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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반도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6·13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

정상회담 후 안보 불안이 경제난과 맞물리면 폭발력 발휘할 수도

글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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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뒤이은 총선과 대선에서 집권 여당 패배
⊙ 문재인 지지율과 남북 정상회담 지지율 거의 비슷
⊙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따라 ‘안보 협치(協治)’ 내세운 야권 연대(連帶) 가능

金亨俊
1957년 출생.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4월 10일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 개헌·정책저지 투쟁본부 현판제막식을 가졌다. 4·27 정상회담 후 이념·안보문제가 경제난과 맞물리면 6·13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6·1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압승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목표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 1년의 독주와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지방선거=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것인가? 아니면 깨질 것인가 여부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1995년부터 시작된 역대 6번의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것은 1998년 단 한 번뿐이었다. 당시엔 최초로 여야(與野) 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4개월 만에 선거가 치러졌다. ‘대선(大選) 관성(慣性)의 법칙’이 작동했다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는 구도, 인물, 그리고 이슈다. 이번 6·13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4월 27일에 열릴 제3차 남북(南北) 정상회담이다.
 

 
  역대 지방선거 특징과 결과 분석
 
  역대 남북 정상회담의 이슈들
 
  이번 3차 정상회담은 2000년과 2007년에 있었던 지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2000년 1차 정상회담(6월 13 ~15일)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임기 중반에, 2007년 2차 정상회담((10월2~4일)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임기 말에 개최됐다. 이에 반해 3차 정상회담은 문재인(文在寅) 정부 임기 초에 이뤄진다는 것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절박함 속에서 남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밝힌 ‘한반도 운전자론’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길 원했고, 김정은은 유엔과 미국이 중심이 되어 전개되고 있는 강력한 대북(對北)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작동한 것 같다.
 
  의제에서도 차이가 있다. 1차 회담에서는 통일지향, 경제협력, 이산가족 상봉이 핵심이었다. 2차 회담에서는 군사적 신뢰구축, 경제공동체 추진, 북핵 문제였다. 3차 회담에서는 북핵 비핵화와 미·북(美北) 대화 구축이다. 1차 회담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클린턴 대통령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이념적 코드가 맞았다. 반면, 2차 회담 때 미국 대통령은 강경 보수 성향의 부시 대통령이었고, 자주외교를 주장하는 진보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과는 별로 맞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은 초강경 보수의 트럼프 대통령이다. 진보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참으로 껄끄러운 관계다. 이번 회담의 최대 특이 사항은 북측이 처음 남측 지역으로 내려와서 갖는 회담이다. 뿐만 아니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 정상회담, 진보 여당에 유리하지 않아
 
  1차 정상회담은 2000년 4월 13일 총선 3일 전인 4월 10일 발표되었다. 하지만 집권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115석)은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이끄는 야당(133석)에 패배했다. 득표율도 한나라당(39%)이 민주당(35.9%)보다 앞섰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수십 년의 기득권 상실로 인해 분노하던 영남권에 역풍(逆風)을 초래해 여당이 패배했다. 영남권 전체 65석 중 한나라당이 64석을 차지했다. 이는 여당의 과반수 확보 미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DJP 공동정부의 한 축이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기존의 50석에서 원내교섭단체도 이루지 못할 17석을 얻는 참패를 했다는 점이다. 정당 득표율도 9.8%로 6.4% 감소했다. 이런 선거 결과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 보수층이 결집해 보수 경쟁을 벌였던 자민련을 배격하고 한나라당에 몰표를 줬기 때문이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은 2007년 12월 대선 약 2달 전에 이뤄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낮은 지지율 때문에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 등의 이합집산을 거쳐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탄생했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빅 카드에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鄭東泳) 후보(26.1%)는 야당인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48.7%)에 531만 표 차이로 참패하면서 정권을 뺏겼다. 이명박 후보는 호남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승리했다. 특히 야권 성향이 강하던 서울에서도 압승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명박 후보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보수의 이회창 후보(15.1%)가 얻은 득표를 더하면 약 65% 정도였다는 점이다. 반면, 정동영 후보를 포함해 문국현 후보(5.8%)와 권영길 후보(3.0%) 등 진보 성향 후보들의 득표율은 모두 합해도 약 35%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48.9%)가 얻은 득표율보다 10%p 이상 낮은 수치였다.
 
  여하튼 역대 남북 정상회담은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여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문재인 지지율과 정상회담 지지율 비슷
 
  그렇다면 4·27 남북 정상회담이 이번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고찰해 볼 수 있다.
 
  첫째, 보수 결집을 가져올 수 있을지 여부다. 한국갤럽조사 결과,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2%p 증가했다(38%→54%). 반면 부정 평가는 8%p 하락했다(26%→18%). 2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7%로 변화가 없었다. 반면 부정 평가는 2%p 하락했다.
 
