 전직 대통령들의 측근 집결장소를 뜻하는 연희동(전두환), 상도동(김영삼), 동교동(김대중) 같은 상징적 장소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라며 “봉하마을도 상징성이 있지만 주인공(전직 대통령)이 안 계신 봉하마을과 양산은 정치적 영향력의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또 민주당 한 현직 의원은 “양산 책방이 친문계 정치인들의 집결지가 될 것 같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한 사실을 왜 묻느냐”고 일축하기도 했다.

박지원·비명계의 양산 방문

지금까지 양산 사저 앞 취재 경쟁과 관련해 소음과 주민 불편 등 각종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소강상태다. 또 책방은 사저 경호구역(반경 300m) 안이다. 친야 성향 일부 언론과 커뮤니티에서는 책방 개소식을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D-데이(실행 당일)로 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공개적으로 양산 사저를 방문한 야당 정치인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있다. 둘 다 실세 친문계와는 거리가 멀다. 친문계는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양산 사저발(發)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11일 박지원 전 원장이 문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공개하면서부터다. 박 전 원장은 양산 방문 일주일이 지난 후인 같은 달 19일 라디오에 출현해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단합해 잘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이 발언이 이재명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나름의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확대해석하는 친명계와 문 전 대통령의 진의(眞意)가 아니라는 비명계의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명계이며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등 문재인 정권 당시 민주당 의원 중 반문 성향을 보였던 의원들)로 불리는 박용진 의원이 양산을 찾은 후 공식 발언을 했다. 박지원 전 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3월 19일 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왔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민주당이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화합하면 총선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변화’를 강조했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한 번씩 치고받는 ‘장군멍군’을 시전한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전혀 다른 뉘앙스로 연달아 언급되자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야당 정치인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 전반에서 나왔다. 여당도 비판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3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퇴임 대통령이 거대야당 섭정 노릇, ‘양산대원군’까지 할 것인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누가 ‘양산의 집사’ 될까

3월 내내 문심(文心·문재인 전 대통령의 마음) 논란이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4월 3일 “문 전 대통령이 당분간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해 정치인들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와 거리 두기를 결심했고, 친문과 비문을 막론하고 정치인들과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논란의 중심인 이재명 대표와도 당분간 만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특히 4월 3일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날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추념식에 적극 참석했었지만 이날은 추념식 공식 일정에 참석하지 않고 오후에 따로 참배했다. 이재명 대표가 오전 추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만큼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윤건영 의원의 역할론이 당 안팎에서 논란으로 떠올랐다. 은퇴한 정치인이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측근은 물론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집사’가 필요하다. 정치 이력과 상관없이 어떤 일이 있어도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인물을 뜻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충성을 바치는 친박계 정치인이 적지 않았지만 현재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입장을 대변하는 최측근은 유영하 변호사가 유일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유 변호사 같은 인물은 누가 있을까. 일단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이 꼽힌다.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당시 정치적 범위의 측근이 아닌 인간적 범위의 최측근으로 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탁현민 전 행정관이 꼽혔다. 윤 의원은 최근 “문 전 대통령이 당분간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고 대변인 격으로 언론에 문 전 대통령의 뜻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당시 대북관계에 앞장서면서 저지른 실수와 실책 등으로 신뢰도를 상당 부분 잃은 상태다. 또 윤건영 의원은 현역 의원이며 탁현민 전 행정관은 이미 대중에 많이 노출되면서 안티 세력도 많은 상황이어서 문 전 대통령이 또 다른 집사 역할의 인물을 구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기획수사에 의한 정치보복’

“(퇴임 후) 잊히고 싶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와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같은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고, 지난 2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저서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언급하며 “학자이며 저술가로서의 저자의 역량을 새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제주 4·3 참배를 앞둔 3월 24일에는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내놓는 데 대해 친문계 정치인들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수사에 대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기획수사가 지나쳤다”며 윤석열 정부에 직접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편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참고 참아오다 하신 발언”이라고 했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기획수사에 의한 정치보복이 무작위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문 전 대통령이 도를 넘고 있다고 봤고 이에 직접 입장문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사의재

