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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고위 공직자 조사하는 민정수석실의 숨겨진 방

외교부 청사 6층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밀 사무실 존재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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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층 외교부 감사실 옆 숨겨진 방, 비밀리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용
⊙ 언제 생겼는지 파악 불가능 … “다만 2006년도에도 있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외교부 운영지원 담당자)
⊙ “별관 비밀 사무실은 고위 공무원들을 조사하던 곳, 지금도 같은 용도로 사용할 것”
    (전직 정보당국 관계자)
⊙ 별관 도면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라고 적혀 있어
⊙ 최근 굳게 닫힌 문틈 사이로 담배 냄새 새어 나와
  서울 광화문 왼쪽 앞에 파수꾼처럼 서 있는 덩치 큰 건물은 정부서울청사 본관이다. 정부 기능이 커지면서 청사가 부족해지자 1967년 착공해 1970년 완공했다. 과거에는 정부중앙청사, 정부종합청사 등으로 불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위상에 걸맞은 외교통상부 전문청사 확보와 기존 정부서울청사의 사무실난 해소를 위해 ‘별관’ 건립을 계획했다. 당시 외교부는 정부서울청사 일부를 쓰고 있었다. 외교부 관리들은 외국 외교관들이 광화문 청사 내의 외교부를 방문할 때 두 번 놀란다는 일화를 자주 꺼내곤 했다. 당연히 외교부 단독청사일 것이라고 생각한 방문객들은 청사의 크기가 엄청나게 큰 것에 놀라게 되며, 사실은 외교부가 건물 일부만 쓰면서 직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 대부분은 주권과 독립의 상징으로 외교부만의 독립청사를 갖고 있었다.
 
  별관은 공사시작 5년 만인 2002년 12월 11일 완공됐다. 김대중 정부 때였다. 공식 명칭은 ‘정부서울청사 별관’이지만 대부분은 외교부가 사용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18층 중 2층 문체부, 3층 국무조정실, 4층 행정자치부, 국무총리비서실, 산업통상자원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교부가 사용한다. 별관이 ‘대한민국 외교 총사령부’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대한 설명을 좀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6층에 외교부도 쓰임새를 모르는 비밀 사무실 하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교부 감사실 바로 옆에 있는 방이다. 이 비밀의 방의 실체는 무엇일까.
 
  외교부 기획조정관실과 운영지원담당관실에 사무실 용도에 대해 문의했다.
 
  “정부서울청사 별관은 행정자치부(청사관리본부) 관할하에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관련 규정(정부청사관리규정 제3조)을 찾아보니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청사의 수급 및 관리를 맡고 있었다.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에게 사무실에 대해 질문했다. 관계자는 “외교부에 모든 것을 일임했기 때문에 감사실 옆 사무실에 대해서는 외교부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사용하는 방”
 
정부서울청사 별관 6층에는 외교부도 쓰임새를 모르는 비밀 사무실 하나가 존재했다.
  외교부 운영지원담당관실 관계자에게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거기는 청사관리본부가 관리하는 데다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는 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열쇠가 없으니 들어갈 수 없지요.”
 
  — 그럼 열쇠는 청사관리본부에 있습니까.
 
  “그쪽도 잘 모른다고 하던데요.”
 
  — 외교부 자체적으로 시설조사 하시죠.
 
  “하죠.”
 
  — 그때 이 사무실은 어떻게 합니까.
 
  “그 방은 시설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 그 방에서 무슨 문제가 일어나면 어떡합니까.
 
  “예전부터 청와대에서 사용하는 방이라고 절대 못 건드리게 했어요.”
 
  — 네?
 
  “청와대가 사용하는 곳이라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요.”
 
  —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그냥 그렇게만 들었습니다.”
 
  — 혹시 청와대 관계자가 들락거리는 것을 목격하신 적 있습니까.
 
  “저희도 누가 왔다 갔다 하는지는 모릅니다.”
 
  — 방 크기가 얼마나 됩니까.
 
  “설계도에는 10평 조금 넘는 것으로(30제곱미터가량) 나와 있습니다.”
 
  그는 “저희도 이 공간을 저희가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괜한 논란이 일어날까 두렵다.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비밀의 방 주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진 외교부 감사실 바로 옆에 있는 비밀의 방. 3월 말 기자가 찾았을 때 문은 굳게 잠긴 상태였다.
  청와대에서 10평 남짓한 사무실을 비밀리에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방의 주인을 찾으면 궁금증은 해결될 것이다. 20년 이상 경력의 전·현직 외교부 직원을 심층 취재했다. 사무실이 사실상 외교부 청사에 ‘알박기’ 형태로 있는 만큼 이들은 비밀을 풀 열쇠가 될 수 있다. 취재에 응한 외교부 직원 다수가 공통으로 하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 방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그들은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선배 또는 동료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던 것이다.
 