  민주당은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1차 정상회담 때와 같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대폭 상승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샤이(shy) 보수층과 중도층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2월 12~13일)에 따르면, ‘진보’라고 답한 비율은 33.7%였다. ‘중도 성향’은 38.8%로 나왔고, 보수는 19.8%에 그쳤다. 진보와 중도를 합해 보면 72.5%로,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 비율(72.5%)과 일치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찬성하는 여론은 69.0%, 전반적인 한반도 안보 상황 변화에 대해서도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도 69.1%로 나타났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자들의 83.3%는 ‘남북 정상회담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80.8%가 ‘한반도 안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조사결과들이 주는 함의는 문 대통령 지지도가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린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지지로 이어지는 ‘동조화(同調化)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이슈에 영향 받아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그해 12월 대선에서 참패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60대 이상 샤이 보수층에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무엇보다 정상회담 직후 발표될 공동 선언문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가 변수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5개항으로 구성된 남북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6·15 남북 공동선언 첫 번째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선언했다. 두 번째 합의 내용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였다.
 
  당시 보수 세력은 6·15 공동선언의 실현과 관련해 ‘북한 불변론(不變論)’, ‘속도조절론’, ‘시기상조론’이라는 3가지 논리를 제시했다. 핵심은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왜 자꾸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무장 해제하고 변하느냐는 것이었다. 여하튼 남북연합론은 남남(南南)갈등을 증폭시켰고, 보수 세력의 결집을 유인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년 10월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합의했다. ‘10·4 남북 공동선언문’은 전문과 10개항(별항 2개 포함)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세 번째 합의안은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였다. 구체적으로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한다”고 합의했다.
 
  이번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6·15 남북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구체적인 이행 문제가 포함될 개연성이 크다. 그것이 현실화되면 연방제 문제와 ‘NLL(북방한계선) 포기 논란’이 재(再)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한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체제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보수성향 투표율이 관건
 
  역대 지방선거별 투표율을 보면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는 68.4%였지만 1998년(52.7%)과 2002년(48.9%)에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2006년(51.6%)부터 다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0년에는 54.4%, 2014년에는 56.8%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투표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연령층은 60대 74.4%였고 이어 70세 이상이 67.3%, 50대가 63.2%로 전체 투표율 56.8%를 크게 넘어섰다. 반면 40대는 53.3%, 30대는 47.5%, 20대는 48.4%로 전체 투표율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10년 지방선거 대비 투표율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30대 후반부터 50대까지의 투표율은 1%p 안팎으로 감소했지만 20대 전반(45.8%→51.4%), 20대 후반(37.1%→45.1%)의 투표율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분명 최근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증가 추세다. 특히 촛불집회 이후 치러진 작년 대선(77.2%)에서 20대(76.1%)와 30대(74.2%)의 투표율은 지난 2012년 대선과 비교해 각각 7.6%p와 4.2%p 증가했다. 반면, 50대(78.6%)와 60대 이상(79.1%)의 투표율은 각각 3.4%p와 1.8%p 감소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보수층이 안보 불안을 느낄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적극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단순히 진보 성향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보수 성향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2월 주민등록 인구로 유권자를 연령별로 조사한 결과, 60대 이상 유권자가 25.2%를 차지했다. 이어 40대(20.3%), 50대(19.9%), 20대(17.4%), 30대(17.2%) 순이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을 보이고 있는 50대와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5.1%인 반면, 현 정부에 우호적인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4.6%에 불과했다. 분명,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의 향배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견제·균형론이 반수 넘어
 
  둘째, 야권 연대에 대한 영향력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安哲秀)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4월 4일 “바꾸자! 서울. 혁신경영 안철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위선과 무능이 판치는 세상을 서울시에서부터 혁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4월 10일 김문수(金文洙) 전 경기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했다. 홍준표(洪準杓) 자유한국당 대표는 “타당(他黨)과 비겁한 선거 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정리 대상인 정당(바른미래당)을 두고 연대해서 선거를 한다는 생각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곧 후보들 각자 자기 비전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 판단에 따라 더는 그런 얘기들이 나오지 않고 2강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연대가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현 시점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에 야권 연대(連帶)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다. 입소스 코리아 조사(3월 5~7일) 결과, 보수층 절반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을 지지층의 55%가 바른미래당 후보와 단일화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정안정과 개혁을 위해 집권여당이 승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답변이 44.8%에 달한 반면, ‘견제와 균형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비슷하게 표를 얻는 게 바람직하다’(36.9%)와 ‘정부와 여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이 승리하는 게 바람직하다’(15%)는 균형·견제론을 합치면 51.9%였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선거 막판 이런 보수층의 민심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한국 정치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로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말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연대도 명분이 있어야 가능하다. 만약 남북 정상회담 직후 발표될 공동 선언문에서 보수층을 자극할 민감한 현안이 포함되면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안보 협치(協治)’를 내걸고 선거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안보 무능’ 프레임은 일단 잠복
 
