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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대 - 국내 전문가들은 이렇게 본다 ①

외교분야 - 문정인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한 태도에 달렸다”

글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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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구동존이(求同存異) 해야… 北과 소통채널 회복해야
⊙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강화는 쟁점… 한미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 필요
⊙ 박근혜 정부의 대북 봉쇄정책, 한반도 문제를 ‘아웃소싱’한 결과 초래
⊙ 사드 배치 결정 과정 검증해 보고 입장 정해야
⊙ 전작권은 자주국방 차원에서 환수해야… 북핵 폐기 위한 현실적 정책 짜야
⊙ “文정부, 위안부 갈등 최소화하고 협력 극대화 전략 짜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까지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니까 군사적 유용성이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비용부담 요구대로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감당할 수 있는지 경제적 유용성 등을 검토해 봐야 해요.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 자문단의 한 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그룹 좌장 격인 문정인(文正仁·66)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는 “사드 배치가 안 되면 한미동맹이 깨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사드 배치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국내적으로 직면할 첫 외교·안보적 숙제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정인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과 동북아평화번영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고,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과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장관급)을 지냈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도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다.
 
  문 교수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자제한 대통령 취임사에 대해 “미국과의 협력을 거쳐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미국을 놀라게 할 만한 대북 접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배드캅’, 한국은 ‘굿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1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걸려온 대통령 당선 축화 전화를 받고 있다.
  문 교수는 “우리가 북핵 해결 프로세스에서 ‘운전석’에 앉으려면 미국, 중국과의 대북정책 조율이 중요하다”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 간의 ‘역할 분담론’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전면 차단된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 미국은 ‘배드캅(Bad cop·거친 경찰)’, 한국은 ‘굿캅(Good cop·온건한 경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한미 간 역할 분담론에 대해 “트럼프의 대북정책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는 압박뿐 아니라 관여(engagement)도 강조했다”며 “우리 정부는 압박에 동조하면서도 관여에 초점을 맞춰서 한미 간의 대북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한반도는 위기상황입니다. 문 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안보적 이슈는 뭐라고 보십니까.
 
  “우선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게 상당히 중요하겠죠. 물론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닌데요, 중요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했지만 한미관계를 잘 조율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남북관계 개선도 모색하고 한중관계 개선도 모색해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북, 대미, 대중 등 대외정책에서 큰 틀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기초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노선을 취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외교안보정책을 전부 뒤집는 것 아닌가요.
 
  “박근혜 정부는 대북압박과 봉쇄정책으로 죽 일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리아 패싱’ 현상이 생겼어요. 혼자 힘으로는 부치니까 하나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다른 하나는 미국과 일본을 통해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 문제를 외주화(外注化), 아웃소싱해 버린 거죠.”
 
  — 우리 독자적으로 해결을 못하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북한이 아무리 밉더라도 우리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화하며 그들의 행태를 바꿔야 하는데, 미리 포기하고 유엔과 미국에 넘긴 것이죠. ‘아웃소싱’의 결과가 ‘코리아 패싱’이란 불편한 진실로 나타난 겁니다.”
 
  — 그간 북한의 행태를 보면, 도무지 대화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상대로 보이질 않는데요.
 
  “왜 아니에요? 작년 7월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했을 때, 통일이 당장 내년에 닥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북이 넘어진다는 소리였어요. 그러한 인식과 가정을 갖고 남북문제를 대하면 북한과 대화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못살게 굴어 무너뜨리거나 대화에 나오게 하겠다는 건데, 결국 우리의 외교적 카드를 강대국들에 넘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죠.”
 
  — 향후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구상은요.
 
  “제가 아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한반도를 대륙경제와 해양경제를 엮는 교두보로 만들고, 그것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자는 겁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교류협력을 해야 한다는 게 정책의 기본 틀이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을 무조건 열 수도 없잖아요. 북한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과 구동존이(求同存異) 해야
 
지난 4월 6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문 대통령은 최근 미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고, 대선 과정에서 “당선되면 북한 김정은한테 먼저 가겠다”고 했습니다만.
 
  “오늘 취임사에서 미국을 제일 먼저 가겠다고 했고, 그다음 중국, 일본, 러시아도 갈 것이고, 여건이 허락하면 북한도 가겠다고 순위를 조정했습니다.”
 
  — 한반도 4강 중에서 미국을 가장 먼저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훨씬 낫죠. 중국도 이해할 겁니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의 포지션이 자신들의 기본 입장(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현안 해결)과 같다는 것을 잘 압니다. 괜히 중국에 가서 확인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죠. 미중 간 일종의 교량 역할로 ‘코리아 패싱’을 극복하고 북핵 해결 프로세스에서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겁니다.”
 
  — 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입장을 바꾼 셈이네요.
 