2023년 1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 사의재 창립 기자회견’에서 박능후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 초 ‘문재인 싱크탱크’로 불리는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가 출범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의재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년)이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경세유표》 등 저서를 편찬하며 머물렀던 처소의 이름이다. 사의재의 뜻은 ‘마땅히 해야 할 네 가지’로, 맑은 생각,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뜻한다. 사의재는 4개의 분과 체제를 구성하고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계승해 정책 토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들과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국정 운영 경험을 토대로 민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당시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참여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 비호를 위한 조직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 즉 ‘이재명 리스크’가 계속되던 올해 1월 사의재가 출범하면서 친문계는 민주당 내 친명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사의재 초대 상임대표는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았다. 공동대표는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조대엽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운영위원장은 방정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맡았다. 박 전 장관은 “사법의 틀 안에 토론이 갇혔고 정치가 갇혔다”며 “이를 토론의 광장으로 끌어내 국가, 민족, 사회에 미래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또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한 셈이다. 다만 사의재 관계자들은 정책포럼임을 강조하며 ‘반(反)이재명’ 세력화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하고 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의 활동 및 관련 여론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문재인 대통령 선거 재출마설’이 떠돌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도, 진보 진영에서도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까지 실형을 받았거나 사망하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런 와중에 현재 야당의 대표적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차기 대선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를 대신할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說)의 진원지를 찾아 다각도로 취재해본 결과 문재인책방과 사의재였다. 친문계의 물리적 집결지는 문재인책방, 정책적 집결지는 사의재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출마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진원지는 문재인책방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통령을 두 번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 친문계 일부는 이런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책방을 열고 기념품을 만들고 SNS로 여론을 만드는 것은 미래를 위한 ‘작업’이다. 구체적으로는 문 전 대통령의 대선 재출마다.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선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퇴임 대통령, 재출마 가능한가

2022년 8월 29일 오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로 예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 등 당 지도부를 맞이하며 지지자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인 출신인 그는 “5년 단임제라는 것은 법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일 뿐 헌법에 명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해석이 가능하다. 헌법을 재해석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 정권 핵심 세력인 86세대 일부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고 물밑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5년 단임(單任)제’라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문재인 전 대통령 재출마설은 일견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가 ‘단임’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헌법 중 대통령과 관련한 조항은 제66조부터 85조까지가 전부인데, 임기에 대해서는 제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유일하다. 공직선거법에도 대통령 임기와 관련한 조항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임’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직을 두 번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중임(重任)은 ‘임기가 끝나거나 임기 중에 개편이 있을 때 거듭 그 자리에 임용한다’는 뜻이다. 연임(連任)과 같은 뜻이다. 따라서 대통령 임기를 끝낸 후 다른 사람에게 내주고 한두 번 건너뛴 후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중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따지고 들자면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헌정사상 이에 대한 해석이 내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법적 논란으로 접어든다면 그 기간이 수년에 달할 정도로 길어질 수 있다.

‘원 포인트 개헌’의 후유증

대한민국 헌법이 임기제에 대해 명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헌법은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7년 6·29선언으로 제정된 헌법이다. 당시 개헌에 참여했던 한 전직 고위 공직자는 “1987년 개헌의 가장 크고 급한 이슈는 대통령간접선거제(간선제)를 직접선거제(직선제)로 바꾸고 기존 임기(7년)를 줄이는 것이었다”며 “짧은 시간 내에 개헌안을 만들었고, 7년 임기제를 바꾸는 방법으로 4년씩 두 번 가능한 제도와 5년 한 번으로 끝내는 제도 두 입장이 맞붙었지만 미국식 4년 연임제는 성난 국민들의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당시엔 단어의 세세한 뜻까지 분석하면서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개헌안은 사실상 대통령 직선제를 통과시키는 데 집중하는 ‘원포인트 개헌’에 가까웠고, 대통령 임기 관련 조항은 제70조로 마무리됐다. 국민은 국민투표에서 현행 헌법을 93.1%의 지지로 통과시켰고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인 것으로 국민의 뇌리에 인식됐다. 다만 모호한 문구로 인해 논란의 여지는 남긴 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장 정부 제1절 대통령

제66조 ①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②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③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④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67조 ①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②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③대통령 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 ④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⑤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제68조 ①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임기만료 70일 내지 40일 전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②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제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제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제73조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비준하고, 외교사절을 신임·접수 또는 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한다.

제74조 ①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②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