2010년 6·2 지방선거 후 선거상황판 당선자 명단에 꽃을 붙이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민주당은 천안함 폭침 이후 상황을 ‘평화 대(對) 전쟁’ 구도로 몰고 가서 승리했다.
  셋째, 어떤 이슈 프레임이 만들어질지가 관건이다. 통상 선거에서는 핵심 이슈를 누가 선점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가령,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개혁세력(여당) 대 적폐세력(야당)’의 프레임으로 만들려고 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爆沈) 이후 실시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여당의 주장과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전쟁과 평화’ 프레임으로 만들어져 격돌했다. 당시엔 야당이 승리했다.
 
  지난 평창 올림픽을 둘러싸고 여당은 ‘평화 올림픽’, 야당은 ‘평양 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격돌한 적도 있다. 남북 정상회담도 비슷하다. 정부 여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제1야당인 한국당은 ‘북한의 시간 끌기용 위장 평화 공세’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다시 말해 이번 지방선거에선 ‘평화 대 위장평화’라는 프레임이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프레임이 승리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 왔던 정부 여당의 ‘안보 무능’에 대한 프레임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같다. 미국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북핵 완전 폐기를 6개월에서 1년 내에 완료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엔 명확하게 반대 입장이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불투명해진다. 그 결과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또다시 등장할 경우 야당이 제기한 안보 프레임은 이념의 틀 속에서 다시 작동될 수 있다.
 
 
  문제는 경제다
 
지난 2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금속노조원들. 6·13 지방선거의 쟁점도 결국은 경제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2일에 열린 6·13 지방선거 후보자 출정식에서 ‘좌파 정권 심판’을 호소했다. 그는 ”이 정권의 본질은 전교조·민주노총·참여연대·주사파(主思派)들의 연합정권이고, 이들이 주축이 돼 사회주의 체제로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는 “찢어지고 탄핵되고 구속되고 앞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는 뭉쳐야 한다”며 “청와대 있는 사람들은 과거 김일성주의자이고, 김기식 금감원장은 주사파 운동권이다”라고 외쳤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야당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회주의 대 자유민주주의’ 프레임을 만들어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 이슈는 개헌안과도 간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 대통령 4년 연임제(連任制)를 골자로 하고 있는 정부 개헌안에 대해 여당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기본권을 확대하며,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국민개헌’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약화시키는 좌파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나아가려는 문재인 정권의 관제 개헌 시도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남북 정상회담과 개헌을 둘러싸고 야당은 ‘좌파 사회주의 헌법’(여당) 대 ‘우파 자유민주주의 헌법’(야당)이라는 이념 프레임으로 갈등이 부상될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이념 프레임이 다른 경제 이슈와 연계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이 2010년 지방선거 직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유로 가장 많은 37.4%가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해서’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적이어서’(22.8%),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서’(16.7%), ‘국가 안보를 불안하게 해서’(10.1%), ‘정치 갈등을 증폭시켜서’(5.2%),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어서’(3.8%) 순이었다.
 
  한국선거학회가 2006년 지방선거 직후에 실시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가장 큰 이유로 57.4%가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해서’를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집권당이 교만하고 무능해서’(14.1%), ‘정치 갈등을 증폭시켜서’(10.8%),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돼서’(5.0%), ‘국가 안보를 불안하게 해서’(4.0%),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심화돼서’(3.0%)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실업률이 4.5%로 17년 만에 최고로 올랐고. 1년 전 대비 취업자 증가 수가 두 달 연속 10만명대에 그쳤다. 실업자는 125만명으로 석 달째 100만명을 웃돌았다.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非)정규직 강제 정규직화 등과 같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펼쳤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줄었다. 서민과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 한겨울이다.
 
  한국갤럽의 4월 2주 조사(10~12일) 결과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향후 1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나빠질 것’(31%)이라는 응답이 ‘좋아질 것’(28%)보다 많았다. 국민 2명 중 1명(47%)이 실업자가 향후 1년간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민들은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경제를 살릴 능력을 갖추었는지, 또는 비전과 정책을 갖고 미래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었는지를 기준으로 ‘전망적((prospective) 투표’를 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는 ‘회고적(retrospective)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 여부를 토대로 ‘응징적 견제 투표’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하고 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민생 경제가 나빠지면 유권자는 정부를 응징할지 모른다. 선거는 심판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가 보면 먹고사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을 정부 여당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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