  “민주사회라고 해도 대통령의 의도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미국의 전 하원의장 팁 오닐은 미국 국회의원들은 국가의 대승적 이익을 보지 않고, 자기 지역구만 생각한다는 뜻으로 ‘모든 정치는 지방정치다(all politics are local)’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요.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국내 정치가 제일 중요하겠지요. 또 전 미 하원의장이었던 톰 폴리는 ‘대선 때의 공약을 안 지키는 것은 사소한 실수지만 무리하게 지키려는 것은 심각한 실수(cardinal sin)와 다를 바 없다’란 말을 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야당의 반대도 있고, 이러한 것들을 조율해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문정인 교수는 “북한의 의도도 알아야 할 것이기에 대북 협상 전문가인 서훈(徐薰) 국정원장 내정자가 인준되면 대북 물밑 접촉 등을 하고, 그런 다음 공식 접촉을 하고 특사도 보내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북측과의 대화채널이 사라져 국정원의 카운터파트로 통일전선부 대신 국가보위부가 나왔었다”며 “국정원과 통일부가 서둘러 업무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때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기본 원칙이 정해져야 부처 간 갈등이 사라지고, 대통령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다.
 
  문 교수는 ‘조기 개최’에 양국 정상이 공감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준비된 개최’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면 ‘푸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 회담 개최 자체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다만 조기에 대미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햇볕정책의 새 버전’을 내걸고 있습니다. 따라서 군사옵션도 배제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전략과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만.
 
  (문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새로운 햇볕정책을 ‘Moonshine Policy’로 부르는 것에 대해, ‘문샤인’은 소위 밀주를 담그는 것을 의미하고, ‘은밀하게 하는 엉터리 정책’이라는 부정적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동맹 강화는 영원한 쟁점입니다. 김대중·노무현 두 분은 두 사안이 공존·조화할 수 있다고 봤으나, 보수 측은 남북관계가 한미관계보다 우선할 수 없는 사안으로 보았습니다. 문 대통령도 똑같은 상황에 부닥칠 것이고, 아마도 잘 조화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 간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향후 한미관계에서 외교가의 금언(金言)인 “We agree to disagree(우리가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을 인정하자)”를 새겨야 할 것 같네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미국과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뜻을 굽히지 않는다)이었습니다만, 문재인 정부 때는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은 인정하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를 추구해야 합니다. 배드캅(미국)과 굿캅(한국)의 역할을 잘 조화시켜야죠.”
 
 
  박근혜 정부의 ‘중국 경사 외교’는 실패
 
  문정인 교수는 2007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2·13합의’처럼, 북핵 폐기를 위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서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동결시키고(입구론), 점진적으로 핵시설과 핵물질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보유 중인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출구론), 보다 현실적인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하자”는 중국의 주장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정책과 유사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처음부터 비핵화를 하라면 하지 않을 겁니다. 핵무장을 해제하면 미국이 당장 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북한 사람들은 6·25전쟁 때 미국에 공습당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핵선제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을 공표하고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핵무기 선제타격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불안감을 가질 겁니다.”
 
  — 박근혜 정부의 ‘중국 경사(傾斜) 외교’는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시점부터인가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을 제재·압박해야 한다고만 보고, 중국을 설득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압박하도록 했었죠. 그런데 남북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원하는 시진핑 주석에게 그게 먹히겠어요?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게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을 잘 설득해 북미관계를 개선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한 달 후인 10월 방미해 오바마 대통령과 더불어 북한에 대해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한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한다는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해 오히려 중국 지도부를 완전히 실망시켰다고 들었습니다.”
 
  — 작년 유엔 안보리의 결의 2270·2321호 채택 등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대북제재 기조로 인해 공단 조기 재가동이 쉽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하겠다고 했으니까 할 수는 있겠죠. 이제부터 공단 재개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하고 관계 개선을 하겠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고, 대신 북한이 계속 자제하는 태도를 보이면 점진적으로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중국도 지금은 압력과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고, 개성공단 재가동은 이런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5차 핵실험 이후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의 48조를 보면, 민생(民生)을 고려한 경제교류 같은 건 허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조항 때문에 중국이 북한하고도 계속 지금까지도 일반 통상 무역 관계는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재해석하면 그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재와 압박이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대화의 협상으로 가기 위한 수단 아닙니까. 그게 중국의 기본 원칙입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도 대화와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단 거니까요.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하기 위해선 제재와 압박을 가하지만 그 안에서도 어떤 형태의 인센티브를 북에 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전술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드 문제, 재논의 가능할까
 
  — 사드 문제는 새 정부 들어서 다시 논의한다고 하는데 가능한 일입니까.
 
  “가능합니다. 이건 민주적 절차의 문제예요. 성주 군민 300여 명이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국회에서도 그런 문제제기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도 탄핵시킨 나라에서 국회와 주민들이 저렇게 문제를 들고나오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하는 건 어려울 것 아니겠어요?”
 
  —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인식이 워낙 강해 어떤 형태로든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를 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지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국회가 개원되게 되면 국회 쪽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도 일방적으로 할 순 없겠죠. 단순하게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전략적 계산,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법과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가 적절하게 이뤄졌느냐, 졸속하게 이뤄졌느냐, 이런 것에 대한 검토 같은 건 있어야겠죠.”
 
  — 국회의 결정에 따라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대한민국 국민들이 원하면 철수할 수도 있는 거죠. 대신 사드를 뺄 수 있는 명분,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해야죠.”
 