  수소문 끝에 비밀 사무실에 대해 잘 아는 전직 정보당국 인사와 접촉했다. 그는 몇 번이고 익명을 당부했다.
 
  그의 이야기다.
 
  “과거 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비밀의 방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제가 있었을 땐 고위 공무원들을 조사하는 곳으로 이용됐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겁니다.”
 
  이야기의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국회의 도움을 받아 ‘비공개 문서’인 별관 도면을 확인했다. 도면상 사무실 위치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부서울청사 별관 6층 사무실 중 한 곳이 민정수석실의 비밀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하면 되지 굳이 비밀 사무실을 둘 필요가 있습니까.
 
  “고위 공무원들이 조사를 받으러 청와대에 들락날락하면 말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기자들이 알면 보도되고 하니까 ….”
 
  — 왜 하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마련한 것입니까.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만, 과거 민정수석실이 여기에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비밀 조사실은 최근까지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4월 6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2월 말 별관 6층에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들어왔다. 당시 민정수석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다. 5층에는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이 들어섰다. 당시 문 후보가 민정수석이었다고 해서 그를 비밀 사무실과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사무실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가 불명확한 탓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2006년부터 2009년 사이 별관 관리를 담당했던 인사가 사무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무실이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는 존재하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별관에서 ‘별거(別居)’ 중이었던 민정수석실은 2004년 12월 ’여민(與民)1관’이 완공되면서 청와대(여민2관-구 별관)로 들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집무실이 비서실 건물과 너무 떨어져 있어 대통령이 비서진 의견을 들을 기회가 적다며 제2집무실을 짓고 여민1관으로 명명했다. 국민과 고락을 함께한다는 취지로, 유교적 민본정치의 요체인 ‘여민동락(與民苦樂)’에서 따온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여민관의 이름을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爲民)’으로 바꿨다.
 
  다시 전직 정보당국 인사와의 문답이다.
 
  — 이곳 말고 다른 비밀 사무실이 있습니까.
 
  “창성동 별관에 있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같던데요.”
 
  창성동 별관에 있는 민정수석실 사무실은 문체부의 B 서기관이 “그곳에서 비인간적인 조사를 받았다”고 언론에 폭로해 공개됐다.
 
  B 서기관은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올해 초(2016년 1월 26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5명이 갑자기 사무실에 들이닥쳐 저의 동의 없이 책상과 컴퓨터 등을 4시간 동안 수색했고, 저를 창성동 별관에 있는 민정조사실로 불러(2016년 1월 29일) 12시간 이상 조사하면서 욕설, 폭언 등 온갖 수모와 인간적 모멸감을 줬다”고 했다.
 
  문체부 감사담당관이었던 B 서기관은 특별감찰반 관계자가 “윗분(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지시라며, 문체부 직원 2명을 중징계하라”고 한 것을 듣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창성동 별관에서 비인간적인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과거 정부는 창성동 별관에 비밀 사무실을 두곤 했다. 한 예로 이병박 정부 때는 창성동 별관에 이름만으론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들어서 있었다. 당시 공무원들은 이 조직을 ‘관가의 저승사자’라고 불렀다. 일명 ‘암행감찰반’으로 불린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는 공직자 감찰은 물론, 각 부처의 ▲고위 공직자들의 노무현 정부 당시 역할 ▲국회 및 언론 관계 ▲대통령의 국정 철학 수행도 등을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담배 냄새 새어 나와
 
과거 이 사무실에서 근무한 적 있는 전직 정보당국 관계자는 “내가 근무했을 당시 이 방은 고위 공무원들을 조사하는 곳이었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민정수석실은 정부서울청사 별관 6층에 있는 비밀 사무실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까. 기자가 파악한 바로는 최근까지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상하게 우리 층(6층)에서만 담배 냄새가 나서 살펴봤더니,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사무실(비밀 사무실을 이야기함)에서 나는 것 같아 관리실에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가 비밀 사무실에서 새어 나온 담배 냄새를 맡은 것은 올해 초다. 청사 청소를 담당하는 B씨는 “(담배 냄새가 난다는)민원이 들어와 사무실 문에다가 ‘담배를 피우지 마라’고 써 붙였다”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외교부와 정부청사관리본부에는 이 사무실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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