  — 하지만 이미 초기 가동을 시작한 사드 포대를 한미관계의 악화를 각오하고 실제로 철수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사드라고 하는 게 한미동맹이란 큰 틀에서 보면 하나의 무기 체계에 관한 것 아닙니까? 하나의 무기 체계가 한미동맹 전체와 소위 동일시되는, 이런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 사드 배치를 재논의하는 것은 한국이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주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이 상당히 조심할 거예요. 지난 정부에선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손실 비용이 얼마나 되느냐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없었습니다. 현재 중국의 보복 때문에 벌써 금년도 8조5000억원 정도 손실이 있을 거라는 예측이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나왔습니다. 10조원 이상의 피해가 난다는 것은 민생경제에 엄청난 타격입니다.”
 
  — 주한미군이 자신들이 사용할 무기 체계를 왜 한국에 소문을 내고 들여왔는지, 그것도 궁금증이 듭니다만.
 
  “사드 문제는 처음부터가 잘못 꼬였어요. 원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미군들이 자신들 무기를 반입·반출하는 건 사실 우리한테 허가를 받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사드가 배치되면서 국민들 피해가 발생하고 주민들 반대가 있다면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당연히 이것을 공론화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의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CNN 인터뷰에서 ‘What are you talking about? This is American weapon system to be operated by American soldiers. We are just giving you a land. Why should we pay 10 billion dollars?’라고 했더니, 미국에서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개인적 추론입니다만, 미국이 배치한 사드시스템은 대한민국에 판촉용으로 갖다 놓은 물건이란 인상밖에 들지 않습니다.”
 
 
  전작권 가져와야 북한이 얕보지 못한다
 
  —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북한 핵 위협 해소 ▲한국군 준비 완료 등을 단서로 달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조건들이 70~80%만 충족돼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압니다만.
 
  “2012년 전작권 환수 결정을 한 박근혜 정부는 천안함 사건, 핵실험을 계기로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내건 전작권 환수의 조건은 ‘합리적 충분성(rational sufficiency)’이란 개념인데, 이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무제한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명분을 갖고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것은 결국 전작권 환수를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한미연합사의 해체를 가져오고, 한미동맹은 물론 유사시 전시 증원도 어려워집니다.
 
  “북한이 우리와 대화를 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북한은 한국을 미국의 괴뢰(傀儡)로 본다고요. 전작권을 우리가 갖고 있으면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했을 때 우리가 응징을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우릴 두려워하게 됩니다. 전작권 환수 문제는 이념의 차원이 아니라 자주국방 차원에서 해야 합니다.”
 
  — 전작권을 갖고 오더라도 한국군의 준비가 문재인 정부 내에는 미비할 것 같은데요.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전작권 합의를 할 때, 한국군의 부족한 부분(정보, 정찰, 감시, ISR, 해·공군력 등)은 미군이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제공해 주기로 합의를 했잖아요? 우리 스스로도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호크를 도입하는 등 해공군 중심으로 전력을 강화했습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정권 때보다 진보정권에서 더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문정인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논리는 첫째로 미국에 의존하는 집단적 멘털리티를 탈피하고, 둘째로 북한에 본때를 보이려고 했던 것”이라며 “한국군은 타성에 젖은 블랙박스 속에서 나왔다가 다시 블랙박스 속으로 들어가 있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 한일관계 족쇄가 되면 안 돼
 
지난 5월 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마산집중유세를 마친 문재인 대선 후보가 소녀상을 찾았다.
  — 미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한미관계가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지레 겁을 먹을 필요가 없어요. 지난번에 펜스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측에서 얘기하는 것을 검토·리뷰하고, 그다음에 개혁·리폼을 하자고 얘기했던 사안입니다. 미국 측에서 어떤 제안을 갖고 나오는지 봐야 하겠죠. 우리 이익을 심대하게 저해하면 재협상 안 하면 그만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프린스턴대)가 지적한 것처럼, FTA 재협상은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에 불과한 겁니다. 중요한 건 국가 경제의 체력이고 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되는 문제입니다. 일본 같은 나라는 미국하고 FTA를 하지 않아도 계속 대미무역 흑자를 보고 있거든요.”
 
  — 한일관계에선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최대 쟁점 사안입니다. 민주당은 공약집에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했고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일 거예요. 우선 우리 새 정부가 재협상을 한다고 해도 일본이라는 상대가 재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면 재협상을 할 수가 없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정부도 물론 이제 우리 국민 여론 같은 걸 감안해서 일본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는 있겠지만, 외교라는 건 상대와 많은, 소위 내부적 토론을 거치고 거기에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타결책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이건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문정인 교수는 “역사 문제는 단칼에 자를 수 있는 게 아님에도 재작년 12월 28일 합의의 문제점은, 합의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한 데에 큰 문제점이 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한일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고,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가 족쇄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99) 전 총리가 2015년 《요미우리신문》 기고문에서 전후 70주년을 맞아 한·중과 일본 간 역사 문제에 대해 ‘민족이 입은 상처는 3세대 100년간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과거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함께 언행은 엄격하게 삼갈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난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한일 간 역사문제 갈등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화하는 대일전략을 짜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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